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혁은 물건을 쓰레기통에 버렸고, 목소리는 차갑고 무거웠다.“떠난 후 다시는 하이시에 돌아오지 마. 그녀가 물으면 인사이동이라고 해. 알았어?”“네네. 걱정하지 마세요. 고유나 아가씨 쪽에는 꼭 탄로 나지 않을 것입니다.”죽음의 위기에서 벗어난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잽싸게 돌아서 가려고 몸을 돌리는 순간 부시혁이 불렀다.부시혁은 테이블 위의 카드를 가리켰다.“가져가.”“감사합니다, 대표님. 감사합니다!”남자는 끊임없이 감사 인사를 하고 카드를 쥐고는 다시 장용에게 허리를 숙이고 빠르게 사무실을 떠났다.옆
학부모들이 불쾌한 표정으로 헛기침을 시작했다.“누나, 내가 이겼어!”부민혁이 윤슬을 향해 달려왔다.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지만 눈동자는 기쁨으로 반짝이고 있었다.“아까 내 공격 봤지? 사진 찍었어?”“아니.”윤슬이 손가락으로 뒤를 가리켰다.“우리는 카드 게임 중이었는데?”윤슬의 말에 부민혁의 미소가 어색하게 굳었다. 윤슬이 보고 있는 줄 알고 죽기 내기로 뛰었더니 자기랑은 상관없는 일이라는 듯한 표정에 약이 잔뜩 올랐다.“뭐... 뭐라고? 어떻게 날 안 봤을 수가 있어! 내가 아까 얼마나 멋졌는데!”부민혁이 부들거
“누나, 머리 조심하세요.”윤슬은 불편하다는 표정으로 부민혁을 힐끗 바라본 뒤 별말 없이 차에 올라탔다.“너 왜 그래?”이때 다가온 성준영이 부민혁의 옆구리를 쿡쿡 찌르더니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물었다.“네 ex 형수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이유가 뭐야? 윤슬 씨 좋아해?”“형,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나 올해 16살이거든!”“16살? 그게 뭐 어때서?”부민혁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더니 말을 이어갔다.“젊고 활력 넘치고. 그리고 넌 너희 형이랑 다르게 밝은 사람이잖아. 누가 알아? 윤슬 씨가 너 같은 스타일 좋아할지?”
부민혁은 그동안 모은 용돈으로 성준영, 윤슬에게 저녁 식사까지 대접한 뒤 가벼운 발걸음으로 집에 돌아왔다.이미 계약서에 사인까지 했지만 테스트 단계를 거치고 국가대표로 발탁될 때까지 형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성준영, 윤슬과 약속까지 끝낸 상태.국가대표로 발탁되면 아무리 부시혁이라고 해도 허락할 수밖에 없겠지.태극마크를 달고 코트를 누빌 생각에 부민혁은 콧노래가 절로 나왔다.하지만 가벼운 발걸음으로 거실로 향한 부민혁은 홈웨어로 갈아입은 채 소파에 기대어 있는 부시혁을 발견하고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혀, 형.”잔뜩 당황한
“뭐 은사님이야?”부민혁의 질문에 부시혁은 은근슬쩍 화제를 돌렸다.“오늘 윤슬이랑 뭐 먹었어?”“스테이크. 나 혼자서 스테이크에 파스타까지 먹었는데 윤슬 누나가...”저녁 식사에 대해 신나게 말하던 부민혁은 뭔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형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아, 수행평가 있는 거 깜박했다... 형, 나 이만 올라갈게!”책가방을 들고 계단을 오르던 부민혁이 고개를 돌리더니 한 마디 덧붙였다.“형, 담배 끊어. 형수님이 말하는데 담배 많이 피우면 빨리 죽는다더라.”하지만 곧 부시혁의 차가운 눈빛에 움찔하더니 후다닥 방으로
두 남녀의 정체는 바로 고유나와 부시혁이었다.고유나는 부시혁의 팔짱을 끼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병원에 너무 오래 있었나? 스키 타는 법도 다 까먹었네. 부시혁 코치님, 오늘 잘 부탁드릴게요.”고유나의 말에 부시혁은 그녀의 발목을 힐끗 바라보았다.“발목은 괜찮아?”“별로 많이 다친 것도 아닌데 뭐.”다시 매력적인 미소를 짓던 고유나는 부시혁의 팔을 더 꼭 끌어안았다.“없는 시간 내서 여기까지 온 건데. 너랑 할 수 있는 건 다 하고 싶어.”“그래.”고유나는 퇴원 뒤 기분 전환을 하고 싶다고 졸라댔고 마침 부시혁도 급
육재원의 말에 부시혁의 표정이 살짝 어둡게 굳었지만 아무 말 없이 고유나의 장비를 살펴보기 시작했다.“자기야, 내가 도와줄게.”이에 질세라 육재원도 허리를 숙이더니 윤슬을 도와 스키보 드를 신겨주었다.“참나, 누군 이런 거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아나.”육재원의 미친 연기력에 윤슬은 결국 웃음을 터트렸다.“왜 웃어?”자리에서 일어선 육재원이 짧은 머리를 뒤로 넘기더니 씩 웃어 보였다.“왜? 너무 멋있어서 반했어?”“닥쳐라.”윤슬이 스틱으로 육재완의 허벅지를 툭 때렸다.“그렇게 까불다 진짜 맞는 수가 있다.”한
곧이어 달려온 육재원이 다급하게 물었다.“자기야, 괜찮아?”“응, 괜찮아.”“다행이다.”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육재원은 고개를 돌리더니 짜증스러운 말투로 말했다.“고유나 씨, 빨리 좀 내려오세요!”곧이어 고유나가 도착하고 육재원은 바로 그녀를 몰아붙였다.“아까 내가 이 두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쪽이 우리 슬이 민 거죠?”“고글을 써서 앞이 잘 안 보여서요.”입술을 깨물던 고유나가 윤슬에게 사과했다.“미안해요. 제 실수였어요.”“옆도 아니고 앞에 있는 사람을 못 봤다고요?”육재원은 고유나의 얼굴 앞에서 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