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층으로 올라가자 은비는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옷방으로 들어가 궤짝을 열고 옷 한 무더기를 소파 위에 올려놓았다."이 옷들은 전부 입지 않았던 새 옷이에요. 소희 씨 혼자 골라서 입어요.""그래요." 소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은비는 구택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고 소희를 조심스럽게 바라보며 눈빛을 반짝였다."그럼 소희 씨 옷 갈아입어요. 나 먼저 나갈게요."말이 끝나자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황급히 밖으로 나갔다.구택은 문이 닫히기를 기다리며 앞으로 걸어가 옷더미에서 드레스 한 벌을 골라 소희에게 건네주었다."이거 입어요. 난 밖에서 기다릴게요."그는 나가지 않고 옷을 갈아입는 곳과 커튼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옷방 밖의 소파 옆에 앉았다.소희도 억지를 부리지 않고 돌아서서 신속하게 드레스를 갈아입었다.구택은 어젯밤에 잠을 잘 자지 못해서 이 틈을 타서 소파에 기대어 눈을 감고 쉬고 있었다. 그리고 커튼을 당기는 소리가 울리며 소희가 걸어 나왔다."다 됐어요."그가 천천히 눈을 뜨자 소녀는 이미 옷을 갈아입고 그의 앞에 서 있었다.그는 여러 가지 컬러가 있는 드레스를 골랐는데 상반신은 간단한 연회색이었고 하반신은 핑크색 베이스에 회색 가제가 있었다.발목까지 닿는 매우 긴 드레스는 소희의 하얀 신발을 덮으며 소녀의 가녀린 몸매를 영롱하고 우아하게 돋보이게 했다. 부드러운 컬러는 그녀에게 온화하고 깨끗하며 아름다운 분위기를 더했다.구택은 그녀를 2초 동안 보다가 소파에서 일어나 손을 들어 그녀의 머리를 묶었던 검은색 머리끈을 풀었다. 그녀의 검은 머리카락은 인차 흩어졌다.소희는 경악함에 고개를 들었다.구택은 고개를 돌려 옆에 화장대에서 진주 비녀 하나를 골라 몸을 살짝 기울이며 소희의 머리를 빗었다.그의 두 손은 소희의 어깨를 지나 포옹하는 자세로 그녀에게 머리를 빗어 주었다.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소희는 고개를 살짝 숙이면 코가 거의 그의 양복 깃에 닿을 뻔했다. 익숙한 냉천향이 풍겨왔다.전에 두 사람은 지금보다 더
1층에 있는 사람들의 웃음소리가 문을 통해 간간이 들려왔다. 방안에는 불빛이 스치며 고요했다. 소희는 남자의 숨소리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찰나에 그녀는 온몸에 피가 솟구치고 심장은 더욱 빠르게 두근거렸다.그녀가 등지고 있었던 벽은 차갑지만 그녀의 가슴은 오히려 뜨거웠다. 냉열이 번갈아 전해오는 느낌에 그녀는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숨쉬기조차 어려웠다.남자는 마침내 키스를 멈추었지만 벽을 받치고 있던 손은 그대로 있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낮고 허스키하며 감정을 알 수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결정적인 순간에 둘째 삼촌이라고 잘도 부르던 군요."소희는 낮게 숨을 쉬며 남자가 이 일을 끄집어낼 줄 알았다.그녀는 그가 화가 났는지 안 났는지 몰랐기에 목소리를 낮추며 천천히 말했다."할아버지는 내게 말했죠. 어려움에 부딪혔을 때 지름길이 있으면 바로 선택해야지 절대 무리하지 말라고요."남자는 낮게 웃으며 미적지근하게 물었다."왜 심명을 찾지 않았어요?"소희는 손가락으로 그의 옷자락을 살짝 쥐었다."그가 일부러 날 이렇게 만들려고 한거 눈치 못 챘어요? 나한테 복수하고 있는 거예요.""알면서 왜 따라왔어요? ""신세를 져서요."구택은 소녀의 그림같이 예쁜 눈을 내려다보며 물었다."이혁 그 일 때문에요?"소희는 경악하며 고개를 들었다. "그걸 어떻게 알았어요?"그녀는 묻자마자 깨달았다. 그날 밤 그녀는 블루드 부근에서 그에게 전화를 했으니 그는 틀림없이 후에 조사했을 것이다.구택은 그저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이혁 그 사람들은 안에서 함부로 말하지 않을 거예요. 경찰도 소희 씨를 찾을 수 없을 거고요. 아무것도 걱정하지 말아요.소희는 인차 깨달았다. 그는 이미 그녀를 위해 수습을 했던 것이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눈빛에는 따뜻한 기운이 스쳤다.그녀가 말을 하지 않자 남자는 또 그녀의 귓가에 대고 계속 말했다."심명하고 가까이 지내지 마요. 나는 다른 사람과 섹스 파트너를 공유하는 습관 없어요."소희는
소희는 대답을 하지 않았다. 그녀는 부정도 인정도 하지 않은 채 심명이 마음대로 생각게 놔뒀다.심명은 가볍게 미소를 지으며 산만하게 말했다."내 사람이 되는 건 어때요? 그가 소희 씨에게 얼마를 주든 난 두 배를 더 주죠. 그리고 나는 소희 씨를 더욱 아껴줄 거예요. 적어도 임구택보다는!"소희는 눈빛이 차가웠다."당신 정말 한가하군요?"심명은 웃음을 거두고 진지하게 말했다."아니요, 나 바쁜 사람이에요. 평소에 업무 스트레스도 매우 커서 항상 재밌는 일 찾아서 하고 싶거든요. 예를 들면 임구택의 여자를 가로채는 거요."그는 또 웃기 시작했다. 사악한 웃음이었다."지난달에 그는 내가 찜해둔 땅을 빼앗아 갔으니 만약 내가 소희 씨를 빼앗아 간다면 우리는 비긴 거겠죠?"소희는 귀찮아하며 말했다."당신들의 일에 왜 내가 끼어들어야 하는 거죠? 이제 우리 두 사람은 퉁친 셈이에요."심명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연회가 끝나야 퉁치죠, 지금은 아직이에요."말이 끝나자 그는 갑자기 앞으로 다가가 소희의 손목을 잡고 그녀를 연회장으로 끌고 갔다.소희는 뿌리치려 하며 목소리를 낮췄다."지금 뭐 하려는 거예요?"심명은 그녀가 쿵후를 할 줄 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그녀의 손을 힘껏 잡고 방긋 웃었다."곧 알게 될 거예요."복도와 연회장은 벽 하나만을 사이에 두고 있었다. 말하는 사이에 두 사람은 이미 연회장으로 들어왔다. 구택은 함께 걸어가는 두 사람을 보며 눈을 가늘게 떴다.심명이 이렇게 소희를 데리고 나타나자 연회장은 서서히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영문도 모르는 채 그들을 바라보았다.심명은 소희를 연회장 한가운데로 데리고 가서 줄곧 소희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이때 그는 부드럽게 그녀를 한 번 쳐다보며 웃으며 말했다."정식으로 소개할게요. 내 여자친구, 소희입니다."그는 잠시 멈추며 안색이 어두워진 구택을 바라보았다."임 대표님의 먼 친척 조카이기도 하죠. 앞으로 잘 부탁드릴게요."소희는 바로 고개를 들어 구택을 보았다. 그는 얼음
심명은 총애하는 눈빛으로 소희를 한 번 보았다."감정이 좋으면 진도가 빠르게 되는 거죠. 안 그래요?"소희는 그를 우주 밖으로 걷어차고 싶었다.구택은 두 사람이 여전히 손을 잡고 있는 것을 보았다."그렇다면 나는 소희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서 잘 이야기해 봐야겠군요."그는 소희를 바라보며 말했다."집에 가서 말하자!"소희는 이 기회를 틈타 앞으로 나아가며 심명의 손을 뿌리쳤다. 그리고 온순하고 얌전한 말투로 말했다."알았어요, 둘째 삼촌."구택은 그녀를 한 번 보더니 몸을 돌려 하 대표와 작별을 고했다.하 대표는 얼른 말했다."얼른 가보세요, 임 대표님. 아이들의 혼사가 중요하죠."구택은 여전히 미소를 짓고 있었지만 눈 밑은 더욱 어두워졌고 더는 말을 하지 않은 채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갔다.소희는 인차 따라갔다.구택은 혼자 차를 몰고 왔다. 소희는 뒷좌석으로 향하며 올라타려는 순간 구택은 차가운 눈동자로 그녀를 힐끗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앞에 타요."소희는 숨을 깊게 들이마시며 앞에 올라탔다.그녀가 막 안전벨트를 매자 차는 인차 달리며 멋진 드리프트를 하고 별장의 대문을 나와 아스팔트 길로 올라갔다.차의 속도가 안정되자 소희는 입을 열었다."그는 고의로 그런 거예요.""알아요." 남자는 앞을 보며 잘생긴 얼굴에는 아무런 감정도 나타내지 않았다. "고의라는 거."소희는 남자가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는 질투나 감정과 상관이 없었다. 다만 그와 심명은 원래 사업상의 상대인데다 지금 심명은 그를 도발하고 있었다.남자라면 누구나 화를 냈을 것이다. 이것은 남자의 소유욕이 일으킨 결과였다.소희는 이때 무슨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왜냐하면 구택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래서 그녀는 더는 설명을 하지 않고 창밖의 풍경을 한참 보다가 천천히 눈을 감았다.오늘 토요일이라 길에 차가 매우 많았다. 별장에서 시내까지 한 시간이 걸렸는데 차가 어정에 도착했을 때 이미 저녁이었고 날이
그는 말을 마치자 바로 그녀의 입술에 키스했다. 다만 이번에는 아까처럼 거칠지 않았고 부드럽게 그녀의 응답을 애원하며 그녀의 감정을 배려했다.그는 매번 그녀의 입술의 깊숙한 곳을 탐색하며 마치 신사가 연회에서 한 여자를 초청하는 것만 같았다.소희는 원래 태연자약했지만 그의 부드러운 시도에 더는 참지 못하고 몸이 점점 뜨거워지며 자기도 모르게 그의 키스에 응답하기 시작했다.그녀가 응답하자 그는 즉시 달라붙으며 우아한 왈츠가 아니라 뜨겁고 섹시한 재즈를 추는 것 같았다.날이 조금씩 어두워지자 방 전체는 짙은 노을로 물들였다. 소희가 원하는 것을 알아차린 구택은 그녀를 안고 작은방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소희를 침대에 눕히자 구택은 오히려 서두르지 않았다.그녀는 디저트를 좋아했기에 구택은 일부러 주식을 주지 않고 그녀에게 다양한 디저트를 주었다. 하지만 소희는 디저트로 배를 채울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오히려 더 갈망하며 배가 더욱 고팠다.구택은 자신의 고의를 조금도 숨기지 않고 그녀가 그에게 애원하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소희가 입을 열고 구걸하자 그는 즉시 응답했다. 그도 기다릴 수가 없었던 것이다.소녀가 숨을 죽이고 있을 때 구택은 그녀를 억누르며 나지막이 말했다."급해하지 마요. 내가 다 들어줄게요."소희의 눈빛은 희미해지며 바로 잔잔하게 흩어졌다.......소희가 깨어났을 때 방안은 칠흑같이 어두웠고 침대에는 그녀 혼자밖에 없었다. 그녀는 시간을 한 번 보았는데 밤 12시 30분이었다.그녀는 겨우 두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갈증이 심해지자 소희는 옷을 입고 침대에서 내려와 주방에 가서 물을 마시려 했다.거실에 들어서자 소희는 멈칫하며 베란다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난간 앞에 커다란 그림자가 있었다. 그의 손가락은 별빛처럼 반짝이며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별똥별 같았다.어두운 밤, 거실의 불을 켜지 않았으니 거실도 칠흑같이 어두웠다. 남자의 그림자는 우뚝 서있었으며 왠지 모르는 외로움을 보였다.소희는 다가가 그의 곁에 서서 눈
"그래요!" 구택은 웃었다."소희 씨가 그렇게 말하면요."소희는 살짝 난감해하며 말을 하지 않았다.잠시 침묵한 뒤 소희는 고개를 돌려 물었다."배 안 고파요?"두 사람은 모두 저녁을 먹지 않았다.구택이 물었다."뭐 먹을 거 있어요?"소희는 잠시 생각하다 말했다."내가 면 끓일게요. 이게 좀 빠르거든요."구택은 얇은 입술로 살짝 웃었다."좋아요!""그럼 잠깐만 기다려요!"소희는 말하며 부엌으로 몸을 돌렸다.구택은 또 담배 하나를 꺼내며 난간에 기대어 천천히 피웠다. 방금 소녀가 담배에 사레가 들린 모습을 생각하니 그는 웃고 싶었다. 뒤돌아보니 주방의 불이 켜져 있었다. 소녀가 바삐 요리하는 모습을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그는 어둠 속에 서서 불빛과 밥 냄새가 나는 부엌을 보면서 마음속에 이상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20분 뒤 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고 앞에는 각각 라면 한 그릇이 놓여 있었다.간단한 라면에 계란 프라이였다."얼른 먹어요!" 소희는 젓가락을 들고 먼저 라면을 먹으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구택은 방금 탄 냄새를 맡았기 때문에 한동안 감히 젓가락을 들지 못했다. 그녀가 맛있게 먹는 것을 보고 그는 먹기 시작했다.라면을 한 입 먹은 남자는 멈칫했다. 그의 표정은 약간 복잡했다. 그는 티슈 한 장을 꺼내 입에 있는 것을 뱉었다. 계란 껍데기이었다.그는 원래 무엇을 말하려고 했지만 맞은편 소희가 배가 고팠는지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고 입을 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계속 라면을 먹었다.소희는 인차 자신의 라면 한 그릇을 다 먹고 앉아서 구택을 기다렸다.구택이 마지막으로 국물을 마신 뒤 젓가락을 내려놓자 소희가 물었다."맛 어때요?""괜찮네요." 남자는 티슈로 천천히 입을 닦고 점차 웃으며 말했다. "라면을 이렇게 맛없게 만드는 것도 대단한데요."소희는 경악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맛없어요?"구택은 대답하지 않고 반문했다."평소에 이런 것만 먹었어요? 그러니까 이렇게 말랐죠."소희는 어이가
소희는 고개를 돌려 그에게 물었다."무서워하는 거예요?"구택은 엄숙한 표정을 지었다."그럴 리가요.""그럼 적합한 거죠. 공포영화도 수면에 도움이 되는걸요. 나는 볼 때마다 잠이 잘 오는데."소희는 소파에 다리를 꼬고 앉아 간식을 먹으며 흥미진진하게 영화를 보았다.10분 후, 구택은 벌떡 일어섰다."갑자기 졸리네요. 먼저 자러 갈 테니 소희 씨 혼자 마저 봐요."소희는 영화에 집중하다 그의 말에 정신이 들며 웃었다."내 말 맞죠? 공포영화는 확실히 수면에 도움이 된다고요."구택은 어두움 속에 서서 알수 없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그는 그녀를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성큼성큼 자신의 침실로 걸어갔다.소희는 혼자서 3시 다 되어갈 때까지 영화를 봤다. 그리고 그녀는 방으로 돌아가 이를 닦은 후 침대에 누워 바로 잠이 들며 날 밝을 때까지 잤다.그녀가 문을 열고 나갔을 때 구택은 아침밥을 차리고 있었는데 여전히 5성급 호텔에서 배달해온 음식이었다.문을 여는 소리를 듣고 구택은 뒤돌아 보았다. 소희는 하얀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고 윤기 있는 머릿결은 귓가에 흩어져있었다. 갓난 아기처럼 통통한 얼굴은 보기에 부드럽고 악의가 없어 보였다. 완전히 세상 물정을 모르는 아이 같았다.소희는 인사를 하고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구택 씨가 이미 외출한 줄 알았어요."구택은 계속 아침을 차리며 담담하게 말했다."오늘은 주말이라 일이 별로 없어요. 이따 소희 씨 데리고 같이 집으로 돌아갈게요."소희는 맞은편에 앉아 만두를 들고 한 입 깨물며 무심결에 물었다."어젯밤 잘 잤어요?"구택은 고개를 들어 의미심장하게 그녀를 한 번 보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럭저럭이요."소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럼 앞으로 구택 씨 잠이 안 올 때마다 나랑 같이 공포영화 봐요."구택은 죽 한 모금 먹으며 갑자기 삼키기 어려웠다. 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한번 보았다. 그녀의 진심 어린 웃음을 보며 그는 말을 하지 않았다.밥을 먹고 구택은 차를 몰고 소희와 함께
오후 수업이 끝나자 어정으로 돌아온 소희는 진석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물었다."작업실에 설백현이란 사람 있어요?"디자인 작업실은 최초에 그녀와 진석이 함께 설립했지만 후에 그녀는 학교 때문에 모든 일을 진석에게 맡겼다. 그리고 소희는 평소에도 거의 가보지 않았기에 작업실에 온 신인에 대해서 확실히 잘 몰랐다.진석은 인사 부장을 불러 와서 물어본 후에야 소희의 말에 대답했다."이 사람 없어요."소희는 인차 알아차렸다. "그래요, 알았어요."진석은 담담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요즘 많이 바쁜 가봐요? 언제 시간 있으면 같이 사부님을 보러 가요."소희는 젓가락으로 솥의 면을 저으며 말했다."주말에 알바가 있어서요. 곧 여름방학이니까 그때 같이 가요.""그래요."전화를 끊자 소희는 찬호에게 전화를 걸며 확실하게 말했다."북극에는 설백현이라고 하는 사람 없어."찬호는 화가 났다."엄마와 누나가 속을 줄 알았어요.""응, 엄마한테 말해 줘. 제때에 빠져나와야 더 큰 손실을 막을 수 있어." 소희는 담담하게 말했다.한편, 찬호는 소희와 통화를 마치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순희는 마침 거실에서 나오며 고개를 들어 그에게 소리쳤다."찬호야, 밥 먹어."찬호는 그녀에게 설백현에 대해 말하려고 했지만 그의 누나가 마침 집으로 돌아왔다."오늘 왜 이렇게 일찍 끝났어?"순희가 물었다.시연은 정신을 딴 데 팔고 있었다."학교에 별일 없어서 먼저 돌아왔어요.""그럼 잘 됐네, 같이 밥 먹자."정민은 회식이 있어 집에 없었기에 그들 세 사람만 식탁에 앉아 밥을 먹었다.밥 먹을 때 시연은 고개를 들어 순희를 쳐다보며 무언가를 말하고 싶었지만 하지 못했다. 밥을 거의 다 먹을 때에야 그녀는 입을 열었다."엄마, 나 2000만 원만 더 줘요."순희는 고개를 들고 물었다."왜 또 돈을 달라고 하니? 그 사람이 달래?"시연은 짜증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응, 설백현이 그들 부팀장이 거의 마음을 정했다며 나보고 귀중한 선물 좀 더 사서 주면
강아심이 거실로 들어오자, 소희와 가볍게 포옹하며 부드럽게 웃었다.“결혼 축하해. 정말 완벽한 결혼식이었어. 모든 사람이 감동했어!”“고마워!” 소희도 따뜻하게 웃으며 답했다. 아심은 한발 물러서서 소희에게 소개했다.“여기는 도도희 이모야!”소희는 눈앞의 여성을 보고 순간 멍해지더니,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혹시 스승님의 딸, 도도희님이세요?”도도희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나도 소희 씨 이름을 들어봤어. 우리 아버지가 가장 좋아하던 제자라더군요. 그런데 이렇게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다니 아쉬웠어요.”소희는 자신의 결혼식에 도도희가 찾아올 줄 몰랐기에 마음이 벅차올랐다.“스승님도 오신 걸 알고 계세요?”양재아의 일로 스승님과 도도희 사이의 일들을 조금이나마 알고 있던 소희는, 스승님이 딸을 얼마나 그리워했는지 잘 이해하고 있었다.도도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우리는 이미 만났어요.”“그렇군요. 다행이에요!” 소희도 안심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도도희는 부드럽게 물었다.“듣기로 양재아를 삼각주에서 찾아내 데려온 게 소희 씨라던데, 내 친딸이든 아니든 우선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네요.”소희는 온화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감사할 것까지는 없어요. 다만, 두 분께 헛된 기대를 드리지 않을까 걱정이 됐었어요.”도도희는 살짝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괜찮아요. 이런 일은 수없이 겪어봤거든요.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다 받아들일 수 있어요.”도도희의 담담한 태도에서 그녀가 왜 지금까지 친자 확인을 하지 않았는지 소희는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도도희는 처음 만난 소희에게서 놀라움을 느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뿐만 아니라 고요하고 담백한 성품에서 느껴지는 여유로움과 투명함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런 면모가 아심과도 닮아 자연스레 호감을 느끼게 했다.도도희는 한층 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지금 운성에서 산간 지역 아이들에게 미술을 가르치고 있어요. 이틀 후면 일이 끝나니, 강성으로 돌아
멀리서 도경수와 강아심이 지나가다가 멈춰 서서 구경하기 시작했다. 소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뒤를 돌아보았고, 구택과 눈이 마주쳤다.손에 들고 있던 부케를 두 손으로 잡은 소희는 가볍게 손을 들어 부케를 뒤로 던졌다.햇살이 소희를 온통 감싸고, 드레스의 자락이 바람에 휘날리며 그녀의 웃음은 그림처럼 찬란했다. 앞쪽에 서 있던 사람들은 부케가 머리 위로 날아가는 것만 볼 수 있었다.몇몇 사람들은 점프했지만, 손끝과 부케는 20에서 30cm쯤 차이가 나 닿지 않았다. 시원은 부케가 멀리 날아갈 것을 예상하고 준비했지만, 소희의 던지기 실력을 과소평가했다.시원과 백림은 함께 점프했으나 손가락 끝이 꽃잎에 닿았을 뿐 결국 부케를 놓치고 말았다.사람들이 뒤를 돌아보니, 부케는 무려 10미터 이상 날아가 검은 드레스를 입은 아름다운 여성이 들고 있는 손에 정확히 떨어졌다.아심은 꽤 멀리 서 있었고, 부케가 자신에게 떨어질 줄 몰랐는지 놀라 손에 들고 멍하니 고개를 들었다.도경수는 아심이 손에 든 부케를 보며 뜻밖이라는 듯 기뻐하며 말했다.“이건 정말 하늘의 뜻인 것 같아!”아심은 말없이 웃으며 부케를 높이 들어 올렸다. 그리곤 소희와 군중 너머로 서로를 바라보며 현장의 분위기를 함께 즐겼다.주변 사람들은 웅성거리며 아심 쪽으로 몰려가 그녀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소희도 멀리서 아심을 향해 웃었지만, 당장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다.구택이 소희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먼저 할아버지께 가서 술을 올리자. 그 뒤에 만날 기회가 있을 거야.”소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멀리 서 있는 아심을 한 번 더 바라보고 구택과 함께 자리를 떠났다.소희는 웨딩드레스를 갈아입고 피로연 드레스를 입은 뒤 강재석 쪽으로 가서 술을 올렸다. 그곳에는 임씨 집안의 어른들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모두가 소희를 아끼며 환대했다.가볍게 술 한 잔을 권한 뒤, 소희에게 충분히 쉴 시간을 주었다. 소희는 오후 내내 쉴 수 있었고, 연희와 몇몇 친구들이 함께 시간을
남궁민은 잠시 멍해졌다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심명을 바라보았다. 그의 진지한 표정을 보며 마음 한구석이 찌릿해졌다.남궁민은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확실히 당신은 나보다 서희를 더 좋아하는 것 같네요.”심명은 남궁민의 말을 듣고 흘긋 쳐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당연하죠. 당신은 그게 좋아하는 거라고 할 수 있어요?”남궁민은 반박하며 말했다.“왜 아니죠? 난 서희 말고는 단 한 번도 다른 사람을 좋아해 본 적 없거든요.”심명은 그의 말을 듣기 싫다는 듯 몸을 돌려 문 쪽으로 걸어갔다.햇빛을 향해 걸어가는 심명의 모습은 빛에 둘러싸여 희미하게 흐려져 보였다. 남궁민은 잠시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이내 따라가며 물었다.“설마 도망치려는 거예요?”심명의 귀에 달린 흑요석 귀걸이가 햇빛에 반사되어 매혹적인 광채를 뿜었다.그는 무심한 표정으로 말했다.“도망치긴 뭘 도망쳐요?”만약 도망칠 생각이었다면 오늘 이곳에 오지도 않았을 것이었다.남궁민은 심명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며 말했다.“오늘은 우리 둘 다 도망칠 생각 하지 말아요. 이 세상에서 너와 나만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거잖아요. 술 마시고 취할 때까지 놀아보는 건 어때요?”심명은 남궁민의 손을 곁눈질하며 투덜거렸다.“손 치워요.”그러나 남궁민의 제안은 거절하지 않았다.“좋아요. 멀리서 여기까지 온 네 성의를 봐서라도, 서희 대신 내가 너를 잘 챙겨 주도록 하죠.”...결혼식의 하이라이트가 지나고, 커다란 케이크가 나왔다. 케이크 커팅식이 끝나고 결혼식은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인 축하 파티가 시작될 시간이었다. 구택은 소희의 입술에 묻은 립스틱 자국을 엄지손가락으로 살짝 닦아내며 말했다.“와이프, 신혼 축하하고 사랑해.”수많은 꽃잎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예식장의 조명은 더욱 환하게 빛났다. 사람들의 박수 소리는 축복과 환희로 가득했다.소희는 구택만을 바라보았다. 소희의 맑고 투명한 눈에는 세상의 그 어떤 소란도, 부귀와 영화를 쫓는 욕망도 담겨 있지
“그때, 나는 마침내 깨달았어. 네가 평안하고 행복하기만 하면, 그 이외의 어떤 의미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임구택은 소희의 가느다란 손가락에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었다. 분홍빛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눈부신 피부 위에서 완벽하게 어우러졌고, 빛을 받아 반짝이며 찬란한 광채를 뿜어냈다.소희도 손에 든 반지를 꺼내 들었고, 구택의 손은 매끄럽고 아름다웠다.손바닥과 손가락의 비율은 완벽했고, 마치 차가운 백옥으로 조각한 듯 뚜렷한 관절선에는 부드러운 온기와 견고함이 동시에 느껴졌다.구택은 고개를 숙이고 그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며 조용히 미소 짓고는 물었다.“내가 행복하기만 하면 된다면서, 왜 나를 다시 데려왔어?”구택은 그녀의 길게 드리운 속눈썹을 가만히 응시하며 천천히 답했다.“왜냐하면 또 하나를 깨달았으니까.”“뭔데?”“내가 주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라는 거야.”소희는 반지를 끝까지 밀어 넣고 고개를 들어 구택을 바라보았다. 구택의 눈빛은 따뜻하면서도 단호했다.“우리 둘이 함께 있을 때만이 진짜 행복을 느낄 수 있어. 그러니까 넌 도망칠 수 없고, 나도 도망칠 수 없어.”“처음 우리가 만난 순간부터 오늘 이 순간이 정해져 있었어. 네가 나와 결혼하게 될 운명 말이야.”구택은 말을 마치고 몸을 숙여 강렬한 키스로 소희의 입술을 덮자, 주변에서는 뜨거운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임유민은 요요를 안고 계단을 내려가던 중, 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한 번 돌아보았다. 그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중얼거렸다.“역시 우리 삼촌은 다르지.”요요도 뒤를 보려고 하자, 유민은 손으로 요요의 눈을 가리며 말했다.“어린아이는 이런 거 보면 안 돼!”요요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어른이에요?”그 말에 유민이 당황하며 대답했다.“나, 나는 반쯤 어른이야!”요요는 까만 눈을 반짝이며 더 궁금해졌다.“그럼 오빠는 머리 쪽이에요, 아니면 발 쪽이에요?”유민은 요요의 진지하고 귀여운 모습에 웃음을 터트렸다가 차분히 설명했다.“머리가
예식장 안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고, 주례자는 차분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이제 신랑과 신부의 결혼 서약을 낭독하겠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모든 분께서도 함께 느껴 보시고,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해 주시길 바랍니다.”주례자의 목소리는 한층 더 엄숙해졌다.“임구택 군, 당신은 이 아름다운 소희 양을 아내로 맞이하시겠습니까?”“소희 양의 손을 맞잡고 백년해로하며,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구택은 깊은 눈빛으로 소희를 바라보며 단호하고 진지하게 대답했다.“예, 서약합니다. 소희를 평생 소중히 여기고, 챙기고, 제 생명이 다 할 때까지 충실히 사랑하겠습니다.”주례자는 이번에는 소희를 향해 물었다.“소희 양, 당신은 임구택 님을 남편으로 맞이하시겠습니까?”“임구택 군과 함께 인생의 길을 나란히 걷고, 그 어떤 간난신고임에도 불구하고 절대 곁을 떠나지 않고 평생 함께하겠다고 서약하시겠습니까?”소희는 구택을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네, 서약합니다. 조건 없이 사랑하며, 영원히 함께할 것을 맹세합니다.”구택의 눈에는 감정이 빛나고 있었고, 그의 따뜻한 마음과 온기는 오직 소희를 위해 존재했다.주례자는 미소를 지으며 선언했다.“이제 임구택 군과 소희 양이 정식으로 부부가 되었음을 선언합니다. 두 사람을 위해 축복의 박수를 보내주세요!”예식장은 다시 한번 박수 소리로 가득 찼다. 모든 하객은 이 감동적인 순간에 눈물을 글썽이며 박수를 보냈다. 그 박수 소리는 끝없이 이어졌고, 사람들의 마음에 깊이 울려 퍼졌다.연희는 박수를 치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가는 뜨거웠지만, 입가에는 환한 미소가 가득했다.우청아 또한 눈물을 흘리며 두 사람의 행복을 진심으로 축복했다.주례자는 박수 소리 속에서 다시 입을 열었다.“이제 신랑과 신부께서 결혼의 영원함과 순수함을 상징하는 결혼반지를 교환하시겠습니다.”그 순간, 뒤쪽 계단에서 임유민이 요요를 안고 나타
강시언은 미소를 지으며 소희의 손을 임구택의 손 위에 조심스럽게 얹었다. 마치 신성한 임무를 완수한 듯 그는 말했다.“행복하길 바랄게.”임구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고마워요.”주변에서는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고, 소희는 시언을 깊이 바라보았다.그 시선에는 어린 시절 그가 자신을 가르쳐 주고 곁에서 함께해 주었던 시간, 그리고 두터운 남매의 사랑과 가족 간의 정이 모두 담겨 있었다.시언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소희를 응원했다. 마치 어린 시절 소희의 손을 잡고, 약하고 외롭던 소녀를 강하고 단단한 소희로 성장시켜 주었던 순간처럼.앞으로도 각자의 길을 걷더라도, 그들은 서로의 곁에 있을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그들의 관계는 공기와 햇빛처럼 언제나 존재하며, 그들의 삶 속 깊이 자리할 것이었다.소희는 구택의 팔을 붙잡고 다시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시언이 바로 뒤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발걸음은 더욱 단단하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그리고 자신의 곁에 있는 남자는 소희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망설임도 없게 했다.레드카펫은 길었고, 앞으로 함께 걸어가야 할 인생의 길도 길었다. 하지만 이렇게 나란히 걷는다면 두려울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 같았다.구택은 옆에서 소희의 아름다운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그의 손은 따뜻하고 힘이 있었다.예식장의 한구석, 커다란 부조 기둥에 기대어 서 있던 심명이 소희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심명의 시선은 소희를 한순간도 놓치지 않았고, 마음속으로 생각했다.‘오늘 정말 아름답네.’소희의 모습, 그녀의 미소, 모든 것이 그의 마음에 깊이 각인되고 있었다.그때, 뒤에서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서희, 정말 예쁘네요!”심명은 눈초리를 치켜들며 뒤를 돌아보자, 남궁민이 걸어오며 그의 옆에 섰다.햇빛이 남궁민의 짙은 갈색 눈에 반사되어 깊고 매혹적인 빛을 띠고 있었다.“왜 강성에 있는 구은서를 놔두고 여기까지 왔어요?”남궁민은 이미 자신이 심명의
음악 소리에 맞춰, 분위기가 최고조로 달아오를 때, 신랑인 임구택이 중앙 계단을 따라 천천히 내려왔다.그 순간, 거대한 아치형 정문이 열리며 정오의 햇살이 쏟아져 들어왔다. 마치 수천 갈래의 황금빛이 예식장 안을 가득 채운 듯했다.찬란한 크리스탈 샹들리에, 피어난 꽃들, 그리고 붉은 카펫은 그 빛에 의해 생명을 얻은 듯 더욱 생동감 있고 화려해졌다.햇빛이 스테인드글라스 창을 통과하며 무지갯빛 광채를 만들어냈고, 이 환상적이고 웅장한 장면에 하객들은 숨을 멈추고 정문 중앙에 서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을 고정했다.소희는 시언의 팔을 잡고 붉은 카펫을 따라 천천히 걸어 들어왔다. 예식장 안은 하객들로 가득 찼지만, 고요한 정적 속에 우아한 현악 연주만이 홀 안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었다.소희는 순백의 웨딩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드레스는 가슴 위를 덮는 깔끔한 디자인에 어깨를 타고 내려가는 레이스로 이루어져 있었다.얇은 꽃잎 모양의 레이스가 어깨를 감싸며 은은하게 살결을 드러냈고, 그 아래로는 매끈한 쇄골과 길고 고운 목선이 돋보였다.허리선 아래부터는 화려한 자수 문양이 드레스 끝자락까지 펼쳐졌고, 풍성한 치마는 소희의 잘록한 허리를 강조하며 단순함과 정교함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소희의 머리에는 구택이 준비한 티아라가 얹혀 있었고, 티아라에 박힌 찬란한 다이아몬드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조금도 가리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의 고운 얼굴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긴 베일이 드레스 끝까지 내려와 천천히 레드 카펫 위를 스치며 움직였다. 소희는 그림 같은 미모와 함께 단아하면서도 청아한 기품을 자아내며 성스러워 보였다.시언은 깔끔한 흰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있었고, 훤칠하고 듬직한 모습으로 소희의 손목을 부드럽게 잡고 함께 걸어왔다.두 사람이 함께 입장하는 순간, 예식장의 조명이 한층 어두워진 것처럼 느껴질 만큼 두 사람의 존재감은 강렬했다.구택은 레드 카펫 끝에서 그녀를 바라보았다.세상에 울려 퍼지는 모든 소리가 멀어진 듯, 구택의 눈에는 소희만
결혼식장이 웃음과 이야기로 떠들썩하던 분위기는 주례가 결혼식 무대로 올라서자 점차 차분해졌다.결혼식장 가장 앞줄 귀빈석에는 임씨 가문과 강씨 가문의 사람들이 각각 자리했다. 시언이 입장하며 뒤쪽 하객석을 한번 훑었다. 그의 날카로운 시선은 단번에 맨 뒷자리 가까이 앉아 있는 강아심을 찾아냈다.아심은 도도희와 함께 앉아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녀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고 머리를 자연스럽게 풀어 어깨에 늘어뜨리고 있었다.그 모습이 아심의 부드럽고 매혹적인 옆모습을 가리고 있었다. 희미한 미소를 띤 채 무엇인가를 이야기하며 즐거워 보였다.시언은 별다른 표정 없이 시선을 거두었다.강재석이 나타나자, 결혼식장은 잠시 숨소리마저 조용해졌다. 이내 사람들은 낮은 목소리로 속삭이며 그를 화제로 삼기 시작했다.“저분이 강씨 집안의 어르신인가 봐. 정말 카리스마 넘치시네!”“옆에 있는 젊은 사람은 강재석 어르신의 손자겠지? 이름이 뭐라고 했더라?”“왜? 마음에 들어? 꿈 깨. 강씨 집안이랑 혼인을 맺으려면 임씨 가문 정도는 되어야 가능하다고.”“현실은 안 되더라도 꿈꾸는 건 내 자유잖아? 결혼식 끝나고 가서 연락처라도 물어볼 거야.”“좋아, 한번 해봐. 강씨 집안의 도련님이 연락처를 줄지 안 줄지 보자고. 근데 얻으면 나랑 공유하는 거 알지?”“내가 얼굴에 철판 깔고 얻은 연락처를 왜 너랑 공유해? 너도 도전해 보든가!”...아심은 바로 뒤에 앉아 있던 이들의 대화를 듣고 고개를 숙이며 웃음을 터뜨렸다. 도도희도 들었는지 고개를 돌려 낮은 목소리로 웃으며 말했다.“봤니? 강시언이 얼마나 인기 많은지.”아심은 나른하게 눈웃음을 치며 말했다.“그 사람들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는 거죠.”도도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고, 아심은 주변을 둘러보다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소희를 못 봤네요. 오늘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은 정말 예쁠 것 같아요!”도도희가 물었다.“소희랑 친한 사이인가?”아심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말했다.“그렇게
도도희는 강시언을 바라보며 말했다.“아심이 왔어.”시언의 눈빛이 깊어졌고,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며 알겠다는 뜻을 보였다. 강재석은 그보다 훨씬 더 기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아심양도 왔어?”도도희는 약간 놀라며 물었다.“아저씨도 아심을 아세요?”“당연히 알지. 우리 사이가 보통 사이인 줄 아니?”강재석은 의미심장하게 시언을 한 번 쓱 보고는 환한 미소로 말했다.“지금 어디 있나?”“아마 이미 예식장 안으로 들어갔을 거예요.”도도희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미리 알았다면 데리고 여기로 왔을 텐데.”강재석은 상관없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괜찮아. 온 것만으로도 아주 좋아. 어차피 곧 볼 테니까.”도경수의 옆에서 이 말을 듣고 있던 재아는 마음속에서 복잡한 감정이 얽혀 올라왔다.‘엄마가 강아심을 알다니... 그리고 강재석과 강시언은 아심에게 훨씬 더 호의적이잖아. 그런데 엄마도 강아심과 더 가깝다니...’자시느이 엄마가 아심과 이렇게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재아는 왠지 모르게 불쾌했다.도도희는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아저씨, 예식장에 가셔야 할 시간이에요. 저는 여기서 이만 물러날게요. 아심을 찾아보려고요.”도경수는 다급한 표정을 지었지만, 강재석이 그의 마음을 눈치채고는 도도희에게 말했다.“결혼식 끝난 후에는 서두르지 말고, 우리와 시간을 좀 더 보내. 오랜만에 만났으니 제대로 얘기 나눠야지.”도도희는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결혼식이 끝나면 다시 찾아뵐게요.”“좋아!”강재석은 따뜻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도경수도 말했다.“내 전화번호 알지? 무슨 일이 있으면 바로 연락하렴.”도도희는 알겠다고 답한 뒤, 몇 사람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났다. 도경수는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며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강재석은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그래도 드디어 도도희를 만났잖아. 그리고 직접 강씨 집안으로 돌아온다고 했으니, 좋은 소식 아닌가?”도경수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우리 부녀가 어쩌다 이렇게 서먹서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