경찰서 친구한테서 받은 산속 총격전 현장 사진을 보면서 우영민은 저도 모르게 두 다리를 떨었다.“이게 뭐야? 그 자식이 그런 거야? 조작한 거 아니고?”우영민은 잠시 의심하다가 경찰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의 진실여부를 물었다.상대가 리묵의 총격전 현장이라고 확언하자 우영민은 순간 도망칠 생각이 떠올랐다.만약 구양지가 이틀 후에 도착한다는 것을 몰랐다면 우영민은 권민국 옆을 바로 떠났을 것이다. 이강현이 저지른 일은 너무 끔찍했기 때문이다.“이 자식 정체가 뭐야, 권미국한테 얘기해야 되는 거야?”우영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결국 그 사건에 관한 자료를 모두 삭제했다.우영민은 별장 일을 꼬치꼬치 캐묻는다면 분명 불화가 자기 발끝에 튈 것이니 오히려 이강현이 무능한 자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안전하다고 생각했다. 산속 총격 사건 자료를 삭제하자 우영민은 한숨을 내쉬며 드디어 마음을 놓을 수 있을 것 같았다.……이강현과 고운란은 손을 잡고 진효영을 데리고 집으로 갔다. 이때 최순과 고건민은 소파에 앉아 집값에 관해 얘기 나누고 있었다.지금 집값이 너무 올라 원래부터 큰 집을 바꾸고 싶어 했던 최순은 마음을 앓고 있었다.한때 큰 집을 바꿀 기회가 최순 앞에 놓여 있었지만 최순은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이제 큰 집을 바꾸고 싶어도 집값을 보며 최순은 한숨만 내쉬었다.이강현이 돌아온 것을 보고 최순은 기분이 더 나빠졌다.다른 집에는 모두 유능한 사외가 있어 장모님을 도와서 새 집을 바꿔주는데 이강현은 그냥 먹고 놀고 있으니 말이다. 예전에 이강현은 그래도 집안일까지 했는데 요즘은 더더욱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 종일 뛰쳐나가서 무엇을 하는지 모른다.“우리 다녀왔어요.”이강현은 고건민 부부에게 먼저 인사를 건넸다.고건민이 고개를 끄덕이고, 최순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뭐하러 갔어. 요즘 집안일도 그만두고, 뭐 하려는 거야.”“엄마, 이강현은 요즘 회사일이 바빠, 엄마도 이강현이 좀 더 잘 되길 원했잖아, 하루 종일 집안일을 시켰는
“집 바꾸는 거 어렵지 않아요.”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최순은 화가 나서 이강현의 코끝을 가리키며 소리쳤다.“뭘 바꿔! 너 돈이나 있는 거야? 지금 집값이 얼마인 줄 알고!”“학교 근처의 괜찮은 집이라면 500백이야, 너 솔이 학교문제 생각해봤어? 너 같은 놈 정말 지긋지긋해!”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집 문제는 내가 이미 생각해봤어요, 앞으로 분명 솔이에게 가장 좋은 학교에 보낼 거예요, 고급주택은 필수죠, 오늘 운란이랑 저 집 보러 갔어요.”“네가? 고급 주택? 누굴 속여, 고급은 아니더라도 평범한 집 하나 구해보고 말해.”최순은 이렇게 말하고도 화가 풀리지 않아 고건민을 쿡쿡 찔렀다.“뭐해, 이강현 저 자식 교육시키지 않고!”“뭘 어때, 집 보고 있다고 하잖아, 그럼 시간을 줘.”고건민은 이강현을 보고 담담하게 말했다.“너 그 고급주택 목표를 몇 년 만에 달성할 수 있어? 20년이면 어때?”“20년 안 걸려요, 집은 이미 샀어요, 내일 같이 가보죠.”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고건민과 최순은 의아한 눈으로 마주보았다.‘이강현 이 자식 어디 잘못된 거 아니야? 이런 헛소리나 하고.’요즘 많은 젊은이들이 집을 사기 위해 온 가족이 지갑을 비우는데 이강현 같은 볼품없는 자식이 집을 샀다는 말에 큰 소리 치는 것이라고 여겼다.“흥! 네가 집을 어떻게 사? 작은 집 사서 사람 속이는 건 아니겠지?”최순은 이강현의 말을 전혀 믿지 않고 차갑게 말했다.“엄마, 이강현이 정말 집 샀어요, 그것도 한성에서 손 꼽히는 고급주택이요. 거기 집 엄마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거예요.”고운란은 이강현을 도와 말을 남겼다.최순은 의심스러운 듯 고운란을 바라보며 다가와 고운란의 이마에 손을 대고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아픈 건 아닌데 왜 이런 헛소리를 하지?”“아주머니, 이강현 오빠랑 운람 언니 헛소리 아니에요, 이강현 오빠 오늘 정말 집 샀어요, 그것도 예쁜 별장이예요.”진효영은 다소 과장된 표정으로 말했다.“예쁘
최순은 고건민의 곁에 앉아 가정회의를 할 자세를 보였다.“다들 다 앉고,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다 말해.”고운란은 이강현을 끌어당겨 앉은 다음 조용히 말했다. “이강현아, 엄마에게 무슨 일인지 자세히 얘기해 줘.”이강현은 미소를 지으며 천천히 말했다.“장모님, 우지민이라는 제자가 있는데 우씨 집안 도련님이세요, 마침 남산가든이 집안 사업이라 우지민이 원가에 집을 팔 수 있다고 하여 산 겁니다.”“남산가든이면 한성 최고의 고급 단지잖아! 그것도 원가로, 어쩐지, 근데 왜 집에 연락을 안 해, 나랑 너희 아빠 같이 돈 내서 큰 집 살 수 있잖아.”최순은 완전히 놀랐다. 놀란 다음 후회하고 원망하였다. ‘이렇게 좋은 기회인데 큰 집 사야지, 거기에 살지 않아도 다시 팔 수는 있잖아.’“운란아, 네가 낸 돈 아니야? 네가 돈이 뭐가 있다고, 엄마랑 얘기하지, 그럼 집에서 너한테 돈을 보태줄 수 있었는데, 아까 원가에 샀다는 건 뭐고? 30% 할인해 준다면 돈 벌 수 있어!”최순은 솔이콜콜 따지는 소시민적인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었다.고운란은 쓴웃음을 지었다.“엄마, 이강현 얘기 다 들어보세요, 그리고 저는 한 푼도 내지 않았어요, 이강현이 낸 돈이에요”“아이고, 이강현이 돈 얼마 가지고 있다고, 이거 기회 날리는 거잖아, 너희들 지금 나를 화나게 하려는 거야?!”최순은 얼굴을 붉히며 인생에 아무 희망도 없는 것 기분이 들었다.“장모님, 우리는 남취화원에서 가장 좋은 산꼭대기 별장을 보러 갔어요, 면적도 크고, 인테리어도 다 해 놓았고, 심지어 환경까지 좋아요. 그래서 그냥 찍었어요, 그 별장, 전액 모두 지불하고 계약도 사인하고, 언제든지 입주 가능해요.”최순과 고건민은 이미 완전히 멍해졌다. 이강현의 말을 듣고 도대체 얼마면 이런 집을 살 수 있는지 계산하고 있었다.“너 농담 아니지? 나 그 별장 알아, 한성에서 얼마나 많은 재벌들이 사려고 했는데, 근데 매물을 내놓지 않아 살수가 없었거든.”산꼭대기 별장에 대한 소문을 들은
별장을 보러 가야 해서 최순은 밤새 잠을 설쳤다. 아침 일찍부터 최순은 침대에서 일어나 바쁘게 아침을 만든 후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온 가족이 아침을 먹은 후 최순은 산꼭대기에 있는 별장을 보러 가자고 아우성쳤다.진효영은 눈을 돌려 배를 움켜쥐고 말했다.“오늘 제가 몸이 좀 불편해서 따라가지 않고 집에서 쉬고 있다가 집안일 정리 좀 할게요.”“그래, 효영아, 넌 집에서 쉬고 있어, 집안일은 안 해도 되니까 불편하면 그냥 누워 있어.”최순은 진효영을 집에 머물게 한 후 급히 사람들을 불러냈다.이강현, 고운란 등이 모두 집을 나서자 진효영은 창가로 다가가 조용히 밖을 살폈다.이강현 등이 모두 차에 올라 차를 몰고 동네를 빠져나가는 것을 본 진효영은 곧바로 몸을 돌려 이강현과 고운란의 방으로 향했다.진효영은 요 며칠 여러 곳을 관찰했지만 보이는 것은 모두 표면에 지나지 않고, 캐비닛 안, 서랍 등 곳은 진효영이 볼 수 없는 곳이다.방에 들어가서 진효영은 상자를 뒤적거리며 자세히 찾았지만 대부분은 고운란의 물건이었다. 이강현의 물건도 기본적으로 옷이었고, 오픈키 같은 것은 하나도 없었다.“짜증나, 단서가 하나도 없는데 어떻게 찾으라는 거야! 아무 물건을 찾아 오픈키라고 할 수는 없고.”진효영은 짜증을 내며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눈이 번쩍 놀란 얼굴로 말했다.“어차피 그들도 오픈키가 뭔지도 모르는데 내가 오픈키 같은 걸 찾아서 보내면 되잖아, 어차피 그들을 위해 일하고 싶지도 않고.”마음을 굳힌 진효영은 무엇을 써야 오픈키를 사칭할 수 있을지 궁리하기 시작했다.그건 용문에서 대로 물려받은 거니까 옛날 물건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하고, 용문 이미지와 맞아야 했다.“옥용벽을 찾으면 되잖아, 나 역시 총명해, 근데 이 물건 이강현 오빠 집에 없는 것 같으니 가서 하나 사서 집에 놔둬야겠어.”진효영은 잠시 생각하다가 마음을 정하고 핸드폰을 꺼내 우지민에게 전화를 걸어 우지민에게 자신을 데리러 오라고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우지민이 차를 몰고 도착
“그건 난 몰라, 난 그냥 오래된 옥용벽을 갖고 싶어, 그것도 좋은 걸로, 조잡한 것으로 나를 속여서는 절대 안 돼.”점잖게 보이는 중년 한 명이 두 사람 앞을 지나가다가 진효영의 말에 미소를 지으며 걸음을 멈췄다. “두 분이 옥용벽을 사려고요?”“그래, 연줄이 있어? 내가 원하는 것은 진품이야.”진효영이 직설적으로 말했다.중년의 마음에 기쁨을 느끼며 우지민과 진효영을 자세히 살펴보았다.두 사람의 옷차림이 모두 예사롭지 않은 것을 보고, 아마 두 사람은 대가족의 자제일 것이고, 좋은 물건을 바꿔서 어른께 드리고 싶어서 온 것이라고 짐작했다.‘좋았어, 연기만 잘하면 쉽게 넘어올 거 같아.’요즘 골동품상에는 가짜가 진짜보다 많다.많은 사장들이 사기를 당했고, 대다수 골동품 상인들은 더욱 속임수로 돈을 벌고 있었다.“허허, 그거 마침 잘 됐네요, 제 손에 좋은 옥용벽이 있는데, 좋은 물건이니까 원하신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보는 건 괜찮은데 물건은 믿을 만하지요?”진효영이 물었다.“당연하죠, 먼저 두 분께 제 소개를 하겠습니다, 저는 전명이라고 한성고옥수장협회 부회장, 초주고옥협회 주임위원입니다, 고옥 방면에서 제가 한성 일등 전문가예요.”전명의 우아한 이미지와 함께 이번 신분 소개는 정말 진효영에게 비교적 믿음직스럽다는 이미지를 주었다.“넌 어떻게 생각해?”진효영이 물었다.“물건부터 살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우지민도 확실한 생각이 없어 일단 물건을 보고 판단하려고 하였다. 비록 직접 구매한 적은 없으나 집에서 골동품을 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 우지민도 따라서 본 적이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진위를 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전명은 씩 웃으며 그들을 안내하였다.“이렇게 만날 수 있다는 거 다 인연인데 거래가 안 되더라도 그냥 가게에 가서 차 마신다고 생각하시면 돼요.”진효영과 우지민은 이미 마음의 방비를 대부분 벗고 텐진밍을 따라 가게로 걸어갔다.가게에 들어가자 전명은 허풍 치며 본인의 수집품을 두 사람에게 소개하기 시작했다
“50억이요? 우지민 봐봐, 이거 어때?”진효영이 물었다.우지민은 옥용벽을 받아 보았지만 이리저리 둘러봐도 뭔지 모르겠고, 오히려 이 옥용벽이 진짜처럼 보이는 것 같았다.“비슷한 거 같은데, 원하는 그 옥용벽과 차이가 있나요? 차이가 없으면 그냥 사면되고요.”“그럼 그냥 사자, 빨리 계산해, 그리고 돌아가자.”우지민은 묵묵히 카드를 꺼내 자신의 용돈을 위해 3초간 묵념을 했다.전명은 싱글벙글 카드를 긁었다. 속으로는 아까 값을 더 부르지 않은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100억을 달라고 해야 했어, 두 사람 이렇게 통쾌할 줄이야.’카드로 계산을 끝내고, 텐진밍은 포장한 옥용벽을 건네주고, 두 사람을 가게 밖으로 모셔다드렸다.우지민이 걸으면서 물었다.“왜 갑자기 이런 걸 사세요, 사부님께 드리려고요? 우리 사부님은 골동품을 좋아하시나요? 나도 뭔가를 사야 했어, 아니면 돌아가서 하나 더 살까요?”“헛소리하지 마, 이건 네 사부님을 위한 것이 아니야, 내가 쓸모가 있어, 빨리 운전해.”진효영은 시간을 지체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강현 그들이 별장을 보고 미리 돌아가서 자신이 없는 것을 발견한다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도 고민이다.우지민은 의심스러워하며 진효영을 쳐다보았지만 감히 아무것도 묻지 못하고, 차를 몰고 진효영을 데려다 줄 수밖에 없었다.진효영은 방으로 돌아와 옥용벽을 들고 사방을 둘러본 후 옥용벽을 고운란의 방 화장대 구석에 놓았다.세팅이 끝난 후 진효영은 화장대를 들여다보고는 옥용벽이 놓여 있는 것이 참 아름답다고 생각했다.“준비는 다 되었어, 나머지는 권무영이 언제 물어보는 거야, 그때면 이걸 사진 찍어 보내면 돼.”진효영은 손을 털고 돌아서서 방을 나갔다. 그리고 집안일을 치우기 시작했다.……정오가 다가오자 이강현, 고운란, 고건민 부부는 집으로 돌아갔다. 최순과 고건민은 얼굴에 기쁨이 가득했다. 별장에 매우 만족하는 모습이었다.고건민은 소파에 앉아 웃으며 말했다.“그 별장 마음에 들어, 솔이가 퇴원하면 바로 이사해
고운란을 따라 방으로 들어가는 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부인님 무슨 지시 사항이 있으신가요?”“그 돈 정말 진성택한테서 받은 거야?”“당연하지, 다 깨끗한 돈이야, 못 믿겠으면 진성택한테 물어봐, 내가 전화 걸어줄까?”이강현은 핸드폰을 꺼내 진성택에게 전화를 걸었다.고운란이 이강현을 가로막았다.“뭘 그렇게 빨리 움직여, 난 그냥 네 돈이 깨끗한지 걱정이 되어서 물어보는 거야, 별 문제없으면 됐어.”“다 깨끗한 돈이야, 한 푼 한 푼도 내가 다 긁어모은 거야, 집들이는 어떻게 할 거야? 난 그냥 별장에서 열면 되다고 생각해, 오도운을 찾아서 좋은 요리사 한 팀을 별장에 보내 요리해달라고 하면 돼.”이강현은 산꼭대기 별장에서 손님을 대접할 예정이다. 그때면 고건민 부부의 허용심리도 만족시켜드릴 수 있을 것이다.“좋은 생각이야.”고운란도 고개를 끄덕이며 이강현의 조언이 꽤 괜찮다고 생각했다.이강현은 고운란을 끌어안으려다가 고운란에게 살짝 찔렸다.“그만해, 밖에 엄마 아빠랑 샤오퉁도 있잖아.”“진효영도 너무 했어, 어떻게 며칠이나 널 잡고 있어? 내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알아?”이때 고운란의 화장대를 지켜본 이강현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너 화장대에 왜 옥용벽이 놓여있어? 진효영이 물건이야?”전에 본 적이 없는 물건이라 고운란도 의심스러운 눈빛이다.이강현은 화장대 앞으로 가서 옥용벽을 들어 자세히 보았다.옥용벽이 손에 넣은 무게가 약간 가벼워진 것은 밀도가 진짜 옥석보다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이강현은 옥 안의 구조물을 바라보며 유리 조각으로 만든 공예품이라는 걸 확신했다.“공예품이야, 아마 진효영이 가지고 노는 것일 수도 있어, 근데 아침에 아프다고 해 놓고 이런 건 언제 구입한 거야?”이강현은 여전히 의심을 품고 끝까지 추적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공예품은 그냥 보고 놀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진효영이 가문신에게 주는 것일지도 몰라, 두 사람 그림이 나쁘지 않던데, 집 사는 것도 많이 도와주고, 사부라는 사람이 애 결혼에
점심 식사 후 고운란과 이강현, 진효영은 회사로 갔다.차가 회사에서 멈추자 이강현이 말했다.“운란아, 너 먼저 올라가, 나 지민을 불러 한번 얘기해 볼게.”“그래, 잘 말해 봐.”고운란은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 차에는 이강현과 진효영만 남았다.진효영은 이강현의 말이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고 긴장한 듯 말했다.“이강현 오빠, 나랑 무슨 얘기할 거예요, 날 버리려는 거 아니죠.”“왜 버린다고 말해, 우리 잘 아는 사이도 아니고, 넌 지금 내 침대를 차지하고 있는 거야.”“나 소파에서 잘 수 있어요, 그러니까 쫓아내지 마세요, 우지민한테도 떠넘길 생각하지 말고, 난 운란 언니랑 같이 있을래요, 집안일도 열심히 할 거고요.”진효영은 혼신의 힘을 다해 애교 부리며 불쌍한 척하였다. 리는 어이없다는 듯 진효영을 바라보며 목청을 가다듬고 말했다.“그건 둘째치고 화장대 위의 옥용벽은 뭐야?”“예? 아…….”진효영은 순간 머리가 하얗게 텅 빈 것 같았다. 놓아둔 옥용벽이 이렇게 빨리 발견될 줄은 몰랐다.‘이거 어떻게 해석해야 돼? 이강현 오빠 혹시 날 오해하는 거 아니야?’진효영은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해명이 될지 계속 궁리하고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적절한 해명이 떠오르지 않았다.“왜 말이 없어? 사실대로 말해, 근데 만약 지어낸다면 이따가 우지민에게 너를 데리고 가라고 할 거야.”이강현이 담담하게 말했다.“아니에요, 말할게요.”진효영은 이강현을 애처롭게 바라보며 머뭇거리며 말했다.“그 뭐냐 하면 사극 패션에 맞춰 장식용으로 쓰고 싶어요.”“거짓말, 헛소리 그만 하고.”이강현은 진효영의 거짓말을 바로 알아차리고 까발렸다.진효영은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이 핑 돌았다. “만약 내가 진실을 말하면 날 쫓아내지 말고 보호해줘야 해요.”“응, 말해 봐, 네 말이 다 사실이라면 난 널 쫓아내지 않을 거야.”이강현은 이미 진효영의 반응을 통해 무슨 일인지 짐작이 갔다.“나 권무영이 보낸 사람이에요, 나보고 이강현 오빠 곁에서 오픈키
“무슨 소리야! 이강현 그 자식 내 손자 발 뒤꿈치에도 못 가! 딴 소리 말고 그냥 할 건지 말 건지나 말해.”어르신은 말을 마친 후 분노에 찬 눈으로 이강현을 노려보았다. 고운란이 이강현의 감언이설에 속은 것이 틀림없다고 생각했다.“저 역시 아까 말했던 것처럼 이강현이 한 말이 바로 제 뜻이예요.”“너 정말! 나 너 같은 손녀 없어, 너희들 우리 고씨 집안 자식 아니야!”어르신이 소리를 지른 뒤 휴대전화를 떨어뜨리고 화가 나서 고건민에게 더 심한 말을 하려고 할 때 고건강은 어르신을 힘껏 잡아당겼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화내면 몸이 상해요, 진정하세요.”고건강은 상황이 더 나빠지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만약 고씨 집안이 무너지면 고운란의 도움을 받아야 하기 때문에 지금 기회를 잡아 잘 보이려고 하였다.어르신은 고건강을 노려보며 고건강까지 욕하려고 하였다.“아버지, 화내지 마세요, 형님한테 끌려가면 안 돼요. 큰 형이 둘째 형한테 원한이 많은 거 아시잖아요. 우리 사이가 틀어지면 그게 큰 형이 바라는 거예요.”“근데 지금 둘째 형 쪽이 대세인데 앞으로 그쪽한테 기대할 지도 모르니까 사이가 틀어지면 우리도 득 볼 게 없어요. 일단 넘어가세요.”이득 외에 고건강 눈에는 도덕 같은 게 보이지 않았다. 충분한 이득만 얻을 수 있다면 누구라도 다 팔아먹을 수 있었다.그래서 지금 고건강은 자기 먹거리를 챙기기 위해 고민국 생각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어르신도 늙은 여우라 고건강 말을 듣고 속으로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방금 화가 난 김에 하마터면 일을 그를 칠 번 했다. 지금 고운란의 위세든, 이강현이 말한 진성택과의 관계든 두 사람의 세력이 강해짐을 보여주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고나서 어르신은 마음을 진정시켰다. 고건강의 말이 맞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셋째야, 네 말이 맞아, 방금 내가 큰 실수를 할 뻔했어.”“잘 생각했어요. 이럴 때 강력하게 나가면 두 쪽 다 다치게 돼요.”어르신 표정이 느긋해지며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강현의 손에서 득을 못 보게 될 것을 알아차리고 어르신은 즉시 전략을 바꿔 고운란을 찾기로 하였다.뭐라해도 자기 친 손녀인데 할아버지가 부탁하면 아무리 싫어도 자기 말을 따를 것이라고 생각했다.이강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어르신이 좀 지나치시다고 생각했다. 할말 못할 말 다 했는데 늙은 티를 내면서 덕 좀 보려고 하니 어이없었다.“할아버지, 상황은 다 얘기했고, 계속 고집부리시겠다면 운란에게 전화하세요.”“보자 보자하니, 네가 누구인 줄 알아! 너는 그냥 이 집안의 데릴사위일 뿐이야!”고민국은 눈을 부릅뜨고 소리쳤다.“허허.”이강현은 가볍게 웃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다.“너 무슨 태도야! 거기 서!”고민국은 앞으로 나가 이강현의 팔을 잡아당기며 이강현을 혼내려고 하였다.고건민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두 사람 사이를 가로막았다.“형님, 말로 하시죠, 화내지 마시구요.”“흥! 쟤 말 잘하는 거 좀 봐? 너무 건방지잖아!”어르신이 핸드폰을 들고 말했다.“입 다 다물어, 운란이한테 전화할 거야!”고민국은 황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이강현을 잡은 손은 놓지 않았다.이강현은 차가운 눈으로 구민국을 바라보았다. 고민국은 뒷머리가 섬뜩한 것을 느끼며 이강현의 눈빛에 완전히 겁을 먹고 손을 놓아버렸다.“너 여기 가만히 있어, 내 명령없이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고민국은 겁을 누르고 낮은 소리로 말했다.어르신 전화가 연결되었고, 전화 저편에서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여보세요, 할아버지.”“빨리 돌아와, 할 말이 있어.”고운란이 어리둥절했다. 지금은 손님을 접대해야 해서 움직일 수 없었다.“할아버지, 아빠랑 이강현이 돌아가지 않았나요? 무슨 일 있으세요?”“이강현 그 새끼 얘기 꺼내지도 마! 그 자식 정말 사람 미치게 하는 재주 있어. 너 지금 원일그룹 사장 아니야? 집안 사업 망하게 생겼어, 원일그룹이 사라고 해.”고운란이 듣던 중 자기 할아버지 상업도덕에 어긋하는 말에 가슴이 서늘해졌다. “할아버지, 지금 손님을 접대해
어르신은 전혀 놀라지 않고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이강현을 보고 있는데 마치 금덩어리를 발견한 눈빛이었다.“이리 와서 내 옆에 앉아.”어르신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고민국의 표정이 굳어지더니 황급히 몸을 숙이고 어르신 귀에 대고 말했다.“아버지, 이 쓰레기랑…….”“흥!”건국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어르신은 사람을 잡아먹는 듯한 매서운 눈빛으로 고민국을 노려보았다.“쓰레기는 네가 아니야?! 회사를 너한테 맡기고 나서 지금 무슨 꼴이야!”“아버지, 저는 최선을 다했어요.”“아무 쓸모 짝도 없어, 이강현을 봐봐, 이게 진정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야!”어르신은 말하면서 고민국에게 눈짓을 했다.이강현 때문에 들어온 오더이니 다시 가져올 수도 있다는 뜻이다.이때 좋은 말 몇 마디로 이강현을 안정시키면 잃어버린 오더를 모두 찾아올 수 있고, 고씨 집안 사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다.“아, 네네, 이강현 너 얼른 할아버지 옆에 앉아, 내가 의자 가져다 줄게.”고민국은 의자를 들고 어르신의 옆에 놓았다. 의도적인 호의였다. 이강현은 의자에 앉지 않고 미소를 지으며 걸어갔다.“큰 아버지가 들어온 의자 제가 감히 어떻게 앉겠어요. 할아버지의 뜻도 이해합니다. 근데 고씨 집안 제품을 사면 진성택도 돈을 내면서 받는 거니까 저도 진성택이 계속 손해보게 놔둘 수는 없잖아요.”어르신의 안색이 약간 변했다. 이강현이 한 마디로 그가 곧 꺼낼 말을 막아버릴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어색하게 웃고 나서 어르신은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진성택이 어떻게 손해를 봐, 그 사람 돈 많잫아.”“돈은 많는데 손해보면서 우리를 돕는 건 사실이잖아요. 전에 저를 도와준 건 갚을 게 있어서 그랬고, 지금 약속한 시간이 되었으니 거두어들여도 당연한 거죠.”이강현은 그들을 돕지 않기로 마음을 굳혔다. 지금 이 상황에 잘못을 인정하기는커녕 오히려 심술궂게 굴어 이강현으로 하여금 그들을 도울 생각을 단념하게 했다.만약 처음부터 잘못을 인정했다면 도와줄 수도 있었다. 고씨
“진성택과 제 관계는 말할 필요 없고, 말 해도 믿지 않을 테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만 움직인다고 아시면 돼요.”이강현은 뒷짐을 지고 고개를 들어 상위권의 기세를 보여주었다.이강현의 도도한 모습에 고민국과 고건강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진성택이 왜 네 말을 들어, 네가 뭐라고!”고건강이 참지 못하고 말했다.이강현은 고건강을 상대하지 않고 담담한 표정으로 어르신만 바라보았다.어르신은 무거운 한숨을 내쉬며 굳은 얼굴로 고민국에게 말했다.“전화해서 진성택 지시 맞는지 확인해봐.”“아버지! 그걸 왜 물어봐요. 순전히 허튼소리예요! 믿을 필요 없어요!”“하라면 하지, 쓸데없는 말이 왜 그렇게 많아.”어르신의 표정이 더욱 언짢아졌다.고민국은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어 마지못해 휴대전화를 꺼내 바이어들의 전화를 뒤지기 시작했다.고건민은 그 틈을 타 이강현을 끌어당기며 낮은 소리로 물었다.“솔직히 말해 봐, 진성택이랑 무슨 관계야?”“제가 진성택 손자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그때 운란이 힘들어 하니까 그냥 도움을 요청한 거예요.”고건민은 눈알을 굴리더니 이강현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고건민의 속으로 이강현의 해명을 믿지는 않았지만 진성택이 이강현의 지시를 따른 다른 말은 믿었다.예전에 왕씨 어르신 생신 때 진성택이 이강현을 데리러 차를 몰고온 장면이 떠올리고 고건민은 이강현과 진성택 사이 관계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더욱 깊이 믿었다.그러나 지금 고건민은 깊이 따질 마음은 없고, 오히려 고민국과 고건강이 망신을 당한 모습을 보고 싶어 하였다.몇 년 동안 고건민은 고민국과 고건강으로부터 온갖 탄압을 받았으며 많은 고통을 겪었으니, 지금 그들이 좌절하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당연히 더없이 기쁜 일이다.고민국이 건넨 전화는 이미 상대방에게 연결되었고, 연결된 후 상대방이 말하기도 전에 먼저 열정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형님, 저 민국이예요.”“어 그래, 나 지금 회의 들어가봐야
“운란이 아무리 사장이라고 해도 도우려면 그만한 이유가 있어야 도움을 수 있죠.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가족 사업에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요.”이강현이 말을 마치자 그들 모두 가슴이 답답하기 짝이 없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었다.체면이 깎인 어르신은 고민국을 매섭게 노려보며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그를 원망했다.고민국은 이를 악물고 억지를 부리며 말했다.“네가 뭘 안다고 나서? 그래, 네 말이 맞다고 치자, 그래도 운란이 우리 회사 제품 독점판매해서 도와줄 수 있잖아!”“그건 돕는 게 아니라 공과 사를 구분 못하는 거죠, 그럼 한 달도 못 버티고 쫓겨날 건데 그걸 바라세요?”이강현이 되물었다.할 말을 잃은 고민국은 이강현을 매섭게 노려보았다.“뭘 그렇게 말해, 우리 제품 사다가 중간에서 가격을 올려 팔면 되잖아, 실적도 올리고!”어르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고민국의 말에 동의하였다.“민국이 말이 맞아, 회사 제품을 사가서 다시 팔면 문제없어.”“허허.”이강현은 약간 경멸하는 눈빛으로 웃으며 그들을 바라보았다.“왜 오더가 빠지는지 아직 잘 모르시는군요. 기술, 생산라인, 원가 아무 것도 경쟁력이 없는 제품 누가 사겠어요?”“전에 장사가 잘 됐다는 얘기하지 마시구요, 그건 제가 받아온 오더예요! 운란이 너무 힘들어 하니까 제가 진성택에게 사람을 시켜 오더 내리라고 부탁했어요!”이강현의 말이 나오자 방 안의 사람들 모두 놀라하며 눈을 크게 떴다.사실 그들도 회사 제품이 가격이 높지만 그에 비해 품질이 뒤떨어 시장 경쟁력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고운란이 오더를 받아낼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자신의 미모로 고객의 환심을 샀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그러나 지금 이 순간 이강현이 한 말은 그들의 생각을 뒤엎었다.이강현의 말을 믿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너, 너 여기서 무슨 헛소리야! 네가 무슨 능력이 있다고 진성택을 찾아? 진성택이 무슨 사람인데 네가 부탁해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인 거 같아?!”고민국은 이강현에게 손가락질하며
어르신의 엄격한 말투에 고건민의 마음은 두려웠다.“그래요 아버지, 운란이 사장이라도 아버지 손녀딸이에요.”“흥!”어르신이 콧방귀를 뀌며 눈을 지긋이 감고 말했다.“사장이라고 집 장사도 잊은 게야?! 있는 지분을 다 팔았다고 연을 완전히 끊을 수 있다고 생각해?!”“그게…… 일도 그만뒀는데 그럴 명분이 안 되죠.”고건민은 난처한 표정으로 말했다.“둘째 너 쓸데없는 소리 그만해, 운란이 나가고 나서 오더 크게 줄었다고 들었어, 네 딸과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별말 없이 지분 팔 때 알아봤다니까, 갈 곳을 찾아두고 가족 사업 망치려고 작성한 거 맞죠.”고건강이 따라 말했다.그들의 비난에 고건민은 입이 열 개라도 변명할 수 없는 무력함을 느꼈다.이미 마음속 선입견을 두어 고건민이 뭐라고 해도 믿지 않을 것이다.게다가 고건민도 지금 말하고 있는 이유 모두 핑계일 뿐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왜 말이 없어? 인정 못하겠어? 너희들 정말 이렇게까지 비열할 줄은 정말 몰랐다. 가족 사업 망치고 나서 우리한테 미안하지도 않아?!”고민국이 노호했다.얼굴이 하얗게 변한 고건민은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았다.“아니요, 집안에 해가 되는 일 정말 한 적이 없어요. 아버지 믿어주세요.”“다른 말은 필요 없고, 원일그룹도 의약업을 하고 있지, 운란이 집안 사업에 도움을 보태라고 말해, 오더도 주고, 지금 그만한 능력이 있는 거 아니야?”어르신이 이제서야 용건을 말했다. 고건민은 쓴웃음을 지으며 목이 쉬어 말했다.“운란이 사장이지만 아직 막 부임해서 너무 티 내서 하면 안 돼요, 그보다 지금 회사일 운란이 한 마디로 움직이는 거 아니잖아요.”“그래서 안 하겠다는 거야? 눈뜨고 집안 사업이 망하는 거 보고싶어? 너 그러고도 내 자식이야?!”어르신은 눈을 부릅뜨고 고건민을 노려보며 죽여버릴 것만 같았다.고건민은 당황한 듯 고개를 돌려 이강현을 바라보며 이강현이 빨리 와서 도와주기를 바랐다.“할아버지, 큰아버지, 작은아버지,
고건민은 이런 대우에 푹 빠졌다. 마치 제왕이라도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다리를 꼬이고 흔들면서 고건민 머리를 쳐들고 말했다.“여보세요, 누구세요?”“누구겠어! 네 형이지!”고민국이 화 내며 소리쳤다.고건민은 귓가에 있는 전화를 내려 발신자를 확인하였다. 고민국 번호이다.오늘 같이 기분 좋은 날에 고민국 전화를 받은 고건민은 정수리에 찬물을 끼얹은 기분이었다.“아, 제가 지금 바빠서 누구 전화인지 미처 확인하지 못했어요. 무슨 일이예요?”“아버지가 널 찾아, 빨리 돌아와.”고민국이 냉담한 목소리로 말했다.“아버지요? 아버지가 왜요? 혹시 몸이…….”“닥쳐! 아직 건강해, 돌아오라고 하면 빨리 돌아와!”고건민의 마음이 비로소 놓였다. ‘몸이 안 좋은 줄 알았잖아.’‘근데 이때 왜 날 불러, 왠지 수상해.’“네, 곧 돌아가겠습니다.”전화를 끊고 고건민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강현을 향해 걸어갔다.지금 고운란은 한성 거물들을 모시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이강현을 찾아갔다.“아까 본가에서 연락이 왔어, 나보고 어르신 만나러 가래.”고건민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강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마음속으로 어렴풋이 짐작이 갔다.“할아버지도 뵐 겸 제가 데려다 드릴게요.”“그게…….”잠시 머뭇머뭇하다가 고건민은 이강현이 따라오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강현이 따라가면 번거로운 부분도 부담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래, 그럼 지금 출발하자.”“네.”이강현은 고건민과 함께 차를 몰고 어르신의 집으로 향했다.곧 두 사람은 어르신의 집에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어르신의 싸늘한 눈빛에 고건민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고건민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방금 밖에서 산 과일과 영양제를 들고 빠른 걸음으로 어르신 앞으로 걸어갔다.“아버지, 저 왔어요.”“흥! 날 잊은 건 아니고?”어르신이 무뚝뚝한 얼굴로 말했다.“제가…….”“뭘 말하고 싶은데?! 네 딸이 사장이 됐다며, 이제 고씨 집안과도 인연을 끊을 거야?!”고건민의 이마에 식은
고민국과 고건강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 나서 어르신을 찾아가기로 결정했다. 지금 위급한 상황에서 어르신이 나서야 했다.두 사람이 상의를 마친 후 급히 어르신 거처로 달려갔다.의자에 누워 라디오를 끌어안고 듣고 있던 어르신은 두 아들이 황급히 걸어 들어오는 것을 보고 곧 안 좋은 일이 생겼다는 것을 알아차렸다.“너희 둘 무슨 일로 왔어? 할말 있으면 그냥 말해.”어르신은 이미 알아차렸다는 듯이 바로 말했다.고민국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헤헤, 아버님 말씀이 맞아요. 해결이 어려운 문제이니 아버님이 직접 나서서 도와주세요.”“내가? 집안일에만 손댈 수 있는 노인한테 경영은 아니지.”어르신이 눈을 감았다.“집안일 맞아요. 둘째가 경영에서 물러났잖아요. 저랑 건강이 2억으로 그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고운란도 회사에서 퇴직한 거 아버지도 알고 있죠.”“맞아, 그건 나도 알고 있어, 2억이면 은혜를 셈이지.”일찍이 고건민 집안에 불만을 품고 있었던 어르신이라 그들이 경영에서 물러난 것도 바라는 바이다.고민국은 조금 난처한 듯 고건강을 쳐다보고는 고건강에게 계속 말하라고 눈길을 주었다.“운란이가 회사 업무 쪽 일을 맡았잖아요, 그래서 걔가 퇴사한 후 원래 바이어들이 주문을 취소해서 회사 매출이 떨어지고 있어요. 근데 운란이가 원일그룹 사장이 된 거 있죠!”눈을 감고 있던 어르신이 눈을 번쩍 뜨며, 눈에 의아한 빛이 스쳐 지나갔다.“뭐?! 고운란이 어떻게 원일그룹 사장이 돼? 말도 안 되는 소리 아니야, 이제 겨우 몇 살인데, 어떻게 사장이 될 수 있어?”“정말이예요, 아까 티비에도 나왔다니까요, 한성에 이름을 댈만한 사람들이 다 참석했어요. 고운한 그 년이 분명 무슨 거래를 한 게 분명해요.”“콜록콜록.”고건강 말이 빗나간 것을 보고 고민국은 힘껏 기침을 두 번 했다.“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운란이 보고 원일그룹 오더를 우리한테 넘기는 거예요. 그러면 우리 기업도 다시 살아날 수 있어요.”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나서 어르신은
“작은 좌절일 뿐이야, 이겨내야 해! 고운란이 없으면 회사가 망해? 예전에도 힘든 적이 있었잖아!”고민국은 책상을 힘껏 치며 소리내어 말했다. 조금만 시간을 더 주면 이 난국을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건강은 입을 삐죽거리며 이상한 말투로 말했다.“지난번 난국도 고운란이 해결한 거잖아요, 잊었어요?”빵!구건국의 주먹이 책상에 세게 부딪혔다.“무슨 뜻이야?”“솔직히 말해 지금 이 상황 고운란과 관련이 있는 거 분명해요. 그 바이어들은 대부분 고운란이 데려온 겁니다, 형님, 잘 생각해보세요.”고민국이 아무 말없이 의자 등받이에 힘없이 기대어 앉았다.사실 고민국도 생각을 못한 바는 아니다. 바이어 주문 취소가 고운란 퇴사와 관련이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이미 구운람을 쫓아냈고, 지분까지 헐값에 사들였는데 지금 후회하여 고운란을 모셔온다고 해도 아무 소용이 없다. tv 속 화면은 원일그룹 정문 앞으로 옮겨졌고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되었다.센터에는 고운란과 이강현이 서 있었고, 기타 한성 거물들도 모두 테이프 커팅식 대열에 포함되었다.곧바로 원일그룹 테이프 커팅식이 시작됩니다. 그 한가운데에는 원일그룹 고운란 사장이 서 있고…….”TV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를 들으며 고민국은 가슴이 답답해져서 두 손으로 가슴을 꽉 쥐었다.고건강은 부러운 듯 질투의 눈빛으로 센터에 선 고운란을 바라보며 그 자리가 자기 자리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환상을 품었다.수천억의 대그룹을 손에 넣는 기분 정말 상상할 수 없었다.“푹!”고건강이 한창 부러워하고 있을 때 고민국이 피를 토했다.피가 멀리 뿜어져 나와 TV의 스크린에 튀어 스크린에 핏기를 보였다.“형, 형님 왜 그러세요? 갑자기 왜 피를 토해요!”고건강이 어찌해야 좋을지 몰라 당황해하였다.고민국은 입가의 피를 닦았다. 피를 토하고 나니 많이 나아진 것 같았다.“난 괜찮아! 정말 생각지도 못했어! 고운란이 원일그룹을 사장이 될 줄은, 그러면 우리 고씨 가문에게도 얼마간 혜택을 줘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