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소에 돌아간 황후는 어두운 얼굴로 소파에 앉았다.권무영은 황후 옆에 무릎을 꿇고 두 손으로 황후의 발을 받쳐들고 가볍게 용을 도와 신발을 벗었다. 그리고 황후의 다리를 문질러 주었다.“이강현의 일은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무리 무술 실력이 뛰어나도 이 세상에서 무술로 해결할 수 없는 것들이 많아요.”황후를 안심시키려고 권무영이 말했다.황후는 이마를 문질렀다. 이강현을 떠올릴 때마다 황후의 마음은 이상하게 불안했다.“그래도 이강현 그 자를 생각하면 마음이 불안해, 정통 명분이 있어 팔대용왕의 힘을 빌어 치울 수도 없고, 죽지는 않게 숨을 붙일 정도로 해결해 치우면 용문을 장악하는 것도 쉬워질 건데.”권무영이 잠시 동작을 늦추고 황후를 보고 말했다.“안심하세요. 임정남을 돕게 했으니 곧 이강현 문제도 곧 해결될 겁니다.”“그러면 좋고, 시위대장 들여보내, 이강현의 실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봐야겠어.”“네.”권무영이 통신기를 들고 부르자 곧 덩치가 크고 건장한 시위대장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왔다.“부르셨습니까?”“응, 영상 봤지, 네 생각은 어때?”시위대장은 잠시 읊조리며 말을 정리했다.“단순 영상으로 이강현의 실력이 어느 정도인지 파악이 안 됩니다. 상대가 너무 쉽게 져서 완전히 밀린 수준이라 적어도 이강현은 그자보다 두 급은 위일 것입니다.”“나 그런 답을 원하는 거 아니야.”황후의 얼굴에 언짢은 기색이 역력하다.시위대장은 황급히 몸을 굽혀 말했다.“캐빔의 자료를 보니 캐빔의 실력은 용문 호위 중에서도 중간 정도였습니다. 근데 나라고 해도 이강현처럼 중급 수준의 용문 호위를 쉽게 상대할 수는 없습니다.”황후의 얼굴빛은 점점 더 어두워지고, 불안감은 더욱 짙어졌다.“그 말은 이강현이 너보다 훨씬 강하다는 뜻이야?”“나보다는 강하지만 죽기 살기로 싸우면 누가 이길지는 모르는 일입니다.”시위장은 필사적으로 싸운다면 자신이 이강현을 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적어도 상대에게 큰 타격을 입힐 수는 있다.“
권무영은 황후에게 자세히 소개했다. 황후는 듣고 조용히 눈을 감아 뭔가를 생각하고 있었다.“내일 본선에서 이강현의 활약을 보고 이강현이 결승에 진출하면 보강제 한 세트 꺼내서 이강현의 결승 상대에게 먹여, 그냥 링에서 죽는 게 해.”황후의 마음속으로는 이미 이강현을 몹시 꺼려하며 이강현이 한성에 숨어 있는 것은 힘을 축적하는 것이라 여겼다.일단 이강현이 자진해서 용문으로 돌아왔을 때쯤이면 자신의 불운한 날이 될 것 같았다.비록 대용왕은 지금 자기와 비교적 가깝지만 이강현이 강한 힘을 보여주면 대용왕은 이강현에게 넘어갈 거라는 것을 황후도 잘 알고 있었다.이강현은 지금 무럭무럭 자라나는 낌새이다. 반드시 이강현의 성장을 막아야 했다.권무영은 흥분한 듯 허벅지를 두드리며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말했다.“역시 황후께서 현명하십니다. 야수처럼 강한 선수들에게 약을 먹이면 그들의 실력은 틀림없이 올라갈 것이고, 몸도 약의 힘을 견딜 수 있을 것입니다.”“그럼 이 일은 너에게 맡길게. 내일 꼭 기억해.”“알겠습니다. 황후께서는 옆에서 보고만 있으면 됩니다. 이강현 죽일 수 있어요.”권무영은 흥분의 웃음을 지었다. 심지어 내일 바로 이강현의 상대에게 보강제를 투여하고 싶을 정도이다.……정중천은 이종격투기 훈련관에 앉아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현장에 방해가 되는 외지인들을 상대하기 위해 이미 부하들을 파견하였다.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부하들의 보고를 기다려야 했다.이때 정중천은 훈련 경기를 다시 떠올렸다.짐승처럼 강한 캐빔이가 이강현의 일격에 여지없이 무너졌다. ‘이강현은 도대체 얼마나 강한 거야? 아무리 무술을 배웠다고 하여도 이렇게 대단할 수는 없잖아.’‘아니야, 이강현은 진짜 무술을 배운 게 틀림없어, 진짜 격투기는 사람을 죽이는 데 쓰이는 거야. 발걸음, 그리고 호흡리듬이 따라지면 더 깊은 내공도 존재할 거야.’‘근데 이강현은 도대체 어느 무술을 익힌 거야? 실력이 그 정도로 강하면 내공이 있을지도 몰라.’정중천이 헛된 생각을 하고 있을
이강현도 뭔가 수상쩍어 직접 심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네, 제가 곧 심문하러 갈 테니 아랫사람에게 말 넣어주세요.”“이미 알렸으니 바로 가시면 됩니다. 주소는 지금 보내드릴게요.”정중천은 전화를 끊고 재빨리 위치를 보냈다.이강현은 대략적인 위치를 확인하고 웃으며 손가락을 꼬았다.“공사현장 일은 해결됐어, 소란 피우는 자들 모두 잡았으니까 지금 그쪽으로 가려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보아야겠어.”“사부님, 제가 차로 모셔다 드리겠습니다.”우지민은 아첨하며 웃음을 지었다.고운란은 진효영을 보고 다시 이강현을 보았다.만약 심문이면 과정에 피 볼 수도 있고, 그건 고운란도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러나 진효영이 이강현을 따라가면 약간 질투가 나고, 뭔가 생길 뜻 불안하기도 하였다.고운란이 망설이고 있을 때 사무실 문이 열렸다.은 시원한 옷차림으로 들어왔다.사무실에 사람이 적지 않은 것을 보고 고청아는 잠시 어리둥절했다. 그러나 진효영의 얼굴을 보고 고청아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그날 밤 이후 고청아는 생각을 바꾸고 고운람에게서 이강현을 빼앗으려 마음을 먹었다. 오랫동안 이강현의 강함을 알아보지 못한 것에 대해 고청아는 상당히 후회했다.“사람이 많네요, 난, 난 오늘 사과하러 왔어요, 이강현한테, 그동안 미안한 짓 많이 해서 용서받고 싶어요, 앞으로 절대 그런 일 없을 거예요.”고청아가 고개를 숙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이강현과 고운란은 놀란 눈으로 구청림을 바라보았다. 무슨 뜻인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됐다.“어디 아픈 거 아니예요? 아니면 놀래서 돌았나?”이강현은 의심스러운 듯 말했다.“저 정말 뉘우치고 있어요, 앞으로 잘해줄 게요, 여기 앉으세요, 제가 어깨 주물러 드릴까요?”고청아가 비위를 맞추며 말했다.고운란은 이마를 문질렀다. 갑자기 세상이 바뀐 느낌이다. ‘고청아가 왜 갑자기 성질을 바꿨지?’“청아야, 장난치지 마, 이강현 지금 어디 가봐야 하니까 넌 돌아가 일을 해, 네 사과는 내가 이강현 대신 받을 게.”이
“흥, 이 여우 같은 놈, 이강현이 마음에 들어? 경고하는데, 이강현은 우리 고씨 집안 사람이야, 이강현에게 신경 꺼, 운란아, 너 이년을 조심해야 해, 아니면 나도 같이 따라가서 너 대신 이강현을 지켜줄게.”고청아는 말을 마치자 의기양양하게 진효영을 바라보았다. 훌륭한 핑계를 찾았다고 생각했다.진효영은 화가 나서 이를 악물었다. 마음속으로는 달려가 고청아를 한 입 베어 물고 싶은 심정이다.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보면서 누구도 물러서지 않았다.옆에서 움츠리고 앉아 있는 우지민은 마치 막장 드라마를 보는 느낌이다. ‘사부님 정말 대단하셔, 여자들에게 인기 짱이야.’여자에게 뺏길 수 있는 남자도 그만큼 훌륭하다는 방증이다.이강현은 속으로 어이없어 하였다. 어쩌다 이렇게 인기를 갖게 되었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꿈속에 빠진 느낌이다.“운란아, 너도 따라가는 게 좋겠어.”이강현은 약간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부인이 옆에서 다른 여자들도 어쩌지 못할 것이고, 이강현도 자기 결백과 순결을 증명하고 싶었다. “난 안 갈래, 청아이 가고 싶으면 따라가라고 해, 빨리 해결하고, 무슨 일 있으면 바로 전화해.”고청아가 이강현을 따라간 이상 고운란도 마음을 놓을 수가 있었다. 다른 건 몰라도 최소한 진효영을 사수하는 건 확실히 할 수 있을 것이다.게다가 심문 같은 것에 대해서 고운란도 받아들이기 힘들어 그런 일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다.이강현은 어쩔 수 없이 머리를 긁적이며 진효영과 고운란을 데리고 떠날 수밖에 없었다.우지민은 덜컹거리며 나가서 차를 몰았다. 이강현 운전기사 자리가 마음에 드는 듯싶었다.이강현은 벤츠 조수석에, 고청아와 진효영은 뒷좌석에 앉았다. 차에 오를 때부터 두 사람은 눈을 부릅뜨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모두 필사적으로 눈빛으로 상대를 죽이려고 하는 것 같았다.내비게이션을 조정하고, 이강현은 핸드폰을 센터에 내려놓고는 우지민에게 내비게이션을 따라가게 하였다.고청아는 진효영을 쳐다보며 말했다.“너는 어느 집
이강현이 산 속으로 달려가는 사이 공사장 인근 그린벨트에 사람의 그림자가 비쳤다.이상하게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멀리 뛰쳐나와 으슥한 곳을 찾아서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 “큰일났습니다, 한성 현지 사람들이 우리 사람들을 모두 잡아가 버렸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피했고요, 들어보니까 산 속으로 옮기는 거 같아요.”이강현에 대한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인 용한광은 이 말을 듣고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얼굴색도 어두워졌다.“일 하나 똑바로 처리 못해?! 쓸모 있는 게 하나도 없어!”“상대가 너무 많아요, 사람당 열은 쳐야 하는데 어떻게 해요.”“X발! 쓸데없는 소리 말고 얼른 어디 데려갔는지 찾아내!”용한광은 말을 다하고 답답해서 핸드폰을 책상 위에 던졌다.귀이, 한철두 등은 용한광을 보며 용한광의 설명을 기다렸다.“내가 사람 시켜 고씨 가문의 공사현장에 소란을 피우라고 했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걔네 지금 다 산 속에 잡혀 갔다고 해, 어느 쪽인지 잘 몰라 알아보라고 했어.”체면이 말이 아닌 용한광이 답답하게 한마디 해명을 했다.“잡혔다고? 이강현이 정중천을 시켜 잡아간 게 분명해.”상황을 제대로 파악한 귀이가 정확한 추측을 하였다.“어떻게 할 건지 말해봐, 소란 피워서 이강현을 끌어내려고 했는데 완전히 망했어, 이강현이 그들 입을 열면 적어도 내 행적은 드러난 셈이야.”답답하기 짝이 없는 용한영은 투덜거리면서 관자놀이를 두 손으로 힘껏 문질렀다. 귀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어쩌면 좋은 기회일 지도 몰라.’핸드폰을 꺼내 문자 몇 개를 보내고, 귀이는 곧 이강현을 미행하는 부하들로부터 답장을 받았다. 이강현의 차가 지금 교외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하하하, 오히려 잘 됐어, 우리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야.”귀이이는 흥분해서 말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날 비웃어?”용한영이 불쾌한 듯 말했다.“아니, 아니, 너를 비웃는 게 아니라 정말 좋은 기회야. 방금 들어온 소식인데 이강현이 지금 산 속으로 향해 달리고 있어, 아마 너의 부하
귀이는 용한영, 한철두 등을 바라보며 조용히 말했다.“우리 쪽 고수들도 함께 갈 거니까 걱정 안 해도 돼.”“그래, 해보자!”용한광이 앞장서서 말했다. 자기 체면을 살리기 위해 이강현과 끝까지 싸워야 하는 사람이 바로 용한광이다.한철두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도 잠시 머뭇거리다가 모두 귀이의 계획이 믿을 만하다고 생각했다. 특히 귀이가 모셔온 고수들이 오면 더더욱 걱정할 것이 없다. 무슨 일이 있으면 그들이 해결할 것이니까 말이다.“나도 할게.”“그냥 하찮은 놈을 상대하는 건데, 나도 끼워줘.”고수들이 잇달아 태도를 표명하며 곧 모든 사람들이 행동에 동참하기로 했다.귀이는 임무를 나눠주기 시작했고, 모든 사람에게 임무를 나눠준 뒤 소리쳤다.“작전 시작!”다들 모두 룸에서 나와 각자 부하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 산속으로 달려갔다.……이강현은 자신을 타겟으로 하는 작전이 시작되었음을 모르고 머리를 앓고 있었다.뒷좌석의 진효영과 고청아는 오는 길 말다툼만 계속했다, 그러나 여전히 입만 놀리고 손은 대지 않았다.이강현은 몇 차례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어 눈을 감고 아무것도 듣지 못한 척했다.우지민은 슬며시 웃으며 이강현에게 속삭였다.“사부님, 이게 말로만 듣던 행복한 고민이죠.”“뭔 개소리야, 고민만 있고 행복은 없어,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그럴 수가 없는데…….”이강현은 양미간을 비벼가며 반성했다.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잘못했는지, 어떻게 고청아의 태도를 크게 반전시킬 수 있는지 궁리하고 또 궁리했다.‘아니면 이것도 고청아의 수작인가? 이전 그대로 먹히지 않으니까 다른 방식을 택한 건가?’생각하면 할수록 이해가 안 가는 이강현은 나중에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다.만약 고청아가 정말 무슨 목적을 가지고 있다면 그때 다시 해결하면 된다고 생각했다.잠시 후 차가 목적지에 도착하자 정중천의 부하들이 이강현을 도와 차 문을 열었다.“이 선생님, 신명훈입니다. BOSS 분부대로 지금부터 이 선생 모든 명령에 따르겠습니다.”이강현이 차에서 내
엄표는 신명훈의 위협에 전혀 개의치 않는 표정을 지었다. 이 바닥이 어떤 건지 모르는 것도 아니고, 그 따위 협박에 넘어갈 리가 없었다. 가족을 다 죽여버리겠다는 말만 몇 번들었는지 모른다.신명훈은 이강현 앞에서 체면이 깎이는 것을 느끼고 곧장 엄표 앞으로 달려가 엄표의 가슴을 발로 걷어차고 땅에 넘어뜨렸다.“아!”엄표는 비명을 지르며 음흉한 눈빛으로 신명훈을 바라보았다.“허허, 자, 자, 자, 계속 걷어차, 아니면 날 죽여버리던지, 그럴 담은 있어?”“누구한테 건방질이야! 너 오늘 뒤졌어!”신명훈은 엄표를 향해 또 몇 발을 세게 걷어찼다. 엄표는 금새 땅에서 뒹굴었다.진효영은 겁먹은 표정을 지으며 먼저 이강현의 뒤로 몸을 움츠린 뒤 두 손으로 이강현의 팔을 꽉 잡았다.“이강현 오빠, 저 사람 눈빛이 무서워요.”진효영이 약한 척하며 말했다.고청아는 진효영을 힐끗 쳐다보고, 냉소하며 말했다.“또 연기 시작이네, 너 약한 척하면 이강현의 마음을 흔들릴 것 같아? 꿈 깨! 나 운란 대신 널 감시하러 온 거야.”고청아의 말에는 위협적인 뜻이 가득했다. 그리고 고운란의 명분도 있어 진효영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 오로지 어떻게 가로챌 지 궁리만 하였다.예전에 이강현에게 미움을 샀던 탓이라 지금 돌이키는 것은 힘들기 때문에 너무 후회했다!진효영은 입을 삐죽 내밀고, 속으로는 고청아에 대한 미움에 이가 근질근질했다. 정말 확 차버리고 싶은 마음이다. 강문헌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 조용히 있었다.엄표를 때리다가 지쳐서야 손을 멈춘 신명훈은 이마의 땀을 닦으며 말했다.“이 선생님, 제 능력으로는 도저히 이 자식 입을 열지 못하겠습니다. 죄송합니다.”“아니야, 이런 자식에겐 쓴 맛이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줘야 정신을 차려.”이강현은 담담하게 말하며 엄표의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진효영은 이강현에게 끌려가 험상궂은 표정의 엄표를 가까이서 보았다. 그리고 비명을 지르며 두 손으로 이강현의 허리를 껴안았다.“아, 무서워 죽겠어.”이강
“너 말하는 거야, 모르겠어?”고청아는 진효영을 밀어서 벽가에 서게 하였다.진효영도 일이 잘 안 풀려 어쩌면 좋을 지 머리를 앓고 있었다. 이강현에 집에 들어가는 것이 제일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고청아에게 압박을 받고 나서야 진정한 어려움이 무엇인지 깨달았다.‘고청아가 일부러 날 겨냥하는 게 틀림없어! 이강현을 이 천한 계집으로부터 멀리할 방법을 찾아야 해.’진효영은 머리를 빠르게 돌리며 어떻게 해야 고청아 곁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궁리하고 있었다.마침내 조용해지자 이강현은 한숨을 내쉬고 발을 들어 엄표의 손을 밟았다.손가락이 아픔을 느낀 엄표는 본능적으로 자신의 손을 끌어내려고 했다.그런데 갑자기 힘을 주니까 손이 나오기는커녕 손목이 빠질 뻔했다.이강현이 웃으며 말했다.“솔직히 말하면 목숨은 살려주지, 근데 말하지 않으면 넌 죽지 못한 고통이 무엇인지 느끼게 될 거야, 너의 모든 뼈를 밟아 부러뜨릴 거고, 넌 평생 누워만 있을 거야, 누군가가 너를 죽을 때까지 돌봐주길 바란다.”엄표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침대에 누워 움직이지 못하는 장면을 떠올렸다.그때 누군가 자신을 돌봐주기는커녕, 자신의 원수가가 찾아와 시신을 토막 낼 수도 있다.그러나 그 애달픈 광경은 엄표의 머릿속에 떠올랐을 뿐, 곧 엄표는 의기양양하게 말했다.“허허, 나를 겁주려고 하지 마라, 나한테 먹힐 거 같아? 안 하나도 안 무서워.”“허허, 그래? 네 말 대로 이따가 정말 무섭지 않았으면 해.”이강현은 말을 마치자 발밑에 힘을 주어 엄표의 손바닥을 짓눌렀다.삐걱, 삐걱.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낭랑하게 났고, 곧이어 엄표의 비명이 이어졌다. 열 손가락의 아픔이 마음에 닿았다. 손가락의 통증은 일반적으로 매우 예민해 쉽게 느낄 수 있었다.이강현이 밟힘에 엄표의 오른쪽 손가락뼈와 손바닥뼈가 산산조각이 났고, 아파하는 엄표는 왼손으로 땅을 세게 두드렸다.“죽이려면 죽여, 날 괴롭히지 말고!”“솔직히 털어놓으면 이런 아픔을 없을 거고, 좋은 대접에 집까지 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