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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74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교수님 말이 맞아요!”

한 번 쳐다본 김서진은 휴대전화에 말을 한 뒤 전화를 끊었다.

“차에 태워.”

김서진은 앞사람에게 분부했다.

우글쭈글하고 지저분한 차림을 하여 임상언을 알아보지 못할 정도였다.

차 문이 열리자 임상언은 차 안으로 뛰어들었고, 욕설을 퍼부었다.

“김서진, 너무해요! 난 당신에게 소식을 전하러 온 것이지 범인이 아니에요. 나를 가두다니!”

“날 뭐로 보는 거죠? 시험 품? 그 사람들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내 몸에서 피를 뽑고 실험도 하면서 나를 바이러스로 취급하는가요? 도대체 무슨 짓을 하였어요?”

임상언은 고지호 교수를 몰랐고 그들 역시 자신의 신분을 밝히지 않았다.

X 부서에서 이틀 동안 구박을 받지는 않았지만, 영문도 모른 채 갇혀 있었다는 게 찝찔했다.

그래서 임상언은 풀려나니 가장 먼저 김서진을 찾아가서 화풀이했다.

김서진은 변명하지 않고 그가 욕하도록 내버려 둔 다음 수건을 건네주었다.

임상언은 멍하니 그 수건을 보며 물었다.

“뭐에요?”

“좀 닦아요.”

김서진은 담담하게 말하더니 목을 돌려 뒤쪽을 가리켰다.

“뒤에 제 옷이 있어요. 평소에는 여분으로 둔 옷이에요. 아마 사이즈가 맞을 거예요. 이따가 갈아입으세요.”

“왜? 내가 더럽다고 싫어요?”

임상언은 미간을 찌푸렸다.

“내가 더러운 것은 모두 당신 때문이야! 너무해요! 이젠 알겠죠? 내 몸에는 바이러스가 없어요! 비록 내가 온종일 바이러스와 씨름하지만 난...”

“나 주효영을 잡았어요!”

김서진은 임상언의 말을 끊어버렸다.

“어?”

임상언은 놀래 했다.

“백신 기지를 다녀왔어요.”

“네?”

“더는 주효영과 협력할 필요가 없어요.”

“오...”

짤막하면서도 정보량이 많은 일련의 말들을 단번에 소화할 수 없었던 임상언은 눈을 깜박거리면서 멍청히 김서진을 쳐다보았다. 임상언의 머리는 급속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더는 말을 하지 않자 임상언은 넌지시 물었다.

“지금 어디로 가요?”

“내 와이프와... 당신 아들 구하러 가요.”

임상언을 바라보는 김서진의 눈동자는 평온하기 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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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진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맞아요!”임상언은 말문이 막혔다.속으로는 비난했지만 임상언은 차 뒤쪽으로 가서 차근차근 옷을 갈아입었다.수건으로 자신의 얼굴과 손을 깨끗이 닦은 후 김서진이 준비한 옷을 입으니 한결 밝아졌다.다시 앞으로 다가와서 김서진 옆에 앉앗다. 임상언은 고개를 돌려 그를 쳐다보며 물었다.“이제, 우리가 어디로 가는지 말할 수 있겠지요?”담담하게 임상언을 쳐다본 김서진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대사관!”“대사관?!”임상언은 눈이 휘둥그레져서 잠시 반응을 하지 못했다.“거기서 뭐 해요? 설마 제 아들이 거기에 있어요?”“당신 아들은 거기에 없지만, 그곳에 가야만 아이를 되찾을 수 있어요.”이때가 되자 김서진도 임상언을 속이지 않고 문서 하나를 건네주었다.그 서류는 앞서 오이연이 준 것이다. 한소은의 메일함에 있던 것을 꺼내 인쇄했지만 사실 안에는 단지 편지뿐이었다. 그저 낙관과 편지 내용을 통해 상대방의 신원을 알 수 있었다.임상언은 처음에는 의심스러웠지만 고개를 숙이고 자세히 들여다보더니 미간을 찌푸리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이것은...”“Y 국 왕실 쪽에서 온 초청장이에요. 처음에는 소은이를 초청해서 맞춤 향수를 만들자고 했는데 나중에는 대사관에 초대했고 또...”김서진은 머뭇거리다가 말했다.“연구실도 언급했어요.”Y 국의 왕실의 사람들은 왜 연구실을 알고 있을까? 왜 한소은을 초대했지?처음에 임상언은 자기 아들이 Y 국 왕실의 어딘가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왕실 내부에서 권위가 있는 사람이 이 사건을 모의한 것으로 의심했다.하지만 지금에 와서 보면 단지 어느 한 권력자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세력이 상상보다도 더 크기 때문에 한소은을 대사관에 보내는 것이었다.“그래서 우리가 직접 사람을 구하러 가는 건가요?”임상언은 비록 마음속으로 떨리기는 하였지만 이번 걸음이 아주 순조로울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그렇게 쉽게 사람을 내올 수 있을까? 하물며 그들이 순조롭게 들어갈 수 있을지도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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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상언은 어이가 없어서 눈을 희번덕거렸다.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농담하고 있어?’“그래요. 그럼 커피도 없잖아요!”두 손을 벌리고 텅 빈 탁자를 쳐다보며 임상언은 투덜댔다.임상언은 X 부서에 며칠 동안 있었다가 자유라는 소식을 듣고 쉴 새 없이 달려나왔기에 물 마실 겨를도 없었다. 방금 차에 있을 때 급하게 일을 물어보느라 물 마시는 것을 잊다 보니 목이 바싹 탔다.응접실 가장 구석에 정수기가 보이자 임상언은 일어나 걸어갔다. 자발적으로 일회용 컵을 꺼내 물을 받아 마시면서 김서진에게 물었다.“마시겠어요?”김서진은 끄떡없이 앉아서 팔짱을 끼고 가볍게 고개를 흔들었다.“여기 사람들은 틀을 너무 차리네요. 대사관이라고 해도 우리나라 땅에서 무슨 짓이에요?”임상언은 물을 마시면서 하소연했다.이때 문밖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고 김서진이 고개를 돌리자 문 앞에 두 사람이 나타났다.앞에 있는 남자는 표정이 굳고 눈빛이 어두웠다. 그 남자는 김서진과 임상언을 번갈아 본 후 옆으로 돌아섰다. 이어서 그의 뒤에 있던 남자가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지만 지팡이를 짚은 걸 보니 다리가 좋지 않은 것 같았다.앞에 있는 남자보다 뒤에 있는 남자가 훨씬 상냥해 보였고 얼굴에 웃음까지 머금고 들어와서 연거푸 사과했다.“미안해. 일이 지연돼서 늦었어.”그는 Y 국어도 아니고 중국어도 아닌 엉뚱한 소리를 했다.임상언은 어리둥절해서 하며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 무의식적으로 김서진을 바라보았다.그러나 김서진은 담담한 표정으로 예의 바른 미소를 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이 남자는 그제야 알아차린 듯 Y 국어로 사과했다.“내 버릇 좀 봐. 두 분이 못 알아듣는 걸 잊었어. 두 분이 오늘 무슨 일로 방문했어?”임상언은 목구멍까지 나온 욕설을 참았다.‘시치미는 그만 떼고 빨리 내 아들을 돌려줘!’이곳은 임상언이 마음대로 발설할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증거가 없는데 인정하지 않을 것이야. 관련 인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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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 어서 한소은을 내놔!”계속 화를 억누르다가 프레드가 시인하자 임상언은 즉시 소리를 질렀다.프레드는 임상언을 올려다보고는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무슨 소리야? 미안하지만 못 알아들었어.”“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네. 너...”임상언은 기가 막혔다. ‘이 사람 참 뻔뻔하구나! Y 국 대사관에 이런 사람이 있을 줄 생각지도 못했어!’게다가, 그들은 분명히 임남과 한소은을 납치했는데도 아닌척했다. 그 인간성을 잃은 연구실이 이들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임상언은 달려들어 이 사람의 가면을 찢어버리고 싶었다.김서진은 임상언을 제지한 후에야 프레드를 바라보았다.“당신들의 초청장을 받고 나서 소은은... 한소은은 나의 와이프인데 초대에 응한 후로 돌아오지 않았어. 혹시 일이 복잡해서 아직도 못 끝냈는지 물어보는 거야. 임신 중이라 아무래도 많이 불편할 거야.”그의 정중한 말투는 그럴듯하게 들렸다.초대를 간 와이프가 돌아오지 않았으니 남편으로서 찾아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프레드는 문득 깨달았다.“당신이 한소은 씨의 남편이군. 그런데...”말머리를 돌려 프레드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마지못해 말했다. “한소은 씨는 결코 우리에게 모두 오지 않았어. 아시다시피 여러 통의 요청을 보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아 거절한 줄 알았어.”“아니면, 한소은 씨가 승낙한 거야? 언제의 일이지? 하지만 나는 여기에서 그녀를 본 적도 소식을 받은 적도 없어.”“말도 안 되는 소리!”임상언은 참을 수 없었다.프레드는 차갑게 임상언을 보더니 갑자기 안색이 흐려졌다.프레드의 얼굴이 가라앉는 순간, 바로 옆에 있던 남자가 갑자기 손을 뻗어 임상언을 잡으려 했다. 바로 Y 국의 경호원 윌리엄이었다.윌리엄의 주먹은 마치 날아오는 것처럼 빠르게 보였다.임상언은 멍해졌다. 이내 한 손이 피할 겨를도 없이 코앞에 다가왔다.윌리엄이 임상언에게 달려가는 동시에 김서진도 거의 순간적으로 움직였다. 임상언의 목덜미를 잡으려는 손을 손바닥으로 밀쳐버리고는 이어 발로 옆을 걷어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78화

    김서진은 목을 움직이며 하마터면 잡힐뻔했다고 생각했다.무의식적으로 프레드가 있는 쪽을 쳐다보니 그는 침착하게 앉아 마치 연극을 감상하듯 싸우는 쪽을 바라보았다. 단지 눈을 살짝 가늘게 뜨고 자세히 보았다.몇 번 싸우고 난 후 윌리엄이 또 덤벼들 자 프레드가 입을 열었다.“윌리엄, 그만해. 김 대표는 손님이야.”프레드의 말을 듣고서야 윌리엄은 행동을 멈추고 뒤로 물러섰다.윌리엄은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지만 시선은 줄곧 김서진을 바라볼 뿐, 한 번도 눈을 떼지 않았다.“뜻밖에도 김 대표의 솜씨가 이렇게 좋을 줄은 몰랐어. 귀국은 정말 인재가 많군.”김서진은 옷의 주름을 털며 담담하게 말했다.“프레드 씨 옆에 있는 용감한 용사도 역시 대단해.”“윌리엄은 약간의 권투 솜씨밖에 모르기에 무지한 사람들에게 겁줄 수 있어. 어이구, 웃음거리가 되었어.”프레드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윌리엄을 흘겨보더니 웃으며 말했습니다.폄하되어도 윌리엄은 화를 내지 않았고 무표정한 얼굴로 김서진의 몸에 눈을 고정했다. 마치 김서진이 위험인물인 것처럼 보였다.가볍게 기침을 한 후 프레드는 계속해서 말했다.“김 대표의 마음은 이해되나 한소은 씨는 나에게 온 적이 없어. 나도 한소은 씨와 함께 일할 기회를 얻고 싶어.”“나도 같이 한소은 씨를 찾아볼게. 참, 귀국의 경찰이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니 경찰에 신고하는 건 어때? 당신과 진정기의 관계가 좋으니 나라의 힘에 의지하여 사람을 찾는 것은 틀림없이 어렵지 않을 거야.”프레드는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난 다른 일이 있어서 그만...”손님을 쫓아내겠다는 뜻은 이미 분명하다. 목적을 전혀 달성하지 못한 임상언은 조급해졌다.“그럼 방해하지 않을게.”김서진도 일어나 프레드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아까 한 말이 맞아. 우리나라의 힘으로 사람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아. 따라서 우리나라에서 말썽을 일으키기도 쉽지 않지. 귀국도 이 안정감을 좋아하지?”프레드는 잠시 걸음을 멈추더니 돌아서서 웃으며 말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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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는 보통 장소가 아니기에 우리는 억지로 할 수 없어요. 다른 방법을 생각해야죠.”김서진은 미간을 올리며 담담하게 말했다.“별수 있겠어요. 억지로 할 수도 없으니 국가에서 교섭하게 하면 안될까요?”임상언은 불평을 토로했다.김서진은 눈을 떨어뜨리며 말했다.“아니요, 그럴 수도 없진 않죠.”임상언은 놀라 했다.“네?”그는 더는 말을 하지 않고 침묵을 지켰다.대사관 쪽의 신분은 확실히 까다로웠다. 만약 진정기가 있었다면 훨씬 수월했을지도 모르지만 그 역시 자신이 나설 형편이 아니라며 스스로 해결하라고 했다.하지만 진정기 말고도 사실 대사관에 들어가 떳떳하게 ‘수사’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다만, 먼저 그쪽과 상의해야 했다.원 씨네 가문에서 원철수는 모두에게 진맥한 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살이 많이 빠져서 광대뼈가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지만 정신은 유달리 좋았으며 눈에서 빛이 났다.“철수야, 수고 많았어.” 함송희는 철수의 땀을 닦아주면서 안타까워하며 말했다.“힘들지 않아요. 다 나 때문에 일어났는데 이제 모두 무사하니 시름이 놓여요.”함송희가 주신 컵을 받아 물을 마시면서 원철수는 말했다.“어머니, 저는 이미 가족 모두에게 진맥했어요. 다 괜찮아요. 하지만 할아버지는 연세가 많으셔서 몸이 허약하니 한동안 몸조리를 해야 해요.”“알았어.”함송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이 녀석, 며칠 못 봤는데 많이 말랐구나. 이젠 건강도 좋아졌으니 다시 돌아올래?”그러나 원철수는 단호하게 거절했다.“아니요, 저는 둘째 할아버지한테 배우러 가야 해요. 아직 할 일이 많고 배울 것이 많아요. 나는 이제야 내가 배운 것과 아는 것이 너무 적었다는 것을 알았어요.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무지했어요.”“아들이 발전하려는 것은 좋은 일이야. 모처럼 둘째 삼촌이 가르치려고 하니 막지 말아요.” 원상철이 말했다.“그런데...”함송희도 물론 이 도리를 알고 있었지만 아들과 헤어지는 것이 정말 아쉬웠다.일 년 내내 돌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080화

    “단지...”눈물을 닦으며 함송희는 뭔가 또 생각났다.“요즘엔 각종 바이러스가 있으니 가급적 외출을 자제하고 사람이 많은 곳에는 가지 말라고 했어. 꼭 이 시기에 먼 길을 떠나야 해?”비록 아들이 철이 들어 기쁘지만 그래도 안위가 걱정되었다.“어머니, 지금 가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안정된 후에 떠나요.”원철수는 빙그레 웃으며 손목을 들어 시간을 살펴보았다.“아 참, 시간이 늦었으니 서둘러 돌아가야겠어요.”함송희는 그가 떠나는 것을 보고 급해서 하며 물었다.“이렇게 서두르다니. 곧 식사 준비가 끝나니 밥을 먹고 가!”“안 먹을래요.”원철수는 말을 하면서 밖으로 나갔다. “밥을 먹을 기회가 앞으로 많겠지만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이 많아서 먼저 가볼게요.”“뭐가 그렇게 중요해, 너...”함송희는 무슨 말을 더하려다가 남편에게 끌려갔다. “그만 가게 해줘.”“하지만...”“아들이 커서 철이 든 것은 좋은 일이야. 지금의 철수가 더 좋은 의사처럼 보이지 않아?”아들의 뒷모습을 보며 원상철은 흐뭇한 표정으로 말했다.함송희는 더는 말이 없었지만 마음속으로는 다소 상심했다. 하지만 함송희도 확실히 아들이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원철수는 차를 몰고 곧장 병원으로 향했고 어르신은 저기 있는 한 아가씨가 감염된 것으로 의심되어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사전에 연락했기 때문에 도착하자마자 마중 나오는 사람이 있어 바로 소독을 하고 보호복을 입으며 준비를 했다.소독 절차가 번거롭자 원철수는 손을 내저으며 거절하였다. 그는 가운을 입고 마스크와 안경만 쓰고 안으로 들어갔다.“아, 선생님!”원철수를 접대하는 사람은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낮은 소리로 부르더니 뒤쫓아 갔다.“이건 감염 사례일 거예요. 그러니...”“내가 뭐 하러 왔죠?”원철수는 돌아보며 웃으며 물었다.“선생님은... 병을 치료해주려고 왔어요.”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원철수는 웃었다.“그럼 됐어요.”말을 마친 원철수는 빠른 속도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가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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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고개를 들어 눈물을 참으며 말했다. “한 가지 이상한 게 있어요.”“무슨 일이에요?” 임남을 달래던 임상언이 무심히 되물었다.“로사 왕자는 감금된 것이 아니라 그날 Y국으로 송환되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왜 그동안 로사 왕자와 연락이 닿지 않았던 걸까요?” 소은의 말에 임상언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겠죠. 신호가 나쁘거나 핸드폰을 확인하지 못했을 수도 있고, 로사 왕자가 저희 연락을 거부하고 있을 수도...”두 사람은 잠시 눈을 마주쳤다. 말은 없었지만, 둘 다 이미 답을 얻은 듯했다. 로사 왕자가 그토록 연락을 피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도 나름의 계획을 세우고 있는 건가?...3일 후. 소은은 마지막 침을 놓고 손을 거두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고 여왕을 쳐다보며 말했다. “오늘 시술로 폐하의 다리에 감각이 돌아오실 겁니다. 하지만 일어서는 건 천천히 시도하셔야 합니다. 너무 서두르시면 안 돼요.”소은은 말을 마치고 갑자기 미소를 지었다.“무엇 때문에 웃는 거지?” 여왕은 여전히 자신의 다리를 어루만지며 물었다. 이미 이틀 전부터 약간의 감각이 돌아왔음을 느낀 터라, 소은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소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제가 쓸데없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어서요. 사실 R10 실험을 고집하신다면 결국 폐하께서는 이 몸을 떠나게 되실 텐데, 제가 이 몸에 애쓰는 일이 무슨 의미가 있겠어요?”여왕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계속한 거지?”“어쩌면, 폐하께서 마음을 바꾸실 지도 모르니까요.” 소은은 부드럽게 대답했다. “어쩌면 자신의 몸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이라는 걸 깨닫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든요.”“우리 모두 이 세상에 올 때 두 손은 비어있지만, 이 몸만은 오로지 우리 자신의 것이죠. 몸마저 버리신다면, 그 영혼은 여전히 진짜 자신일 수 있을까요?”“그렇구나.” 여왕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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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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