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왜냐하면 눈앞의 여자는 다름이 아닌, 바로 그해에 그녀를 세답방에 보냈고, 또 세답방의 여러 나인에게 그녀를 꼬박 3년 동안 모욕하도록 명령한 장본인이다!서원 공주!하지만 서원 공주는 전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김단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제야 물었다.“넌 지금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욕하는 거냐?”김단은 그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 이상 자신도 그녀를 아는 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하여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아씨, 화를 내지 마십시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저희 장사하는 사람들은 신용이 근본이라는 겁니다.”서원 공주는 여전히 눈썹을 치켜세우며 시큰둥한 눈빛으로 물었다. “넌 누구냐?”김단은 그제야 서원 공주를 향해 걸어갔다. 옷소매에서 어제 덕빈마마께서 주신 땅문서를 꺼내 가게 관리자에게 건네주었다.“저는 어제서야 이 가게를 접수했습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저는 이 가게의 주인입니다.”가게 관리자는 땅문서를 보고, 비록 왜 이 땅문서가 김단의 손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김단이 나선 이상, 그는 더 이상 나서지 않고 그저 연거푸 고개만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분이 바로 우리 주인이십니다!”“그럼 잘됐네!”서원 공주는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그 천잠사 치마를 꺼내거라!”김단이 가게 관리자를 한 번 보더니, 그는 바쁘게 말했다.“그 치마는 반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말하는 사이에, 옆에 있는 심부름꾼한테 장부 한 권을 건네주라 했다.김단이 장부를 열어보니, 사는 사람이 소한이었다.그녀는 눈빛이 어두워지자, 바로 장부를 닫았고, 그제야 서원 공주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씨, 이 옷은 확실히 이미 팔았습니다. 아씨가 여기서 우리랑 따져도 소용없습니다. 차라리 산 사람을 찾아가서 상의하고 이 치마를 아씨에게 양보하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서원 공주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산 사람이 누구인가?”“소
서원 공주의 눈에는 악의가 가득 배어 있었다.그러나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예의 바르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공주가 사복을 입고 사적으로 일을 치르는데, 소인도 감히 아는 척할 수 없었습니다. 공주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서원 공주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도 섣불리 들추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서원 공주는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원 공주는 김단이 자기를 모른 척한 것에 개의치 않았으나, 김단이 자기를 이용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말투에 약간의 냉기가 섞였다.“난 그래도 네가 세답방에 들어간 지 3년이 되었으면, 어느 정도 규칙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지금처럼 그녀를 대할 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사하는 행동마저 자연스럽고 의젓해 보였다.다시 김단을 세답방에 보내 3년 동안 옷을 빨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원 공주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생각한 대로 김단이 말하지 않자 서원 공주의 분노는 오히려 조금 풀렸다.그녀는 이렇게 큰 기성복 가게를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덕빈이 이렇게 통이 클 줄은 몰랐다. 결혼도 하기 전에 이 가게를 너에게 주다니. 그러나, 그래야 하는 것도 맞다. 어쨌든 그녀의 아들이..., 허허.”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원 공주는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그러고 나서 김단을 한 번 보더니, 의심 어린 눈빛을 보였다.“맞다, 내 오라버니가 오늘 아침 일찍 말을 타고 한양을 떠났는데, 너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김단은 멍하니 있다가 서원 공주를 바라더니, 망연했다.명정대군이 한양에서 나갔다고?김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서원 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또 눈썹을 찌푸렸다.“됐다. 네가 뭘 알겠냐.”그녀에게 김단은 마음에 둘 존재가 어니였다.만약 명정대군이 폐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김단을 왕비로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임원과 임학도 따라 들어갔다.김단이 거기에 멍하니 있는 것을 보고 임원이 다가가서 말했다.“이것들은 모두 오라버니가 준비한 것인데, 언니 마음에 드는지오?”김단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앞에 가득 찬 맛있는 음식들은 확실히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다.심지어 그녀는 어떤 것이 어느 술집의 것인지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임학은 이 한 상의 음식을 모으기 위해 아마 열 집 넘게 뛰어다녔을 것이다.15년 전처럼.임학은 그녀를 위해 항상 많은 시간과 정력을 아끼지 않았다.만약 예전이었다면, 김단은 벌써 아주 기뻐하고 감동했을 것이다.만약..., 그 3년이 없었다면...김단이 여전히 말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임원은 또 무슨 생각이 난 듯 말했다.“오라버니께서 언니를 위해 선물도 준비했소!”임원은 말하면서 임학에게 선물을 내놓으라고 재촉했다.임학은 쑥스러운 듯 꾸물거리며 소매에서 비녀 하나를 꺼냈다.“이것은 내가 직접 새긴 것이니. 받거라.”임학은 차갑게 말하며 그 비녀를 김단에게 주었다.김단은 그다지 정교하고 아름답다고 할 수 없는 비녀를 보고는, 임학의 손가락에 난 흉터를 쳐다봤다.임학은 김단의 시선을 느끼고, 가슴이 뜨거워졌다. 그는 그녀가 여전히 오라버니인 자기를 관심한다고 생각했다.그래서 헛기침하며 말했다.“모두 작은 상처들이라, 괜찮으니, 네가 이 비녀만 좋아하면...”“싫습니다.”김단은 임학의 말을 끊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주상과 덕빈마마께서 주신 장신구들이 많습니다. 제 창고에 있는 비녀들도 다 쓸 수 없습니다. 이 비녀는 임 낭자께 드리겠습니다!!”그녀의 냉담한 거절은 임학의 체면을 구겨놓았다.하지만 이것은 임학이 자초한 일이다.3년 전, 그는 원래 그녀에게 주어야 할 비녀를 임원에게 주었다. 그런데 3년 만에 또 하나의 비녀를 새겨서 자기에게 주는 것, 그게 도대체 무슨 의미일까?그녀가 신경 쓰는 것이 비녀 자체였나? 아니면 그는 아무 나무나 가져다주면 그녀가 최근 몇 년간 겪은 일을 모두 잊
김단은 임원을 상대하지 않고 곧장 탁상 옆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작은 원탁을 에워싸고 걸으며, 그 위에 놓인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요리를 보았다. 그러자 입가에는 냉소 섞인 미소가 번졌다.“그래서, 이것이 화해주라고?”비녀 하나, 요리 한 상으로 화해하겠다고?임원은 참지 못하고 김단을 향해 걸어갔다.“언니, 나와 오라버니는 진심으로 언니와 함께..., 아!”임원의 말이 다 끝내기도 전에, 김단은 갑자기 원탁을 엎었다.임원의 놀란 비명과 함께 맛있는 음식들은 모두 온통 엉망진창이 되었다.정성껏 준비한 음식이 이렇게 망가진 것을 본 임학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얼굴이 붉어지며, 그의 입에서 억누를 수 없는 분노가 터져 나왔다.“김단! 적당히 하거라!”임학이 화를 내는 것을 보고, 숙희는 단번에 김단의 앞으로 달려가 그녀를 보호했다.“도련님, 여기는 별당입니다!”여기는 아씨의 별당이니, 도련님께서는 여기서 그런 방자한 행동을 하셔서는 안 된다고 알리는 것이다.임학은 노발대발했다.“어디 천박한 년이 감히 내게 고함을 지르느냐? 꺼져!”숙희는 움직이지 않았다.그러나 김단은 임학의 붉어진 두 눈을 보며, 그가 숙희를 다치게 할까 봐 숙희의 어깨를 두드렸다.“넌 잠시 밖에 나가서 기다리거라.”“하지만 아씨...”숙희는 걱정됬다.그러자, 김단이 웃는 것을 보았다.“난 명정대군의 약혼녀이기에, 그는 감히 나에게 손을 대지 못할 것이다.”그렇지 않으면, 이미 위태로운 진산군댁은 완전히 쓰러지고 말 것이다!임학은 이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숙희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며 밖으로 나갔다.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김단이 손해 볼까 봐 걱정되어, 별당의 기타 시녀들에게 문밖에서 지키라 하고는 급히 안채로 달려갔다.그녀는 이 집안에서 아씨를 보호할 수 있는 사람은 큰 마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임원은 옆에서 흐느끼며 말했다.“언니, 나, 나와 오라버니는 진심으로 언니와 잘 지내고 싶소, 흑흑흑......언니, 화 풀면 안 되오?”김단은 마치
김단은 자기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무슨 말씀인지?”자기를 위해서라니?자기를 죽이려 보낸다는 말이 더 마땅하지 않나?임학은 술주전자를 들고 김단을 향해 걸어갔다.“명정대군의 일에 대해 나는 네가 진산군댁을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미리 너에게 명정대군에 대해 말했더라면, 정말 시집가지 않았겠느냐? 너는 오로지 높은 자리에 올라가기를 원했고, 우리에게 복수할 생각만 했을 뿐이다! 결국, 명정대군이라는 높은 가지를 네가 포기할 수 없었던 것 아니냐?”말하는 사이에, 임학은 이미 김단의 앞에 이르렀다.임학은 김단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컸다. 지금 그가 고개를 숙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김단은 여전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봐야 했다.그녀는 분노로 가득 찬 그의 눈동자를 마주하며, 자신도 모르게 마음속의 분노가 점점 더 짙어졌다.“도련님께서 뭔가 오해하고 계신 것 같군요. 제가 명정대군이라는 높은 가지에 오르고 싶어 한 것이 아니라, 임씨 부인께서 직접 제 손에 쥐여 주신 것입니다. 혹시 오라버니께서 싫으시다면, 임씨 부인께 가서 직접 말씀드리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임학은 갑자기 김단의 목을 졸랐다.“너는 참으로 말주변이 뛰어나구나! 나는 진작부터 네 이를 모조리 뽑고 싶었어, 더 이상 말할수 없게!”임원은 놀라서 입을 가리고 우는 것도 잊었다.임학은 김단의 말에 더욱 분노했다. 그러나, 그는 더 이상 힘을 쓰지 않았다. 오히려 손에 든 술주전자를 들고 김단의 입에 부었다.김단은 그 술주전자 안에 나쁜 것이 들었다고 직감했다. 그녀는 곧 입을 꾹 다물었다.술이 볼과 턱을 타고 온 바닥에 흘러내렸다.혼자서 김단에게 술을 먹일 수 없는 것을 보고, 임학은 갑자기 임원에게 소리쳤다.“빨리 와서 술을 부어라.”임원은 깜짝 놀랐지만, 그래도 앞으로 다가 손을 떨며 술주전자를 받았다.김단은 큰 일이라 생각하고, 바로 큰 소리로 소리쳤다.“숙희야! 빨리 나를 구해줘! 여 봐라! 빨리 와봐!”드디
다시 깨어났을 때, 김단은 낯선 침대에 누워 있었다.공기 중에 은은하게 퍼지는 침향의 향기를 맡은 그녀는 이곳이 남자의 방임을 확신했다!그러나, 그녀가 더 반응하기도 전에 귓가에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깨어났으면 빨리 꺼져!”그녀는 깜짝 놀라 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침대 끝 쪽에는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이목구비는 날카롭고 소한과 많이 닮았다. 미간에는 대장군의 품위가 가득했지만, 의외로 수척하고 창백했다.김단은 거의 한눈에 그를 알아볼 수 있었다.“소, 소하 오라버니?”그녀는 겁에 질려 허둥지둥 침대에서 내려오려 했으나, 손과 발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으로 떨어졌다.다행히도 바닥에 부딪힌 통증이 그녀를 정신 차리게 만들었다.침대에 있는 소하는 여전히 차가운 눈으로 김단을 바라보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김단은 조금 당황했다.“소하 오라버니, 저도, 제가 왜 여기 있는지 모르겠어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임학과 임원이 그녀의 입에 술을 들이붓는 장면이 떠올랐다.그놈들이었어!임씨네 남매가 자기를 소하 방으로 보낸 것이었어!몸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하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노기가 몸속에서 솟아올랐다.김단은 임학이 이 정도까지 비열할 줄은 몰랐다.그녀가 명정빈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그가 어찌 감히 그녀를 소하의 침대로 보낼 수 있는가?그래서, 그의 책략은 무엇인가?그녀를 소하에게 시집보내는 것인가?마음속 분노가 치밀어 오를 지경이었지만, 그녀는 지금 분노할 때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임학이 곧 사람들을 데리고 와 '현장'을 잡으려 할 테니, 그녀는 서둘러 이곳을 빠져나가야 했다!김단은 억지로 몸을 받치고 일어섰지만, 아랫배에서 뜨거운 열기가 전해왔다.설령 김단이 직접 그런 일을 겪지 않았더라도, 지금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임학은 그녀를 소하 방에 보낸 것도 모자라 심지어 그녀에게 미약을 썼다.그녀는 생기라고는 전혀 없이 침
그는 직접 김단을 소하의 침대로 보냈다.그것도 소하가 보는 앞에서.비록 그때 소하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지만, 임학은 소하의 눈동자 속의 경멸을 똑똑히 봤다.그럴 수밖에, 이 세상에 자신의 여동생을 다른 남자의 침대로 직접 보낼 수 있는 오라버니가 과연 얼마나 있을까?임학은 그런 사람이 자신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옆에 있던 소한이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더니, 평소와 다름없는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후회한다면 지금도 늦지 않았소.”임학은 즉시 소한을 노려보았다.“뭐가 늦지 않았다는 거요? 네 큰형 옆에 있는 머슴애가 이미 다 알아챘소!”그나저나 그는 갑자기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게다가, 내가 왜 후회해? 난 김단의 생명을 구하고 있소!”소한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단이가 나중에 자네 맘을 알게 될 것이오.”이 말을 듣고, 임학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가만히 있었다. 그의 머릿속은 온통 죽을힘을 다해 발버둥 치는 김단의 모습과 분노와 증오로 가득 찬 그녀의 눈동자로 가득했다…그녀는 이해할까?임학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그러나, 그녀가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그는 그녀가 평안하기만 하면 된다!이렇게 생각하자, 임학은 마침내 나쁜 기분을 잊고 잔에 든 술을 마신 후 벌떡 일어섰다.“가시지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소.”이때 소씨 댁으로 가면 대략 소씨네 집사람들이 김단이 소하방에서 나오는 광경을 볼 때일 것이다.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면서 묘춘당의 황의원과 정면으로 부딪쳤다.황의원은 임학을 보자마자 웃으며 의미심장한 뜻으로 말했다.“어머, 진산군댁 도련님께서 왜 여기서 술을 마시고 계십니까? 저는 어젯밤 좋은 시간을 보내셨으니, 오늘은 집에서 푹 쉬실 줄 알았습니다! 하하하!”이 말을 듣고, 임학의 얼굴색이 갑자기 변했다.그는 황의원의 옷깃을 덥석 잡아당겼다.“무슨 뜻이야? 무슨 좋은 밤?”황의원은 임학이 왜 갑자기 태도를 바꿨는지 알지 못했지만, 물음에
정암이 안아서 갔다고?김단은 미약을 마셨는데, 정암이 그런 그녀를 안고 가서, 뭘 하려고!소한은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았고, 즉시 몸을 돌려 뛰쳐나갔다.정암은 그의 부하가 되기 전에 소하 밑에서 2년 동안 선봉을 한 적이 있다.그 후 소하가 마비되고 나서도 정암은 자주 찾아왔다.그는 이 일을 까맣게 잊어버렸다.비록 그는 정암이 여자를 만난 것을 본 적이 없지만, 이렇게 오랫동안 여자를 건들지 않았으니, 김단처럼 아름다운 여자를 만나면 더욱 자제하기 어려울 것이다!소한은 생각할수록 얼굴이 어두워졌다.문을 나서자마자, 말을 타고 질주하였는데, 얼마 되지 않아, 그는 정암의 집에 도착했다.정암은 항상 문을 닫고 다닌다. 그가 김단을 안고 돌아왔을 때 얼마나 급했으면 문도 닫지 않았다.소한의 머릿속에는 정암의 그 초조한 모습이 그려지더니, 더욱 화가 났다.그는 마당으로 성큼성큼 뛰어들어 정암의 방으로 곧장 달려갔다.때마침 정암이 문을 열고 나왔다.웃통을 벗고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소한을 보고 정암은 매우 놀랐다.“장군님? 어떻게...”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소한의 주먹이 이미 날아왔다정암은 얻어맞아 넘어졌는데, 일어나기도 전에 소한의 주먹이 다시 날아왔다.정암은 이렇게 막무가내로 소한에게 얻어맞기 시작했다. 너무 화가 난 정암은 반항하기 시작했다.그러나 정암의 재능은 대부분 소한이 가르쳤기에 당연히 소한의 적수가 아니었다.임학은 급히 달려와 소한이 분노로 가득 차 있는 모습과 정암이 아무것도 입지 않은 상태를 보고,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는 다른 건 생각할 겨를도 없이 바로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얼마 지나지 않아 임학은 다시 방에서 뛰쳐나오더니, 정암 위에 올라 분노하며 주먹을 휘두르는 소한을 강하게 밀어냈다.그제야 그는 큰 소리로 소한에게 물었다.“단이는?”정암은 마침내 앉아서 피를 한 모금 뱉고 있었고 소한을 한 번 노려보고서는 대답했다.“무슨 단이?”임학은 몹시 초조해했다.“정암, 모른 척하지 마! 내 여동
5일 후.김단은 허약해 보이는 안색을 숨기기 위해 가볍게 치장을 하고 외출하려 했다.그녀는 이미 십여 일 동안 조모께 문안드리지 않았다. 비록 수 나인께서 돌보고 계시지만, 조모는 틀림없이 그녀를 매우 걱정하실 것이다. 그녀는 조모께 안부를 드려야 한다.조모를 만난 후에 그녀는 정암을 찾아가려 한다.그녀는 정암도 틀림없이 자기를 매우 걱정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러나 문을 나서자마자, 마당에 서 있는 임씨 부인을 보았다.김단을 보자 임씨 부인은 어색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지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 다가서려 했으나 김단이 밀어낼까 봐 걱정되어 그 자리에 서서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김단은 살짝 한숨을 쉬고 나서야 임씨 부인을 향해 걸어갔다.그녀는 인사를 올렸다.“마님께서 무슨 일로 찾아오셨습니까?”김단의 부드러운 말투를 듣자, 임씨 부인의 웃음은 그제야 어색하지 않았지만, 눈에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이 맺혔다. 그녀는 김단을 보고 말했다.“원이가 오늘 침대에서 내려온 것을 보고서야 너를 보러 왔다. 지금 네가 이렇게 잘 회복되는 것을 보니 나도 안심할 수 있다.”김단은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았다.분위기가 어색해하자, 임씨 부인은 다시 물었다.“이렇게 예쁘게 차려입고 외출하려는 것이냐?”김단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네, 정암한테 가려고 합니다.”“뭐?”임씨 부인은 좀 놀랐고, 얼굴에는 난감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단이야, 잘 생각했어? 정말 정암과 함께 할 셈이야?”김단은 대답은 하지 않고 단지 조용히 임씨 부인을 보고 있었다. 하지만 임씨 부인은 그녀 눈에 담겨있는 확고함을 똑똑히 보았다.이 상황을 본 임씨 부인의 마음은 매우 아팠다.“나는 네 결심을 알고 있지만..., 이번에는 정암의 아버지께 일이 생기고, 그럼 다음은? 앞으로 정암의 가족에게 문제가 생기면 너는 계속 이렇게 너와 원이의 몸을 망가트릴 것이냐?”이 말을 듣고서야 김단은 참지 못하고 비웃었다.임씨 부인이 걱정하는 것은 자기가 아니라,
정암은 진산군댁에 들어서자마자, 별당으로 곧장 달려갔지만, 김단을 만나지 못했다.숙희가 방문 밖에 서서 정암을 향해 인사하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정암 종사관님의 아버지께서 괜찮으시다니 첨만 다행입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 아씨께서 휴침 중이시라 아마도 종사관님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시지요!” 정암은 눈썹을 찌푸리며 물었다.“혹시 아씨께서 날 만나고 싶지 않은 건지?”숙희의 표정이 약간 굳어졌다가 다시 말했다.“종사관님,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아씨께서는 최근 며칠간 제대로 쉬지 못했습니다. 종사관님 아버님께서 풀려나셨다는 소식을 듣고 나서야 겨우 안심하고 잠이 들었습니다. 제가 방해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겁니다.”정암은 심장이 갑자기 쪼여지더니, 바삐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방해하지 말고, 푹 쉬게 해야지. 그럼, 그럼 내일 다시 오겠네.”그는 말하고는 돌아가려 했다그러나 숙희가 급하게 그를 불렀다.“종사관님!”정암은 발걸음을 멈추고 그녀를 쳐다보았다.숙희는 여전히 웃고 있었지만, 미간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아씨는 종사관님 아버지께서 감옥에서 고생하셨을 거라 생각하셨고, 종사관님께서 요 며칠 동안 가족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시며 아버님의 마음을 달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며칠 지나서 저희 아씨께서 종사관님을 보러 갈 것입니다.”며칠 지나서 김단이 그를 보러 갈 테니, 그는 다시 올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정암은 여전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알고 있다. 잘 알고 있다.그녀는 며칠 동안 단식을 했으니, 지금은 분명히 매우 허약할 것이다. 자신이 이렇게 허약한 모습을 보여주면 그가 걱정하고 자책할까 봐,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다만, 가슴이 찢어지듯이 아파서 그의 두 눈마저 시뻘게졌다.그는 무능한 자신이 너무 밉다.숙희는 정암의 마음을 꿰뚫어 보고 바삐 입을 열었다.“종사과님, 아씨의 마음속에는 종사관님이 있어요.”이 말을 듣고 정암이 멍하니 있다가, 계속 고개만 끄덕였다.
정암은 멍해졌다.단식? 찌꺼기를 먹는다고?요즘, 그는 아버지의 일 때문에 바쁘게 뛰어다녔고, 가끔 한가해질 때면 항상 그녀를 그리워했다.그는 그녀가 자기 아버지가 걱정되어 먹지 못하고 잠도 잘 이루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했다.그래서 그는 쉬지 않고 달려왔다.진산군댁의 호위가 그를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 하지만 그도 감히 담을 넘지 못한다. 자신의 경솔한 행동이 그녀의 처지를 더욱 어렵게 할까 봐 걱정했다.그러나 그는 그녀가 이렇게 큰 희생을 할 줄 몰랐다.그는 그가 찾은 증거가 충분해서 아버지가 석방된 것으로 생각했다.그러나 지금은 아버지가 경조부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그녀가 단식하고, 찌꺼기까지 먹었기 때문이라는 걸 깨달았다!가슴이 무언가에 찢기는 것 같았다. 정암은 지금처럼 자신을 미워한 적이 없다.무능한 자신이 너무 미웠고, 그녀를 보호해 주겠다고 해놓고, 결국 그녀는 자신을 위해 이 지경까지 괴롭힘을 당했다!임학은 이 틈을 타서 정암의 제한 속에서 벗어났고 정암의 얼굴을 향해 두 주먹을 날렸다.“너 때문이야! 이 썩을 놈아! 네가 뭔데 내 여동생이라 혼인하겠다는 거야!”정암은 비틀거리며 두 발짝 뒤로 물러섰지만, 정신을 차리고 갑자기 임학을 향해 돌진했다. 주먹이 사정없이 임학의 얼굴로 향했다.“당신들은 왜 계속 그녀를 괴롭힙니까? 그녀는 진산군댁의 친딸이 아니더라도 당신 집에서 15년 동안 키운 딸이지 않습니까?”임학은 몇 대 맞고 피를 토했지만, 여전히 물러서지 않고 정암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네가 분수도 모르고 나대지만 않았어도 단이는 이렇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정암은 피하지 않았고, 피하고 싶지도 않았다.그는 자신이 맞아도 싸다고 느꼈다.자신의 무능함에 주는 벌이라 생각했다.그러나 그는 임학이 자기보다 더 못났다고 생각했다.그래서 다시 주먹을 휘두르고 차가운 목소리로 소리쳤다.“당신들이 그녀의 살갗을 벗기고 피를 마시고 있습니다!”임학은 쓰러지더니, 발버둥 치며 일어나 바닥에 앉아 거
진산군은 몸을 돌려 시녀들을 향해 화냈다.“다들 멍청이느냐? 빨리 의원을 불러 큰 아씨한테 오라고 해! 어서 제비집 죽 가져와!”이렇게 소리쳤지만 몸을 돌려 김단을 쳐다보지는 못했다.숙희도 그제야 김단 곁으로 다가가 손수건을 꺼내 그의 다른 손을 살며시 닦아주었다. 하지만 눈물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내렸다.“아씨, 흑흑흑, 방에 들어가요...”그러나 김단은 그저 평온하게 임학을 바라보며 목이 멘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도련님께서는 말한 대로 하시기를 바랍니다.”오늘 이후로, 진산군댁은 더 이상 정암 가족을 괴롭히지 못한다!이 말은 마침내 임학을 자극했다.임학은 김단을 보고 이해할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정암이 그렇게 좋아?”얼마나 좋았으면, 정암을 위해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한 통의 찌꺼기를 다 먹을 수 있겠어?정암이 도대체 무슨 능력이 있어서 그녀를 이 지경까지 만드는 건가?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숙희랑 방 안으로 걸어갔다.그녀는 과연 정암을 그렇게 많이 좋아하나?그녀도 잘 모른다.그녀의 진산군댁 생활은 마치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듯했다. 거대한 파도가 밀려올 때면, 물속으로 가라앉지 않기 위해 필사적으로 허우적대는 것 외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그러나 정암은 마치 바다에 떠 있는 쪽배처럼 그녀가 익사할 때 나타나 그녀를 배에 태워서 마음을 따뜻하게 했다.모든 사람이 정암은 자신을 보호할 수 없다고 한다. 작은 쪽배도 바다 위에서는 물결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거센 파도가 밀려올 때면 쪽배도 부서지고 새고 결국 그녀와 함께 바다에 가라앉을 것이다...하지만 그들은 이 쪽배가 그녀의 생명을 구했었다는 것을 모른다.그래서 무슨 일이 있어도 정암이 그녀를 버리지 않는 한 그녀는 정암을 포기할 수 없다!임씨 부인은 눈물을 훔치며 김단을 따라 방에 들어가려 했지만, 방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김단이 막았다.“숙희만 있으면 돼요, 마님은 돌아가세요!”말이 떨어지자, 김단은 방에 들어가 담담하게
임학은 김단을 노려보았다. 마치 김단이 먹지 않을까 봐 걱정된 듯 또 입을 열었다.“만약 네가 이 통 안의 것을 먹는다면 진산군댁에서 더는 정암을 귀찮게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마.”임학의 말을 듣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쪼여졌다.“학아,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이렇게 대할 수 있느냐? 단이는 벌써 며칠 동안 아무것도 먹지 않았는데, 네가 어떻게 단이에게 찌꺼기를 먹이느냐?”임학은 몸을 돌려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어머님! 제가 독한 것이 아니라, 정말 김단이 너무 교활해서 그래요! 이번에 원이를 단식하게 하고, 다음에 또 무슨 짓을 할지 누가 알겠어요? 두 분은 정말 더 이상 김단을 믿어서는 안...”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방에서 숨을 들이쉬는 소리가 들렸다.임학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임원마저 삼키는 동작을 멈추고 모든 사람과 함께 놀라서 그의 뒤를 바라보는 것을 보았다.그제야 임학은 무언가를 깨달은 듯 온몸이 뻣뻣해져 천천히 몸을 돌렸다.김단은 어느새 찌꺼기 통 옆에 엎드려 두 손을 통에 넣고 통 안의 물건을 잡고 먹고 있었다.임원처럼 게걸스럽게 먹는 것과 달리, 그녀는 천천히 먹고 있었다.그녀는 그저 조용히 먹고 있었다.마치 평범한 음식을 먹는 것 같았다.그런데, 그것은 어젯밤에 남겨진 찌꺼기다!모든 사람이 먹다 남은 것이다!먹기는커녕, 한쪽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그는 찌꺼기 통에서 가끔 풍기는 이상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냄새만 맡아도 속이 쓰리다.그런데, 그녀는 어떻게 이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지?임원의 눈이 심하게 떨고 있었다.3년 전에 그녀가 김단을 해쳤지만, 그녀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만들었는지 잘 몰랐다.지금, 이 순간, 한때 구슬처럼 눈부시게 빛났던 사람이 지금에 와서 길가의 거지처럼 찌꺼기 통을 안고 먹는 모습을 보고, 그녀는 마침내 자기가 도대체 김단을 어느 지경까지 헤쳤는지 깨달았다!이렇게 생각하자, 그녀는 가슴이 두근거려 무의식적으로 진산군과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은 여전히 놀
김단의 움푹 들어간 검은 눈언저리를 본 숙희는 마음이 깨질 것만 같았다.김단이 힘없이 입을 여는 것을 보았다.“사람을 보내서 경조부에 가서 확인해 봐.”숙희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요. 제가 바로 사람을 보내겠습니다!”말을 마치자, 숙희는 즉시 사람을 경조부로 보냈다.진산군은 조급했다.“너도 사람을 보냈으니, 내가 속일 수는 없지 않느냐? 빨리 네 여동생에게 좀 먹어라 해!”말하는 사이에 임씨 부인도 왔다. 그녀의 뒤를 바짝 따르던 시녀 두 명이 제비집을 넣고 끓인 죽을 한 그릇씩 들고 있었다.김단과 임원을 보고 임씨 부인은 마음이 아팠고 바삐 시녀에게 말했다.“빨리 두 아씨에게 죽을 먹여라!”그러자 두 시녀는 김단과 임원 앞에 무릎을 꿇고 제비집 죽 한 숟가락을 떠서 두 사람의 입으로 떠넣었다.그러나 김단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김단은 위협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바라보았다.김단의 시선을 감지한 임원은 가슴이 조여와, 이미 벌린 입을 재빨리 다물고 다시 누웠다.임원은 눈을 감고 어깨를 계속 떨며 우는 것 같았다.그러나 5일 동안 물을 마시지 않아서, 그녀는 지금 눈물 한 방울도 흘리지 못했다.이 장면을 보고 진산군과 임학은 분노했다.임학은 심지어 욕설을 퍼부었다.“양심 없는 년! 아버지께서 이미 사람을 풀어주셨는데, 또 뭐 어쩌려고? 정말 원이를 죽게 만들 셈이야? 정암 때문에 네 눈에는 네 여동생의 목숨도 보이지 않니?”임학은 화가 나서 정말 미쳐 버릴 것 같았다.그러나 김단은 천천히 눈을 감고 그를 보지 않았다.5일 동안 먹고 마시지 않았는데, 그녀는 지금 정말 그와 다툴 힘도 없었다.그렇지 않으면, 그녀는 꼭 한마디 했을 것이다. 임원은 자기의 여동생이 아니라고!다행히도 얼마 지나지 않아, 숙희가 보낸 머슴애가 황급히 돌아왔다.이 머슴애는 별당 사람이다. 김단의 모습을 보고, 가슴이 떨려 말하는 소리에는 슬픔이 묻어났다. “아씨, 소인은 정암 종사관이 그의 아버지를 데리고 가는 것을 똑똑히 봤습니다.”이
예전에 김단을 위해 별도 달도 따다 주겠다는 사람이 지금은 그녀를 가만두지 않겠다고 한다. 참!김단은 소리 내며 웃더니, 몸을 돌려 계속 풀을 뽑았다. 땅을 바라보는 눈빛 속에는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슬픔이 숨어 있었다.“대감마님께서 정말 임 낭자를 아끼신다면 빨리 무고한 사람들을 풀어주세요. 그렇지 않으면 임 낭자는 굶어 죽어도 전 계속 살아 있을 것입니다.”이렇게 말하자, 김단은 무언가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어 진산군을 바라보았다.눈빛에 담긴 슬픔은 이미 사라졌고, 오직 비웃음만이 남아 있었다. “임 낭자는 대감마님의 유일한 딸이십니다. 그녀를 죽게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진산군은 화가 나서 피가 거꾸로 치밀어 오르는 것 같았다. 김단의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고, 마음속의 분노는 더욱 솟구쳤다.“좋아! 좋아! 정말 이것으로 나를 쥐락펴락할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너는 정말 이 아버지를 우습게 보는구나! 내가 전쟁터에 나갔을 때, 넌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 진산군은 김단에게 자기도 고집불통이라 절대 굴복하지 않는다고 알려주고 싶었다.그러나 김단은 가볍게 말을 내뱉었다. “제 아버지의 성은 김씨 입니다. 벌써 죽었다고 들었습니다.”그 말을 들은 진산군은 분노가 치밀어 올라 한동안 말문이 막혔다.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소매를 뿌리치고 가버렸다.커다란 별당이 다시 썰렁해졌다.김단은 그제야 동작을 멈추고 다시 굳게 닫힌 정원 문을 보면서 오랫동안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정원 문이 다시 열릴 때는 3일 후였다.이때 김단은 정원의 흔들의자에 누워 힘이 조금도 없었다.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어 입구를 바라보니 진산군이 한 무리의 사람을 이끌고 화내며 걸어오는 것을 보았다.배고픔이 극에 달했는지, 김단은 눈앞이 흐릿해져도 진산군이 오는 쪽을 힘겹게 바라보았다. 그러다 마침내 진산군의 뒤를 따르는 임학과, 뒤에서 누군가에게 이끌려 오는 임원의 모습을 뚜렷이 알아보았다.그녀는 그제야 입꼬리를 올렸다.보
김단은 정원 문 뒤에 서서 어두운 밤 속에 가려진 연못을 조용히 바라보았다.연못 물은 맞은편에 있는 초롱의 빛을 거꾸로 비추고 있었다. 약한 빛은 마치 언제든지 어둠에 삼켜 버릴 것만 같아 연못의 돌다리조차도 똑똑히 비추지 못했다.김단은 깊은 숨을 들이마시고 나서야 돌다리를 향해 걸어갔다. 부드러운 바람이 불어와 귀밑의 살쩍을 불었지만,연못은 미동도 없었다.김단은 자기가 마치 초롱의 빛이고, 부드러운 바람이라 생각했다. 그녀가 어떤 모습으로 망가지든 옛 가족의 마음을 흔들 수 없다고 느꼈다.이렇게 생각하자, 김단은 갑자기 고개를 숙이고 씁쓸하게 웃었다.이 순간, 그녀는 오히려 임원이 있어서 다행이라 생각했다.임원이 정말 마시지 않고 먹지 않는 한 진산군은 반드시 마음이 아플 것이다!김단의 짐작이 맞았다.이틀이 지나자, 진산군은 노기등등하여 별당으로 왔는데, 마침, 김단은 정원에서 김매고 있었다.초봄이 되어 화단의 잡초가 매우 빨리 자라서 제때 뽑지 않으면 며칠이 지나지 않아 꽃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진산군이 문을 부수고 들어오는 걸 본 김단은 그제야 몸을 일으켰다. 진흙으로 더럽혀진 두 손을 진산군을 향해 내보이며서야 비로소 입을 열었다.“대감마님께서 오늘 오실 줄 몰랐습니다. 제대로 인사드리지 못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망할 년!”진산군은 노발대발하더니 손을 휘젓더니 엄하게 명령했다.“뒤져라!”갑자기 두 팀의 호위가 좌우로 나뉘어 줄지어 들어왔다.김단은 그제야 눈살을 찌푸렸다.“대감마님께서 무슨 뜻입니까?”진산군은 대답 없이 김단만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얼마 지나지 않아 두 팀의 호위는 또 모두 나왔다.“대감마님, 어떤 음식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대감마님, 저희도 아무것도 찾지 못했습니다.”그녀가 음식을 숨겨서 먹는 줄 알았던 모양이다.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콧방귀를 꼈다.진산군이 차갑게 소리치며 물었다.“너는 도대체 먹을 것을 어디에 숨겼느냐!”이틀 동안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서 임원은 침대에서 내려올 힘
진산군은 이 일을 알고 매우 화가 났다.김단이 별당에 도착하기도 전에 진산군댁의 호위들은 벌써 별당을 포위했다.호위장은 때마침 돌아온 김단에게 인사를 올리고 나서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대감마님께서 오늘부터 큰 아씨를 별당에 연금하여 외출을 금지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김단은 이미 예상해서 놀라지도 않고 그저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별당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그러자, 호위장은 또 김단을 막고, 이어서 말했다.“그리고 큰 아씨께서 단식하는 것을 좋아하시니 오늘부터 잘못을 뉘우칠 때까지 마시지 말고, 먹지도 말라고 명하셨습니다.”김단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러고는 여전히 담담한 모습으로 말했다.“알겠으니, 이제 들어가도 되겠소?”김단이 이렇게 차분한 것을 보자, 호위장은 의아했다. 김단이 무슨 방법이 있어 연금에서 빠져나갈까 봐 작은 소리로 알려줬다.“대감마님께서 우리더러 별당을 엄격히 지키라 하셨습니다. 이 기간에 별당에는 아무도 드나들지 못합니다. 명을 거역하는 자는 당장 죽이라고 하셨습니다.”이 말은 김단이 이 문을 들어서는 순간, 밖의 사람과 연락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예를 들면, 전에 몰래 그녀를 보러 왔던 정암을 말한다.하지만 지금, 김단이 걱정되는 사람은 정암이 아니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대감마님께서 벌을 내린 사람은 나뿐이오. 내 마당의 하인과는 무관하오. 나를 가둬두기 전에 내 마당에 있는 모든 사람을 나오라 해도 되겠소?”이 말을 듣자, 호위장도 난감했다.“이러면...”“모두 살자고 일하는 것인데, 그들도 집에 살려 먹여야 할 사람이 있는데, 주인인 내가 잘못했다고 그들까지 연루해야 하오?”김단은 말하면서 머리에서 비녀 하나를 뽑아서 호위장 손에 넣어 줬다.“좀 봐주시죠.”이 비녀는 전에 궐에서 하사한 것이다. 비녀 위에 있는 진주만이라도 가치가 어마어마해서 호위장은 바로 마음이 움직였다. 생각해 보면 김단의 말도 도리가 있다.더군다나, 진산군은 큰 아씨를 연금하라 했지, 미리 별당 사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