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우의 말에 친구들이 곧바로 분위기를 띄웠다.“뭐야, 무슨 친구? 남자야? 설마 여잔가?”“유정우, 너 혹시 몰래 연애 중이냐?”“오늘 생일을 기념해서 공개 연애라도 하려는 거야?”“어느 집 아가씨가 우리 유정우를 사로잡은 걸까?”유정우는 입가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너희들 좀 조용히 해. 괜히 겁줘서 도망가게 만들지 말고.”짧은 한마디에 모두 난리가 났다.그 시각, 하승민은 소파에 앉아 무심한 표정으로 술잔을 기울이고 있었다.옆에 있던 지유나가 의미심장하게 웃으며 그에게 말을 걸었다.“오빠, 정우
유정우는 다른 사람들의 선물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지서현이 준 선물에는 매우 흥미를 느꼈다.그는 선물을 꺼내며 궁금한 듯 중얼거렸다.“나도 되게 궁금하네.”고우섭은 선물 가방을 커피 테이블에 올려뒀고 유정우가 그 안에서 선물을 꺼냈다.지서현은 자신의 선물이 유정우에게 실망을 줄까 봐 걱정하며 입을 열었다.“유정우 씨, 제가 급하게 오는 바람에 그냥...”그녀는 그 말을 채 끝내지 못하고 멈췄다.안에서 유정우가 꺼낸 것은 지갑이 아닌 편지였다.‘어? 뭐지?’지서현은 얼떨떨해졌다.“유정우, 선녀님이 편지 써
“승민 오빠.”그때 곁에 있던 지유나가 입을 열었다.“어차피 오빠 지서현 별로 안 좋아하잖아요. 두 사람 결국 이혼할 거고 이제 지서현도 자기 행복을 찾았는데? 게다가 상대도 유정우 오빤데? 지서현이 사로잡은 사람은 수많은 명문가 아가씨들이 노렸지만 누구도 차지하지 못했던 남자잖아요. 그러니 저희가 축복해 줘야 하는 거 아니에요? 오빠?”지유나의 말에 하승민의 동공이 급격히 흔들렸다.그때, 유정우 친구들이 케이크를 가져오며 촛불을 밝혔다.“자, 이제 생일 주인공이 촛불을 불어 주세요!”유정우는 조용히 촛불을 불고 나서 케
하승민은 손을 들어 지유나에게서 자신의 팔을 빼내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방금 술을 마셔서 운전할 수 없어. 먼저 회사로 돌아갈게. 오늘은 너 혼자 가.”이내 조현우가 롤스로이스를 몰고 두 사람이 있는 곳에 도착하자 하승민은 곧바로 차에 올라타 떠났다.그렇게 혼자 남겨진 지유나는 전혀 화를 내지 않았고 오히려 더 기분이 좋아 보였다.그때, 하은지가 성난 얼굴로 다가오며 발을 쿵 하고 굴렀다.“새언니! 지서현이 감히 정우 오빠한테 연애편지를 썼대요. 진짜 뻔뻔하지 않아요?”그 연애편지는 사실 지서현이 쓴 것이 아니라 지유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문자가 아니라 유정우가 방금 모멘트에 게시물을 올린 것이었다.세경 대학 체육관에서 찍은 한 장의 사진, 얼굴은 드러나지 않았지만 땅에 두 사람의 그림자가 적나라하게 비쳤다.하나는 가녀리고 우아한 실루엣, 또 하나는 키 크고 날렵한 남성의 실루엣이었는데 딱 봐도 지서현과 유정우였다.유정우는 사진과 함께 짧은 글도 남겼다.[최고의 생일 선물.]이 게시물은 곧바로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불러일으켰다.그의 친구들 또한 하나둘씩 댓글을 달았다.[정우야, 오늘 생일인데 왜 클럽 안 가고 청순 모드야?][학교
그러나 고급 차량에 씌워진 필름 덕분에 안에서는 밖이 보이지만 밖에서는 내부를 볼 수 없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의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그가 차 안에서 자신과 유정우를 바라보고 있을 거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왜 갑자기 나를 찾아온 거지?’지서현은 자연스럽게 유정우를 돌아보며 말했다.“정우 씨, 늦었으니까 전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 볼게요.”유정우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좋습니다. 다음에 또 놀죠.”그는 가볍게 손을 흔들고는 자신의 페라리에 올라탔다.그리고 스포츠카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한순간에 시야에서
하승민은 지서현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앞으로 자신을 찾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지금 화가 잔뜩 나 있었다.그래서 지서현의 부드러운 입술이 다가오자 그는 귀찮다는 듯 그녀를 밀어냈다. 하지만 지서현은 그의 어깨에 걸쳐 있던 작은 손을 하승민의 목으로 옮겨 단단히 감아 버렸다.“하승민 씨, 저 밀어내지 마세요. 네?”지서현은 맑은 눈동자로 하승민을 올려다보았는데 나긋나긋한 목소리가 한 글자 한 글자 또렷하게 울렸다.그리고 살짝 새어 나오는 콧소리가 하승민의 근육마저 긴장하게 만들었다.“예전처럼 우리 둘만의 비밀로 하면 되잖아요.
엄수아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서현아, 이제 그만 자.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피곤해하는데?”지서현은 애써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조금만 더 잘래.”“자긴 뭘 자! 기분 좀 띄워보자. 일어나! 나랑 술 마시러 가자.”엄수아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술집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룸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했다.지유나와 고우섭, 그리고 하은지. 그 외에도 몇 명의 재벌 2세들이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고우섭이 말했다.“형수님, 우리 승민 형님 출장을 간 지 이틀째잖아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