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의 목젖이 위아래로 한번 꿀렁거리더니 그녀의 허리를 놓아주었다.하지만 그녀의 턱을 잡고 있던 손은 여전히 놓지 않았고 그녀를 주시하고 있던 시선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의 눈빛은 오히려 더욱더 어두워졌다.그러자 윤슬의 마음이 철렁했다. 그리고 안 좋은 예감이 들기 시작했다.'이 남자 설마 아직도 뭘 하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지?'그녀의 예감이 맞았다.부시혁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윤슬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방전과 달리 키스의 강도가 훨씬 더 컸다.윤슬은 입술이 살짝 아프게 느껴졌다.그에 그녀는
전화 저편의 박 비서가 마우스를 두 번 누르더니 컴퓨터 모니터의 빽빽한 사진들을 보며 진지한 표정으로 대답해다."공장의 전체 인테리어는 이미 다 확인했어요. 아직은 괜찮지만 그래도 고쳐야 할 부분이 몇 곳 있는 것 같아요. 큰 문제가 아니라서 다시 고쳐도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을 거예요. 공장에 정식 직원들이 들어가고 작업을 시작하는 날짜는 다음 달 5일인데, 지체하지는 않을 거예요."이 말을 들은 윤슬은 만족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어요. 고쳐야 할 부분들을 저한테 알려주세요.""전화로 말하기가 좀 불편하니까
윤슬도 맞장구를 쳤다."맞아요.""이사장님, 그 소유가 부 대표님을 뺏으려고 하는데 왜 인터넷의 댓글을 살펴보라고 한 거예요. 제가 보기엔 그녀가 무슨 짓을 했는지 사람들이 욕하게 내버려 두는 게 더 좋아요."박 비서는 이마를 찌푸렸다. 그녀는 윤슬의 생각이 이해되지 않았다.그러자 윤슬의 웃음이 조금 덤덤해졌다."저도 그러길 바라지만 우선 그녀의 심리상태가 아주 좋아야 해요. 인터넷에 있는 그런 댓글을 무시할 수 있을 만큼. 하지만 그녀의 심리상태가 어떤지 아무도 모르죠. 그래서 감히 시도 못 하겠어요. 만약 네티즌의 공격
서류?윤슬의 눈빛이 조금 무거워졌다. 그녀는 순간 이 사람이 상업 도둑이라는 걸 눈치챘다. 그는 부시혁이 없는 틈을 타 몰래 사무실에 들어와서 서류를 훔쳐 갈 생각이었다.그리고 이 사람이 말한 유 대표는…….윤슬은 이마를 찌푸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러다가 갑자기 부시혁이 장 비서와 통화할 때 이 사람의 얘기를 꺼낸 적 있다는 게 생각났다.이 사람은 부 씨 그룹의 오래된 주주인데 부 씨 그룹의 규모가 커지기 전부터 회사에 있었다. 하지만 이 사람은 돈만 받고 회사에 손을 안 대는 그런 주주가 아니라 실질적인 권력을 손에
한편 부 씨 그룹 회의실 안.부시혁은 대형 스크린 앞에 서서 아래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이번 기획에 개선해야 할 부분을 말해주고 있었다.마침 중요한 부분을 설명하고 있는 순간 진동 소리가 회의실 안에서 울렸다.그건 책상 위에 올려진 핸드폰이 울려서 난 소리였다. 그래서 평소보다 소리가 더 컸다.다들 부시혁의 발언에 집중하고 있어서 회의실 안은 조용했다. 그래서 그 진동 소리가 더 뚜렷했고 회의실의 모든 사람이 그 소리를 들었다.다들 서로를 한번 쳐다보더니 스크린 앞에 서 있는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아니나 다를까 부시
만약 맞다면…….다들 몰래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서로의 눈에서 웃음기가 들어있는 게 보였다.만약 정말 부시혁의 핸드폰이 울린 거라면 그의 웃음거리를 볼 수 있을 테니까.그들은 부시혁의 웃음거리를 본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무래도 언행에 전혀 실수가 없는 사람이라서 그의 웃음거리를 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그렇기에 그들은 부시혁의 웃음거리를 볼 준비를 다 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무 보기 드문 일이었다.다들 이렇게 생각하며 속으로 기대하기 시작했다.부시혁은 다른 사람의 꿍꿍이를 신경 쓰지
부시혁은 대답하지 않고 자기 핸드폰을 그에게 건넸다.어리둥절한 장 비서는 화면 제일 위쪽에 단풍이라는 닉네임을 보고 이마를 찌푸렸다.'왜 갑자기 윤슬 씨와의 문자 기록을 나한테 보여주는 거지? 설마 나한테 자랑하려고? 만약 정말 그런 거라면…….'장 비서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만약 정말 그런 거라도 그는 어쩔 수 없이 봐야 했다. 부시혁의 핸드폰을 버릴 순 없지 않은가?속으로는 조금 짜증이 났지만 그래도 부시혁의 말을 듣고 문자 내용을 보기 시작했다.두 사람의 친밀한 대화를 보게 될 줄 알았는데 생각과 다르게 누군가가 함부
그의 걸음은 조심스러울 뿐만 아니라 아주 느렸다. 아마 소파에 자는 여자를 깨울까 봐 그랬을 것이다.기껏해야 20 걸음 되는 거리를 그는 1분이나 걸려서야 도착했다. 이 마음 만으로도 사람을 감동하게 했다.소파 앞에 온 남자는 몸을 살짝 쪼그리고 소파에 누워있는 여자를 바라보았다.윤슬은 옆으로 누워있었는데 두 손은 베개 삼아 머릿밑에 두고 있었다. 그리고 다리를 살짝 웅크린 채 아주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하지만 조금 추워서 그런지 그녀는 몸을 살짝 떨었다.그에 부시혁은 책상 쪽으로 걸어가 리모컨을 들고 에어컨 온도를 조금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