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실히 그렇네요."이 비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서 부시혁이 윤슬을 엄청나게 사랑하는 게 아니라서 도와주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시는 건가요?"소성은 부정하지 않았다."그런데 말이 안 되잖아요."이 비서는 약간 이해가 가지 않다는 듯 이마를 찌푸렸다.그러자 소성의 얼굴이 어두워졌다."뭐가?""두 사람 말이에요."이 비서는 핸들을 돌리며 대답했다."만약 부시혁이 윤슬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은 거라면 왜 이혼하고 또다시 사귀자고 한 거죠? 저희가 조사한 걸로 봐서 윤슬이랑 다시 사귀려고 부시혁이 꽤 힘을 들인 것 같은데
소유의 얼굴이 완전하게 드러났다. 그녀는 마치 잠든 것처럼 눈을 꼭 감고 있었다.그러자 이 비서가 한발 다가가서 상태를 살폈다."깨울까요?"소성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자 이 비서는 좌우를 살펴보더니 책상에 놓인 물이 담긴 컵을 발견했다. 아마 소유를 심문하던 경찰이 남긴 컵일 것이다.그 컵을 발견한 이 비서는 망설임 없이 가져와 소유의 얼굴에 부었다.그들을 데리고 온 경찰은 이 장면을 보고 놀라서 입을 크게 벌렸다.그 경찰은 두 사람이 이런 방식으로 소유를 깨울 거라고 생각 못 했다.소씨 가문의 주인도 전혀 비서의 행
소유는 멍한 표정으로 소성을 쳐다보았다. 그녀는 소성이 자기한테 벌을 주기 위해서 자신을 여기에 잠시 내버려 둔 거라고 생각 못 했다."이…… 이러면 안 돼요. 안 된다고요!"소유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부은 두 눈으로 연신 소성한테 빌었다."제발, 절 여기에 남겨두지 마세요. 정말 잘 못했어요. 앞으로 다시는 함부로 움직이지 않을게요. 정말이에요! 그러니까 절 구해주세요, 네? 구해주세요!"소성은 처량한 소유의 애원에 미동하지도 않았다.그는 지팡이를 짚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휠체어에 묶여서 꼼작
"호텔로 돌아가자.""네."이 비서는 차의 시동을 걸었다.QS 빌라.부시혁은 하던 회의를 멈추고 회의실의 불만으로 가득한 고위층들을 무시한 채 빠르게 집으로 돌아갔다.그리고 문을 열자마자 신도 바꾸지 않고 거실로 뛰어 들어갔다.윤슬은 그 소리에 얼른 소파에서 일어나 현관 쪽을 쳐다보았다.다급하게 들어온 남자를 보고 그녀는 웃으며 그를 불렀다."시혁……."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달려와서 한 번에 그녀를 품에 꼭 끌어안았다. 마치 조금이라도 긴장을 놓으면 그녀가 갑자기 사라질까 봐 그는 겁이 났다.남
"아니!"부시혁은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그러자 윤슬의 웃음이 순간 굳어졌다."화났어요?"그녀는 굳어진 남자의 얼굴을 보며 그가 화났다는 걸 발견했다.부시혁은 두 손으로 그녀의 얼굴을 받치며 말했다."화났어. 그것도 아주 많이. 왜 그런 줄 알아?"윤슬은 눈을 깜박이고 대답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모르는 모양이었다.그러자 부시혁은 한숨을 쉬었다."네가 소성 앞에서 그를 놀렸다는 일에 화가 난 거야. 만약 정말 열받아서 너한테 무슨 짓하면 어쩌려고 그래?""저도…… 잘 못했다는 거 알아요."윤슬은 드디어 남자가
윤슬은 그걸 감지하고 그의 손을 꼭 잡았다."시혁 씨……."그녀가 무슨 말을 하려는 찰나, 부시혁이 먼저 입을 열었다."괜찮아."그의 목소리는 조금 허스키했고 깊은 한기가 섞여 있었다."어머니를 만나겠다고? 하, 배신한 사람이 무슨 낯짝으로 어머니를 만나겠다는 거지? 30년 동안 단 한 번도 만나러 오지 않았으면서 이제 와서 만나겠다고 하니 정말 가식적이네."윤슬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동의했다.'그러니까. 30년 동안 가만히 있다가 이제 와서 만나겠다고 하다니. 감동보다 그저 구역질만 나오네.'만약 소성이 정말
어머니한테 미안하지만, 부시혁은 왠지 모르게 성격이 바뀌었다는 사실에 한숨 놓았다.과거의 부시혁은 사람마다 칭찬하는 어머니의 자랑이었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를 받았다.아무도 그가 과거의 자신을 좋아하지 않다는 걸 몰랐다.왜냐면 그는 어머니가 자신을 통해 다른 사람을 보고 있다는 걸 몇 번이나 느꼈었다."역시."남자의 말을 들은 윤슬은 감탄하듯 한숨을 쉬었다.그러자 윤슬은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그는 그녀의 턱을 들어 올리고 자신을 보게 했다."뭐가 역시야? 왜 갑자기 내 과거의 성격을 물어보는 건데? 무슨 문제라도 있
윤슬은 이렇게 생각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방에 들어갈게요.""괜찮아."부시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일어서려는 그녀를 말렸다."내가 서재로 갈게."말을 마친 그는 그녀의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로 걸어갔다.마음이 혼란스러운 이런 상항에서도 그는 그녀가 아닌 자신이 물러서는 걸 선택했다.'이 남자 정말…….'윤슬은 원래 곧게 세워진 그의 허리가 약간 구겨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에 그녀는 마음에 못이라도 박힌 듯 아프며 괴로웠다.모든 사람이 꿈꾸는 걸 갖고 태어났고 모든 사람이 그를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