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연이 막 무슨 말을 하려던 찰나 핸드폰에서 딩동 소리와 함께 메시지가 들어와서 그녀는 마음이 조마조마했다.직감으로는 최연희가 보낸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바로 조금 전 인지석이 최연희를 위협하였는데 최연희의 나약한 성격으로 시키는 대로 할 가능성이 높았다.강서연은 숨을 한 번 들이키고는 천천히 손을 뻗어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최연준이 큰 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잡고 눈빛이 일순간 어두워지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괜찮아요. 한 번 볼게요.”강서연은 일부러 침착하게 말했다.“연희 아가씨가 보낸 게 아니라 스팸 문자 같은 거일지도 몰라요. 어쩌면...”그러나 다음 순간 그녀는 현타가 왔다.“언니, 내일 오후에 시간 있어요? 제가 커피 한잔 사드리고 싶은데 우리 평소에 자주 가는 그 가게에서 만나요!”마지막에는 특별히 강조했다. “언니, 꼭 혼자 와야 해요. 다른 사람이 있는 건 싫어요.”강서연은 얼굴이 하얗게 질린 채 핸드폰을 쥔 손을 살짝 떨고 있었다.최연희는 강서연이 그녀에게 무방비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메시지를 보냈다.강서연은 만약 그녀가 그들의 대화를 미리 모니터링하지 않고 무방비 상태로 약속 장소에 나갔다면 어떤 결과가 있었을지 생각했다.“서연아...”최연준은 한스러워 핸드폰을 들고 최연희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다.“잠깐만요!”강서연이 그를 막아서더니 곧이어 메시지를 답장했다.「그래요. 내일 봐요.」“정말 가려고?”“안 가면요?”강서연이 담담하게 말했다.“연희 아가씨는 원래 겁이 많은 사람인데 방금 또 인지석에게 그렇게 위협을 받았으니 얼마나 심란하겠어요!”최연준은 입술을 깨물며 마음속으로 최연희를 은근히 욕하였고 그녀를 걱정하며 또 화가 났다.“여보, 연희 아가씨가 지금 곤경에 빠졌는데 우리 둘이 먼저 조급해하면 안 돼요.”강서연이 충고했다.“내일은 우리가 원흥을 산 채로 잡은 것처럼 내가 약속 장소로 갈 테니 당신은 몰래 지키고 있어요.”“하지만 내일 거기에 나타나는 사
강서연은 손이 허공에서 잠시 멈칫하다가 어색하게 움츠러들었다.최연희는 자신이 약간 예의를 잃은 것을 알고 있다.이때 핸드폰에서 계속 메시지가 들어왔는데 전부 인지석이 강서연에게 빨리 약을 먹이라고 재촉한 것이었다.최연희는 하마터면 눈물이 쏟아질 뻔했고 손발이 차갑고 마음이 아파서 핸드폰도 제대로 잡지 못했다.“아가씨, 왜 그래요? 몸이 안 좋아요?”강서연이 그녀의 손을 잡았다.“손이 왜 이렇게 차가워요!”“괜찮아요.”최연희는 부정하고 황급히 손을 빼내어 심호흡을 몇 번 하고 마음을 가다듬은 후 강서연에게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언니, 오늘은 내가 쏘는 거예요.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아무거나 시켜요!”“아가씨는 아직 학생인데 어떻게 제가 사달라고 하겠어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달 용돈은 충분하죠?”최연희는 한 번 움찔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집안일을 도맡아 하는 강서연은 모두 평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지만 사실 사적으로는 몰래 자기 돈으로 최연희를 보태주고 있었다.최연희는 매달 용돈이 강서연이 집안일을 관리하기 전보다 두 배나 많을 정도였다.“언니, 고마워요...”그녀의 목소리는 너무 낮았다.“고마워할 필요가 없어요! 아가씨는 우리 집 공주인데, 아무리 예뻐해도 과분하지 않아요! 게다가...”강서연은 웃으며 최연희의 손을 잡았다.“우리 둘이 그렇게 잘 통하는데 아가씨의 새언니로서 많이 아껴주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이 몇 마디 말을 들은 최연희는 마음이 괴로워서 죽을 지경이다.그녀는 코를 힘껏 들이마시고 심호흡을 한 후 방금 주문한 커피를 강서연의 앞으로 밀었다.강서연은 이것을 보며 마음이 식어버렸다.올 것이 왔구나.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최연희가 자신에 대한 감정을 걸고 내기를 하고 싶어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미 주문했어요?”“네, 언니 오기 전에 내가 주문했어요...”최연희의 작은 손은 계속 나무 테이블을 후벼팠다.“이건 이 가게의 신메뉴예요. 더티 커피라고 지저분해 보이지만 식감은 아
강서연이 잠시 멈칫했다.눈을 들어 보니 최연희는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채 그녀의 손에 들린 커피잔을 바라보며 힘껏 손을 흔들고 있었다.“언니, 마시지 마요. 마시면 안 돼요!”“아가씨...”“언니, 빨리 가세요!”강서연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는 가슴 아파하기도, 감동하기도 전에 자리에서 끌어당기는 힘을 느꼈다. 최연희는 그녀의 손목을 잡고 카페 밖으로 뛰쳐나가며 외쳤다.“언니 빨리 가요. 빨리 가세요!”최연희에게 움켜쥔 손목은 너무 아팠는데 강서연은 이 여린 여자아이가 이렇게 폭발력이 있는 줄 몰랐다.“언니, 빨리 가세요!”최연희는 손을 뻗어 그 커피를 엎었고 핑하는 소리와 함께 컵이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났다.“아가씨, 나와 함께 떠나요.”“아니에요. 언니, 나는...”최연희의 말소리가 떨어지기도 전에 핸드폰이 또 미친 듯이 진동하기 시작했다.그녀는 멘붕이 와서 크게 울었고 강서연은 그녀의 핸드폰을 빼앗고 그녀의 어깨를 잡아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때 카페 2층에서 한 사람의 그림자가 나타나며 두 사람을 향해 사납게 달려들었다.“최연희, 이 망할 년! 감히 내 말을 안 들어?”“아가씨는 자기 생각이 있는 사람이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알고 있어요!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아가씨를 통제하고 당신 말을 듣게 하는 거예요?”“흥!”인지석이 마침내 마스크와 모자를 벗고 창백한 얼굴에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최씨 가문 셋째 사모님이잖아요. 정말 안됐어요. 구현수는 앞으로 남은 생을 감옥에서 보내게 된다니. 그렇지 않았더라면 최씨 가문 셋째 도련님이랑 쾌락을 즐기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정말 물어보고 싶었는데...”“당신...”강서연은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헛소리 좀 작작 하세요!”“맞아요, 내가 헛소리하는 거예요!”인지석이 냉소했다.“하지만 이 세상에 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모든 사람은 그저 구경만 하고 싶어 할 뿐이에요! 최연희, 네 사진들도 마찬가지야. 아무도 최씨 가문 아
강서연은 손을 뻗어 약을 받는 척했지만 바로 조금 전에 창가 화분에서 몰래 손바닥에 흙을 한 줌 움켜쥐었다.인지석이 정신이 산만해진 틈을 타서 그녀는 팔을 번쩍 들어 흙을 그의 눈에 세차게 던졌다!“앗!”그리고 그가 두 눈을 가리는 순간 강서연은 기회를 틈타 최연희를 끌고 밖으로 뛰쳐나갔다.카페 밖으로 뛰쳐나온 지 몇 걸음 안 되어 인지석도 바로 쫓아 나왔다. 그의 손이 최연희의 목을 잡으려 할 때 핑 소리와 함께 격렬한 불빛이 나더니 총알이 인지석의 어깨뼈를 맞았다.인지석은 쿵 하고 땅에 쓰러졌고 극심한 통증 때문에 그는 온몸이 움츠러들었다.강서연은 최연희를 데리고 뒤를 돌아보지도 않고 밖으로 도망쳤고 바깥에는 방한서가 기다리고 있었다.최연준은 남아서 현장을 청소하였고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인지석 앞에 서 있었는데 어깨에서 피가 솟구치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총구에는 연기가 피어났고 공기 중에서 짙은 화약 냄새를 풍겼다.이 싸움은 곧 끝나간다.최연준은 입가에 냉소를 머금고 손을 들어 마지막으로 총을 쏴서 이 모든 것을 끝내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그가 방아쇠를 당기는 순간 인지석이 크게 소리를 지르고 땅에서 허우적거리며 일어났다.그 한 발은 진흙탕에 명중하여 땅에서 작은 불꽃이 튀어 올라왔고 최연준은 눈앞이 어른거렸다.인지석은 어디선가 비수를 뽑아 그를 향해 돌진했다. 최연준은 민첩하게 피하며 그의 손목을 발로 찼고 인지석은 몸에 상처가 있어 오래 버티지 못하고 몇 발짝 만에 땅에 쓰러졌다.사방에 매복하고 있던 보디가드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그를 붙잡았고 인지석의 몸에서 알약 몇 봉지가 떨어졌는데 경찰이 그 자리에서 바로 압수했다.“마약을 소지하고 판매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마약을 하도록 교사했을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해를 입히려고 하다니. 그 벌들을 합치면 너는 죽었어! 사람을 데리고 돌아가자!”경찰은 인지석을 보며 말했다.“잠깐만요.” 최연준은 목소리가 낮았다.“사람이 다쳤어요...”“괜찮습니다! 도련님께서 정당방위였
이번은 신석훈이 생애 처음으로 수술대 위에서 두 손을 떨며 서 있는 모습이었다.훌륭한 외과 의사의 손은 메스를 쥐고 있을 때는 움직이지 않아야 하는데 지금의 신석훈은 그렇게 할 수 없다.왜냐하면 그의 앞에 있는 이 사람은 사람이 아니라 악마이기 때문이다.최연준이 아직 인지석과 계산해야 할 빚이 있어 특별히 그의 목숨을 지켜 달라고 당부하였기 때문에 지금 그를 죽게 할 수 없었다.신석훈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옆에 있던 간호사가 그의 이상한 표정을 감지하고 바로 어떻게 해야 할지 깨달아서 말했다.“선생님, 수술 시작해도 될까요?”신석훈은 고개를 돌려 인턴을 보며 지시했다.“여러분은 흰 가운도 한동안 입고 다녔는데 실습 기회가 없어 제대로 수술대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오늘은 제가 이 기회를 드리겠습니다.”몇몇 인턴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약간의 놀라움을 드러냈다.“이 환자는 어깨뼈에 총을 맞았습니다.”신석훈은 앞에 있는 대형 스크린을 열고 이 수술에 대한 모든 상세한 데이터와 자료를 보여주었다.“지금부터 여러분이 이 총알을 빼고 제가 옆에서 지도하겠습니다.”“신... 선생님?”인턴들은 뜻밖의 기회에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의대생들의 실습 생활은 참혹하기 짝이 없는데 특히 이런 갓 학교를 나온 사람들은 단시간에 메스를 들 기회가 없다.학교에서 이미 수천 번의 연습을 했고 모든 혈관과 뼈와 근육의 위치를 마음속 깊이 새기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수술실에서는 실험이 아니라 실전이다.경험이 있는 집도의는 이런 기회를 쉽사리 인턴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고 신석훈조차도 오랫동안 버텨왔다.하지만 지금 그들은 병원에 들어오자마자...“왜요?”신석훈이 웃었다.“할 수 없어요?”“아닙니다.”인턴은 그를 보며 물었다.“선생님이 왜 이 일을 저희에게 맡기는지 궁금해서...”“여러분은 제가 가르쳤던 최고의 학생들입니다!”신석훈이 미소를 지으며 팔목을 움직였다.“저는 최근에 건초염이 생겨 메스를 들기에는 적합하지 않습니다.”학생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전부 인지석이 최연희에게 한 짓들을 되갚아 주는 것이다.신석훈은 심호흡하며 자신이 의사로서 어느 날 악마와 같은 짓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그의 두 손은 자기도 모르게 떨렸는데 이건 악마가 되어서가 아니라 최연희가 받은 억울함 때문이다.“선생님, 봉합을 시작해도 됩니다.”“잘했습니다.”신석훈은 죽어가는 인지석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그는 죽지 않을 것이고 며칠만 치료하면 상처도 다 나을 건데 그가 최연희에게 준 상처는 아마 평생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신석훈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이런 사람은 정말 직접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강서연과 최연준은 수술실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고 수술실에서 전해오는 비명을 전부 들었다.최연준은 차가운 얼굴로 조각상처럼 의자에 앉아 있었고 강서연은 그의 어깨에 살포시 기댄 채 작은 손이 그의 손등을 감싸고 있었다.그녀의 손은 약간 차가웠는데 임신한 이후로 그녀는 항상 열량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왜 매번 최연준이 그녀의 손을 잡을 때처럼 손바닥의 온기가 온몸으로 빠르게 전해지지 않는가에 대해 약간의 자책을 느꼈다.“여보.”강서연은 부드럽게 그를 불렀지만 위로의 말을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최연준은 그녀에게로 몸을 돌렸고 아무리 기분이 나빠도 그녀 앞에서만은 항상 부드러운 미소를 짓는다.그때 수술실 문이 열리고 신석훈이 걸어 나오는데 온몸에 땀이 흥건해 물에서 건져 올린 듯했고 최연준을 보자 그는 억지웃음을 했다.“인지석은 죽지 않을 거지만 이틀 안에는 그 사람에게 아무것도 물어볼 수 없을 것이에요.”“알고 있어요.”최연준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수고했어요.”신석훈은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사실 지금 그는 뒤늦게 깨달았지만 인지석에게 감사해야 한다. 인지석이 이런 나쁜 짓을 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아직도 최연희에 대한 감정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그는 최연준이 구현수 신분으로 강서연과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강주의 그 작은 마을에 살고 있을 때 몇몇 동네 양아치들이 그
“하지만, 사모님...”방한서는 입술을 핥았다.“아가씨는 증인으로 출석해야 합니다. 경찰이 요구한 것입니다.”“괜찮아요.”신석훈은 눈빛이 견고했다.“연희가 법정에 출두할 때는 제가 옆에 있을 거예요.”강서연과 최연준은 이 말을 듣고 서로를 바라보며 웃었고 신석훈은 마른기침을 두 번 하고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저는... 좀 피곤해서 먼저 집에 가서 쉴게요ᩚ.”“네, 푹 쉬세요!”강서연이 가볍게 웃었다.“연희 씨는 석훈 씨와 함께 법정에 출두하기를 기다리고 있어요!”신석훈은 그들을 보고 웃으며 돌아섰다.며칠 후 인지석은 일반 병실로 옮겨졌다.온몸에 붕대를 감고 있어 가뜩이나 창백한 얼굴이 더욱 허약해 보였다. 흉악한 눈빛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막상 최연준을 보는 순간 다시 살아난 빈대처럼 목에 힘을 주며 그를 노려봤다.하지만 빈대는 결국 빈대일 뿐이다.최연준은 눈빛이 싸늘하고 무표정하게 잠시 그를 바라보다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차갑게 말했다.“요 며칠간 당신이 받은 치료는 최상이야. 여기서 당신은 안전하고 아무도 당신을 죽이려 하지 않아.”아무도 그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가 자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24시간 당직 의사의 교대 외에도 그의 자살을 방지하는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인지석은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도련님께서 저를 살려둔 것은 결국 저를 죽게 하기 위한 거잖아요.”“맞아.”최연준이 그를 멸시했다.“당신을 죽게 하는 것은 내가 법을 대신해서 판단할 수 없어. 반드시 정당한 방식을 통해 너에게 사형을 선고할 거야.”인지석이 소름 끼치게 웃기 시작했다. 이전의 음흉함과 달리 오늘 그의 눈에는 약간의 슬픔과 절망이 비쳤고 비애가 더 많다.어쩌면 사람이 죽기 전에 감정을 위장하지 않을지도 모른다.“인지석.”최연준이 담담하게 물었다.“그동안 최씨 가문에 잠복하면서 최지한과 삼촌을 이용하고 또 연희에게 접근했다가 구현수가 나타나면서 또 구현수를 이용하고... 네가 한 이 일들이 정말 마약을 판매하기
“신 선생님께서 말해준 거예요.”“네.”간호사는 고개를 끄덕이고 약상자를 들고 나갔다.뒤이어 간호사들이 속속 들어왔다. 어떤 사람은 링거를 확인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회복되는 상황을 기록하려고 했지만 예외 없이 모두 최연준에게 내쫓겼다.방 안에는 그와 인지석 두 사람만 있었고 시간은 1분 1초 흘러갔다. 최연준은 한가로이 앉아서 여유를 부리며 인지석을 끝까지 밀어붙일 기세였다.그러나 인지석의 상처는 더 이상 끌 수가 없었다.상처가 아플 뿐만 아니라 가렵기도 하고 거즈는 흘러나오는 피와 같이 달라붙어 움직일 때마다 찢어지는 아픔을 느꼈다.인지석은 머리에 땀이 흥건하고 얼굴마저 일그러졌다.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고 회복하고 싶어도 회복이 잘 되지 않아서 결국 그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 “최연준, 도대체 뭘 하려는 거예요!”“들어올 때부터 나는 진실을 알고 싶다고 말했어!”최연준이 차갑게 말했다.“진실? 허... 당신같이 양심도 없는 사람이 진실을 알더라도 뭐가 달라지겠어요? 당신은 여전히 쾌락의 나날을 보낼 수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요...”최연준은 너무 아리송하게 들려 저절로 눈살을 찌푸렸다.“무슨 소리하는 거야?”인지석이 천천히 눈꺼풀을 치켜들며 또박또박 물었다.“최연준, 추아름을 기억해요?”‘추아름?’최연준은 머릿속 기억을 뒤적여보니 어렴풋이 대학 다닐 때 추아름이라는 여학생이 있었던 것 같았다.그가 다니는 경영대의 3분의 2의 학생은 전부 명문 출신이다.일부분 가난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노력과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끈기로 세계에서 가장 입학하기 어려운 5대 명문 학교에 합격한 소수의 학생이 있었는데 추아름이 바로 그 중의 한 사람이다.그녀는 인지석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집안에서 태어났고 두 사람은 소꿉친구였다. 추아름은 경영대의 장학금을 받아 유학을 떠났고 인지석은 여기서 죽어라 일해서 생활비를 벌어 그녀에게 보내고 나머지는 저금하며 추아름이 졸업하고 귀국하는 날 괜찮은 반지를 사서 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