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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1화

Author: 적매화
김단의 얼굴에서 한양 서쪽에 대한 두려움이 조금도 없음을 본 명정대군은 마음속으로 김단이 도대체 자신을 어디로 데려가려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러더니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입가에 웃음을 지었으나 그 웃음 속에는 경멸이 가득했다.

그는 김단이 그의 통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부모가 직접 그의 앞에 보낸 사냥감이 어찌 그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있겠는가?

다만 그는 김단이 그를 데리고 간 곳이 연래 차관일 줄은 몰랐다.

바로 전에 그들이 약속했지만, 임학에게 서신을 바꿔치기해서 끝내 만나지 못했던 곳이다.

차관은 모두 2층으로 되어 있었다. 1층의 대청 중앙에는 작은 무대가 하나 놓여 있었고, 그 위에서는 일 년 내내 가녀가 노래를 부르며, 마술을 부리는 것도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무대 위에 있는 사람은 이야기꾼이었다.

이야기가 아주 재미있었는지 주위의 다객들은 모두 정신을 집중하여 듣고 있었다.

김단과 명정대군은 찻집 심부름꾼의 안내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나 심부름꾼이 차를 올리자마자, 명정대군의 얼굴색은 변했다.

그 이야기꾼이 한 얘기는 다른 사람이 아닌 그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설령 이야기 속에 있는 인물의 이름은 그가 들어본 적도 없는 이름이라 하더라도, 그는 그 이야기꾼의 입에서 과장되어 보태어 말한 '선천적으로 거세한 사람'이 바로 자기라는 것을 똑똑히 알고 있었다!

즉시 노여움이 가슴에서 솟아오르자, 명정대군은 잔을 떨어뜨리고 탁자를 엎으려 했다.

그러나 김단의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대군자가께서 조용히 앉아 있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셈입니다.”

명정대군이 어리둥절하더니, 그제야 김단을 다시 바라보았다.

그녀는 입가에 웃음을 머금고 있었고, 그 두 눈에도 온통 담담한 웃음기가 가득했다.

경멸의 웃음기라고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담담하다!

그는 마침내 깨달았다.

“이 이야기꾼은 당신이 시킨 것이오?”

어쩐지 그녀가 그를 이 차관으로 데리고 온다더니!

김단은 부인하지 않고 멀지 않은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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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2화

    만약 마지막에 모든 사람이 이 일을 알게 된다면, 명정대군은 진산군댁과 혼인하기는커녕 가장 권세 있는 영의정댁과 혼인하더라도 평생 다시 한양에 돌아올 생각을 하지 못한다!그때가 되면 명정대군이 한양에 돌아오든 말든지 중요하지 않다.중요한 것은 그의 체면이다. 남자의 존엄성이다!그의 신체가 불완전하다는 것은 절대로 누구에게도 알려서는 안 된다.명정대군은 온몸이 떨리고 있었는데, 그 분노는 그의 가슴속에 눌려 감히 조금도 폭발하지 못했다.그러나 그는 이해하지 못했다.“당신은 어떻게 알았소?”그의 몸에 결함이 있는 일을 아는 사람이 별로 없다.김단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명정대군은 곧 무엇을 떠올랐다.“세답방에서 어마마마궁으로 간 그 나인인가? 이름이 뭐였지, 유 나인?”그는 어마마마 주변의 사람들만이 그의 일을 알아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김단은 순간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그녀는 유 나인을 끌어들일 수 없다.김단은 무표정으로 말했다.“유 나인은 단지 청소하는 나인일 뿐입니다. 대군자가의 이런 사적인 일은 그녀가 알 능력이 없을 것 같습니다.”이 말을 듣자, 명정대군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 하찮은 나인까지 그의 일을 모두 알 수 있다면, 그의 일은 이미 모든 사람이 다 아는 지경이 되지 않았겠는가?그러나 유 나인이 아니라면 또 누구였을까?그가 그 당시 다친 비밀을 누가 알 수 있을까?명정대군의 머릿속에 또 한 사람이 떠올랐다.순간 모든 분위기가 가라앉았다.그는 눈썹꼬리를 살짝 치켜세우고 김단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소한인가?”김단은 명정대군이 소한을 상대하는 것이 유 나인을 상대하는 것보다 낫다고 느꼈다.그래서 대답하지 않고 명정대군을 향해 입꼬리를 올리며 웃고는,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한 모금 마셨다. 이런 행동은 명정대군에게 묵인하는 것으로 비쳤다. 그리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가슴은 극도의 분노로 심하게 일렁였다.주위에서 쏟아지는 이상한 눈빛에 그는 화를 참으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3화

    임원의 말은 김단을 크게 놀라게 했을 뿐만 아니라 임씨 부인도 깜짝 놀라게 했다.임씨 부인은 김단이 바로 '좋다'고 말할까 봐 걱정했다. 그럼, 나중에 정말 임원을 한양 서쪽으로 보내야 하는 것이 아닌가?그리하여 김단이 입을 열기도 전에 임씨 부인은 당황하며 말했다.“단이야, 네 여동생이 한 말은 모두 헛소리이다. 절대 마음에 두지 마라. 원이는 단지 명희 그 계집애를 걱정할 뿐이다.”임씨 부인이 이렇게 조급하게 임원을 감싸고 있는 모습과 오늘 직접 자신을 명정대군에게 보내는 모습을 비교해보니, 참으로 우스꽝스러웠다. 김단의 마음속 한기는 점점 짙어졌지만, 입가에는 여유로운 미소를 머금었다.“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명희는 지금 내 별당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소. 임 낭자는 걱정하지 않아도 되오.”이 말이 나오자, 임원은 더욱 조급해했다.“상처를 치료하다니오? 무슨 상처 말인지오? 명희가 멀쩡하면 왜 상처를 치료하는 거지오? 언니가 명희를 다치게 한 거 아닌지오?”말하는 사이에 콩알만 한 눈물이 흘러내렸다.김단은 보기 지겨워서, 말했다.“걱정이 되면 나를 따라 보러 가시지요!”말을 마치자, 그들 두 모녀는 더 이상 아랑곳하지 않고 곧장 별당으로 갔다.숙희는 김단의 뒤에 따라오는 임원과 임씨 부인을 보고 놀랐다.그녀가 입을 열기도 전에 김단이 묻는 것을 들었다.“명희는?”김단의 눈에는 이상한 기색을 띠고 있었다.숙희는 곧 알아차리고 가볍게 웃으며 대답했다.“명희 낭자는 지금 그녀의 방에서 상처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소인이 길을 안내하겠습니다.”말을 마치자, 먼저 앞서서 명희가 묵고 있는 방으로 걸어갔다.임원는 바삐 따라갔지만 멀지 않은 곳에서 한 계집애가 숙희보다 먼저 자리에 떤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일행은 명희의 방 앞에 도착했다.숙희와 김단은 서로를 한 번 보고서야 앞으로 나아가서 문을 두드리려 하는 척했다.그러나, 문을 두드리는 손이 아직 떨어지지 않았는데, 집 안에서 이미 소리가 전해졌다.“명희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4화

    말이 끝나자, 임원은 단번에 임씨 부인을 향해 무릎을 꿇었다.“안 됩니다! 어머님! 명희를 쫓아내지 마십시오! 그녀는 일부러 그런 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김단은 한쪽에 서 이 상황이 매우 웃기게 느껴젔다.“임 낭자의 이 말은 무슨 뜻이오? 설마 내가 명희에게 그렇게 말하라고 가르쳤다는 것이오?”임원은 멍하니 있었다. 얼굴에는 이미 눈물 자국이 가득했다. 그녀는 고개를 저으며 임씨 부인에게 간절히 애원했다.“아닙니다, 전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만 명희가 아직 어려서 철이 없어서 잘못 말한 것입니다. 어머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나중에 반드시 그녀를 잘 관리하겠습니다! 어머님, 제발, 명희를 쫓아내지 마십시오...”옛날이었으면 임원이 울기만 하면 임씨 부인은 틀림없이 마음이 약해질 것이다.다만 오늘, 명희가 그녀의 마지막 한계를 간드렸는지 임씨 부인의 마음은 약해지지 않았다. 오히려 주시하는 눈빛으로 임원을 자세히 살펴봤다.“단지 시녀일 뿐인데, 원이 네가 왜 이 지경까지 하는 거야?”임씨 부인은 처음으로 시녀 하나를 위해 임원이 너무 많은 것을 했다고 느꼈다.어느 집 주인이 걸핏하면 시녀 하나 때문에 무릎을 꿇고 굽신거리며 애걸복걸하는가?임원은 더 이상 말하지 못했다.이 상황을 본 김단은 숙희를 보며 눈짓을 했다.숙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바로 앞으로 나가 명희를 끌고 나가려 했다.“우리 진산군 댁은 너처럼 주인을 몰라보는 천박한 년을 용납할 수 없다!”명희도 갑자기 땅에 무릎을 꿇었다. 한 손은 숙희에게 끌려 있었고, 다른 한 손은 오히려 임원에게 뻗었다.“아씨 살려주세요, 흑흑흑,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아씨 살려주세요!”임원은 명희의 손을 바삐 잡아당겼고,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숙희가 사람을 데려가는 것을 막았다.그래서 울 힘조차도 없었다.그녀는 흐느끼며 자신의 자태를 조금도 돌보지 않고 매우 보기 흉한 자세로 임씨 부인을 향해 말했다.“어머님, 제발, 명희를 구해주세요! 제가 명희를 잘 타이르겠습니다. 반드시 잘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5화

    친여동생?명희가?김단의 눈길은 명희의 몸에 떨어졌고, 임원의 말로 인해 혼란스러웠다.임씨 부인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눈빛에는 충격이 가득하였다.유독 숙희만 이 모든 것을 믿지 않고 크게 소리쳤다.“그럴 리가 없어요! 명희는 우리 아씨와 전혀 닮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친자매일 수가 있습니까?”아마 정말 방관자가 더 냉정한 것 같다.숙희가 말하고 나서, 김단은 이제야 명희를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녀의 피부는 하얀데, 명희는 타고난 검은 피부이다.그녀는 큰 눈을 가지고 있지만, 명희는 표준적인 봉안이다.눈만 그런 게 아니다.코, 입, 귀 모양까지도 비슷한 곳이 없었다.임원이 바로 대답했다.“그것은 명희는 아버지를 닮았기 때문입니다! 명희는 아버지와 거의 똑 닮았고, 언니는...언니는 그녀의 어머니를 닮았습니다.”어머니?김단은 임원을 보고 냉담한 표정을 지었다.그녀의 어머니에 관해서는, 일찍이 임씨 부인을 도와 아이를 낳은 산파를 말하는 것인데, 김단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하지만 당시 임씨 부인은 외지에서 놀다가 부주의로 넘어져 조산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부근 마을에서 이미 배가 부른 산파를 급히 찾았다는 말을 들었다.임씨 부인도 그 산파를 본 적이 없없다.왜냐하면 산파가 왔을 때, 그녀는 이미 기절했기 때문이다. 듣자 하니 그 산파는 온 힘을 다해 위험을 무릅쓰고 그녀의 배를 힘껏 눌러서 아이를 받았다고 한다.산파도 그녀를 구하기 위해 태기를 건드려 그날 밤에 출산했다고 한다.이 일을 떠올리자 임씨 부인의 마음속에는 복잡한 감정이 뒤엉켰다. 그 산파는 분명히 그녀의 생명을 구해 주었기에, 당시 임씨 부인은 크게 감격하여 많은 사례금을 남겼다. 그러나 그 산파가 바로 그녀와 친딸을 15년 동안이나 떨어지게 만든 장본인이기도 했다. 다만, 그때 임씨 부인과 산파는 서로 몸을 풀고 있었기에 실제로 만난 적은 없었지만, 산파의 남편은 한 번 문발을 사이에 두고 그녀와 마주친 적이 있었다.피부가 거무스름하고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6화

    임씨 부인은 일이 매우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느꼈다.임원은 오히려 울부짖기 시작했다.“모두 제 잘못입니다! 제가 부모님을 속였습니다. 어머님께서 벌을 내려주세요!”말을 마치자, 임씨 부인에게 절을 했다.그러나 아마도 임씨 부인이 여전히 혼란스러워서 그런지 평소처럼 임원을 부축하지 않았다.그리하여 임원은 계속 머리를 땅에 닿는 자세로 무릎을 꿇었고 몸은 너무 울어서 덜덜 떨었다.이 상황을 본 명희는 빨리 임원 곁으로 달려가 같이 무릎을 꿇었다.“마님, 아씨는 소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님을 속이는 것입니다. 마님께서 탓하려면 소인을 탓하십시오! 절대 아씨에게 화내지 마십시오!”이렇게 말하고는 절하기 시작했다.“모두 소인의 잘못입니다! 마님께서 아씨를 용서해 주십시오!”말 한마디마다 절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다친 이마에서 피가 났다.이 장면을 본 임씨 부인은 자신의 심장이 요동치는 것을 느낄수 있었다.왠지 모르게 그녀는 천천히 김단을 바라보았다.김단은 곧바로 임씨 부인의 뜻을 알아차리고 깊은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말했다.“오늘 임 낭자가 한 말은 확실히 너무 믿기 힘든 일입니다. 그러나 임 낭자와 명희가 모두 다친 와중에 먼저 돌아가서 쉬는 게 낫지 않을까요?”임원도 명희를 위해 사정하는 바람에 이마에 피가 보였다.김단의 말을 듣고서야 임씨 부인은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 같았다.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마침내 앞으로 다가가 임원을 일으켜 세웠다.“일어나거라, 너도 고생이 많다. 난 네가 선량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됐다, 먼저 돌아가서 쉬거라.”임씨 부인의 태도는 예전보다 다소 차가워졌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부드럽고, 눈빛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임원도 마음속으로 조금 불안했지만, 이 순간 더 이상 함부로 말해서 임씨 부인을 기분 나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그래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하고 명희를 끌고 밖으로 나가려 했다.그런데 문앞에 도착하자마자, 김단이 갑자기 불렀다.“잠깐만!”그녀의 목소리는 담담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7화

    이튿날 아침.김단은 한바탕 몸치장을 마친 후에서야 앉아서 아침밥을 먹었다.숙희가 김단을 모시러 다가오고는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그래서 김단은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물었다.“무슨 일이길래 이렇게 즐겁느냐?”“아닙니다!”숙희는 한사코 부인했지만, 밖에 서 있는 시녀들을 한번 보고 나서야 목소리를 낮추었다.“명희는 어젯밤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예상했던 대로다.김단은 눈썹 끝을 살짝 치켜세웠다.“네가 못 먹게 했느냐?”“그럴 리가요! 소인은 좋다는 물건은 다 명희에게 보냈습니다!”바로 숙희가 너무 좋은 것을 보냈기 때문에, 명희는 감히 먹지 못한 것이다!김단은 냉소하며 말을 받지 않았다.그러나 숙희는 오히려 얼굴을 가라앉혔다.“아씨는 정말 명희가 아씨의 친여동생이라고 생각하십니까?”어제 둘째 아씨가 말한 것에 대해 그녀는 아무리 생각해도 수상쩍었다.김단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상관없어. 이 일은 누군가가 반드시 조사할 것이다.”임씨 부인은 반드시 이 일을 밝혀낼 것이다.그러나 명희가 친여동생이 맞든 틀리든, 그녀는 명희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친여동생 신분만 있으면 무사할 줄 알았는가?그렇다면, 이 친여동생이 자기의 별당에서 하룻밤이라도 편안하게 잘 수 있는지 지켜보겠다!그러나, 김단의 대답을 듣고, 숙희는 오히려 약간 실망했다.“소인은 아씨가 오늘 이렇게 일찍 일어나, 바로 이 일을 조사하러 가려는 줄 알았습니다!”김단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는 오늘 다른 곳에 갈 예정이야.”김단은 오늘 덕빈마마께서 주신 가게를 검수하러 가려 한다.그곳은 한양에서 가장 유명한 기성복 가게로, 종종 다른 곳에서는 구할 수 없는 양식과 옷감이 있었다.물론 가격도 엄청났다.김단은 오늘 첫째로 가게의 가게 관리자와 심부름꾼한테 그녀가 새 주인이란 것을 알리는 것이고, 둘째는 이 가게가 1년에 얼마나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지 보려는 것이다.가끔, 돈이 있는 것도 일종의 저력이다.그런데, 때마침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8화

    김단은 자기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왜냐하면 눈앞의 여자는 다름이 아닌, 바로 그해에 그녀를 세답방에 보냈고, 또 세답방의 여러 나인에게 그녀를 꼬박 3년 동안 모욕하도록 명령한 장본인이다!서원 공주!하지만 서원 공주는 전혀 자기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녀는 김단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그제야 물었다.“넌 지금 내가 사람이 아니라고 욕하는 거냐?”김단은 그녀가 자기를 알아보지 못한 이상 자신도 그녀를 아는 척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그리하여 입꼬리를 올리며 가볍게 웃었다.“아씨, 화를 내지 마십시오. 저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다만 저희 장사하는 사람들은 신용이 근본이라는 겁니다.”서원 공주는 여전히 눈썹을 치켜세우며 시큰둥한 눈빛으로 물었다. “넌 누구냐?”김단은 그제야 서원 공주를 향해 걸어갔다. 옷소매에서 어제 덕빈마마께서 주신 땅문서를 꺼내 가게 관리자에게 건네주었다.“저는 어제서야 이 가게를 접수했습니다. 그래서 말하자면, 저는 이 가게의 주인입니다.”가게 관리자는 땅문서를 보고, 비록 왜 이 땅문서가 김단의 손에 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 김단이 나선 이상, 그는 더 이상 나서지 않고 그저 연거푸 고개만 끄덕였다. “맞습니다, 이분이 바로 우리 주인이십니다!”“그럼 잘됐네!”서원 공주는 차가운 소리로 웃었다.“그 천잠사 치마를 꺼내거라!”김단이 가게 관리자를 한 번 보더니, 그는 바쁘게 말했다.“그 치마는 반년 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았습니다.”말하는 사이에, 옆에 있는 심부름꾼한테 장부 한 권을 건네주라 했다.김단이 장부를 열어보니, 사는 사람이 소한이었다.그녀는 눈빛이 어두워지자, 바로 장부를 닫았고, 그제야 서원 공주를 향해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아씨, 이 옷은 확실히 이미 팔았습니다. 아씨가 여기서 우리랑 따져도 소용없습니다. 차라리 산 사람을 찾아가서 상의하고 이 치마를 아씨에게 양보하게 하는 것이 더 좋지 않겠습니까?”서원 공주는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산 사람이 누구인가?”“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39화

    서원 공주의 눈에는 악의가 가득 배어 있었다.그러나 김단은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그녀는 예의 바르게 무릎을 꿇고 절을 했다.“공주가 사복을 입고 사적으로 일을 치르는데, 소인도 감히 아는 척할 수 없었습니다. 공주께서 용서해 주시기를 바랍니다.”서원 공주가 자신의 신분을 드러내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도 섣불리 들추어내지 못했다는 뜻이다.서원 공주는 경멸의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서원 공주는 김단이 자기를 모른 척한 것에 개의치 않았으나, 김단이 자기를 이용하는 것은 용납하지 못했다. 그래서 말투에 약간의 냉기가 섞였다.“난 그래도 네가 세답방에 들어간 지 3년이 되었으면, 어느 정도 규칙을 배웠다고 생각했는데.”지금처럼 그녀를 대할 때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인사하는 행동마저 자연스럽고 의젓해 보였다.다시 김단을 세답방에 보내 3년 동안 옷을 빨게 하고 싶을 정도였다..김단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서원 공주가 자기를 싫어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말을 많이 하면 실수할 수 있음을 알고 있었다.생각한 대로 김단이 말하지 않자 서원 공주의 분노는 오히려 조금 풀렸다.그녀는 이렇게 큰 기성복 가게를 보고 냉소하며 말했다.“덕빈이 이렇게 통이 클 줄은 몰랐다. 결혼도 하기 전에 이 가게를 너에게 주다니. 그러나, 그래야 하는 것도 맞다. 어쨌든 그녀의 아들이..., 허허.”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원 공주는 피식 웃으며 비웃었다.그러고 나서 김단을 한 번 보더니, 의심 어린 눈빛을 보였다.“맞다, 내 오라버니가 오늘 아침 일찍 말을 타고 한양을 떠났는데, 너는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아느냐?”김단은 멍하니 있다가 서원 공주를 바라더니, 망연했다.명정대군이 한양에서 나갔다고?김단의 이런 모습을 보고, 서원 공주는 자기도 모르게 또 눈썹을 찌푸렸다.“됐다. 네가 뭘 알겠냐.”그녀에게 김단은 마음에 둘 존재가 어니였다.만약 명정대군이 폐인이 아니었다면 절대로 김단을 왕비로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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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4화

    덕빈의 그 한 대는 정말이지 강렬했다.그 탓에 김단이 전하를 알현하러 갔을 때 한쪽 뺨은 눈에 띄게 부어올라 있었다.덕빈이 김단의 뺨을 때린 일은 이미 전하의 귀에도 들어갔다.그런데 김단의 부은 얼굴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러졌다.“이렇게 심하게 때렸단 말이냐?”김단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별일 아닙니다. 이미 약을 발랐습니다.”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그의 스승이 알려준 처방대로 만든 약을 사용했다면 붓기와 열기가 말끔히 사라졌을 것이다.하지만 김단은 전하의 걱정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부은 얼굴로 그를 만나러 왔고 약을 썼다고 거짓말을 했다.전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짐이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보았다. 손헌이 죽은 시각에 낭자는 궐 안에 있었더구나. 무엇보다 낭자같이 허약한 자가 손헌 같은 자를 해치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손헌은 어찌 되었든 한때 금군을 이끌던 총령이다.김단은 체구도 작고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았기에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전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덕빈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지.”김단은 그 말속에 숨은 의도를 명확히 읽어냈다.전하는 이 일로 덕빈을 엄하게 벌할 생각이 없었다.전하 마음속에서 덕빈은 여전히 큰 존재였다.김단은 그의 뜻을 따라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덕빈마님께서 먼저 자식을 떠나보내셨고 이번에는 동생마저 잃으셨습니다. 일시적으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그 분노를 삭히지 못해 병이라도 얻으실까 걱정됩니다.”전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깊이 공감하였다.이때다 싶어 김단은 머리를 숙이며 전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간청하옵니다 전하. 전하께서 동의하신다면 제가 덕빈마님을 찾아가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진맥도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신지요?”김단의 태도에 전하는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참으로 마음 넓은 아이로구나. 그런 성품을 지녔으니 최지습도 낭자를 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3화

    김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 곧 이어진 건 덕빈의 날 선 고함이었다.“천한 계집년이! 대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단 말이냐! 기아를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동생까지 죽여?”내가 죽였다고?김단의 눈썹이 찌푸려졌다.본능적으로 서원공주를 힐끗 바라본 후 덕빈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덕빈마님, 부디 진정하세요. 이 일에는 분명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무슨 오해!”덕빈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다시 김단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다행히 이번에는 김단이 몸을 뒤로 빼며 그 손을 피했다.하지만 덕빈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가 거칠게 김단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뒤늦게 달려온 윤이와 나인들이 덕빈을 제지했다.그러나 덕빈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손헌이 당한 죽음은 너무나도 처참하고 모욕적이었다.그건 단순한 처벌이 아니었다.손 씨 가문 전체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었다.몸이 붙잡혀도 그녀는 계속해서 발악했다.마치 그녀의 살갗을 찢어버리고야 말겠다는 기세였다.이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원공주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감히 중전의 침전 앞에서 난동을 부리다니요. 중전마마를 눈에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까?”“당장 덕빈을 가두거라. 이번 일은 내 직접 아버님께 아뢰어 엄벌을 청할 것이다.”“예.”나인들은 일제히 대답한 뒤 덕빈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갔다.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고함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메아리쳤다.김단의 뺨은 벌겋게 부어올랐고 화끈거리는 통증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그때 서원공주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소?”김단은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았다.“공주님께서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약만 바르면 금방 나을 겁니다.”그 말에 서원공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김단이 집요하게 자신을 응시하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보시오?”김단은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대체 공주님께서는 무슨 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2화

    전하가 떠난 뒤 서원공주는 김단과 함께 중전에게 예를 올렸다.중전의 침실을 나선 그들 뒤로 윤이와 다른 나인들은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며 걷고 있었다.김단은 직감적으로 공주가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그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서원공주는 입을 열었다.“아버지의 몸을 돌보는 일은 후궁들과는 차원이 다르오. 오늘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낭자 같은 의원이 어찌 아버지의 몸을 돌볼 기회가 있겠소?”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전하를 가까이 뵙기 어려웠겠지만 자신처럼 명의의 제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달랐다.그러나 그 진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김단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모두 공주님 덕분입니다.”서원공주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앞으로도 잘하시오. 아버지께서 만족해 하신다면 낭자를 어의로 만들어 줄 수도 있소.”그러고는 무언가 떠오른 듯 그녀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러고 보니 수 어의도 나이가 많지 않소? 몇 해 안에 물러나게 되면 그 자리를 낭자에게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오.”그녀는 마치 김단의 미래를 꽃길로 닦아주는 후원자라도 되는 양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김단은 그런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사랑하는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것.벼슬이나 권세 따위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게 아니었다.그럼에도 겉으로는 감격한 듯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김단의 연기를 공주가 눈치챌 리 없었다.여인으로서 관직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 직접 김단을 내의원 원장 자리까지 밀어주겠다고 나섰으니 김단이 감격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서원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그녀는 김단을 바라보더니 낮고 느릿한 말투로 얘기했다.“낭자는 이제 내 사람이오. 그러니 나는 낭자를 돌봐줄 책임이 있소.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시오. 말을 잘 듣는 자만이 은혜를 누릴 수 있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1화

    소하의 미간에는 어느새 짙은 근심의 스며들었다.소한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억지로 붙잡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의 방식은 여전히 극단적이었다.거의 다 나아가던 상처를 일부러 뜯어내어 다시 덧나게 하다니...그렇게 자신의 몸을 해쳐가며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한은 듣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말은 힘이 없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체감하고 있었다.그저 방금 전 김단이 한 말이 소한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시간은 조용히 흘러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이날도 김단은 평소처럼 중전의 약을 들고 그녀의 처소를 찾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중전의 문병을 온 전하와 마주치게 되었다.전하는 중전의 곁에 앉아 나인들이 중전에게 약을 먹이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더니 김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중전의 몸은 어떠하냐? 도대체 언제쯤이면 완전히 회복된단 말이냐?”김단은 머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중전마마의 기력은 지난 보름 사이 눈에 띄게 호전되었지만 중독된 세월이 워낙 오래되었기에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전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면 십여 년간 몸속에 쌓인 독이 하루아침에 깨끗이 나을 리 만무했다.다만 최근 소하로부터 중전에게 독을 먹인 자가 중전의 외가 친척인 맹씨 집안이라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자 전하의 눈썹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그 표정을 본 서원공주는 혹여 김단이 책망당할까 걱정되어 급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의 몸은 정말로 전보다 훨씬 나아지셨어요. 제가 직접 지켜봐서 확신할 수 있습니다.”전하는 딸이 김단을 두둔하는 모습이 의외였는지 조금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 그러하냐?”“정말입니다.”서원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지금 김단은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그녀를 지켜주는 건 당연했다.“어머니뿐만 아니라 궐 안의 다른 마님들도 얼굴빛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건 아버지께서 가장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0화

    소한의 가슴에 감겨 있던 붕대 위로 선홍빛 피가 점점 번져가며 그 면적을 넓히더니 이내 붕대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그 모습을 본 소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망설임 없이 소한의 팔을 붙잡아 끌며 말했다.“상처가 덧났다. 약 발라줄 테니 가만히 있거라.”하지만 소한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노골적으로 말했다.“형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소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소한이 또 김단을 귀찮게 한다는 소문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던 것이다.소한의 상처는 대부분 아물었기에 굳이 내의원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방금 그 잠깐의 실랑이로 인해 상처가 다시 벌어질 줄은 소하도 예상하지 못했다.김단은 그런 상황에 이골이 난 듯 차가운 눈빛으로 소한을 노려보다가 결국 담담하게 말했다.“앉으세요 얼른.”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통과 붕대를 가지러 갔다.소한은 그제야 만족한 듯 조용히 의자에 앉아 상의를 벗고 탄탄하게 다져진 상체를 드러냈다.그의 눈에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김단에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기쁨과 방금 전 그녀의 약병을 깨뜨렸다는 죄책감이 동시에 얽혀있었다.김단은 말없이 다가와 그의 상처를 감싸고 있던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그의 상처가 드러났을 때 김단과 소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한아, 제정신이냐?”그 상처는 단순한 실수로 인해 벌어진 게 아니었다.누가 봐도 일부러 아물어가던 상처를 다시 찢은 흔적이었다.소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하를 노려보았다.소하가 여기서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또 싸움이 날 게 뻔했다.김단은 아무 말 없이 붉게 벌어진 상처를 들여다보더니 묵묵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그녀는 끝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소한 역시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상처를 다 치료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장군이라면 자신의 몸부터 아껴야 합니다.”김단은 짧게 한마디 뱉어버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소한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9화

    생각해 보면 참 서글픈 일이었다.한때는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가 온갖 꾀를 부리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만 겨우 그녀를 볼 수 있는 꼴이라니.한때 자만심으로 빛나던 젊은 장군이 지금은 초라할 만큼 안쓰러운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김단은 그를 향해 뭐라 질책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차라리 야멸차게 욕을 해서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고 싶었지만 그조차 헛되이 들릴 만큼 이 남자의 모습은 너무 진심이었다.그때 소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내가 다치면 낭자가 약 발라주면 안 되겠소?”“안 됩니다.”김단은 단칼에 잘라내듯 대답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전 군의관이 아닙니다. 전쟁터에서 다쳤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그때도 한양까지 올라와서 저한테 치료 받으실 겁니까?”그러자 소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낭자가 내 상처를 봐준다고만 하면 난 얼마든지 참고 버틸 수 있소.”그 말에 김단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때 마침, 문밖에서 들려온 단단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또 다쳤다고?”곧이어 문이 열리고 검은 전투복 차림을 한 소하가 당당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몸에 딱 맞게 재단된 옷자락이 날렵한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허리춤에는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힘 있고 절도 있는 그 걸음에 방 안의 기류가 달라졌다.그를 발견한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소하 도련님.”반면 소한의 얼굴은 순식간에 구겨지더니 찡그린 얼굴로 소하를 노려보며 날을 세웠다.“여긴 왜 왔습니까?”소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단에게 인사한 뒤 소한을 바라보았다.“네가 다쳤다고 해서 말이다. 많이 다친 것이냐?”그러면서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소한의 옷깃을 젖히려 했다.그러자 소한은 그 손길을 피하기 위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관심 끄세요. 전 김단한테 치료 받으러 온 겁니다.”그 말에 소하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입을 열었다.“김단은 바빠 보이는데? 네 약은 형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8화

    그 두 나인이 집요하게 김단을 괴롭혔던 건 단지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들은 명백히 공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세답방에 있던 사람들 중 그녀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이 있었던가?모두가 서원공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김단을 괴롭히고 짓밟는데 앞장섰다.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도 두 나인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하지만 김단의 머릿속에는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기며 울부짖던 자신의 모습과 그녀의 고통을 즐기던 그 두 나인의 모습이 눈앞에서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김단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서원공주가 건넨 채찍을 건네받았다.무릎을 꿇은 두 나인을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팔을 들어 채찍을 내리쳤다.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것도, 감정을 담아 퍼부은 것도 아니었다.단정하고 절도 있게 한 사람당 다섯 대만 때렸다.두 나인은 땅바닥에서 몸을 웅크린 채 울부짖었다.채찍질을 멈춘 그녀는 채찍을 다시 서원공주 앞에 조용히 내밀었다.그 얼굴엔 분노도 통쾌함도 없었다.서원공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무언의 손짓으로 두 나인을 끌고 가라고 지시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단의 얼굴에는 억눌린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그렇다면 분노를 터뜨리듯 채찍을 휘두를 줄 알았건만 김단은 여기서 멈췄다.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공주가 입을 열었다.“이걸로 충분한 것이오?김단은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차분하게 말했다.“공주님께서 명하신 일인데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예전에도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의 원한이 깃든 사람은 저 둘이 아닙니다. 두 나인을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이 고통의 시작은 결국 진산군 댁과 임원 낭자입니다.”그 말에 서원공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김단은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믿지 않았다.단지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뱉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7화

    “내가 준다 했으면 그냥 받으시오.”서원공주는 김단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망설임 없이 비녀 위에 보요를 꽂아버렸다.금빛이 찰랑이자 세 알의 붉은 보석들이 더 눈부시게 빛났다.그 반짝임은 오히려 김단의 얼굴을 더 하얗고 뚜렷하게 만들어 주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원공주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다.김단에게 준 보요는 원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어릴 적 아버지께서 직접 내려준 소중한 물건이었다.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던 장신구가 김단을 이토록 빛나게 해주니 너무나도 거슬렸다.김단의 머리 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요는 마치 원래부터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그 사실이 묘하게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공주의 체면이 있으니 이미 내어준 물건을 다시 거두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서원공주는 얼굴에 가벼운 불쾌감을 띄운 채 말했다.“나는 공주이니 값비싼 장신구들은 많소. 낭자에게 하나 내준다고 해서 아쉬울 거 없다는 뜻이오.”김단은 이 장신구가 예전에 자신이 모욕당하며 손에 쥐었던 공예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보요의 값은 공주에게 있어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김단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공주자가의 은혜는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성심을 다해 공주님께 보답해 드릴게요.”그 말은 김단이 의도적으로 뱉은 것이었다.오늘 먼저 손을 내민 것은 공주였으니 김단은 그저 그녀의 의도대로 반응해 주기만 하면 된다.아니나 다를까, 서원공주는 김단의 태도에 만족한 듯 얼굴에 흐뭇한 기색이 번졌다.“낭자의 의술 실력이 출중하니 내 눈여겨본 게 아니겠소? 기억해시오. 낭자만 잘한다면 나도 소홀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오.”“명 받들겠습니다.”김단은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서원공주는 아무 말 없이 발길을 돌려 어화원의 안쪽 깊은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김단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렇게 시간이 조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6화

    약 한 시진이 흐른 뒤 김단은 정성껏 달인 약그릇을 조심스레 들고 중전의 방으로 들어섰다.세자는 이미 자리를 비운 뒤였고 중전 곁에는 서원공주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중전은 독으로 인해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라 약을 마시자마자 곧 잠에 들었다.서원공주는 어머니의 이불을 다정히 여며주고 나서야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김단 역시 자연스레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그녀가 공손히 예를 갖추고 물러나려던 찰나 서원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윤이야, 김 의원의 물건은 네가 대신 내의원으로 가져가거라. 나는 김 의원과 따로 나눌 말이 있다.”윤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김단이 들고 있던 약그릇을 받아든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그제야 서원공주는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며 익숙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나와 잠깐 어화원으로 가지 않겠소?”그녀의 속내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 없었지만 공주의 부탁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멀찍이 떨어진 나인들을 뒤로하고 가을이 짙게 내려앉은 어화원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가을 끝자락의 정원은 특유의 고요함과 깊은 색채로 물들어 있었다.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마른 낙엽이 조용히 발끝에서 사그라들었다.서원공주는 얼마 걷지 않아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오늘 오라버니 때문에 많이 놀랐소?”김단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세자저하께서 중전마마의 병이 걱정되어 그런 것이니 이해합니다.”김단은 정중하게 대답했지만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그녀가 진짜 경계하고 있는 대상은 세자가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공주였다.늘 고고하고 거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던 사람이 이토록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고 친절을 베푸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김단은 속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그런데 그 순간 서원공주가 갑자기 김단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지만 김단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갔다.“그동안 어머니 곁을 지켜줘서 고맙소. 낭자가 아니었다면 어머니께서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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