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재는 미심쩍은 생각이 들어 이것저것 물어보다가 윤문희에게 꿀밤을 맞았다.“바보예요? 군형이가 그렇게 부탁할 정도면 그럴만한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그대로 해주면 되지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요?”“그런데... 얘 좀 이상해!”“이상하긴 뭐가 이상해요! 군형이가 당신을 해치기라도 할까 봐요?”윤문희는 환멸이 난다는 듯 윤정재에게 쏘아붙이고는 핸드폰을 빼앗아 말했다.“군형아! 응, 응. 걱정하지 마, 할머니가 알아서 할게. 지금 당장 꺼줄게.”“네, 감사합니다!”“경비원도 없는 게 좋겠지?”“네, 역시 할머니가 저와 잘 맞아요!”윤문희는 웃으며 집사에게 당부했다.“오늘 밤 누구도 정원 뒤에 가지 마. 군형 도련님 방해하면 안 돼!”최군형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가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최군성에게서 전화가 걸려 왔다.“형!”최군형이 인상을 쓰며 물었다.“너 어딘데 그렇게 시끄러워?”“나 강주에 도착했어.”“뭐? 너도 강주에 갔어? 부모님은 어떻게 하고, 너 왜 거기에 간 거야?”전엔 항상 최군성이 최군형에게 물어보는 처지였는데, 오늘은 그 처지가 바뀌게 되었다.전화 저편의 최군성은 평소처럼 그를 놀리지 않은 채 두어 번 헛기침하고는 낮은 소리로 말했다.“형, 이건 알려줘야 할 것 같아서... 나 소유랑 같이 왔어.”최군형은 눈을 크게 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최군성이 말을 이었다.“그런데 이상해,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아. 나한테 뭔가 말하고 싶은 눈치인데, 입을 열지 않아.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널 그 정도로 믿지는 않거나, 뭔가 사정이 있겠지. 아직 준비가 안 된 것일 수도 있어. 잘 관찰해. 뭔가 알아내면 얼른 나한테 연락하고.”“그럼 형은? 언제 와?”“여기 일이 마무리되면 금방 갈게.”“대체 뭐 하러 간 거야? 공부하러 간 건 아닐 거 아냐.”“나... 할머니 할아버지 뵈러 왔지. 삼촌도 보고.”“그래서? 만났어?”“최군성! 한마디라도 더 한다면 강주에 가자마자 너부터 없애버
하수영이 차가운 표정으로 강소아를 쳐다보았다. 눈앞의 사람은 더 이상 예전의 부드럽고 만만한 강소아가 아니었다. 어쩌면 강소아는 처음부터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저 친구였기에 봐줬을 것이다.강소아의 옆에 선 남자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하수영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눈빛은 마치 장검처럼 언제든지 하수영을 찌를 준비가 되어있었다.하수영은 조금 무서웠지만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애써 덤덤하게 그들을 보고 웃었다. 최군형을 보자 또다시 질투가 피어올랐다.‘왜 좋은 일들은 강소아에게만 일어나는 거지?’이제 육소유가 아님에도 손쉽게 최씨 가문 도련님의 마음을 얻을 수 있다니!세상은 원래 불공평하다 하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거지는 백만장자를 질투하지 않지만 자신보다 많은 돈을 구걸한 거지를 질투하기 마련이다. 하수영도 똑같았다. 구자영 같은 재벌 2세는 그저 눈꼴 사나울 뿐이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였던 강소아는 아주 미웠다.최군형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하수영과 눈을 맞춘 몇 초 동안 많은 것을 읽어낼 수 있었다. 그는 자신을 꼭 잡은 강소아의 손을 바라보다가 조용히 팔을 빼내 그녀의 어깨에 두르며 부드럽게 말했다.“먼저 올라가 있어요. 야식 좀 사 올게요.”강소아는 어리둥절하더니 이내 그 뜻을 알아챘다. 두 사람이 함께 올라가는 모습을 하수영에게 보여주기 싫은 것이었다. 동행인을 데려오는 건 엄연한 불법이었으니 말이다.“네, 좋아요.”강소아가 작은 소리로 대답하고는 웃으며 호텔로 들어갔다.하수영은 따라가지 않았다. 그녀는 최군형을 노리고 온 것이다. 최군형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최군형이 차갑게 말했다.“강소아 씨 보냈으니까, 할 말 있으면 해요.”하수영은 머리를 벽에 기대고 팔짱을 낀 채 최군형을 흘깃 보았다. 그녀는 이내 음험하게 웃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도련님, 신분은 언제까지 속이시려고요?”최군형이 흠칫했다. 하수영이 웃음을 터뜨렸다.“내가 어떻게 알았는지 궁금하죠? 하, 도련님, 너무 급하면 안 된다고 했잖아
“당신들 모두 좋은 꼴은 못 볼 겁니다!”말을 마친 최군형은 하수영을 보지도 않고 자리를 떴다. 그가 지나고 한참이 지나서야 하수영은 정신을 차렸다.공기는 아직 얼어붙어 있었다. 그녀는 최군형의 카리스마에 깜짝 놀랐다. 또다시 나쁜 생각이 떠올랐다.이렇게 좋은 남자의 눈에 왜 강소아밖에 보이지 않는 걸까?최군형은 학교의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진중하고 카리스마 있었다. 얼굴도 잘생겼고 집도 잘 살았다.그런데 그 사람이 강소아와 사랑에 빠졌다고?‘강소아가 뭐가 좋다고!’하수영은 모든 면에서 강소아에게 밀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어떤 면에서는 강소아보다 훨씬 뛰어났다. 그녀는 주먹을 꽉 쥐고 힘겹게 호텔 로비로 돌아갔다. 그녀의 두 눈이 질투와 미움에 충혈되었다.저 멀리서 한리가 피곤한 얼굴로 걸어오고 있었다. 병원에서 구자영의 시중을 들고 오는 게 분명했다.하수영은 눈을 굴리더니 급히 한리에게 다가갔다.“선생님! 드릴 말씀이 있어요.”......최군형이 야식을 들고 방에 도착했을 때 강소아가 금방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그녀의 비단결 같은 머리칼이 채 마르지 않은 채 은은한 향기를 풍기고 있었다. 커다란 원피스 잠옷이 그녀의 작은 몸을 감쌌다. 최군형은 저도 모르게 그 잠옷 안을 상상했다. 귀끝이 빨개지고 호흡이 점점 가빠왔다.그는 소파를 쳐다보았다. 그는 이미 이틀 동안 소파에서 잠을 잤다.강소아는 아직 2주일가량 있어야 강주로 돌아갈 것이다.설마 2주를 더 참아야 한다고?건강한 성인 남성인 최군형에게 이는 너무나도 어려웠다. 그는 연속해서 심호흡하며 머리를 드는 생각을 억지로 눌렀다. 이때 부드럽고 애교 있는 목소리가 들려왔다.“왜 그래요?”최군형이 애써 웃었다. 강소아가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지작댔다.“너무 뜨거운데요? 어디 아픈 거예요?”“아뇨...”최군형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강소아와 접촉할 때마다 그는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마음을 가라앉혀야 했다.“이거요.”최군형이 손에 든 봉지를 책상에 내려놓았다.
더 이상 버티기 힘들어서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었다. 최군형은 강소아의 손을 만지작대며 부드러운 눈길로 그녀를 보고 웃었다. 아무 핑게나 생각해 내야 했다.“계속 폐 끼치기 싫어서요. 방금 하수영을 만났잖아요. 우리가 함께 산다는 걸 소문낼지도 몰라요.”강소아가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일리 있는 말이었다. 하수영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판이하였기에 슬프지만 거리를 두는 수밖에 없었다.두 사람이 같이 산다는 게 알려지면 경찰이 동원될 것이고, 일이 골치 아프게 될 것이었다.하지만...강소아는 최군형을 바라보았다. 골치 아프겠다는 생각보다는 최군형이 묵을 데가 없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최군형은 강소아의 마음을 알아채고는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리며 웃었다.“걱정 마요, 노숙한다는 건 장난이었어요. 그 정도 돈은 있어요!”“그래도, 여기 있는 게 더 편할 텐데...”“적응하면 되죠. 여기서 소아 씨와 함께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만족해요.”최군형이 강소아를 안고 그녀에게 귓속말했다. 강소아는 최군형의 품에 폭 안겼다.“난 정말 행운아인 것 같아요, 당신을 만나다니...”“내가 행운아인 거죠. 전생에 덕을 많이 쌓아서 이번 생에 소아 씨를 만났나 봐요.”강소아가 고개를 들고 웃었다. 최군형이 강소아의 등을 치며 말했다.“다 먹었으면 어서 자요. 내일 낮에 여관을 알아보고 짐을 옮길게요.”이 호텔에서 나가면 더 이상 힘겹게 참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최군형이 옅게 웃었다.‘내일 할아버지 할머니 뵈러 가야지. 장군부에서 자면 되겠다, 삼촌도 오래 못 봤으니... 시간이 되면 대황궁에 가서 국왕 폐하도 뵙고 와야지, 아버지한테 중요한 사람이니까...’그런데 다음 날 새벽, 최군형이 나가기도 전에 급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부술 것처럼 큰 소리였다. 밖이 웅성거리는 게, 뭔가 큰일이 난 것 같았다.강소아는 금방 옷을 갈아입고 최군형을 쳐다보았다. 최군형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자신의 몸 뒤에 숨겼다. 넓은 어깨
강소아가 찢어지게 가난한 트럭 기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직접 보니 더욱 초라해 보였다.한리는 차갑게 웃더니 방 안의 강소아에게 소리 질렀다.“체크인은 한 사람이 하고, 방은 두 사람이 쓴단 말이야? 이거 남양에선 불법이야! 강소아, 너 이미 일을 많이 저질렀어! 이제 법까지 건드리다니, 가만두지 않을 거야!”“선생님, 그게 아니에요!”강소아가 쏜살같이 달려가 최군형의 앞을 막아섰다.최군형이 깜짝 놀랐다. 강소아는 겁을 먹은 듯 몸을 작게 떨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최군형을 보호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은 듯 굳건했다.최군형은 기분이 이상했다. 입꼬리가 저도 모르게 올라갔다.강소아가 따지기 시작했다.“선생님, 여긴 제 남편이에요. 남양에 금방 도착해서 아직 묵을 곳을 못 찾았어요. 방을 잡으면 곧 나갈 거예요.”“법을 어겼으면서 무슨 말이 그렇게 많아?”“선생님, 남양 법이 아무리 엄하다 해도, 아내가 돼서 남편이 노숙하는 꼴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나요?”“너...”한리가 눈을 크게 떴다. 말로는 강소아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오늘은 꼭 이 골치 아픈 학생을 처벌해야 했다.“그런 건 모르겠고, 내 학생들이 법을 어기는 건 용납할 수 없어!”한리가 핸드폰을 꺼내 카운터에 전화를 걸었다.“카운터죠? 신고 좀 해 줘요! 체크인 없이 동행인을 데리고 온 사람이 있어요!”복도에 나온 학생들이 점점 많아졌다. 그들은 모두 강소아를 쳐다보며 저마다 귓속말로 수군댔다.얼마 지나지 않아 경리가 경비원을 데리고 올라왔다. 방문에 다다르자 경리가 순간 깜짝 놀랐다. 최군형이 그를 째려보지 않았더라면 바로 그를 도련님이라 부르며 예를 차렸을 것이다.최군형은 꿈쩍도 하지 않고 강소아의 어깨에 손을 올리고는 웃을락 말락 하는 얼굴로 얼굴이 하얗게 질린 경리를 쳐다보고 있었다.“경리십니까?”“어, 그게...”경리가 횡설수설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최군형이 느릿느릿 말을 이었다.“그럼 설명해 주세요. 여기가 얼마나 대단
이사가 짜증스럽게 그들을 보며 말했다.“네, 저희 호텔 규정이에요, 손님은 왕이다.”“하지만...”“방금 이 여자분이 두 분 부부 사이라고 하셨습니다.”경리가 끼어들었다. 이사는 생각에 잠긴 척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오... 그럼 잘됐네요. 두 분 부부시니까 같이 묵는 게 당연하죠!”한리가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그녀 뒤의 하수영도 표정을 구겼다. 한리가 애써 웃으며 말했다.“이사님, 그래도 그건 좀... 저기, 남양 법률에서...”“선생님, 남양의 법률은 제가 더 잘 압니다.”“이...”“한 명이 체크인하고 두 명이 입주하는 건 확실히 불법입니다, 하지만 부부는 달라요! 부부 관계에 있는 동행인을 데려오는 건 완전히 가능합니다.”“하, 전 남양 사람도 아니니, 당신 말이 맞겠죠.”“네, 남양 사람이 아니면 남양의 일에 멋대로 간섭하지 마세요.”경리는 남양 두 글자에 악센트를 주며 또박또박 말하고는 웃으며 최군형을 쳐다보았다.‘도련님, 어떠세요?’최군형도 그를 실망하게 하지 않았다. 그는 예의를 갖춰 고개를 끄덕이고는 강소아를 자신에게 더욱 밀착시켰다.경리가 머쓱하게 웃었다. 당장이라도 이 자리를 뜨고 싶었다.“뭐 하는 거예요! 나도 손님인데, 나한텐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거예요? 난 남양의 법률을 존중한 거예요. 참 나...”한리가 난동 부리기 시작했다. 경리가 몸을 꼿꼿이 세우고는 정색하고 말했다.“손님! 남양 법률이 똑똑하게 규정했습니다. 동행 금지는 성매매를 조금이나마 감소시키기 위해서예요. 하지만 이 두 손님은 법이 인정한 부부입니다!”법이 인정했다는 말을 들은 강소아는 켕기는 게 있는지라 최군형의 옷자락을 잡고 몰래 그를 쳐다보았다.그 모습을 본 최군형은 얼어붙은 마음이 사르르 녹는 것 같았다. 그는 얼른 진짜 혼인신고를 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때가 되면 그는 강소아의 손을 잡고 당당하게 다닐 수 있을 것이었다.경리가 차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손님, 믿기지 않으시면 변호사를 불러 남양 법에 관해 설명해 드릴
하지만 최군형은 그녀의 어깨를 살짝 주무르며 말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해 보였다. 그러고는 경리를 보며 덤덤하게 물었다.“이러시는 이유가 뭡니까? 호텔 측이 잘못한 게 뭐가 있죠?”“아... 그게, 저희 호텔은 남양 최고의 호텔인데, 손님 관리와 조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습니다. 저런 사람에게도 방을 내주다니, 분명한 저희 잘못입니다.”경리가 한리를 흘깃 보고는 큰 소리로 말했다. 이에 한리도 소리쳤다.“뭐라고? 누가 어쩌고 어째?”경리는 팔짱을 끼고 귀찮은 듯 경비원을 향해 손짓했다. 경비원들이 한리에게 달려들어 그녀의 양팔을 잡고 밖으로 끌어내려 했다.학생들이 눈을 크게 뜨고 수군거렸다. 경리는 아이패드의 자료를 쳐다보며 경멸 어린 시선으로 말했다.“한리 씨, 죄송합니다. 재산 총액이 100만 달러가 채 안 되기에 당신은 우리 호텔에 묵을 수 없습니다. 남양 법률에 따라 당신을 내쫓겠습니다! 그러니... 지금 당장 나가세요.”경리가 차갑게 웃었다. 한리는 눈을 크게 뜬 채 그 자리에 굳어졌다. 귀가 윙 하고 울렸고 머릿속은 하얘졌다.‘이... 이게 무슨 엉터리 법이야? 이런 게 있다는 말은 없었잖아?’“뭐? 그게 무슨 소리야? 저 학생들은 조사했어? 100만 달러 있대? 강소아 저 학생 내가 잘 알아, 작은 가게로 겨우 먹고사는 거. 나한테 선물도 안 주고 야박하게 굴더니만, 무슨 돈이 있다고 그래?”한리가 손가락으로 학생들을 가리키며 난동 부렸다. 이때 학생 한 명이 나서 말했다.“선생님, 이 정도면 저희도 많이 참았어요! 선생님이 자격 미달인 걸 왜 우리에게 덮어씌워요?”“맞아요! 선생님 우리한테서 뭐 많이 받아 갔잖아요! 우리 집 다 부자인 거 아시잖아요. 100만 달러 따위 저희에겐 우스운 돈이에요.”“선생님, 선생이라는 사람이 이래도 되는 거예요?”“너, 너희...”한리가 숨을 몰아쉬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짜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를 못 본 척하고는 그대로 떠났다. 하수영만이 자리에 굳어진 채 이 모든 장면을 목격했다. 그녀
하수영이 숨을 참았다. 최군형의 눈을 마주하면 몸이 차가워지는 것 같았다.최군형이 웃음을 거두고 서늘한 눈빛으로 말했다.“내가 말했죠, 내 여자를 건드리면 좋은 꼴은 못 볼 거라고. 그 말이 장난이었다고 생각해요?”“도... 도련님. 전 그럴 생각 없었어요. 도련님이 소아 방에서 묵는다는 사실이 어떻게 새어나갔는지도 몰라요...”“하, 아마 개 한 마리가 몇 번 더 짖었나 보죠.”“이...”“하수영 씨, 구자영은 얼굴이 망가졌고, 한리도 쫒겨났어요. 내 손짓 한 번이면 그 썩어빠진 선생은 내일부로 남양의 실종자가 될 거예요... 맞다, 그 두 사람에게서 공통점 못 찾았어요?”하수영의 입술이 덜덜 떨렸다. 손에 식은땀이 돋아났다.그들의 공통점이라면, 강소아를 괴롭힌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최군형이 웃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다음은 누구일 것 같아요?”하수영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금방이라도 다리가 풀려 주저앉을 것 같았다.최군형은 그녀를 쏘아보고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정원에 도착했다. 하수영 같은 사람들은 상대하기 쉬웠다. 그가 직접 나서지 않아도 되는 일이었다.하수영이 문제가 아니라, 그 배후에 있는 사람을 잡아야 했다. 그는 핸드폰을 꺼내 연락처를 뒤져 구봉남의 이름을 찾아냈다.구봉남이 남양에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구자영이 사고를 당한 뒤, 구씨 가문의 다른 사람들은 구봉남을 억지로 남양에 보내 구자영을 간호하게 했다. 그의 권력을 약화할 속셈이었다.구봉남은 그들의 속셈을 빤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렇다 할 세력이 없는 그는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말을 따라 남양에 와야 했다.최군형은 작게 웃으며 구봉남에게 한 카페의 위치를 전송하고는 몇 글자를 덧붙였다.[오후 4시에 봐요]“도련님, 여기 계셨네요!”이사가 경리 두 사람을 데리고 웃는 얼굴로 그에게 굽신댔다. 최군형은 반사적으로 인상을 쓰며 주변을 살폈다. 경리가 웃으며 말했다.“도련님, 걱정 마세요, 부인은 위층에서 짐을 옮기고 계십니다.”“아, 네.”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