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수아가 그녀를 흔들어 깨웠다.“서현아, 이제 그만 자. 대체 어디 갔다 온 거야? 왜 이렇게 피곤해하는데?”지서현은 애써 눈을 비비며 중얼거렸다.“조금만 더 잘래.”“자긴 뭘 자! 기분 좀 띄워보자. 일어나! 나랑 술 마시러 가자.”엄수아는 그녀를 억지로 끌고 술집으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사람은 고급스러운 프라이빗 룸에서 익숙한 얼굴들을 마주했다.지유나와 고우섭, 그리고 하은지. 그 외에도 몇 명의 재벌 2세들이 있었다.소파에 앉아 있던 고우섭이 말했다.“형수님, 우리 승민 형님 출장을 간 지 이틀째잖아
지서현은 순간 얼어붙었다.‘이게 무슨 뜻이지? 그 목걸이는 지유나를 위한 것 아니었나? 그런데 왜 나한테 마음에 드냐고 묻는 거지?’‘설마... 두 개를 산 건가? 하나는 지유나에게 하나는 나한테?’사실 그럴 수도 있었다.하승민은 돈이 많으니까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그렇지만 지서현은 더 이상 그의 생각을 추측하고, 고민하고, 신경 쓰며 살고 싶지 않았다.고속도로에서의 그날 밤으로 지서현은 이미 모든 걸 돌려줬으니 이제 둘은 완전히 정리된 사이였다.지서현은 휴대폰을 조용히 내려놓고는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그때, 지유나
하승민은 이미 떠났다.하지만 지서현이 신경 쓰는 건 그가 떠난 게 아니었다.그녀는 왜 하승민이 그렇게 쉽게 그 비싼 목걸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는지 궁금했다.그 목걸이는 천만 원 이상 하는 명품이었다.돈이 많다고 해서 이렇게 아무렇게나 써도 되는 건가?그렇게 생각한 지서현은 즉시 쓰레기통으로 달려가 그 물건을 주워 왔다.다행히 더럽혀지지 않았고 손상도 없었다.지서현은 다시 여자 기숙사로 돌아와서 그 명품 목걸이를 꺼내 화장대 앞에 앉았다.박스를 열자 그 목걸이는 조명에 반사돼 아름답게 빛났다.하승민의 안목은 확실히 좋았
‘남편’은 지서현에게 서늘한 미소를 짓는 이모티콘을 전송했다.“악!”하승민은 대표 사무실 의자에 앉아 지서현과의 대화창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여전히 상대가 문자를 쓰고 있다는 표시만 뜰 뿐 아무런 답장이 없었다.지서현은 도대체 무슨 문자를 전송할지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 결국 포기하고 핸드폰을 내려놓았다.하승민은 이 상황이 웃긴다는 듯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러다 문득 캡처된 사진이 떠올랐다. 가녀린 목선을 따라 걸려 있던 목걸이는 지서현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었다.‘소아린? 그 사람이 날 뭐라고 불렀더라? 개*
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짱을 끼며 말했다.“오빠, 우리 같은 방에서 지내자.”옆에 있던 유정우 또한 지서현의 어깨를 감싸며 입을 열었다.“서현 씨, 저희도 한방에서 지내죠.”그러자 하승민의 시선이 곧장 지서현에게 향했고 잠시 생각하던 지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그녀가 흔쾌히 유정우와 같은 방을 쓰겠다고 하자 하승민은 입술을 깨물었다,지서현은 하승민의 시선을 느끼고 고개를 들었고 딱 그의 차가운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쳤다. ‘뭘 봐?’그녀는 하승민의 눈빛을 무시하고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어젯밤 잘못 보냈던 사진과
하승민은 지서현의 레이싱카를 구석으로 밀어붙이며 몰아내려 했다.하지만 지서현은 정면으로 맞섰다.그녀의 차바퀴가 벽에 닿으며 불꽃이 튀었고 차체가 순간적으로 드리프트 하며 하승민을 다시 추격했다.“이 정도로 레이싱을 잘한다고?”모두가 놀랄 만큼 대담한 실력이었다.하승민은 바람에 흩날리는 지서현의 머리카락을 바라보았다.검고 긴 머릿결이 공중에서 찬란하게 퍼졌고 몇 가닥은 지서현의 하얀 얼굴과 고운 목선을 스치며 감겼다.그녀는 선글라스를 쓴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려 하승민을 보더니 가볍게 중지를 치켜세웠다.FUCK.“하,
승부가 나자 유정우가 웃으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서현 씨가 말한 도와준다는 사람이 바로 지유나였구나.”그의 혼잣말에 하승민이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무슨 소리야? 무슨 도움?”“아까 너랑 서현 씨가 겨루고 있을 때 서현 씨가 그러더라. 지유나는 심장이 안 좋으니까 네가 아무리 운전을 잘해도 걔를 태우고선 속도를 제대로 낼 수 없다고. 그러니까 결국 지유나가 자기를 도와줄 거라고 말이야.””걔가 그렇게 말했어?”하승민은 천천히 시선을 돌려 멀어지는 지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다 그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스쳤다.
전에는 레이싱이었다면 이제는 돈 싸움이었다.이 재력 싸움에서 서광 그룹의 후계자인 하승민이 질 리 없었다.지유나는 애교를 잔뜩 부리며 하승민에게 조르는 듯 말했다.“승민 오빠, 이거 사줘! 나 이거 꼭 갖고 싶어.”하승민은 지유나를 바라보다가 시선을 돌려 지서현을 봤다.그리고 그녀 역시 조용히 하승민을 바라보고 있었다.그 순간, 지유나가 그의 팔짱을 끼며 더욱 애교를 부렸다.“응? 승민 오빠, 사줘.”그러자 하승민은 가게 주인을 향해 짧은 말을 내뱉었다.“원래의 두 배 가격을 지불하죠.”예상과는 달리 시원한 가격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