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슬은 그걸 감지하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시혁 씨……."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부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괜찮아."그의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했고 깊은 한기가 섞여 있었다."어머니를 만나겠다고? 하, 배신한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거지?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러 오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만나겠다고 하니 정말 가식적이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그러니까. 30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만나겠다고 하다니. 감동보다 그저 구역질만 나오네.'만약 소성이 정말
어머니한테 미안하지만, 부시혁은 왠지 모르게 성격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한숨 놓았다.과거의 부시혁은 사람마다 칭찬하는 어머니의 자랑이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아무도 그가 과거의 자신을 좋아하지 않다는 걸 몰랐다.왜냐면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걸 몇 번이나 느꼈었다."역시."남자의 말을 들은 윤슬은 감탄하듯 한숨을 쉬었다.그러자 윤슬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자신을 보게 했다."뭐가 역시야? 왜 갑자기 내 과거의 성격을 물어보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
윤슬은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괜찮아."부시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서려는 그녀를 말렸다."내가 서재로 갈게."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걸어갔다.마음이 혼란스러운 이런 상항에서도 그는 그녀가 아닌 자신이 물러서는 걸 선택했다.'이 남자 정말…….'윤슬은 원래 곧게 세워진 그의 허리가 약간 구겨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 그녀는 마음에 못이라도 박힌 듯 아프며 괴로웠다.모든 사람이 꿈꾸는 걸 갖고 태어났고 모든 사람이 그를
부시혁은 윤슬의 말을 듣고 두 눈을 크게 뜨며 갑자기 돌아섰다.그의 눈은 여전히 빨갛지만,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그는 윤슬의 말 때문에 흥분하고 있었고 기뻐하고 있었다!그는 자신이 소성의 대역을 계속하지 않고 원래의 부드러운 부시혁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거에 대해 그녀가 아쉬워하는 줄 알았다.그래서 화가 났다. 그리고 그녀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게 과거의 자신인지.만약 과거의 부시혁이 그저 평범하게 키워진 아이라면 그녀가 그렇다 해도 기분이 좀 나쁘겠지만 화가 나진 않을 것이다.왜냐면 그것도 진정한
그러다가 윤슬의 핸드폰이 울리자, 부시혁은 그제야 아쉬운 듯 그녀를 놓아주었다.그녀는 발신자를 확인하고 한번 웃었다."어머님의 전화에요. 당신이 뭘 좋아하는지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가 봐요."부시혁은 발신자를 한번 보고 원래 우울했던 기분이 많이 좋아졌다."받아. 난 먼저 서재에 가 있을게."그는 아직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했다.그녀의 말에 부시혁은 위로받았지만 그래도 혼자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다.아무래도 그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고 어머니가 한 일은 아들인 그가 혼자 소화할 수밖에 없었다.윤슬도 잘 알고 있기에 그의
'그리고 할머니…….'노부인 생각을 하자 부시혁은 갑자기 6년 전 노부인이 그를 만났을 때 놀라고 또 체념한 표정이 떠올랐다.6년 전, 심장 이식 수술을 마친 부시혁은 약속대로 윤슬과 한번 만나기로 했다.하지만 두 사람이 만나기 전에 시무빈이 먼저 그에게 최면을 걸었다.최면에 걸린 부시혁은 성격이 많이 달라졌다. 전의 부드러움은 사라졌고 차갑고 덤덤하게 변해버렸다.그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성격이 변하고 처음 할머니를 만난 장면을. 그리고 그때 이상했던 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할머니는 그의 성격이 크게 변한 걸 보고 경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장 비서가 받았을 것이다. 왜냐면 부시혁은 회의 중에 전화 받거나 답장을 보내는 걸 제일 싫어했다.하지만 윤슬은 예외였다.그래서 발신자가 윤슬이란 걸 발견하고 그는 얼른 핸드폰을 부시혁한테 주었다.아니나 다를까 부시혁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을 때 그의 표정이 얼마나 부드러웠는지 회의실 모든 사람의 닭살이 다 돋을 정도였다.다들 부시혁이 윤슬을 달래주는 장면을 보게 될 줄 알았다.남자들은 연애만 하면 여자를 달래주게 되어있다. 다들 이렇게 지내왔고 아무리 도도한 부시혁도 이
"경찰서에서 다른 소식은 없었어? 무슨 얘기를 했다든지?"부시혁은 콧등은 주물이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장 비서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해요, 대표님. 다른 건 없었어요. 소성은 소유와 따로 할 말이 있다고 그래서 대화 내용은 듣지 못했대요. 그가 사적으로 소유를 풀어주는 건 허락하지 않지만 그래도 세금을 그렇게 많이 낸 사람인데 이 정도 요구를 경찰들이 거절할 리가 없죠. 하지만…….""말해 봐!"부시혁은 불쾌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그러자 장 비서는 기침 한번하고 더는 지체하지 않았다."소성을 안내한 경찰이 이상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