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요.""역시!"윤슬은 고개를 돌리고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으로 남자를 쳐다보았다."그 여자가 당신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보세요. 당신의 생각이라고 전혀 믿지 않잖아요. 그리고 모든 잘못을 저한테 뒤집어씌웠네요. 그녀의 마음에는 당신은 착하고 정직한 사람이고 전 악독한 여자인가 봐요.""그만."부시혁은 손을 들고 그녀의 이마를 만졌다."네가 어떻게 악독한 여자야? 넌 나한테 있어서 천사야."장 비서는 참지 못하고 몸을 부르르 떨었다. 온몸에 닭살이 돋은 느낌이었다.'왜 이전에는 발견 못 했지. 대표님이 이런 촌스럽
부시혁은 잠시 당황하더니 한참이 지나서야 그녀의 말을 이해했다."방금 뭐라고 그랬어? 회사에 같이 가주겠다고?""네."윤슬이 고개를 끄덕였다.부시혁은 자신이 잘못들은 게 아니라고 확인했다. 그러자 원래 믿기지 않는다는 그의 눈빛이 순간 기쁨으로 바뀌었다."왜 갑자기 나랑 회사에 가겠다는 건데?윤슬은 코트를 정리하며 대답했다."당신은 환자잖아요."부시혁은 자기 이마에 감긴 붕대를 한번 만졌다."이 정도는 상처도 아니야."그는 그저 뒤통수를 부딪쳤을 뿐이었다. 머리가 조금 까졌지만 아주 가벼운 상처였다. 다른 사람의
"부시혁 씨, 드디어 만났네요."이 목소리를 들은 윤슬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졌다.장 비서의 표정도 좋지 못했다. 그리고 속으로 소유를 욕하고 있었다.'젠장. 이 여자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내가 가라고 했잖아?'장 비서는 얼른 몸을 돌리고 휠체어에 앉아 있는 소유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안경 뒤의 두 눈에서 분노의 불길이 타올랐다.'진짜 그 여자야. 안 가고 여기서 기다린 거야?'말로는 순순히 떠나겠다고 하지만 그녀는 주차장에서 몰래 지키고 있었다. 이렇게 겉과 속이 다르다니, 참 대단하기도 했다.부시혁 곁에 있으면서
그녀는 이렇게 말하며 자기 주먹을 그에게 보여주었다.그러자 부시혁은 눈썹을 한번 들어 올리더니 그녀의 손을 내려놓으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다."날 뭐로 보고. 걱정 마. 난 그렇게 쉬운 남자 아니니까. 그리고 마음이 작아서 너밖에 안 들어가."뒤에서 이 말을 들은 장 비서는 참지 못하고 몸서리를 치며 자기 팔을 쿡쿡 찔렀다.'세상에, 이게 그 성격이 차가우신 대표님 맞아?'그가 옆에서 계속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면 아마 다른 사람이라고 의심할 것이다.솔직히 지금의 부시혁은 이전과 너무 달랐다.'연애하면 사람이 진짜 이
"아니에요. 일부러 안 간 게 아니에요. 아무래도 저 때문에 이런 거니까 직접 사과드리고 싶어서 그랬어요. 안 그럼 제 마음이 불편할 것 같아서.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던 거예요. 다른 뜻은 절대 없어요. 절 믿어주세요!""그래요?"윤슬은 피식 웃더니 입을 열었다."정말 다른 뜻이 없는 거예요?"소유의 눈빛이 한순간 달라졌지만,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윤슬 씨, 그게 무슨 뜻이에요?""제가 무슨 뜻인지 뻔하지 않나요? 제 남자친구한테 사과하고 싶은 게 아니라 만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가는 길에 윤슬은 아직도 화가 나는지 안 좋은 표정으로 씩씩거렸다.부시혁은 그녀의 거친 숨 때문에 떨리는 가슴을 보며 눈빛이 조금 어두워졌다. 그리고 기침을 한번 하며 시선을 거두었다."아직도 화가 나?"부시혁은 알고 있었다. 윤슬은 처음엔 그저 비아냥거리려고 입을 연 거지만 말을 하다 보니 진짜 화가 난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이렇게까지 화가 날 일은 없었다.윤슬은 자기의 떨리는 가슴 때문에 남자가 눈 호강 한 줄도 모르고 고개를 돌려 남자를 노려보았다."화 안 나게 생겼어요? 이렇게 뻔뻔한 여자는 처음이에요.
이게 바로 그녀가 갑자기 나서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 여자를 욕한 이유였다.아무래도 자기 남자를 뺏으려는 여자인데 좋게 좋게 말한다는 건 말이 안 되었다.'더구나 난 쉽게 상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아니야. 먼저 날 건드렸으니 그 대가를 치러야지!'만약 그녀가 아무것도 안 하고 그 여자가 부시혁 앞에서 아부 떨게 했다면 그건 자신이 부시혁을 사랑하지 않다는 증거였다. 그리고 두 사람의 사랑을 존중하지 않는 거고 부시혁을 존중하지 않는 거였다.부시혁은 윤슬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몰랐지만, 그녀의 말을 들은 그는 조금 미
전에 부시혁이 사람을 쫓아내라고 했을 때도 그는 그저 상대방에게 통지를 내렸다. 하지만 부시혁은 그가 잘 못했다고 하지 않았고 사람이 갈 때까지 지켜보고 있으란 말은 더더욱 하지 않았다.그런데 지금…….장 비서는 순간 서리맞은 가지처럼 온몸이 위축되었다.부시혁은 입술을 한번 꾹 다물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그에게 분부했다."그 여자는 이미 몇 번이나 들러붙었어. 그러니까 단풍이가 호통쳤다는 이유로 포기할 사람이 아니야."이 말을 들은 윤슬이 이마를 찌푸렸다."또다시 당신을 찾아올 거란 뜻이에요?"부시혁이 응하며 대답했다.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