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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9화

작가: 무안안
last update 최신 업데이트: 2024-12-02 16:48:57
“지유가 임신한 몸으로 혼자 있는데 내가 좀 도와주는 게 뭐 어때서”

강지한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온지유가 그를 구해줬고 이제 그녀가 어려움에 부닥쳤으니 당연히 도와줘야 마땅했다.

그런데 심미연이 그가 온지유를 도와준 것에 대해 속 좁게 따지는 게 못마땅했다.

심미연은 그의 무심한 표정을 보며 아무리 말을 해도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

“나랑 이혼만 하면 그 여자를 도와주든지 그 여자랑 결혼하든지 상관 안 할게.”

아무것도 바라지 않고 두 사람을 위해 꺼져주겠다는데 이 바닥에서 그녀처럼 너그러운 사람은 둘도 없으니 강지한은 고마워해야 했다.

강지한은 그녀를 바라보며 차갑게 미소 지었다.

“심미연...”

바로 그때 휴대폰 벨이 울렸고 강지한은 말을 삼켰다.

심미연이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당신 형수님 전화 오셨네, 받아.”

그녀는 강지한이 온지유를 얼마나 걱정하는지 알았다.

온지유의 전화라면 둘이 관계를 할 때에도 전화를 받곤 했다.

대체 온지유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럴까.

“나랑 지유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허튼 생각하지 마.”

강지한은 심미연을 노려보았다.

‘이 여자 표정은 뭐지?’

“그래, 둘은 아무 사이도 아니겠지. 그냥 온지유는 임신만 한 거네. 아빠가 누군지도 모를 잡것을.”

그녀도 임신 중이었기에 아이를 위해서라도 아직 태어나지 않은 아이로 공격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강지한이 거듭해서 선을 넘지 않나.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강지한의 눈빛이 갑자기 살벌해졌다.

“심미연, 한 번만 더 잡것이라고 해. 내가 가만 안 둬.”

심미연이 머리를 쓸어 넘겼다.

“당신은 날 가만 둔 적 없어.”

온지유에 대해 말만 해도 그는 꼬리가 밟힌 것처럼 발끈했다.

하지만 심미연은 최대한 화를 내지 않고 강지한과 싸우지 않기로 했다.

임신 중이라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하지 않으면 배 속의 아기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었다.

고개를 돌려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보던 강지한은 그녀가 예전과 달라진 것을 느꼈다.

정말 그녀의 말대로 더 이상 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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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일을 알 리가 없다.“여보, 샤워 잘했어? 그래, 금방 갈게.”심미연은 갑자기 한마디 하고 전화를 끊었다.온지유는 휴대폰을 쥐고 화가 나서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심미연 이 천한 년이 또 지한 씨를 꾀고 있어! 안돼, 절대 심미연의 마음대로 이루어지게 하지 않을 거야!’이런 생각에 그녀는 서둘러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가 한참 동안 울리도록 아무도 받지 않았다.온지유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설마 벌써 시작한 건 아니겠지? 안돼! 절대 심미연과 자게 해선 안 돼.’온지유는 서둘러 다시 전화를 눌렀다.전화가 끊기 직전 휴대폰에서 듣기 좋은 남자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이야?”남자의 목소리는 정말 사람을 빠져들게 했지만 온지유는 정신을 차렸다.만약 남자가 침대에서 이런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부른다면 그녀는 그의 침대에서 죽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무슨 일인데?”남자는 일부러 말투를 세게 했다. 마치 좋은 일이 끊기는 것 같은 짜증이 났다.“지한 씨, 보고 싶어.”온지유는 입술을 깨물며 나지막하게 말했다.그녀는 시시각각 그를 만나고 싶어 하지만 강지한은 그녀와 함께 있고 싶지 않았다.“지유야, 시간이 늦었으니 이제 자야지. 유치하게 굴지 말아 줄래?”강지한은 책상 앞에 앉아 손끝에 들린 펜을 돌리며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심미연은 예전에 온지유과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했지만 그는 입으로 대답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았다.그가 보기에 그와 온지유 사이의 관계는 결백해서 일부러 멀리할 필요가 없었다.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그는 심미연이 일부러 트집을 잡는 것으로 생각했기에 심미연과 약속을 하고도 온지유와 계속 연락했다.오늘 밤 심미연은 결연한 얼굴로 이혼을 제안했고 그는 아직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다.하지만 심미연이 어르신까지 언급해서야 그는 문득 심미연이 그에게 한 말은 모두 사실이라는 것을 크게 깨달았다.예전에 그는 그녀가 무리하게 억지 부린다고, 며칠 놔두면 곧 지나갈 거로 생각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1화

    “지한 씨 미연 씨에게 없다는 것을 알아. 왜냐하면 방금 나를 찾아왔고 지금 샤워 중이거든.”온지유의 말투에는 자랑이 섞여 있었는데 휴대폰을 사이에 두고도 희열이 느껴졌다.심미연은 눈썹을 찌푸리더니 웃으며 말했다.“강지한이 방금 집에 왔는데 어떻게 거기 있겠어? 온지유, 인정해. 지한 씨가 사랑하는 사람은 사실 나지 네가 아니라는걸.”‘여우 짓 하는 걸 누가 할 줄 몰라서 안 하는 줄 알아?’강지한이 어디에 있는지는 사실 관심도 없었다.온지유는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래진 채 손톱이 살에 박히도록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두 사람이 내일 이혼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오늘 밤까지 같이 있는 거지? 설마 육한성이 나를 속인 건가? 사실 두 사람은 이혼에 대해 전혀 이야기하지 않은 거 아니야?’“지한 씨가 나를 사랑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경성의 모든 거리에 놓인 꽃들을 같은 품종으로 바꿀 수 있었겠어? 만약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왜 꽃밭에 내가 좋아하는 꽃을 심었겠어? 그리고 지한 씨가 마시는 찻잎은 모두 내가 좋아하기 때문에 나와 같은 거로 마시는 거야.”“그리고 두 사람 신혼 날 밤, 내가 전화해서 발을 삐었다고 했을 뿐인데 신혼집에 있는 미연 씨를 버리고 달려와 밤새 나를 돌봐줬어. 그리고 이건 미연 씨가 모를 거야. 며칠 전에 나에게 미용실 하나를 차려줬고 강변이 보이는 집 한 채랑 차 한 대 사줬어. 심지어 리우를 나에게 넘기겠다고 했어.”그녀는 자랑하고 있었지만 마음속에는 강지한이 사실 심미연을 대신하여 보상하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이런 것들을 전혀 원하지 않는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직 강지한이라는 사람뿐이었다.“내가 다 녹음했어. 이혼할 때 이것들을 돌려주는 거 잊지 마. 어쨌든 나와 강지한의 부부 공동 재산이니까.”예전에는 온지유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심미연이 그대로 화가 나서 기절할 수도 있었다.하지만 지금 이 순간 그녀는 전에 없이 냉정했다.그녀의 강지한에 대한 마음도 조금씩 식어가 이젠 아무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90화

    여기까지 생각한 온지유는 침대에서 내려와 휴대폰을 다시 주울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휴대폰이 고장 나지 않아서 쓸 수 있었다.잠시 망설이던 그녀는 육한성의 번호를 눌렀다.육현성은 초고속으로 전화를 받았다.“지유 씨,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에요?”그의 목소리에는 걱정이 배어 있었다.“잠이 안 와서 얘기 좀 하고 싶은데 괜찮으세요?”온지유는 일부러 목소리를 죽였다.“나 혼자 있는데 뭐가 불편하겠어요?”육현성의 말투는 그녀를 탓하고 있는 것 같았다.“지유 씨, 나한테 왜 남처럼 대해요?”“아줌마가 결혼하라고 한 거 기억나요. 둘이 같이 살고 있는데 제가 한밤중에 전화해서 방해할까 봐요.”온지유의 말투는 조롱 섞인 말투였는데 그때 얼마나 한스러웠는지 그녀만이 알 수 있었다.그녀가 사랑하는 남자는 좀처럼 손에 넣을 수 없고 그녀를 사랑하는 남자 곁에는 이미 다른 여자가 있다.결국 그녀는 여전히 홀로인데 그녀가 어찌 미워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엄마가 물어봤는데 상대방이 아직 답을 안 줬어요.”오늘 이진영을 보고 그에게서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진영이 그렇게 빨리 가버려서 아무 소식도 듣지 못했다.“현성 오빠가 이렇게 훌륭한데 그렇게 오래 고민하다니, 정말 너무해요.”온지유는 씩씩거리며 말했지만 속으로는 다른 생각을 했다.‘역시 부모님이 있는 게 좋아. 아무것도 스스로 쟁취하지 않아도 부모님이 모든 것을 잘 안배해 주잖아. 나도 부모님이 살아 계셨다면 좋았을 텐데.’그랬다면 그녀가 강지한과 함께 있고 싶어 할 때 그들은 몰래 그녀를 위해 좋은 계획을 세울 것이다.“육씨 가문은 강씨 가문보다 낫지도 않고, 나도 지한이만큼 훌륭하지도 않아요.”육현성은 자신을 비웃듯 피식하며 말했다.“사실 나도 나 자신을 잘 알고 있으니 어떤 결정이 든 간에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요.”이다은은 성격이 나빠서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지만 이씨 집안과의 혼인은 육씨 집안에도 좋고 그에게도 좋으니 그는 싫어도 감히 거절하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9화

    심미연은 입술을 깨물다가 대답했다.“이노 하이브에는 최고의 변호인단이 있어. 우리가 이혼할 때 변호인단이 어떻게 당신의 재산을 지킬 수 있는지 알고 있을 거야.”빨리 이혼하고 싶을 뿐 이혼으로 얼마만큼의 재산을 나눠 가질 수 있을지, 재산 구분 없이 빈털터리로 내쫓을지는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심미연, 내가 만약 당신과 아이를 낳을 의향이 있다면? 남아서 나와 계속 부부가 돼줄 수 있어?”이혼 후 미르 파크에 심미연이 보이지 않는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예전에 어르신께서 항상 심미연과 아이를 낳으라고 할 때 그는 심미연과 평생 함께할 계획이 없다고 생각하며 아이를 낳는 것은 아이를 해치는 것이라 여겼다.아버지처럼 자식에게 책임을 지지 못할까 두려웠고 아이의 일생을 해치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지금은 심미연이 이혼을 고집하고 있고, 그는 두 사람에게 아이가 있다고 하면 그녀를 곁에 묶어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아마 평생 심미연을 사랑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그는 그녀와 아이를 책임질 것이다.심미연은 당황했다.‘설마 강지한이 임신 사실을 알았단 말인가? 일부러 이런 말을 해서 나를 떠보는 건가?’그녀의 침묵하는 것을 본 강지한은 그녀가 마음이 움직인 줄 알고 계속 말했다.“아이가 생기면 난 매일 오후 제시간에 집에 가서 아이를 돌볼게. 당신은 계속 출근하고 싶다면 출근하고, 출근하고 싶지 않다면 집에서 아이를 돌봐도 돼. 어쨌든 난 당신의 결정을 존중해.”그는 심미연이 딸을 낳으면 꼭 그녀를 닮아 말랑말랑하고 예쁘겠다고 생각했다.그는 틀림없이 딸을 매우 사랑할 것이다.심미연은 예쁜 눈을 들어 그의 얼굴을 한참을 바라보다가 그가 임신 사실을 모른다는 것을 확인하고서야 조금 마음이 놓였다.그녀는 숨을 들이마시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온지유의 아이는 사라졌지만 두 사람은 아직 젊으니 아이를 갖는 것도 쉬운 일이야. 나는... 당신에게 더 이상의 사랑이 없고 당신과 아이를 낳고 싶지 않아.”그녀는 이미 체념했는데 어떻게 그의 두세 마디 말에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8화

    남자는 곧 답장했다. 아버지에게 전화해서 언제 시간이 되는지 물어본 후에 알려 주겠다고 말이다.한유나는 휴대전화를 쥐고 손끝으로 화면 글씨를 쓰다듬으며 안심했다.질문을 하는 대로 바로 대답하는 이것이 아마 두 사람이 함께 지내는 가장 좋은 방법일 것이다....이진영은 힘겹게 신하린을 차에 태우고 운전석에 앉자마자 한유나의 문자를 받았다. 그는 백미러 속 여자의 얼굴을 힐끗 한 번 보고 문자를 빠르게 편집해 답장했다.그와 한유나의 관계가 좋을수록, 안정적일수록 차 뒷좌석의 여자도 안전해진다.그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고 그녀와 결혼할 생각은 더더욱 없었지만 그녀를 평생 곁에 묶어두고 싶었다.굳이 그녀를 묶어야 하는 이유를 찾는다면, 아마 그는 그녀의 마음속에 박유진만 있는 것을 못마땅해서였을 것이다.문자를 보낸 후 그는 어머니의 번호를 눌렀다."진영아, 늦은 시간에 전화한 건 무슨 일 있는 거야?" 어머니의 목소리에 다급함이 묻어났다.“엄마, 나 오늘 한유나 씨랑 만났는데 서로 느낌이 괜찮았어요. 아빠랑 시간을 내서 유나 씨 부모님이랑 같이 밥 먹으면서 관계를 정하는 게 어때요?”이진영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을 말하는 듯 담담한 어투로 말했다.“지금 바로 네 아빠와 상의해 보고 이따가 답장할게.”길게 내뱉는 방혜자의 목소리에 희열이 역력했다.그녀는 정말 꿈에서라도 이진영과 한유나를 맺어주고 싶었다.“알았어요.”이진영은 응낙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방혜자는 당사자보다 더 조급해져 반드시 빨리 결정하리라 마음먹었다.그는 결혼식에 나오기만 하면 되고 다른 건 신경 쓸 필요 없다.전화를 끊자마자 뒷자리에 누운 여자가 벌떡 일어나 앉았는데 긴 머리카락이 그 작은 얼굴을 가리고 있어 어둠 속에서 조금 무서웠다.“이진영, 개자식! 지질남!”여자는 목청을 돋우어 욕했는데 술을 마신 그녀는 조금도 거리낌이 없었다.이진영의 안색이 갑자기 보기 흉하게 변했다.그는 그녀 외에 다른 여자를 건드린 적이 없는데 쓰레기라니.“이진영, 안아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7화

    한유나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이씨 가문과 한씨 가문이 조건이 맞으니 제가 이진영 씨와 선을 본 것도 당연해요.”그녀는 이진영과 선을 보지 않아도 다른 사람들과도 선을 봐야 한다.오늘 저녁에 이진영과 지내보니 이진영이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그녀는 만족했다.육현성은 조용히 술을 마셨다.한유나의 말이 맞았다. 그들 같은 집안에서 태어나면 결혼은 가문끼리 조건이 맞아야 한다.온씨 가문은 이미 초라해졌고 온지유는 과부라는 신분까지 있다...그와 온지유는 함께 있을 수 없는 운명이라는 생각에 마음이 답답해서 좀 괴로웠다.한유나는 그가 묵묵히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을 보고 이유를 짐작하지 못하여 얼떨결에 말했다.“술로 근심을 풀기보다는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것인지를 생각해야 해요.”무슨 일이든 해결 방법이 있으니 당장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걱정할 필요 없다.육현성은 고개를 들어 컵 속의 술을 다 마시고는 웃으며 말했다.“문제가 좀 있는데 답이 없어요. 하지만 저도 이미 포기했어요.”온지유와 함께 할 수 없는 운명이었으니 묵묵히 지켜보는 수밖에.“이미 해결책을 찾았나 봐요.”잘 모르는 사이라 한유나는 계속 물을 이유가 없었다.그때 박인우이 돌아왔다.“지한이는 찾았어?”육현성이 물었다.“못 찾았어요. 하지만... 전화했더니 졸려서 벌써 집에 가서 잔대요.”박인우가 사실대로 말했다.그는 항상 어딘가 이상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디가 문제인지 알 수 없었다.“이왕 이렇게 된 거 우리도 그만 헤어지죠. 네가 한유나 씨를 집에 데려다줘.”육현성이 술잔을 놓고 일어서자 한유나도 따라 일어섰다.“제가 전화해서 기사에게 데리러 오라고 할 테니 데려다줄 필요 없요.”“그건 안 돼요. 진영 형이 떠날 때 집까지 바래다주라고 당부했어요. 가요, 제가 데려다줄게요.”박인우가 다가가 가방을 들어주고 외투를 건넸다.이진영이 분부한 일을 그는 당연히 해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앞으로 일이 힘들어질 것이다.“평소 연구소에서 밤늦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6화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 먼저 실례할게요. 미안해요.”이진영은 태도가 좋고 표정도 온화해서 오히려 한유나가 함부로 추측하기 미안하게 했다.“급한 일이면 어서 가보세요.”“진영 형,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유나 누나를 안전하게 집에 데려다줄게요.”박인우는 이진영이 그를 믿지 않을까 봐 가슴을 치며 다짐했다.“한유나 씨, 괜찮겠어요?”이진영은 서둘러 떠났지만 내색하지 않고 온화한 표정으로 한유나에 물었다.남자가 너무 부드러웠는지 한유나는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어서 가 봐요.”이진영은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살짝 만지고 말했다.“참 착해요.”한유나는 얼굴이 조금 뜨거워졌다.“어서 가요.”그들은 오늘 처음 만났는데 이 남자의 행동이 너무 다정하게 느껴졌다.하지만 그녀는 뜻밖에도 싫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조금 마음에 들었다.“그럼 나 먼저 갈게요. 더들 즐겁게 마셔! 이 술은 내가 살게!”이진영은 호기롭게 말하고 갔다.한유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한참 만에야 정신을 차렸다잠시 후에 그녀는 돌아가서 엄마에게 부탁해 사람을 찾아 알아보라고 했다.그에게 첫눈에 반했지만 그녀는 아직 사랑에 취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한유나 씨, 계속 마셔요.”육현성은 그녀에게 술을 따라주고는 잔을 들어 그녀와 부딪쳐 고개를 들어 단숨에 마셨다.엄마는 그에게 이진영의 여동생과 접촉해서 그들과 어울리게 하려고 했다. 원래는 이따가 이진영과 이 일을 이야기해서 이진영의 태도를 보려 했는데 이진영이 떠났으니 다음 기회를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둘이 술을 마시는 동안 박인우는 옆에서 지켜보기만 했다.육현성은 술에 취해 손목을 들어 시간을 보다가 박인우에게 물었다.“강지한이 어디 갔어?”박인우는 어리둥절해 하며 말했다.“방금 진영 형이랑 같이 나간 거 아니었어요? 설마 진영 형 집에 따라갔나?”이진영이 집에 일이 있다고 하니 당연히 그렇다고 생각했다.육서성은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강지한을 잘 알고 있었다. 설령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5화

    “신하린? 무슨 일이야?”이진영의 목소리가 수화기에서 들려오자 심미연이 입술을 깨물고 말을 하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귓가에 울려 퍼졌다.“왜? 네 여자가 조사 중이야?”“신하린, 말을 해!”이진영은 강지한을 힐끗 쳐다보더니 여자가 놀랄세라 말투를 부드럽게 했다.심미연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신하린이 술에 취했는데 지금 시간이 있으면 구연궁으로 데리러 와요.”이진영은 곁에 있는 무뚝뚝한 얼굴을 한 남자를 힐끗 쳐다보고 대답했다.“알았어요. 금방 갈게요.”심미연은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혼자 오면 돼요. 강지한이 따라오지 못하게 해요. 보고 싶지 않으니.”외할머니의 죽음을 겪으면서 강지한에 대한 애정이 사라진 그녀는 그를 만나고 싶지 않았고 그의 변명 따위 더는 듣기 싫었다.해명해도 가슴에 자국이 남는 일이 있는데, 지나간 일에 얽매이기보다는 마음을 추스르고 배 속의 아기를 잘 돌봐야 한다.이진영은 누군가에게 강요당해 억지로 스피커폰을 켰는데 심미연의 말은 그대로 누군가의 귀에 들어갔다.누군가가 곧 얼굴을 붉혔다.이 여자는 이진영에게 데리고 오지 말라고 특별히 부탁했다.그녀는 얼마나 그가 보고 싶지 않은 걸까.이진영은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차가움을 느끼며 얼른 대답하고 바로 전화를 끊었다.고개를 돌렸을 때 강지한의 차가운 눈동자를 마주쳤지만 웃음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슬픔 가득한 모습 좀 봐. 모르는 사람이 봤으면 차인 줄 알겠어.”“심미연이 이혼하재.”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그 말을 할 때 마음속에 짜증이 났다.외할머니가 돌아가실 때 출장중이었는데 먼저 전화해서 이 일을 알려주지 않았으니 이일은 그의 잘못만은 아니었다.그러나 심미연은 이 기회를 빌려 그와 이혼하려고 했다.결혼 3년 만에 처음으로 심미연이 이혼 얘기를 꺼낸 것은 두 달 전이었다.그는 그녀가 단지 투정 부리는 거로 생각했다.오늘 밤 문 앞에서 그녀가 캐리어를 끌고 가는 것을 보고 나서야 심미연은 처음 이혼을 제의했을 때부터 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284화

    그 뒤를 이어 육현성이 캐주얼한 차림이지만 온화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감추지 못한 채 들어왔다. 입가에 가벼운 미소를 머금고 있어 자기도 모르게 사람들과의 거리를 좁히는 듯했다.박인우는 갓 취직한 직장인의 모습으로 주변 사물에 대한 호기심과 평가로 눈빛을 반짝이고 있었다.룸에 들어선 세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시선이 한유나로 쏠렸다.한유나는 테이블에 단정히 앉아 단순하면서도 우아한 원피스를 입고 긴 머리를 간단하게 묶었는데 잔머리 몇 가닥을 뺨에 늘어뜨려 부드러움과 우아함을 더했다. 탐구하는 듯한 그들의 시선에 미소로 화답하는 한유나의 여유와 대범함이 호감을 자아냈다.인사와 자기소개를 주고받자 화기애애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바뀌었다.이진영은 한유나와의 관계, 그리고 앞으로 부부가 될 가능성이 큰 것에 대해 적극적으로 말했다.한유나 역시 이 감정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거침없이 언급하며 미래에 대한 기대와 태연함을 드러냈다.그녀의 솔직함에 이진영은 부끄러웠다.그의 표정을 살피던 강지한은 친구로서 어깨를 툭툭 치며 함께 화장실에 가자고 손짓했다.은밀하고 조금 비좁은 공간에서 강지한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깊이 들이마시고 연기를 내뿜으며 엄숙하지만 관심 어린 어투로 물었다.“진영아, 넌 항상 신하린과 함께 있지 않았어? 왜 갑자기 한유나와 이런 관계가 생겼어?”그의 눈빛에는 의심과 걱정이 섞여 있었는데 이진영의 감정 세계에 관심이 많은 게 분명했다. 이진영은 복잡한 얼굴로 강지한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어 자신의 마음가짐과 현재 상황을 하나하나 짚어주었다. 두 사람 사이의 대화는 짧지만 깊어 오랜 우정의 깊은 호흡을 드러냈다.그 시각 경궁.신하린은 기분이 좋아 술을 많이 마시는 바람에 얼굴이 붉어지고 눈동자에 희미하고 억척스러운 빛이 반짝이며 알코올이 주는 짧은 즐거움과 끝없는 근심이 뒤섞인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쓰레기! 개자식!”취해서 약간 쉰 듯한 목소리였지만 말끝마다 또박또박 감정적으로 모든 불만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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