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실험에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여왕이 머뭇거리다가 나긋하게 물었다. 사실 여왕은 이 실험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항상 생각해 왔고 비록 기대했지만 찝찝한 느낌도 들었다. 지금 그 누구도 문제가 무엇인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프레드는 한소은이 거짓말하는 거라고 계속 말하고 있지만 지금 와서 보면 꼭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R10의 제일 큰 문제는 인체에서 실제 실험을 해본 적이 없다는 점입니다. 성공률이 어떤지 위험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이 없어요.”한소은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천천히 분석했다.“하지만 프레드는 꼭 이 실험을 견지하겠다고 말하고 여왕님을 설득하려고 애를 썼죠. 왜 그런지 아십니까?”“왜 그런데요?”여왕은 자연스럽게 되물었다.“왜냐면 여왕님이 마지막 실험품이니깐요.”그 한마디에 여왕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여왕은 두 눈을 부릅뜨고 한순간 어리둥절해하더니 금세 정신을 차리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왕의 표정에서 한소은은 모든 걸 알았다.“바로 여왕님이 생각하신 그대로예요.”한소은은 웃으면서 잔잔하게 말했다.“사실 R10 실험에서 가장 중요한 마지막 단계는 제가 아니라 여왕님입니다. 여왕님은 프레드의 실험품이고 최종 효과를 점검하는 핵심이죠.”한소은은 유달리 평온하게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마치 지극히 평범한 실험에 대해 말하는 것 같았고 자기가 실험의 일부분이라는 사실에 두려움을 조금도 느끼지 않았다.“제가 말했잖아요.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이 실험은 처음부터 여왕 폐하를 위한 것이 아니라 프레드를 위한 것입니다. 만약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그는 영생할 수 있는 비법을 자신한테 사용하겠죠. 그리고 여왕님은 꼭두각시가 된 것이고 혹은... 다른 어떤 일을 할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프레드의 생각을 알 수 없다는 듯 말했다.“만약 실패하면 프레드에겐 그저 실패한 실험이 하나 더 늘어난 것뿐이겠죠.”여왕은 손을 뻗어 테이블 위의 물컵을 들어 입술에 가까이 대서 한
여왕의 손을 살짝 잡은 한소은의 눈빛은 의외로 확고했다.여왕은 어리둥절해하며 자신이 잡은 손과 한소은을 번갈아 보고 웃으며 말했다.“한소은 씨, 내가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한소은 씨가 방금 말했다시피, 프레드가 나와 이 지경까지 온다면 후환을 남길 수 없을 거예요.”“프레드는 남기지 않았지만, 여왕 폐하는 남겼습니다.”눈살을 찌푸리던 여왕은 고개를 저었다.“하지만 방금 국내 사람들도 프레드에게 매수당했을 것이라고 말했어요. 내 곁에는 이미 쓸만한 사람이 없습니다.”“여왕 폐하, 이 방의 도청기는 이미 폐하께서 돌아오시기 전에 조작했어요, 이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아는 듯 한소은은 재빨리 말했다.이번에는 여왕이 부인하지 않고 바라보기만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여왕님이 협력하고 싶다면 프레드는 여왕님에게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믿습니다.”한소은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소은을 한참 쳐다보던 여왕도 덩달아 웃으며 말했다.“어떻게 그렇게 확신할 수 있어요? 나한테 무슨 방법이 있겠어요? 나도 내가 뭘 해야 할지 모르는데 말이에요.”여왕은 여전히 인정하지 않았고 한소은은 천천히 일어섰다.“여왕 폐하, 당신은 몇십 년 동안 전략을 세웠지 않습니까, 여왕으로서 당신은 늙었을지도 모르지만, 마땅히 해야 할 결단과 담력이 적지 않습니다. 저는 프레드가 당신의 눈앞에서 그렇게 많은 일을 하는데 당신은 조금도 눈치채지 못하고 프레드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 둔다고 믿지 않습니다.”“프레드에 대한 관용은 차마 할 수 없고 관대할 수도 있지만 일부러 방종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폐하께서 오늘 여기에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니라 폐하께서 ‘원하는' 것입니다.”한소은의 말을 마치자 방안은 바늘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조용했다.“재미있게 말씀하시네요, 그런데... 잘 모르겠어요.”한소은은 여왕을 깊이 바라보았다.“여왕 폐하, 저는 당신의 걱정을 알고 있습니다,
“믿지 않으시겠지만 정말 도와드릴 수 있습니다. 프레드에게 휘둘리는 이유는 프레드가 폐하의 마음을 알아맞히고 폐하가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입니다.”“내가 가장 원하는 게 뭔데요?”“장생.”이 두 글자를 말했을 때, 한소은은 매우 감개무량했다.고대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이 이 두 글자에 갇혀 있고, 많은 사람이 이 두 글자를 위해 평생을 집착했다.제왕 장상부터 아래 백성들까지 장생을 구하는 사람이 부족하지 않았다. 선단을 구하는 사람도 있고, 신선을 수련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지금도 영혼의 영속을 얻기 위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다.여왕이 프레드의 말을 들을 수 있는 이유는 프레드에게 일을 맡기고, 자신에게 많은 일을 대행하게 할 것이기 때문인데, 프레드가 여왕이 가장 신경 쓰는 일을 움켜쥐었기 때문이다.“그러니까 한소은 씨가 나를 오래 살게 할 수 있다고?”몸을 조금 꼿꼿이 펴고 앉은 여왕은 애써 자제했지만 북받치는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그러나 한소은은 고개를 가볍게 흔들며 한마디를 엷게 내뱉었다.“아닙니다.”“하소은 씨.”놀림을 당한 것 같은 기분이 들자 여왕은 안색이 변하더니 감정을 억누르며 말했다.“아니라면서 뭘 돕는 다는거죠?”“여왕께서 장생을 추구했죠. 우리나라 고대에도 왕들이 장생을 추구했지만 모두 예외 없이 실패했는데, 여왕님은 왜 자신이 성공할 거로 생각합니까?”“그건...”말은 그렇지만 달갑지 않았다.누구나 달갑지 않은 사람이 있는데, 달갑지 않기 때문에 어쩌면 자신이 예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고 항상 시도해 보고 싶어 한다.“성공률이 극히 낮다는 걸 알면서도 해보려는 건 달갑지 않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생사는 이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일입니다.”한소은은 안타까운 듯 말했다.“이 세상에는 불공평이 너무 많아요.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부귀와 명성을 누리고, 어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먹고 사는 것이 문제가 되죠. 어떤 사람은 평생 온갖 고난을 겪으며 살지만, 어떤 사람은
여왕은 말문이 막혔다.논리적인 버그인 것 같았다. 여왕은 성공해서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장생의 비밀을 쥐고 있는 아름다운 세상, 세상에서 가장 고귀한 사람이 될 Y 국인은 더는 다른 나라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는 독보적인 발언권을 갖게 될 것이다.하지만 그녀는 만약 정말 온 세상이 Y 나라 사람이라면, 그때 그녀가 이 천하를 어떻게 다스릴지 생각해 본 적이 없다.그녀의 막막함과 당혹감을 알아차린 듯 한소은은 다시 입을 열었다.“물론 제가 한 말은 모두 가상적인 문제지만, 사실 현재 존재하는 것은 불가능해요.”“왜 그렇게 불가능하다고 확신하는 거죠? R10에 문제가 있나요?”잠시 생각에 잠기던 여왕이 물었다.한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R10에 문제가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아요. 확실히 레시피에 따라 조정된 것이 맞아요. 다만, 이전의 실험들은 하나도 부작용이 없는 것이 없었어요.”“부작용?”눈썹을 찡그리는 것을 보니 여왕은 모르는 일인 듯했다.“맞아요, 제가 아는 한, 이전의 모든 실험은 성공적이라 할지라도 부작용이 있고 득보다 실이 더 많아요. 프레드가 진행한 이 실험실은 처음부터 반인륜적이었고, 실험한 것은 모두 매우 유해했어요. 프레드 이 세상을 망치려 하고 있어요!”“지금... 위협적인 말로 협박하는 건가요?”여왕은 눈썹을 찡그리며 그녀를 훑어보았다.한소은은 미소를 지으며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그렇게 느끼셨다면 어쩔 수 없어요. 여왕님 마음속엔 판단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할 말은 이미 다 했다. 똑똑한 여왕이 가장 적합한 선택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방문이 열리고 이어서 누군가가 들어와서 그녀의 앞 멀지 않은 곳에 섰다.주효영은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한 채 고개를 돌려 높은 창문을 바라보았다. 밖의 나뭇가지와 햇빛은 보였지만 다른 풍경은 볼 수 없었다.주효영은 계속 그렇게 서 있었고 목이 피곤하지도 않은지 고개를 돌리지도 않았다.“주효영 씨는 참 담담하군.”그런 주효영을 한참 바라보다가
“물론 당신을 잘 알죠, 저는 당신을 연구했으니까요.”이상한 미소를 지으며 주효영은 비밀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어?”눈살을 찌푸리며 김서진이 입을 열었다.“날 연구했다고?”김서진을 한 번 깊게 쳐다보던 주효영은 어깨를 펴고 몸을 기대고 나서야 말했다.“정확히 말하자면, 조직에서 김서진 씨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아마, 김서진 씨랑 협력하고 싶을 수도 있고, 김서진 씨의 약점을 잡으려는 것도 있겠죠?”“그래요?”김서진은 담담하게 말했다. 사실 그것에 관심이 없었다.협력하든 협박하든 공격하든 상관없지만 자신의 가족에 대해서는 털끝만큼도 건드리면 안 된다.“R10에 대해 말해봐.”눈을 가늘게 뜬 김서진은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며 주효영의 말에 넘어가지 않았다.자신의 말에 따라 계속 말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예상치 못한 듯 주효영은 김서진을 힐끗 쳐다보고 자기도 모르게 물었다.“조직이 왜 당신을 연구하려고 하는지, 무엇을 연구해 냈는지 궁금하지 않아요?”김서진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별로.”죄악으로 뭉쳐 있는 그 조직이 무엇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주효영의 말이 고의로 자신의 주의를 끌려는 것일지도 모른다.김서진의 예상치 못한 행동에 주효영은 당황한 듯 어깨를 으쓱하고 당당하게 김서진을 바라보았다.“무슨 할 말이 있는데요, 제가 왜 말해줘야 하죠?”“말하지 않아도 돼.”말을 마친 김서진은 그대로 일어나 밖으로 몸을 돌렸다.주효영은 어리둥절한 채 이해할 수 없었다.밀당할까 봐 두렵기도 하고, 정말 떠날까 봐 두렵기도 했다.머뭇거리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문 앞에 와서 문을 닫는 것을 보았고, 김서진은 주효영을 다시 볼 생각은 전혀 없는듯했다.주효영은 초조해졌다.“잠시만요.”주효영은 김서진이 방문을 다시 여는 걸 보았다. 김서진은 주효영을 들여다보며 물었다.“뭐?”“뭘... 뭘 물어보려 했어요?”머뭇거리며 주효영이 먼저 입을 열었다.“말하기 싫다며?”“지금 말하고 싶어요!”가슴이 답답했다. 분명히 손에
주효영이 이런 것들을 알기까지 이미 쉽지 않았을 것이다.조직에서 R10은 그야말로 손댈 수 없는 금지 구역이었고, 주효영도 나중에야 알았지만, ‘사장님'조차도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중 일부만 알고 있었다.“그리고?”마음속의 충격을 누르며 김서진은 최대한 차분한 어조로 물었다.“R10에 대해 알고 있는 게 이게 전부예요.”주효이 한마디 보탰다.“믿거나 말거나.”김서진이 계속 물었다.“R10을 말하는 게 아니라, 주효영 씨가 직접 만든 것들을 묻는 거야. 그리고 백신 기지를 이대로 폐기할 생각이야?”이것은 김서진이 줄곧 의심해 온 것이다. 백신 기지를 이대로 내버려 두고 그 안에 있는 모든 것을 정말 모두 포기한 것일까?김서진은 궁금했다. 이렇게 기지를 버리고 가면 그 안에 많은 물건과 사람도 모두 포기하는 건가? 그 사람들이 양심이 좀 남아서가 아니라 그들의 심혈이었기 때문이다. 일찍이 안에 있는 물건과 보관된 물건, 실험 등을 알아본 김서진을 조직이 이 모든 버린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만약 정말 버릴 수 있다면, 애당초 무엇을 위해 그렇게 큰 노력을 기울였단 말인가? 단지 눈속임 때문이었을까?‘모르겠어요.’주효영은 망연한 눈빛으로 고개를 저었는데 정말 모르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알 수 없었다.“그럼 아는 게 뭐지?”김서진은 인내심을 잃어가고 있었다.“예를 들어, 주효영 씨가 말했던 비장의 카드? 가진 실험결과라든지 무슨 독이 있고 어떤 실험을 하는지 말이야.”“그걸 어떻게...”손에 비장의 카드가 있는 것을 어떻게 알았는지 물어보려다 조롱하듯 입꼬리를 씩 올리고 물었다.“임상언의 그 찌질한 놈이 알려준 거죠?”김서진은 눈살을 찌푸린 채 대답하지 않았다. 주효영의 질문에 대답할 필요가 없었다.“맞아요, 비장의 카드를 쥐고 있어요. 하지만 이 비장의 카드는 조직에만 쓸모가 있지, 당신들에게는 쓸모가 없어요.”그렇지 않았다면 벌써 거래를 했을 것이다.“뭔데?”김서진이 추궁하는 것을 보고, 주효는 고개를 돌려
자세히 보지 않으면 모반처럼 느껴질 정도로 자홍색에 가까운 자국이었다.거리가 좀 있어서 제대로 볼 수 없었지만, 김서진은 앞으로 나아가지 않았다.김서진은 이 여자가 얼마나 교활한지 너무 잘 알고 있었다. 만약 자신이 앞으로 나간다면 주효영의 흔적에 독이 있거나, 또 다른 무언가에 속아 넘어갈 수도 있다.“뭐 하는 거야?”김서진은 제자리에 서서 차갑게 물었다.주효영은 입을 삐죽거리며 손바닥을 자기 앞에 펼쳐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손의 흔적을 본 후 말했다.“내 카드를 보여 줄게.”“비장의 카드?”“이건 내가 한 실험 중 가장 만족스러운 실험이야.”주효영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지금 내 몸은 가장 강력한 용기야. 네가 날 죽인다면 정말 유감일 거야.”입맛을 다시던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쉬었는데, 마치 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이냐는 듯 싶었다.“자신의 몸을 가지고 실험을 한다고?”김서진은 깜짝 놀랐다.여러 가지 가능성을 생각하면 주효영의 말이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지만 직접 그런 말을 들으니 자기도 모르게 경악했다.게다가, 그 자국은 그린 것이 아니라 몸에서 나온 것처럼 이상해 보였다. 어떤 조직의 상징인 것 같지는 않았는데 독의 표현인 것 같았다.“이상해?”주효영은 이것이 정상적인 표현이라는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실험에는 동물이든 사람이든 실험할 수 있는 운반체가 필요해. 실험실의 많은 사람이 실험을 해 봤으니 나도 할 수 있어.”“주효영...”잠깐 김서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전에는 그녀가 너무 냉철하고 잔인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그녀의 머릿속이 일반인과 달랐다.“실험은 세상에서 가장 의미 있는 일이야. 실험 덕분에 사회가 진보하고 발전하는 거야. 한 번 또 한 번의 반복적인 실험이 없었다면 문명이 오늘처럼 발전하지 못했을 거야.”주효영은 문제 될 게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논리가 가장 정확하다고 믿고 있었다.“약초의 효능을 처음 알아낸 사람도 실험이 아
실험실에서도, 보스 앞에서도, 조직에서도 한소은만을 중시했다. 그녀는 한 그림자에서 간신히 벗어난 듯하다가 또 다른 그림자로 떨어진 것 같았다.한평생 다른 사람의 그늘에 살았는데 도대체 왜 그런단 말인가!‘이렇게 노력하고, 이렇게 똑똑한데, 왜 사람들은 나를 볼 수 없고, 왜 나를 믿지 않는 거야!’잠시 주효영을 바라보던 김서진은 한숨을 내쉬며 물었다.“내가 어떻게 도와줄까?”그의 온화한 어조를 들은 주효영은 놀라움을 표했다.“어렵지 않아. 넌 무엇을 할 필요가 없이 단지 날 데리고 조직이 있는 장소로 가주면 돼. 난 네가 조직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 그리고 그들과 이미 연락이 닿았다는 것도 말이야. 네가 나를 도와 조직과 연락하겠다고 해준다면 다른 것은 관여할 필요가 없어.”“도대체 이 조직의 배후가 누구인지 정말 모르는 거야?”김서진은 주효영이 정말 모르는 건지 모르는 척하는 건지 의심스러운 듯 쳐다보았다.“조직의 동력이 크고 배후세력이 강해 대항할 수 없다는 걸 알지만...”뒷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녀는 정말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다. 알았다면, 스스로 찾아갔을 것이지 김서진 그들에게 의지할 리가 없다.보스는 주효영에게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원래는 보스의 몸으로 실험을 더 하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보스는 오만방자한 모습을 보였고, 또 그 작은 몸이 뜻밖에도 여러 가지 병이 뒤섞여 있어서 약을 쓰기도 전에 죽어버렸다.물론 안타깝게도 유용한 정보도 못 얻어냈다.‘생각해볼게.”고개를 살짝 끄덕이던 김서진은 이번에는 정말 돌아서려 했다.그러자 주효영은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시간이 너무 길면 안 돼. 오래 끌면 내가 정말 너를 도와 한소은을 구하려고 해도 아마 늦을 거야.”김서진은 주효영의 말을 못 들었는지, 아니면 전혀 개의치 않는지, 걸음을 멈추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 나갔다.김서진이 문을 닫은 후 밖에 서 있는 사람은 뭔가 말하려 했지만 김서진이 흘겨보는 바람에 다시 입을 다물었다.김서진을 따라 이 층에서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