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시작했다.“누나, 내가 이겼어!”부민혁이 윤슬을 향해 달려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기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아까 내 공격 봤지? 사진 찍었어?”“아니.”윤슬이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우리는 카드 게임 중이었는데?”윤슬의 말에 부민혁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윤슬이 보고 있는 줄 알고 죽기 내기로 뛰었더니 자기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한 표정에 약이 잔뜩 올랐다.“뭐... 뭐라고? 어떻게 날 안 봤을 수가 있어! 내가 아까 얼마나 멋졌는데!”부민혁이 부들거
“누나, 머리 조심하세요.”윤슬은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부민혁을 힐끗 바라본 뒤 별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너 왜 그래?”이때 다가온 성준영이 부민혁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더니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물었다.“네 ex 형수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윤슬 씨 좋아해?”“형,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올해 16살이거든!”“16살? 그게 뭐 어때서?”부민혁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더니 말을 이어갔다.“젊고 활력 넘치고. 그리고 넌 너희 형이랑 다르게 밝은 사람이잖아. 누가 알아? 윤슬 씨가 너 같은 스타일 좋아할지?”
부민혁은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성준영, 윤슬에게 저녁 식사까지 대접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국가대표로 발탁될 때까지 형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성준영, 윤슬과 약속까지 끝낸 상태.국가대표로 발탁되면 아무리 부시혁이라고 해도 허락할 수밖에 없겠지.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빌 생각에 부민혁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하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향한 부민혁은 홈웨어로 갈아입은 채 소파에 기대어 있는 부시혁을 발견하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혀, 형.”잔뜩 당황한
“뭐 은사님이야?”부민혁의 질문에 부시혁은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오늘 윤슬이랑 뭐 먹었어?”“스테이크. 나 혼자서 스테이크에 파스타까지 먹었는데 윤슬 누나가...”저녁 식사에 대해 신나게 말하던 부민혁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형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아, 수행평가 있는 거 깜박했다... 형, 나 이만 올라갈게!”책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던 부민혁이 고개를 돌리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형, 담배 끊어. 형수님이 말하는데 담배 많이 피우면 빨리 죽는다더라.”하지만 곧 부시혁의 차가운 눈빛에 움찔하더니 후다닥 방으로
두 남녀의 정체는 바로 고유나와 부시혁이었다.고유나는 부시혁의 팔짱을 끼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너무 오래 있었나? 스키 타는 법도 다 까먹었네. 부시혁 코치님,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고유나의 말에 부시혁은 그녀의 발목을 힐끗 바라보았다.“발목은 괜찮아?”“별로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 뭐.”다시 매력적인 미소를 짓던 고유나는 부시혁의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없는 시간 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너랑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어.”“그래.”고유나는 퇴원 뒤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고 졸라댔고 마침 부시혁도 급
육재원의 말에 부시혁의 표정이 살짝 어둡게 굳었지만 아무 말 없이 고유나의 장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자기야, 내가 도와줄게.”이에 질세라 육재원도 허리를 숙이더니 윤슬을 도와 스키보 드를 신겨주었다.“참나, 누군 이런 거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나.”육재원의 미친 연기력에 윤슬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왜 웃어?”자리에서 일어선 육재원이 짧은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씩 웃어 보였다.“왜? 너무 멋있어서 반했어?”“닥쳐라.”윤슬이 스틱으로 육재완의 허벅지를 툭 때렸다.“그렇게 까불다 진짜 맞는 수가 있다.”한
곧이어 달려온 육재원이 다급하게 물었다.“자기야, 괜찮아?”“응, 괜찮아.”“다행이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육재원은 고개를 돌리더니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유나 씨, 빨리 좀 내려오세요!”곧이어 고유나가 도착하고 육재원은 바로 그녀를 몰아붙였다.“아까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쪽이 우리 슬이 민 거죠?”“고글을 써서 앞이 잘 안 보여서요.”입술을 깨물던 고유나가 윤슬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제 실수였어요.”“옆도 아니고 앞에 있는 사람을 못 봤다고요?”육재원은 고유나의 얼굴 앞에서 손
이때 윤슬은 자신의 원나잇 상대를 떠올리고 그에게 문자를 보냈다.“혹시 가우 그룹 남시완 대표와 아는 사이에요? 아무리 설득해도 저희 천강에게는 회사를 안 넘길 거라는데...”문자를 보낸 윤슬은 그제야 아차 싶었다. 성준영의 친구라면 그냥 성준영에게 물어보면 될 것을... 왜 굳이 이 남자한테 물은 거지? 이러다 다시 달라붙으면 어쩌려고...후회막심이었지만 문자는 이미 전송된 상태, 윤슬은 한숨을 내쉬었다.이때 남자가 그녀의 문자에 답장했다.Z-H: 남시완은 자존심이 아주 강한 스타일입니다. 자기가 일군 회사가 다른 회사한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