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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3화

작가: 금야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0-29 19:42:56
한소은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웃기지도 않네, 여기가 네 집에서 하는 거야?”

"너……”

강시유가 목이 메어 화를 내려고 하자, 옆에 있던 로젠이 손을 뻗어 그녀의 앞을 막았다.

"시유 씨, 이 분이 바로 당신이 언급했던 한소은 씨 군요.”

강시유는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한소은 씨, 오일의 레시피에서 재료 하나를 빼고 다른 것은 건드리지 않으면 차이는 크지 않지만 천지 차이입니다.”

로젠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당신은, 조금 잔꾀를 부리는군요.”

한소은은 미간을 찌푸리며 그를 흘겨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당신이 노형원이 구해 온 조수인가요?”

어쩐지 그가 갑자기 서두르지 않았더라니, 소성에서 전해온 소식에 따르면 시원 웨이브 쪽 공장은 이미 정상 궤도에 올라 정상적인 공정 생산을 시작했다.

즉, 오일 레시피에 관한 문제는 그가 이미 해결했다는 것이다.

물론, 시원 웨이브에 있던 기존 사람들은 절대 원인을 찾을 수 없었으니 그는 분명 용병을 찾고 있을 것이었다.

요 며칠 동안 그녀는 여기에 계속 있었기에 노형원이 용병을 찾는 일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는데, 오늘 뜻밖에도 이렇게 만나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로젠이 어떤 사람인지는 잘 모르지만 어젯밤 주최 측의 예우와 자신의 오일 레시피에 대해 말을 정확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은 그가 실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만 이런 사람이 왜 노형원을 도와주고 있는 거지?

그의 비아냥거림에 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였다.

"칭찬해 주셔서 감사하네요.”

그녀는 입씨름할 생각은 전혀 없었고 그들과 여기서 말다툼할 생각은 없지만, 강시유는 가만히 있을 사람이 아니었다.

특히 소성에서 비행기를 타고 일등석에서 그녀를 본 이후로 한소은은 그녀의 길을 단단히 막았다고 할 수 있었고, 지금은 모처럼 자신이 우위를 점했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기회를 틈타 그녀를 두 번 제대로 밟지 않을 수 있겠는가.

"너 너무 어리석은 것 아니니!”

강시유는 한소은의 소매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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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건......아무래도 안 될 것 같아요."오윤은 거절하며 말했다."당신도 이 식물울 키우는 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죠, 우리는 많은 심혈을 기울였어요.  게다가 원래 수량이 많지 않고, 당신들이 대량으로 사용하기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대량은 필요 없고, 여기 현재 있는 것 중에 절반만 있으면 돼요."한소은은 한 바퀴 돌아보더니 이내 다시 말을 이어갔다."가지고 계신 절반만 주세요. 하지만 나머지 절반도 갖고 싶지만 일단 가져가지 않고 여기에 맡길게요, 오윤 씨가 잘 돌봐줘요, 다른 사람에게 팔면 안 됩니다?""미안하지만 그럴 수는 없네요."오윤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여전히 거절했다."얼마인지만 말씀해 보세요."옆에 있던 조현아가 말을 꺼냈는데, 한소은이 이렇게 고집하는 걸 보고 분명 쓸모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그리고 접목된 자단은 보기 힘들고 전부 가져가게 된다면 매우 유용할 것 같지만 가격은 분명 꽤 나갈 것이다."돈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심혈을 기울였는데, 아직 완전히 성공한 것도 아니고 시도 중이라서......""얼마든지 시도해 보세요, 제가 다 가질게요. 돈은 전부 드릴 수 있으니 남은 절반으로 과감하게 시도해 보세요, 전 절대 따지지 않을 겁니다."이 조건은 정말 매력적이었고, 오윤도 역시 망설였다."그럼......제가 물어볼게요."혼자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조현아도 약간 망설였다.한소은의 조건은 정말 전례가 없었고, 이 자단들은 결코 싸지 않았고, 게다가 품종이 특이하며 가격도 아직 논의되지 않았기에 가격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했다. 하지만 한소은은 바로 계약을 하겠다고 하며 상대방이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들에게 매우 불리했다. "한소은 씨."오윤이 돌아서서 전화를 하는 틈을 타 조현아는 그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좋지 않을까요, 우리가 꼭 그렇게 많이 필요해요? 아직 시도하지 않은 것은 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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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아요."한소은은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승낙했다."소은 씨, 좀 더 생각해 봅시다."팀장으로서 그녀는 자신의 부하들에게 상기시킬 필요가 있다고 느꼈지만, 한소은은 너무나도 자신만만하고 심지어 자신의 월급이 저당잡히는 것도 마다하지 않았으니 그녀는 정말 억지로 거절할 수 없었다."정 조건이 안 맞으신다면 제가 개인적으로, 제 개인 돈을 주고 살 수 있어요."비록 그녀는 지금 수중에 돈이 얼마 없지만, 누군가를 찾아가서 먼저 좀 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 그래요."말이 이렇게 나온 이상 조현아도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하며 고개를 돌려 오윤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은 우리에게 정말 최고의 것을 주도록 확실히 해야 해요, 안 좋은 물건으로 눈속임을 하시면 안 됩니다.""안심하세요, 우리가 이렇게 하지 않을 것은 고사하고, 할 마음이 있다 하더라도, 좋지 않은 것은 찾을 수 없을 겁니다."어쨌든 이 물건은 너무 특수해서 조잡한 물건을 좋은 물건이라고 속여도, 조잡한 물건을 먼저 키우는 것이 문제였다."그럼 최고죠."계약금을 지불한 뒤 그들은 꽃밭 기지를 떠났고, 입구에서 차에 탔을 때 같은 색깔의 차가 옆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았다.그쪽을 흘끗 쳐다보며 문을 열고 차에 올라타려 했을 때, 강시유도 로젠의 팔짱을 끼며 안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다."한소은 씨 차에 타고 문을 닫아요, 개가 오네요."조현아는 이미 차 안에 타서 그녀를 향해 말했다."......"조현아가 이렇게 유머러스한 걸 왜 그전에는 몰랐을까?강시유도 당연히 그녀를 보았는데, 그녀가 타고 있는 것도 랭글러인 것을 언뜻 보았을 때, 그녀는 경멸의 눈초리로 한소은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그러나 운전자는 차를 빨리 움직였고, 곧 주차장을 떠났기에 정면충돌은 일어나지 않았다. 조현아는 뒤를 돌아보았고, 그 여자가 여전히 그들의 차를 죽어라 쳐다보고 있는 것을 보고 마치 하늘을 찌르는 듯한 원망을 느꼈다.그는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한소은 씨, 도대체 저 여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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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소은의 차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본 강시유는 비로소 시선을 돌려 로젠의 팔을 잡아끌며 말했다."약속해 줘요, 내가 원하는 걸 줄 거라고.""무슨 일이죠?"로젠은 그녀의 뺨을 툭 치고 웃으며 물었다."난 한소은이 패가망신해서 영원히 고개를 들 수 없게 만들고 싶어요!"비록 차가 이미 자취를 감췄지만, 그녀는 원망스럽게 먼 곳을 바라보았다.그녀의 시선을 따라 바라본 로젠은 웃으며 말했다."저는 당신들이 동창이라고 들었는데요.""맞아요, 하지만 난 그녀가 싫어요. 누구보다 싫어."로젠 앞에서 그녀는 자신의 감정과 태도를 숨기지 않았다."왜죠?""학교 다닐 때 제 재능도 뛰어났지만 조교는 항상 한소은만 좋아했어요. 똑같은 대회이 참가해도 한소은은 매번 날 이겼고, 연애마저도......"말을 잠시 멈추더니, 다시 이어갔다."한소은이 있는 한 난 영원히 빛을 발하지 못할 것 같고 걔가 항상 내 머리 위에 있을 것만 같아요.""당신도 봤잖아요, 이번에 우리가 진해에 왔을 때 하필이면 한소은을 만났고, 게다가 걔도 일등석을 타고 호화로운 차가 마중을 나왔어요. 분명 소송 문제로 평판도 안 좋은데 왜 하늘 아래 모든 사람이 다 한소은한테 잘해 주는 거죠!"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이건 정말 불공평해!"로젠은 눈을 돌려 옅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어깨에 손을 얹고 어깨를 가볍게 비볐다."그녀는 아마도 운이 조금 좋았을 뿐일 거예요. 하지만 당신의 운도 그렇게 나쁘지 않은걸요, 당신은 날 만났잖아요?"그의 이 말을 듣고서야 강시유는 마음이 좀 편해져서 그의 품에 안겼다."당신이 말한 거예요, 그럼 나를 꼭 도와줘야 해요!""당신이 나를 만족시켜 준다면, 나도 당신을 만족시켜 주겠다고 말했잖아요."그는 그녀의 머리카락에 키스하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응."강시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순하게 말했다.로젠은 차를 천천히 몰았고, 한참을 달려 끝없는 논길에 다다랐고 도시 건물은 보이지 않았다."이렇게 멀었나."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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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은은 조용히 몸을 일으키며 여왕을 쳐다보았다. “물론이죠.” 소은은 담담하게 답했다. 그 대답에는 원망이나 비난의 기색은 전혀 없었다.“그렇다면... 조금 아쉽네.” 여왕은 생각에 잠긴 듯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입니다. 세상 모든 일은 균형을 맞추려 하죠. R10이 폐하께서 이루고자 하는 꿈이라면, 저는 그것을 막을 수 없어요. 다만, 그때가 되어 성공하든 실패하든, 저는 그 모습을 보지 못할 테니 부디 후회하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소은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문 밖으로 나갔다.릭은 여전히 문 앞에서 대기 중이었다. 그녀와 여왕의 대화가 거의 다 들렸던 듯, 둘의 시선이 잠시 교차했다. 소은이 그를 지나쳐 나가자, 릭은 곧장 방으로 들어갔다.“여왕 폐하.” 릭은 여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다리에 꽂힌 은침을 보자 릭의 눈빛이 굳어졌다. “이건...”“괜찮아. 곧 소은이가 와서 침을 빼줄 거야.” 여왕은 무심하게 손을 흔들며 말했다.릭은 여전히 불안한 눈빛으로 말했다. “폐하께서 너무 방심하시는 것 아닙니까? 만약 한소은이 폐하께...”“그럴 리 없다.” 여왕은 단호히 그의 말을 잘랐다.릭은 당황한 얼굴로 물었다. “설마 그 여자를 믿으시는 겁니까?”여왕은 대답 대신 잠시 침묵을 지켰다. 그녀도 릭의 질문이 아니었다면 자신이 소은을 믿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오랜 세월 누구도 쉽게 믿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그녀는 소은을 의심하지 않았다. 심지어 은침에 독이 묻어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제가 가서 잡아오도록 하죠.”여왕이 생각에 잠기자 릭은 바로 뒤돌아섰다.“거기 서!”여왕은 결연히 말했다. “난 믿어.”릭은 한참을 침묵하며 여왕의 결정을 받아들였다....임상언은 아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비록 아들을 구하려는 결심을 굳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희망이 사라지는 듯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50화

    소은은 허리춤에서 허리띠처럼 생긴 물건을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풀어내며, 그 안에 숨겨진 가느다란 은침을 꺼냈다.“이건...” 여왕은 깜짝 놀라며 소은을 쳐다봤다. 소은이가 은침을 항상 가지고 다닐 줄은 상상도 못 했던 것이다.“말해봐, 네 요구가 뭐지?” 여왕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가다듬으려 애썼다. 너무 무리한 요구라면 거절하면 그만이다. 여왕은 절대 소은에게 휘둘리지 않겠다고 다짐했다.소은은 차분하게 말했다. “제가 여기서 나올 수 있었던 건 로사 왕자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왕자님을 책망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그게 다야?” 여왕은 의아해하며 물었다. 소은이 여기까지 와서 자신과 조건을 따지는데, 결국 요구한 게 단지 로사를 처벌하지 말라는 거라니. 자신이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로사는 내 아들이다. 내가 정말 내 아들에게 손을 댈 리는 없지. 괜히 기회를 헛되게 쓴 건 아닌가?” 여왕은 고개를 저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전 폐하께서 정말 로사 왕자님께 처벌을 내리시지 않을지 장담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왕자 폐하께서 저를 구해준 건 사실이기에 저도 왕자 폐하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소은은 조용히 말했다. “게다가 지금 왕자 폐하를 감금하시고 자유를 제한하고 계시지 않나요?”여왕은 의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아니야. 난 단지 로사를 Y국으로 돌려보냈을 뿐이야.”“로사가 여기서 내 일을 여러모로 방해하긴 했지만, 우리 모자 사이가 더 악화되기를 바라지 않았다. 국내에서도 로사가 필요하니 Y국으로 돌려보낸 것뿐이다.” 여왕은 담담하게 말했다.“그런데 왜 왕자 폐하의 전화가 연결되지 않죠?” 소은은 잠시 멈칫했다. 단지 귀국했다면 국제전화를 받을 수 있을 텐데, 연락이 닿지 않았기에 여왕이 로사를 가둬놓았다고 오해할 수밖에 없었다.여왕은 깊은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나도 잘 모르겠군. 그날 내가 화가 났던 건 사실이지만, 곧바로 Y국으로 돌아가도록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9화

    “삼일이면 됩니다.” 소은은 여왕을 쳐다보며 작은 소리로 말했다.“삼일? 고작 삼일?” 여왕의 눈에는 믿기지 않는 놀라움이 서렸다. 그녀는 적어도 몇 달, 아니 최소한 몇 년은 걸릴 줄 알았다. 그러나 고작 삼일이라니, 그녀로서는 상상도 못 한 시간이었다.삼일쯤이야. 십 수년을 이렇게 버텨왔는데, 삼일쯤 더 기다린다고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삼일 안에 정말 나아질 수 있는 건가? 내가 정말 다시 일어서서 걸을 수 있는 건가?” 여왕은 두 손으로 자신의 다리를 힘껏 눌렀지만 여전히 아무런 감각이 없었다. 그녀는 소은의 말을 쉽게 믿을 수가 없었다. 이 다리가 감각을 잃은지 너무 오래되어 치료할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여왕은 여러 나라의 명의를 찾아 다녔지만, 그들은 단지 병의 악화를 늦출 수 있을 뿐 다리를 완전히 회복시키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었다. 그러나 지금 소은은 그녀 앞에 서서 확신에 찬 얼굴로 가능하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는 속으로 자신도 모르게 그 말을 믿고 싶어졌다.“이전처럼 완벽하게 걸을 수 있을 거라고 장담할 순 없어요. 너무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아서 근육이 많이 위축됐거든요. 하지만 서서히 일어나서 조금씩 회복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소은은 진지한 어조로 답했다.여왕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정도라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젊었을 때처럼 완전히 회복되는 것을 기대하지 않았다. 그러나 만약 휠체어와 지팡이 없이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 그 자체로도 그녀에겐 더할 나위 없는 희망이었다.“좋아. 삼일, 기다리겠네. 필요한 게 있나?” 여왕은 기분이 좋아져 말을 한층 부드럽게 했다.“임남...” 소은이 말을 꺼내자마자 여왕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는 곧바로 고개를 저으며 거절했다. “그건 안 돼. 그런 요구는 하지 마라.”“제가 말한 건 임남을 바로 풀어달라는 게 아닙니다. 그냥... 그 아이가 괜찮은지 알고 싶고, 가능하다면 아버지와 한 번 만날 기회를 주시면 좋겠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8화

    “이 실험을 결정할 수 있는 사람은 저와 프레드 뿐이기 때문입니다.” 소은은 잠시 생각하다가 덧붙였다. “아니면 주효정을 믿으실 건가요?”“나는... 아무도 믿지 않아.” 여왕은 얼굴을 차갑게 굳히며 휠체어를 돌렸다.“여왕 폐하께서 이 실험에 집착하고 계시는 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인가요? 세상을 둘러보고 싶다거나, 짐을 내려놓고 잠시 쉬고 싶은 마음은 전혀 없으신가요? 수십 년간 왕좌에 오르셨지만, 정말로 아직도 그 삶이 좋으신가요? 언제나 긴장하며 위태로운 자리를 견디는 고단한 나날, 정말 아직도 벗어나고 싶지 않으신가요?” 소은은 여왕의 등을 쳐다보며 부드럽게 물었다.여왕은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무릎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살짝 떨구었다. 그녀는 시선을 다리로 내리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상을 둘러본다? 나는... 걷는 게 어떤 느낌인지도 잊어버렸어.”여왕은 오랜 세월 동안 다리를 쓰지 않았고, 처음에는 억지로라도 일어설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상태는 악화되었고 이제는 아예 휠체어 없이는 움직일 수 없게 되었다. 그녀는 휠체어에 익숙해졌다고 생각했지만, 소은이 ‘세상을 둘러보라’는 말을 꺼내자 가슴이 아팠다.“만약... 폐하께서 다시 일어설 수 있다면요? 제가 다시 걷게 해드린다면요?” 소은은 조용히 여왕의 뒤에 서서 말했다.여왕은 잠시 멈칫하더니,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며 휠체어를 돌려 소은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정말이냐?” 여왕의 눈에는 억누를 수 없는 희망과 깊은 의심이 뒤섞여 있었다.소은은 대답 대신 그녀의 시선을 천천히 여왕의 다리로 내리고, 천천히 다가가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여왕의 무릎 위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여왕은 살짝 몸을 떨었다. 사실, 그녀의 다리는 거의 완전히 감각을 잃은 상태라서 소은의 손길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아마도 너무나 간절히 다시 일어서고 싶기 때문이었을 것이다.소은은 아무 말 없이 여왕의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7화

    “맞아요, 임남 때문이기도 하지만, 폐하 때문이기도 합니다.” 소은은 주저하지 않고 대답했다. “제가 정말로 떠나버렸다면, 가장 초조해지는 사람은 사실 여왕 폐하 아닐까요?”여왕은 코웃음을 치며 차갑게 말했다. “내가 초조해질 이유가 뭐지? 어차피 내 손엔 네 약점이 있잖아. 너를 다시 잡아오는 것도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고.”“약점이요? 임남 말씀이신가요?” 소은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잊지 마세요, 임남이는 제 아들이 아닙니다. 저에게는 제 친자식이 셋이나 있어요. 만약 제가 마음을 단단히 먹고 임남을 포기해 제 아이들을 지키려 한다면, 그 약점이 과연 제게 약점이 맞을까요?”여왕이 입을 열기도 전에 소은은 다시 말을 이었다. “게다가, 그 아이에겐 목숨을 걸고서라도 구하려는 아버지가 있습니다. 만약 임상언이 폐하께 끝까지 맞서기로 결심한다면...” “폐하께서야 높은 자리에 있으니 이런 평범한 상인을 하찮게 여기실 수 있지만, 임상언 씨가 단순한 상인이 아니라는 걸 잊으시면 안 됩니다. 임상언 씨의 사업은 세계 곳곳에 뻗어 있어요. 임상언 씨가 목숨을 걸 각오가 되어 있다면 그 어떤 일도 할 수 있겠죠. 혹시라도 바깥에 소문이 퍼져 폐하와 Y국의 명망이 손상된다면, 곤란하지 않겠습니까?”“너...” 여왕은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반박할 말이 당장 떠오르지 않았다.여왕이 화가 난 것을 보고, 소은은 한결 차분하게 말을 이어갔다. “화내지 마세요. 제가 돌아온 건 폐하를 자극하려는 게 아닙니다. 함께 최선의 방향을 찾고자 돌아온 거예요. 사실 폐하께서 H국에 오신 일이 밝혀진 건 아니지만, 꽤 오랜 시간 H국에 머물고 계셨습니다. 정말로 H국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세요?”여왕은 말없이 그녀를 쳐다보았다. “지금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 폐하의 체면을 살려드린 겁니다. 그러나 폐하께서 이곳에서 계속 머무르시며 혹여 무리수를 두신다면, 얼마나 더 체류하실 수 있을까요? Y국도 계속해서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6화

    릭은 잠시 침묵을 지켰다. 여왕은 모니터에서 시선을 돌리며 담담히 말했다. “소은을 데려와. 어디 한번 무슨 변명을 할지 들어보자. 또 어떤 이야기를 꾸며낼지 궁금하네.” 여왕은 휠체어를 살짝 돌려 더 이상 모니터를 보지 않았다.“여왕 폐하?” 릭은 망설이다가 말했다. “한소은이 거짓말을 할 걸 아시면서도 굳이 왜...” 그러나 여왕은 그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단호히 말했다. “듣고 싶어!” 이 한마디에 릭은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 그는 곧장 소은이 있는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소은이 정말로 잠이 들려고 하던 순간, 문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그녀는 곧바로 정신을 차리고 눈을 떴다. 눈을 뜨는 순간, 문이 열리면서 릭이 문 앞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굳어 있었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여왕께서 한소은 씨를 만나고 싶어 하십니다.” 소은은 차분한 표정으로 릭을 쳐다보았다. 마치 모든 상황을 예견한 듯 고요하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와 동시에 임상언은 소은보다 먼저 일어나 문으로 향했다. 그러나 그가 문에 도착하자마자 릭이 손을 들어 그의 앞을 막았다. “그쪽은 남아 계시죠.” “뭐? 우리 둘은 같이 온 거야!” 임상언은 소은을 돌아보며 그녀에게 눈짓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릭은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여왕 폐하께서 그쪽을 부르지 않았으니 여기 남으시죠.” 릭은 더 이상 임상언에게 말을 할 기회조차 주지 않았다.소은은 임상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부드럽게 말했다. “절 기다리고 있어요.” 임상언은 마음이 편치 않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다스리며 그녀가 릭과 함께 방을 나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조심해요.” 임상언은 소은을 향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소은은 미소를 지어 그에게 답했고, 릭을 따라 여왕의 방으로 향했다. 익숙한 길을 따라 걷는 그녀는 곧 여왕의 방에 도착했다. 릭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여왕 폐하, 데려왔습니다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5화

    소은이 임상언을 데리고 대사관에 도착하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한 사람이 서둘러 소식을 알리러 가더니, 이내 주변 구석구석에서 누군가가 몰래 그들을 엿보는 기척이 느껴졌다. 곧이어, 소은이 잘 알고 있는 여왕의 측근 몇 명이 경계 어린 눈빛으로 다가와 그들을 안으로 안내했다.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그들은 소은과 임상언의 몸을 샅샅이 검사하며 위험 물품을 소지하지 않았는지 확인했다. 철저한 검사가 끝난 후에야 비로소 경계가 풀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여왕을 만나지 못했고, 한적하고 깊숙한 방에 대기하도록 배정받았다. 오랜만에 돌아온 이곳은 소은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다. 익숙한 것은 이 장소였지만, 낯선 것은 지금의 마음가짐이었다. 예전에는 이곳이 싫고 불쾌하기만 했으며, 하루빨리 벗어나고 싶은 장소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임무와 사명을 가지고 돌아왔고, 그녀의 목표는 단순히 여기를 떠나는 것이 아닌, 중요한 일을 완수하고 무사히 돌아가는 것이었다.반면, 임상언은 눈에 띄게 불안해 보였다. 그는 두 손을 맞잡고 무릎 위에 놓은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다리를 가볍게 떨고 있었다. 소은은 그의 초조함을 이해할 수 있었다. 임남을 생각하면 마음이 몹시 불안하고 조급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여기까지 왔으니 임남을 반드시 볼 수 있을 거예요. 그러니 긴장 좀 풀어요.” 소은이 작은 소리로 말했다. 임상언은 그녀를 보며 고개를 끄덕이고, 발을 땅에 꾹 눌러 다리를 멈췄다. 겉으로는 조금 안정된 듯 보였지만, 그의 얼굴은 여전히 긴장감이 가득했고 미세하게 떨리는 얼굴 근육이 그의 불안한 마음을 보여주었다. 마음을 진정시키는 게 말처럼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소은은 더 이상 말을 꺼내지 않았다.두 사람은 한참을 기다렸지만, 여왕을 만나러 오라는 사람은커녕 상황을 확인하러 오는 사람조차 없었다. 긴장했던 임상언은 결국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대체 무슨 의도인 거죠? 왜 아직

  • 대표님의 아내로 간택당했다   제2444화

    “제발 부탁이에요. 안에서는 소은 씨 말만 따를게요. 소은 씨가 시키는 대로 다 할 테니까, 제발 절 데려가 주시면 안 돼요?” 임상언은 진심 어린 목소리로 소은에게 간청했다. 자존심은 이미 버린 지 오래였다. 아들을 만나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 그를 이 지경까지 이르게 했다. 소은이 반드시 돌아가겠다고 결심한 순간, 임상언은 이미 마음을 굳혔다. 자신이 함께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같이 가면 의심을 받거나 제지를 당할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전 아니에요.” 임상언은 계속 설득을 이어갔다. “임남이 그 안에 있다는 걸 모두 알고 있잖아요. 제가 아들을 만나고 구하려고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그리고 아들을 위해서 제 목숨을 바치는 것도 이해될 수 있는 일이죠. 그러니 제가 가는 게 가장 올바른 선택이에요.” 긴 침묵 끝에, 소은이 입을 열었다. “임상언 씨 말이 맞아요. 전 동의합니다.” 소은은 말을 마치고 서진에게 시선을 돌렸다. 서진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저도 동의합니다.” 원청현은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나도 동의하지.” 잠시 침묵하던 진정기 역시 마침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동의합니다.” 마지막으로 원철수는 주변을 둘러보며 한숨을 내쉬고 손을 펼쳤다. “모두 동의했는데 내가 뭐라고 반대하겠어. 나도 찬성이야.” 사실 원철수의 의견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임상언에게 지지를 표현하는 의미였다. 임상언은 눈시울이 붉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들 고마워요.” “이게 뭔 감사할 일이라고. 어쨌든 안에 들어가면 절대 신중해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네 입으로 한 말 반드시 지켜!” 원철수는 그의 결심을 칭찬하면서도 걱정스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원철수는 속으로 임상언의 결단에 감탄했다. 한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는 분명 최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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