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087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문밖에서 서한은 벽에 기대어 담배에 불을 붙이고 연기를 한 모금 내뿜었다. 이때 방문이 열리며 이영민이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 서한은 담배를 집어 들고 턱으로 방안을 가리키며 물었다.

“가족들과 더 있어야죠?”

서한의 말에 대꾸하지 않고는 이영민은 오히려 되물었다.

“무슨 요구가 있어요?”

“네?”

눈살을 찌푸리며 서한은 궁금해 물었다.

“당신들이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내고 돌려보내는 것은 요구가 있겠죠. 말해보세요.”

사실, 이영민은 그들이 가족을 돌려보내는 것은 분명히 요구 사항이 있을 것을 눈치챘다. 그러나 어떤 요구이든 이영민은 기꺼이 할 것이다. 가족이 평안할 수만 있다면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었다.

“요구 없어요.”

손을 내저으며 서한이 말했다. 이영민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어떻게 그럴 수가!

‘이렇게 큰 은혜를 보답 없이 베풀다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서한은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정말 당신에게 뭘 시킨다면 돌려보내지 않을 거예요. 인질을 손에 쥐는 것이 돌려보내는 것보다 더 믿음이 있죠. 대표님은 그저 돌려보내고 또 안전한 곳으로 데려가라고 지시했을 뿐 당신에게 무엇을 하라고는 하지 않았어요.”

서한의 말이 사실임을 확신하자 이영민은 깜짝 놀라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왜죠?”

“왜냐하면... 다들 처자식이 있어서죠.”

서한은 잠시 후 담뱃재를 털며 말했다. 이영민은 말문이 막혔다.

김서진의 말이 맞다. 모두 아내와 아이가 있고 혈육 지친이 있다. 특히 한소은은 임신한 채로 납치되어 그 느낌을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고통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게도 그 고통을 겪도록 할 수 있을까? 게다가 이영민은 악의가 없이 무고하게 연루되었다. 동병상련의 입장에서 김서진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김서진에게는 한 마디에 불과하지만, 이영민에게는 너무 큰 충격이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납치된 후 그는 협박과 위협에 익숙해져 있었고 아내와 아이들을 구해냈다고 해도 다른 생각을 하지 못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88화

    김서한이 이미 그들의 은신처를 알아냈기에 의사의 존재 가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현재 가장 큰 어려움은 어떻게 그곳에서 사람을 구해내는가에 있다.“어쨌든 고마워요.”이영민은 감개무량하게 말하면서 방안을 돌아보았다. 원미연과 아이들은 케이크를 먹으며 서로의 얼굴에 크림을 발라 주며 즐겁게 웃고 있었다. 고민하는 기색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납치되었기에 놀라움과 상처가 있겠지만 이제 가족이 다시 모이고 혈육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천만에요. 말했지만 모두 가족이 있고 아내와 아이가 있어요. 우리는 당신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어요.”서한은 손을 들어 이영민의 어깨를 툭툭 치고 일어나 담배를 꺼버렸다.“그만 갈게요.”서한이 정말 아무 요구도 하지 않고 떠나는 모습을 보더니 이영민은 급히 그를 불러서 말했다.“대표님이... 아시는지 모르겠어요.”“무슨 일이 있어요?”망설이다가 이영민은 천천히 말했다.“한소은 씨는 이미 아이를 낳았어요.”서한은 어안이 벙벙해졌다.“아니, 아직 출산 예정일이 안 된 것 같은데요?”한소은과 오이연의 출산 예정일이 비슷한 거로 기억했지만 오이연은 아직 출산 기미가 없었다. 그런데 한소은은 벌써 아이를 낳았다니?김서진이 이 소식을 아는지 모르지만 너무나 충격적이었다.“네, 예정일 전에 조산했어요.”이영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서한에게 말했다.“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어요. 오누이 쌍둥이이고 건강해요.”마지막 말에 서한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나 불과 몇 초 사이에 다시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한소은은 이미 아이를 낳았고, 이젠 아이를 포함하여 세 명의 인질이 상대의 손에 있다고 생각되니 더욱 골치가 아팠다.임신부를 구출하기도 쉽지 않겠지만 갓난아기보다는 훨씬 수월했다.‘아, 난이도가 곱절로 커졌어.’“다른 소식은?”서한이 물었다.“없어요.”이영민은 두 손을 흔들었다.“이건 보증할 수 있어요. 제가 몰래 애들을 검사해 봤는데 다 건강해요. 상대방은 경계심이 대단해요. 나 말고도 다른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89화

    임상언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나니 그제야 시원해졌다. 최근 몇 달 동안 그는 떠도는 영혼 같은 나날을 보냈다. 대사관에서 돌아온 오늘까지도 머리는 여전히 멍해 있었다. 처음에는 아들이 잡혀서 당황했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협박당하다가 나중에는 이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어떻게든 아들을 구하려고 애쓰다 보니 아들의 모습을 잊을 지경이었다.보스가 죽었으니 아들과 연결할 수 있는 길이 더는 없게 되었다. 아이가 어디에 있는지 알면서도 뛰어들어 사람을 구해낼 수 없으니 정말 쓸모가 없었다.휴대전화를 켜놓고 아들 사진과 몰래 저장해뒀던 동영상들을 보며 가슴이 찡했다. 옷을 입고 나오자 김서진은 거실에 앉아 있었고 서한은 무언가를 보고하는 듯 서 있었다. 인기척을 듣고 두 사람이 일제히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자 임상언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새로운 소식이 있어요?”김서진은 고개를 살래살래 흔들었다. 아직은 새로운 진전이라고 할 수도 없다.새로운 소식이 없자 마음이 갑갑해진 임상언은 물컵을 들고 돌아서며 말했다.“그럼, 계속 기다리기만 해야 하나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나요?”임상언은 상심해 했다. 예전에 방법을 찾으려고 노력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어쩔 수 없게 되었고 자신이 쓸모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심지어 김서진조차도 더 나은 방법을 찾지 못했다. 김서진과 서한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임상언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는 한소은과 내 아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면서도 별수가 없어요. 심지어 인질을 잡고 있어 욕도 못 해요. 그럼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임상언은 눈살을 찌푸리며 계속해서 말했다.“그들이 이렇게 하는 걸 국가도 알면서 다른 방도가 없나요?”“이건 당신과 나의 사적인 일이 아니에요.”김서진은 입을 열었다.“이 문제는 너무 커요. 당신도 상대방이 누구인지 알잖아요!”“알아요! 그런데 그들은 왜 제 아들을 괴롭히는 거죠? 예전에 투자를 협박하고 일을 시키기 위해서라면 이미 했어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0화

    임상언은 빈정거리며 말했다. 그전에는 김서진을 믿을 수 있었고 그의 목소리를 차분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오늘 대사관에서 일어난 일은 그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또한, 지금의 행동이 아들을 구할 수 있을지 의심이 되었다.“임 대표님, 말을 가려서 하세요!”서한은 참지 못하고 질책했다. 임상언은 화가 치밀어 누구의 말도 듣지 못하고는 서한을 흘겨보았다.“당신은 또 무슨 자격으로 나를 지적해요? 내가 예전에 당신에게 숨긴 것이 있고 미안한 일을 했지만 당신들은 내가 그 안에서 어떤 날들을 보냈는지 전혀 모를 거예요! 한소은을 못 본 지 불과 며칠이지만 난 이미 몇 달째 아들을 못 봤어요. 심지어 살았는지 죽었는지도 몰라요...”임상언은 천천히 주저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꼭 감싸 안고 고통스러워했다.임상언은 임남이 이미 이 세상에 없다고 의심했지만 말이 씨앗이 될까 봐 감히 말하지 못했다.서한은 욕을 몇 마디 하려고 했으나 김서진이 손을 들어서 막았다.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니 일시에 많은 말이 목구멍에 걸려 욕을 할 수가 없었다.사실, 김서진도 슬펐다. 힘들고 고통스러운 데다 스트레스까지 겹쳤기 때문에 심리적 방어선이 무너졌을 뿐이다. 귀에 거슬리는 말이지만 임상언의 심정도 헤아릴 수 있었다. 이렇게 큰 사내가 웅크리고 앉아 흐느끼며 울다가, 모든 감정이 다 풀린 듯 코를 훌쩍이며 일어나더니 힘이 빠진 모습으로 뒤쪽 테이블에 기대어 일어섰다.“죄송해요.”임상언은 고개를 떨구고는 담담하게 말했다.“임 대표님, 우리는 당신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방금 그렇게 말하지 말았어야 했어요. 어떻게 우리 대표님이 조급해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요? 저희 대표님과 사모님의 애정을 설마 모르세요? 우리 대표님이 어떤 사람인지 모르세요?”서한은 못다 한 말을 연거푸 쏟아냈다. 임상언은 고개를 숙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임상언도 자신이 한 말이 매우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고 있고, 더욱이 자신의 말이 사람의 마음을 다치게 한다는 것을 알았지만 방금은 정말 통제할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1화

    “뭐가 시작됐어요?”서한도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리고 달려들어 그의 옷깃을 번쩍 들고 물었다. “말 똑바로 하세요!”놀라서인지 아니면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인지, 임상언은 멍하니 그 자리에서 이 말만 되풀이했다.“임상언, 무슨 말씀이세요?”서한은 참지 못하고 주먹으로 그의 턱을 내려쳤다. 이 한방에 임상언은 완전히 깨어났다. 임상언은 자신의 턱을 감싸고 땅바닥에 주저앉아 눈을 부릅뜨고 서한을 바라보았다. 2초간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김서진을 보더니 문득 일어나 그의 팔을 붙잡았다. “당신은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그들은 한소은을 약으로 사용할 거예요. 한소은의 몸을 용기로 만들려 하니 출산한 후 건강을 회복하면 실험을 진행할 거예요. 당신은 빨리 행동을 취해야 해요!”임상언의 말은 김서진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는 감정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라고요? “약인이라뇨, 용기라뇨! R10은 이미 개발되지 않았어요? 성공했잖아요! 그들이 한소은을 붙잡아 간 것은 한소은이 그들을 도와 R10을 시험해 보고 실험이 확실히 성공적임을 확신시키기 위해서가 아닌가요?”옆에 있던 서한이 다급하게 캐물었다. 그들은 줄곧 한소은을 잡아간 이유가 만일의 실수가 없기를 담보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이런 의도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러나 임상언은 아직 명확하게 말하지 못했고, 그들도 약인과 용기가 무슨 뜻인지 몰랐다.“네, 주효영이 저한테 말했어요. 대충 말하자면 그들은 한소은의 몸을 R10의 약인으로 만들어 R10을 그녀에게 사용하고, 그녀의 몸에서 여과하여 약 효능을 최대로 발휘하게 하자고 했어요. 마지막에는... 대략 이런 의미죠!”임상언은 아직 확실하지 않기에 띄엄띄엄 말했다. 필경 모두 주효영의 말이었다. 주효영은 고의로 신비한 척 거짓말과 진실을 섞어 말했기에 임상언도 그의 말에서 진실성을 판단하기 어려웠다.“몸을 용기로 만들어 몸으로 거른다고요?”김서진은 애써 평온한 얼굴을 유지하였으나 소파를 꽉 잡은 손에는 핏줄이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2화

    “고지호 교수님 쪽은 어떻게 됐어요?”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김서진이 물었다.“고지호 교수님?”임상언은 앞서 자신을 잡아간 장소가 어딘지는 몰랐지만, 그는 총책임자를 고지호 교수님이라고 부르는 것을 들었다.“나를 또 그곳에 보내려고요? 아니, 안 갈래요! 내가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도 아닌데 왜 나를 붙잡아요?”“잡는 게 아니에요!”서한은 김서진을 보며 말했다.“고지호 교수님께서 그쪽도 준비해야 한다고 하셨어요. 아마 하루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니 끝나는 대로 답장을 드릴 겁니다.”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김서진은 말했다.“알겠어요.”“무슨 뜻이에요?”임상언은 두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심호흡하고 나서야 김서진은 임상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임상언, 당신이 매우 급하다는 것을 알지만 나도 마찬가지예요. 지금 한소은과 두 아이가 모두 그들의 손에 있고 게다가 그들은 한소은을 가지고 실험을 하려고 해요.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라도...”순간 김서진은 두 주먹을 꽉 쥐고 눈을 감았다. 그의 이마에는 힘줄이 솟았다.“아니요, 최악의 경우는 없어요! 그들은 모두 무사할 거예요! 하지만, 그 전에...”김서진은 갑자기 두 눈을 뜨고 임상언을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그 전에 우리 모두 냉정해야 해요! 당신이든 나든 당황해서는 안 돼요. 만약 우리 자신이 먼저 당황하면 그들의 함정에 넘어가기 쉬워요!”“지금 이때가 가장 중요한 시기에요! 우리 모두 침착해야 해요! 아시겠어요?”겁을 먹었는지, 아니면 방금 한바탕 울고 난 후 좀 냉정해졌는지 임상언은 차분하게 말했다.“알겠어요...”“죄송해요...”“이 시점에서 누가 옳은지 그른지 더는 논쟁하지 마세요, 아무 의미도 없어요!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가능한 한 빨리 그들을 모두 구출할 방법을 찾는 것이죠!”그러자 임상언의 눈빛은 어두워졌다. 그도 빨리 구출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안타까울 뿐 방법이 없었고 김서진을 원망하였다. 하지만 상대방의 신분을 알고 있기에 정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3화

    새벽에 김서진은 눈을 번쩍 뜨며 악몽에서 깨어났다. 한소은이 떠난 후부터 김서진은 이미 오랫동안 온전한 잠을 자지 못했다. 이 일은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았고 또 말할 수도 없었기에 걱정이 태산과 같았지만 드러내지 못하였고 또 히스테리를 풀 수도 없었다. 한소은을 구하기 위해 항상 냉정함을 유지하고 정신을 차려야 했다. 본래는 많이 안정되었으나 어제 임상언의 말을 들으니 마치 폭탄처럼 그의 마음속에서 터졌다.어젯밤 꿈에서 한소은은 큰 상자, 큰 물독에 갇혀 있으면서 꼼짝도 못 한 채 주사약을 투여받았다. 실험 품이 되다 보니 몸은 빠르게 팽창하고 부식되었다. 그녀의 고통스러운 외침이 귓가에 울리면서 김서진은 잠에서 깨어났다.깨어나 보니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마음속의 공포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받쳐 들고 자신을 진정시키려고 노력했다.‘모든 것이 꿈일 뿐, 사실이 아니야! 소은이는 멀쩡할 거야! 적어도 현재, 아직은 멀쩡할 거야!’한쪽에서는 휴대전화가 진동하여 캐비닛에서 윙윙거리는 소리가 났다. 서한이 걸어온 전화였다.“여보세요?”“대표님, 아침 일찍 이영민 의사 일가족을 모두 보내드렸어요. 지시하신 대로 안전하게 출국시켰어요.”서한이 말했습니다.“네.”김서진은 관자놀이를 주물렀지만, 여전히 어질어질했다. 잠을 설친 데다 악몽까지 겹쳐 머리가 맑지 못한 그는 그저 한마디 대꾸를 하였다.“그리고...”잠시 머뭇거리자 서한은 할 말이 있는 듯했다.“네?”“이영민 의사가 안 갔어요. 대표님을 만나 뵙자고 해요.”머뭇머뭇, 서한이 말했다. 김서진은 관자놀이의 누르며 물었다.“왜요?”“할 말이 더 있다고 했어요.”눈을 뜨고 앞을 바라본 김서진은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어디에 있어요?”“항구에서 그는 가지 않으려고 배에 타지 않았고 혼자 남았어요.”서한도 어쩔 수 없었다. 오늘 그들을 떠나보냈지만 이대로 도망갈 수 없다며 폐를 끼치더라도 반드시 남아서 그들을 도와야 한다고 했다. 이영민을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4화

    김서진은 눈썹을 치켜들고 그를 돌아보았다.“일어나세요!”“은인!”그러자 이영민은 못 들은 듯 머리를 심하게 조아렸다. 김서진은 이영민이 이런 방법을 쓸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김서진은 찻잔에 찻잎을 집어넣으면서 말했다.“아내와 아이의 배는 아직 멀지 가지 않았을 것이니 다시 배를 돌리면 함께 떠날 수 있어요.”이영민은 멍해져서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하자 옆에 있던 서한이 말했다.“빨리 일어나세요.”“네! 네!”이영민은 김서진을 화나게 할까 봐 얼른 일어섰다.“왜 같이 가지 않았어요?”차를 타 가볍게 한 모금 마신 후 김서진은 돌아서서 물었다.“곰곰이 생각해봤어요. 이미 많이 도와주셨기에 이대로 떠나기가 미안했어요. 게다가, 제가 갑자기 실종되면 분명 저를 찾아다닐 거니 당신들에게도 민폐에요. 다른 건 할 수 없지만 당신을 도와 적어도 소식을 전할 수 있어요.”이영민은 진지하게 말했다. 김서진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확실히 이영민은 소식을 전할 수 있고 게다가 순조롭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하지만, 그러면 당신은 위험해요.”이영민은 똑바로 서서 말했다.“나는 두렵지 않아요! 사실 저들이 우리 가족을 데려갈 때부터 나는 죽음을 염두에 두고 있었어요. 당신은 나를 도와 가족을 모두 구출했고 그들은 안전하게 보냈으니 나에게 더는 두려울 것이 없어요! 당신이 이렇게 큰 도움을 주었는데 만약 내가 이대로 가버린다면 양심이 없어요!”이영민은 계속해서 말했다.“오랫동안 의학을 공부했기에 양심은 있어요. 게다가 한소은 씨가 막 출산을 마쳤는데, 이 상황에서 소식을 전하는 사람조차 없다면 생활이 힘들 거예요.”그의 말을 들은 김서진은 급히 물었다.“소은이가 제왕절개 수술을 했으니 요즘 더 큰 수술을 할 수 없죠?”이영민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무슨 더 큰 수술? 당연히 안 되죠! 한소은 씨의 건강은 아직 회복이 필요해요. 지금은 많이 쉬고 몸조리를 해야 하는데, 아쉽네요...”“하지만 안심하세요, 그곳에서 자유가 없는 것 외에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95화

    한소은은 요 며칠 동안 침대에 조용히 누워서 움직이지 않았다. 아이가 올 때 일어나서 안아주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이렇게 누워만 있었다. 건강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갑자기 무엇인가를 깨달았다. 모니터를 들여다보는 여왕의 주름진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저런 모습으로 어떻게 빨리 회복할 수 있겠어? 의사가 많이 걸어서 빨리 회복하라고 당부하지 않았어?”“네, 그래서 이 여자는 교활해요.”프레드는 모니터 화면을 노려보며 험상궂게 말했다.“그럼 어떡해, 좀 더 기다릴 수밖에!”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기침을 몇 번 했다. 그러나 프레드는 반대했다.“아니, 더는 기다릴 수 없어요! 김서진이 벌써 우리를 찾았고 대사관까지 왔어요! 이대로 가다가는 변수가 많아져요. 한소은을 Y 국으로 데려가요, 우리나라에서는 이 모든 것이 쉬워져요!”“하지만 여기서 실험해야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았어? 그렇지 않으면 내가 직접 여기까지 올 필요가 있겠어? 콜록콜록...”기침하면서 여왕이 말했다. 여왕의 안색은 점점 나빠졌고, 사람도 전보다 더 허약해졌다. 사실 그녀 자신도 몸이 나날이 나빠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쨌든 나이가 드니 점점 약해졌다. 전에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는데, 특히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나빠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대로 물러서서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때 프레드가 그녀에게 한 가닥 희망을 주었다. 프레드는 이전에 한 그 연구 실험들이 마침내 성과를 거두었다고 알려주었다!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크기에 다시 젊은 몸으로 연속되어 계속 살 수 있고, 아직 완성하지 못한 사업도 계속할 수 있다!이 소식을 듣고 그녀는 흥분하여 거의 뛸 뻔했지만, 프레드가 두 가지 조건을 제출했다. 하나는 실험이 가장 중요한 단계에 이르렀기에 왕실의 자금 지원이 필요했다. 여왕은 이의가 없이 조심스럽게 자금을 조달하였고 자신의 돈을 보태어 충분하게 마련하였다. 다른 하나는 번거로워도 반드시 직접 H 국에 오

최신 챕터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2화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1화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