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91화

Author: 기향난
김한빈도 묵묵히 도아영의 방에서 나갔다.

그녀는 여전히 제자리에 서 있는 서현우를 보다가 질문을 건넸다.

“그럼 난 서재로 갈까요?”

“마음대로!”

서현우는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몸을 홱 돌렸다.

사실 도아영도 딱히 돌아가서 이수호를 마주할 생각이 없었는데 변윤재가 그렇게 말해주니 마음 편히 서현우의 집에 남았다.

어젯밤과 다른 점이 있다면 서현우는 아예 그녀에게 관심조차 없었다.

오후 내내 책만 보는 서현우였다.

도아영이 글씨 연습으로 손목이 저려서 미칠 지경이 돼도 서현우는 아무 말이 없었다.

결국 보다 못한 그녀가 먼저 말을 꺼냈다.

“선생님! 제 글씨 이제 어떤가요?”

도아영이 A4용지를 건넸지만 그는 제대로 살펴보지도 않았다.

“계속해.”

“뭘 더 써요?”

“소설.”

서현우는 어디서 소설을 찾아왔는지 한 장 프린트해서 그녀 앞에 내놓았다.

빼곡히 적힌 글씨를 본 순간 도아영은 눈앞이 아찔거렸다.

대체 이런 밑도 끝도 없는 소설은 왜 쓰라고 하는 걸까? 오직 연습 때문에?

게다가 글씨가 너무 작다 보니 한 글자씩 공들여서 봐야만 했다.

이건 집중력까지 테스트하는 연습이었다.

오른손으로 쓴다고 해도 당장 써 내려갈 수 없는데 하물며 왼손으로...

서현우는 대놓고 그녀를 난감하게 굴었다.

“선생님...”

“다 쓸 때까지 어디도 못 가.”

그는 마치 도아영이 무슨 말을 할지 예측이라도 한 듯 차갑게 쏘아붙였다.

압력에 못 이긴 도아영은 끝내 A4용지를 들고 돌아갔다.

그녀는 마지못해 다시 펜을 들었다.

변윤재가 돌아왔을 때 날이 이미 어둑어둑해졌다. 혼혈의 준수한 외모가 하루 일과에 찌들어서 초췌할 따름이었다.

그는 아주 자연스럽게 서재 문을 열었다.

도아영이 아직도 글쓰기 연습을 하자 변윤재는 의아한 듯 물었다.

“아직이야? 현우 너 진짜 너무하네.”

그는 말하면서 도아영에게 다가갔다. A4용지에 빼곡히 적힌 작은 글씨체를 보더니 변윤재도 덩달아 미간을 구겼다.

“알아보긴 하겠어요?”

도아영의 기대 어린 눈빛을 바라보며 그는 결국 이렇게 말했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2화

    서현우는 눈길 한번 안 주고 담담하게 말했다.“가봐.”그제야 도아영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변윤재는 그녀를 부축해서 서재를 나섰다.서재의 소파와 테이블의 높이가 거의 일치하다 보니 도아영은 줄곧 바닥에 앉아서 글을 쓰다가 일어나려고 하니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서현우는 두 사람이 나간 후에야 테이블 앞으로 다가와 방금 그녀가 쓴 글씨를 보았는데 글씨체는 형편없지만 틀린 글은 단 한 개도 없었다.그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김한빈을 불렀다.“한빈아.”“네, 대표님.”“가서 가장 편한 의자랑 책상으로 사와.”“네? 대표님은 사무실용 책상과 의자를 싫어하시잖아요?”김한빈은 이 말을 내뱉은 순간 알아챘다. 대표님은 지금 도아영을 위해 가구를 마련하는 것이었다.그는 곧장 알겠다며 자리를 물러났다.30분 후.도아영이 아파트 단지에 도착했을 때 날은 이미 어두워졌다.이 시간대는 이수호의 출근 시간이니 아무리 화나도 집에서 종일 기다릴 일은 없을 거라고 여겼다.생각을 마친 그녀는 바로 집안에 들어섰다.하지만 문을 연 순간 후회가 밀려왔다.이수호가 거실 한가운데 떡하니 앉아있었으니까.그의 표정은 음침하기 그지없었다. 전에 도아영이 그에게 귀싸대기를 날렸을 때도 이런 표정은 못 봤는데 오늘은 그야말로 섬뜩할 따름이었다.어두운 방 안에 달빛이 드리우자 분위기가 더 싸늘하게 느껴졌다.“뭐 하다 왔어?’이수호는 이상하리만큼 차분하게 물었다.그녀는 한 시간, 여섯 시간도 아닌 무려 24시간이나 실종 상태였다.이수호의 질문에 도아영이 답했다.“민서네 집에서 하룻밤 자고 왔어요. 이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해야 해요?”“그래?”이수호가 쓴웃음을 지었다.“어젯밤에 주민서 아버님께 연락드렸는데 뭐라고 하셨는지 알아?”만반의 준비를 마친 그의 모습에 도아영도 더는 변명하지 않았다.“수호 씨, 내가 뭘 하든 이제 수호 씨랑 아무 상관 없잖아요. 제발 좀 내 사생활에 간섭하지 말아 줄래요?”말을 마친 그녀가 다리를 절뚝거리며 제 방으로 걸어갔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3화

    이제 곧 질식할 것만 같은 도아영을 보고 나서야 이수호도 손을 놓아주었다.방금 분노가 극에 달하다 보니 제아무리 참는다고는 하나 끝내 그녀를 다치게 하고 말았다.“콜록콜록.”도아영은 목을 움켜쥐고 쉴 새 없이 기침을 해댔다.이에 이수호가 미간을 구겼다.“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됐어요!”그녀는 어떠한 사과도 듣고 싶지 않았다.이수호에게 빚진 것 하나 없는 그녀는 이 남자가 사사건건 도원 그룹으로 협박하지만 않았어도 종일 그의 앞에서 공손한 척할 이유가 없다.“이제 그만 가주시죠, 대표님?”싸늘한 눈빛의 도아영을 바라보며 이수호의 안색도 어두워졌다.“네가 종일 안 돌아와서 많이 걱정했어!”“그래요? 걱정해주셔서 정말 고맙네요.”그녀가 쓴웃음을 지었다.도아영이 이토록 자신을 혐오하니 이수호도 마침내 분노가 폭발했다. 그는 도아영에게 바짝 다가오며 쏘아붙였다.“내가 대체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왜 나만 보면 이렇게 짜증이야? 전에는 안 그랬잖아? 대체 뭐가 문제야? 말해봐, 뭐가 문제냐고?”“아니요, 대표님은 아무 잘못 없어요. 다 제 잘못이요.”그랬다. 모든 게 그녀의 잘못이었다.좋아하지 말아야 할 사람을 좋아했고 3년 동안 아부하면서 살아왔더니 결국 무참하게 버림을 받았다.이 모든 건 도아영 본인의 선택이니 이수호를 원망할 자격이 없었다.다만 그를 미워하는 건 도아영의 자유 아닌가?환생한 그녀는 이수호와 강이나에게 복수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저 이 두 사람과 멀리 떨어져서 지내고픈 마음뿐이었다.하지만 뒤로 물러설수록 이수호가 더 바짝 다가왔다.인간은 대체 왜 이렇게 비천한 걸까? 그녀는 도통 이해가 안 됐다.사랑할 땐 눈길조차 안 주더니 단념하니까 이렇게 집착할 줄이야?설마 이런 게 바로 모든 남자의 통폐일까?도아영이 말했다.“수호 씨, 앞으로 나한테서 멀리 떨어져요. 더는 안 보고 싶으니까!”혐오에 찬 그녀의 표정을 보고 있자니 이수호는 심장을 쿡쿡 찌르듯 아팠다.머릿속엔 온통 이전에 도아영이 한없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4화

    그녀는 이수호가 왜 급발진을 하는 것인지 이해할 새도 없이 재빨리 책상 앞으로 다가가 가위를 찾아서 제 목에 겨눴다.분노에 휩싸였던 이수호는 순간 정신을 번쩍 차렸다. 그는 음침한 얼굴로 도아영에게 물었다.“내가 그렇게 싫어?”“네!”도아영이 차갑게 쏘아붙였다.“나 건드리기만 해봐요. 확 죽어버릴 거야!”이 한마디가 이수호의 심장을 가차 없이 내리쳤다.한편 도아영은 그를 빤히 쳐다봤다. 한 발짝만 더 가까이 다가오면 목을 확 찔러버릴 기세였다.어느덧 그녀의 목에서 핏방울이 똑똑 떨어지자 이수호도 걸음을 멈추고 차갑게 말했다.“알았어. 오늘부로 우린 남남이야. 평생 보지 말자고!”그는 곧장 아파트를 떠났다.남자의 발걸음 소리가 멀어지자 도아영도 그제야 가위를 내려놓았다.그녀는 온몸에 기운이 쫙 빠진 채 바닥에 주저앉았다.“미쳤어... 이수호 진짜 미친 거야.”도아영은 피가 흐르는 입술을 어루만졌다.이 인간이 대체 왜 갑자기 이런 식인지 도통 이해가 안 됐다.전생에는 그녀가 싫어서 안달이더니, 조금만 터치해도 손을 빡빡 씻을 지경이더니 왜 이렇게 변한 걸까?그래도 이수호는 내뱉은 말은 지키는 사람인지라 오늘 저렇게까지 쐐기를 박았으니 더는 마주칠 일이 없을 듯싶었다.도아영은 이렇게 저 자신을 위로했지만 자리에서 일어날 때 또 한 번 그를 미친놈이라고 욕했다.다음날 그녀의 통장으로 마지막 금액 2억 원이 입금되었다.무언가를 깨달은 도아영은 곧바로 이수호의 카톡과 연락처를 모조리 삭제했다.‘잘 됐어!’비록 매일 2억 원의 수입이 줄어들었지만 최소한 이수호와 깔끔하게 선을 긋게 되었으니 더는 미련을 둘 필요가 없었다.그녀는 이수호와 관련된 모든 연락 방식을 삭제하고 차단했다.또한 이 남자와 완전히 끝내려고 아파트에서 나와 홀로 학교 근처의 저렴한 월세방을 구했다.오후에 변윤재가 그녀를 데리러 왔을 때 월세방을 본 순간 난감한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왜요? 별로예요? 환경도 깔끔하고 근처에 공원도 있고 엘리베이터까지 있으니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5화

    애초에 도아영이 한성대에 올 때 유정연은 그녀가 이 근처에 집을 사는 걸 결사반대했다. 결국 그녀는 줄곧 기숙사에서 지냈지만 이제 상황이 상황인지라 다시 기숙사에 들어갈 수가 없었다.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조차 힘든 일이니까.“여기서 며칠만 버텨. 내가 현우더러 빨리 집 구하라고 할게.”변윤재가 당연하다는 듯이 말했다.“아니요. 현우 씨 귀찮게 하지 말아요. 난 그냥 여기서 지내면 돼요.”“귀찮게 하다니? 너 지금 걔 때문에 이런 신세가 된 거잖아. 현우도 어느 정도 보상은 해야지. 안 그러면 너만 너무 손해야!”여기까지 말한 변윤재는 문득 등골이 오싹했다.조심스럽게 머리를 돌리자 서현우가 어느새 뒤에 떡하니 서 있었다.단지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들었다.서현우가 한정판 마이바흐를 몰고 온 순간 모두의 시선을 확 사로잡았으니까.이렇게 낡아빠진 단지에 한정판 마이바흐가 들어오는 건 그야말로 희한한 일이었다.밖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을 본 순간 도아영은 당장이라도 그들을 쫓아내고 싶었다.젊고 예쁜 여자가 엄청나게 잘생긴 두 남자와 함께 차에 오른 모습을 보더니 다들 쉬쉬거리기 시작했다.“허구한 대낮에 저 세 사람 설마 그렇고 그런 사이는 아니겠지?”“젊고 예쁜 것들은 역시 돈 많은 남자를 따른다니까. 대낮부터 낯부끄럽게 뭐 하는 짓이야 대체.”뭇사람들이 구시렁대고 있을 때 임규리가 걸어 나왔다.이 구역은 한성대 근처에서 가장 저렴한 동네인지라 그녀도 한동안 여기서 지냈다.그러다가 요즘 남현숙의 요구로 이씨 일가에 들어가게 됐으니 짐 정리를 하러 왔는데 옆에 있던 아줌마가 덥석 그녀를 잡아당겼다.“규리야! 쟤 너희 학교 학생 맞지? 방금 남자 두 명이랑 떠난 애...”“네, 맞아요.”임규리는 방금 그 두 남자를 제대로 확인하진 못했지만 도아영은 똑똑히 보았다.그녀가 이수호를 떠난 뒤 또 이런 레벨의 재벌남을 만나게 되다니.임규리는 요즘 이씨 일가에서 이수호에게 찬밥신세인데 정작 도아영은 너무 잘나갔다. 여기까지 생각한 그녀는 질투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6화

    오후, 한성대.“규리야, 너 진짜 이씨 저택에 들어갔어?”“장난치는 거 아니지? 거긴 무려 이씨 저택이잖아.”사흘도 안 될 사이에 임규리는 어느덧 모두의 부러움을 한몸에 샀다.며칠 전 이씨 일가에서 찾아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간 일이 전교를 들썩하게 했으니까.다만 당사자인 그녀는 아직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그저 얼굴이 살짝 빨개진 채 조심스럽게 말했다.“다들 그만 물어. 함부로 얘기하지 않겠다고 할머니랑 약속했단 말이야.”그녀가 남현숙을 언급한 순간 몇몇 학생들은 두 눈이 반짝였다.“할머니? 이 대표님 할머니를 말하는 거야?”“헐, 대박! 규리 너 진짜 이경 그룹 사모님이 되는 거야?”이 반에서 이수호 같은 인물을 직접 마주할 자는 아무도 없다.순간 임규리의 얼굴이 더 빨개졌다.“그만해 이제... 아무튼 난 말할 수 없어. 얘기하면 안 된다고.”그녀가 이렇게 말하자 뭇사람들은 더욱 확신하게 되었다.한때 임규리를 맹비난했던 여학생들이 가까이 다가왔다.“규리야, 전에는 일부러 그런 게 아니야. 다들 장난 좀 친 거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우리 앞으로 베프야. 누가 감히 너 괴롭히거든 당장 얘기해. 아작을 낼 테니까!”“그래, 규리야! 이제 이경 그룹 사모님이 된다면 절대 우릴 잊지 마.”...임규리는 아양을 떠는 여학생들을 바라보며 더없는 만족감을 느꼈다.전에 돈이 없을 때 학교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다녔는데 이씨 일가로 들어가게 되니 다들 먼저 다가와서 아부하고 있었다.이런 게 바로 도아영이 한때 매일 받았던 대우일까?“규리야, 이 대표님은 너한테 잘해줘? 자상해? 얼른 얘기해봐.”“이씨 저택 엄청 크지? 강주에서 제일 큰 별장이라고 하던데.”학생들은 두 눈을 반짝이며 이씨 저택을 언급했다.마치 임규리가 그 집에서 사모님의 삶을 누리고 있다고 생각한 듯싶었다.“진짜 그만해. 나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니까.”임규리가 이렇게 나오니 괜히 더 쑥스러워하는 것 같았다.이때 학생들 중 한 명이 그녀에게 잘 보이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7화

    임규리의 안색이 살짝 일그러졌다.다른 학생들은 잘 속여넘길 수 있지만 구연준은 호락호락한 자가 아니었다.만약 그가 좀 전에 들은 얘기를 이씨 일가에 알린다면 임규리는 끝장이다.“수업 시작해.”그는 담담하게 말했지만 시선은 줄곧 임규리에게 꽂혀 있었다.이에 임규리는 등골이 오싹했다.마치 누군가에게 약점이라도 잡힌 듯 숨이 턱턱 막혔다.결국 그녀는 수업을 제대로 듣지도 못하고 상과가 끝나자마자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디 가, 규리야?”다른 학생들은 그녀에게 이수호에 관해서 더 묻고 싶었는데 이 여자가 어느새 구연준을 따라서 교실 밖으로 뛰쳐나갔다.“선생님!”임규리가 얼굴이 벌게진 채 구연준을 불렀다.이에 그는 걸음을 멈추고 차분하게 물었다.“무슨 일이야?”그는 항상 차가운 분위기에 소외감이 느껴질 따름이었다.임규리는 입술을 꼭 깨물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아까 한 얘기는...”그녀는 차마 말을 끝까지 맺을 수가 없었다.“내가 알 바는 아니잖아?”구연준은 그들의 토크에 관심이 없다는 식으로 되물었다.이에 임규리는 멍하니 넋을 놓았다.다시 정신을 차렸을 때 구연준은 어느덧 멀리 사라져버렸다.‘선생님은 도아영 편들어주던 거 아니었어? 내 일에 아예 관심이 없네?’문득 임규리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스쳤다.‘이런 횡재라니! 하늘도 날 돕는구나.’며칠 뒤면 곧 기말고사이다. 오랫동안 휴학하고 돌아온 도아영은 당연히 시험을 통과할 리가 없다.그때 가서 도아영이 한성대에서 아웃되면 아무도 임규리의 거짓말을 까발릴 수 없다.같은 시각, 서현우네 집.도아영은 눈앞의 책상을 보더니 멍하니 넋을 놓았다.“마음에 들어?”문득 변윤재가 가까이 다가왔다.“이거 현우가 일부러 한빈이 시켜서 사 온 거야. 디테일 봐봐, 촉감도 너무 좋지 않냐? 책상 중에서도 최상급으로 골랐다니까.”“...”도아영은 책상 앞으로 다가가 살며시 만져보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최상품 녹나무 재질이었다.서현우가 그녀를 위해 이토록 특별한 선물을 준비할 줄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8화

    도아영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말은 어디서 들은 거야?”“몰랐네! 학교 게시판에 온통 그 얘기로 도배했어.”주민서가 초조하게 말했다.그 누구든 이수호의 약혼녀가 될 수 있지만 임규리만은 절대 안 된다.도아영만 웃음거리로 몰락할 테니까.“이 대표 할머니는 대체 무슨 생각이시지? 전에는 그래도 좋은 분인 줄 알았는데 어떻게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드냐고? 지금 너 망신 주는 거나 다름없잖아!”도아영은 그녀를 다독였다.“일단 진정해. 아직은 소문일 뿐 확실치는 않잖아. 설사 진짜라고 해도 나랑은 아무 상관없어.”“내가 분해서 그래, 내가! 너는 어떻게 이 일이 상관없을 수가 있니?”주민서가 씩씩거릴 때 서현우가 불현듯 마른기침을 해댔다.남자 목소리를 들은 주민서는 잠시 머뭇거렸다.“방금 뭐야? 너 설마...”도아영은 그녀가 이미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다는 걸 눈치챘다.“민서야, 그게 아니라.”“알았어. 다 알았다고!”주민서는 갑자기 흥분하기 시작했다.“난 또 네가 이수호 때문에 슬퍼할 줄 알았더니 진작 다른 남자 찾았네? 역시 우리 아영이가 짱이라니까. 내가 괜한 걱정을 했어. 별일 없으면 이만 끊는다. 더 방해하지 않을게. 자세한 얘기는 다음에 만나서 해!”주민서는 그녀에게 해명할 기회조차 안 주고 전화를 꺼버렸다.도아영이 무심코 서현우를 바라봤지만 그는 아무 말 없이 머리만 푹 숙이고 있었다. 방금 기침은 예외였던 것이다.“휴대폰 무음으로 하고 계속 글쓰기 연습해.”“네, 선생님...”도아영은 곧장 휴대폰을 무음 모드로 해놓고 글쓰기에 몰입했다.한성대.강이나는 게시판을 발칵 뒤집은 내용을 읽어보더니 입꼬리를 씩 올렸다.“이나야, 이거 다 근거 없는 소문이니까 너무 신경 쓰지 마.”유하영은 그녀를 위로하느라 바빴다.정작 강이나가 임규리를 하찮게 여긴다는 걸 눈치채지도 못하고 말이다.고작 그녀를 따라 하는 대체품 따위를 신경 쓸 리가 있을까. 이수호는 절대 임규리 같은 여자를 좋아할 수가 없다고 굳게 믿었다.“괜찮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299화

    강이나가 유하영을 위로했다.하지만 멍청한 유하영은 여전히 불만 조로 씩씩거렸다.“도아영이 너한테 어떻게 했는데 아직도 걔를 챙기고 있어! 넌 정말 너무 착해서 탈이라니까. 그래서 그딴 년한테 맨날 당하는 거잖아.”강이나는 피식 웃을 뿐 아무 말이 없었다.‘내가 도아영을 챙겨? 아니! 난 그저 도아영도 전교생들에게 야유당하는 느낌이 어떤 건지 가르쳐주고 싶을 뿐이야.’이전에 도아영은 이수호의 약혼녀이다 보니 사람들은 감히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기껏해야 몇 마디 경멸의 말을 내뱉을 뿐이었다.하지만 이제 그녀는 이수호와 파혼했으니 모든 게 달라졌다.많은 학생들이 그녀의 우스운 꼴을 기대하고 있다.그 와중에 사촌 동생 임규리와 전 약혼자 이수호가 약혼식을 올린다고 하니 도아영은 자연스럽게 전교생의 농락 거리로 전락할 것이다.그날 오후 도아영이 글쓰기를 연습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메시지가 줄줄이 들어왔다.얼핏 본 후 휴대폰을 치우려고 했지만 복습 자료에 관한 내용인 걸 확인하더니 동작을 멈칫했다.자세히 들여다보자 정말 기말 복습 자료에 관한 내용이었다.요즘 그녀는 학교에 잘 나가지도 않았고 설사 나간다고 해도 도서관에만 가다 보니 복습 자료를 나눠준다는 얘기를 전해 들은 바가 없다.서현우가 문득 휴대폰을 쳐다보는 그녀를 발견하고 차분하게 물었다.“연습하랬더니 뭐 하는 거야 지금?”“반에서 복습 자료 나눠준대요. 그것도 본인이 학생증 들고 직접 오라고 하네요.”그녀는 단 한 번도 이런 요구를 들어본 적이 없다.다만 한 시간 전에 주민서가 했던 말을 되새기자 그녀는 곧장 알아챘다. 누군가가 지금 그녀를 놀리기 위해 며칠 학교에 안 나온 걸 알고 일부러 이런 핑계를 둘러대고 있었다.이토록 저급한 수단에 도아영은 헛웃음이 새어 나왔다.“직접 갈 필요 없어. 내가 알아서 사람 보낼게.”서현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도아영의 현재 몸 상태로 계단을 오르기도 힘든데 복습 자료까지 챙겨오는 건 무리였다.한성대.유하영 일

Latest chapter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2화

    ...주위에 온통 쉬쉬거리는 소리뿐이었다.도아영이 오늘 왜 이 파티에 참석했는지 다들 너무 궁금했다.로열 호텔 안, 안지원이 2층 휴식실 문을 두드렸다.“대표님, 손님들 다 도착하셨습니다. 이제 내려가 봐야 할 것 같아요.”“알았어.”이수호는 관자놀이를 문질렀다. 눈만 감으면 어제 도아영이 했던 말만 떠올랐으니까.할머니가 이 파티를 열지만 않았어도 두 번 다시 도아영을 마주 하고 싶지 않았다.아래층.도아영은 등장하자마자 사람들의 주목을 받았다.화려한 드레스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이제 도원 그룹의 유일한 상속자가 됐기 때문이다. 도아영과 결혼할 사람은 자연스럽게 도원 그룹도 차지하게 된다.그녀에게 불의의 사고라도 생기면 도씨 일가의 전 재산이 남편에게 돌아갈 것이다.장내에 있는 남성들은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아영아, 얼른 할미 곁으로 와.”남현숙이 다정한 말투로 말했다.며칠 전까지만 해도 혐오에 찬 표정이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 활짝 웃었다.도아영도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남현숙에게 다가갔다.남현숙은 그녀의 손등을 톡톡 두드렸다.“우리 아영이 점점 이뻐지네. 수호랑 오랜만이지? 금방 내려올 테니 함께 얘기도 나누고 오붓한 시간 보내. 젊은 사람들끼리 춤도 추고 와인도 마시고 얼마나 좋아?”남현숙은 지금 사람들에게 보여주기식으로 연기하고 있었다.도아영은 이씨 일가 사람이란 걸 이 자리에서 선포하는 거나 다름없다.아무도 감히 도아영을 넘보지 말라는 의도였다.이에 도아영이 가볍게 웃었다.“아니요, 대표님을 어제도 만난 걸요. 왠지 나랑 함께하기 싫은 눈치였어요.”마침 위층에서 내려오던 이수호가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들었다.어제 일을 되새기자 그는 또다시 사색이 되었다.“허튼소리! 수호는 내가 제일 잘 알아. 전에 파혼하려던 건 홧김에 그랬어. 젊은 애들이 그렇지 뭐. 누가 뭐래도 수호는 널 아주 많이 좋아해. 오늘도 너한테 사과하려고 하던데?”남현숙은 웃으면서 이수호를 불러왔다.뭇사람들은 이 광경을 빤히 지켜봤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1화

    이수호는 할머니의 말뜻을 너무 잘 이해한다.전에는 단지 도아영의 신분이 적합해서 그녀와 약혼하려던 거라면 지금은 도씨 일가 전체를 거머쥘 기회가 생겼다.그는 또다시 오늘 낮에 도아영이 했던 말이 떠올랐고 자존심에 큰 타격을 입었다.“할머니는 이번 일에 신경 쓰지 마세요. 우린 이미 파혼했으니 절대 결혼할 리 없어요.”말을 마친 이수호가 위층으로 올라갔다.남현숙은 손주 녀석의 성격을 잘 알기에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래, 네가 굽히지 못하겠다면 이 할미가 직접 나서야지 어쩌겠어.’다음날, 유정연이 감방에 갇히고 도지호가 집에서 쫓겨난 소식이 이 바닥에 쫙 퍼졌다.도아영은 도씨 일가의 유일한 상속자로서 이번에 매우 순조롭게 도원 그룹을 이어받았다.학교에 관한 일도 일단락되었으니 그녀는 한창 도원 그룹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아영 씨, 아침에 이씨 일가에서 찾아왔습니다. 오늘 저녁에 아영 씨더러 로열 호텔 파티에 참석하라고 하시네요.”“이씨 일가에서요?”‘이수호가 또 찾아온 거야?’도아영은 잠시 의심했지만 곧이어 남현숙임을 알아챘다.그 어르신은 능구렁이와도 같은 분이니까.도아영이 도원 그룹을 상속받자마자 파티에 초대하다니, 이건 절대 호의일 리가 없다.“아영 씨는 이제 도원 그룹 오너가 됐으니 이번 파티에 당연히 참석하셔야 해요. 게다가 앞서 이씨 일가와 도씨 일가가 사이가 나쁘다는 소문이 떠돌다 보니 많은 협력사에서 감히 우리와 협력하지 못하고 있어요. 이경 그룹 눈 밖에 날까 봐 두려운 거죠. 이번에 이씨 일가에서 주최하는 파티에 참석하면 많은 사람들의 입을 틀어막을 수 있을 테고 도원 그룹 상황도 훨씬 나아질 겁니다.”주연우가 하는 말을 도아영도 물론 잘 알고 있다.다만 이경 그룹의 파티에 참석하기에 앞서 그녀는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한다.남현숙에게 득이 돼선 안 되고, 이씨 일가와 사이가 완전히 틀어진 게 아니라고 외부에 알려야 하니까.하지만...오늘 밤에 이수호를 만날 걸 생각하면 그녀는 머리가 지끈거렸다.“드레스 한 벌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400화

    “가시죠, 규리 씨.”“아니요! 대표님 좋은 사람인 거 알아요. 예전에 쌓아온 정을 봐서 우리 이모 한 번만 구해주세요!”“더는 우리 집에 나타나지 말라고 분명 말했을 텐데?”이수호가 싸늘한 눈길로 쳐다보자 임규리는 등골이 오싹했다.며칠 전에 강이나가 찾아와서 그와 임규리에 관한 스캔들을 일러바쳤는데 고작 여자들의 수작인지라 이수호는 딱히 간섭하지 않았다.어차피 임규리와 아무 사이도 아니니 똑똑한 사람이라면 둘이 불가능하단 걸 바로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이수호와 임규리는 신분 격차가 너무 크니까.그 소문들은 임규리가 지어낸 거로밖에 결론이 나지 않는다.이수호는 이렇게 꼼수가 많은 여자가 딱 질색이다.한편 임규리는 아직 본인이 한 일을 이수호에게 들킨 줄 모르고 계속 유정연을 위해 사정했다.“이모도 도씨 일가 사람인데 대표님 정말 안 도와주실 거예요?”“안 비서! 내 말 안 들려?”“알겠습니다, 대표님.”안지원이 또다시 그녀 앞으로 다가왔다.“임규리 씨, 계속 이러시면 끌어내는 수밖에 없어요.”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유정연이 감방에 간 일이 한성대에 소문이라도 퍼지면 그녀의 인생도 끝장이다.한성대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됐는데 모든 거짓말이 들통나고 더 이상 뒷배가 없다는 게 알려지면 남은 3년은 어떻게 버텨내란 말인가?아마 학자금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다.“대표님, 제발요! 저희 이모 한 번만 도와주세요. 할머니, 제가 요 며칠 시중만 잘 들어줬잖아요. 그러니까 제발요! 우리 이모 구해주세요.”임규리는 눈물범벅이 되었다.한편 남현숙은 이수호에게 사랑받지 못하는 그녀가 한심할 따름이었다.“네 이모가 그런 짓을 저질렀으니 우리도 할 수 없다. 이건 어디까지나 도씨 일가의 일이니 정 도움을 구하고 싶다면 아영이 찾아가 보거라.”도아영을 언급한 순간 이수호의 두 눈이 반짝였다.그녀가 도와줄 리 있을까?왠지 유정연이 감방에 들어간 것도 도아영과 연관이 있을 듯싶었다.다만 아직도 그녀 생각 중인 자신을 되돌아보며 이수호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9화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 넌 도씨 일가의 상속자도 아니고 우리 아빠 아들도 아니야. 법적으로 볼 때 오늘부로 너희 두 모자는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정신 좀 차려, 지호야!”도아영은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전생에 아빠가 그녀에게 회사를 물려주셨는데 마음 약한 도아영이 유정연 모자에게 고스란히 건넸다. 결국 아빠의 회사는 3년도 안 돼서 부도났고 유정연은 도지호를 데리고 안용준과 함께 도망치려 했다.그러니 이번 생은 무슨 일이 있어도 유정연 모자와 도원 그룹을 떼어놓아야 한다.“이 자식 끌어내.”도아영이 차갑게 분부하자 도씨 일가의 경호원들이 곧장 도지호를 이 집에서 끌어냈다.그는 슬리퍼를 신은 채 반항할 여지도 없이 처참하게 집에서 쫓겨났다.“도지호랑 유정연 물건들 싹 다 정리해서 밖에 내다 버려요!”“네, 아영 씨.”주연우는 곧바로 위층에 사람을 보내서 도지호와 유정연의 물건을 싹 다 처리했다.도아영은 다 정리한 물건들을 도지호에게 내던졌다.옷과 신발, 책까지 버려진 걸 보더니 도지호는 안색이 잔뜩 일그러졌다.“다들 여기서 잘 지켜. 도지호는 이제 우리 집안과 아무 관련이 없어. 만약 얘가 우리 집에 찾아와서 소란 피우면 그 즉시 경찰에 신고해.”“네, 알겠습니다.”도아영은 그가 소란을 피울 걸 염두에 두고 일부러 경비소를 차렸다.뒤늦게 정신을 차린 도지호는 미친 듯이 철문을 두드리며 소리쳤다.“도아영! 난 네 동생이야! 나한테 이러면 안 돼! 당장 문 열어! 나야말로 도씨 집안 아들이잖아!”도아영은 그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곧게 집으로 들어갔다.유정연 모자의 흔적이 없는 이 집안은 그제야 온화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했다.“아영 씨, 다음 계획은?”“유정연 전 재산을 회사 계좌로 입금했어요. 그동안 모자랐던 금액을 채운 셈이죠. 이제 드디어 도원 그룹 협력 프로젝트를 운행하게 됐으니 당분간은 위기를 벗어났다고 보면 돼요.”‘이수호만 잠자코 있다면...’도아영은 이렇게 생각했다.그녀는 오늘 이수호를 가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8화

    저녁 무렵, 도지호는 집에서 줄곧 도아영의 연락만 기다렸다.도원 그룹의 차가 집 앞에 도착하자 그는 부리나케 달려나갔다.차에서 내리는 도아영을 보더니 도지호가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너 뭐야? 왜 전화를 안 받아? 집에 무슨 일 생긴 줄 알아? 당장 나랑 경찰서 가서 엄마 모셔와야지!”도지호가 명령 조로 쏘아붙이며 도아영의 손목을 붙잡고 경찰서로 갈 기세였다.이에 도아영이 그를 힘껏 내팽개쳤다.도지호는 못 믿겠다는 눈길로 그녀를 쳐다봤다.“너 미쳤어? 감히 날 밀쳐?”이 집에서 줄곧 거만을 떨던 도지호였기에 그녀가 매정하게 밀쳐버릴 줄은 꿈에도 예상치 못했다.이제 막 그녀에게 손을 대려고 할 때 주연우가 덥석 막아서더니 가볍게 도지호를 제압했다.“너도 미친 거야? 우리 집안 따까리 주제에! 확 잘리고 싶어?”도지호는 힘으로 안 되니 고래고래 소리만 질렀다.이에 도아영이 차분하게 말했다.“잘 들어. 넌 이제 우리 집안 사람이 아니야. 회사에서도 아무런 직급이 없으니 주 비서는 제쳐두고 이 집안 가정부도 네 멋대로 자를 순 없어.”“이년이 지금 뭐라는 거야? 나 도지호야! 왜 이 집안 사람이 아닌 건데? 엄마가 잡혀간 틈에 내 자리를 빼앗으려고? 꿈 깨! 미친X아!”그는 기세등등한 눈빛으로 도아영을 째려봤다.하지만 도아영은 시큰둥하게 쓴웃음만 지었다.“네가 우리 아빠 아들이야? 쥐뿔도 아닌 게 무슨 자리까지 빼앗는다고 그래? 너희 엄마 안용준이랑 바람피운 건 알지? 안용준은 내가 직접 처리했고 너희 엄만 너그럽게 용서했어. 그런데 여태껏 회사 공금을 횡령하고 끊임없이 회사 자산에 손댔더라? 대체 언제까지 우리 집안 재산을 노릴 건데? 너희 두 모자 좀 너무하단 생각은 안 들어?”“개소리 치지 마! 우리 엄마가 어떻게 딴 남자랑 바람을 피워?”도지호의 안색이 확 일그러졌다.“네가 아직 어리니 그동안 나한테 무례하게 굴었던 건 그냥 눈감아줄게. 하지만 너희 엄마는 우리 아빠랑 도원 그룹에 미안한 짓을 너무 많이 저질렀어. 그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7화

    사채업자들은 꽤 모아진 자산에 흡족한 미소를 지으면서 드디어 도씨 저택을 떠났다.유정연은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사채에 딱 한 번 손을 댔더니 아들과 함께 전 재산을 털릴 줄이야.한편 도아영은 도원 그룹에서 사채업자의 전화를 받았다.“아영 씨, 분부하신 일은 다 해결했습니다. 모든 물건을 현금화해서 이체해드리겠습니다.”“알겠어요. 오늘 다들 수고 많으셨어요.”“별말씀을요. 서 대표님 분부대로 했을 뿐입니다.”도아영은 가볍게 웃었다. 이 모든 건 서현우의 공로이니까.그의 조언대로 유정연 모자의 전 재산을 손쉽게 챙겼고 이 또한 아빠 도석진이 받아야 할 몫이다.전화를 끊은 후 도아영은 주연우에게 분부했다.“이제 다 됐어요. 시작해볼까요?”“네, 알겠습니다.”주연우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도씨 저택에서 유정연 모자가 멍하니 넋 놓고 있을 때 문밖에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랐고 도지호도 어안이 벙벙했다.‘오늘 무슨 날이야? 경찰차는 또 뭔데?’유정연이 미처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경찰이 집안으로 들어와서 다짜고짜 그녀에게 수갑을 채웠다.“신고받고 왔습니다. 유정연 씨, 당신은 금융범죄 혐의로 체포되었으니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습니다...”“네? 뭐라고요? 금융범죄라니? 그게 대체 뭔 말인데요?”유정연은 몹시 당황했지만 경찰은 그녀의 변명 따위 들어줄 여유가 없었다.“서로 가서 조사받으시죠! 당장 끌고 가!”“당신들 뭐야? 왜 우리 엄마를 잡아가는 건데?”도지호가 쫓아가려 했지만 경찰은 아예 무시한 채 유정연을 차에 태우고 떠나가 버렸다.오늘 발생한 모든 일이 괴이할 따름이었다.도지호는 곧바로 도아영에게 연락했다.평상시에는 그렇게 연락이 잘 되던 도아영인데 오늘은 도통 받지를 않았다.“전화 좀 받아!”그의 안색이 확 어두워졌다.유정연이 경찰에 잡혀가니 그는 가장 먼저 도아영이 떠올랐다.그녀 말곤 엄마를 구해줄 사람이 없으니까.도원 그룹에서 도아영은 쉴 새 없이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6화

    “왜 그래요 갑자기? 무슨 일 있어요?”유정연은 사채에 손을 댄 일을 죽어도 도아영에게 고백할 순 없었다.도씨 일가의 가훈이 바로 사채에 손을 대지 않는 거니까.소문이라도 나면 체면이 바닥나고 도아영에게 쫓겨날지도 모른다.한편 도아영은 그녀가 사채를 빌린 걸 진작 알고 있어 입꼬리를 씩 올렸다.“지금 바로 연락해 계약서 보낼 테니까 거기 사인만 하면 효력이 발생할 거예요. 아줌마랑 지호가 우리 아빠 재산을 포기한다는 조건으로 계좌이체 해드릴게요. 사인만 하면 재무팀에 바로 연락해서 돈 보낼게요.”기세등등한 남자들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더 이상 망설일 겨를이 없었다.“알았어! 사인할게. 바로 할게!”도아영이 곧장 휴대폰으로 계약서를 보내왔다.유정연은 꼼꼼히 읽어볼 새도 없이 바로 사인했고 계좌에 거액이 들어왔지만 모든 걸 사채업자에게 털렸다. 20초도 안 되는 사이에 이 모든 일이 벌어졌다.다만 겁에 질린 유정연은 이 과정의 수상한 낌새를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이봐! 아직도 돈 있잖아! 바로 내놓으면 될 것이지 왜 이렇게 질질 끌었어? 돈 될만한 액세서리들 당장 내놔!”유정연은 허겁지겁 위층에 올라가 보물처럼 아끼던 액세서리를 모조리 꺼냈다.이것들은 전부 도석진이 생전에 그녀에게 선물한 값비싼 액세서리들이다.수년간 아까워서 제대로 착용하지도 못했고 그저 도지호의 생일날 딱 한 번 치장하고 나갔었다.“여기 있어요. 이거면 되나요?”그녀는 액세서리를 사채업자에게 건넸다.“이년이 감히 내 앞에서 꼼수를 부려? 분명 더 있을 거야! 다 내놔! 이까짓 거로 누구 입에 풀칠하겠어?”앞장선 남자가 그녀의 멱살을 잡고 소리쳤다.유정연은 화들짝 놀라서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숨긴 건 맞지만 이 사람들이 대체 그것까지 어떻게 알아낸 건지 더는 고려할 여유가 없었다.그녀는 마지못해 여태껏 보관한 모든 액세서리와 명품 가방, 옷들까지 꺼냈다.“이 새끼도 있잖아! 얘 것도 싹 다 꺼내!”도지호는 평상시에 손이 커서 가격도 안 보고 물건을 사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5화

    순간 도지호는 표정이 굳어버렸다.“엄마! 이 사람들 대체 뭐라는 거예요? 빚이라니? 180억 원은 다 뭐냐고요?”유정연은 아들에게 빚진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았지만 사채업자들이 집까지 찾아오니 하는 수 없이 고백했다.“지호야, 엄마가 결혼비용으로 준 돈 얼른 내놔봐!”“네? 그건 나더러 신혼집 차리라고 준 돈이잖아요? 줬다 뺏는 게 어디 있어요?”도지호가 정색하며 쏘아붙였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 된 아들을 보고 있자니 유정연은 가차 없이 뺨을 후려쳤다.“죽을래 돈 갚을래? 얼른 가서 돈 가져와!”유정연이 도석진에게 시집온 이후로 매년 도지호의 명의로 목돈을 마련했는데 어느덧 십여 년이란 시간이 흘러서 60억 가까이 됐을 것이다.빚을 다 갚을 순 없지만 이 돈으로 시간을 좀 더 벌어들일 순 있다.도지호는 기세등등한 사채업자들을 보더니 마지못해 은행카드를 건넸다.카드를 본 우두머리가 먼저 말을 꺼냈다.“이것 봐. 돈 있잖아. 어디서 불쌍한 척이야! X발 년, 아직 80억 남았어. 못 갚으면 이 녀석 두 다리를 확 잘라버릴 거야!”“이미 60억 드렸고 방금 드린 60억까지 더하면 120억이잖아요! 더는 없으니까 가서 사장님께 전하세요. 3일만 더 시간을 주면 나머지 80억 무조건 갚을게요!”유정연이 간곡하게 부탁했다. 팔아치울 수 있는 건 전부 다 팔아서 온몸을 다 털어도 돈이 나올 구멍이 없었다.아들의 결혼비용까지 다 내놨으니 이제 정말 빈털터리 신세였다.“3일, 3일, 대체 얼마나 더 기한을 늘여줘야 해? 오늘 또 미루면 80억이 아니라 100억으로 불어날 거야!”사채업자가 거만을 떠는 모습에 도지호는 주먹을 휘날리려고 했지만 방망이가 앞섰다.그는 가차 없이 방망이에 맞고 바닥에 쓰러졌다.“자식이, 감히 나한테 덤비려고?”앞장선 사채업자가 도지호에게 비아냥거렸다.아들이 한 방 맞으니 유정연은 당황하기 시작했다.“줄게요! 10억 줄게요! 집에 남은 액세서리랑 집문서까지 다 합치면 80억은 될 거예요. 다 드릴게요! 전부 드린

  • 대표님, 미워도 상처는 주지 마세요   제394화

    이번엔 아무도 유정연을 지켜줄 수 없다.그 시각, 도씨 일가.도지호가 저녁 무렵 집에 돌아왔을 때 유정연은 초조한 얼굴로 거실을 서성거렸다.“엄마, 왜 그래요?”“지호야? 너 왜 왔어?”“돈 다 떨어졌어요. 문자를 해도 대답이 없으니 돈 가지러 왔죠.”유정연은 울화가 치밀었다.“돈돈돈! 넌 돈밖에 몰라? 우리 이제 다 망했어! 돈 없다고!”“뭐라고요? 장난도 참.”도지호는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이 전혀 믿어지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돈 걱정 없이 살아와서 한 달 용돈 1억 원도 모자랄 지경이니까.도씨 일가가 아무리 망해도 도지호의 용돈이 끊긴 적은 없으니 집에 돈이 없다는 말은 농담과도 같았다.“너 이 자식...”유정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격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녀는 사색이 되었다.사채업자들이 또다시 찾아왔으니까.상황파악이 안 된 도지호가 언짢은 기색을 드러냈다.“누구야? 누가 이딴 식으로 문 두드려?”그는 얼른 문을 열고 상대에게 겁줄 기세였지만 유정연이 발 빠르게 가로챘다.“안돼, 지호야!”“왜요? 누군데 그래요?”도지호가 불만스러운 얼굴로 되물었다. 도씨 일가 도련님 도지호는 학교에서도 위풍당당한 인물이라 아무도 감히 그를 건드릴 자가 없었다.지금 이토록 무례하게 문을 두드리는데 가만히 지켜볼 도지호가 아니었다.하지만 유정연은 그를 의자에 앉히고 진정시켰다.“여기 가만히 있어! 절대 문 열면 안 돼!”도지호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넋을 놓았다.문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거세지고 그중 한 명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X발 년! 집에 있는 거 다 알아! 당장 문 열어! 집 다 부숴버리기 전에!”“누구야 X발! 눈에 뵈는 게 없나 보네?”도지호가 버럭 화내면서 자리에서 일어날 때 상대가 이미 문을 부수고 들어와 버렸다.덩치 큰 체구의 남자들이 방망이를 들고 있는 모습은 영락없는 동네 건달이었다.유정연은 그들이 문까지 부수고 쳐들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다.도지호도 상대의 기세에 짓눌려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