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말을 마친 뒤 김단은 임학의 얼굴에 당황스러운 기색이 가득한 것을 똑똑히 봤다.아주 웃겨!김단을 망가뜨리려고 할 때는 그렇게 말발을 세우고 당당했으면서, 이제 자기가 끌려들어가니까 당황하는 꼴 좀 봐!임학뿐 아니라 임씨 집안 사람 거의 다 당황했다.오히려 계속 질질 짜던 임원이 일어서서 김단에게 말했다.“언니 오늘 큰 일을 당했으니 일찍 돌아가서 쉬어! 시간도 꽤 됐으니,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얘기하는 게 어때?”임원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도 얼른 맞장구를 쳤다.“그래 그래, 단아, 봐 날이 벌써 이렇게 저물었구나. 소 장군까지 이 일에 말려들어 아직 돌아가지도 못하셨지 뭐니. 우리 내일 일찍 다시 논의하는 게 어떨까?”김단은 그제서야 대청에 아직도 소한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듯 했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그를 건너다봤다.대청의 촛불이 소한의 냉담한 얼굴 위에 일렁이자, 깎은 듯 날카로운 이목구비는 전보다 더 냉정하게 보였다.소한도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에 김단이 이해할 수 없는 감정이 용솟음치고 있었다.김단은 왠지 가슴이 시큰거려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그녀도 오늘 엄청난 일을 당해, 기력이 하나도 없는 게 사실이었다.만약 임씨 집안 사람들과 말다툼을 계속해 나간다면 먼저 쓰러지는 쪽은 그녀 자신일 게 틀림없었다.하룻밤 쉬어도 그녀는 절대 임학을 가만 두지 않겠어!이런 생각을 하며 그녀는 소한에게 걸어가는 것을 본 임원이 바짝 긴장하기 시작했다.김단이 모든 걸 팽개치고 소한 품에 안기기라도 할까봐, 김단과 소한의 거리가 점점 좁혀지자 임원은 도저히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언니!”임원의 목소리에 두려움과 당황스러움이 묻어나는 걸 모두가 느꼈으나, 김단은 걸음을 멈추지 않은 채 곧장 소한 앞으로 걸어갔다.거리가 꽤 가까워졌다.임원에게 좀 삐졌던 김단은 임원의 두려움에 찬 외침에 속이 시원했지만 결국 도를 넘는 행동은 하지 않고 소한에게 감사의 예를 표했다.“오늘 정암 종사관께서 구해
“맞아 맞아, 다들 좀 비켜봐!”하녀들이 수선을 떠느라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하지만 그 순간 김단은 오히려 따스함을 느꼈다. 그녀는 줄곧 이 집은 너무 차갑다고 생각했다. 빙고처럼 차가워서, 오직 할머니만 그녀의 몸을 따스하게 덥혀주며 온기를 느끼게 해주는 분이셨다. 그런데 그런 할머니께서 지금 편찮으시므로, 그녀의 억울한 사정이나 고통을 할머니께 얘기해 충격받으시게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오늘밤 자기 혼자 이 감정을 삭여야 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별당에 발을 들이자마자 마음이 벌써 차갑지 않아졌다.게다가 그녀가 다친 곳은 손인데, 숙희는 굳이 그녀를 방까지 부축하겠다고 우기기까지 했다.자리에 막 앉자 하녀 하나가 뜨거운 차를 가져왔다.“아가씨, 오늘 분명 많이 놀라셨을 거예요. 이건 쇤네가 끓인 안정차로, 마시고 편히 한숨 주무시고 나면 내일 아침엔 모든 일이 다 끝나 있을 겁니다!”“쇤네 아가씨께서 세수 하시게 뜨거운 물 떠올 게요.”“아가씨, 이불 따듯하게 데워놨으니 차 드시고 머리 빗으신 뒤 푹 쉬세요.”이런 일은 전부 숙희가 하던 것인데, 숙희도 다치자 어린 하녀들이 숙희의 일을 자진해서 맡아준 것이다.아마도 어린 하녀들이 너무 열정적이기 때문일 거야. 김단은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그녀는 숙희에게 가서 좀 쉬라고 하고 차를 마신 뒤, 하녀들이 머리를 빗겨주는 가운데 자리에 누웠다.좋은 냄새가 나는 부드러운 이부자리에 눕자, 복잡한 머리 속까지 이불 속에 쏙 넣고 싶었다. 임씨 집안의 모든 사람을 머리 속에서 끄집어 내고, 자신은 진산군의 금지옥엽같은 건 하고 싶지 않았다.‘난 임씨 집안 사람과 아무 관계도 없어!’안정차 효과가 상당히 괜찮았다.김단은 얼마 지나지 않아 잠이 들었지만 밤새 꿈에 시달렸다.꿈 속에서 그녀는 두 명의 건장한 괴한에게 쫓기고 있었다. 막 달아나려는 순간 갑자기 임학이 나타나 그녀를 심연으로 밀어넣었다.김단은 놀라서 꿈에서 깨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사이, 방 밖에 숙희가 놀라서
김단은 전에 자신을 괴롭히던 무수리들에게 달려들 때처럼 맹렬하게 임원을 덮쳤다. 임씨 부인은 눈 앞에 뭐가 휙 지나갔나 싶었는데, 벌써 임원이 김단 아래 깔려 있었다.“악!”임원이 큰 소리로 비명을 지르자, 곧바로 김단이 그녀의 입을 틀어막았다.할머니께서 안에서 쉬고 계시기 때문이었다. 할머니께서 쉬시는데 방해가 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김단의 가슴 속에 활활 타오르는 분노의 불길은 밖으로 표출하지 않을 수 없었다!김단은 한 손으로 임원의 입을 틀어막고, 그녀를 꽉 눌러 발버둥치지 못하게 했다.그리고 다른 손으로는 조금도 사정을 봐주지 않고 따귀를 때렸다.김단이 임원을 패주고 싶은지는 오래 됐지만 그동안 억지로 인내해왔다.임원이 비록 악랄하고 못됐어도 그건 전부 성격이 그런 거라 생각했다.임원에게는 임씨 집안의 피가 흐르고 있기 때문에, 다들 임원을 싸고돌고 임원도 매사에 임씨 집안 사람이 먼저였을 거라고 말이다.그들이 저지른 짓 하나하나가 김단을 아주 깊이 상처입혔어도, 김단은 매번 임원에게 손찌검을 하고 싶은 자신의 감정을 억눌러야 했다. 하지만 오늘은, 더이상 참는 건 불가능한 것이, 임원이 그녀의 참을성의 한계를 건드렸기 때문이다!“찰싹!”따귀를 때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퍼지며 임원의 눈에서 눈물이 후두둑 떨어졌다.놀라 멈춰서 있던 임씨 부인이 달려나와 김단을 뜯어말렸다.“단아! 이게 무슨 짓이니! 어서 동생을 풀어줘!”하지만 임씨 부인이 김단을 말리는 정도는 사실 아무 소용없었다.예전에 세답방에 있을 때 그녀가 다른 사람을 올라타서 때릴 때, 적어도 열댓명의 나인들이 달려들어 그녀를 말렸다.누구는 그녀의 목을 잡아 조르고, 누구는 그녀의 머리끄댕이를 낚아채고, 전부 그녀가 상대의 몸에서 내려오게 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단은 철천지원수에게 대항하는 능력을 키워,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절대로 쉽게 놔 주는 법이 없었다!임씨 부인이 몇 번 잡아당겨봤지만 김단을 끌어내지 못할 뿐 아니라 오히려 그동안 김단은 임원의 얼굴에
수 나인은 차가운 시선으로 주변을 둘러보다가, 임씨 부인이 어디론가 달려가는 게 보였다.‘구원병이라도 청하러 가는 건가?’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임씨 부인이 금방 다시 달려왔으나, 손에 매우 큰 돌멩이를 들고 있었다.수 나인이 너무 놀란 나머지 채 뭐라 입을 열기도 전에 진산군이 소리쳤다.“부인, 안 돼!”하지만 한 발 늦었다.커다란 돌멩이가 세차게 김단의 머리를 내리쳤다.김단은 순간 머리가 멍해지는 것을 느끼고 귀에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예리하게 윙윙거리는 소리만 들렸다. 그리고 핏방울이 눈가를 타고 한방울 뚝 떨어지더니 이어서 두방울 세방울….그녀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하고 서서히 고개를 들어 임씨 부인을 쳐다봤다.선혈로 물든 김단의 두 눈을 본 임씨 부인도 뭔가 깨달았는지 얼른 손에 든 돌멩이를 던져버렸다.“아니, 그게 아니라, 단아. 어미 말 좀 들어봐.” 임씨 부인의 목소리가 심하게 떨리고 있었다.“이 어미는 그저 네가 그만 뒀으면 해서,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았어…”“털썩!”김단은 눈 앞이 깜깜해지더니 바닥에 쿵하고 쓰러졌다.진산군이 제일 먼저 나섰다.“전부 뭘 멍하니 있는 게야! 의원을 불러 오너라! 어서. 아가씨를 방으로 데리고 들어가고!”마당에 시녀들도 수 나인의 지휘 하에 허둥거리긴 했지만 김단을 방 안으로 옮기는데 성공했다.수 나인도 바짝 붙어 들어갔으나, 방으로 들어가기 전에 임씨 부인을 뚫어지게 쳐다봤다.이때 임씨 부인은 놀란 나머지 사지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진산군의 품에 안겨 있었다.임원도 이미 사람들의 부축을 받고 일어났는데 얼굴 반쪽은 팅팅 부어올랐고 입술에는 피가 베어나왔다.그녀는 임씨 부인 곁으로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흐느낄 뿐이었으나, 임씨 부인은 한 팔로 그녀를 품에 안고 꺼이꺼이 대성통곡했다. 세 식구가 한데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 이 사건으로 제일 깊게 상처를 입은 건 바로 자기들 셋인 양 보였다.하지만 화가 치밀어 거의 죽을 뻔한 사람은 큰 마님이고, 머리가 깨져서 피를
임학의 말에 아픈 곳을 찔렸는지, 임씨 부인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임학을 가리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내가 언제 단이를 죽이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다고 그래? 내 손으로 걔를 키웠어!”울먹이느라 마지막 말은 제대로 맺지도 못했다.임씨 부인의 이런 모습을 보고 임학도 당황해서 얼른 잘못했다고 했다.“제가 말 실수를 했습니다. 어머니, 화내지 마세요! 제가 잘못했습니다!”임학이 용서를 구해도 임씨 부인은 듣기 싫다는 듯 임학에게 등을 돌리고 있었다.어머니의 태도에 임학은 미간을 꿈틀거렸다.그의 눈이 임원에게 향하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사실 똑바로 말하면 단이 자신을 탓해야지, 어떻게 이렇게 모질 수가 있어. 어떻게 원이한테 이렇게 심한 짓을 할 수가 있냐고!”멀쩡한 얼굴을 때려서 이 지경이 되다니!그때 생각지도 못한 소리가 옆방에서 들려왔다.“둘째 아가씨께서 이말 저말 옮기지만 않으셨어도 큰 마님께서 쓰러지실 일은 없었습니다. 큰 아가씨께서 큰 마님을 대신해 둘째 아가씨께 가르침을 줬을 뿐이라, 큰 마님이 깨어나신 뒤에 큰 아가씨 행동을 칭찬하실 거라 생각합니다.”수 나인의 목소리였다.그녀는 이 말을 하며 네 사람 앞으로 오더니, 진산군에게 허리를 굽혀 예를 올렸다.수 나인은 나이가 지긋한 사람으로, 큰 마님이 진산군댁으로 시집올 때 따라와서 진산군이 자라는 것을 쭈욱 지켜봤다. 비록 명목 상은 하인에 불과하나 진산군에게 있어 수 나인은 어른 중 하나였다. 따라서 그도 바로 손을 모아 읍하며 답례했다.이윽고 수 나인이 말을 이었다.“최근 집안에 벌어진 일은 둘째 아가씨 덕분에 쇤네도 큰 마님과 함께 들어 알고 있습니다.”이 말을 듣고 진산군은 뒤를 돌아 임원를 째려봤다.임원이 여전히 불쌍하고 가련한 모습을 하고 있지만, 진산군 마음 속에는 울컥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그 자리에 모두가 오늘 큰 마님이 쓰러진 이유를 알기 때문이었다.진산군이 입을 열가도 전에 수 나인이 말을 계속했
임씨 부인도 얼른 나서 구슬렀다.“대감, 원이가 좋은 뜻으로 한 일인데 결과가 나빴던 거죠. 보세요, 단이가 얘를 때려서 이 지경을 만들어 놨는데, 그런 원이를 어떻게 매정하게 또 벌하실 수가 있어요?”임원의 빨갛게 부어오른 반쪽 얼굴을 보자 진산군은 문득 3년 전 임원이 돌아왔을 때가 떠올랐다. 말라서 거의 피골이 상접해 있었다.임원은 그들이 15년간이나 헤어져 지낸 딸로, 헤어져 있던 15년간 그녀는 내내 고생만 했구나!그래, 그런 아이한테 진산군이 어떻게 매정하게 굴 수 있겠어?심호흡을 하고 진산군은 결국 임학에게 눈을 돌렸다.그러고는 다짜고짜 발로 찼다.“전부 이 못난 놈이 저지른 짓이야!”하지만 이번엔 임학도 벌써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어서 낼름 피했다.진산군은 발길질을 해도 차이는 게 없자 다시 걷어 차려고 하는데, 임학이 임씨 부인 뒤로 쏙 숨을 줄 몰랐다.“어머니, 아들이 어제 발길질을 당해서 지금도 가슴이 이렇게 아픈데! 또 차였다가는 죽을 거예요!”임씨 부인에게 막혀 진산군은 발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임씨 부인은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분위기로, 그 말은 바로 임학을 용서해 달라는 것이었다.바로 그때 진산군이 낭패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부인! 이 못난 놈을 좀 보라고, 당신이 오냐오냐해서 어떻게 됐는지? 당신이 저 놈을 계속 감싸고 돌면 그야말로 수 나인이 말한 대로 우리 가문에 큰 화가 미치고 말 거야!”임씨 부인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없지만, 임학은 오히려 입을 삐죽거렸다.“제가 뭘 어쨌다고 그러세요? 그저 단이와 명정 대군의 혼사를 망치려던 것 뿐이잖아요! 누가 걔더러 황제께 사혼을 명 받고 그렇게 기고만장하래요? 걔가 먼저 어머니와 원이를 울리지 않았으면, 제가 뭘 그렇게까지 했겠어요?”임씨 부인도 맞장구를 쳤다.“단이가 사혼을 받고 확실히 좀 방자하게 굴었죠. 학이가 잘못했지만 저와 원이를 아껴서 그런건데, 모든 결과에는 원인이 있는 법 아니겠어요. 대감,
김단은 혼수상태에 빠진 지 얼마 되지 않아, 선향을 한 오리 다 피울 시간쯤에 눈을 떴다.정신이 맑아졌다.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똑똑히 알고, 왜 여기에 있는지까지 더 똑똑히 기억한다.임씨 부인이 돌을 들고 그녀의 머리를 세게 내리치는 모습, 그녀는 더욱 비할 데 없이 자신의 마음속에 똑똑하게 새겼다!그래서 지금 임씨 부인의 모습만 생각해도 그녀의 마음은 매우 아프다.숨쉬기조차 어지러울 정도로 아프다.그러나, 그녀는 이미 이런 일들을 알아차렸지 않았던가?임씨 가족의 마음속에서, 그녀는 영원히 그들과 같은 피를 흘리고 있는 임원보다 못하다는 것을. 그들은 입버릇처럼 그녀가 영원히 임씨 집안의 딸이라고 말하지만, 임원이 진산군댁으로 돌아온 그날부터 그들은 이미 그녀를 그들의 마음속에서 비웠다!그녀는 이미 그들에게 버림받았다. 세답방에 있었던 무수한 밤낮, 이 사실은 그녀를 반복해서 괴롭혀서 그녀의 온몸이 차갑고 고통스럽게 했고, 마지막에는 천천히 습관이 되어버렸다...그녀도 이미 똑똑히 알고 있었다.심지어 벌써 익숙해졌다!그러나...왜 이렇게 마음이 아픈건지?분명히 일찍이 어머니는 그렇게 그녀를 사랑했는데, 그녀가 아팠을 때 편안히 쉬거나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그녀를 돌보았고, 그녀가 다쳤을 때 그녀보다 더 심하게 울었다. 그녀가 피를 흘리는 것을 보면 자신이 대신했으면 하는 어머니였다....어떻게 자기 손으로 그렇게 큰 돌을 그녀의 이마에 내리쳤을 수가!눈시울이 붉어졌다.콩알만 한 눈물이 눈가를 타고 귓가로 흘러내렸다.김단은 재빨리 손을 뻗어 닦았고, 끊임없이 흐르는 눈물을 모두 소매에 지웠다.안 울어.그녀는 울지 않을 거다!뭐 대단한 거라고!그냥 한번 맞았을 뿐이다!그녀가 세답방에 있을 때, 맞아서 머리가 깨지고 피가 흐르는 날이 많고도 많았다, 어째서 임씨 부인이 손찌검했다고 그녀는 참을 수 없었는가?그럴 이유가 없어!김단아, 여기는 진산군댁이야, 절대 울면 안 돼!숙희가 들어왔을 때, 김단은 이미 침대에서 내
지금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 정말 보기가 좀 이상했다.숙희는 김단의 말에 웃었지만, 또 나무라듯이 말했다.“아씨, 이럴 때 농담을 하시다니요.”김단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지금, 이 모습으로 조모를 만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오늘 먼저 별당으로 돌아가서 며칠 지나서 다시 오자구나!”그녀는 사실 임씨 부인이 도대체 그녀 머리의 어느 위치를 내리쳤는지 잘 모른다. 다만 지금 천으로 싸매고 있어, 만약 이렇게 조모를 만나러 간다면 조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단지 임씨 부인이 그녀의 이마를 찧지 않았기를 기도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내일 싸맨 천을 풀고 나면 적어도 조모는 그녀의 머리에 상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내일 조모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김단은 곧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숙희가 그녀를 막았다.“아씨! 마님 아직 밖에 있습니다.”김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슴이 순식간에 아파왔지만, 그녀는 이를 애써 무시하려 했다.숙희가 다시 말했다.“마님은 아씨에게 죄송하신지 줄곧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마 오늘 아씨를 만나지 못하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김단은 말하지 않고 천천히 책상 옆으로 가서 앉았다.숙희는 김단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씨, 이 방은 옆방입니다. 밖에는 복도가 없습니다. 마님은 마당에 서 있고, 옆에는 시녀도 없습니다. 오늘 날씨는 꽤 춥습니다. 제가 봤을 때 좀 늦게 비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김단이 만약 계속 나가서 임씨 부인을 만나지 않는다면, 아마 임 부인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다.김단은 탁자 위의 주전자를 들고 자신에게 물 한 잔을 따랐다.찻물이 여전히 따뜻해서 그녀는 들고 천천히 마셨다.그래서 임씨 부인은 지금 또 어떤 연극을 하는 건가?고육지책인가?임원을 위해 그녀의 머리를 깨지게 하고 피가 흐르게 한 후에 또 후회하는 연극을 하는 건가?자기가 양심이 있어, 지난
5일 후.김단은 허약해 보이는 안색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 했다.그녀는 이미 십여 일 동안 조모께 문안드리지 않았다. 비록 수 나인께서 돌보고 계시지만, 조모는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걱정하실 것이다. 그녀는 조모께 안부를 드려야 한다.조모를 만난 후에 그녀는 정암을 찾아가려 한다.그녀는 정암도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마당에 서 있는 임씨 부인을 보았다.김단을 보자 임씨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가서려 했으나 김단이 밀어낼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김단은 살짝 한숨을 쉬고 나서야 임씨 부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인사를 올렸다.“마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김단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임씨 부인의 웃음은 그제야 어색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김단을 보고 말했다.“원이가 오늘 침대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서야 너를 보러 왔다. 지금 네가 이렇게 잘 회복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할 수 있다.”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어색해하자, 임씨 부인은 다시 물었다.“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정암한테 가려고 합니다.”“뭐?”임씨 부인은 좀 놀랐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단이야, 잘 생각했어? 정말 정암과 함께 할 셈이야?”김단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임씨 부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 눈에 담겨있는 확고함을 똑똑히 보았다.이 상황을 본 임씨 부인의 마음은 매우 아팠다.“나는 네 결심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암의 아버지께 일이 생기고, 그럼 다음은? 앞으로 정암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는 계속 이렇게 너와 원이의 몸을 망가트릴 것이냐?”이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임씨 부인이 걱정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정암은 진산군댁에 들어서자마자, 별당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김단을 만나지 못했다.숙희가 방문 밖에 서서 정암을 향해 인사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암 종사관님의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니 첨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아씨께서 휴침 중이시라 아마도 종사관님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정암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씨께서 날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숙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가 다시 말했다.“종사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씨께서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종사관님 아버님께서 풀려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정암은 심장이 갑자기 쪼여지더니,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야지. 그럼,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그는 말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숙희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종사관님!”정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아씨는 종사관님 아버지께서 감옥에서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셨고, 종사관님께서 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서 저희 아씨께서 종사관님을 보러 갈 것입니다.”며칠 지나서 김단이 그를 보러 갈 테니, 그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정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니, 지금은 분명히 매우 허약할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걱정하고 자책할까 봐,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서 그의 두 눈마저 시뻘게졌다.그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밉다.숙희는 정암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바삐 입을 열었다.“종사과님, 아씨의 마음속에는 종사관님이 있어요.”이 말을 듣고 정암이 멍하니 있다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정암은 멍해졌다.단식? 찌꺼기를 먹는다고?요즘,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고, 가끔 한가해질 때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다.그는 그녀가 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진산군댁의 호위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그도 감히 담을 넘지 못한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그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할 줄 몰랐다.그는 그가 찾은 증거가 충분해서 아버지가 석방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가 경조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식하고, 찌꺼기까지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가슴이 무언가에 찢기는 것 같았다. 정암은 지금처럼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무능한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다!임학은 이 틈을 타서 정암의 제한 속에서 벗어났고 정암의 얼굴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너 때문이야! 이 썩을 놈아! 네가 뭔데 내 여동생이라 혼인하겠다는 거야!”정암은 비틀거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이 사정없이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당신들은 왜 계속 그녀를 괴롭힙니까? 그녀는 진산군댁의 친딸이 아니더라도 당신 집에서 15년 동안 키운 딸이지 않습니까?”임학은 몇 대 맞고 피를 토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정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분수도 모르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단이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암은 피하지 않았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신이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자신의 무능함에 주는 벌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임학이 자기보다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이 그녀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있습니다!”임학은 쓰러지더니, 발버둥 치며 일어나 바닥에 앉아 거
진산군은 몸을 돌려 시녀들을 향해 화냈다.“다들 멍청이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 큰 아씨한테 오라고 해! 어서 제비집 죽 가져와!”이렇게 소리쳤지만 몸을 돌려 김단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숙희도 그제야 김단 곁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다른 손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아씨, 흑흑흑, 방에 들어가요...”그러나 김단은 그저 평온하게 임학을 바라보며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말한 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이후로, 진산군댁은 더 이상 정암 가족을 괴롭히지 못한다!이 말은 마침내 임학을 자극했다.임학은 김단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정암이 그렇게 좋아?”얼마나 좋았으면, 정암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통의 찌꺼기를 다 먹을 수 있겠어?정암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건가?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숙희랑 방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과연 정암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나?그녀도 잘 모른다.그녀의 진산군댁 생활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암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쪽배처럼 그녀가 익사할 때 나타나 그녀를 배에 태워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모든 사람이 정암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쪽배도 바다 위에서는 물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면 쪽배도 부서지고 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쪽배가 그녀의 생명을 구했었다는 것을 모른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암이 그녀를 버리지 않는 한 그녀는 정암을 포기할 수 없다!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김단을 따라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김단이 막았다.“숙희만 있으면 돼요, 마님은 돌아가세요!”말이 떨어지자, 김단은 방에 들어가 담담하게
임학은 김단을 노려보았다. 마치 김단이 먹지 않을까 봐 걱정된 듯 또 입을 열었다.“만약 네가 이 통 안의 것을 먹는다면 진산군댁에서 더는 정암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임학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쪼여졌다.“학아,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단이는 벌써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찌꺼기를 먹이느냐?”임학은 몸을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김단이 너무 교활해서 그래요! 이번에 원이를 단식하게 하고, 다음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두 분은 정말 더 이상 김단을 믿어서는 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임학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임원마저 삼키는 동작을 멈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놀라서 그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임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온몸이 뻣뻣해져 천천히 몸을 돌렸다.김단은 어느새 찌꺼기 통 옆에 엎드려 두 손을 통에 넣고 통 안의 물건을 잡고 먹고 있었다.임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천천히 먹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먹고 있었다.마치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것은 어젯밤에 남겨진 찌꺼기다!모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다!먹기는커녕, 한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찌꺼기 통에서 가끔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냄새만 맡아도 속이 쓰리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지?임원의 눈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3년 전에 그녀가 김단을 해쳤지만, 그녀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지금, 이 순간, 한때 구슬처럼 눈부시게 빛났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길가의 거지처럼 찌꺼기 통을 안고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마침내 자기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헤쳤는지 깨달았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려 무의식적으로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놀
김단의 움푹 들어간 검은 눈언저리를 본 숙희는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김단이 힘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보내서 경조부에 가서 확인해 봐.”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숙희는 즉시 사람을 경조부로 보냈다.진산군은 조급했다.“너도 사람을 보냈으니, 내가 속일 수는 없지 않느냐? 빨리 네 여동생에게 좀 먹어라 해!”말하는 사이에 임씨 부인도 왔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시녀 두 명이 제비집을 넣고 끓인 죽을 한 그릇씩 들고 있었다.김단과 임원을 보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고 바삐 시녀에게 말했다.“빨리 두 아씨에게 죽을 먹여라!”그러자 두 시녀는 김단과 임원 앞에 무릎을 꿇고 제비집 죽 한 숟가락을 떠서 두 사람의 입으로 떠넣었다.그러나 김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김단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김단의 시선을 감지한 임원은 가슴이 조여와, 이미 벌린 입을 재빨리 다물고 다시 누웠다.임원은 눈을 감고 어깨를 계속 떨며 우는 것 같았다.그러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서, 그녀는 지금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진산군과 임학은 분노했다.임학은 심지어 욕설을 퍼부었다.“양심 없는 년! 아버지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주셨는데, 또 뭐 어쩌려고? 정말 원이를 죽게 만들 셈이야? 정암 때문에 네 눈에는 네 여동생의 목숨도 보이지 않니?”임학은 화가 나서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김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았다.5일 동안 먹고 마시지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정말 그와 다툴 힘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꼭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임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아니라고!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보낸 머슴애가 황급히 돌아왔다.이 머슴애는 별당 사람이다. 김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려 말하는 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아씨, 소인은 정암 종사관이 그의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이
예전에 김단을 위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참!김단은 소리 내며 웃더니, 몸을 돌려 계속 풀을 뽑았다. 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대감마님께서 정말 임 낭자를 아끼신다면 빨리 무고한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 낭자는 굶어 죽어도 전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김단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눈빛에 담긴 슬픔은 이미 사라졌고, 오직 비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임 낭자는 대감마님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진산군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김단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 솟구쳤다.“좋아! 좋아! 정말 이것으로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너는 정말 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진산군은 김단에게 자기도 고집불통이라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김단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의 성은 김씨 입니다. 벌써 죽었다고 들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진산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커다란 별당이 다시 썰렁해졌다.김단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다시 굳게 닫힌 정원 문을 보면서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정원 문이 다시 열릴 때는 3일 후였다.이때 김단은 정원의 흔들의자에 누워 힘이 조금도 없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니 진산군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화내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배고픔이 극에 달했는지, 김단은 눈앞이 흐릿해져도 진산군이 오는 쪽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산군의 뒤를 따르는 임학과, 뒤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려 오는 임원의 모습을 뚜렷이 알아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보
김단은 정원 문 뒤에 서서 어두운 밤 속에 가려진 연못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연못 물은 맞은편에 있는 초롱의 빛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약한 빛은 마치 언제든지 어둠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아 연못의 돌다리조차도 똑똑히 비추지 못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귀밑의 살쩍을 불었지만,연못은 미동도 없었다.김단은 자기가 마치 초롱의 빛이고, 부드러운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옛 가족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고 느꼈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임원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임원이 정말 마시지 않고 먹지 않는 한 진산군은 반드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김단의 짐작이 맞았다.이틀이 지나자, 진산군은 노기등등하여 별당으로 왔는데, 마침, 김단은 정원에서 김매고 있었다.초봄이 되어 화단의 잡초가 매우 빨리 자라서 제때 뽑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진산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본 김단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진흙으로 더럽혀진 두 손을 진산군을 향해 내보이며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 오늘 오실 줄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망할 년!”진산군은 노발대발하더니 손을 휘젓더니 엄하게 명령했다.“뒤져라!”갑자기 두 팀의 호위가 좌우로 나뉘어 줄지어 들어왔다.김단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대감마님께서 무슨 뜻입니까?”진산군은 대답 없이 김단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의 호위는 또 모두 나왔다.“대감마님, 어떤 음식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대감마님, 저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녀가 음식을 숨겨서 먹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진산군이 차갑게 소리치며 물었다.“너는 도대체 먹을 것을 어디에 숨겼느냐!”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임원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
진산군은 이 일을 알고 매우 화가 났다.김단이 별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산군댁의 호위들은 벌써 별당을 포위했다.호위장은 때마침 돌아온 김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께서 오늘부터 큰 아씨를 별당에 연금하여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김단은 이미 예상해서 놀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호위장은 또 김단을 막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큰 아씨께서 단식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오늘부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김단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알겠으니,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김단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자, 호위장은 의아했다. 김단이 무슨 방법이 있어 연금에서 빠져나갈까 봐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대감마님께서 우리더러 별당을 엄격히 지키라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별당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합니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당장 죽이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김단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밖의 사람과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예를 들면, 전에 몰래 그녀를 보러 왔던 정암을 말한다.하지만 지금, 김단이 걱정되는 사람은 정암이 아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벌을 내린 사람은 나뿐이오. 내 마당의 하인과는 무관하오. 나를 가둬두기 전에 내 마당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오라 해도 되겠소?”이 말을 듣자, 호위장도 난감했다.“이러면...”“모두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그들도 집에 살려 먹여야 할 사람이 있는데, 주인인 내가 잘못했다고 그들까지 연루해야 하오?”김단은 말하면서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서 호위장 손에 넣어 줬다.“좀 봐주시죠.”이 비녀는 전에 궐에서 하사한 것이다. 비녀 위에 있는 진주만이라도 가치가 어마어마해서 호위장은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해 보면 김단의 말도 도리가 있다.더군다나, 진산군은 큰 아씨를 연금하라 했지, 미리 별당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