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49화

Author: 기향난
끼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곧이어 간사하고 음험한 허재환의 얼굴이 도아영의 앞에 나타났다.

“쯧쯧. 이 대표님은 정말 여자 보는 눈이 없어. 어떻게 이렇게 몸매도 예술인 예쁜 여자는 버리고 강이나 같은 도도한 여자를 좋아할 수가 있지? 나였더라면 절대 그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당하게 하지 않아. 예뻐해도 모자랄 판인데.”

허재환은 입맛을 다시면서 도아영에게 다가갔다. 도아영은 역겨움을 참으면서 어떻게 도망칠까 생각했다.

이 호텔이 합법적인 호텔은 아닌 듯했다. 그런데 시설이 고급스러운 걸 보면 재벌 도련님들을 위해 준비한 게 분명했다. 일반적으로 이런 곳일 경우 보안이 아주 잘 되어있기에 도망치는 건 꿈도 꾸지 말아야 했다.

“허재환, 날 건드렸다간...”

“건드리면 뭐?”

허재환은 손을 내밀어 도아영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부드러운 피부가 허재환의 신경을 자극했다.

“넌 이미 완전히 버림받았어. 다른 사람한테 부탁해서 물어봤는데 이 대표님이 건드려도 된다고 허락했대. 내가 너한테 무슨 짓을 하든 신경 쓰지 않을 거라고.”

이수호가 허락했다는 소리에 도아영은 순간 흠칫했다.

‘날 싫어하는 건 알고 있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허재환이 이런 짓을 하게 허락할 수 있어?’

그 생각에 도아영은 속이 더욱 메슥거렸다.

“내가 언제 이수호라고 했어?”

도아영이 차갑게 말했다.

“너도 알잖아. 대표님은 예전부터 날 싫어했다는 거. 날 건드리면 남현숙 어르신이 가만두지 않을 거야.”

남현숙이라는 소리에 허재환도 눈빛이 흔들렸다. 도아영이 계속하여 말했다.

“어르신이 날 엄청 예뻐하셔. 너한테 몹쓸 짓을 당한 걸 알면 허씨 일가 전체가 망할걸? 대표님이 어르신의 말씀이라면 다 따르는 거 알지? 그런데도 널 지켜줄 수 있을까?”

“도아영, 헛소리 지껄이지 마.”

허재환이 코웃음을 쳤다.

“몸이 더러워진 여자를 어르신이 손주며느리로 들일 리가 있겠어? 그때 가서 널 신경이나 쓸 것 같아?”

“못 믿겠으면 한번 해보든지, 그럼. 어차피 나중에 망하는 건 허씨 일
Locked Chapter
Continue Reading on GoodNovel
Scan code to download App

Related chapters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0화

    “내 뒤에는 이 대표님이 있어. 근데 내가 구연준을 두려워할 것 같아?”허재환은 이미 욕구가 끓어올라 제정신이 아니었다. 상의를 벗고는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소리 잘 지르던데. 이따가 마음껏 지르게 해줄게.”“허재환, 이거 놔! 건드리지 마!”허재환은 도아영의 위에 올라타더니 공 하나를 도아영의 입속에 집어넣고는 채찍으로 마구 때렸다.“예전에 이수호한테 잘 보이겠다고 시키는 건 뭐든지 다 했다며? 이수호가 어떻게 즐겼는지 나도 오늘 밤에 맛봐야겠어.”허재환이 가까이 다가오자 도아영은 전생에 죽기 전에 당했던 모욕이 문득 떠올랐다. 허재환과 납치범의 얼굴이 한데 겹쳐 저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환생해도 전생과 같은 운명이란 말이야? 혹시 내가 이수호한테 빚이라도 졌나? 아니야. 하늘이 나한테 다시 기회를 줬어. 절대 굴복하지 않아. 절대!’도아영은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다. 갑자기 어디서 힘이 생겼는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머리로 허재환의 이마를 들이받았다.“으악.”허재환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났다. 그녀는 얼마 남지 않은 힘으로 가까스로 버티면서 입안의 공을 빼고는 침대에서 굴러내려 왔다. 허재환이 도아영의 머리카락을 꽉 잡았다.“도망치려고? 꿈 깨. 네가 무슨 고상한 여자라도 되는 줄 알아? 넌 그냥 이수호가 버린 헌신짝이야.”허재환은 도아영을 잡고 다시 침대에 눕히려 했다. 이번에는 그녀에게 도망칠 기회조차 주지 않으려고 끈으로 침대에 묶어버렸다.“또 어디로 도망치나 두고 보겠어.”쾅쾅.그때 밖에서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한창 흥이 오른 허재환은 갑작스러운 방해에 짜증이 밀려왔다.“누구야?”대답 없이 계속 문만 두드렸다. 허재환은 침대에서 내려와 문을 열면서 짜증을 냈다.“룸서비스 필요 없으니까 그냥 꺼져.”그런데 허재환의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누군가 허재환을 발로 힘껏 걷어찼다. 그는 중심을 잃고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X발, 누구야?”허재환이 고개를 든 순간 구연준이 문밖에 서 있었다. 그의 얼굴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1화

    “...”호텔 밖, 이수호의 차가 문 앞에 멈췄고 안지원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 호텔 간판을 올려다보던 이수호의 낯빛이 어두워졌다.“대표님, 이 호텔입니다.”이런 호텔은 허재환 같은 돈 많은 도련님들을 위해 준비한 호텔이었다. 여러 가지 주제로 꾸며진 방이 있었고 프라이버시도 보장되어 이곳을 찾는 부자들이 꽤 많았다.그때 허재환이 헐벗은 채로 호텔에서 뛰쳐나왔다. 표정은 마치 맹수라도 본 것처럼 겁에 질려 있었다. 그러다가 이수호를 보고는 허둥지둥 다가가 이수호의 허벅지를 끌어안았다.“대... 대표님, 살려주세요.”경호원 두 명이 몽둥이를 들고 나왔는데 몸에 구호 그룹의 휘장을 달고 있었다. 누가 봐도 구연준이 보낸 사람들이었다.“대표님, 이 사람들이... 으악!”허재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수호는 그를 발로 걷어찼다.“대... 대표님?”“도아영 어디 있어?”이수호의 말투가 매우 무거웠다. 허재환은 그가 일 처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혼내는 줄 알고 이렇게 말했다.“대표님, 도아영을 거의 손에 넣을 수 있었는데 구연준이 갑자기 쳐들어오지, 뭐예요. 구연준 그 자식 대표님과 맞서 싸우려고 일부러 이러는 게 분명해요.”그때 구연준이 도아영을 안고 호텔에서 나왔다. 도아영의 옷이 다 찢겨 구연준의 옷을 걸치고 있는 걸 본 순간 이수호의 표정이 점점 서늘해졌다.“대표님, 바로 저 자식이에요.”허재환은 도아영을 안고 나오는 구연준을 가리켰다.“뭡니까? 자기 사람 편들려고 왔어요?”구연준은 경멸스럽게 웃으면서 이수호를 쳐다보았다.“이경 그룹 대표가 일 처리를 이렇게 더럽게 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저런 사람과는 말도 섞지 말아요.”도아영이 냉랭하게 말했다.“오늘 일 나한테 꼭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겁니다. 그만 가요, 우리.”이수호는 도아영을 안고 떠나는 구연준을 보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우리? 둘이 언제부터 우리가 됐어?’“대표님, 제가 도아영한테 대시해도 된다고 허락하지 않았어요? 꼭 도와주셔야 해요...”“도와달라고?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2화

    어머니가 도아영을 허재환에게 팔았다는 소리에 도지호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엄마, 도아영을 허재환한테 팔면 이 대표님은 어떡해요?”“수호?”유정연은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도아영 그년이 수호를 건드렸는데 그 집에서 아영이랑 약혼하자고 하겠어? 차라리 데려가겠다는 사람한테 팔아버리는 게 낫지. 앞으로 허씨 일가 사모님이 되더라도 이 집에서 너랑 재산을 빼앗는 것보단 나아.”쾅.그때 누군가 도씨 저택의 문을 발로 걷어찼다.갑작스러운 소란에 유정연이 화들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보니 도아영이 문밖에 떡하니 서 있었다.“네... 네가 어떻게...”유정연은 겁에 질린 나머지 그대로 굳어버렸다. 도아영이 지금 이곳에 나타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지금쯤 호텔이 있어야 하는 애가 왜 여기에 있어?’“내가 어떻게 여기에 있는지 궁금해요?”도아영의 말투가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유정연은 도둑이 제 발 저린 듯 어찌할 바를 몰랐다. 도아영이 싸늘하게 말했다.“아줌마, 우리가 친 모녀는 아니더라도 한 가족으로 지낸 지 몇 년이고 아빠도 아줌마한테 엄청 잘해줬어요. 근데 어떻게 날 그런 쓰레기만도 못한 놈한테 팔아버릴 수 있어요?”“다 널 위해서 그런 거야.”유정연이 당당하게 말했다.“이씨 일가 사모님이 안 되면 허씨 일가 사모님이 돼도 좋잖아. 난 널 위해서 그런 건데 오히려 날 탓해?”유정연의 말도 안 되는 변명에 도아영은 싫은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이 세상에 어떻게 아줌마처럼 파렴치한 사람이 다 있을까요?”“도아영, 우리 엄마한테 무슨 말버릇이야?”도지호가 유정연의 앞에 서서 거칠게 몰아붙였다.“허재환이 널 마음에 들어 한 건 네 복이야. 우리 엄마도 너한테 좋은 남자를 소개해주려고 그런 거지. 생각해 봐. 이 대표님을 건드린 이상 앞으로 시집이나 갈 수 있겠어? 누가 널 데려가?”맞장구치는 두 모자를 보던 도아영이 갑자기 웃음을 터트렸다. 유정연은 오히려 등골이 오싹하여 소름이 쫙 돋았다.“좋은 마음으로 그러셨구나.”도아영이 웃으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3화

    유정연이 말을 마치기 전에 도아영은 그녀의 손을 확 뿌리쳤다. 중심을 잃은 유정연은 하마터면 계단 밑으로 굴러떨어질 뻔했다.도지호가 넘어질 뻔한 유정연을 부축하고는 도아영을 노려보았다.“도아영, 엄마가 사과까지 했는데 뭘 더 어쩌겠다는 거야?”도아영은 계단 위에서 양심 없는 두 모자를 싸늘하게 내려다보았다.“아줌마, 나쁜 짓을 했으면 대가를 치러야죠. 구 대표님이 준 옷인데 찢어지기라도 하면 어떡하려고 그래요?”도아영이 걸친 검은색 양복을 본 순간 유정연의 낯빛이 사색이 되었다. 조금 전 도아영이 한 얘기가 전부 사실이라는 걸 뜻했다.“걱정하지 마세요, 아줌마. 내일 이경 그룹과 파혼한 다음에 이 일은 나중에 천천히 계산하도록 하죠.”그녀가 다시 올라가려 하자 유정연이 손목을 덥석 잡았다.“뭐? 파혼한다고? 그건 안 돼. 구연준이 너랑 결혼할지도 모르는데 지금 파혼했다간 회사에 빚만 늘어. 그러면 이경 그룹도 절대 회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 넌 어쩜 이렇게 철이 없어?”“아줌마, 우리 사이의 계약을 잊었어요? 회사는 이젠 아줌마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그러니까 내가 뭘 하든 아줌마가 간섭할 자격이 없다고요.”도아영은 유정연을 뿌리치고 곧장 위층으로 올라갔다.“너!”유정연은 약이 바싹 올랐다. 도씨 일가가 빈털터리가 되면 두 모자는 어떡한단 말인가?“엄마, 진짜 회사를 도아영한테 맡겼어요?”도지호는 조금 전 두 사람의 얘기를 정확히 들었다. 유정연이 제대로 대답하지 못하자 도지호는 도아영의 말을 더욱 믿게 되었다.“엄마, 회사는 아빠가 나한테 남겨준 건데 도아영한테 넘기면 어떡해요?”“아들, 걱정하지 마. 도아영이 이수호를 건드려서 앞으로 편히 살지 못할 거야. 회사에서 진행하던 프로젝트가 다 중지됐어. 맨날 집에만 있던 애가 뭘 안다고 회사를 관리하겠어? 장담하는데 내일 이수호랑 파혼하면 무조건 후회할 거야. 나중에 우리한테 다시 만나게 해달라고 손이야 발이야 빌걸?”도지호는 아직 화가 가라앉지 않았다.“그럼 구연준은요? 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4화

    이튿날 오전, 이경 그룹이 기자회견을 연다는 소문이 벌써 다 퍼졌다.이씨 저택.남현숙이 신문을 상에 던지면서 분노를 터트렸다.“뭐 하는 짓이야, 이게?”“어르신...”도우미가 신문을 주웠다. 오늘 이경 그룹이 기자회견을 열어 이수호와 도아영의 관계를 해명한다는 기사를 본 순간 도우미의 표정도 급변했다.“이렇게 큰일을 어떻게 나한테 상의도 하지 않고 결정할 수 있어?”남현숙이 목청을 높였다.“대체 무슨 일이야? 안 비서가 말해봐.”남현숙에게 불려간 안지원은 하는 수 없이 다 얘기했다.“어젯밤에 다들 모여서 강이나 씨 생일을 축하해주다가 도아영 씨한테 장난을 쳤거든요. 그랬더니 도아영 씨가 파혼하겠다고 했고 대표님도... 동의하셨어요.”“또 강이나야?”가뜩이나 강이나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데 이수호와 도아영이 파혼하려는 이유가 강이나라는 걸 들은 순간 남현숙의 안색이 더욱 굳어졌다.“강이나 얘는 아직도 못된 심보를 버리지 못했구나. 지금 당장 기자회견장으로 가야겠어. 오늘 내 허락 없이 누가 이 기자회견을 하나 두고 볼 거야.”안지원은 일부러 난감한 척했다.“어르신, 기자회견 이미 시작했어요...”“이것들이!”남현숙이 노발대발했다.“여우 같은 년 때문에 착한 아영이를 버려? 수호 이 녀석 대체 왜 이렇게 어리석은 거야?”남현숙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네가 운전하지 않겠다면 내가 직접 갈 거야.”무슨 일이 있어도 현장에 꼭 가겠다고 하자 안지원이 하는 수 없이 말했다.“어르신, 진정하세요. 제가 가서 차를 가져올게요.”안지원은 곧장 이경 그룹의 차고로 달려갔다.그 시각 기자회견 현장.이수호는 고개를 숙이고 시간을 확인했다. 곧 10시가 다 되었고 밖에 기자들도 전부 도착했다.‘안 비서는 왜 아직도 안 오는 거야?’“수호 씨, 잘 생각해요. 정말 아영 씨와 파혼할 거예요?”강이나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이수호의 맞은편에 앉았다.“할머니가 아영 씨를 엄청 좋아하셔서 동의하지 않을 것 같아요.”그러자 이수호가 차갑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5화

    “여자의 수작일 뿐이야.”이수호가 말했다.“날 후회하게 하려고 구연준을 만나는 거거든. 이런 형편없는 수작은 나한테 전혀 안 통해.”“도아영 씨 대기실은 저쪽입니다.”문밖, 한 스태프의 목소리가 이수호의 귀에 들려왔다.도아영은 검은 스커트를 입고 웨이브 머리를 풀어헤쳤다. 메이크업을 옅게 했는데도 어찌나 아름다운지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스태프는 저도 모르게 도아영을 여러 번 힐끗거렸다. 도아영이 스태프에게 말했다.“괜찮아요. 그냥 시작하시죠.”“네. 그럼 바로 시작할게요.”그때 대기실 문이 열렸다. 도아영이 고개를 돌렸는데 마침 나오는 강이나와 마주쳤다. 강이나는 샤넬풍의 하얀색 세트를 입고 있었다. 보수적이면서도 단아해 보였다.“아영 씨, 어제 일은 정말 미안했어요.”강이나는 사과하면서 일부러 대기실에 있는 이수호를 보여주었다.‘때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주도권을 잡겠다고 이러는 거야? 참 부질없어.’“나도 수호 씨를 설득해봤지만...”강이나는 잠깐 멈칫하면서 난감한 기색을 드러냈다.“수호 씨를 탓하지 말았으면 좋겠어요.”그러더니 도아영의 손까지 덥석 잡았다. 도아영은 강이나의 손을 힐끗 내려다보고는 다시 빼낸 다음 웃으면서 말했다.“강이나 씨, 괜한 생각 하지 말아요. 나랑 대표님 아무런 관계도 아니에요. 파혼도 내가 원한 건데 대표님을 탓할 리가 있겠어요?”도아영이 이수호에게 아무런 미련이 없는 것 같아 보이자 강이나도 그제야 웃었다.“그럼 다행이고요.”“도아영 씨, 무대 위로 올라가시죠.”그때 스태프가 도아영의 앞으로 다가왔다. 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태프와 함께 무대 위로 걸어갔다.“대표님, 준비 다 됐습니다.”“알았어.”이수호도 자리에서 일어나 무대 위로 올라갔다.강이나는 자리에 가만히 서서 해명하러 올라가는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마음 한구석이 불안한 건 어쩔 수가 없었다.‘이번에 파혼하면 좋을 텐데...’도아영과 이수호가 나란히 앉았고 카메라 플래시가 두 사람을 환하게 비췄다.“이 대표님,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6화

    도아영이 씩 웃었다.“당연히...”“당연히 가짜죠.”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문밖에서 들려왔다.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회의실 문 쪽으로 향했다. 회의실 문이 열렸고 남현숙이 화를 내면서 들어왔다.남현숙을 본 순간 도아영은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자주 외출하지 않는 분이 오늘 왜 갑자기 여기에 오셨지? 설마 내가 이수호랑 파혼한다는 소식을 누가 흘렸나?’그때 무대 뒤에 있던 강이나도 남현숙을 보자마자 표정이 급변했다.남현숙이 가장 예뻐하는 손주며느리가 도아영이라는 걸 강주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스포트라이트가 남현숙에게 향했고 기자들은 끊임없이 셔터를 눌렀다.“할머니...”이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남현숙은 이수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장 두 사람의 가운데 자리로 걸어갔다.눈치 빠른 스태프가 남현숙에게 의자를 가져다주었다.남현숙은 자애로운 얼굴로 도아영을 보면서 손을 꼭 잡았다.“오늘 이 기자회견은 지난번에 약혼식에서 있었던 일을 해명하는 자리입니다.”그녀가 계속하여 말했다.“두 사람 약혼식 날에 제가 갑자기 중병이 발작해서 수호가 저를 병원에 데려가느라 약혼식이 중단된 거예요. 근데 어떤 언론사에서 악의적인 추측을 늘어놓으면서 파혼이라는 말도 안 되는 소문을 퍼뜨렸더라고요. 파혼한다는 건 사실이 아닙니다. 오늘 파혼이 사실이 아니라는 걸 해명하려고 기자회견을 열었어요.”남현숙의 말에 기자들은 서로 얼굴만 멀뚱멀뚱 쳐다보았다. 도아영이 뭐라 얘기하려는데 남현숙이 그녀의 손을 꽉 잡았다.카메라 앞에서 남현숙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도아영은 얼굴을 살짝 찌푸렸다.남현숙의 체면을 세워주기 싫은 게 아니라 이수호와 파혼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한 기자가 질문을 건넸다.“소문에 약혼식에서 이수호 대표님이 도망간 이유가 첫사랑인 강이나 씨가 손목을 그어서라던데. 이 소문은 사실입니까?”“당연히 아니죠.”남현숙이 차갑게 대답했다.“수호랑 강이나 씨는 그냥 친구 사이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57화

    “그게... 전...”강이나는 입술을 깨물면서 이수호를 쳐다보았다. 이수호의 표정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녀를 난감한 상황에 빠뜨릴 수 없어 이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저와 강이나는 그냥 친구입니다.”“누가 너한테 말하라고 했어?”남현숙은 강이나를 보면서 싸늘하게 말했다.“강이나 씨더러 직접 말하라고 해.”“저와 이 대표님은 그냥 친구예요.”“강이나 씨가 수호 때문에 손목을 그었다는 소문이 돈다고 했죠?”남현숙이 강이나의 왼쪽 손을 잡아당겼다. 그 순간 강이나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손목에 하얀 붕대를 감고 있었는데 누가 봐도 다친 듯했다.남현숙은 그녀가 손목에 감고 있던 붕대를 가차 없이 잡아당겼다. 강이나는 반항하려 했지만 남현숙은 뜻대로 내버려 두지 않았다.붕대가 순식간에 풀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강이나의 손목에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강이나의 표정이 순식간에 창백해졌고 현장에 있던 기자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남현숙이 싸늘하게 웃었다.“봤죠? 손목을 그었다는 건 그냥 해프닝일 뿐입니다. 강이나 씨 손목은 상처 하나 없이 아주 깔끔해요.”그때 이수호도 얼굴을 찌푸렸다.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던 강이나는 피하기에 급급했고 당장이라도 내려가고 싶었다.도아영마저도 순간 멍해졌다. 강이나가 손목을 그었다는 게 거짓말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이수호가 다른 여자와 약혼한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강이나 성격에 진짜 손목을 그을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녀에 대한 이수호의 마음을 증명하려고 거짓말을 한 것이었다.결국 강이나는 울면서 무대를 뛰쳐나갔다. 이수호가 자리에서 일어나 차갑게 말했다.“오늘 기자회견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그러고는 안지원에게 눈짓했다. 눈치 빠른 안지원은 재빨리 기자들을 돌려보냈다.“죄송하지만 오늘 기자회견은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선물을 준비했으니까 저 따라오세요.”안지원은 눈 깜짝할 사이에 기자들을 전부 데리고 나갔다.도아영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남현숙이 말했다.“아영아

Latest chapter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3화

    모두가 구연준이 강이나의 유학 문제로 찾아왔을 거라 여길 때 이 남자는 매우 차분하게 조나린을 가리켰다.“조나린.”불현듯 지명을 당한 조나린은 온몸이 돌처럼 굳어버렸다.“네...”그녀는 초조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구연준이 왜 찾아왔는지 몰라서 어리둥절할 때 문밖의 경호원이 긴급하게 프린트한 통지서를 그에게 건넸다.구연준은 통지서를 확인하지도 않고 아예 조나린에게 내던졌다.“넌 오늘부로 퇴학이야.”통지서가 조나린의 발끝에 떨어졌다.그녀는 본능적으로 이런 말이 튀어나왔다.“말도 안 돼!”허겁지겁 통지서를 주워서 봉투를 열어보았더니 아니나 다를까 퇴학 조치 서류였다.퇴학이란 두 글자를 본 조나린은 온몸이 경직되었다.‘이럴 수가? 내가 왜? 대체 왜?’그녀는 옆에 있는 강이나에게 시선을 돌렸다.한편 강이나도 안색이 어두웠다.두 여자가 절친 사이란 걸 모르는 이는 없다. 구연준이 직접 이곳까지 찾아와서 모든 학생들 앞에서 퇴학 통지서를 내던졌다는 건 대놓고 조나린의 뺨을 때리는 거나 다름없었다.“대표님, 오해예요. 다 오해라고요!”조나린이 횡설수설하면서 해명하려 했지만 딱히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았다.이에 구연준이 차분한 얼굴로 되물었다.“오해? 도서관에서 폭력을 행사한 영상이 모조리 녹화됐어. 병원에서 부상 진단서까지 받았는데 오해라고? 이번 사건은 범법 행위에 속하니 넌 고의상해죄 및 학교 폭력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아야 할 거야. 다른 학생들도 잘 들어. 이제 모두가 성인이라 법적 상식을 갖고 본인 행동에 책임을 져야 해!”뭇사람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했다.어느새 경찰이 안으로 들어왔다.“조나린 씨 맞죠? 저희와 함께 서에 가시죠.”경찰 한 명이 입을 열자 조나린은 사색이 되었다.졸업을 코앞에 두고 퇴학이라니, 게다가 경찰서까지 잡혀갈 신세가 되었다.그녀는 강이나에게 거의 애원하듯 소리쳤다.“이나야, 강이나! 살려줘! 나 좀 구해달란 말이야.”다만 강이나도 감히 꿈쩍하지 못했다.구연준에게 겁먹은 것도 있고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2화

    “사태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무조건 퇴학 조처를 해야 합니다!”“저도 같은 의견입니다!”...회의실에서 선생님들이 하나둘씩 손을 들었다.그 시각 학교 통보를 기다리는 조나린은 너무 긴장해서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었다.조나린은 교실 안에서 강이나의 팔을 꼭 잡고 있었다.“이나야, 나 퇴학당하는 거 아니겠지? 뭐라고 말 좀 해봐.”유하영은 바짝 긴장한 그녀를 보더니 얼른 다가가서 위로했다.“괜찮아, 나린아. 부주의로 손을 밟은 것뿐인데 어떻게 퇴학까지 가겠어? 게다가 이나도 이미 이 대표님께 말했을 거야. 이번 일은 꼭 잘 해결될 테니까 너무 걱정 마.”말을 마친 그녀는 줄곧 함구하는 강이나를 바라봤다.“이나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강이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는 조나린을 위해 사정한 적이 없는데 이 사실을 아직 유하영과 조나린에게 알리지 못했다.어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이수호에게 의심을 받았던 터라 본인 문제도 해결 못 한 마당에 조나린까지 신경 쓸 겨를이 있었을까?하지만 이건 단지 도아영의 손등을 밟은 간단한 문제이니 너무 심각한 조처는 없을 것 같았다. 강이나는 결국 모든 공로를 본인에게 돌렸다.“그래, 맞아. 어제 수호 씨한테 다 얘기했으니 너도 아무 일 없을 거야. 걱정 마, 나린아.”조나린은 그제야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됐다.‘하긴, 도아영이 대체 뭐라고? 이수호랑 파혼까지 한 마당에 뭐가 그렇게 대단해?’그도 그럴 것이 한성대는 실력과 배경이 없으면 괴롭힘을 당하는 수밖에 없다.손등만 밟았을 뿐이니 딱히 문제 될 건 없었다.‘도아영, 넌 이제 뒤 봐주는 사람이 없어. 학교에서도 이번 사건을 그냥 스쳐 지날 거야.’조나린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강이나라는 든든한 뒷배가 있으니 딱히 걱정될 건 없었다. 강이나만 나서면 그녀는 무조건 무사할 테니까.이제 한시름 놨다고 생각할 때 교실 밖에서 웅장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구연준이 어느새 정장으로 갈아입고 금테안경까지 착용하니 고귀한 분위기가 저절로 흘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1화

    그녀의 말을 들은 이수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뭐라고?”“대표님, 나 같은 여자애가 투자에 대해 뭘 알겠어요. 게다가 그 땅은 내가 사려던 게 아니라 연준 씨가 사겠다고 해서 낙찰받은 거예요. 대표님도 잘 알다시피 내가 그때 도씨 일가의 실권도 장악하지 못했는데 어디서 천억을 구하겠어요? 그 땅이 정 그렇게 욕심난다면 구 대표님을 찾아가 보세요. 팔지 말지는 구 대표님께 걸렸거든요.”도아영은 해맑은 표정으로 말했지만 이수호는 그녀의 말투에서 선의라곤 찾아볼 수가 없었다.“지금 장난해? 그 땅은 분명 네가 원해서 산 거잖아. 이렇게 쉽게 줘버렸다고?”“그렇게 말하면 안 되죠. 그 당시 연준 씨가 돈을 대줬고 이제 와서 거둬가겠다고 하니 제가 무슨 권력이 있겠어요? 당연히 연준 씨한테 돌려줘야죠.”그녀가 한숨을 내쉬었다.“솔직히 저도 후회해요. 이 땅이 이렇게까지 값질 줄 알았다면 애초에 눈 딱 감고 사버리는 건데! 괜히 좋다 말았네요.”“너...”이수호는 그녀를 뭐라고 평가해야 할지 몰랐다.하늘에서 떨어진 횡재를 이토록 홀가분하게 구연준에게 넘겨주다니.구씨 일가와 이씨 일가가 줄곧 앙숙이라는 걸 모르는 자가 있을까?이 땅을 구연준에게 줬다는 건 이경 그룹 하반기 온천리조트 계획이 백 퍼센트 망한다는 것을 뜻한다.이수호가 떠나가려 하자 그녀는 일부러 목을 내빼면서 말했다.“벌써 가게요? 좀 더 있으시지.”쾅 하는 소리와 함께 이수호가 침실을 나섰다.그가 떠난 후 도아영도 가면을 벗고 편하게 쉬었다.이수호는 그녀가 아빠가 주신 혼수를 전부 끌어모아 남원 교외의 땅을 산 걸 전혀 모르고 있다. 그것참, 모르길 천만다행이지, 알았더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도원 그룹을 압박하여 그녀의 손에서 뜨거운 감자와도 같은 이 땅을 뺏어갔을 것이다.‘연준 씨, 미안하게 됐네요. 또 연준 씨를 내세우고 말았어요.’그 시각, 한성대 캠퍼스.“에취!”구연준은 난생처음 학교에서 이미지도 신경 쓰지 못하고 재채기를 해댔다.학생들이 전부 쳐다보자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30화

    ‘이 인간도 알고 있었네!’도아영은 무고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지금 대체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네요. 정부의 결책을 내가 무슨 수로 알아요? 미리 알다니, 말도 안 돼!”“그래? 그럼 이건 뭔데?”이수호는 또다시 신문 기사를 그녀에게 내던졌다.“남원 교외에서 샘물을 파냈다고 하는데 이것도 모른다고 할 거야?”“정말요?”그녀는 일부러 놀란 척했다.“에이, 설마. 나 그냥 대충 한번 땅을 낙찰받은 건데 그럼 이제 부자 되는 거예요?”“도아영!”이수호의 안색이 점점 일그러졌다.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침대에 잠자코 누워있었다.이에 이수호가 마침내 목소리를 내리깔고 그 말을 입밖에 내뱉었다.“이 땅은 우리 이경 그룹에서 가져갈 거야. 추후에 계약서 보낼 테니 넌 사인만 하면 돼.”“죄송하지만 나 아직 허락한다고 안 했는데요?”그녀가 주제도 모르고 날뛰자 이수호는 단호하게 말했다.“우리 회사에서 하반기에 온천리조트를 개발할 계획이란 걸 너도 다 알고 있잖아!”“이경 그룹 향후 계획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도아영은 의아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봤다.“지금 이 땅이 곧 개발된다고 하니까 나한테서 뺏는 거예요?”“뺏는다고 안 했어. 마땅한 금액으로 보상해줄 거야.”이수호가 차갑게 말했다.“이 프로젝트는 규모가 너무 커서 네가 조종할만한 사이즈가 아니야. 지금 바로 돈도 챙기고 좋잖아?”그의 말을 들은 도아영은 하마터면 실소를 터트릴 뻔했다.이 남자는 늘 이렇게 거만했다.다만 그가 이토록 이 땅에 집착하는 걸 보아 도아영도 한 번쯤 떠보고 싶었다.“그럼 얼마 줄 수 있는데요?”“열 배로 쳐줄게.”이수호가 답했다.“애초에 네가 천억으로 샀으니 열 배로 갚을게. 그 땅 이경 그룹에 넘겨.”그녀는 속으로 피식 웃었다.‘장사꾼은 역시 장사꾼이라니까.’이 땅은 정부의 보상과 지지를 받고 있고 또한 정부에서 지지하는 중점 개발 구역으로 확정되었으며 거기에 샘물까지 파냈으니 미래 가치는 가늠할 수가 없다.1조 원이 아니라 지금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9화

    다음날 이수호는 가정부와 기사를 시켜서 도아영을 집으로 보낸 후 회의하러 회사에 나갔다.그는 회의내용 따위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어젯밤에 그녀가 병상에 누워서 한바탕 욕설을 퍼붓던 장면밖에 떠오르지 않았으니까.도아영이 일부러 그랬다는 걸 생각만 해도 웃겼다. 그는 저도 몰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이 광경을 본 회의실의 뭇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대표님이 왜 이러시지?’“에헴!”옆에 있던 안지원이 마른기침을 하면서 이수호에게 눈치를 줬다.그제야 이수호도 다들 자신을 쳐다보는 걸 알아챘다.그는 곧장 웃음기를 거두고 싸늘하게 말했다.“그럼 이 방안대로 해요.”“대표님, 그리고 한 가지 더 있어요.”이때 매니저 한 명이 입을 열었다.“남원 교외의 땅을 며칠째 파고 있는데 어제 그 땅에서 샘물이 나왔다고 합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의 하반기 온천리조트 사업과 충돌하니 이 땅을 빨리 사들여야 합니다. 남원 교외가 우리 회사의 미래 산업에 방해가 돼서는 안되잖아요. 또한 우리도 그 땅을 이용해서 온천리조트 계획을 확장할 수 있고요.”이수호는 처음에 그다지 새겨듣지 않았는데 남원 교외라는 네 글자가 어딘가 익숙했다.“대표님, 남원 교외는 도아영 씨가...”안지원이 가장 먼저 눈치채고 그에게 말했다.도아영을 언급하는 순간 이수호는 경매장에서 그녀가 천억을 주고 남원 교외의 땅을 낙찰받은 일이 떠올랐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지자 뭇사람들은 어쩔 바를 몰랐다.“회의 끝!”이수호가 이를 악물고 회의를 마무리하자 안지원이 재빨리 서류를 정리하고 그를 따라나섰다.회의실에 남은 임원들은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대표님이 요즘 왜 이러실까?’그가 워낙 빨리 걷다 보니 안지원은 겨우 따라잡았다.차에 탄 이수호는 어두운 표정으로 쏘아붙였다.“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모든 정보를 낱낱이 조사해봐.”“네, 대표님.”안지원은 운전하면서 매니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이경 그룹은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모두가 남원 교외의 땅에 관한 자료를 수집하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8화

    ‘내가 만약 아영이랑 결혼한다면 몇십 년 후에도 과연 이런 모습일까?’이때 포장을 마친 사장님이 그에게 봉투를 건네면서 활짝 웃었다.“여자친구분 쾌유를 바랄게요.”이수호도 흐뭇하게 웃으며 돈을 꺼냈다.백만 원짜리 수표를 본 순간 사장 부부는 입이 쩍 벌어졌다. 이수호를 쫓아서 밖에 나왔을 때 그는 이미 택시를 타고 가버렸다.병원 병실.도아영은 어느새 죽을 한 그릇 다 비웠다.방에 들어온 이수호는 불을 켜고 텅 빈 죽그릇을 치우고는 찐빵을 선반에 내려놓았다.한가득 포장해온 찐빵을 보더니 그녀가 미간을 찌푸렸다.“뭐가 이렇게 많아요?”“네가 어떤 걸 좋아하는지 몰라서 종류별로 두 개씩 샀어.”이수호는 그녀 대신 재빨리 어수선해진 선반을 치웠다.이때 그녀가 말했다.“너무 늦게 돌아왔잖아요. 나 이미 배부르게 먹었어요.”“그래?”이수호는 별 반응이 없었다.“화 안 나요?”“나 놀리는 거 알아. 네가 지금 환자니까 그냥 참는 거야.”그는 소파에 앉아서 담담하게 말했다.“먹고 싶으면 먹고 못 먹겠으면 다 버려.”“...”너무나도 차분한 이 남자의 모습에 도아영은 포장을 뜯고 찐빵을 한입 물었다.이수호는 침대에 누워서 찐빵을 먹는 그녀에게 물었다.“마지막으로 그 찐빵 가게에 간 게 언제야?”도아영은 잠시 동작을 멈추고 차갑게 답했다.“기억 안 나요.”“너희 아빠가 입원했을 때 맞지?”순간 그녀의 안색이 확 차가워졌다.“그게 대표님이랑 무슨 상관이죠?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더는 사적인 일에 대해 묻지 말아 주세요.”입맛이 떨어진 그녀는 찐빵을 내려놨다.문득 아빠가 입원했을 때 그녀 홀로 바삐 돌아쳤던 기억이 났다.유정연도 오긴 했지만 아빠가 하루빨리 죽어서 도지호에게 유산을 물려주기만을 바랐다.전에 도씨 일가와 거래했거나 협력했던 대표들도 하나같이 나쁜 심보를 품고 있었다.도아영은 마치 언제든 잡아먹히게 될 토끼처럼 무기력하게 이 모든 걸 마주해야만 했다.그리고 그때 남현숙은 그녀를 손주며느리로 찜했었다.이수호는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7화

    야채죽과 삶은 계란, 그리고 밑반찬들까지 전부 담백한 음식인지라 식욕이 당기지 않았다.“음식이 별로네요.”도아영이 힐긋 내려다보며 말했다.“그럼 뭐 먹고 싶은데?”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줄줄이 설명했다.“이 병원 나가서 좌회전하고 백 미터 걸어가면 찐빵 가게가 하나 있는데 24시 가게거든요. 나 거기 찐빵 엄청 좋아해요. 대신 가서 사주실래요?”이수호는 짙은 한숨을 내쉬었다.“알았어.”그는 곧장 병실을 나섰다.이수호가 떠난 후 도아영은 야채죽을 맛있게 먹었다.‘꽤 맛있네!’병원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심야인지라 주위가 어두컴컴하고 가로등 불빛만 어렴풋이 비쳤다.그는 도아영의 말대로 병원에서 좌회전해서 백 미터를 걸어갔지만 아무것도 안 보였다.이수호는 마침내 도아영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녀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 남자는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찐빵 가게가 대체 어디 있는데?”도아영은 일부러 난감한 척하며 되물었다.“실은 나도 이제 기억이 잘 안 나요. 그냥 휴대폰으로 한번 위치 찾아보시겠어요?”말을 마친 후 그녀는 전화를 꺼버렸다.‘자식, 너 이번엔 제대로 걸려들었어!’이수호는 차오르는 분노를 참으며 휴대폰을 꺼내 검색해보았지만 근처 1킬로미터 이내에 찐빵 가게라곤 없었다.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가장 가까운 찐빵 가게로 가려고 해도 택시를 타야만 한다.심야 시간대라 택시를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그는 결국 길거리까지 나가서 힘들게 택시를 잡았다.찐방 가게까지 도착하니 20분이나 소요됐다.한편 가게로 들어갔더니 찐빵 소가 무려 일여덟 가지나 되었다. 이수호는 그녀가 어떤 맛을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다.“손님, 뭐로 해드릴까요?”이때 사장님이 안에서 걸어 나왔다.새벽이라 가게에 손님이 한 명도 없었다.이수호는 또다시 그녀에게 전화해서 어떤 맛으로 사 올지 물어보려고 했지만 쉬는 데 방해가 될까 봐 휴대폰을 넣어두었다.“종류마다 두 개씩 포장해주세요.”사장은 의아한 눈길로 그를 쳐다봤다.오밤중에 무슨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6화

    이수호는 본인 잘못인 걸 알기에 딱히 반박할 자격이 없었다.그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욕도 시원하게 했겠다. 무슨 보상을 원하는데? 그냥 얘기해.”“역시 통쾌하네요.”그녀는 기다렸다는 듯이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우리 집안을 겨냥하지도 말고 나도 더는 건드리지 말아요. 우리 이미 파혼했으니 각자 갈 길 가요. 내가 다친 건 다 대표님 때문이니 치료비는 전적으로 책임지세요.”“그게 다야?”“네.”도아영이 그를 지그시 바라봤다.“뭐 대표님께서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일종의 경제적인 보상을 하고 싶다면 저도 마다하진 않을게요. 이런 건 이별 비용이라고 하죠 뭐.”이별 비용이란 단어를 듣는 순간 이수호의 얼굴이 한없이 차가워졌다.그는 왠지 모르게 이 단어가 너무 거슬렸다.“왜요? 돈 아까워요?”“줄게.”이수호가 곧장 대답했다.그녀도 너무 놀란 눈치는 아니었다.이수호에게 차고 넘치는 게 돈이니까 이별 비용으로 몇십억 정도 주는 건 손해라고 할 것도 없었다.“나 때문에 이렇게 됐으니 치료받는 동안 전적으로 책임질게.”“오케이.”도아영이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양심은 있네, 그래도.’“내일 안 비서 시켜서 퇴원 수속 할 테니 당분간 우리 집에서 병 치료하는 줄 알아.”순간 그녀의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내가 왜요? 왜 그리로 들어가야 하는 건데요?”“이미 함 원장한테 말해서 해외 최고의 의료진을 모셔오기로 했어. 너 그 손 치료하지 못하면 평생 오른손을 못 쓸 거래. 그러니까 내 말 들어.”“대표님...”“이것도 다 널 끝까지 책임지는 거잖아. 5개월 후에 손이 다 낫거든 무조건 보내줄게. 만약 그때까지도 회복하지 못하면 대신 보상금 줄게. 금액은 네가 정해.”여기까지 들은 도아영은 그제야 마음이 진정됐다. 그녀는 반신반의하며 되물었다.“금액을 내가 정하라고요?”“응.”“얼마든지 다 오케이?”은근슬쩍 신난 그녀의 모습을 보더니 이수호는 덜컥 겁이 났다. 보상금이랍시고 한도 제한이 없다면 이 여자는 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25화

    같은 시각 안지원은 다음날 회의에 필요한 자료를 이수호에게 전송했다.이수호가 힘겹게 휴대폰을 꺼내 들고 내일 회의자료를 훑고 있는데 도아영이 갑자기 악몽을 꿨는지 울면서 소리쳤다.“때리지 마. 날 때리지 말라고!”이수호는 곧장 침대 옆으로 다가가 어떻게 위로할지 몰라서 그녀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괜찮아, 내가 옆에 있으니까 아무도 너 못 건드려.”그제야 도아영은 조금 진정된 모습이었다.이수호는 안쓰러운 눈길로 그런 그녀를 쳐다봤다.이토록 가녀린 여자애가 오늘 같은 끔찍한 일을 겪었으니 충격이 얼마나 컸을까?그가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뒤로 넘겨주려고 할 때 도아영이 갑자기 두 팔을 번쩍 들었다.이를 본 이수호도 화들짝 놀랐다.이어서 도아영은 매우 또박또박하게 쏘아붙였다.“X발, 감히 날 때려? 넌 오늘 뒈졌어!”“...”“이수호 이 개자식!”“...”“널 목 졸라 죽일 거야!”“...”“죽어, 이수호!”“...”이수호는 휴대폰으로 내일 회의자료를 확인하려다가 어느덧 저도 몰래 네이버 검색창에 전신마취가 덜 풀렸을 때 왜 잠꼬대를 하는지에 대해 검색하고 있었다.한편 도아영의 욕설은 점점 더 험악해졌다.이수호는 회의자료를 볼 기분이 아닌지라 모두 내려놓았다.‘얘 분명 의도적이야. 틀림없어.’야간 당직을 서는 간호사가 조심스럽게 병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녀는 좀전의 일로 이수호에게 사과하려고 들어왔는데 이 남자가 눈길 한번 안 주고 차갑게 쏘아붙였다.“나가.”“대표님, 이건 방금 안 비서가 보내온 음식입니다.”간호사는 음식을 이수호의 옆에 있는 책상에 올려놓았다.“얘 아까까지 계속 잠꼬대했는데 전신마취 때문이야?”간호사는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다.“전신마취요?”“왜? 아니야?”“이 환자분은 큰 수술이 아니어서 부분 마취만 했는데요?”“...”이수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 그는 침대에 누운 도아영을 죽일 듯이 노려봤다.이때 도아영이 기지개를 켜고 비스듬히 눈을 떴다.“어머? 대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