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2화

작가: 무안안
박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고 신하린은 그의 뒤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그런데 이때 박유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신하린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거의 부딪힐 뻔했지만 간신히 걸음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며 빠르게 감정을 가라앉힌 후 그를 쳐다보았다.

“박유진 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오늘 밤 일은 제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연이 곁에 제 사람을 붙여 놨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 지르세요. 바로 도와줄 겁니다.”

박유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심미연이 무사해서 다행이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자책감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신하린은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아마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시켜 심미연을 몰래 보호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이렇게 빨리 여기에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 사실을 심미연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좋아하지 않을 게 뻔했다.

“미연은 2년 동안 변호사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만큼 원한도 많이 샀어요. 그녀를 노리는 사람이 많으니 항상 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

박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 때문에 척을 진 사람들 외에도 강 씨 가문의 큰 사모님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네, 전해줄게요.”

신하린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다만 미연의 동서랑 시어머니도 문제예요. 그들도 미연을 해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나마 박유진 씨가 사람을 붙여주신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이네요!”

“그럼, 병실로 돌아가서 미연의 곁에 있어 주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바로 전화하시고요. 시 정부의 조경 설계 건은 제가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쯤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그때 알려드릴게요.”

박유진은 말을 마치고 떠났다.

신하린은 그의 뒷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후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몰래 심미연을 보호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

미르 파크, 침실에서.

강지한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3화

    “안녕하세요. 고객님이 전화하신 번호는 전원이 꺼져 있어...”수화기 너머로 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들려오자 강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심미연 이 여자는 전화를 꺼놓으면 자기를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잠시 후, 강지한은 드레스 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휴대폰을 들고 침실을 나섰다.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전화를 받은 성무진은 하는 수 없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차에 오른 그는 일부러 심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 음성만 들려왔다.그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왠지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병실 안에서 심미연의 손에는 수액 성분 분석 결과지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강지한과 똑 닮아 있었다.역시 부부는 부부였다.신하린은 분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대체 어떤 파렴치한 놈이 뒤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너무 비열하잖아!”심미연은 숨을 들이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일단 소문내지 마. 내가 사람을 시켜서 알아볼게.”만약 온지유의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신하린은 그녀를 달랬다.“천만다행이야. 빨리 알아채서 바늘을 뽑았으니.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안 낼게.”심미연은 배를 쓰다듬으며 끔찍한 생각에 몸서리쳤다.빨리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조금만 늦었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수술대에 누워 있었을지도 모른다.“미연아, 얼른 자. 시간도 늦었어.”신하린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새벽 1시 반이었다“임산부는 밤샘하면 태아에게 안 좋아.”심미연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강지한이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 급히 덧붙였다.“맞다, 지한 씨가 네 작업실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신하린은 잠시 놀라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사실 그녀도 이 일에 대해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냈는데 그쪽에서는 경성의 어떤 거물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며 어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4화

    퉁퉁 부은 팔을 보며 온지유는 기절할 뻔했다.‘뱀에 물린 건가?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온지유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번, 두 번, 세 번...열 번 넘게 전화를 걸었다.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잠들었다가는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온지유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속으로 외쳤다. ‘강지한, 제발 전화 좀 받아! 더 이상 안 받으면 나 죽는다고!’마침내,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 그래!”“지한 씨, 사람들이 날 때리고 황야에 버렸어. 방금 손이 뭔가에 물렸는지 모르겠는데, 팔 전체가 부어올랐어. 빨리 와서 날 구해줘!”말이 끝날 무렵, 온지유는 혀가 마비된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전화기 너머에서 2초간 침묵이 흐른 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위치 보내.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온지유는 서둘러 그의 카톡을 찾아 위치를 보냈다.위치를 보낸 후,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뒤로 쓰러졌다.강지한은 전화를 끊자마자 성무진에게 차를 돌리라고 지시하고 위치를 전송했다.성무진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보고는 백미러를 슬쩍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교외인데, 정말 가시려고요?”사실 그는 온지유를 믿지 않았다.혹시 함정일지도 모르니 이렇게 가면 위험할 수 있었다.“출발해!”강지한은 차갑게 말했다.성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가는 내내 강지한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성무진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온지유를 걱정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때때로 그는 대표님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사모님은 미모와 능력을 겸비하고 회장님께도 잘하지만, 왜 좋아하지 않는 걸까?반대로 온지유는 내세울 것이라고는 가식뿐이고 마음씨도 고약하며 사모님처럼 능력도 없는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건지 말이다.물론, 이 모든 것은 대표님의 개인적인 일이니 그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었다.강지한이 도착했을 때, 온지유는 이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5화

    병실에는 싸움이나 몸부림의 흔적이 없었다. 온지유가 아는 사람이라서 순순히 따라갔거나 전문 경호원 같은 사람들이 재빠르게 제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강지한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같은 시각, 다른 병실에서는 신하린이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왜 아직 연락이 없지! 설마 들킨 건가?'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신하린은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조금 후에 계약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왜 못 찾았다는 거죠?”“말씀하신 병실에 갔지만 아무도 없어서 그냥 나왔습니다.”“아, 알겠습니다.”신하린은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설마 온지유가 퇴원이라도 한 건가?'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바로 돈을 돌려보냈다.신하린은 휴대폰에 찍힌 돈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온지유를 혼내주려고 사람을 고용했는데, 상대방은 온지유를 찾지도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하지만 신하린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눈을 떠보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심미연의 미소 띤 눈과 마주쳤다.“일어났어?”심미연이 부드럽게 물었다.“응, 일어났어. 배고파? 뭐 먹고 싶어?”신하린은 앉아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오늘 재판이 있어서 지금 로펌에 가봐야 해.”신하린은 그제야 심미연이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늘씬한 몸매는 임산부처럼 안 보였다.“의사가 말하길, 약간의 출혈이 있으니 며칠 동안 입원해서 관찰해야 한대. 법정에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신하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은 아기가 최우선이야! 일 중독처럼 일만 하면 안 된다고!”심미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오늘은 꼭 가야 해!”그녀는 의뢰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했다.“일단 누워 있어. 내가 의사한테 가서 물어볼게.”신하린은 일어나 급히 밖으로 나갔다.심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6화

    남자는 역광 때문에 얼굴 표정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느낄 수 있었다.심미연은 강지한이 갑자기 나타난 게 예상 밖이라 놀라서 멍해졌다.신하린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꼭 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연아, 너 먼저 가. 내가 저 사람이랑 이야기해볼게!”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하린아, 너 먼저 가. 걱정하지 말고.”강지한이 신하린의 작업실을 봐주는 조건으로 그녀는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신하린의 작업실에 무슨 일이 생기는 꼴은 볼 수 없었다.신하린은 심미연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자신이 가고나면 심미연이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그녀는 여기 남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심미연은 갑자기 신하린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차장에 가서 유진 오빠한테 먼저 가라고 전해줘. 내가 시간이 되면 연락드린다고 해.”강지한이 갑자기 나타난 이상 짧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심미연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박유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신하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눈이 빨개져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안 가! 너랑 같이 있을 거야!”심미연은 힘껏 그녀를 밀었다.“빨리 가!”신하린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이 같이 엮일 필요는 없었다.한 사람이라도 갈 수 있으면 가야 했다.“생이별하는 것처럼 구네. 내가 너희 죽이러 온 줄 알겠어.”남자는 차가운 입술을 살짝 열며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심미연은 신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빨리 가!”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병실을 나갔다.그녀는 늘 심미연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았다.정말 너무 쓸모없었다.병실을 나서며 신하린은 뒤를 돌아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당신의 애인이 돼줄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그녀는 말하며 휴대폰을 꽉 쥐었다.“좋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7화

    “미연아, 왜 또 토해? 임신했어?”강지한의 날카로운 눈빛이 심미연의 얼굴에 꽂혔다.심미연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한테 온지유의 냄새가 나서 그래. 속이 메스꺼워.”직접 보진 못했어도 강지한이 온지유와 함께 있었다는 건 뻔했다.그러니 하룻밤 사이에 그녀 냄새가 배는 것도 당연지사 아니겠는가.강지한은 비웃듯 말했다.“네가 뭔 자격으로 날 나무라!”어젯밤에 박유진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뻔뻔하게 그를 말하다니.“지한 씨, 도대체 무슨 일이야? 용건만 간단히 말해. 나 출근해야 돼. 오전에 재판 있어.”심미연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계속 이야기하면 임신 사실이 들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강지한은 입술을 깨물었다.“왜 입원했어?”어젯밤에는 분명 배가 아프지 않다고 했었다.심미연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당신이 너무 심하게 해서 많이 찢어졌어. 나중에 너무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의사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해서 하룻밤 입원했어. 오후에 퇴원 수속하려고 했는데 그냥 며칠 더 있을까?”다행히 미리 강지한에게 할 말을 생각해 둔 덕분에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강지한은 어젯밤의 거친 행동을 떠올리며 귀가 붉어졌다.“그럼 이틀 더 입원하고 퇴원해.”목소리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그럼 지금 나 좀 로펌에 데려다줄래? 시간이 많이 지체돼서 늦을 거 같아”심미연은 그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믿기만 하면 됐다.“약은? 가져와. 내가 발라 줄게.”강지한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약을 발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이미 발랐어! 다시 바를 필요 없어!”심미연은 황급히 거절했다.“어디 보여줘 봐.”심미연의 얼굴은 삶은 새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안 돼. 보여 줄 수 없어!”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가로로 안아 침대로 향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치마를 걷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8화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발끝을 세우고 그의 넥타이를 풀어 다시 매 주었다.강지한과 결혼했던 초에는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는 데 한참 걸렸었다.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매일 아침 그의 넥타이를 매 주곤 했다.하지만 강지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 넥타이를 매 주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다시 그의 앞에서 넥타이를 매주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이제는 정말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를 마주하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강지한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작고 예쁜 얼굴, 오뚝한 콧날, 순진한 눈망울은 영락없는 현모양처였다.하지만 침대에선 이 청순한 얼굴 뒤에 숨겨진 요염함으로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요물!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거야? 어?”강지한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심미연은 재빨리 넥타이를 매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넥타이 다 맸어. 이제 가자.”그녀는 일부러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그를 살짝 밀어냈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귓불이 살짝 붉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이 남자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하는 것 같았다.분명 어젯밤 온지유와 잤을 텐데.설마 온지유가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걸까?생각해 보니, 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고 임신 주수도 자신과 비슷하니 관계를 가질 때 배를 신경 써야 할 것이었다.강지한처럼 욕구가 강한 남자는 마음껏 몇 번 하지 않고서는 만족하기가 어려웠다.강지한은 심미연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지만,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 텐데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 솟아올랐다.심미연은 그의 시선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자.”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게 된 후로 그에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9화

    “그와 결혼하지 않은 거 후회해? 아직도 아쉬워?”남자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서 심미연은 얼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지한 씨, 놔! 아파!”말하는 것조차 어눌했다.‘이 남자가 갑자기 미쳤나? 왜 이렇게 힘을 주는 거야!’강지한은 그녀의 눈물을 보자 가슴 속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누굴 위해 우는 거야? 어?”결혼 3년 동안, 심미연은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한동안 그는 그녀가 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그런데...그녀는 단지 자신을 위해서 울지 않는 것뿐이었다.“강지한, 아프다고!”심미연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의 눈물은 순전히 아픔 때문에 흐르는 생리적인 눈물이었을 뿐 누군가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나랑 사는 게 그렇게 괴로워? 그래서 그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 난 거야?”강지한의 눈빛은 음산했고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최근 심미연의 변화는 그로 하여금 온갖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그는 자기 여자는 절대로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비록 두 사람이 안타깝게 엇갈렸더라도 그는 심미연을 평생 곁에 묶어들 것이었다.“나와 유진 오빠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야!”심미연은 다급하게 해명했다.강지한의 성격은 불같아서 더 이상 해명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일지도 몰랐다.“우연히 봤는데 그렇게 깊은 눈빛을 주고받은 거야?”박유진의 눈에 가득한 애정을 그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박유진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있었다.그 사실에 그는 심란해졌다.심미연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순식간에 서리가 내려앉았다.“지한 씨, 당신이 온지유랑 눈빛 교환하고 알콩달콩 잘 지내도 내가 뭐라고 했어? 난 그냥 유진 오빠를 우연히 만난 것뿐인데 왜 이렇게 트집을 잡고 난리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이 남자는 정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강지한은 차갑게 웃었다.“나와 지유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네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0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 그녀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다.심미연은 순간 수치심과 함께 증오심이 끓어올랐다.강지한의 횡포와 파렴치함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그녀는 사람이지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장난감이 아니었다.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미연아, 시작해! 날 화나게 하지 말고!”강지한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했다. 조금 전, 그는 분명 박유진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비록 박유진과 친구는 아니지만 박인우가 항상 곁에 있으면서 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그래서 박유진이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박인우의 눈에는 박유진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자주 듣다 보니, 그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었던 것이다.예전에는 심미연과 박유진 사이에 그런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있었는지 몰랐기에 박유진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들 두 사람 사이의 과거를 알게 된 데다가 심미연이 박유진의 편을 드는 모습까지 보니, 박유진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적의를 느꼈다.그는 박유진이 심미연 앞에 나타나는 걸 원치 않았다.“내가 하면 당신은 차를 몰고 떠날 거야?”심미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지한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미연아, 내가 저 녀석을 어떻게 할까 봐 그렇게 무서워?”이 여자는 박유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말은 박유진을 위한 것이었다.그녀는 박유진을 너무 걱정했고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각오까지 되어 있는 듯했다.마음속에 이런 인식이 자리 잡자 분노만 느껴졌다.그와 박유진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던 심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무 말도 안 하면 동의한 거로 알고 있을게.”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여 입술을 가져다 대고 서투른 동작으로 남자의 입술에 키스했다.강지한의 몸은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반응했다.그는 반사적으로 여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고 거의 허리를 부러뜨릴 듯했다.이 장면을 본 박유진의 눈에 고

최신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6화

    그녀는 알고 있었다. 이 아이가 축복받지 못한 존재라는 걸. 그럼에도 불구하고 놓고 싶지 않았다. “안 돼.” 이진영은 단호했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더니 곧장 의자에 앉아 이다은의 창백한 손끝을 조심스레 감쌌다. 그리곤 한 톤 낮춘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육현성 그 자식은 아버지 자격 없어. 네가 그 인간 아이를 낳으면 평생 끌려다닐 거야. 정말 그걸 바라는 거야?” 이다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결국 참지 못하고 흐느끼기 시작했다. 그녀는 누구보다도 육현성과 엮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는 순간, 이진영의 말처럼 그 인연은 평생 끊어낼 수 없었다. 반면 아이가 없다면 그의 삶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다. 이다은은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숨을 골랐다. 그리고 곧 마음을 다잡은 듯 결심이 담긴 목소리가 입술을 타고 흘러나왔다. “알았어. 오빠, 지금 바로 수술 예약해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마음속으로 되뇌었다. 언젠가는 자신을 진심으로 아끼고 사랑해주는 사람을 만나 그 사람의 아이를 낳고 평범하게, 행복하게 살아가면 되는 거라고. “그래. 병실에 얌전히 있어. 어디 가지 말고. 알았지?” 이진영은 그녀의 머리를 조심스레 쓰다듬으며 조용히 말했다. 그는 이미 진운혁과 연락을 마친 상태였다. 진운혁은 이다은이 재판에서 반드시 승소할 수 있도록 돕겠다 했고 육현성의 재산 절반은 가져올 수 있을 거라 자신 있게 말했다. 이진영은 믿고 있었다. 동생이 건강만 회복하고 이혼만 잘 마무리된다면 분명 지금보다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육현성 같은 쓰레기는 다은이 앞에 다시는 나타나선 안 돼.’ “알겠어. 오빠, 이제 가봐.” 결정을 내린 이다은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마음 한쪽이 가볍게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서두를 필요는 없다. 언젠가는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사람을 만날 테니까. 이진영은 병원 접수처로 향해 곧바로 수술 일정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5화

    “오빠, 나한테 이렇게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온지유는 그의 목에 팔을 감고 눈을 반쯤 감은 채 부드럽게 속삭였다. 그녀의 목소리는 달콤하면서도 애교가 섞여 있었다. 지금의 온지유에게 육현성은 유일한 의지처였다. 그를 잃는다면 그녀는 어디로 가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이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육현성을 절대 놓쳐서는 안 됐다. ‘심미연, 기다려. 복수할 기회는 반드시 만들 거야.’“세상에 이렇게 나한테 잘해주는 사람은 오빠밖에 없어.”온지유는 그의 품에 몸을 기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지유야, 그런데 만약 네가 날 배신한다면 그때는 나도 내가 어떤 짓을 할지 모르겠어.”육현성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며시 쓰다듬으며 부드럽게 경고했다. 그의 말은 단순한 위협이 아니었다. 그녀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이었다. 그녀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걸 수 있었다. 그 사랑은 너무 깊어서 그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 그래서 더더욱 만약 온지유가 그를 배신한다면 그는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것 같았다. 그의 팔이 점점 더 세게 조여오는 걸 느낀 온지유는 잠시 두려움이 스쳤다. 그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강지한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자신을 죽음보다 더 끔찍하게 대할 것이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그 상상만으로도 차가운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오빠, 걱정하지 마. 난 절대 오빠를 배신하지 않을 거야. 이번 생엔 오빠만 사랑할 거고 영원히 오빠 곁에 있을 거야.” 온지유는 속마음을 감추며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면서도 마음속 깊은 곳은 여전히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앞으로 육현성 앞에선 더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가 조금이라도 의심을 품기만 하면 모든 게 끝날 거라는 생각에 몸이 떨렸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나도 너를 끝까지 사랑할 거야.” 그의 말은 무엇보다 진심이 담겨 있었다. “지유야, 이제 좀 쉬어. 나는 아래층 좀 보고 올게. 밥 먹을 때 부를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4화

    보통이라면 그녀가 화를 내면 강지한은 한 발 물러섰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전혀 양보하지 않았다. 그는 말없이 핸드폰을 꺼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가 끊기자마자 성무진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문소영은 성무진을 보는 순간 얼굴이 창백해지며 공포에 휩싸였다. 이번엔 정말 끝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그녀는 강지한에게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왜 이렇게까지 몰리게 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저 그의 차갑고 무표정한 시선만이 머릿속에 반복되었다. 성무진은 그녀 앞에 서서 공손히 손짓하며 말했다. “큰 사모님, 모시겠습니다.”문소영은 강지한을 향해 분노와 절망이 뒤섞인 눈빛을 보냈다. “강지한! 너 계속 이렇게 나를 몰아붙인다면 정말 당장 죽어버릴 거야.” 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책상 쪽으로 달려가 머리를 책상 모서리에 부딪히려 했다. 그러나 강지한은 그런 그녀의 행동에 눈 하나 깜빡하지 않으며 어두운 표정으로 단호하게 명령했다. “성 비서, 데려가.”그의 목소리는 차갑고 단호했다. 그는 문소영의 모습이 점점 더 불쾌하게 느껴졌다. 성무진은 빠르게 다가가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실례하겠습니다. 큰 사모님.” 그 말과 함께 그는 차가운 손길로 문소영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 “놔! 당장 놔!” “손 떼! 지금 당장!” 문소영은 크게 외치며 저항했지만 성무진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의 말을 무시한 채 거칠게 차에 태웠다. 차에 태운 후 성무진은 팔을 놓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 그 순간, 문소영은 재빨리 차 문을 열려 손을 뻗었다. “큰 사모님, 죄송합니다.”성무진은 고개를 숙이며 손을 들어 그녀의 목덜미를 강하게 내리쳤다. 문소영은 그대로 기절했다. 성무진은 그녀를 차 안에 눕히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 차 밖에서 깊은 한숨을 내쉬며 생각했다.‘역시 대표님을 화나게 하면 끝이 좋을 리가 없지.’‘어쩔 수 없군.’ 그 순간, 성무진은 갑자기 떠오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3화

    도진혁은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시 당황했지만 곧바로 대답했다. “물론이죠. 저는 진지해요.” 그렇지 않았다면 신하린 곁에 이렇게 오랜 시간 머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어제 하린이를 하늘 하우스로 데려갔어요. 한 번 들러보세요. 하린이 곁에 조금 있어주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심미연은 서류봉투를 흘깃 바라본 뒤 덧붙였다. “이 서류는 제가 꼼꼼히 검토하고 나서 다시 연락드릴게요.”도진혁이 직접 합작 제안서를 들고 찾아온 이상 함부로 거절할 수는 없었다. 수익이 보장된 일이라면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 이상 놓쳐선 안 되는 법이었다. “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도진혁은 기쁨이 가득한 얼굴로 사무실을 나섰다. 가벼운 발걸음과 함께 그의 뒷모습이 점점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그가 사라진 문 쪽을 한참 바라보다 방금 전 그의 말이 자꾸 떠올랐다. 왠지 모르게 마음 한쪽에서 조용한 불안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하린이 목에 남은 상처가 아직 그대로일 텐데...’‘진혁 씨가 그걸 보면... 혹시 이진영 씨에게 따지러 가는 건 아닐까?’강지한 사무실.성무진은 문소영을 데려다주고 서둘러 떠났다. 강지한의 얼굴엔 냉기가 서려 있었고 성무진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이 사무실 안에서 뭔가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걸. 문소영은 익숙하다는 듯 안으로 들어섰고 주변을 한 바퀴 둘러본 뒤 느긋하게 쏘파에 앉았다. “비서한테 차 좀 가져오라 해. 괜찮은 차로.” 그녀는 비서부가 꽤 유능하단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웬만한 건 다 알아서 해줄 정도로. 하지만 강지한은 말없이 서랍을 열어 봉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천천히 걸어와 그 봉투를 그녀의 무릎 위에 떨어뜨렸다. “직접 보시죠.”“뭘 보라는 거야?” 문소영은 그를 향해 냉정하게 시선을 던졌다. “보면 알아요.” 강지한은 담담하게 말하고는 맞은편 소파에 앉아 담배 한 개비를 꺼냈다. “뭐가 들어있길래...?” 문소영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봉투를 들었다. 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2화

    심미연은 박유진이 수년 동안 마음을 다해 사랑해온 여자였다. 그런 여자를 박유진이 쉽게 놓을 리 없었다. 조용히 그의 뒤를 따르던 비서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대표님, 정말 모든 걸 걸고 계시는군요... 제발 심미연 씨가 그 진심을 외면하지 않기를...”한편, 심미연은 전화를 끊자마자 문 쪽을 향해 말했다. “들어오세요.”조심스레 열린 문 너머로 모습을 드러낸 사람은 다름 아닌 도진혁이었다. 그는 마치 급히 돌아온 듯 피곤하고 바쁜 기색이 역력했다. “도 비서님...?” 심미연은 예상치 못한 사람을 보고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휴가를 낸 상태였으니까. ‘그런데 왜 지금... 여기 있는 거지?’그의 뒤에서 따라 들어온 비서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조용히 말했다. “심 대표님, 실례하겠습니다. 이분은 저희 도강홀딩스의 대표, 도진혁 대표님이십니다.”비서는 서류봉투를 책상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말없이 한 걸음 물러섰다. “이 서류는 도강홀딩스와 은성 그룹이 합작할 프로젝트에 관한 제안서입니다. 먼저 검토 부탁드립니다.”심미연은 비서가 놓고 간 서류를 잠시 바라보다가 도진혁을 천천히 되돌아보며 눈썹을 살짝 올렸다. ‘도진혁 대표님...?’ ‘그렇다면 도진혁 씨가 휴가를 낸 이유는... 회사를 물려받기 위한 준비였던 건가?”그때 도진혁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최 비서, 잠깐 나가 있어. 심 대표님과 단둘이 얘기할 게 있어.” 도진혁은 정장을 완벽하게 차려입고 평소보다 더 단정하고 신경 쓴 인상을 풍기고 있었다. 말투와 행동은 여유롭고 예의 바르며 그에게서 흐르는 것은 전형적인 사회 엘리트의 품위였다. “네. 대표님.” 최세라는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문 쪽으로 향했다. 그녀는 떠나기 전에 조심스럽게 심미연을 한 번 쳐다봤다. ‘이분이 대표님이 좋아하는 여자분인가... 정말 예쁘다. 대표님이 회사를 물려받은 이유가 이분 때문이라면 이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1화

    전화를 받자마자 박유진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왔다. “미연아, 무슨 일 있었던 거야? 오늘 실검에 너 이름이 올라서...”그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짧은 한마디에도 목소리에는 슬픔이 짙게 배어 있었다.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기다림 끝에 다가온 것은 예상했던 이별이었다. ‘결국 우리는 엇갈릴 운명이었던 걸까?’언젠가 마주할 결말이라 생각했지만 막상 현실로 다가오자 감정은 휘몰아쳤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른 기사를 본 뒤 그는 두 시간 동안 그 자리에 멍하니 앉아 있었다. 마음을 추스르고 겨우 전화를 걸었던 이유는 사실 아직 남아 있는 미련 때문이었다. 끝이라면 끝이라도 적어도 그 이유는 알고 싶었다. 심미연은 자신이 지시한 기사 내용을 떠올리며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그 표정에는 아무런 흔들림도 없었다. “실검에 오른 그 기사, 내가 일부러 퍼뜨린 거야.”그녀는 차분하게 말을 꺼냈다. “온지유가 나왔어. 태하가 위험해질까 봐... 그 여자를 끌어내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어. 어쩔 수 없었어.” 온지유는 어둠 속에 숨어 있고 그녀는 그 빛 속에 서 있다. 상대는 그녀를 바라보지만 그녀는 상대의 모습을 볼 수 없다. 그 불안한 감각이 점점 가슴 속 깊이 스며들며 심태하에게 무슨 일이 생길까 봐 두려워졌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을 세상의 중심에 내던질 수밖에 없었다. 온지유가 분노를 억누르지 못하고 결국 모습을 드러내길 바랐다. 심미연은 그 여자가 강지한을 얼마나 깊이 사랑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온지유가 자신과 강지한이 다시 만났다는 소식을 듣는다면 반드시 참지 못하고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때가 바로 온지유를 붙잡을 기회가 될 것이다. 박유진은 그녀의 설명을 들은 후 한숨을 내쉬었다. 그제야 그의 목소리에 힘이 조금 실렸다. “그랬구나... 다행이다. 사람 몇 명 더 붙일게. 미연아, 정말 조심해야 해. 그 여자는... 완전히 선을 넘은 사람이야.”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90화

    심미연은 신하린을 꼭 안아주고 싶었지만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아침 식사를 이어갔다. 아침을 다 먹고 난 후 심미연은 위층으로 올라가 옷을 갈아입었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으로 갈아입고 가방을 챙겼다. 한편, 백선영은 휠체어를 밀며 신하린을 거실로 데려왔다. “신하린 씨, 여기서 편하게 쉬세요. 필요한 거 있으면 언제든 불러주세요.” “네. 고마워요. 가서 일 보세요.” 백선영은 식탁 정리를 하러 주방으로 갔다.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렇게 예쁜 아가씨가 어쩌다 다리를 잃은 거야...’ 그때 심미연이 옷을 갈아입고 내려왔다. 심태하도 유치원복을 입고 준비를 마친 상태였다. 세 살짜리 아이지만 늘 옷을 깔끔하게 입고 다녔다. 엄마를 보자마자 심태하는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달려와 그녀를 꼭 끌어안았다. “엄마, 우리 이제 가요.” 심미연은 그런 아들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너무 열정적인 반응이었다. “너 유치원 가기 싫다고 하지 않았어? 근데 오늘은 왜 이렇게 가고 싶어 하는 거야?” 뭔가 이상했다. 심태하는 순간적으로 등을 꼿꼿이 펴더니 단호하게 말했다. “더 많은 걸 배워야 엄마를 잘 지켜줄 수 있지.” ‘이 녀석,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운 거야?’ “내가 강해지면, 아무도 우리한테 함부로 못 할 거예요.” 진지하게 말하는 아들을 보자 심미연의 눈가가 붉어졌다. ‘이 꼬맹이, 대체 어디서 이런 말을 배워 온 거야... 눈물 날 것 같네.’ 신하린은 그런 심미연을 보며 속으로 부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렇게 따뜻한 아들이 있다니. 진짜 부럽다...’ 심미연은 생각을 멈추고 아들의 손을 잡고 밖으로 나섰다. 신발을 신고 나가기 전 신하린에게 인사를 건넸다. “하린아, 나 간다. 무슨 일 있으면 연락해.”유치원으로 가는 길에 심미연은 심태하에게 당부했다. “낯선 사람하고 말하지 마. 그리고 모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9화

    “입 닥쳐.” 강지한이 짜증을 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들이 돌아오길 제일 바랐던 사람이 바로 자신인데 그런 소리를 들으니 열이 오를 수밖에 없었다. “그럼 한 가지만 더 묻자.” 박시훈의 목소리가 조심스러웠다. “전처랑 완전히 끝난 거 맞지?” ‘그렇다면 이제 자기한테도 기회가 있는 거 아닌가?’ “너, 한 마디만 더 해봐.” 강지한의 얼굴이 분노로 인해 새파래졌다. 설령 심미연이 자신과 끝난다 해도 박시훈 같은 놈을 허락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알겠어. 그럼 내가 직접 물어보러 가지 뭐.” 박시훈은 피식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강지한은 핸드폰을 쥔 채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심미연, 박유진 하나로도 모자라서 또 다른 남자까지 꼬드기고 있는 건가?’ ‘정말 남자를 끌어들이는 재주 하나는 타고났군.’ 심미연의 저택.아침 식사 도중 심미연은 재채기를 했다. “엄마, 여기.” 심미연이 재채기하자마자 심태하가 재빨리 휴지를 뽑아 건넸다. 그의 작은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 “엄마, 감기 걸린 거야?” 엄마가 아프면 힘들어하니까 심태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냐. 감기 안 걸렸어. 걱정 안 해도 돼.” 심미연은 아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에요.” 심태하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표정을 풀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신하린은 괜히 가슴이 찡했다. ‘이런 기특한 아들을 키우는 기분은 대체 어떨까?’ ‘나도 아들 하나 낳고 싶어지네.’심미연은 사용한 휴지를 휴지통에 버리고 아들의 작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엄마는 어른이니까 혼자서도 잘할 수 있어. 태하는 엄마 걱정 안 해도 돼. 알겠지?” 다른 집 아이들은 이 나이면 그저 먹고 놀기에 바쁠 텐데 심태하는 신경 써야 할 게 너무 많았다. 그게 안쓰러워서 더더욱 마음이 아팠다. 그때 심태하가 단호하게 말했다. “아빠가 그랬어요. 남자는 여자를 챙겨줘야 하는 거라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688화

    “다 말했어? 다 했으면 이제 가.”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지한이 찾아온 목적이야 뻔했다. 하지만 그녀가 두 번이나 그의 말에 넘어간 결과가 뭔가? 아들이 끌려갔고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이제 더 이상 같은 실수를 반복할 생각은 없었다. 그가 아무리 미안해해도 그가 아무리 후회해도 그녀에게는 더 이상 상관없는 일이었다. 강상미가 아무리 불쌍하다고 해도 결국 남의 집의 아이였다. “그럼 난 가볼게.”강지한은 심미연이 최소한 한 번쯤은 자신의 말을 들어줄 줄 알았다. 하지만 그녀는 끝까지 냉정했다. 그녀가 단 한마디도 하지 않는 걸 보니 애초에 갈 생각이 없는 것이 분명했다. 강지한은 순간적으로 착잡한 감정을 느꼈다. 눈앞에 어린 딸의 얼굴이 떠오르며 가슴이 아려왔다. 결국 이 모든 것이 자신이 초래한 일이었다. 그는 수없이 그 모자를 상처 입혔고 이젠 그녀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심미연이 문을 닫고 들어가자 그는 무심코 문틈을 바라봤다. 잠시 스치듯 보인 것은 심태하의 밝게 웃는 얼굴이었다. 순간, 가슴이 답답했다. 그 아이가 자기와 함께 있을 때는 한 번도 그런 표정을 지은 적이 없었다. 그를 바라보는 아이의 눈엔 오직 차가운 증오만 담겨 있었다. 조용히 문을 바라보다가 강지한은 무거운 걸음을 돌렸다. 차에 올라탄 순간, 전화가 울렸다. 화면을 확인해보니 성무진의 전화였다. “대표님, 임지혜 씨가 들어올 때 영상 찾았습니다.” “지금 당장 회사로 갈게. 사무실에서 기다려.” 그는 단숨에 차를 돌려 회사를 향해 달렸다. 도착하자마자 곧장 사무실로 향했고 들어가자마자 성무진이 대형 스크린에 영상을 띄웠다. 화면 속에서 문소영이 문 앞에 서 있었다. 잠시 후, 집사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그 순간, 어둠 속에서 한 여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주위를 두리번거리다 조심스럽게 대문 안으로 들어섰다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