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지유나의 비명이 터지자 하승민이 급히 브레이크를 밟았고 그렇게 롤스로이스가 급정거했다.안색이 창백해진 채 지유나는 크게 숨을 몰아쉬었다.“오빠, 왜 이렇게 빨리 달리는 거야?”하지만 하승민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기만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전방을 보았다. 조금까지 거의 따라잡을 뻔했던 람보르기니가 그가 멈춘 틈을 타 빠르게 사라지고 있었다.하승민이 얇은 입술을 한 번 꼭 다물었다.“괜찮아?”지유나는 고개를 저었다.“괜찮아.”그러고는 곧바로 말을 이었다.“설마 했는데 지서현이 정유 오빠까지 건드리게 될 줄은
“뚜뚜.”지서현이 전화를 끊었고 하승민은 할 말을 잃었다.‘젠장, 감히 전화를 끊어?’마침 집사인 박남수가 다가왔다.“집사님, 지서현한테 전화해서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다고 전해요. 당장 돌아오라고요.”그러자 박남수가 순간 멈칫했다.“하지만 도련님, 어르신께서는 아까 사모님이 준비한 보양식을 드시고 숙면에 드셨습니다. 건강에 아무 문제 없어요.”“거짓말 좀 할 줄 모르세요?”박남수가 또다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도련님, 사모님한테 거짓말하는 건 좀 그렇지 않습니까? 지난 3년 동안 사모님은 도련님과 어르신을 동시에 챙겼
지서현은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누군가를 사랑하는 마음은 잃지 않았다.이윤희든 하승민이든 그녀는 늘 먼저 적극적이고 열렬하게 사랑했다.사랑한다는 것은 비굴한 것도, 남보다 못한 것도 아니었기에 더더욱 남에게 멸시받을 이유가 될 수 없었다.하물며 그녀는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았다.하승민 그 남자를.차가운 눈빛으로 지서현의 맑고 투명한 눈동자를 바라보던 하승민은 얇은 입술을 비웃음으로 일그러뜨리며 말했다.“정말 날 더 이상 좋아하지 않는다고?”“네... 읍!”지서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남자는 고개를 숙여 그
‘이 남자가!’지서현은 분노에 차 발꿈치를 들고 하승민의 입술을 깨물었다.“스읍.”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입안 가득 피 맛이 퍼졌다. 그녀는 피가 나게 깨물었던 것이다.하승민은 손을 뻗어 그녀의 작은 얼굴을 O자 모양으로 잡고는 분노에 찬 눈으로 말했다.“너 강아지냐? 왜 이렇게 물기를 좋아해?”지서현은 물러서지 않고 그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내일 유나한테 입술 상처를 어떻게 설명할지나 생각해요. 정우 씨가 당신 찌꺼기를 주워 먹었으면 유나는 내가 버린 헌 신짝 주워 신은 거죠. 뭐.”하승민은 말문이 막혔다.‘누
막 샤워를 마친 하승민은 검은색 실크 잠옷을 입고 있었다. 촉촉하게 젖은 머리카락과 물기를 머금은 듯한 상쾌한 모습은 평소 정장 차림일 때보다 훨씬 젊고 잘생겨 보였다.지서현은 그를 흘끗 쳐다보았다. 정말 잘생긴 남자였다.그때, 경쾌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의 전화였다.하승민은 전화를 받았다. 조현우였다.“대표님, C신 쪽에서 내일 병원에서 만나겠다고 합니다.”하승민은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지난번엔 와 놓고 그냥 가버리더니 괜히 신비주의 떠는군. 내일 직접 봐야겠어. 대체 어떤 인간인지.”지서현은 목덜미가 서
결혼 3년, 하승민은 지서현과 단 한 번도 잠자리를 같이한 적이 없었다. 물론 다른 여자와도 마찬가지였다. 이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그런 그에게 스킨케어에 열중하는 지서현의 모습은 낯설고 신기하게 느껴졌다.그때 지서현이 그의 시선을 느꼈는지 고개를 돌렸다.하승민은 미처 시선을 피하지 못하고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지서현은 그를 노려보며 말했다.“뭘 봐요? 예쁜 여자 처음 봐요!”하승민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말했다.“시간 있으면 책이나 좀 읽어. 자기 계발 좀 하고. 아무리 꾸며 봤자 넌 그냥 꽃병일 뿐이야.”“꽃병...
뜬금없이 싫다는 말에 어리둥절했지만 하승민은 신경 쓰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다시 서류 작업에 집중했다.한밤중이 되어서야 업무를 마친 하승민은 일어나 물을 한 잔 따랐다. 그리고 무심코 지서현을 돌아보니 그녀는 이미 잠들어 있었다.하승민이 소파로 돌아가려는데 땅 하는 소리와 함께 지서현의 베개 옆에 놓인 휴대폰 화면이 켜졌다.문자가 온 것이다.하승민은 그녀의 휴대폰을 바라보았고 순간 그의 차가운 눈이 가늘어졌다.켜진 화면 속 그녀의 프로필 사진이 그의 천재 후배 SH의 프로필 사진과 똑같아 보였기 때문이다.하승민은 성큼
하은지는 다가오는 지서현을 발견했다.하승민과 지유나도 지서현을 보았다.“서현아, 너 여기 왜 온 거야?”지유나가 날카롭게 물었다.하은지는 지서현을 혐오스럽게 노려보며 말했다.“지서현, 어젯밤에 정우 오빠한테 꼬리친 거 절대 가만 안 둬. 그리고 당장 여기서 사라져. 우린 C신을 기다리는 중이니 너한테 시간 낭비할 여유 없거든!”하승민은 지서현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녀의 등장이 달갑지 않다는 것이 분명했다.그녀는 마치 방해꾼처럼 느껴졌던 것이다.지서현은 화를 내는 대신 웃으며 세 사람을
잠자는 공주는 거짓이었고 학력이 없다는 것도 거짓이었다.알고 보니 지서현이 바로 그 천재 소녀였던 것이다.하승민의 신비로운 천재 후배가 바로 지서현이었다.“천재 소녀가 이렇게 예쁠 줄이야. 마치 선녀 같아. 재능과 미모를 둘 다 갖췄네.”“큰일 났다. 내 심장이 뛰기 시작했어.”지유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도저히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것이다. 자신이 늘 무시했던 지서현이 자신을 미치도록 질투하게 만들었던 천재 소녀였다니.이윤희 역시 믿을 수 없었다. 지서현이 어떻게 저 연단 위에 서 있는 걸까? 분명 그녀를
최고 학술 포럼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현장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회자는 웃으며 말했다.“오늘 이 포럼에서 가장 주목받는 것은 하 대표님과 천재 후배님의 첫 만남입니다. 분명 여러분 모두 천재 소녀의 등장을 기다리고 계실 겁니다.”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하승민과 그의 옆자리로 향했다. 누군가는 참지 못하고 소리쳤다. “우린 더 이상 못 기다려요! 천재 소녀를 빨리 등장시켜 주세요!”사회자는 웃으며 답했다.“좋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천재 소녀를 모시고 최고 학술 포럼 개막 연설을 시작하겠습니다.”드디어
“그뿐만 아니라, 지서현을 맞이한 사람들은 이번 최고 학술 포럼의 고위 관리자들 같았어.”박경애와 이윤희는 매우 놀랐다. 그때 하은지가 말했다.“지서현은 16살에 학교를 그만뒀잖아요. 원래 꾀가 많은 애니까 우리가 겁먹을 필요 없어요.”“맞아요. 서현이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 분명해요. 어서 들어가서 서현의 정체를 밝혀 버리죠.”지유나도 지서현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할머니, 엄마, 우리도 들어가서 서현이가 뭘 꾸미는지 봐요!”박경애가 차갑게 코웃음 치며 말했다.“다행히 내가 미리 지서현과 인연을 끊었지.
고우섭은 당황했다.“지서현, 내 여신이 붉은 장미를 싫어하는지 네가 어떻게 알아?”박경애가 말했다.“서현의 헛소리에 신경 쓰지 마셔. 내 생각엔 천재 소녀가 우섭 도련님의 호감을 얻은 게 질투 나서 방해하려는 것 같아.”고우섭이 협박했다.“지서현, 내 일을 방해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난 내 여신에게 정식으로 구애할 거라고!”지서현은 우스웠다. 그녀는 붉은 입술을 끌어올린 채 고우섭을 바라보며 말했다.“그럼 행운을 빌게.”고우섭은 코웃음을 쳤다.사람들의 관심이 천재 소녀에게 너무 집중되는 것을 원치 않았던 지유나는
지유나의 아버지는 지해준이었지만 지유나는 지해준이 제경에서 데려온 아이였다.지유나는 지해준의 친딸이 아니었다.지유나의 친아버지는... 감히 입에 올릴 수 없을 정도로 귀한 신분이었다.그녀는 엄청난 배경을 가진 아이였다.물론 이 사실은 박경애와 지해준이 가슴속 깊이 묻어둔 비밀이었고 그들은 이런 자리에서 절대 발설하지 않을 것이었다.박경애는 지서현을 바라보며 말했다.“서현아, 다시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마. 너 같은 손녀는 없어!”엄수아는 박경애가 조금의 죄책감도 없이 이런 말을 내뱉는 것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드디어 오늘, 만인이 기다리던 최고 학술 포럼이 열리는 날이 되었다. 지서현은 일찍 일어나 엄수아에게 말했다.“수아야, 나가자. 재밌는데 데려갈게.”“서현아, 어디 가는데? 오늘 애들 다 최고 학술 포럼 간대. 하 대표님이랑 그 천재 소녀 같이 나온다잖아.”엄수아가 흥미진진하게 말했다.지서현은 붉은 입술을 끌어올리며 말했다.“최고 학술 포럼에 놀러 가는 거야.”엄수아는 깜짝 놀랐다.뭐라고?30분 후, 지서현과 엄수아는 행사장에 도착했다. 오늘은 각계각층의 학술 전문가들이 모여들어 현장은 매우 떠들썩했다.지서현은 멀리
말하면서 지서현은 하승민을 바라보았다.“내 남자 친구는 하 대표님과 비교해도 전혀 뒤지지 않아요.”그녀가 이 말을 할 때 두 눈은 반짝반짝 빛났다. 정말 대단한 남자 친구라도 있는 것 같았다. 순간 하승민의 미간에 그림자가 드리웠다.하하하.지씨 가문 사람들은 믿지 않았다. 박경애가 말했다.“서현아, 허풍 떨지 마. 너한테 그런 남자 친구가 있을 리가 있겠냐.”이윤희도 맞장구쳤다.“서현아, 웃기지 마.”지서현은 가느다란 눈썹을 치켜올렸다. 그녀는 휴대폰에 저장된 셋째 오빠 소문익이 보낸 문자를 떠올렸던 것이다.[서현아
박경애와 둘째, 셋째네 식구들은 일찌감치 최고 학술 포럼 초대장을 손에 넣었다. 모두 천재 소녀를 보러 갈 생각이었다.그들은 천재 소녀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녀는 도대체 왜 그렇게 뛰어난 걸까?지유나는 하승민의 팔에 팔짱을 낀 채 천재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질투심에 속이 타들어 갔다.지금 해성의 모든 관심은 천재 소녀에게 쏠려 있었다. 모두가 하승민과 천재 소녀의 첫 만남을 기대하고 있었고 지유나 역시 모레 직접 그 모습을 확인하려고 했다.지서현은 한쪽에 서서 맑고 투명한 눈으로 주변 사람들을 묘
지서현은 드디어 박경애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오늘 밤 그녀에게 맞선 자리를 마련해 시골로 시집보내려는 것이었다.이우진은 지서현을 쳐다보았다. 지서현이 이렇게 아름다울 줄은 몰랐는지 그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지서현 씨, 안녕하세요.”바로 그때, 지유나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할머니, 무슨 얘기 하세요?”지서현이 눈을 들어보니 지유나였다. 지유나는 혼자 온 게 아니라 하승민의 팔짱을 끼고 함께 들어오고 있었다.하승민도 왔다.박경애가 곧바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하 대표, 유나야. 마침 잘 왔네. 서현이가 지금 맞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