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 씨는 받아들일 거예요. 제가 그랬잖아요. 윤슬을 사랑하니까 절대로 진실을 안 윤슬이 울고불고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을 거라고. 그러니까 윤슬이 모르게 이 비밀을 숨길 거예요. 부시혁 씨, 제 말이 맞죠?"윤연은 뜨거운 눈빛으로 부시혁을 바라보았다.그가 윤슬에 대한 감정을 잘 알고 있기에 그녀는 이런 요구를 제기한 것이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가 어찌 감이 이런 말을 하겠는가?그녀는 이 남자를 만나지 않고 윤슬을 불러서 그녀의 신분을 알려준 다음, 그녀가 미쳐 하는 모습을 볼 수도 있었다.하지만 이 남자와 사귀는 것
"내가 받아들일 것 같아?"부시혁은 눈을 들고 아무런 감정 기복이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그러자 윤연의 심장이 철렁했다. 원래 억눌러진 불길한 예감이 다시 그의 말에 따라 솟아올랐다."무…… 무슨 뜻이에요?"그녀의 목소리가 떨렸다.장 비서는 그녀를 비웃었다."모르겠어요? 대표님이 당신의 요구를 거절하셨어요!""그럴 리 없어!"윤연은 너무 큰 충격을 받아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몸부림을 치며 남자 앞에 달려가 진짜인지 아닌지 따지기 시작했다. 그녀의 힘이 얼마나 컸으면 바닥에 고정된 의자가
윤연은 공포에 질려 온몸이 굳어버렸고, 다리가 후들거렸다.이 남자 악마였다!그는 사람을 시켜 감옥에서 그녀를 괴롭힐 생각이었다.'안돼. 난 이수지처럼 되고 싶지 않아. 너무 무서워!'"부시혁 씨, 제가 잘 못했어요. 진짜 잘 못 했어요. 부탁이에요. 제발 그러지 마요. 앞으로 다시는 안 그럴게요. 정말 안 그럴게요."윤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연신 부시혁한테 사죄했다. 그녀는 부시혁이 자신을 용서했으면 했다.하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아무런 표정이 없었고 그녀의 애원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말 철석같은 남자였다.
장 비서는 냉큼 시선을 거두고 몸을 바로 앉았다."알겠어요. 그럼 윤슬 씨 집으로 갈게요."'하긴, 어제 윤슬 씨를 얻었으니까, 오늘은 같이 있어 줘야지. 안 그럼 얼마나 찌질하잖아. 그래서 방금 날 노려봤구나. 내가 쓸데없는 걸 물어봐서. 하하하…….'장 비서는 멋쩍게 웃으며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운전하는 데 집중했다.부시혁은 핸드폰을 들고 윤슬에게 문자를 보냈다.[돌아가는 길이야. 곧 집에 도착할 거야.]QS빌라.윤슬은 소파에 앉아 티브이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전화가 울리는 걸 듣고 핸드폰을 확인했다. 그리고 남자
장 비서의 동공이 흔들렸다."대표님!""어떻게 된 일입니까?"이때 주위를 순찰하던 경찰이 소동을 듣고 상황을 살피러 달려왔다.장 비서는 그 경찰을 잡으며 다급하게 말했다."빨리, 빨리 차를 불러주세요. 저희 대표님을 당장 병원에 보내야 해요!""네? 부상자가 있습니까?"그 말을 들은 경찰은 냉큼 차 안을 들여다봤다. 그러자 고개를 숙인 채 이미 의식을 잃은 부시혁을 발견하고 다급하게 말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차를 가져올 테니까요."부시혁을 살릴 방법이 생기자, 장 비서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
"두 분의 대화를 들으니까 이 여사 때문에 사고가 나신 것 같은데, 병원에 같이 가는 게 더 좋을 것 같네요."경찰이 이렇게 말하자, 장 비서도 어쩔 수 없이 승낙했다.장 비서가 자신이 따라가는 걸 허락하자 여자는 마치 기쁜 일이라도 생긴 듯 활짝 웃었다. 그리고 경찰의 도움을 받고 조수석에 올랐다.길에서 여자는 연신 고개를 돌려 부시혁을 쳐다보았다.차 안이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장 비서는 부시혁을 바라보고 있는 여자의 시선에 광기가 들어있다는 걸 발견하지 못했다.이때 장 비서는 다시 핸드폰을 들고 조금 긴장
'교통사고? 왜 사고가 난거지?'윤슬은 이해가 안 갔다.분명 조금 전만 해도 부시혁과 연락했었다. 그리고 지금 돌아가는 길이라고 곧 도착할 거라고 말했었다.그런데 갑자기 교통사고라니!그녀가 어떻게 이 사실을 받아들이겠는가?윤슬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녀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눈물이 글썽했다. 심장은 뜯기는 것처럼 아프고 답답했다.교통사고, 너무나도 무서운 일이었다.가벼워도 중상이었고 심각하면 죽을 수도 있었다.부시혁은 전에 교통사고를 한번 겪어본 적이 있었다. 그땐 별일 없었지만, 이번에는 모르는 일이었다.그들이 화
임이한도 마침 병원에 있었다.임이한은 병원에 실려 온 부시혁을 보자 경악했다."어떻게 된 거죠?""대표님께서 교통사고로 기절하셨어요. 묻지 마시고 빨리 대표님을 살려주세요. 어서요!"장 비서는 다급하게 임이한을 응급실 안으로 밀었다.그러자 임이한은 싸늘한 표정으로 이마를 찌푸렸다. 그는 장 비서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임이한은 마음씨가 좋은 의사가 아니었다. 가끔은 할 수 있는 수술도 거부하곤 했다.왜냐면 하기 싫고 귀찮으니까. 그래서 그가 나서면 살릴 수 있는 환자들을 그저 죽게 내버려 둔 적도 많았다.그에 임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