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1 시쯤, 왕수란이 어두운 얼굴로 집에 돌아왔다. 게임을 하고 있던 부민혁이 왕수란을 보며 물었다. “엄마, 누가 화나게 했어요?”왕수란이 가방을 소파에 던지고 씩씩거리며 앉았다. “이게 다 그 망할 윤슬 계집애 때문이야!”“누구요?’ 부민혁이 게임기를 내려놓고 왕수란에게 다가가 물었다. “엄마, 윤슬 만나고 왔어요?”“내가 할 일이 그렇게 없어서 걔를 만났겠니? 저번에 백화점에서 윤슬이랑 젊은 남자 두 명이서 나를 괴롭혔는데 걔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오늘 백화점 가니까 경호원들이 못 들어가게 막더라니까? 내가 무슨 블
고유나의 얼굴에 웃음기가 사라지며 이내 고개를 숙여 눈물을 뚝뚝 흘렸다. 부시혁은 눈살을 찌푸리며 할머니에게 불만스럽게 말했다. “유나가 할머니 건강 생각해서 좋은 마음으로 챙겨온 거예요. 할머니 손자가 좋아하는 여자예요. 저에게 화난 건 저한테만 푸세요.”할머니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대답하지 않았다. 부시혁은 고만음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할머니에게 말했다. “늦었으니 좀 쉬세요. 저희는 이만 가볼게요.”두 사람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집 밖을 나왔다. 가정부 아주머니는 할머니에게 다가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어르신,
같은 시각 부시혁의 집.부시혁은 떠들썩한 인기 검색어를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장 비서는 전전긍긍해하며 말했다. “절대 제가 그런 게 아니에요. 분명 누군가 고의로 터뜨린 게 틀림없어요. 사람 시켜서 검색어 내릴까요?”“됐어. 그럴 필요 없어.” 부시혁은 알 수 없는 눈빛을 말했다. “고가 집안에서 한 짓일 거야.”장 비서는 부시혁의 말을 이해했다. 고가 집안에서 윤슬을 압박하려고 올린 영상을 부시혁이 도와준다면 고가 집안에서 기분 나빠할 것이다. 부시혁은 윤슬 때문에 미래 장인에게 미움을 사고 싶지 않았다. “그럼 이
주위에는 재밌는 구경거리를 보려는 눈빛으로 가득했지만 윤슬은 보고도 못 본 체했다.그녀는 그저 웃는 것 같기도, 웃지 않는 것 같기도 하는 표정으로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부시혁을 힐끗 보고는 비로소 채연희를 보며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일단은 초대받지 못했는데 이렇게 와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실검에 올라온 그 영상 누가 진짜라고 확신할 수 있나요? 6년 전의 일을 따지는 거라면 전 정말 억울하네요.”말을 끝낸 그녀의 눈빛은 고유나에게 떨어졌다.고유나의 낯빛은 하얗게 질렸고 황급히 부시혁의 몸 뒤로 숨었다.많은 사람들은 이
육재원의 말이 끝나자마자 현장에 있던 하객들이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그들의 눈빛은 고유나로부터 윤슬에게로 옮겨졌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영상은 전문가에 의해 진짜로 밝혀졌고, 만약 육재원의 말도 사실이라면......부시혁도 깜짝 놀랐다.그는 자신 앞의 여자를 쳐다봤고 눈빛은 무거워졌다. 그는 한참 후에서야 입을 열었다.“윤슬, 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거야?”“제가 말을 했더라도 믿었을까요?”윤슬은 비꼬는 듯한 어투로 되물었다.“대표님, 저희 6년의 결혼 생활 동안 매일 나눴던 대화는
년 전에 저희 아버지가 소더비 경매장에서 120억으로 낙찰받은 거예요......”말을 하던 그녀의 목소리는 낮아졌다.“게다가 제가 가장 아끼는 보석 중 하나인데 윤슬 아가씨께 감사를 표하고 싶어서 가지고 온 거예요.하객들은 고유나 말속의 억울함을 알아챘고, 보석을 계속 받지 않고 도도한 자태로 있는 그녀를 보고는 비난했다.“윤슬 씨, 적당히 해요. 고유나 아가씨가 사과도 했잖아요.”“그러게. 고도식 대표님도 딸을 지키려는 간절한 마음에 그런 행동을 한 건데 게다가 사과까지 했잖아?”“고유나 아가씨가 아끼는 보석까지 꺼내서
“윤슬 아가씨, 너무 하시네요.”고유나는 화가 나서 어쩔 줄 몰랐지만 참을 수밖에 없었다.“영상 일은 우리 아버지가 이미 사과를 했는데 왜 그만하려고 하지 않는 거예요? 내 남자친구가 준 청혼 목걸이도 뺏고 싶어요?”윤슬은 눈썹을 치켜세우고 웃으며 말했다.“저랑 부시혁 대표가 이혼한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아가씨랑 부시혁 대표가 그런 사이가 되었어요. 모르는 사람이 보면 사모님이 되고 싶어 안날이 나서 그를 호시탐탐 노린 줄 알겠어요!”“무슨 헛소리예요. 분명 당신이......”“그리고 고유나 아가씨, 전 뺏을 생각이 없
“정말 속이 후련했다니까.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였다고!”유신우는 뒷자리에 앉았고 나비 핸드백을 윤슬에게 건네줬다.“아까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잊고 안 가져갔어요.”“아까 너무 빨리 나가느라 깜빡했네.”윤슬은 핸드백을 받아들었다.유신우는 의자 옆에 놓인 보석함을 힐끗 보고는 윤슬에게 물었다.“누나, 설마...... 아직도 부시혁이 신경 쓰이는 거 아니에요? 둘이 같이 있는 게 보기 싫어서 푸른 태양의 심장을 갖겠다고 한 거예요?”육재원은 차를 몰면서도 백미러로 윤슬을 보면서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나랑 부시혁은 이
“당연히 그런 일에 관한 거지!‘이 구제불능과 정말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이제 와서 후회해봤자 이미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그런 의도로 선생님이라고 부른 게 아니었는데 부시혁은 이것마저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고 있었다.‘골치 아파.처음에 부시혁이 보던 드라마의 여주인공을 선생님이라고 부른 사람들도 충분히 이상한데.거기서 배운 게 아니면 이 구제불능이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 있겠어?’윤슬이 말한 선생님이라는 호칭은 일반적인 선생님이라는 뜻이었다.‘선생님이라는 호칭이 이렇게 불경스럽다니.’“그만 좀 해요, 부
부시혁의 이런 눈빛을 볼 때마다 윤슬은 마음이 굉장히 평안해졌다. 그녀는 부시혁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을 믿어요. 당신이 부씨그룹의 대표 말고 선생님이 되면 틀림없이 학생들에게 엄청 환영받는 선생님이 될 거예요. 학생들이 좋아하는 선생님은 바로 당신처럼 학생들에게서 잘못을 찾지 않고, 학생들에게 맞추는 선생님이라구요.”부시혁은 윤슬의 머리를 만지며 가볍게 웃었다.“어쩌지? 나는 선생님 되는 건 별로야. 그냥 너만 가르치는 거지, 다른 사람한테는 좋은 선생님이 아니야.”이 말이 너무 웃겨서 윤슬은 자기도
그렇기 때문에 윤슬은 반드시 공부하고 더 공부해서 더욱 강하고 더욱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이는 자신에 대한 책임일 뿐만 아니라 나아가 천강그룹 경영에 대한 책임이며 천강그룹의 수백 수천의 직원들에 대한 책임이다.그렇지 않으면 천강그룹이 무너지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고 생존해야 하는 이런 종업원들 또한 앞길이 막막해진다.그래서 윤슬은 부시혁이 자신을 가르치겠다는 제의에 매우 감격하고 기뻐하며 기대했다.필경 부시혁과 같은 수준의 인물이 자신을 가르치게 되면 자신은 꿈에서도 좋아서 웃음이 나와 마땅하다. 다른 사람들은 감히
이 점은 틀림없이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그러나 그런 학생들과 윤슬은 전혀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먼저 전제되어야 한다.부시혁에게 윤슬만큼은 예외였다.윤슬을 대할 때 부시혁 역시 평소와는 달리 늘 부드러운 남자였다.비록 이 순간 잠시 윤슬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지만 부시혁은 여전히 온화하고 꽤 인내심을 발휘했다.부시혁에게 막 배우기 시작했을 때 윤슬은 배운 내용을 자신이 잘 이해하지 못해서 부시혁이 자신을 너무 멍청하다고 생각하고 인내심을 잃으면 어쩌나 걱정했다.부시혁이 그다지 훌륭한 인내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그녀도 잘
부시혁이 말했다.윤슬이 웃으며 말했다.“당신에게 알려준다는 걸 깜빡 잊었네요. 고택에 가져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해서, 알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는지도 모르겠어요.” 부시혁이 윤슬이 이마를 살며시 눌렀다. 부시혁에게 윤슬의 이 말은 무엇이든 잊을 수 있다는 것처럼 들리는 듯했다. “대체 얼마나 큰 뼈길래, 이모께서 직접 친정이 있는 곳까지 가서 구해오신 거야? 우리도 사고 싶다고, 거기가 어디인지 알려달라고 하면 안 되는 건가?” 부시혁이 길고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만년필을 돌리며 호기심을 표시했다.‘혹시 야생동물의 뼈는 아
윤슬이 진지한 표정과 말투로 부시혁을 향해 말했다. 부시혁은 자신이 윤슬의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윤슬이 분명 본인의 마음대로 행동할 사람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윤슬을 확실히 그러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지금과 같은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을지라도, 윤슬은 부시혁으로 하여금 어떠한 이득도 취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 알았어, 당신 말대로 하면 되잖아!”부시혁이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윤슬의 사무용 의자에 앉았다. “이제 됐지?”“됐어요.”윤슬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하지만, 이처럼 윤슬의 허락을 구한다는 것은 부시혁이 윤슬에 대한 존중뿐만 아니라, 천강그룹에 대한 존중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게 했다. 부시혁은 회사의 규묘가 작다는 이유로 천강그룹을 무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부시혁은 윤슬이 마음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윤슬의 말을 듣고는 낮은 웃음을 지었다.“왜 천강그룹이 나한테 가치가 없을 거라 생각하는 거야? 당신이 여기 있잖아. 그러니까 당연히 천강그룹은 나에게 가장 가치 있는 곳이지.” 갑작스러운 부시혁 말에 얼굴이 붉어진 윤슬이 부시
윤슬의 눈에는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를 알아차린 부시혁이 윤슬을 놀렸다. “왜? 난 여기 올라오면 안 돼?”“아니에요.” 윤슬은 다가가서 부시혁의 손을 잡고 웃으며 말했다.“당신이 우리 천강그룹에 오면 직원들이 나보다 당신을 더 친절하게 대하는 거 알아요? 오죽하면 내가 당신이 여기까지 올라오지 못하게 하라고 지시를 내려도, 직원들은 내 말을 듣지 않을 정도예요. 물론 당신이 몰래 올라오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내가 당신을 올라오지 못하게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아무 소용 없지.”부시혁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
전화 너머에서, 윤슬이가 박희서를 언급하자 육재원의 얼굴은 삽시에 굳어졌다.윤슬이 말한 자신이 듣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한 그 이야기가 바로 박희서에 관한 것이었다니. 육재원은 조금 듣고 싶지 않았다.육재원이 침묵하자, 윤슬은 자신이 박희서를 언급한 것이 육재원에게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임을 알고는 한숨을 쉬었다.“재원아, 박 비서가 해외로 연수를 간다는 걸 알고 있었어?”물론 윤슬은 이렇게 물었지만, 사실 그녀는 육재원이 그 사실을 알 리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육재원의 예상외 대답은 윤슬을 놀라게 했다.“알고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