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는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자신의 정체를 밝혔다. 그녀가 바로 지온이라고.엄수아가 지온이라고?지유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멍해졌다.‘엄수아가 지온이라니? 나와 은지가 세경대를 샅샅이 뒤지며 찾아다녔던, 친구가 되고 싶어 안달했던 그 사람이 바로 엄수아, 이 못난이라고?’하늘이 자신에게 너무나 큰 장난을 친 것 같았다.믿을 수가 없었다.하은지 또한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때 엄수아가 웃으며 말했다.“지유나, 우리 오빠에게 들었는데 너 나랑 친구 하고 싶다고 했다며? 아까는 말 잘하더니 왜 지금은 아무
엄수아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녀는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지유나, 정신 차려. 여긴 임씨 가문이야. 하씨 가문이 아니라고. 뭐해요. 얘네들 당장 내쫓아요!”“알겠습니다.”지유나와 하은지는 반항할 새도 없이 쿵 소리와 함께 밖으로 던져졌다. 곧 두 사람은 문밖에서 엎어져 꼴사나운 모습이 되었다.하하.임미선은 매정하게 비웃었고 엄수아는 장난스럽게 미소 지었다. 그녀는 두 사람을 잘 대접하겠다고 말했었다.감히 그녀의 절친 지서현을 괴롭히다니. 지서현 뒤에 아무도 없는 줄 알았나 보지?며칠 전 지서현이 크게 앓았던 것에 대
하은지는 잠시 말을 멈췄다. 사실 그녀는 아직 그 부분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았다.“유나 언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정우 오빠예요...”“은지 씨, 정우는 이제 잊어요. 그 사람, 이미 강미래 씨랑 결혼 날짜까지 잡았어요. 유 씨랑 강 씨 두 재벌가끼리 맺는 결혼이라 절대 틀어질 일 없어요. 그러니까 은지 씨도 더 늦기 전에 새로운 인연 찾아야죠.”지유나는 덧붙였다.“조씨 가문은 해성에서도 손꼽히는 재벌가예요. 조군익은 집안도 좋고 인품도 괜찮아서 임씨 가문에서도 지온이한테 점찍어 뒀잖아요. 근데 은지 씨가 먼저 가로채면
조군익은 고개를 돌렸다. 하은지의 맑고 예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순간 그의 눈이 빛났다.“어, 하은지!”하은지는 오늘 세일러 카라가 달린 파란색과 흰색 상의에 검은색 미니스커트를 입고 있었다. 볼록한 가슴과 잘록한 허리, 늘씬한 다리까지, 그녀의 완벽한 몸매가 잘 드러났다. 하은지는 조군익 앞에 청순하게 서서 두 다리를 가지런히 모으고 살짝 웃었다.“조군익, 전에 네 차에 얻어 탔었잖아. 그러니 오늘 내가 우산 씌워주는 걸로 퉁치자.”조군익은 웃었다.“조군익, 너 약속 있지? 이 우산 너 가져. 난 먼저 갈게.”하은지
‘조군익은 왜 전화를 받지 않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엄수아는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조군익의 안전이 걱정되었던 것이다.팝콘을 품에 안고 엄수아는 쏟아지는 빗속을 뚫고 세경대로 뛰어갔다.세경대에 도착했을 때 엄수아는 온몸이 젖어 있었다. 영화는 보지 못했지만 맛있는 팝콘만큼은 조군익과 함께 나누고 싶어 품 안에 소중히 안고 왔던 것이다.엄수아는 조군익을 찾아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나 곧 그녀는 걸음을 멈췄다.조군익을 발견했기 때문이다.그는 바로 앞에 있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하은지가 서 있었다.조군익
하은지는 휴대폰을 꺼내 지유나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수아가 영화관에서 늦게까지 기다리다가 물에 빠진 생쥐 꼴로 돌아갔다는 말에 지유나는 깔깔 웃었다.“진짜 웃겨 죽겠네. 임씨 가문의 막내면 또 어때요. 얼굴이 예뻐야지. 은지 씨, 너무 잘했어요. 조군익은 이젠 완전히 푹 빠진 것 같은데요.”하은지는 미소를 지었다.“유나 언니, 아직 끝나지 않았어요. 내일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거예요.”“누가 엄수아더러 지서현이랑 어울리래요? 우리한테 덤빈 게 잘못이지. 이번 일은 엄수아에게 좋은 교훈이 될 거예요. 은지 씨, 좋은 소식 기다
엄수아는 조군익의 말에 충격을 받았다. 도대체 무슨 소린지 알 수가 없었다.알고 보니 조군익은 집안의 압박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접근했고 예쁘다고 칭찬하며 약혼까지 했던 것이다. 사실 그의 눈에 자신은 그저 추녀에 불과했다.이것이 그의 진심이었다니.엄수아의 얼굴은 하얗게 질렸다.“수아야, 은지가 다치는 걸 더 이상 볼 수 없어. 죽어 마땅한 건 바로 너 이 못난이야.”조군익은 잔인하게 말을 내뱉고 돌아서서 가버렸다. 엄수아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눈가에는 눈물이 금세 차올랐고 그녀는 입을 틀어막은 채 여자 기
하승민의 긴 손가락이 허공에 멈췄다.“하 대표님, 어서 출발해요. 수아를 빨리 찾아야 해요.”하승민은 백미러로 지서현을 흘끗 보았다. 지서현은 뒷좌석에 앉아 계속 휴대폰만 보고 있었다. 얼굴은 다소 창백했는데 맑고 깨끗한 얼굴이 더욱 투명해 보였다.지서현의 신경은 온통 엄수아에게 쏠려 있어 하승민을 힐끗 한 번 쳐다본 것이 전부였다.이제 두 사람은 하나는 앞에 하나는 뒤에 앉아 마치 남처럼 멀어진 사이가 되어버렸다.하승민은 시선을 거두고 액셀러레이터를 밟았다.“알았어.”...엄수아는 계속 울고 있었다. 너무 슬펐다.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