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은 부정하지 않았다. 그의 두 눈에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것 같았다."맞아. 그래서 화가 난 거야. 어머니는 소성을 위해 10년을 기다렸는데 소성은 3년 만에 먼저 배신해 버렸어. 그리고 사생아까지 낳아서 지금까지 속인 거잖아. 내 어머니는 죽을 때까지 몰랐을 거야. 자기가 사랑하는 남자가 이미 배신했다는 걸. 어쩌면 처음부터 배신한 걸지도 모르지. 심지어 어머니가 아버지랑 결혼하기 전, 두 사람이 아직 사귀는 사이일 때부터 배신한 걸 수도 있어!"이 말에 윤슬은 할 말을 일었다.앞에서는 사랑한다고 하고 뒤에선 다른 여자
"나도 잘못이 있어."부시혁은 갑자기 안전벨트를 풀고 몸을 한쪽으로 돌리고 윤슬을 품에 안았다. 그는 턱을 윤슬의 어깨에 올려놓고 조금 자책하면서 우울한 목소리를 말했다."만약 내가 어렸을 때 소성이 어머니를 배신한 걸 발견했다면, 어머니도 10년 동안이나 기다리지 않았을 거고, 절망해서 자살했을 일도 없었을 거야. 처음부터 소성이 배신했다는 걸 아셨다면 미리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내 아버지를 받아들였을지도 모르지."윤슬은 갑자기 씁쓸해하면서 자책하는 남자를 보며 안쓰러워서 그의 등을 다독였다."이러지 마요. 당신 잘 못 아
그는 지금 걱정이 되었다. 그녀가 소성 때문에 자기를 믿지 않을까 봐.남자의 긴장하는 모습에 윤슬은 입을 가리며 웃었다."알아요. 소성 때문에 당신을 의심하지 않아요. 사람마다 다 다른 법이잖아요. 그 정도는 알고 있어요."남자의 마음은 너무나도 알기 쉬웠다.그녀는 한눈에 그가 뭘 걱정하는지 알았다.쓸데없는 걱정이긴 하지만 그가 바로 자신을 걱정해 주면서 이상한 생각하지 못하게 약속까지 해주니 그녀의 기분은 좋긴 했다."세상은 원래 다면성이잖아요. 사람도 마찬가지예요. 좋은 사람이 있으면 나쁜 사람이 있는 것처럼 소성 하
윤슬은 속으로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아무래도?"그러자 부시혁은 낮게 웃으며 그녀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귀를 한번 깨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아무래도 너한테 기쁨을 주는 거기도 하잖아. 망치기엔 너무 아깝지 않아? 응?"쿵-!윤슬은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터지는 듯했다. 그녀의 얼굴은 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그녀는 눈을 크게 뜨고 경악하면서 조금 수줍은 눈빛으로 사악하게 웃고 있는 남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입을 벌리고 한참이 지나야 소리를 내었다."당신……."'아니, 방금 무슨 소리한 거야? 내게 기쁨을 주는 거라서
이런 부시혁의 모습을 본 윤슬은 순간 경계했다.그녀가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다.그녀는 이런 부시혁을 본 적이 있었다. 자기를 못살게 굴던 밤마다 그는 이런 표정이었다.그때와 같은 눈빛과 갑자기 의자를 내리고 덮쳐온 남자를 보니 그녀는 그의 목적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여기까지 생각한 윤슬은 마른침을 한번 삼키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부시혁 씨, 뭐 하는 거예요?'부시혁은 눈을 살짝 가늘게 떴다."단풍아, 주차장에서 하는 게 더 짜릿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윤슬은 남자의 말에 놀라서 한참 동안 입을 벌
하지만 그가 무슨 생각이든 그녀는 반드시 이 남자를 말려야 했다.그의 낯짝은 두껍겠지만 그녀는 아니었다."읍……."입이 막힌 윤슬은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그저 웅얼거리며 두 손으로 남자를 밀어내려 했다.남자의 두 눈은 이미 빨개졌고 아무리 봐도 이성을 점점 잃고 있는 것 같았다.윤슬의 힘에도 남자는 꿈쩍하지 않았고 오히려 더 힘을 주었다.윤슬은 남자 키스에 숨이 막혀서 얼굴이 빨개졌다. 그리고 머리가 어지러워지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결국 부시혁을 밀어내는 그녀의 힘이 점점 약해졌고 행동도 점점 느
"날 살려주고 있다고?"남자는 피식 웃으며 여자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위험하지도 않은데 살려줄 게 뭐가 있고?'여자는 남자의 멍청함에 화가 나서 환장할 것 같았다."당연히 네 개 같은 목숨 살려주고 있지!"여자는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차 안에 있는 사람이 불쾌할까 봐 두렵지도 않아?"그러자 남자는 손을 저으며 개의치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두려울 게 뭐가 있다고. 찾아오라고 해. 감히 그러겠어?"남자는 비웃으며 조수석 쪽의 창문을 쳐다보았다.윤슬은 마침 그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녀의
남자도 목을 움츠리며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나…… 나도 몰랐지. 이렇게 큰 인물이 여기 올지 내가 알았나."만약 이 차 주인이 그들과 같은 QS 빌라의 업주라면 그들은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아무래도 신분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을 테니까.남자의 말을 들은 여자는 화가 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하지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랐다.하이 시는 국제화 된 큰 도시 중 하나였다. 땅마다 금덩어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큰 인물들이 아주 많았다.QS 빌라는 하이 시의 재벌들이 사는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고급 빌라였다. 여기에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