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윤슬은 그를 쳐다보았다.그러자 성준영은 몸을 앞으로 기울며 말했다."전에 이해가 가지 않았어. 부시혁의 손을 빌려서 복수하면 더 쉽잖아. 부시혁이 직접 나서면 경고받겠지만 부시혁의 세력으로 조용히 고씨 가문을 망하게 하는 건 식은 죽 먹기야. 위에서 부시혁이 했다는 걸 눈치채도 그가 대놓고 한 건 아니니까 경고하긴 어렵지."그는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툭툭 쳤다."그러니까 부시혁의 도움으로 고씨 가문을 해결했으면 진작 끝났을 거야. 지금까지 그들이 날뛸 일도 전혀 없었겠지. 하지만 넌 계속 부시혁의 도움을 받지 않고 혼
성준영은 아주 순조롭게 제일 위층에 있는 부시혁 사무실 앞에 도착했다.그가 사무실 문을 두드리려 할 때마침 옆방의 문이 열렸다.장 비서가 서류를 들고 안에서 걸어 나왔다. 부시혁 사무실 앞에 서 있는 성준영을 본 그는 순간 멍해졌다."성준영 씨?"성준영은 그저 눈썹을 한번 들어 올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장 비서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안경을 한번 밀어 올렸다."여긴 무슨 일로……. 대표님을 만나러 오신 건가요?""안 그럼 내가 왜 왔겠어?"성준영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시혁이는 있어?"장 비서는 그제야
이 말은 그가 윤슬의 친부모에 대해 알고 있다는 증거였다.성준영은 자기가 윤슬의 일을 물어봐서 부시혁이 지금 불쾌해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지만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실실 웃으며 말했다."이 말을 하기엔 너무 늦은 거 같은데? 만약 내가 윤슬과 재판을 참석하기 전에 했다면 난 묻지 않고 그냥 갔을 거야. 하지만 지금은 나랑 상관없다고 할 수 없지. 법정에서 윤연이 모든 걸 말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절반은 말했어. 그래서 윤슬이 의심한 거고.""뭐라고?"부시혁은 허리를 곧게 세우고 표정이 안 좋아졌다."단풍이가 의심했다고
부시혁이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말하자, 성준영도 윤슬의 친부모가 확실히 문제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절대로 다른 사람이 알면 안 되었다. 특히 윤슬은 더더욱 알면 안 되었다.이 일이 알려지면 큰일이 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이었다.이 생각에 성준영은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 마. 절대로 말하지 않을 테니까. 오히려 널 도와서 이 일을 숨겨줄게. 특히 윤연 그쪽엔 내가 사람을 시켜서 더 잘 감시하라고 할게. 윤슬한테 알려줄 기회가 전혀 없게."그가 이렇게 말하자, 부시혁의 음침했던 표정이 조금 나아졌다. 그리고 그는 시
부시혁은 덤덤한 눈빛으로 그를 한번 쳐다보았다."이소은이 머리에서 뽑은 게 바로 윤슬의 머리카락이야.""뭐라고?"성준영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이소은 머리에서 어떻게 윤슬 머리카락이 자라겠어? 농담이지? 그럴 리가 없잖아. 설마 윤슬의 두피를 뜯어서 자기 머리에 붙이기라도 했다는 거야?"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한 일이었다.그러자 부시혁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았다."내 뜻은 이소은이 미리 윤슬의 머리카락을 머리핀에 끼워두고 머리에 꽂았다는 거야. 필요하면 언제든지 윤슬의 머리카락을 꺼내서 자기 머리카락인 척
부시혁은 말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성준영의 말에 동의했다.신이 그들을 놀리는 것 같았다."아직도 내가 윤슬한테 진실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해?"부시혁은 미간을 누르며 조금 피곤한 얼굴로 성준영에게 물었다.그러자 성준영은 고개를 저으며 쓴웃음을 지었다."윤슬을 죽에 만들고 싶은 게 아니라면 알려주지 않는 게 맞는 거 같아."부시혁은 냉소를 지었다."그럼 입단속 잘해. 윤슬이 알게 하지 말고.""걱정 마. 말하지 않을 거니까."성준영은 손을 흔들고 더 이상 말하지 않았다.부시혁도 먼저 입을 여는 성격이 아니었다.두
그런데 퇴근길에 그런 사람을 만날 거라고 전혀 예상 못 했다.다들 속으로 추측하기 시작했다.부시혁은 주위 사람들의 반응을 신경 쓰지 않았다. 그는 무표정으로 프런트 앞으로 걸어갔다.그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자, 프런트 앞에 앉아 있던 직원도 점점 긴장하기 시작했다. 너무 기장한 탓에 그녀는 얼굴이 빨개지면서 말까지 더듬었다."부…… 부 대표님, 안녕하세요. 무…… 무슨 일을 도와 드릴까요?"그녀의 문제가 아니었다.그녀는 이런 대단한 인물을 .회사 이사장도 만난 적이 없는데 지금 이사장보다 더 대단한 사람을 만났으니, 정신
30분 후, 커피를 마시고 있던 부시혁은 갑자기 맞은편의 회의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커피잔을 내려놓고 일어섰다.그리고 회의실 쪽을 쳐다보았다. 마침 회의실의 문이 열리고 안에 있던 사람들이 두루두루 나오기 시작했다.부시혁은 그 사람들을 주시하며 자기가 기다리던 사람이 있는지 찾고 있었다.하지만 몇 명이나 나왔는데도 그가 보고 싶은 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에 부시혁은 조금 실망한 눈빛이었다.보아하니 그녀는 마지막에 나올 듯했다.부시혁은 입을 꾹 다물고 이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혹시라도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