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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화

Author: 적매화
들어오자마자 그들은 김단이 깨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임 씨 부인은 눈가가 붉어졌다.

빠른 걸음으로 침상 옆으로 다가갔다.

그녀는 글썽이는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 보았다.

“눈 떴느냐, 그래, 눈 떴다면 다행이니라...”

임 씨 부인의 볼 양쪽으로 눈물이 흘렀다.

임원도 마찬가지로 붉어진 눈가로 임 씨 부인에게 다가갔다.

울먹거리며 김단에게 말했다.

“누이, 깨셨소? 어머니께서 하루도 빠짐없이 불경을 읽으셨소. 혹여 누이가 깨지 못하면 어머니가 울다가 눈이 망가질 것만 같았소.”

임원의 말에 임 씨 부인은 더 격하게 흐느꼈다.

반면 김단은 어두운 표정을 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마음 속에는 그저 역겨움만 남았다.

그녀는 그들의 가식적인 태도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을 죽음 앞에 데려다 놓은 것도 그들이고, 울먹거리는 사람도 그들이다.

만약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그들의 성품을 칭찬할지도 모른다.

김단은 또다시 역겨움이 올라오자 고개를 돌렸다.

그녀를 보고 임 씨 부인이 흐느끼며 침상 끝에 앉았다.

“단아, 네가 화난 건 이해를 한다. 이 어미가 제대로 설명할테니, 무시는 하지 말아다오. 응?”

“누이, 어머니께서…”

임원의 목소리에 김단의 속이 더 들끓었다.

두 사람을 내쫓으려 입을 열자 숙희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숙희는 임 씨 부인과 임원을 일으켰다.

“마님, 아씨께서 금방 눈을 뜨셨사옵니다. 안정을 취하셔야 하니, 그만 나가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그녀는 진산군 댁의 부인을 내쫓는 것도 서슴치 않았다.

하지만 김단은 숙희의 행동이 마음에 들었다.

옆에 있던 의원이 서둘러 말했다.

“마님, 제가 아씨 옆에서 맥을 짚어 보겠습니다!”

의원이 말에 임 씨 부인은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방 안에서는 나가지 않았다.

멀찍이 서서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김단을 바라 볼 뿐이다.

그녀는 흐르는 눈물을 닦기 바빴다.

의원이 김단의 맥을 짚어 보았다. 많이 다쳤다는 말과 함께 충분한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말 덕분에 숙희의 행동이 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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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2화

    “내 하인을 누이가 가르칠 자격은 없소! 썩 꺼지시오!”김단이 누워서 고함을 질렀다.또한 베개를 던지는 바람에 등에 있던 상처가 찢기듯 아팠다.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느껴졌다.김단의 꾸짖음에 임원의 눈시울이 붉어졌다.“누이, 이 계집이 무례 한 것이오. 저, 저는 모두 누이를 위해서…”“당장 꺼지시오!”김단이 낮은 목소리로 호통쳤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나가지 않았다.그녀는 고개를 돌려 임원 뒤에 서 있는 임 씨 부인을 노려보았다.“임 씨 부인께서는 정녕 저를 죽일 생각이셨습니까?”임 씨 부인은 또 한번 더 눈물을 쏟았다. 동시에 손을 허공에 저으며 부인했다.“아, 아니다. 나는 네 어미다. 어미가 어떻게 너를 죽일 생각을 했겠느냐...”김단의 호흡이 점점 거칠어지기 시작했다.옆에 있던 의원이 서둘러 임 씨 부인에게 말했다.“마님, 지금 아씨께서는 충분한 안정을 취하셔야 하옵니다. 필요하신 말씀이라면 다음에 하시는 게 좋을 듯 하옵니다! 자…”의원이 임 씨 부인에게 나가라는 손짓을 했다.그는 단호한 태도를 보였다.진산군 댁의 모든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있다.만약 진산군이 이 자리에 있어도 그의 말을 순순히 따랐을 것이다.임 씨 부인은 글썽 거리며 김단을 한번 바라보았다.그제야 임원을 데리고 밖으로 나갔다. 방문이 닫히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조용했다.김단은 임 씨 부인이 서글프게 우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마치 그 일에 자신은 무관하는 듯 행동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옆에 있던 임원의 행동도 어이없기 짝이 없었다.김단은 마치 억울하다는 듯이 우는 그들의 모습에 기가 찼다.'친 모녀가 맞구나.'그녀는 잠시 생각하고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진산군 댁과 피가 한방울 섞이지 않았다는 사실에 안도했다.김단은 적어도 그들처럼 가식적이고, 역겨운 행동은 하지 않았었다.이틀 뒤.어느 덧 6일 째가 되었다.김단은 숙희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침상에서 내려왔다.“아씨, 등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으셨사옵니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3화

    순간, 김단은 들어가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결단을 내리기도 전에 뒤에서 수 나인이 나타났다.“아씨?”수 나인이 기쁜 표정을 지어 보였다.“다 나으신 겁니까? 마님을 보러 오신 겁니까?”이어서 김단을 안쪽으로 안내했다.“마님께서 아씨를 매일 생각하셨사옵니다!”김단은 하는 수없이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문이 열리자 그녀는 무리들의 얼굴을 쓱 훑었다.‘재수도 참으로 없구나.’김단은 마음이 좋지 않았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마님에게 예의를 차렸다.“큰 마님께 인사 드리옵니다.”“어서, 어서 와!”큰 마님이 손을 빠르게 저었다.김단은 큰 마님의 옆으로 다가갔다. 큰 마님은 서둘러 김단을 앉혔다.그녀는 그제야 김단을 유심히 볼 수 있었다.잠시 뒤, 큰 마님의 표정이 어두워졌다.“어찌 이리 말랐냐. 병에 들었다 하였는데,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구나.”김단이 고개를 저었다.“찬 바람을 많이 맞아 입맛이 없었을 뿐 이옵니다. 혹여 큰 마님께 폐를 끼칠까 염려되어 인사를 드리지 못하였사옵니다. 마님께서 꾸짖지 않으시기를 바라옵니다.”“말이 되는 소리!”큰 마님은 덥썩 김단의 손을 잡았다.“단이가 이 조모를 찾아온 것만으로도 기쁘구나.”김단의 눈빛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조모 옆에서는 항상 마음이 따뜻했다.이때, 둘만의 시간을 깨는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누이, 나와 오라버니는 매일 큰 마님을 찾아뵈어 이야기를 나누었소. 그런데 큰 마님은 오로지 누이만을 생각하고 계셨소! 편애하시는 것이 저 멀리서도 느껴지지 않겠소?”김단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하지만 큰 마님은 전혀 알아채지 못한 모양이다. 그저 형제간의 우스개 소리라고 생각했다.“조모는 편애하지 않아, 단이를 조금 더 아끼는 것뿐이지.”그녀는 그제야 김단을 바라보았다. 방금 전의 미소와 달라진 것을 보았다.서둘러 김단의 손을 어루 만지며 물었다.“아직도 많이 아픈 것이야? 들어가서 휴식을 취하는 게 어떠냐.”조모는 김단이 임원을 꺼려하는 것을 알아챈 것이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4화

    소한은 어두운 눈빛을 하고 있다.그의 시선은 김단의 이마에 맺힌 식은 땀을 향했다.“낭자의 혼인에 대해 논의할게 있소.”자신의 혼인이라는 말에 김단은 소한을 바라 보았다.“제 혼인이 소 장군님과 무슨 연관이 있사 옵니까?”그녀의 말에 임원의 기분은 나빠졌다.“누이, 소 장군께서는 걱정이 되어 하는 말이오. 이, 이런 식으로 차갑게 대해서는 아니 되오.”임원은 여전히 쭈뼛거렸다.김단을 꾸짖고 싶어도 그럴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다.마치 김단을 무서워하지만 소한을 지키고 싶은 모양새였다.우스운 모습에 김단은 차갑게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서 소한을 보고 답했다.“그렇다면 소 장군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하겠사옵니다. 그러나 제 혼인은 소 장군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사옵니다.제 혼인이 신경 쓰실 정도로 무료하시다면, 소 장군님의 혼인이나 생각하시기를 권하옵니다.”김단의 말에 소한의 눈빛이 한층 더 어두워졌다.이때, 옆에 있던 임학이 입을 열었다.“정녕 명정대군과 혼인할 생각 이오?”그녀는 임학의 말에 답하지 않았다.임학은 김단의 침묵을 대답으로 받아 들였다. “머리가 어떻게 된 거야? 너를 죽기 전까지 때렸던 사람이다! 정녕 죽고 싶어서 환장했느냐?”김단은 그제야 임학을 바라보았다. 마치 낯선이를 보는 듯한 차가운 눈빛이었다.“이제 와서 걱정하시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만약 혼인을 올린다고 했을 때, 그 일에 대해 말했다면 상처투성이로 돌아오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김단의 한 마디에 임학은 숨조차 쉬지 못했다.이전이라면 서슴지 않고 때렸겠지만 지금은 다르다. 상처투성이인 그녀의 몸을 보고 주먹을 꽉 쥐었다. 곧이어 분노를 억누른 채 말했다.“다시 묻겠소, 명정 대군과 정녕 혼인을 올리겠느냐 말이오!”임 씨 부인과 진산군은 파혼 시킬 생각이 없었다.주상이 직접 혼인을 어명했기 때문이었다.하지만 그는 결코 방법이 없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만약 김단이 도와주기만 한다면 성공할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5화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몸종 하나가 이런 짓을 벌일 줄은 전혀 몰랐다.임학과 그의 무리들이 제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임원이 소리를 질렀다.“아!”그제야 김단의 팔을 잡고 있던 두 손이 떨어졌다.임원의 몸종 명희가 서둘러 다가갔다.소매를 들치자 임원의 하얀 팔목에는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날씨가 조금이라도 더웠다면 살이 떨어져 나갔을 지도 모른다. 명희가 다급하게 숙희의 앞으로 다가갔다.“네가 감히 우리 아씨를 물어? 각오해!”김단은 그저 가만히 명희를 바라볼 뿐이다. 하지만 숙희가 명희의 머리칼을 잡고 때리기 시작했다.숙희는 명희 위에 앉아 그녀를 때렸다.김단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임원은 자신의 몸종이 당하는 것을 보고 울기 시작했다.“그만해! 그만하라고! 오라버니, 소 장군님, 명희 좀 도와주세요! 저러다가 죽겠사옵니다! 흑흑흑흑..”임학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만두지 못하겠느냐!”그의 한 마디에 숙희는 제정신을 차린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곧이어 머리칼을 정리하고 당당하게 김단의 옆으로 다가갔다.하지만 명희는 자리에 앉아 울기 바빴다.“흑흑, 네가 감히 우리 집 아씨를 물고 나를 때려? 흑흑, 도련님께서 아씨를 대신하여 혼내 주셔야 하옵니다!”“명희야! 흑흑흑..”임원은 명희를 꽉 안았다.눈물을 흘리는 두 사람의 모습은 불쌍하기 짝이 없었다.고의인지는 모르겠지만 임원의 소매는 여전히 들쳐 있었다. 임학은 그녀의 팔목에 선명한 이빨 자국을 보았다.또한 임원이 서글프게 우는 모습을 보고 숙희를 향해 소리쳤다.“감히 네가 내 앞에서 이런 짓을 해?여봐라, 이 년을 당장 끌고 가라! 그리고 곤장 30대를 맞게 하거라!”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하인들이 숙희를 잡았다.김단은 숙희가 끌려가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앞을 막았다.임학을 죽일 듯이 노려 보며 말했다.“제 몸종을 왜 도련님께서 가르쳐 드시려고 하옵니까?”숙희를 감싸는 김단의 모습에 임학은 처음 느끼는 분노가 올라왔다.그들이야말로 김단의 가족이다.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6화

    그녀는 임학을 매섭게 노려보며 말했다. “좋습니다. 도련님께서 기어이 이러시겠다면, 오늘 제가 임씨 가문에게 책임을 물어야겠어요!”말을 마친 그녀는 더 이상 임학을 상대하지 않고 몸을 돌려 임씨 가문의 사당 쪽으로 향했다.일이 이렇게 임씨 가문 어른들에게까지 번지게 되자, 임학은 물론이고 하인들까지 오늘 일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김단이 일을 크게 벌이려 하는 것을 본 임학은 급히 그녀를 뒤쫓아갔다. “김단 낭자, 나는 오늘 진심으로 낭자를 도우러 온 것이오. 부디 은혜를 원수로 갚지 마시오!”김단은 그를 무시한 채 싸늘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하지만 그녀는 몸에는 상처가 있었기에 발걸음이 매우 불안정했다.임학은 단번에 그것을 알아차리고는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몸이 안 좋으시니 내 사람을 시켜 부축하여 집에서 쉴 수 있도록 하겠소.”말을 마친 그는 몇 명의 하인들을 앞으로 불러냈다. 하지만 하인들이 김단에게 손을 대기도 전에 그녀가 소리쳤다. “나는 훗날의 명정빈이다! 감히 누가 나를 건드리려 하는 것이냐!”명정빈이 특별한 권력이 있는 인물은 아니었지만, 하인 몇 명의 목숨 빼앗는 것쯤은 아주 쉬운 일이었다.그렇기에 하인들은 더 이상 앞으로 나서지 못했다.하지만 김단의 그 말은 도리어 임학을 격분하게 만들었다.그는 김단의 팔을 붙잡았다. 임원이 잡았던 것보다 훨씬 더 세게 잡았다. “그래도 명정 대군에게 시집가겠다는 거요? 미친 거 아니오!”“놓으시지요!” 김단은 팔의 통증도 잊은 채 있는 힘껏 손을 뿌리쳐 빼냈다. “제가 미쳤는지 아닌지는 나리께서 상관하실 바가 아닙니다! 나리께서는 그저 오늘 제가 기필코 임씨 가문에게 설명을 들을 거라는 것만 아시면 됩니다!”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사당 쪽으로 걸어갔다.임학은 다시 막으려 했지만 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축축한 감촉에 발걸음을 멈추었다.고개를 숙이니 손바닥에 묻은 피가 너무나도 선명하게 보였다…김단이 임씨 가문 사당에 왔다는 소식은 곧 진산군과 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7화

    사당에 오기 전에 김단은 자신이 곧 어떤 일을 마주하게 될지 알고 있었다.그렇기에 김단은 지금 이 순간 임씨 부인의 질책과 진산군의 노여움을 잠시 못 본 척하기로 했다.그녀는 그저 천천히 사당 밖으로 걸어 나가 바깥에 서 있는 하녀들과 하인들을 훑어보았고, 끝내 소한에게 시선이 멈추었다. 그의 깊고 어두운 눈과 마주치자 김단의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심장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서서히 느껴졌다.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가능하다면 지금 이 순간 누군가 나타나 그녀 앞에 서서 그녀를 대신해 임씨 가문 사람들의 질책을 막아 주고, 그녀를 위해 정의를 구현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한은 결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을 거라는 것이었다. 김단의 시선은 소한의 마음에 왠지 모를 아픔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사실 김단이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그는 그녀를 위해 변호해 줄 것이었고, 진산군 또한 그의 체면을 봐줄 것이었다.하지만 그녀는 그저 심호흡을 한 번 하고는 시선을 돌려 주위에 있는 하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늘, 숙희가 사람 무는 것을 직접 본 자가 있거든 나오거라.”이 말을 듣고 몇 명의 하녀와 하인들이 무리 사이에서 빠져나왔다.이 모습을 본 임원의 표정은 난처한 기색이 역력했다.임학은 다소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김단 곁에 다가가 쌀쌀맞게 말했다. “이제 어쩔 것이오? 내 낭자의 하녀를 억울하게 벌한 것이 아니지 않소?”김단은 그를 상대하지 않고 말을 이어갔다. “그렇다면 아무나 말해 보거라. 숙희가 임 낭자를 물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느냐?”나섰던 하인들은 서로의 얼굴만 쳐다볼 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임학은 미간을 찌푸리며 방금 일어났던 일을 회상했다.숙희가 연이를 물기 전에… 연이가 김단의 팔을 잡았었다.순간 그는 무언가 떠오른 듯 고개를 숙여 자신의 오른손을 내려다보았다.그 위에는 아직 희미하게 핏자국이 남아 있었다.혹시…주위는 침묵에 잠겼다.김단의 마음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8화

    명희는 아직도 뻔뻔했다.그러자 김단이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임씨 부인을 바라보았다. “그래? 낭자가 내 상처를 몰랐다고? 부인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그녀는 숙희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그녀가 침상에 쓰러져 있던 며칠 동안 임원은 매일 임씨 부인과 함께 그녀를 보러 왔고, 심지어 그녀 대신 약을 갈아주기까지 했다.그녀 몸에 있는 끔찍한 상처들을 임원이 모를 리 없었다!임씨 부인은 깜짝 놀라 허둥지둥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네 상처는 의원을 불러 다시 치료해야 한다! 어서, 어서 단이를 데리고 돌아가 의원을 불러오너라!”그 순간 김단의 가슴이 차갑게 식었다.그녀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싸늘한 표정으로 임씨 부인을 노려보며 말했다. “임씨 가문은 조상님들 앞에서까지 이렇게 권력으로 사람을 짓누르려는 겁니까?” “김단!” 진산군이 엄한 목소리로 호통 쳤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그는 김단이 임씨 가문 조상들을 모독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었다!하지만 김단은 그저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한 번 쳐다볼 뿐, 이내 시선은 임학에게로 향했다. “도련님,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사람을 다치게 한 자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 아니면 주인을 다치게 한 하녀가 벌을 받아야 하는 것입니까?”이 순간부로 임학은 사람을 다치게 한 자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 따위는 할 수 없게 되었다.왜냐하면 그는 김단이 앙심을 품고 복수를 할 성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만약 그 말을 입 밖에 내면 임원은 오늘 무조건 벌을 받을 것이다! 이내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진산군 댁의 노비로서 감히 주인을 해하려 했으니 당연히 벌을 받아야 마땅하오!” “그렇지요!”김단은 바로 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그녀는 임원이 임씨 가문 내 모든 사람이 금지옥엽 여기는 귀한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반면 그녀는 그저 버려진 양녀일 뿐이었지만 지금은 아주 조금의 이용 가치가 있기 때문에 세탁국에서 데려온 것이었다.그런 그녀가 어떻게 임원을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119화

    사실 김단은 줄곧 임학이 자신을 꽤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다.그녀는 원한을 잊지 않고 반드시 되돌려주는 성격이다.끔찍했던 3년의 시간은 그녀가 진산군 댁에 진 빚, 즉 15년간 양육의 은혜를 갚는 셈으로 여겼다. 그래서 그녀는 돌아온 후 모든 일에 대해 따지지도 않았고 그저 조모 곁에서 지내고 싶어 했다.하지만 그 15년은 그녀가 진산군 댁에 진 빚이지 명희에게 진 빚이 아니었다.고작 하녀 주제에 여러 차례 그녀를 모함했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오늘 숙희까지 벌받게 만들었다.만약 이 일을 되갚아 주지 않는다면 그건 김단이 아니었다!밖에서 구경하는 하녀와 하인들은 점점 많아졌고, 심지어 별당에서까지 많은 사람들이 왔다.김단이 말하는 것을 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이내 여러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맞아요, 맞습니다! 그날 둘째 아가씨가 실수로 물에 빠지셨는데, 큰 아가씨께서 물불 가리지 않고 구해주셨어요. 그런데 뭍에 오르시자마자 명희로부터 모함을 받으셨습니다!” “명희가 지금까지 벌을 받지 않았다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분명 입술이 터지도록 맞고 쫓겨날 줄 알았습니다!” “쉿, 걔는 둘째 아가씨 하녀잖아. 둘째 아가씨가 봐주고 있다고!” “하지만 큰 아가씨께서 목숨을 걸고 둘째 아가씨를 구하셨는데, 둘째 아가씨께서 이러시면 이는 은혜를 잊은 행동이지 않습니까?”하인들이 작은 목소리로 떠드는 소리가 사당 안까지 들려왔다.진산군은 이미 표정이 굳어 있었다.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명희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 말이 사실이냐?”명희는 털썩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었다. “어르신, 소인이 잘못했습니다. 이미 부인과 도련님, 그리고 둘째 아가씨께 잘못을 빌었습니다!” “하!” 김단이 웃음을 터뜨렸다. “모든 사람에게 잘못을 빌어 놓고, 나에게만 빌지 않았구나.”명희는 어안이 벙벙해져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이를 본 임원은 급히 김단 앞으로 달려가 두 손으로 김단의 팔을 잡으려 했지만, 김단의 소매에 묻은 핏자국을 보고는 자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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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4화

    덕빈의 그 한 대는 정말이지 강렬했다.그 탓에 김단이 전하를 알현하러 갔을 때 한쪽 뺨은 눈에 띄게 부어올라 있었다.덕빈이 김단의 뺨을 때린 일은 이미 전하의 귀에도 들어갔다.그런데 김단의 부은 얼굴을 눈으로 확인한 순간 그의 미간이 저절로 찌푸러졌다.“이렇게 심하게 때렸단 말이냐?”김단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 보였다.“별일 아닙니다. 이미 약을 발랐습니다.”하지만 그것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그의 스승이 알려준 처방대로 만든 약을 사용했다면 붓기와 열기가 말끔히 사라졌을 것이다.하지만 김단은 전하의 걱정을 끌어내기 위해 일부러 부은 얼굴로 그를 만나러 왔고 약을 썼다고 거짓말을 했다.전하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짐이 사람을 시켜 확인해 보았다. 손헌이 죽은 시각에 낭자는 궐 안에 있었더구나. 무엇보다 낭자같이 허약한 자가 손헌 같은 자를 해치운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손헌은 어찌 되었든 한때 금군을 이끌던 총령이다.김단은 체구도 작고 무공도 제대로 익히지 않았기에 그의 상대가 되지 않았다.전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덕빈이 제정신이 아니었던 모양이지.”김단은 그 말속에 숨은 의도를 명확히 읽어냈다.전하는 이 일로 덕빈을 엄하게 벌할 생각이 없었다.전하 마음속에서 덕빈은 여전히 큰 존재였다.김단은 그의 뜻을 따라 자연스레 고개를 끄덕였다.“덕빈마님께서 먼저 자식을 떠나보내셨고 이번에는 동생마저 잃으셨습니다. 일시적으로 감정을 추스르지 못하신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다만 그 분노를 삭히지 못해 병이라도 얻으실까 걱정됩니다.”전하는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깊이 공감하였다.이때다 싶어 김단은 머리를 숙이며 전하에게 간곡히 부탁했다.“간청하옵니다 전하. 전하께서 동의하신다면 제가 덕빈마님을 찾아가 오해를 풀고 싶습니다. 그리고 겸사겸사 진맥도 해보려고 하는데 괜찮으신지요?”김단의 태도에 전하는 매우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참으로 마음 넓은 아이로구나. 그런 성품을 지녔으니 최지습도 낭자를 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3화

    김단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리고 곧 이어진 건 덕빈의 날 선 고함이었다.“천한 계집년이! 대체 내가 너한테 뭘 잘못했단 말이냐! 기아를 죽인 것도 모자라 이제는 내 동생까지 죽여?”내가 죽였다고?김단의 눈썹이 찌푸려졌다.본능적으로 서원공주를 힐끗 바라본 후 덕빈을 향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덕빈마님, 부디 진정하세요. 이 일에는 분명히 오해가 있는 것 같습니다.”“무슨 오해!”덕빈은 날카롭게 소리치며 다시 김단의 뺨을 내리치려 했다.다행히 이번에는 김단이 몸을 뒤로 빼며 그 손을 피했다.하지만 덕빈은 포기하지 않았다.그녀가 거칠게 김단을 향해 달려들려는 순간 뒤늦게 달려온 윤이와 나인들이 덕빈을 제지했다.그러나 덕빈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았다.손헌이 당한 죽음은 너무나도 처참하고 모욕적이었다.그건 단순한 처벌이 아니었다.손 씨 가문 전체의 자존심을 짓밟는 일이었다.몸이 붙잡혀도 그녀는 계속해서 발악했다.마치 그녀의 살갗을 찢어버리고야 말겠다는 기세였다.이 상황을 더는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한 서원공주가 천천히 앞으로 나섰다.그녀는 단호한 목소리로 얘기했다.“감히 중전의 침전 앞에서 난동을 부리다니요. 중전마마를 눈에 두지 않는다는 뜻입니까?”“당장 덕빈을 가두거라. 이번 일은 내 직접 아버님께 아뢰어 엄벌을 청할 것이다.”“예.”나인들은 일제히 대답한 뒤 덕빈을 붙잡고 억지로 끌고 갔다.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고함소리는 여전히 귓가에서 메아리쳤다.김단의 뺨은 벌겋게 부어올랐고 화끈거리는 통증도 선명히 남아 있었다.그때 서원공주의 조심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괜찮소?”김단은 고개를 돌려 공주를 바라보았다.“공주님께서 염려하실 것 없습니다. 이 정도 상처는 약만 바르면 금방 나을 겁니다.”그 말에 서원공주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김단이 집요하게 자신을 응시하자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왜 그렇게 쳐다보시오?”김단은 한숨을 내쉬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대체 공주님께서는 무슨 일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2화

    전하가 떠난 뒤 서원공주는 김단과 함께 중전에게 예를 올렸다.중전의 침실을 나선 그들 뒤로 윤이와 다른 나인들은 일부러 발걸음을 늦추며 걷고 있었다.김단은 직감적으로 공주가 자신에게 따로 할 말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아니나 다를까 그들과의 거리가 어느 정도 멀어지자 서원공주는 입을 열었다.“아버지의 몸을 돌보는 일은 후궁들과는 차원이 다르오. 오늘 내가 먼저 나서지 않았다면 낭자 같은 의원이 어찌 아버지의 몸을 돌볼 기회가 있겠소?”대부분의 사람이라면 전하를 가까이 뵙기 어려웠겠지만 자신처럼 명의의 제자라고 불리는 사람은 달랐다.그러나 그 진실을 굳이 입 밖으로 꺼낼 필요는 없었다.김단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모두 공주님 덕분입니다.”서원공주는 만족스럽게 입꼬리를 올렸다.“앞으로도 잘하시오. 아버지께서 만족해 하신다면 낭자를 어의로 만들어 줄 수도 있소.”그러고는 무언가 떠오른 듯 그녀는 조금 더 목소리를 낮추었다.“그러고 보니 수 어의도 나이가 많지 않소? 몇 해 안에 물러나게 되면 그 자리를 낭자에게 주는 것도 어려운 일은 아니오.”그녀는 마치 김단의 미래를 꽃길로 닦아주는 후원자라도 되는 양 자랑스러운 어조로 말했다.하지만 김단은 그런 자리에 관심이 없었다.그녀가 바라는 건 오직 하나뿐이었다.사랑하는 이들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자신의 곁에 있어주는 것.벼슬이나 권세 따위를 목표로 두고 있는 게 아니었다.그럼에도 겉으로는 감격한 듯 고개를 숙였다.하지만 김단의 연기를 공주가 눈치챌 리 없었다.여인으로서 관직을 얻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누구보다 잘 아는 자신이 직접 김단을 내의원 원장 자리까지 밀어주겠다고 나섰으니 김단이 감격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다.서원공주는 만족스러운 듯 웃어 보였다.그녀는 김단을 바라보더니 낮고 느릿한 말투로 얘기했다.“낭자는 이제 내 사람이오. 그러니 나는 낭자를 돌봐줄 책임이 있소. 이거 하나만은 명심하시오. 말을 잘 듣는 자만이 은혜를 누릴 수 있소.”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1화

    소하의 미간에는 어느새 짙은 근심의 스며들었다.소한은 이제 더 이상 그녀를 억지로 붙잡거나 강요하지 않았지만 그의 방식은 여전히 극단적이었다.거의 다 나아가던 상처를 일부러 뜯어내어 다시 덧나게 하다니...그렇게 자신의 몸을 해쳐가며 얻고자 하는 게 무엇이란 말인가?하지만 자신이 무슨 말을 해도 소한은 듣지 않을 것이다.자신의 말은 힘이 없다는 걸 이미 오래전부터 체감하고 있었다.그저 방금 전 김단이 한 말이 소한을 정신 차리게 할 수 있기를 바랐다.시간은 조용히 흘러 어느덧 보름이 지났다.이날도 김단은 평소처럼 중전의 약을 들고 그녀의 처소를 찾았다.그러나 뜻밖에도 중전의 문병을 온 전하와 마주치게 되었다.전하는 중전의 곁에 앉아 나인들이 중전에게 약을 먹이는 모습을 묵묵히 지켜보더니 김단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중전의 몸은 어떠하냐? 도대체 언제쯤이면 완전히 회복된단 말이냐?”김단은 머리를 숙이며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중전마마의 기력은 지난 보름 사이 눈에 띄게 호전되었지만 중독된 세월이 워낙 오래되었기에 완전히 회복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전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생각해 보면 십여 년간 몸속에 쌓인 독이 하루아침에 깨끗이 나을 리 만무했다.다만 최근 소하로부터 중전에게 독을 먹인 자가 중전의 외가 친척인 맹씨 집안이라는 실마리를 얻게 되었다.문득 그 생각이 떠오르자 전하의 눈썹이 자연스레 찌푸려졌다.그 표정을 본 서원공주는 혹여 김단이 책망당할까 걱정되어 급히 입을 열었다.“아버지, 어머니의 몸은 정말로 전보다 훨씬 나아지셨어요. 제가 직접 지켜봐서 확신할 수 있습니다.”전하는 딸이 김단을 두둔하는 모습이 의외였는지 조금 놀란 듯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정말 그러하냐?”“정말입니다.”서원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찬 어조로 말했다.지금 김단은 자신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니 그녀를 지켜주는 건 당연했다.“어머니뿐만 아니라 궐 안의 다른 마님들도 얼굴빛이 많이 좋아지셨어요. 그건 아버지께서 가장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30화

    소한의 가슴에 감겨 있던 붕대 위로 선홍빛 피가 점점 번져가며 그 면적을 넓히더니 이내 붕대 전체를 붉게 물들였다.그 모습을 본 소하의 얼굴빛이 어두워졌다.그는 망설임 없이 소한의 팔을 붙잡아 끌며 말했다.“상처가 덧났다. 약 발라줄 테니 가만히 있거라.”하지만 소한은 그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치며 노골적으로 말했다.“형 도움은 필요 없습니다.”소하는 천천히 숨을 들이켜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사실 그는 소한이 또 김단을 귀찮게 한다는 소문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던 것이다.소한의 상처는 대부분 아물었기에 굳이 내의원을 찾을 필요는 없었다.하지만 방금 그 잠깐의 실랑이로 인해 상처가 다시 벌어질 줄은 소하도 예상하지 못했다.김단은 그런 상황에 이골이 난 듯 차가운 눈빛으로 소한을 노려보다가 결국 담담하게 말했다.“앉으세요 얼른.”그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약통과 붕대를 가지러 갔다.소한은 그제야 만족한 듯 조용히 의자에 앉아 상의를 벗고 탄탄하게 다져진 상체를 드러냈다.그의 눈에는 자신이 원하던 대로 김단에게 치료받을 수 있다는 기쁨과 방금 전 그녀의 약병을 깨뜨렸다는 죄책감이 동시에 얽혀있었다.김단은 말없이 다가와 그의 상처를 감싸고 있던 붕대를 조심스럽게 풀었다.그의 상처가 드러났을 때 김단과 소하의 얼굴이 동시에 굳어졌다.“한아, 제정신이냐?”그 상처는 단순한 실수로 인해 벌어진 게 아니었다.누가 봐도 일부러 아물어가던 상처를 다시 찢은 흔적이었다.소한은 인상을 찌푸리며 소하를 노려보았다.소하가 여기서 한마디만 더 했다가는 또 싸움이 날 게 뻔했다.김단은 아무 말 없이 붉게 벌어진 상처를 들여다보더니 묵묵히 약을 발라주기 시작했다.그녀는 끝까지 한마디 말도 하지 않았다.소한 역시 그녀의 손길에 몸을 맡기면서 아무 말도 꺼내지 못했다.상처를 다 치료한 김단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장군이라면 자신의 몸부터 아껴야 합니다.”김단은 짧게 한마디 뱉어버리고는 미련 없이 돌아섰다.소한은 다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9화

    생각해 보면 참 서글픈 일이었다.한때는 자신의 전부였던 사람이었는데 이제는 그가 온갖 꾀를 부리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야만 겨우 그녀를 볼 수 있는 꼴이라니.한때 자만심으로 빛나던 젊은 장군이 지금은 초라할 만큼 안쓰러운 모습으로 눈앞에 서 있었다.김단은 그를 향해 뭐라 질책해야 할지 감조차 잡히지 않았다.차라리 야멸차게 욕을 해서라도 정신 차리게 만들고 싶었지만 그조차 헛되이 들릴 만큼 이 남자의 모습은 너무 진심이었다.그때 소한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앞으로… 내가 다치면 낭자가 약 발라주면 안 되겠소?”“안 됩니다.”김단은 단칼에 잘라내듯 대답했다.그녀의 목소리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전 군의관이 아닙니다. 전쟁터에서 다쳤다고 가정을 해보세요. 그때도 한양까지 올라와서 저한테 치료 받으실 겁니까?”그러자 소한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 낭자가 내 상처를 봐준다고만 하면 난 얼마든지 참고 버틸 수 있소.”그 말에 김단은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때 마침, 문밖에서 들려온 단단한 목소리가 정적을 깼다.“또 다쳤다고?”곧이어 문이 열리고 검은 전투복 차림을 한 소하가 당당히 방 안으로 들어섰다.몸에 딱 맞게 재단된 옷자락이 날렵한 어깨선을 따라 흘러내렸고 허리춤에는 장검이 매달려 있었다.힘 있고 절도 있는 그 걸음에 방 안의 기류가 달라졌다.그를 발견한 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환한 얼굴로 인사했다.“소하 도련님.”반면 소한의 얼굴은 순식간에 구겨지더니 찡그린 얼굴로 소하를 노려보며 날을 세웠다.“여긴 왜 왔습니까?”소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단에게 인사한 뒤 소한을 바라보았다.“네가 다쳤다고 해서 말이다. 많이 다친 것이냐?”그러면서 그는 조용히 손을 뻗어 소한의 옷깃을 젖히려 했다.그러자 소한은 그 손길을 피하기 위해 뒤로 두 걸음 물러섰다.“관심 끄세요. 전 김단한테 치료 받으러 온 겁니다.”그 말에 소하는 잠시 눈을 가늘게 뜨더니 입을 열었다.“김단은 바빠 보이는데? 네 약은 형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8화

    그 두 나인이 집요하게 김단을 괴롭혔던 건 단지 개인적인 악감정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그들은 명백히 공주의 뜻에 따라 움직이는 사람들이었으니까 말이다.그리고 그 둘뿐만이 아니었다.세답방에 있던 사람들 중 그녀에게 자비를 베푼 사람이 있었던가?모두가 서원공주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김단을 괴롭히고 짓밟는데 앞장섰다.그런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와중에도 두 나인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찧으며 용서를 구했다.하지만 김단의 머릿속에는 다른 장면이 떠올랐다.채찍을 휘두를 때마다 피가 튀고 살이 찢기며 울부짖던 자신의 모습과 그녀의 고통을 즐기던 그 두 나인의 모습이 눈앞에서 다시 재현되는 듯했다.김단은 길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서원공주가 건넨 채찍을 건네받았다.무릎을 꿇은 두 나인을 잠시 바라보더니 조용히 팔을 들어 채찍을 내리쳤다.무자비하게 휘두르는 것도, 감정을 담아 퍼부은 것도 아니었다.단정하고 절도 있게 한 사람당 다섯 대만 때렸다.두 나인은 땅바닥에서 몸을 웅크린 채 울부짖었다.채찍질을 멈춘 그녀는 채찍을 다시 서원공주 앞에 조용히 내밀었다.그 얼굴엔 분노도 통쾌함도 없었다.서원공주는 눈썹을 살짝 찌푸리더니 무언의 손짓으로 두 나인을 끌고 가라고 지시했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김단의 얼굴에는 억눌린 감정이 뚜렷하게 드러났다.그렇다면 분노를 터뜨리듯 채찍을 휘두를 줄 알았건만 김단은 여기서 멈췄다.예상과는 다른 그녀의 반응에 공주가 입을 열었다.“이걸로 충분한 것이오?김단은 천천히 숨을 내쉰 뒤 차분하게 말했다.“공주님께서 명하신 일인데 제가 어찌 거절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예전에도 제가 말씀드린 적이 있을 겁니다. 저의 원한이 깃든 사람은 저 둘이 아닙니다. 두 나인을 보는 것도 마음이 편치는 않지만 이 고통의 시작은 결국 진산군 댁과 임원 낭자입니다.”그 말에 서원공주의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김단은 예전에도 비슷한 말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그때는 믿지 않았다.단지 자신의 체면을 살리기 위해 거짓말을 뱉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7화

    “내가 준다 했으면 그냥 받으시오.”서원공주는 김단 앞으로 성큼 다가서더니 망설임 없이 비녀 위에 보요를 꽂아버렸다.금빛이 찰랑이자 세 알의 붉은 보석들이 더 눈부시게 빛났다.그 반짝임은 오히려 김단의 얼굴을 더 하얗고 뚜렷하게 만들어 주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서원공주는 예상치 못한 감정을 느꼈다.김단에게 준 보요는 원래 자신을 위해 만들어진 것이고 어릴 적 아버지께서 직접 내려준 소중한 물건이었다.그녀가 가장 마음에 들어 하던 장신구가 김단을 이토록 빛나게 해주니 너무나도 거슬렸다.김단의 머리 위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진 보요는 마치 원래부터 그녀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았다.그 사실이 묘하게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다.공주의 체면이 있으니 이미 내어준 물건을 다시 거두어들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서원공주는 얼굴에 가벼운 불쾌감을 띄운 채 말했다.“나는 공주이니 값비싼 장신구들은 많소. 낭자에게 하나 내준다고 해서 아쉬울 거 없다는 뜻이오.”김단은 이 장신구가 예전에 자신이 모욕당하며 손에 쥐었던 공예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값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이 보요의 값은 공주에게 있어 그저 하나의 숫자에 불과할 것이다.김단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공주자가의 은혜는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앞으로는 더욱 성심을 다해 공주님께 보답해 드릴게요.”그 말은 김단이 의도적으로 뱉은 것이었다.오늘 먼저 손을 내민 것은 공주였으니 김단은 그저 그녀의 의도대로 반응해 주기만 하면 된다.아니나 다를까, 서원공주는 김단의 태도에 만족한 듯 얼굴에 흐뭇한 기색이 번졌다.“낭자의 의술 실력이 출중하니 내 눈여겨본 게 아니겠소? 기억해시오. 낭자만 잘한다면 나도 소홀하게 대하지 않을 것이오.”“명 받들겠습니다.”김단은 여전히 정중한 태도로 고개를 숙였다.그러자 서원공주는 아무 말 없이 발길을 돌려 어화원의 안쪽 깊은 곳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김단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말없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그렇게 시간이 조금

  •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제726화

    약 한 시진이 흐른 뒤 김단은 정성껏 달인 약그릇을 조심스레 들고 중전의 방으로 들어섰다.세자는 이미 자리를 비운 뒤였고 중전 곁에는 서원공주만이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중전은 독으로 인해 몸이 많이 망가진 상태라 약을 마시자마자 곧 잠에 들었다.서원공주는 어머니의 이불을 다정히 여며주고 나서야 조용히 밖으로 향했다.김단 역시 자연스레 그녀의 뒤를 따라나섰다.그녀가 공손히 예를 갖추고 물러나려던 찰나 서원공주가 먼저 입을 열었다.“윤이야, 김 의원의 물건은 네가 대신 내의원으로 가져가거라. 나는 김 의원과 따로 나눌 말이 있다.”윤이는 고개를 숙이고는 김단이 들고 있던 약그릇을 받아든 뒤 조용히 자리를 떴다.그제야 서원공주는 고개를 돌려 김단을 바라보며 익숙지 않은 미소를 지었다.“나와 잠깐 어화원으로 가지 않겠소?”그녀의 속내가 무엇인지 헤아릴 수 없었지만 공주의 부탁이었기에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두 사람은 그렇게 멀찍이 떨어진 나인들을 뒤로하고 가을이 짙게 내려앉은 어화원의 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가을 끝자락의 정원은 특유의 고요함과 깊은 색채로 물들어 있었다.노랗게 물든 나무들 사이로 바람이 스치고 마른 낙엽이 조용히 발끝에서 사그라들었다.서원공주는 얼마 걷지 않아 조용히 걸음을 멈췄다.“오늘 오라버니 때문에 많이 놀랐소?”김단은 고개를 숙이며 조용히 대답했다.“세자저하께서 중전마마의 병이 걱정되어 그런 것이니 이해합니다.”김단은 정중하게 대답했지만 마음은 결코 편치 않았다.그녀가 진짜 경계하고 있는 대상은 세자가 아닌 바로 눈앞에 있는 공주였다.늘 고고하고 거만하게 자신을 내려다보던 사람이 이토록 부드럽게 말을 걸어오고 친절을 베푸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김단은 속으로 의심하고 있었지만 티는 내지 않았다.그런데 그 순간 서원공주가 갑자기 김단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그 손은 생각보다 따뜻했지만 김단의 심장은 차갑게 식어갔다.“그동안 어머니 곁을 지켜줘서 고맙소. 낭자가 아니었다면 어머니께서는 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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