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두 사람 모두 머리를 싸매고 있으니, 정말 보기가 좀 이상했다.숙희는 김단의 말에 웃었지만, 또 나무라듯이 말했다.“아씨, 이럴 때 농담을 하시다니요.”김단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지금, 이 모습으로 조모를 만나기에 적합하지 않으니. 오늘 먼저 별당으로 돌아가서 며칠 지나서 다시 오자구나!”그녀는 사실 임씨 부인이 도대체 그녀 머리의 어느 위치를 내리쳤는지 잘 모른다. 다만 지금 천으로 싸매고 있어, 만약 이렇게 조모를 만나러 간다면 조모의 마음을 아프게 할 뿐이다.단지 임씨 부인이 그녀의 이마를 찧지 않았기를 기도하고 있다. 만약 그렇다면 내일 싸맨 천을 풀고 나면 적어도 조모는 그녀의 머리에 상처를 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그녀는 내일 조모를 방문할 수 있을 것이다.김단은 곧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숙희가 그녀를 막았다.“아씨! 마님 아직 밖에 있습니다.”김단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가슴이 순식간에 아파왔지만, 그녀는 이를 애써 무시하려 했다.숙희가 다시 말했다.“마님은 아씨에게 죄송하신지 줄곧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아마 오늘 아씨를 만나지 못하면 가지 않을 것 같습니다.”김단은 말하지 않고 천천히 책상 옆으로 가서 앉았다.숙희는 김단의 마음속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망설이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아씨, 이 방은 옆방입니다. 밖에는 복도가 없습니다. 마님은 마당에 서 있고, 옆에는 시녀도 없습니다. 오늘 날씨는 꽤 춥습니다. 제가 봤을 때 좀 늦게 비가 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그래서 김단이 만약 계속 나가서 임씨 부인을 만나지 않는다면, 아마 임 부인은 비가 올 때까지 계속 기다릴 것이다.김단은 탁자 위의 주전자를 들고 자신에게 물 한 잔을 따랐다.찻물이 여전히 따뜻해서 그녀는 들고 천천히 마셨다.그래서 임씨 부인은 지금 또 어떤 연극을 하는 건가?고육지책인가?임원을 위해 그녀의 머리를 깨지게 하고 피가 흐르게 한 후에 또 후회하는 연극을 하는 건가?자기가 양심이 있어, 지난
숙희는 안에 무엇이 있는지 아예 예상하지 못하고 깜짝 놀랐다.그러나 김단은 몸을 숙여 그 작은 이빨을 주워 들었다. 순간 과거의 수많은 기억의 파편들이 그녀의 머릿속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그녀는 이 이빨을 기억한다.약 5살 때 그녀는 기어코 임학과 소한을 따라 놀러 가서 임학과 소한의 모습을 따라 높은 가산에서 뛰어내렸다.다행히 그때 임학과 소한이 모두 손을 뻗어 그녀를 받아, 그 자리에서 떨어져 죽지는 않을 수 있었다.단, 이빨 하나가 떨어졌다.모두가 깜짝 놀라 그녀를 감싸며 떠났고, 그 이빨은 인공산 옆에 떨어져 있었다.공교롭게도 그녀와 동갑인 소정온이 이 일을 알고 특별히 와서 그녀에게 떨어진 이를 잃어버리면 악귀에게 잡혀갈 것이라고 말했다.그녀는 겁에 질려 밤이 되자 잠을 자지 않으려고 울기 시작했다. 잠들면 악귀가 그녀를 잡으러 올까 봐 두려웠다.공교롭게도 그날은 천둥번개를 쳐서 어린 그녀를 더욱 두려워하게 했다.설령 진산군이 줄곧 그녀를 안고, 달랬어도 소용없었다.그제야 비에 흠뻑 젖은 임씨 부인이 돌아왔다. 손에는 작은 이빨을 들고 있었다.그녀는 그때 임씨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 생각났다.“단이야 봐봐, 이 어미가 너 대신 이를 찾았어.”“안심하거라, 악귀가 와서 단이를 잡아가지 않을 거야. 악귀가 있어도 이 어미가 단이 앞을 막을 거야.”그녀는 또 이렇게 말했다.“걱정하지 마라. 이 어미는 절대로 너를 지킬 것이야.”어미가, 절대로 지킬 것이야...당시의 김단은 감동하여 임씨 부인을 안고 줄곧 울면서 고맙다고 했다. 어머님이 정말 좋다고도....그러나 지금 김단은 이 모든 것이 풍자로만 느낀다.그녀는 임씨 부인이 오늘 이 이빨을 꺼냈다는 것이 도대체 무슨 뜻인지 당연히 알고 있다.다만, 당시 그녀의 감동도 사실이었고, 지금 머리의 상처가 정말 아픈 것도 사실이다...그녀는 그 작은 이빨을 다시 천 가방에 쌌고, 하마터면 넘칠 뻔했던 눈물을 다시 참았다.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숙희도 당연히 감히 묻지
임씨 부인이 거의 흠뻑 젖은 것을 보고 임학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임씨 부인을 끌고 가려고 했다.“어머님, 이렇게 자기 몸을 괴롭혀서 뭐 하세요?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이야기하면 안 됩니까?”“이거 놔!”임씨 부인은 임학의 손을 뿌리치고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했다.“이 일은 너희들과 무관하니 너희들은 가거라!”임원은 훌쩍거리면서 임씨 부인을 껴안았다.“어머님, 이러지 마세요. 모두 제 탓입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빨리 오라버니와 함께 돌아가세요! 원이가 어머님을 대신해서 여기에 서서 언니에게 사과드리겠습니다!”임원의 시녀 명희는 상황을 보고 급히 다가와 아씨를 위해 우산을 쓰려고 손을 내밀며 숙희를 밀어냈다.이 갑작스러운 힘으로 숙희는 비틀거리며 땅에 주저앉았다.손에 든 우산도 찢어졌다.그러나 비가 너무 큰 탓인지 임씨 부인 및 옆에 몇 사람은 뜻밖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임학은 자신의 어머니를 설득할 수 없는 것을 알고, 화가 나서 급히 가서 김단의 문을 두드렸다.“어서 나오거라! 죽은 척하지 마라! 나는 네가 깨어 있다는 것을 안다! 어느 집 아이가 부모에게 맞은 적이 없어? 오늘 어머니께서 확실히 좀 충동했지만, 지금 너에게 사죄하려고 하는 것인데, 네가 문을 닫고 만나지 않는 것은 무슨 뜻이냐? 너는 밖에 이렇게 큰비가 내린 걸 보지 못했느냐? 김단, 너는 양심도 없느냐?”말이 떨어지자, 방문이 삐걱거리며 열렸다.계속 문을 두드리려던 임학은 갑자기 제자리에 멍하니 서 있다가, 김단의 눈빛에서 아무런 온기도 느껴지지 않는 것을 마주하고는, 반쯤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는 것조차 잊고 말았다.김단은 담담하게 임학을 한 번 보고는 눈빛이 숙희의 몸에 떨어졌다.숙희가 허겁지겁 땅에서 기어오르는 것을 보자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진산군댁의 사과하는 방식은 이렇게 내 시녀를 괴롭히는 것인가요?”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이제야 비로소 숙희 몸에 떨어졌다.숙희는 여러 사람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단을 향해 바쁘게 뛰어갔다.김단
진산군댁에서 명주처럼 여겨졌던 그 임단, 모든 사람에게 총애받고 애호 받던 임단, 그녀도 마찬가지로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을 자신의 목숨보다 귀중하게 여겼던 임단!이미 그들이 직접 죽였다!그 하얀 작은 이빨은 땅에 떨어져 두 번 굴러 한쪽 화단 안으로 떨어졌다.김단은 한 쌍의 눈동자로 임씨 부인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마치 그녀에게 그것이 임단의 것이지, 그녀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그리고 임단은 벌써 죽었다고.이 순간 임씨 부인은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우는 것조차 잊었다.그녀는 김단을 뚫어지게 쳐다보았고, 눈동자에서 비추는 감정이 점점 붕괴되면서 결국 산산조각이 났다.김단의 그 두 눈동자는 마치 처음부터 끝까지 평온한 것 같았다. 마치 한 사람에게 있어서는 안 될 것만 같은 평온한 감정이었다.임학은 심지어 김단이 자신과 정색하고 크게 싸워, 마음속의 불쾌감과 그녀와 이 진산군댁 사이에 얽힌 복잡한 일들을 모두 토해낼 수 있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적어도 지금보다는 나을 것이다.지금의 그녀는 이 집안의 누구도 개의치 않는 것 같다.아니다, 신경 쓰는 것도 있다.김단은 임씨 부인을 바라보는 눈길을 거두고 임학을 바라보았다.“도련님도 조모의 몸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습니까? 이곳은 비록 조모의 거처와 멀지만, 만약 다시 소란을 피우면 조모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김단은 말하면서 그 모자 세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당신들은 가야 되지 않을까요?”그녀의 말투와 태도는 정말 사람의 마음을 불편하게 했다. 그러나 임학도 김단이 말한 것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만약 조모께서 또 그들의 일 때문에 병이 나신다면, 손자인 그는 아마 평생 욕을 먹을 것이다.그는 바로 임씨 부인을 끌고 떠나려 했지만, 뜻밖에도 방금까지 훌쩍거리고 있던 임씨 부인은 지금 마치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았다.다만 그녀의 두 눈동자가 김단의 발끝을 주시하는 것만 같았고, 안색은 매우 평온했다.“
마음속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에 매섭게 찔리고 째지는 것만 같았다. 임씨 부인은 깊이 숨을 들이쉬고서야 입을 열 수 있었다.“여기는 네 조모의 마당이다. 네가 여기에 있으면 다소 조모를 방해할 수 있다. 이미 깨어난 이상 서둘러 너 자신의 마당으로 돌아가거라!”김단은 사실 오늘 임씨 부인이 연기한 이 연극의 목적이 바로 방금 전의 그 말을 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사실 그녀도 조모를 위해서라도 임학을 끌어들여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았다. 조모가 자신이 가장 아끼는 손녀가 진산군댁의 유일한 남자를 막다른 길로 몰고 가는 모습을 보게 해서는 안 되며, 더군다나 조모가 두 눈 뜨고 진산군댁이 몰락하는 것을 직접 목격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깨달았다.다만 이런 일들이 임씨 부인의 입에서 나오니, 여전히 그녀의 마음을 괴롭혔다.설령 그녀가 이미 임씨 부인에게도, 이 진산군댁에 대해서도 단념했지만.그녀는 눈을 내려다보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이 숨 막힐 듯 아픈 가슴을 누를 수 있었다.다시 눈을 올려다봤을 때는 여전히 비꼬는 모습이었다.“조모를 위해 저는 확실히 따지지 않아도 됩니다. 다만 요 며칠 발생한 일에 대해서는 진산군댁에서 맞는 결론이 있어야 합니다.”이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래, 너에게 결론을 줘야지. 학이, 너는 사당에 가서 무릎을 꿇고, 나의 명령 없이 일어나지 마!”임학은 자신이 먼저 잘못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지금 임씨 부인은 또 이렇게 이상한 상태이니, 그도 감히 반항하지 못하고 순순히 대답했다.“예!”김단은 이런 광경을 여유 있게 싸늘한 눈으로 방관했다.임씨 부인이 두세 번 숨을 쉬고 나서 다시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원이, 너도 가거라!”“어머니!”임학은 놀라서 소리 질렀다.그는 어머니가 왜 임원에게 벌을 내리는지 모른다. 일을 잘못한 것은 분명히 자신이다!그러나 임씨 부인의 말이 들려왔다.“만약 원이가 제멋대로 너희 조모에게 와서 고자질하지 않았다면, 너희
다음날.김단이 깨어났을 때, 머리의 상처가 어제보다 더 심하게 아프다는 것을 느꼈다.그래서 그녀는 온몸이 몽롱하고 무기력했다.숙희는 보아하니 매우 활기찼다. 김단을 모시고 머리를 빗고 세수한 후에 또 바쁘게 김단의 아침 식사를 시중들었다.김단은 억지로 정신을 차리고 숙희를 걱정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조모의 상황을 물어보고 조모의 몸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후에야 마음을 놓고 아침을 먹었다.눈에는 숙희가 몇 번 말하려고 하다 머뭇거리는 것을 보았다.이 상황을 보고,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젓가락을 내려놓았다.“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솔직히 해.”숙희가 그제야 몰려와 김단을 향해 보고했다.“아씨, 소인은 도련님과 둘째 아씨가 사당에서 밤새 무릎을 꿇었고, 오늘 아침에 둘째 아씨가 버티지 못하고 기절했다고 들었습니다.”이 일이구나.김단은 다시 젓가락을 들었다.“그러고 보니 임원의 몸이 아주 좋지 않구나.”하룻밤만 꿇었는데 못 버텨?전에 그녀는 세답방에 있을 때 온종일 무릎을 꿇었다.숙희도 생각해 보니, 김단의 말이 아주 옳다고 느꼈다.“맞습니다. 확실히 좋지 않습니다. 평소에 그 귀중한 약재들을 모두 어디로 보양했는지 모르겠어요!”김단은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임학이 차마 임원이 벌을 받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어 특별히 방법을 대서 임원을 기절하라고 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숙희는 아씨의 입가에 있는 조롱하는 표정을 보고 마음이 불안해져서, 또다시 말을 꺼냈다.“하지만 아씨는 안심하세요. 도련님은 계속 무릎을 꿇고 계십니다! 마님께서는 다른 사람이 도련님에게 음식을 주지 않도록 하셨고, 또 3박 3일 동안 무릎을 꿇고 있어야만 일어날 수 있다고 명하셨습니다. 나리도 이 처벌을 묵인한 것 같습니다."숙희의 말투를 들으면, 그녀를 달래려는 마음이 보였다. 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그녀를 보고 작은 소리로 물었다.“그럼 너는 이 처벌이 엄하다고 생각하니?”숙희가 멍해지더니 그날 밤에 일어난 일이 생각났다.그
“됐어”김단은 손을 뻗어 숙희를 막았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리고 천천히 눈을 뜨더니, 눈앞이 이미 맑아진 것을 보고서야 입을 열었다.“너무 갑자기 일어났나 봐, 괜찮아.”예전에 그녀가 세답방에 있을 때도 비슷한 상황이 있었지만, 앉아서 잠시 쉬기만 하면 되므로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숙희는 여전히 걱정했다.“그런데 아씨께서는 어제 금방 머리를 다치셨으니 의원을 부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김단은 천천히 일어나 숙희를 보며 웃었다.“의원이 조모 옆에 있을 수도 있다. 먼저 조모께 갔다가 다시 얘기하자.”숙희는 김단의 말을 듣고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고서야 고개를 끄덕이며 앞으로 다가가 김단을 부축하고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김단은 숙희가 너무 과장되었다고 느꼈다. 그녀는 어디 봐서 혼자 걸을 수 없는가?별당에서 나오자마자 그녀는 숙희더러 손을 놓으라 했다.별당은 진산군댁의 서쪽에 있고 매화당은 동쪽에 있으며 안채는 두 곳의 정원의 중간에 있다.게다가 숙희는 분명히 임원이 오늘 아침에 쓰러졌다고 했는데, 진짜든 가짜든 기절한 척이라도 해야 할 것이다.그래서 김단은 안채 밖에서 임원을 볼 줄은 생각하지도 않았다.소한이 있을 줄은 더욱 예상하지 못했다.하지만 임원은 예상했던 것 같았다.김단을 보자 임원의 눈동자는 맨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붉어졌다.“언니...”그녀의 목소리는 울먹이면서 소심하게 들려서 김단을 몹시 두려워하는 것 같았다.김단은 임원의 벌겋게 부은 볼을 보고 마음속으로 냉소했다.만약 정말 그녀를 무서워할 정도로 혼을 내줬다면 오히려 좋은 일이지만, 임원은 어제 방금 조모를 발병하게 했는데, 오늘 아침부터 일찍 또 왔으니, 분명히 교훈을 받지 못한 듯싶다.김단은 임원 옆의 소한을 보고서야 입을 열었다.“임 낭자가 오늘 아침에 사당에서 기절했다고 들었소.”임원은 김단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관심을 돌리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마음속의 감정이 다소 복잡했다. 그러나 그녀가 어제 자신의 몸에 탄 모습을 생각하니 감히 너무
임원은 소한의 보호를 받았지만 더욱 억울해 보였고, 아예 소한의 뒤에 웅크리고 머리도 내밀지 않았다.김단은 마음속으로 참지 못하고 재수 없다고 욕했다.마음속에 더욱 짜증이 솟아올라 바로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조모는 임 낭자를 만나고 싶지 않을 것 같으니 돌아가는 것이 좋겠소!”정말 소한의 보호 때문인지 임원은 김단에게 말하는 태도가 다소 강경해졌다. 그녀는 머리를 내밀고 김단에게 물었다.“너는 조모도 아닌데 어찌 조모가 나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아는 것이오?”김단의 안색은 갑자기 가라앉더니 무의식적으로 임원에게 한 걸음 다가갔다. 말투에 위엄이 가득했다.“당신은 정말 당신이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고 있소?”김단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임원은 순간 어제 김단에게 눌려 바닥에서 맞은 두려움을 떠올리며 바쁘게 소한의 뒤로 숨었다. 두 손은 소한의 옷을 더욱 꽉 잡았다. 마치 몸까지 떨고 있는 것 같았다.“나, 난 오늘 조모께 사죄하러 왔소.”뒤에 있는 사람의 두려움을 느끼고 소한은 미간을 약간 찌푸리며 김단을 바라봤다.“원이는 이미 잘못을 알았소. 오늘 나는 특별히 원이와 함께 큰 마님에게 사죄하러 왔소.”여기까지 말하자 소한은 눈을 내려다보고 김단의 주먹을 꽉 쥔 손을 보고 또 무겁게 한마디 했다.“당신도 성질을 좀 죽이오. 걸핏하면 사람을 때리지 마소. 임원은 당신과 같지 않소...”“됐습니다!”김단은 갑자기 엄하게 소리를 지르며 소한의 설교를 끊었다.그녀는 깊은숨을 들이쉬고서야 비웃으면서 소한을 바라보았다.“소 장군은 아직 진산군댁의 사위가 아닙니다. 그러나 적어도 명의상으로는 나는 이 진산군댁의 큰 아씨입니다. 그러므로 진산군댁의 일은 당신이 끼어들 자격이 없고, 나를 가르칠 자격은 더더욱 없습니다.”이 말을 듣자, 소한의 눈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그들은 어릴 때부터 알고 지냈는데, 이 십여 년 동안 김단이 언제 이렇게 그에게 말한 적이 있었나?그가 가르칠 자격이 없다고?이제 그녀가 곧 다른 사람과 혼
5일 후.김단은 허약해 보이는 안색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 했다.그녀는 이미 십여 일 동안 조모께 문안드리지 않았다. 비록 수 나인께서 돌보고 계시지만, 조모는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걱정하실 것이다. 그녀는 조모께 안부를 드려야 한다.조모를 만난 후에 그녀는 정암을 찾아가려 한다.그녀는 정암도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마당에 서 있는 임씨 부인을 보았다.김단을 보자 임씨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가서려 했으나 김단이 밀어낼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김단은 살짝 한숨을 쉬고 나서야 임씨 부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인사를 올렸다.“마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김단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임씨 부인의 웃음은 그제야 어색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김단을 보고 말했다.“원이가 오늘 침대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서야 너를 보러 왔다. 지금 네가 이렇게 잘 회복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할 수 있다.”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어색해하자, 임씨 부인은 다시 물었다.“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정암한테 가려고 합니다.”“뭐?”임씨 부인은 좀 놀랐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단이야, 잘 생각했어? 정말 정암과 함께 할 셈이야?”김단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임씨 부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 눈에 담겨있는 확고함을 똑똑히 보았다.이 상황을 본 임씨 부인의 마음은 매우 아팠다.“나는 네 결심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암의 아버지께 일이 생기고, 그럼 다음은? 앞으로 정암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는 계속 이렇게 너와 원이의 몸을 망가트릴 것이냐?”이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임씨 부인이 걱정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정암은 진산군댁에 들어서자마자, 별당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김단을 만나지 못했다.숙희가 방문 밖에 서서 정암을 향해 인사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암 종사관님의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니 첨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아씨께서 휴침 중이시라 아마도 종사관님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정암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씨께서 날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숙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가 다시 말했다.“종사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씨께서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종사관님 아버님께서 풀려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정암은 심장이 갑자기 쪼여지더니,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야지. 그럼,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그는 말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숙희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종사관님!”정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아씨는 종사관님 아버지께서 감옥에서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셨고, 종사관님께서 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서 저희 아씨께서 종사관님을 보러 갈 것입니다.”며칠 지나서 김단이 그를 보러 갈 테니, 그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정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니, 지금은 분명히 매우 허약할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걱정하고 자책할까 봐,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서 그의 두 눈마저 시뻘게졌다.그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밉다.숙희는 정암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바삐 입을 열었다.“종사과님, 아씨의 마음속에는 종사관님이 있어요.”이 말을 듣고 정암이 멍하니 있다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정암은 멍해졌다.단식? 찌꺼기를 먹는다고?요즘,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고, 가끔 한가해질 때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다.그는 그녀가 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진산군댁의 호위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그도 감히 담을 넘지 못한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그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할 줄 몰랐다.그는 그가 찾은 증거가 충분해서 아버지가 석방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가 경조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식하고, 찌꺼기까지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가슴이 무언가에 찢기는 것 같았다. 정암은 지금처럼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무능한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다!임학은 이 틈을 타서 정암의 제한 속에서 벗어났고 정암의 얼굴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너 때문이야! 이 썩을 놈아! 네가 뭔데 내 여동생이라 혼인하겠다는 거야!”정암은 비틀거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이 사정없이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당신들은 왜 계속 그녀를 괴롭힙니까? 그녀는 진산군댁의 친딸이 아니더라도 당신 집에서 15년 동안 키운 딸이지 않습니까?”임학은 몇 대 맞고 피를 토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정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분수도 모르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단이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암은 피하지 않았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신이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자신의 무능함에 주는 벌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임학이 자기보다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이 그녀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있습니다!”임학은 쓰러지더니, 발버둥 치며 일어나 바닥에 앉아 거
진산군은 몸을 돌려 시녀들을 향해 화냈다.“다들 멍청이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 큰 아씨한테 오라고 해! 어서 제비집 죽 가져와!”이렇게 소리쳤지만 몸을 돌려 김단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숙희도 그제야 김단 곁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다른 손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아씨, 흑흑흑, 방에 들어가요...”그러나 김단은 그저 평온하게 임학을 바라보며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말한 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이후로, 진산군댁은 더 이상 정암 가족을 괴롭히지 못한다!이 말은 마침내 임학을 자극했다.임학은 김단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정암이 그렇게 좋아?”얼마나 좋았으면, 정암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통의 찌꺼기를 다 먹을 수 있겠어?정암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건가?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숙희랑 방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과연 정암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나?그녀도 잘 모른다.그녀의 진산군댁 생활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암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쪽배처럼 그녀가 익사할 때 나타나 그녀를 배에 태워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모든 사람이 정암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쪽배도 바다 위에서는 물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면 쪽배도 부서지고 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쪽배가 그녀의 생명을 구했었다는 것을 모른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암이 그녀를 버리지 않는 한 그녀는 정암을 포기할 수 없다!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김단을 따라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김단이 막았다.“숙희만 있으면 돼요, 마님은 돌아가세요!”말이 떨어지자, 김단은 방에 들어가 담담하게
임학은 김단을 노려보았다. 마치 김단이 먹지 않을까 봐 걱정된 듯 또 입을 열었다.“만약 네가 이 통 안의 것을 먹는다면 진산군댁에서 더는 정암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임학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쪼여졌다.“학아,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단이는 벌써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찌꺼기를 먹이느냐?”임학은 몸을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김단이 너무 교활해서 그래요! 이번에 원이를 단식하게 하고, 다음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두 분은 정말 더 이상 김단을 믿어서는 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임학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임원마저 삼키는 동작을 멈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놀라서 그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임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온몸이 뻣뻣해져 천천히 몸을 돌렸다.김단은 어느새 찌꺼기 통 옆에 엎드려 두 손을 통에 넣고 통 안의 물건을 잡고 먹고 있었다.임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천천히 먹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먹고 있었다.마치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것은 어젯밤에 남겨진 찌꺼기다!모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다!먹기는커녕, 한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찌꺼기 통에서 가끔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냄새만 맡아도 속이 쓰리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지?임원의 눈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3년 전에 그녀가 김단을 해쳤지만, 그녀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지금, 이 순간, 한때 구슬처럼 눈부시게 빛났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길가의 거지처럼 찌꺼기 통을 안고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마침내 자기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헤쳤는지 깨달았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려 무의식적으로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놀
김단의 움푹 들어간 검은 눈언저리를 본 숙희는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김단이 힘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보내서 경조부에 가서 확인해 봐.”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숙희는 즉시 사람을 경조부로 보냈다.진산군은 조급했다.“너도 사람을 보냈으니, 내가 속일 수는 없지 않느냐? 빨리 네 여동생에게 좀 먹어라 해!”말하는 사이에 임씨 부인도 왔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시녀 두 명이 제비집을 넣고 끓인 죽을 한 그릇씩 들고 있었다.김단과 임원을 보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고 바삐 시녀에게 말했다.“빨리 두 아씨에게 죽을 먹여라!”그러자 두 시녀는 김단과 임원 앞에 무릎을 꿇고 제비집 죽 한 숟가락을 떠서 두 사람의 입으로 떠넣었다.그러나 김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김단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김단의 시선을 감지한 임원은 가슴이 조여와, 이미 벌린 입을 재빨리 다물고 다시 누웠다.임원은 눈을 감고 어깨를 계속 떨며 우는 것 같았다.그러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서, 그녀는 지금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진산군과 임학은 분노했다.임학은 심지어 욕설을 퍼부었다.“양심 없는 년! 아버지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주셨는데, 또 뭐 어쩌려고? 정말 원이를 죽게 만들 셈이야? 정암 때문에 네 눈에는 네 여동생의 목숨도 보이지 않니?”임학은 화가 나서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김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았다.5일 동안 먹고 마시지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정말 그와 다툴 힘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꼭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임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아니라고!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보낸 머슴애가 황급히 돌아왔다.이 머슴애는 별당 사람이다. 김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려 말하는 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아씨, 소인은 정암 종사관이 그의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이
예전에 김단을 위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참!김단은 소리 내며 웃더니, 몸을 돌려 계속 풀을 뽑았다. 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대감마님께서 정말 임 낭자를 아끼신다면 빨리 무고한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 낭자는 굶어 죽어도 전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김단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눈빛에 담긴 슬픔은 이미 사라졌고, 오직 비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임 낭자는 대감마님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진산군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김단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 솟구쳤다.“좋아! 좋아! 정말 이것으로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너는 정말 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진산군은 김단에게 자기도 고집불통이라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김단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의 성은 김씨 입니다. 벌써 죽었다고 들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진산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커다란 별당이 다시 썰렁해졌다.김단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다시 굳게 닫힌 정원 문을 보면서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정원 문이 다시 열릴 때는 3일 후였다.이때 김단은 정원의 흔들의자에 누워 힘이 조금도 없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니 진산군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화내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배고픔이 극에 달했는지, 김단은 눈앞이 흐릿해져도 진산군이 오는 쪽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산군의 뒤를 따르는 임학과, 뒤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려 오는 임원의 모습을 뚜렷이 알아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보
김단은 정원 문 뒤에 서서 어두운 밤 속에 가려진 연못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연못 물은 맞은편에 있는 초롱의 빛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약한 빛은 마치 언제든지 어둠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아 연못의 돌다리조차도 똑똑히 비추지 못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귀밑의 살쩍을 불었지만,연못은 미동도 없었다.김단은 자기가 마치 초롱의 빛이고, 부드러운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옛 가족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고 느꼈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임원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임원이 정말 마시지 않고 먹지 않는 한 진산군은 반드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김단의 짐작이 맞았다.이틀이 지나자, 진산군은 노기등등하여 별당으로 왔는데, 마침, 김단은 정원에서 김매고 있었다.초봄이 되어 화단의 잡초가 매우 빨리 자라서 제때 뽑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진산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본 김단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진흙으로 더럽혀진 두 손을 진산군을 향해 내보이며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 오늘 오실 줄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망할 년!”진산군은 노발대발하더니 손을 휘젓더니 엄하게 명령했다.“뒤져라!”갑자기 두 팀의 호위가 좌우로 나뉘어 줄지어 들어왔다.김단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대감마님께서 무슨 뜻입니까?”진산군은 대답 없이 김단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의 호위는 또 모두 나왔다.“대감마님, 어떤 음식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대감마님, 저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녀가 음식을 숨겨서 먹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진산군이 차갑게 소리치며 물었다.“너는 도대체 먹을 것을 어디에 숨겼느냐!”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임원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
진산군은 이 일을 알고 매우 화가 났다.김단이 별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산군댁의 호위들은 벌써 별당을 포위했다.호위장은 때마침 돌아온 김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께서 오늘부터 큰 아씨를 별당에 연금하여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김단은 이미 예상해서 놀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호위장은 또 김단을 막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큰 아씨께서 단식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오늘부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김단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알겠으니,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김단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자, 호위장은 의아했다. 김단이 무슨 방법이 있어 연금에서 빠져나갈까 봐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대감마님께서 우리더러 별당을 엄격히 지키라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별당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합니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당장 죽이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김단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밖의 사람과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예를 들면, 전에 몰래 그녀를 보러 왔던 정암을 말한다.하지만 지금, 김단이 걱정되는 사람은 정암이 아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벌을 내린 사람은 나뿐이오. 내 마당의 하인과는 무관하오. 나를 가둬두기 전에 내 마당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오라 해도 되겠소?”이 말을 듣자, 호위장도 난감했다.“이러면...”“모두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그들도 집에 살려 먹여야 할 사람이 있는데, 주인인 내가 잘못했다고 그들까지 연루해야 하오?”김단은 말하면서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서 호위장 손에 넣어 줬다.“좀 봐주시죠.”이 비녀는 전에 궐에서 하사한 것이다. 비녀 위에 있는 진주만이라도 가치가 어마어마해서 호위장은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해 보면 김단의 말도 도리가 있다.더군다나, 진산군은 큰 아씨를 연금하라 했지, 미리 별당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