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소율은 줄곧 짝사랑이었다.소율은 냉랭하게 말했다."과외 샘으로서의 본분을 주의해요. 주인과 거리를 두라고요. 당신이 생각하지 말아야 할 것은 생각하지 마요. 구택 씨는 절대로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니까요."소희가 물었다. "그럼 당신을 좋아하는 건가요?"소율의 눈빛에는 슬픔이 스쳤다. 그녀는 냉정하게 말했다."아니요,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요."소희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소율도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것이었다.소율은 계속 말했다."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지만 마찬가지로 당신을 좋아하지 않을 거예요. 그가 좋아하는 사람은……""소희 선생님."하인은 갑자기 소율의 말을 끊으며 공손하게 말했다."둘째 도련님이 소희 선생님이 단 음식을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주방에서 케이크를 만들었는데 소희 선생님은 어떤 케이크가 드시고 싶으세요?"소율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초콜릿 무스면 돼요. 고마워요.""네." 하인이 공손하게 대답했다.소희는 소율을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와 어깨를 스치며 화장실을 떠났다.소율은 소희의 뒷모습을 차갑게 쳐다보며 마음속의 증오가 더욱 짙어졌다.전에 그녀가 진 이유는 그 여자보다 못하기 때문이었지만, 지금 그녀는 절대로 과외나 하는 가난한 학생에게 질 수 없을 것이다!식사할 때 하인은 소희에게 5인분 정도 하는 케이크를 가져왔다.소희는 유민이 케이크를 쳐다보길래 그에게 물었다."절반 줄까?"유민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여자들만 이런 거 좋아할걸요."소율은 우아하게 나이프와 포크로 치즈 연어를 먹고 있었다. 유민의 말을 듣자 그녀는 가볍게 웃었다."유민아, 모든 여자들이 다 케이크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야. 세상 물정 모르는 여자들만이 그런 거 좋아하는 거라고. 왜냐하면 그들은 진정하게 맛 좋은 것을 먹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케이크만 먹으면 행복해하거든."말을 마치자 그녀는 소희를 향해 웃었다."사실을 말하는 거지 소희 씨를 말하는 게 아니에요. 신경 쓰지 마요."소희
소희는 이미 현관에 가서 신발을 갈아 신으며 몸을 돌려 인사를 했다."구택 씨, 먼저 갈게요. 유민아, 다음에 보자."유민은 소희가 문을 나서는 것을 지켜보고는 고개를 돌려 입을 뗐다."둘째 삼촌, 우리 아빠 생일이라서 선물 좀 골라 봤어요. 삼촌한테 먼저 보여주고 싶어요."구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너 먼저 올라가. 이따가 내가 찾으러 갈게.""빨리 와요!" 유민은 소율을 한번 흘기더니 위층으로 올라갔다.구택은 거실로 가서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도대체 무슨 일이야?"소율은 눈썹을 찌푸리며 말했다."구택 씨, 넌 소희 씨가 유민이랑 너무 가깝게 지낸다고 생각하지 않아?"구택은 소파에 앉아 표정이 싸늘했다."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야?""물론이지!" 소율은 그의 맞은편에 앉아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우리 셋째 삼촌이 전에 청한 과외 샘이 일부러 한예를 끌어들여서 가족들과 다투며 그녀의 월급을 올려주라고 그렇게 떼를 썼잖아. 결국 우리 셋째 삼촌한테 해고당했어. 그리고 일반 정규 과외 회사에도 규정이 있어. 주인집 아이와 너무 가까이하지 못하게 말이야. 모두 이유가 있는 거라고!"구택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소희 씨는 분수를 아는 사람이에요."소율은 코웃음쳤다."유민이가 그녀 편을 되게 들더라. 두 사람도 그녀의 단순한 외모에 속지 마. 내가 보기에 그녀는 그렇게 간단한 사람이 아니야!"구택은 눈빛이 어두워졌다."너랑 무슨 상관인데?"소율은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리며 차가운 목소리로 스스로 비웃었다."그래, 나랑 상관없지. 나도 그냥 일방적으로 이러는 것뿐이고! 너 설마 그 여학생을 좋아하니? 그럼 구은서는 어떡하고?"구택의 안색은 점점 차가워졌고 눈빛은 빙설로 뒤덮인 듯 싸늘하며 의미심장했다. 그는 일어나서 소율을 차갑게 쳐다보았다."너무 한가하면 길거리에 가서 쓰레기라도 주워. 네가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앞으로 내 허락 없인 내 집에 오지 마!"말을 마치고 그는 몸을 돌려
"응, 생긴 것도 예쁘고 성격도 좋아서 네가 쟤 남자친구 뺏으려면 난도가 좀 있을 거야."하나가 갑자기 분석했다.소희는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너 대체 머릿속에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하나는 헤헤 웃었다."네 생각!"소희는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난 너한테 관심 없는데.""누구한테 관심 있는데? 주민?" 하나는 농담하며 쫓아왔다."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내가 대신 알아봐 줄게. 주민이라는 사람이 어떤지."소희는 거절하려고 했지만 문득 좋은 생각이라 느끼며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래."하나는 놀라며 말했다."너 정말 걔 좋아하는 거야?"소희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네가 똑똑히 알아봐 주면 그때 내가 알려줄게."하나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소희가 일부러 그녀를 애태우는 것에 대해 화가 났다.밤.구택이 어정에 돌아왔을 때 이미 밤 11시였다. 그는 소희가 이미 잠든 줄 알았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자 거실 텔레비전이 켜져 있는 것을 보았다.그가 다가갔을 때 마침 머리가 절반인 사람이 여주인공의 침대 밑에서 밖으로 머리를 내밀었고 남은 한쪽 눈은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시원이 오늘 저녁 국내로 돌아왔기에 두 사람은 술을 좀 마셨다. 그는 방금까지만 해도 괜찮았지만 지금은 술기운이 이따금 솟구쳤다.그는 소희의 뒤로 가서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무슨 영화 보는 거죠?"소희는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그녀는 입가에 딸기잼이 조금 묻은 채 그를 멍하니 쳐다보며 한참이 지나서야 입을 열었다."언제 돌아왔어요?"구택은 할 말을 잃었다."......"그는 손을 들어 눈썹을 살짝 만지며 담담하게 말했다."나 먼저 샤워하러 갈게요.""그래요!" 소희는 대답을 하고는 계속 영화를 보았다.영화 후반부에 이르렀을 때 구택은 안방에서 나와 천천히 소희의 곁으로 가서 앉고 소파에 기대어 소희와 함께 영화를 보았다.소희는 남자를 한 번 보았다. 그는 나른하게 소파에 기대어 있는 것을 보았다. 몇 가닥의 약간 젖은 검
소희는 바로 눈을 감으며 속눈썹을 살짝 떨었다.남자의 차가운 입술이 그녀의 미간을 따라 그녀의 연분홍색 입술에 한참 머물고서야 그는 그녀를 다리에 안고 짙게 키스했다.그는 그녀의 입술 깊숙한 곳의 딸기맛을 맛보았고 소희는 술의 향기를 빨아들였다. 독하고 진한 술은 사람을 매혹시켰다.의식이 모호해질 때 소희는 갑자기 오늘 소율이 임 씨네 집에서 못다 한 말이 생각났다. 구택 마음속에 있는 그 사람은 누구 일가?그처럼 모든 것을 가진 남자도 가질 수 없는 사람이 있단 말인가?갑자기 소희는 혀끝이 아팠다. 남자는 그녀가 지금 집중하지 않는 것을 보고 일부러 그녀를 깨물며 벌을 줬다.소희는 남자의 목을 두 팔로 감으며 비위를 맞추는 듯 그의 응답을 기다렸다.이 밤, 구택은 유난히 부드러웠다. 가끔 참지 못하고 그녀를 거칠게 대했어도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달래주는 말을 많이 했다.영화는 이미 끝났다. 초여름의 부드러운 바람은 반쯤 열린 창문으로 불어들어오며 커튼을 살짝 날렸고 소희의 부드러운 검은 머릿결을 불며 어두운 밤 속에 흩날리게 했다.무더운 날씨에 갑자기 가장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은 것 같았다. 상큼한 느낌이 입술 사이로 번져 목을 따라 내려가며 쾌감이 몸에서 서서히 퍼져갔다.......월요일, 강성대 의과 부속병원.VIP 병실 안, 우청아는 소파에 앉아 책을 보다가 안에서 허연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청아야, 나 사과 먹을래. 사과 좀 깎아줘.""알았어!" 청아는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사과 하나를 들고 껍질을 깎기 시작했다.허연은 청아 외삼촌댁의 사촌 언니였고 장사를 하는 외삼촌댁은 부유하여 청아네 집안을 안중에 두지 않았다.이번에 허연이 다치자 그녀의 어머니는 기어코 허연을 돌보겠다고 나섰다. 청아는 그런 그녀 어머니의 마음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아버지는 믿을 수 없었으니 외삼촌이 앞으로 그녀와 그녀 오빠를 도와줄 수 있기를 바랐던 것이다.그녀는 조금도 내키지 않았지만 허연이 자신의 어머니를 이리저리 심부
"싫어요, 난 안 헤어질 거예요!" 허연은 눈물을 흘렸다. 방금 가지만 해도 그렇게 부드러운 남자가 순식간에 가차 없이 헤어지자고 하다니. 그녀는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체면을 버리고 애원했다."시원 오빠, 사랑해요. 정말 사랑한다고요. 그러니까 기회 한 번만 더 줘요. 네? 나 앞으로 오빠 말 꼭 잘 들을게요!"시원은 냉소하며 말했다."넌 나란 사람을 사랑하는 거니 아니면 내 돈을 사랑하는 거니?"허연은 대뜸 말했다."당연히 오빠를 사랑하는 거죠!"시원은 목소리가 차가웠다."돈을 좋아하지 않는 이상 설백현의 비취는 왜 받았어? 예쁘다고 생각해서라고 대답하지 마."허연은 잔뜩 후회해하며 대답했다."다시는 안 그럴게요. 시원 오빠, 진짜로요."시원은 이미 귀찮아졌다."아직 좋은 추억이 좀 남아있을 때 좋게 헤어지자. 날 역겹게 하지 말고. 앞으로 밖에서 내 이름으로 일 저지르지 마. 그렇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할지, 너도 잘 알고 있잖아."그는 말을 마치고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허연은 달려들었지만 카펫에 걸려 넘어졌다. 그녀는 시원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나가는 것을 보며 엉엉 울었다."시원 오빠, 나 용서해 줘요. 정말 잘못했어요!"청아가 보온병을 들고 돌아왔을 때 마침 떠나는 시원과 마주쳤다. 그녀는 놀라서 물었다."벌써 가는 거예요?"시원은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무슨 일 있나요?""허연은 당신 여자친구 아니에요?" 청아는 손에 든 보온병을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러니까 그녀 좀 돌봐줘요. 난 오후에 다른 일이 있어서요."시원은 책 속에서 나온 귀공자처럼 온화하고 우아했다."미안하지만 더 이상 아니에요."말을 마치고 그는 청아를 무시하고 떠났다.청아는 한동안 그의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민 손도 미처 거두지 못했지만 남자는 이미 떠났다.그녀는 영문도 모른 채 남자의 뒷모습을 보며 병실로 향했다.문을 열고 들어가자마자 그녀는 허연이 바닥에 엎드려 울고 있는 것을 보았다."시원 오빠, 내가
청아는 눈물을 줄줄 흘리기 시작하며 갑자기 목이 메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허연의 말이 맞았다. 그들은 가난하고 포부가 없어서 스스로 허연 집안에 아부했다. 그녀가 욕한 것은 조금도 틀리지 않았다!그녀도 원래 행복한 가정이 있었지만 우임승이라는 그녀의 아버지가 도박에 미쳐서 그들의 집안을 망치는 바람에 그녀의 어머니를 이렇게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이다!그녀는 자신을 걱정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어머니를 생각하면 가슴이 아팠다. 어른이지만 친정의 조카한테 이런 모욕을 당하다니!게다가 그녀는 반박할 말이 없었다!길가에 세워진 마이바흐 운전석에 앉은 시원은 소녀가 계속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있었다.그가 본 우는 여자들은 헤어져서 펑펑 울거나 아니면 억울하는 척하며 울었지만 지금까지 누가 이렇게 우는 것을 그는 본 적이 없었다. 소녀의 얼굴에는 아무런 표정도 없었고 그저 눈에서 끊임없이 눈물이 흘러내려왔다.엄청 슬퍼 보였다.그는 속으로 심지어 그녀를 동정했다. 왜 이렇게 슬프게 우는지 묻고 싶었다.......허연이 여전히 전화에서 화를 내는데도 불구하고 청아는 전화를 끊고 눈물을 닦았다.그녀는 노력해서 반드시 엄마가 허 씨 가족 앞에서 고개를 들 수 있도록 할 것이다!그녀가 막 가려고 할 때, 갑자기 고급차 한 대가 그녀 앞에 세워졌고 차창이 내려오자 남자의 잘생기고 온화한 얼굴이 나타났다. 그는 옅은 미소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누구더러 찌질한 남자라고 말한 거죠?"청아는 멍하니 남자를 바라보았다.시원은 고개를 살짝 들어 앞에 있는 소녀를 바라보았다. 그녀는 눈가가 전부 빨개졌고 마치 한 마리의 토끼 같았다.빨간 눈의 토끼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녀의 표정은 놀라움에서 분노로 바뀌었다. 슬프고 분한 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바로 당신이요!"그녀는 자신이 다른 사람한테 화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는 마침 그녀가 허연 때문에 울 때 나타났다.시원은 화를 내지 않고 방긋 웃으며 말했다."내가 왜 찌질해요
시원은 다소 의외였다. 매부리는 매우 신비한 조직으로서 오로지 돈 많은 사람들을 대신해서 일을 처리했다. 돈만 충분하고 완성할 수 있는 임무라면 그들은 종래로 실수한 적이 없었다.하지만 아무도 매부리에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이번엔 누가 돈을 써서 매부리를 찾아 설백현을 잡으러 갔을까?소 씨 집안?소 씨 집안은 확실히 그를 잡을 이유가 있었다.시원은 마음속으로 헤아려보며 담담하게 말했다."이 일은 더 이상 상관하지 말고 사람들 데리고 돌아와!"그가 설백현을 잡으려고 한 것은 허연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속의 분노를 삼킬 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감히 그의 여자한테 구애하다니. 이건 여태껏 없었던 일이었다.그러나 지금 누군가가 그를 위해 힘을 썼으니 그도 더 이상 직접 손을 쓸 필요가 없었다."네, 형님!"시원은 또 사람을 파견하여 이 일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오늘 새벽, 설백현은 누군가에 의해 묶인 채로 경찰서 문 앞에 던져졌다.경찰서 사람들은 누가 그를 잡았는지 감시 카메라를 확인해 봤지만 뜻밖에도 아무런 화면도 없었다.......점심에 수업이 끝나자 소희와 하나는 교외로 나가 밥을 먹었다.두 사람이 교문을 나설 때 마침 소연이 소 씨네 집안의 차를 타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하나는 소연의 뒷모습을 보며 무언가가 떠올린 듯 입을 열었다."내가 학교 채팅 그룹이 하나 있는데 그 안에 4학년 선배가 있거든. 어제 내가 채팅하다 그냥 한 번 물어봤는데 글쎄 누가 주민이 예전에 소연을 쫓아다니며 고백했지만 실패했다는 거야."소희는 의외였다. "언제 일인데?"하나는 대답했다."아마 선배들이 1학년 때였을걸. 그들은 우리보다 한 학년 위잖아. 그때 임유림은 아직 강성대에 오지 않았고."소희는 머릿속에 문득 생각이 스쳐 지나갔지만 곰곰이 생각하지 못하고 하나에 의해 앞으로 끌려갔다."내가 좋아하는 사람 맞은편에 있어. 빨리 가자고."소희는 어이가 없었다."......"소연은 차를 타고 국화 선생님 여정을 만
소연은 핸드폰을 쥔 손에 땀을 흘렸다."할아버지, 저는 금방 졸업해서 당분간 맞선보고 싶지 않아요."해덕은 한순간 침묵하며 목소리가 차가워졌다."연이야, 요 2년 동안 사업이 그렇게 잘되지 않아서 우리 소 씨네 집안은 이미 예전만 못해. 강성은 곧 큰 프로젝트 하나를 개발할 건데 마침 책임자가 서휘경의 고모부야. 만약 이 일이 잘 되면 우리 집안도 프로젝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높아."그는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연이야, 너도 소 씨네 집안에서 20여 년간 지냈으니 양심이 좀 있어야지. 할아버지는 네가 줄곧 철이 있고 은혜를 알고 보답하는 아이란 거 잘 안다."소동은 숨을 쉬지 못했다."할아버지, 저도 소 씨네 집안 덕분에 이렇게 잘 자랄 수 있다는 거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앞으로 저는 반드시 우리 부모님과 할아버지, 할머니께 잘 효도할 거예요."해덕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는 무슨. 지금 효도할 기회가 있잖아."그는 또 의미심장하게 말했다."사실 정상적으로 말하면 소희야말로 우리 소 씨네 집안사람이야. 너희 부모님의 재산은 모두 그녀에게 줘야 하거든. 그러나 네가 말 잘 들으면 할아버지한테 다 방법이 있어."소연은 머리가 윙윙거리며 한참 지나 입을 열었다."어디서 만나면 되죠?""저녁 6시, 샹젤 웨스트 레스토랑. 잘해봐."전화를 끊고 한참 지났지만 소연은 여전히 손발이 차가웠고 머릿속에는 오직 한 가지 생각밖에 없었다. 소 씨 집안은 지금 그녀를 서 씨네로 팔려고 한다는 생각!평소에 소가네 어르신은 모두 상냥하고 자상하며 마치 그녀를 친 손녀로 여기며 잘 대해줬지만 관건적인 상황에 부딪치자 그녀는 그들에게 있어 자신은 그냥 이익을 교환할 수 있는 물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되였다.그들은 왜 소희 보고 그 서휘경과 결혼하라고 하지 않는 것일까?설마 그녀가 친자식이 아니기 때문에 마음대로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절대 그럴 순 없었다. 그녀는 20년 동안 응석받이로 자랐으니 결코 그들에 의해 자신의 미래를 망치지 않을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