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취조실의 에어컨이 낮아서 추운 느낌이 든 건가?'그럴 가능성이 있기에 윤슬은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그녀는 다시 소유한테 집중했다. 그리고 손을 내밀고 소유의 턱을 힘껏 잡고 들어 올렸다.소유는 아파서 신음을 냈다. 그녀의 얼굴은 일그러졌고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크게 떴다."감히 나한테 손댄 거야?"그녀는 윤슬이 이렇게 겁 없을 줄 생각 못했다. 감히 경찰이 보는 앞에서 자기한테 손을 댔다.방금 그 따귀는 누구도 생각 못 한 거라서 경찰들도 뭐라고 하지 못했다.그런데 방금 때렸는데도 윤슬은 또 손을 썼다.
윤슬의 입꼬리가 움찔했다.'멍청한 사람을 본 적 없는 건 아니지만 이렇게 멍청한 건 처음이네.'이 여자는 아직도 자기가 방금 한 말이 얼마나 밉상인지를 발견 못 했다.이런 여자를 싫어하지 않으면 누굴 싫어하겠는가?윤슬은 비꼬는 눈빛으로 소유를 응시했다."네가 겁쟁이들이라고 욕했잖아. 그런데도 미움을 산적 없다고 생각해?"'난 역시 마음이 약해. 그렇지 않으면 소유한테 알려주지 않았을 텐데.'윤슬의 제시에 소유의 안색이 조금 달라졌다. 그리고 그제야 경찰들이 왜 갑자기 나갔는지 이해가 갔다.'그 한마디 때문에?'소유는
윤슬은 소유가 갑자기 발광할 거라고 생각 못 했다. 그 험상궂은 얼굴이 꽤 무섭게 느껴졌다.하지만 윤슬은 두렵지 않았다. 왜냐면 소유는 지금 휠체어에 묶여있었고 아무리 몸부림쳐도 일어날 수 없었다.그렇기에 소유의 모습이 아무리 무서워도 두려울 건 없었다.그녀는 그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발광하는 그녀가 이상하다고 느껴졌다."왜? 내가 웃는 게 문제라도 있어? 왜 웃으면 안 되는 거야?"윤슬은 빨간 입술을 벌리고 차갑게 말했다.옆에 있던 부시혁은 말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소유를 보며 생각에 잠긴 듯했다.소유는 윤슬을
"날 보통 미워하는 게 아니구나."윤슬의 목소리에는 아무런 감정이 담겨있지 않았고 차분하기만 했다.부시혁은 아예 이마를 찌푸리고 소유를 응시했다. 그는 소유가 윤슬에 대한 증오 때문에 불쾌했다.이런 증오는 확실히 사람의 마음을 섬뜩하게 했다.모르는 사람이 보면 윤슬이 소유의 부모를 죽인 대역죄인이라도 되는 줄 알 것이다.아무래도 그녀의 증오는 이미 두 사람의 원한을 벗어났다.윤슬과 소유 사이의 원하는 작다고 하면 작았지 절대로 크진 않았다.솔직히 말해 소유가 윤슬을 미워할 순 있었다. 아무래도 소유를 감옥에 보낸 장본인
"당신 말이 맞아요. 배상할 돈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요."배상할 돈이 있다면 그녀는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진작 이 여자를 때리고 싶었다.소유가 부시혁의 병실에서 자신을 도발할 때부터 그녀는 이 여자를 때리고 싶었다.하지만 그땐 초면이라 일을 너무 커지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억지로 참았다.하지만 이 여자는 정말 뻔뻔하기 그지없었다. 어제 파렴치하게 그녀의 드레스를 뺏으려 했고 그게 안 되니까 사람을 찾아 강도질까지 했다.윤슬은 그것 때문에 화가 났다. 그래서 오늘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이 여자의 뺨을 때렸
그녀의 이런 모습은 발작한 정신병 환자 같았다. 정말 보는 사람이 다 섬뜩할 지경이었다.윤슬은 그녀에게 감염될까 봐 얼른 그녀의 턱을 놓고 뒤로 물러섰다.부시혁은 걸어가 그녀 뒤에 멈춰 서며 그녀를 막았다. 그녀가 이렇게 뒷걸음질 치다가 넘어지고 어디 다치면 큰일이니까.그럼 마음 아파하는 건 결국 그였다."손 좀 닦아."부시혁은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 윤슬한테 건네주었다. 그리고 소유를 잡은 손을 닦으려고 했다.윤슬은 남자를 보며 웃었다."우리 마음이 통했나 봐요. 저도 마침 손을 닦고 싶었는데."하지만 그녀가 가방
"……."그러자 윤슬은 할 말을 잃었다. 그리고 울지도 웃지도 못했다."신우는 다중인격이지 정신병이 아니에요.""어떻게 보면 다중인격도 정신병이야. 이게 바로 정신 분열 중 하나의 증상이니까."부시혁은 그녀를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알려주었다.그러자 윤슬은 그를 흘겨보며 더 이상 그와 말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유신우가 걱정되었다.그녀는 이미 몇 달 동안 유신우를 보지 못했다.마지막 통화 때 그녀는 신우의 주인격이 아직 신체의 통제권을 되찾지 못했다는 걸 알았다. 신우의 몸은 여전히 제2 인격이 차지하고 있었다.저
"누가 안 한대? 하는 중이냐."부시혁은 자리에 앉고 윤슬을 슬쩍 보았다. 그리고 조금 덤덤한 말투로 대답했다.그의 덤덤한 말투를 들으니 확실히 질투하고 있는 듯했다.그러자 윤슬은 턱을 만지며 고개를 끄덕였다."근데 방금 당신이 질투한 거, 전혀 발견 못 했어요.""질투해도 티 낼 필요는 없잖아."부시혁은 그녀의 손을 잡고 자기 허벅지에 올려놓으며 만지작거렸다.그녀의 손은 그의 손보다 많이 작았다. 하얗고 말랑한 데다가 촉감까지 너무 좋아서 정말 손을 놓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그녀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걸 좋아했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