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310화

작가: 무안안
박유진은 금방에라도 쓰러질 듯한 심미연을 보고 순간 그녀의 몸이 걱정되었다.

그리고 단번에 심미연을 자기 뒤로 끌어당기며 강지한에게 말했다.

“강 대표님과 미연이는 이미 이혼한 사이인데 무슨 자격으로 이러시는 거죠?”

강지한이 살벌한 얼굴로 심미연에게 저런 물음을 묻는 게 박유진이 보기에는 너무 우스웠다.

그러자 강지한이 차갑게 웃으며 답했다.

“내가 지겨울 때까지 놀다 버린 여자를 수거해 가는 게 박씨 집안 내력인가 봅니다?”

박유진은 이 순간에도 오직 심미연이 저 말을 듣고 상처받을까 봐 걱정될 뿐이었다.

그러다가 온화했던 얼굴이 순간 비바람이 불 듯 서늘해지더니 어두운 목소리로 말했다.

“강 대표님의 이런 인성 때문에 미연이가 기어코 이혼하겠다고 난리 쳤나 보네요.”

“하, 아무리 이혼해도 심미연은 제 여자입니다. 제 허락 없이는 박유진 씨가 함부로 데려가지 못한다는 뜻이죠.”

강지한은 질투심에 듣기 거북한 말을 마구 내뱉었다.

심미연은 박유진 등 뒤에 가만히 서 있었고 귓가에는 여전히 강지한이 했던 말이 계속 맴돌면서 그녀의 가슴을 후벼팠다.

‘난 그저 강지한이 갖고 놀다가 버린 여자였구나.’

“두 사람이 이혼했으면 이제 누구랑 같이 있든 그건 미연이 자유입니다. 그런데 왜 대표님의 허락이 필요한가요?”

박유진은 입꼬리를 살짝 올리고 강지한을 바라보며 한껏 비아냥거렸다.

그리고 그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곧바로 뒤에 있던 심미연의 손을 잡고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이 같이 있던 시간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으니 강지한은 심미연이 돌아오기를 바랄 자격도 없다고 생각했다.

심미연은 숨이 턱 막히면서 순간 눈이 새빨개지더니 누가 발에 쇳덩이를 달아놓은 것처럼 한 발짝 내딛기조차 힘들었다.

박유진은 단번에 그녀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제야 심미연의 창백한 얼굴과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모습을 발견하고는 발걸음을 멈추고 다정하게 물었다.

“힘들면 내가 안고 갈까?”

심미연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박유진은 단번에 그녀를
잠긴 챕터
GoodNovel에서 계속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관련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1화

    박유진은 그녀의 상태가 조금 괜찮아진 것 같아 다시 바닥에 내려줬다.“그럼 이야기 나누고 있어. 난 가서 전화 받을게.”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인 뒤 손을 흔들었다.하지만 이런 모습마저 강지한의 눈에는 아주 애틋하게 느껴져 가슴속 깊은 곳에서부터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심미연, 감히 날 이런 취급해? 간이 부었네?’박유진이 자리를 뜨고 나서야 심미연은 강지한에게 다가왔다.아까까지는 너무 괴로웠지만 지금은 어느 정도 회복된 것 같았다.그리고 강지한을 가만히 올려다보다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나한테 주겠다고 했던 그 재산들이 아까우면 나랑 같이 살 때 당신이 온지유 씨한테 줬던 선물, 집, 차, 미용원까지 전부 다 받아와. 그리고 다시 재산 나누던지.”어차피 그녀는 앞으로도 변호사 일을 할 생각이 없었기에 별로 창피하지도 않았다.그저 강지한만 버텨내면 된다.심미연의 말을 들은 강지한은 순간 눈빛이 살벌해졌다.“변호사라 그런지 말주변 하나는 끝내주네. 나는 지금 너랑 저 떳떳하지 못한 남자에 대해 말하고 있는데 여기서 온지유는 왜 갑자기 튀어나와? 그리고 가만히 있는 여자를 왜 자꾸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야.”예전의 심미연은 항상 온화하고 부드러운 모습이어서 그녀를 다루기 참 쉽다고 생각했었는데 이제 보니 참 악독하고 못된 사람인 것 같았다.“그러는 당신은 온지유 씨랑 붙어 먹은 게 하루이틀도 아니고 그 사실을 전 경성 사람들이 다 알고 있는데 무슨 자격으로 내가 떳떳하지 못하다는 거야?”다시 살아난 심미연은 전투력이 슬슬 올라가는 것 같았다.강지한은 듣다 보니 짜증이 밀려왔다.“나랑 온지유는 그런 사이가 아니라고 했지? 헛소리 그만해!”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그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고 강지한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심미연은 핸드폰에 뜬 발신자를 보고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강지한은 온지유한테서 걸려 온 전화인 걸 확인하고는 곧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하지만 끊자마자 또다시 전화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2화

    심미연은 강지한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박유진과 심미연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 자신과 온지유 이야기만 나오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이기적인 인간!’“미연아, 만약 미르 파크에 돌아가기 싫으면 내가 매일 제때 집에 가서 너랑 같이 저녁 먹을게. 어때? 네가 받아들인다면 그 넥타이를 박유진 씨한테 줬던 일은 내가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게.”강지한은 매우 진지한 얼굴로 심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비참해 보이고 비굴해 보여도 심미연이 자기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강지한 씨, 정신과 치료 좀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심미연은 너무 진지한 그의 모습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뻔했다.그의 내연녀가 되면 돈도 많이 받고 직업도 자유롭다.다른 여자였으면 분명 구미가 당겨 바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텐데 아쉽게도 심미연은 이제 강지한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심미연, 내가 지금 좋게 말할 때 받아들여. 나중에 사서 고생하지 말고.”강지한은 아까보다 한껏 낮은 말투로 말했는데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백번 양보해서 그 넥타이 사건은 이제 따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리어 강지한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꼬았다.심미연은 짜증이 섞인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두 번 다시는 지한 씨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만약 온지유 씨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면 다른 여자라도 찾아보던지. 아마 기꺼이 당신 성욕을 만족시켜 줄 테니까.”저 말도 안 되는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강지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직 상황판단이 안되나 보네.”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서야 심미연은 그가 진짜 떠났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박유진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미연아, 그 사람은 갔어?”심미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응. 오빠도 그만 가봐. 나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3화

    그날 백화점에서 심미연이 넥타이를 사 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똑같은 걸 사서 박유진한테 보냈을 것이다.그래서 오늘 강지한이 갑자기 찾아와서 질투심에 불타올라 난리를 쳤던 것이고.“그래. 지금 가서 카드 가져올게.”박유진은 한껏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어차피 거짓말한 것도 아니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럼 난 먼저 올라가 볼게.”박유진은 심미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이때, 갑자기 박유진의 핸드폰이 울려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는 차에 올라탔다.심미연이 집에 들어서니 신하린한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되어서 전화했으리라 생각하고 냉큼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 신하린의 변함없는 마음이 심미연은 언제나 너무 고마웠고 오직 그녀만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미연아, 난 네가 혼자 있는 게 너무 불안해. 내가 옆에서 돌봐줄까, 아니면 도우미 아주머니라도 불러줄까? 둘 중에 네가 선택해.”신하린은 혹시나 심미연이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너무 무서웠다.“그럴 필요 없어. 정말 괜찮다니까.”아직 배도 덜 나왔고 몸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혼자라도 상관없었다.신하린은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혹시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몸이 이상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심미연은 거실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신하린에게 고백했다.“하린아, 방금 지한 씨가... 한바탕 난리 치다가 갔어. 날 먹여 살리겠대. 그러면서 카드도 주더라.”신하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뭐? 그 인간이 구연궁까지 찾아갔다고? 진짜 미친 거 아니야?”신하린은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그녀의 눈에는 강지한이 그저 쇼하는 걸로 보였다.심미연은 수화기 너머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그 사람도 그저 일시적인 충동에 그런 말을 했을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4화

    “미연아, 걱정하지 마. 내가 부탁해서 알아볼 테니까.”신하린은 화면을 통해 한껏 단호한 목소리로 심미연을 안심시켰다.듣고 있던 심미연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가 넥타이를 샀는지만 알아내면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쉬울 것이다.“피곤해 보이는데 이만 쉬어. 이따 다시 얘기하자.”신하린은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순간 가슴이 아팠다.“그래. 난 좀 쉴게.”심미연은 말을 마친 뒤 영상 통화를 껐다.신하린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이진영의 차갑고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멍해진 신하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진영이 의도적으로 그녀와 선을 긋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말해.”이진영은 살짝 짜증이 났는지 말투가 아까보다 더욱 어둡게 들렸다.“부탁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신하린은 어떻게 말해야 이 남자가 자기 부탁을 들어줄지 한참 동안 고민했다.“침대 밖에서는 우리가 남남인 척해야 한다며? 함부로 낯선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야?”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진영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실례했어요.”순간 신하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이진영을 통하면 분명 백화점 판매 기록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겠지만 그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했다.이 시각, 심미연은 심란했던 기분이 신하린과의 수다로 조금 풀린 것 같아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워서 TV를 보기 시작했다.공교롭게도 TV에서는 온지유에 대한 인터뷰를 라이브로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 속 온지유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이었는데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담요를 손에 꼭 쥐고 머리는 소파 팔걸이에 기댄 채 유산했다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도 채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나와서 인터뷰까지 한다고? 열심히 사네.”사실 온지유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5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이때, 갑자기 온지유의 낯빛이 변하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가면서 기절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빨리 119 불러!”“라이브 꺼요!”심미연은 화면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역시 수법이 너무 단순해.’그리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자 TV 화면이 꺼지면서 거실도 조용해졌다.심미연은 이미 색이 바래진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갑자기 수많은 화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온지유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자신과 강지한은 애틋한 사이란걸 연기했는데 거의 배우 뺨치는 수준이었다.순간 두통이 몰려와 심미연은 머리를 살살 어루만지다가 그만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이상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꿈속의 하늘은 이미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천둥소리는 마치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 요란했다.이때 갑자기 두 명의 어린아이의 그림자가 비치면서 안개 속을 헤집고 그녀 쪽으로 뛰쳐나왔다.그들은 초라한 옷차림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심미연의 두 다리를 꼭 껴안으면서 끊임없이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다.심미연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자마자 아이들의 가슴을 찢는 듯한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엄마,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사람들이 저희를 죽이려 해요!”아이의 목소리는 심미연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애써 손을 내밀어 위로를 건네려다 보니 어느새 자기 두 손도 떨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도 마치 응고된 것처럼 점점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바로 그때, 다급한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나지막하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심미연은 애써 고개를 들고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마치 저승사자처럼 그림자 형태로 그녀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왔다.심미연은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6화

    [가면 알게 될 거야.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박유진은 단언하듯 말했다. 그는 심미연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승낙하려던 찰나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심미연은 화면에 깜빡이는 ‘강 씨 저택’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유진 오빠, 나 먼저 전화 좀 받고 다시 말해도 될까?” 이미 강지한과 이혼한 사이였지만 강준형의 전화는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강준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알았어. 먼저 전화 받아. 기다릴게.” 박유진은 언제나 온화하고 세련된 도련님처럼 보였다. 심미연은 화면을 가볍게 몇 번 터치한 후 전화를 받았다. “미연아, 오늘 저녁은 꼭 집에 와서 먹어. 내가 직접 시장에 가서 장도 봐 왔단다.” 강준형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단호함 속에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할아버지, 저랑 지한 씨는 이미 이혼했잖아요.” 심미연은 강지한이 전에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르며 본가에 돌아갔다가 그와 마주칠까 봐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지한 씨가 내가 마음이 바뀐 줄 알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일부러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내연녀라도 되게 해달라고 부탁한 줄 알겠어!’“너희가 이미 이혼한 건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데 그게 우리가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강준형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음 섞인 말투였다. 지금 기분이 아주 좋은 게 확 느껴졌다. 다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은 이 기회에 심미연에게 젊고 능력 있는 상대를 소개해 주려는 거였다. 하지만 이 말을 미리 꺼내면 심미연이 너무 놀랄까 봐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고 복잡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강지한과 마주칠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미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연아, 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7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미묘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지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가에 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는 일부러 심미연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낮고 저음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절한 지 몇 시간 만에 벌써 생각이 바뀌었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마음이 생긴 거야? 강 부인, 너무 원칙이 없는 거 아냐? 소문이라도 나면 누가 너한테 소송 걸자고 찾아가겠어.” 그가 말을 내뱉는 사이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미연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심미연은 주먹을 꽉 쥐며 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정도였지만 여전히 숨이 막힐 듯한 차가운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녀는 몸을 살짝 비켜 강지한과 가까운 접촉을 피하며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 대표님,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네요. 난 이제 당신과 어떤 연관도 있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할아버지랑 밥 한 끼 먹으러 온 거고 당신을 만난 건 그저 우연이에요.”말을 끝낸 그녀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은 강지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눈빛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 뜻밖의 만남은 마치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 결국 누가 승자가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미연아, 네가 좀 더 늦게 왔으면 내가 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 뻔했어.” 강준형의 힘찬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그녀는 가슴 속 안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미연은 빠르게 그의 앞에 다가갔다. 가방을 그의 손에 건넨 뒤 살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요.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산 무릎 보호대예요. 무릎 상태가 안 좋으시잖아요. 날씨가 더 추워지면 필요할 것 같아서요.”강지한이 들어오며 할아버지가 심미연에게 보이는 다정한 모습에 미묘한 질투를 느꼈다. ‘누가 진짜 친손자인지 모르겠네.’ 강준형은 고개를 들어 강지한과 시선이 마주치자 금세 웃음을 지었던 얼굴을 확 굳어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8화

    여자의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는 모습이 강지한을 자극했다. 입술 끝에서 은은하게 미소가 번지며 그 곡선이 매혹적으로 빛났다. 그의 손끝이 여자의 다리 위에서 원을 그리듯 스쳤고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흘러나왔다. “심미연 씨, 왜 이렇게 나 쳐다봐? 내가 그렇게 멋있어?”‘말 진짜 뻔뻔하게 하네.’ 심미연을 이를 갈며 남자의 장난치고 있던 손을 잡아 확 꼬집었다. ‘이미 전남편 전처인데 왜 자꾸 이렇게 은근슬쩍 다가오는 거지? 예전엔 강지한이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줄 몰랐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이 여자 진짜 손끝이 세네.’ ‘너무 아프잖아!’ 하지만 손이 아파도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강준형은 그릇에 국을 담아 심미연 앞에 놓으며 그녀가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진 모습을 보고는 강지한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줄 알았다. 그는 강지한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다그쳤다. “빨리 먹고 가!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그는 그저 심미연이랑 조용히 식사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는 강지한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강지한이 지금까지 심미연에게 상처를 준 모든 일을 기억했다. 그런 사람을 절대로 도와줄 리가 없었다. “할아버지, 저야말로 당신 친손자잖아요! 쟤는 남인데 왜 저 대신 쟤를 도와주는 거예요?” 강지한은 말하면서도 손과 발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심미연을 괴롭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예전에 심미연이 눈앞에 있을 때는 그녀가 따분하고 거슬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집에서 혼자 한나절을 보내니 집안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강준형을 찾아가 심미연을 설득해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려 했는데 여기서 그녀를 뜻밖에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데 할아버지도 참. 심미연만 불러서 밥을 먹자고 하고 정작 친손자인 나한텐 말 한마디도 없으시네.’‘편애도 정도가 있지. 이건 뭐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야?’ 강지한이 그렇게 웃는

최신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20화

    강준형의 목소리를 듣고 심미연은 잠시 멈칫했다가 바로 그 말속의 뜻을 알아차리고 급히 고개를 떨구며 테이블 아래로 시선을 내렸다. 강준형의 발이 그대로 그녀의 발밑에 있었다. 조금 전 너무 화가 나서 어느 방향인지 신경 쓸 여유도 없이 그냥 밟아버린 것이다. “할아버지, 죄송해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심미연은 계속해서 사과의 말을 했다. “다 네 탓이야. 흥!”강준형은 이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이미 다 이해하고 있었다. 그도 젊었을 때가 있었으니까. 하지만 두 사람을 다시 엮는 건 원치 않았기에 강지한에게 화를 내며 말했다. “할아버지, 너무 편파적이세요.”강지한은 내내 기분이 불쾌했다. ‘예전엔 나랑 심미연을 이어주려고 애쓰지 않았나?’‘왜 오늘은 입도 떼지 않으시지?’ “밥 먹자.”강준형은 두 사람을 한 번 훑어보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강지한도 지지 않으려는 듯 심미연을 단단히 쏘아보고 있었다. 심미연은 못 본 척하며 고개를 숙여 밥에 집중했다. 강준형은 다시 강지한을 쳐다보며 말했다. “밥 먹어!”강지한은 할 수 없이 고개를 숙여 먹기 시작했다. 한 끼 식사가 끝날 무렵. 정교한 식기들이 살며시 부딪쳐 미세하고 맑은 소리를 냈다. 강준형은 잠시 심미연에게 시선을 두었고 그 눈빛에는 깊은 응시와 기대가 섞여 있었다. 그는 조용히 일어선 후 심미연의 어깨를 가볍게 톡 치며 말했다. “미연아, 나랑 서재에 가자. 얘기할 게 있어.”그리곤 두 사람은 계단을 올라갔다. 강지한이 일어나려던 찰나 핸드폰 벨 소리가 울렸다. 그는 미간을 찌푸리며 폰을 꺼냈고 화면에 떠오른 온지유의 이름을 보고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전화를 받았다. 즉시 온지유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는 후회와 무력감이 가득했다. “지한 씨, 미안해... 내가 그런 말을 라이브 방송 중 인터뷰 카메라 앞에서 하는 게 아니었어. 그 후에 생길 일들은 전혀 생각 못 했어. 제발 용서해줘...” 그녀는 애처롭게 울며 말했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9화

    “할아버지, 이노하이브 주식 1%를 심미연에게 다 주셨잖아요. 심미연이 할아버지를 돌보는 게 뭐가 문제에요.” 강지한이 당당하게 말했다. ‘돈이면 뭐든지 해결된다고 하지 않았나?’ ‘심미연은 돈을 받았으니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해야지.’“난 미연이에게 주식을 줬을 뿐 거기서 아무런 보상도 바란 적 없어!”강준형은 화가 나서 강지한을 한 대 쥐어박고 싶을 정도였다. 지난번에 때린 게 너무 약했던 것 같다. ‘그때 좀 더 세게 때려야 했는데!’ 심미연은 강지한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 “우리는 이미 이혼했잖아. 이제 지한 씨가 좋아하는 사람 데려와서 할아버지 돌보면 되겠네.” 예전에는 강지한과 이혼한다고 생각하면 마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았었다. 하지만 이제 정말 이혼하고 나니 슬픔은커녕 오히려 그를 조롱하며 웃을 수 있었다. ‘사랑하지 않으니 이렇게 평온하고 차분해지는구나.’ 강지한의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 “이혼하자고 고집한 사람은 너잖아! 다른 남자랑 애매한 관계를 이어갔던 것도 너고. 지금 와서 나한테 뒤집어씌우겠다는 거야? 심미연, 진짜 대단하다.” “그만 먹고 빨리 나가! 계속 말하면 누가 밥 먹을 기분이 나겠어.”강준형이 화가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변하며 강지한에게 소리쳤다. ‘자기 잘못으로 이 가정을 깨놓고 이제 와서 모든 잘못을 미연이에게 돌리다니.’‘한심한 놈.’심미연은 비웃는 듯한 표정으로 강지한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왜 온지유가 몇 개월째 임신한 일은 말 안 해?”‘이 결혼이 끝난 게 그의 외도 때문 아니었나?’‘왜 이제 와서 모든 걸 내 탓으로 돌리냐고.’“우리 사이의 일을 왜 온지유를 거론하는 거야?” 강지한은 기분이 나빴고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 여자는 왜 자꾸 온지유 얘기만 하는 거야.’ 강준형은 냉소를 흘리며 말했다. “미연이에게 얘기하지 말라고 할 거면 너도 미연이가 다른 남자랑 뭔가 있었다고 떠드는 거 그만둬. 강지한, 오늘 여기서 말하는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8화

    여자의 이를 악물며 그를 노려보는 모습이 강지한을 자극했다. 입술 끝에서 은은하게 미소가 번지며 그 곡선이 매혹적으로 빛났다. 그의 손끝이 여자의 다리 위에서 원을 그리듯 스쳤고 목소리는 낮고 거칠게 흘러나왔다. “심미연 씨, 왜 이렇게 나 쳐다봐? 내가 그렇게 멋있어?”‘말 진짜 뻔뻔하게 하네.’ 심미연을 이를 갈며 남자의 장난치고 있던 손을 잡아 확 꼬집었다. ‘이미 전남편 전처인데 왜 자꾸 이렇게 은근슬쩍 다가오는 거지? 예전엔 강지한이 이렇게 뻔뻔한 사람인 줄 몰랐네.’강지한은 눈을 가늘게 뜨며 생각했다.‘이 여자 진짜 손끝이 세네.’ ‘너무 아프잖아!’ 하지만 손이 아파도 그는 손을 빼지 않았다. 강준형은 그릇에 국을 담아 심미연 앞에 놓으며 그녀가 화가 나 얼굴이 빨개진 모습을 보고는 강지한을 만나고 싶지 않아 하는 줄 알았다. 그는 강지한을 못마땅하게 쳐다보며 다그쳤다. “빨리 먹고 가! 여기서 방해하지 말고.”그는 그저 심미연이랑 조용히 식사하고 이야기도 나누고 싶었을 뿐이었다. 그는 강지한이 왜 갑자기 나타났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는 강지한이 지금까지 심미연에게 상처를 준 모든 일을 기억했다. 그런 사람을 절대로 도와줄 리가 없었다. “할아버지, 저야말로 당신 친손자잖아요! 쟤는 남인데 왜 저 대신 쟤를 도와주는 거예요?” 강지한은 말하면서도 손과 발이 가만히 있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심미연을 괴롭히며 장난을 치고 있었다. 예전에 심미연이 눈앞에 있을 때는 그녀가 따분하고 거슬린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오늘 오후 집에서 혼자 한나절을 보내니 집안이 텅 빈 것처럼 공허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강준형을 찾아가 심미연을 설득해 다시 돌아오게 하는 방법을 고민해 보려 했는데 여기서 그녀를 뜻밖에 마주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근데 할아버지도 참. 심미연만 불러서 밥을 먹자고 하고 정작 친손자인 나한텐 말 한마디도 없으시네.’‘편애도 정도가 있지. 이건 뭐 너무 티 나는 거 아니야?’ 강지한이 그렇게 웃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7화

    분위기는 순식간에 미묘하고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지한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입가에 웃음이 더 깊어졌다. 그는 일부러 심미연에게 가까이 다가가며 낮고 저음의 목소리로 속삭였다. “거절한 지 몇 시간 만에 벌써 생각이 바뀌었어? 다시 내 곁으로 돌아올 마음이 생긴 거야? 강 부인, 너무 원칙이 없는 거 아냐? 소문이라도 나면 누가 너한테 소송 걸자고 찾아가겠어.” 그가 말을 내뱉는 사이 눈빛은 날카로운 칼날처럼 심미연의 마음을 파고들었다. 심미연은 주먹을 꽉 쥐며 손톱이 거의 손바닥에 박힐 정도였지만 여전히 숨이 막힐 듯한 차가운 침착함을 유지했다. 그녀는 몸을 살짝 비켜 강지한과 가까운 접촉을 피하며 차갑고 단호하게 말했다. “강 대표님, 뭔가 오해하시는 것 같네요. 난 이제 당신과 어떤 연관도 있고 싶지 않아요. 그냥 할아버지랑 밥 한 끼 먹으러 온 거고 당신을 만난 건 그저 우연이에요.”말을 끝낸 그녀는 더 이상 머무르지 않고 곧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 자리에 홀로 남은 강지한은 그녀의 뒷모습을 지켜보며 눈빛 속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이 뜻밖의 만남은 마치 총성이 울리지 않는 전쟁처럼 두 사람 사이에서 서서히 퍼져나갔다. 결국 누가 승자가 될지 그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미연아, 네가 좀 더 늦게 왔으면 내가 사람 보내서 데리러 갈 뻔했어.” 강준형의 힘찬 목소리가 귓가에 울리자 그녀는 가슴 속 안개가 사라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심미연은 빠르게 그의 앞에 다가갔다. 가방을 그의 손에 건넨 뒤 살짝 웃으며 말했다. “죄송해요. 차가 막혀서 좀 늦었어요. 그리고 이건 할아버지께 드리려고 산 무릎 보호대예요. 무릎 상태가 안 좋으시잖아요. 날씨가 더 추워지면 필요할 것 같아서요.”강지한이 들어오며 할아버지가 심미연에게 보이는 다정한 모습에 미묘한 질투를 느꼈다. ‘누가 진짜 친손자인지 모르겠네.’ 강준형은 고개를 들어 강지한과 시선이 마주치자 금세 웃음을 지었던 얼굴을 확 굳어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6화

    [가면 알게 될 거야. 너도 분명 좋아할 거야.] 박유진은 단언하듯 말했다. 그는 심미연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 승낙하려던 찰나 또 전화가 걸려 왔다. 심미연은 화면에 깜빡이는 ‘강 씨 저택’이라는 두 글자를 보고 짧게 한숨을 내쉬더니 부드럽게 말했다. “유진 오빠, 나 먼저 전화 좀 받고 다시 말해도 될까?” 이미 강지한과 이혼한 사이였지만 강준형의 전화는 받을 수밖에 없었다. 혹시라도 강준형에게 무슨 일이 생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알았어. 먼저 전화 받아. 기다릴게.” 박유진은 언제나 온화하고 세련된 도련님처럼 보였다. 심미연은 화면을 가볍게 몇 번 터치한 후 전화를 받았다. “미연아, 오늘 저녁은 꼭 집에 와서 먹어. 내가 직접 시장에 가서 장도 봐 왔단다.” 강준형의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단호함 속에 어딘가 모르게 따뜻한 온기가 섞여 있었다. “할아버지, 저랑 지한 씨는 이미 이혼했잖아요.” 심미연은 강지한이 전에 했던 말이 문득 떠오르며 본가에 돌아갔다가 그와 마주칠까 봐 걱정이 밀려왔다. ‘혹시 지한 씨가 내가 마음이 바뀐 줄 알고 오해하면 어떡하지? 일부러 할아버지에게 찾아가 내연녀라도 되게 해달라고 부탁한 줄 알겠어!’“너희가 이미 이혼한 건 당연히 알고 있지. 그런데 그게 우리가 같이 밥 한 끼 먹는 것과 무슨 상관이냐?” 강준형은 화내기는커녕 오히려 웃음 섞인 말투였다. 지금 기분이 아주 좋은 게 확 느껴졌다. 다만 그가 말하지 않은 것은 이 기회에 심미연에게 젊고 능력 있는 상대를 소개해 주려는 거였다. 하지만 이 말을 미리 꺼내면 심미연이 너무 놀랄까 봐 굳이 말하지 않기로 했다. 심미연은 어쩔 수 없이 알겠다고 대답한 뒤 전화를 끊었고 복잡한 마음이 가시질 않았다. 강지한과 마주칠 생각만 해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심미연은 감정을 추스르고 나서 박유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연아, 갈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5화

    물음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쏟아졌다.이때, 갑자기 온지유의 낯빛이 변하더니 그대로 뒤로 넘어가면서 기절했고 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빨리 119 불러!”“라이브 꺼요!”심미연은 화면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자기도 모르게 코웃음이 터져 나왔다.‘역시 수법이 너무 단순해.’그리고 리모컨으로 전원 버튼을 누르자 TV 화면이 꺼지면서 거실도 조용해졌다.심미연은 이미 색이 바래진 스크린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머릿속에 갑자기 수많은 화면이 스쳐 지나가면서 마음이 심란해졌다.온지유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일부러 자신과 강지한은 애틋한 사이란걸 연기했는데 거의 배우 뺨치는 수준이었다.순간 두통이 몰려와 심미연은 머리를 살살 어루만지다가 그만 소파에서 잠이 들어버렸고 이상한 꿈까지 꾸게 되었다.꿈속의 하늘은 이미 짙은 먹구름으로 뒤덮여 있었고 천둥소리는 마치 불길함을 예고하는 듯 요란했다.이때 갑자기 두 명의 어린아이의 그림자가 비치면서 안개 속을 헤집고 그녀 쪽으로 뛰쳐나왔다.그들은 초라한 옷차림과 두려움이 가득한 얼굴로 심미연의 두 다리를 꼭 껴안으면서 끊임없이 그녀를 ‘엄마’라고 불렀다.심미연은 그들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조심스레 손을 뻗어 얼굴을 어루만지려 했다.하지만 그녀가 손을 뻗자마자 아이들의 가슴을 찢는 듯한 소리가 또다시 들려왔다.“엄마, 저 좀 살려주세요. 저 사람들이 저희를 죽이려 해요!”아이의 목소리는 심미연의 귓가에 계속 맴돌았고 날카로운 칼날처럼 그녀의 신경을 자극했다.애써 손을 내밀어 위로를 건네려다 보니 어느새 자기 두 손도 떨고 있었다. 주위의 공기도 마치 응고된 것처럼 점점 숨쉬기조차 어려워졌다.바로 그때, 다급한 발소리가 멀리서 들려오더니 나지막하고 차가운 웃음소리가 메아리치기 시작했다.심미연은 애써 고개를 들고 그가 누구인지 확인하려 했지만 그 사람은 어둠 속에서 마치 저승사자처럼 그림자 형태로 그녀에게 한 발짝 한 발짝 다가왔다.심미연은 순간 심장이 튀어나올 정도로 빠르게 뛰기 시작했고 알 수 없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4화

    “미연아, 걱정하지 마. 내가 부탁해서 알아볼 테니까.”신하린은 화면을 통해 한껏 단호한 목소리로 심미연을 안심시켰다.듣고 있던 심미연도 알 수 없는 안도감에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누가 넥타이를 샀는지만 알아내면 배후가 누구인지 알아내기 쉬울 것이다.“피곤해 보이는데 이만 쉬어. 이따 다시 얘기하자.”신하린은 핏기 없는 그녀의 얼굴을 보고 순간 가슴이 아팠다.“그래. 난 좀 쉴게.”심미연은 말을 마친 뒤 영상 통화를 껐다.신하린은 꺼진 핸드폰 화면을 보고 잠시 망설이다가 그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다.“무슨 일이야?”수화기 너머로 이진영의 차갑고도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순간 멍해진 신하린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는데 이진영이 의도적으로 그녀와 선을 긋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말해.”이진영은 살짝 짜증이 났는지 말투가 아까보다 더욱 어둡게 들렸다.“부탁할 일이 있어서 전화했는데요.”신하린은 어떻게 말해야 이 남자가 자기 부탁을 들어줄지 한참 동안 고민했다.“침대 밖에서는 우리가 남남인 척해야 한다며? 함부로 낯선 사람에게 도움 요청하는 건 어디서 배워먹은 예의야?”하지만 말과는 달리 이진영의 목소리는 누가 들어도 기분이 좋아졌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실례했어요.”순간 신하린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재빨리 전화를 끊었다.이진영을 통하면 분명 백화점 판매 기록을 빠르게 찾을 수 있겠지만 그가 싫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혼자 해결해야 했다.이 시각, 심미연은 심란했던 기분이 신하린과의 수다로 조금 풀린 것 같아 핸드폰을 내려놓은 뒤 소파에 담요를 덮고 누워서 TV를 보기 시작했다.공교롭게도 TV에서는 온지유에 대한 인터뷰를 라이브로 진행하고 있었다. 화면 속 온지유는 다정한 미소를 지으며 행복한 모습이었는데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담요를 손에 꼭 쥐고 머리는 소파 팔걸이에 기댄 채 유산했다던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몸도 채 회복되지 않았을 텐데 벌써 나와서 인터뷰까지 한다고? 열심히 사네.”사실 온지유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3화

    그날 백화점에서 심미연이 넥타이를 사 가는 모습을 누군가가 보고 똑같은 걸 사서 박유진한테 보냈을 것이다.그래서 오늘 강지한이 갑자기 찾아와서 질투심에 불타올라 난리를 쳤던 것이고.“그래. 지금 가서 카드 가져올게.”박유진은 한껏 진지한 얼굴로 답했다. 어차피 거짓말한 것도 아니기에 당당하게 말할 수 있었다.“그럼 난 먼저 올라가 볼게.”박유진은 심미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이때, 갑자기 박유진의 핸드폰이 울려서 바로 전화를 받았다.그리고 통화가 끝나자마자 그는 차에 올라탔다.심미연이 집에 들어서니 신하린한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혹시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있나 걱정되어서 전화했으리라 생각하고 냉큼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런 신하린의 변함없는 마음이 심미연은 언제나 너무 고마웠고 오직 그녀만이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 같았다.“미연아, 난 네가 혼자 있는 게 너무 불안해. 내가 옆에서 돌봐줄까, 아니면 도우미 아주머니라도 불러줄까? 둘 중에 네가 선택해.”신하린은 혹시나 심미연이 나쁜 생각이라도 하는 건 아닌지 너무 무서웠다.“그럴 필요 없어. 정말 괜찮다니까.”아직 배도 덜 나왔고 몸이 그렇게 무겁지 않아서 혼자라도 상관없었다.신하린은 한숨을 크게 쉬며 말했다.“그래. 알겠어. 혹시나 무슨 일이 있거나 몸이 이상하면 바로 나한테 전화해.”심미연은 거실 창문 앞에 서서 창밖을 바라보다가 애써 감정을 억누르고 신하린에게 고백했다.“하린아, 방금 지한 씨가... 한바탕 난리 치다가 갔어. 날 먹여 살리겠대. 그러면서 카드도 주더라.”신하린은 순간 화가 치밀어 올랐다.“뭐? 그 인간이 구연궁까지 찾아갔다고? 진짜 미친 거 아니야?”신하린은 터져 나오는 분노를 참을 수 없었고 그녀의 눈에는 강지한이 그저 쇼하는 걸로 보였다.심미연은 수화기 너머로 가만히 듣고 있다가 천천히 소파 쪽으로 가서 앉았다.“그 사람도 그저 일시적인 충동에 그런 말을 했을 거야. 진지하게 받아들일 필요도 없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312화

    심미연은 강지한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박유진과 심미연에 대해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하면서 자신과 온지유 이야기만 나오면 매우 예민하게 반응했기 때문이다.‘이기적인 인간!’“미연아, 만약 미르 파크에 돌아가기 싫으면 내가 매일 제때 집에 가서 너랑 같이 저녁 먹을게. 어때? 네가 받아들인다면 그 넥타이를 박유진 씨한테 줬던 일은 내가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을게.”강지한은 매우 진지한 얼굴로 심미연을 바라보며 말했다.조금 비참해 보이고 비굴해 보여도 심미연이 자기 곁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 상관이 없었다.“강지한 씨, 정신과 치료 좀 받아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심미연은 너무 진지한 그의 모습에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올뻔했다.그의 내연녀가 되면 돈도 많이 받고 직업도 자유롭다.다른 여자였으면 분명 구미가 당겨 바로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을 텐데 아쉽게도 심미연은 이제 강지한에 대한 감정이 조금도 남아있지 않아 더 이상 그의 곁에 있어야 할 이유가 없었다.“심미연, 내가 지금 좋게 말할 때 받아들여. 나중에 사서 고생하지 말고.”강지한은 아까보다 한껏 낮은 말투로 말했는데 누가 봐도 심기가 불편해 보였다.백번 양보해서 그 넥타이 사건은 이제 따지지 않는다고 했지만 도리어 강지한의 정신에 문제가 있다고 비꼬았다.심미연은 짜증이 섞인 얼굴로 그에게 답했다.“분명히 말하는데 나는 두 번 다시는 지한 씨한테 돌아가지 않을 거야. 만약 온지유 씨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으면 다른 여자라도 찾아보던지. 아마 기꺼이 당신 성욕을 만족시켜 줄 테니까.”저 말도 안 되는 제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었다.그녀의 말에 강지한은 차갑게 코웃음을 쳤다.“아직 상황판단이 안되나 보네.”말을 마친 뒤 그는 자리를 떴다.그리고 그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져서야 심미연은 그가 진짜 떠났다는 걸 확신할 수 있었다.박유진이 다가와 그녀에게 물었다.“미연아, 그 사람은 갔어?”심미연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싱긋 미소를 지었다.“응. 오빠도 그만 가봐. 나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