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서현이 막 문을 들어섰지만 아무도 그녀를 맞이하지 않았다.조용히 한쪽에 서 있는 것이 이곳의 화려한 분위기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그때, 이윤희가 입을 열었다.“서현아, 돌아왔구나.”이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고 모두 지서현을 바라봤다.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지더니 박경애는 곧바로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며 말했다.“서현이는 왜 돌아왔어?”이윤희는 미소를 띠고 답했다.“어머니, 오늘 생신이시잖아요. 그래서 서현이도 불렀어요.”박경애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굳이 부를 필요 없어. 우리 예슬이랑 유나를 봐봐
조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맞습니다.”최근 몇 년간 지씨 가문은 하승민 덕분에 승승장구했다.박경애 역시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고전미술과 명화를 즐기기 시작했고 이 를 오랫동안 찾아 헤맸다.그런데 하승민이 직접 선물로 가져온 것이다.“와!”사람들이 몰려들었다.“하 대표님, 정말 통이 크시네요! 이 그림 진짜 귀하잖아요!”박경애는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하하 웃었다.“하 대표, 정말 신경 써주었네!”지유나는 고개를 살짝 들고 하승민을 바라봤다.그 눈빛엔 동경과 애정이 가득했다.돈도 많고 이렇게 정성껏
지서현이 수프를 받지 않자 하녀가 비웃듯 말했다.“지서현, 혹시 네가 아직도 지씨 가문의 장녀라고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말해 두지만 우리 가문에 딸은 단 두 명뿐이야. 하나는 예슬 씨, 또 하나는 유나 씨.”다른 하녀도 조롱하듯 거들었다.“맞아, 예슬 씨는 지금 C신의 조수고 유나 씨는 미래의 하씨 가문 사모님이잖아. 근데 넌 뭐가 있는데?”“얼른 수프나 갖다 놔!”두 하녀는 대놓고 지서현을 무시했다.하지만 지서현은 아무 말 없이 수프를 받아 들고 방으로 향했다.지서현이 다시 홀을 지나가던 순간, 몇몇 기업 총수들과
그러나 은침은 허공을 가르고 말았다.상대는 재빠르게 몸을 틀어 그녀의 손목을 단단히 붙잡았다.뒤이어 차갑고도 날카로운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지서현, 지금 뭐 하는 거야?”탁.손에서 놓친 은침이 바닥에 떨어졌다.지서현은 순간 얼어붙었다.눈앞의 사람은 하승민이었다.“왜 여기에 있는 거야?”하승민은 그녀의 손목을 놓아주며 서늘한 눈빛으로 방 안을 한 바퀴 훑었다.그리고 곧 침대 위에 쓰러져 있는 이호성에게 시선이 닿았다.“저 사람은 누구지?”사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아까부터 아래층에서 지서현을 지켜보고 있었으
이호성 밑에 깔린 여자가 필사적으로 저항하며 소리쳤다.“놔요! 사람 살려!”이윤희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딱 생각했던 그림이었다. 그녀는 곧바로 소리쳤다.“지서현! 역시 네가 여기서 남자랑 몰래 정을 통하고 있었구나! 정말 실망이야!”뒤에 있던 사람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저게 정말 시골에서 온 지서현이라고? 너무 뻔뻔한 거 아냐?”지동욱과 강미화도 흥미롭다는 듯 지켜보고 있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지서현을 하찮게 여겼기에 마치 벌레 보듯 바라보며 말했다.“어머니, 지서현은 우리 지씨 가문의 수치입니다. 빨리 내쫓아
지유나가 앞으로 나서서 해명하려 했다.“그런 게 아니에요...”“꺼져!”강미화가 그녀를 거칠게 밀쳐냈다.쿵!벽에 부딪히는 바람에 지유나의 이마에는 붉은 자국이 남았다.이윤희는 곧장 앞으로 나와 강미화의 팔을 붙잡았다.“감히 우리 유나를 때려?”강미화는 즉시 반격했다.그녀는 이윤희의 긴 머리채를 거칠게 휘어잡더니 날카로운 손톱으로 얼굴을 할퀴려 했다.“형님, 뭐라고 잘난 척하는 거예요? 형님이 누구인지 잊었어요? 자기 시숙한테 시집간 더러운 년 주제에!”지씨 가문이 점점 번성하면서 이윤희의 과거는 묻혀버렸었다.그
“하 대표님, 약에 당하셨어요!”하승민은 차갑고도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사실 그는 이미 몸의 이상을 감지하고 있었다.커튼 뒤에서 함께 숨어 있던 두 사람. 그녀의 가녀린 몸이 자신의 몸에 닿아 있었고, 부드러운 손바닥이 그의 입을 막고 있었다. 그러자 마치 불이 붙은 듯 온몸이 달아올랐다.약에 취한 채로 하승민은 지서현의 가느다란 팔목을 붙잡았다.그리고 그대로 지서현을 데리고 밖으로 걸어 나갔다.밖은 이미 난장판이었다. 지해준네 집안과 지동욱네 집안이 한바탕 치고받으며 싸우고 있었고 몰려든 사람들로 시끌벅적했다.그 혼란
지서현은 이 어색한 분위기를 어떻게든 풀어보려 했다.그러나 하승민은 차가운 눈길로 그녀를 바라보며 얇은 입술을 살짝 비틀어 흥미로운 기색이 역력한 미소를 지었다.“도와준다고?”‘약에 취해있는데 어떻게 도와주겠다는 거야.’“...”지서현은 얼굴이 순식간에 붉어져 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런 의미가 아니에요! 다른 방법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요!”“응?”그녀가 허둥대며 설명하는 모습이 흥미로웠는지 하승민은 가늘고 긴 눈꼬리를 살짝 올렸다.“그럼 그 다른 방법이란 게 뭔데?”“...”‘지금 일부러 그러는 거지?’성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