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32화

작가: 무안안
박유진은 미소를 지으며 돌아서서 밖으로 걸어갔고 신하린은 그의 뒤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그런데 이때 박유진이 갑자기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렸다.

신하린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하고 거의 부딪힐 뻔했지만 간신히 걸음을 멈추고 숨을 들이쉬며 빠르게 감정을 가라앉힌 후 그를 쳐다보았다.

“박유진 씨, 하실 말씀이라도 있으신가요?”

“오늘 밤 일은 제가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연이 곁에 제 사람을 붙여 놨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소리 지르세요. 바로 도와줄 겁니다.”

박유진은 심각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

오늘 심미연이 무사해서 다행이지, 만약 무슨 일이라도 있었으면 자책감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다.

신하린은 순간 모든 것을 이해했다.

아마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사람을 시켜 심미연을 몰래 보호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고서야 오늘 이렇게 빨리 여기에 나타날 수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 사실을 심미연이 알게 된다면 그녀는 좋아하지 않을 게 뻔했다.

“미연은 2년 동안 변호사 일을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났지만 그만큼 원한도 많이 샀어요. 그녀를 노리는 사람이 많으니 항상 조심하라고 전해주세요.”

박유진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일 때문에 척을 진 사람들 외에도 강 씨 가문의 큰 사모님 역시 호락호락한 상대가 아니었다.

“네, 전해줄게요.”

신하린의 얼굴도 심각해졌다.

“다만 미연의 동서랑 시어머니도 문제예요. 그들도 미연을 해칠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그나마 박유진 씨가 사람을 붙여주신 덕분에 마음이 좀 놓이네요!”

“그럼, 병실로 돌아가서 미연의 곁에 있어 주세요. 무슨 일이 생기면 저에게 바로 전화하시고요. 시 정부의 조경 설계 건은 제가 방법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쯤 결과가 나올 것 같으니, 그때 알려드릴게요.”

박유진은 말을 마치고 떠났다.

신하린은 그의 뒷모습이 엘리베이터 안으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본 후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몰래 심미연을 보호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볼 수 없었다.

*

미르 파크, 침실에서.

강지한은 소파에 앉아 있었고 그의
이 책을 계속 무료로 읽어보세요.
QR 코드를 스캔하여 앱을 다운로드하세요
잠긴 챕터

관련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3화

    “안녕하세요. 고객님이 전화하신 번호는 전원이 꺼져 있어...”수화기 너머로 기계적인 안내 음성이 들려오자 강지한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심미연 이 여자는 전화를 꺼놓으면 자기를 못 찾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잠시 후, 강지한은 드레스 룸으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휴대폰을 들고 침실을 나섰다.막 잠자리에 들려던 참에 전화를 받은 성무진은 하는 수 없이 옷을 입고 집을 나섰다.차에 오른 그는 일부러 심미연에게 전화를 걸어 보았지만 여전히 전원이 꺼져 있다는 안내 음성만 들려왔다.그의 마음속에 불길한 예감이 스쳐 지나갔다.왠지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다.*병실 안에서 심미연의 손에는 수액 성분 분석 결과지가 들려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잔뜩 굳어 있었고 차가운 눈빛은 강지한과 똑 닮아 있었다.역시 부부는 부부였다.신하린은 분을 참지 못하고 큰 소리로 욕을 퍼부었다.“대체 어떤 파렴치한 놈이 뒤에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너무 비열하잖아!”심미연은 숨을 들이쉬고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일단 소문내지 마. 내가 사람을 시켜서 알아볼게.”만약 온지유의 짓이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신하린은 그녀를 달랬다.“천만다행이야. 빨리 알아채서 바늘을 뽑았으니. 안 그랬으면 큰일 날 뻔했잖아. 걱정하지 마, 이 일은 절대 입 밖에 안 낼게.”심미연은 배를 쓰다듬으며 끔찍한 생각에 몸서리쳤다.빨리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었다.조금만 늦었더라면 지금쯤 그녀는 수술대에 누워 있었을지도 모른다.“미연아, 얼른 자. 시간도 늦었어.”신하린은 시간을 확인했다. 벌써 새벽 1시 반이었다“임산부는 밤샘하면 태아에게 안 좋아.”심미연은 알겠다고 대답하고는 강지한이 전에 했던 말이 생각나 급히 덧붙였다.“맞다, 지한 씨가 네 작업실은 더 이상 건드리지 않겠다고 약속했어.”신하린은 잠시 놀라며 물었다.“어떻게 알았어?”사실 그녀도 이 일에 대해 알아보려고 사람을 보냈는데 그쪽에서는 경성의 어떤 거물이 직접 명령을 내렸다며 어쩔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4화

    퉁퉁 부은 팔을 보며 온지유는 기절할 뻔했다.‘뱀에 물린 건가? 설마 죽는 건 아니겠지?’온지유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재빨리 강지한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번, 두 번, 세 번...열 번 넘게 전화를 걸었다.머리가 어질어질했지만 잠들었다가는 영영 깨어나지 못할까 봐 온지유는 계속해서 전화를 걸며 속으로 외쳤다. ‘강지한, 제발 전화 좀 받아! 더 이상 안 받으면 나 죽는다고!’마침내, 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짜증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무슨 일인데 그래!”“지한 씨, 사람들이 날 때리고 황야에 버렸어. 방금 손이 뭔가에 물렸는지 모르겠는데, 팔 전체가 부어올랐어. 빨리 와서 날 구해줘!”말이 끝날 무렵, 온지유는 혀가 마비된 듯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다.전화기 너머에서 2초간 침묵이 흐른 후,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위치 보내. 지금 바로 데리러 갈게!”온지유는 서둘러 그의 카톡을 찾아 위치를 보냈다.위치를 보낸 후, 그녀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뒤로 쓰러졌다.강지한은 전화를 끊자마자 성무진에게 차를 돌리라고 지시하고 위치를 전송했다.성무진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어보고는 백미러를 슬쩍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교외인데, 정말 가시려고요?”사실 그는 온지유를 믿지 않았다.혹시 함정일지도 모르니 이렇게 가면 위험할 수 있었다.“출발해!”강지한은 차갑게 말했다.성무진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액셀을 밟아 차를 출발시켰다.가는 내내 강지한은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성무진은 그의 속마음을 알 수 없었지만 그가 온지유를 걱정한다는 것만은 알고 있었다.때때로 그는 대표님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분명 사모님은 미모와 능력을 겸비하고 회장님께도 잘하지만, 왜 좋아하지 않는 걸까?반대로 온지유는 내세울 것이라고는 가식뿐이고 마음씨도 고약하며 사모님처럼 능력도 없는데 도대체 뭐가 마음에 들어서 좋아하는 건지 말이다.물론, 이 모든 것은 대표님의 개인적인 일이니 그가 왈가왈부할 건 아니었다.강지한이 도착했을 때, 온지유는 이미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5화

    병실에는 싸움이나 몸부림의 흔적이 없었다. 온지유가 아는 사람이라서 순순히 따라갔거나 전문 경호원 같은 사람들이 재빠르게 제압했을 가능성이 높았다.강지한의 미간이 깊게 패였다.같은 시각, 다른 병실에서는 신하린이 안절부절못하며 휴대폰을 계속 확인하고 있었다.‘왜 아직 연락이 없지! 설마 들킨 건가?'바로 그때,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신하린은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나 황급히 전화를 받았다. “사람을 찾지 못했습니다. 조금 후에 계약금을 돌려드리겠습니다.”“그녀가 어디 있는지 말씀드렸잖아요? 근데 왜 못 찾았다는 거죠?”“말씀하신 병실에 갔지만 아무도 없어서 그냥 나왔습니다.”“아, 알겠습니다.”신하린은 속으로 이상하게 생각했다.‘설마 온지유가 퇴원이라도 한 건가?'상대방은 전화를 끊고 바로 돈을 돌려보냈다.신하린은 휴대폰에 찍힌 돈을 보며 생각에 잠겼다.그녀는 온지유를 혼내주려고 사람을 고용했는데, 상대방은 온지유를 찾지도 못했다.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하지만 신하린은 오래 고민하지 않고 휴대폰을 내려놓고 소파에 누워 잠들었다.눈을 떠보니 다음 날 아침이었다.눈을 뜨자마자 그녀는 심미연의 미소 띤 눈과 마주쳤다.“일어났어?”심미연이 부드럽게 물었다.“응, 일어났어. 배고파? 뭐 먹고 싶어?”신하린은 앉아서 옷매무새를 정리했다.“오늘 재판이 있어서 지금 로펌에 가봐야 해.”신하린은 그제야 심미연이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늘씬한 몸매는 임산부처럼 안 보였다.“의사가 말하길, 약간의 출혈이 있으니 며칠 동안 입원해서 관찰해야 한대. 법정에 가다가 무슨 일이 생기면 어떡하려고 그래?”신하린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지금은 아기가 최우선이야! 일 중독처럼 일만 하면 안 된다고!”심미연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하지만 오늘은 꼭 가야 해!”그녀는 의뢰인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했다.“일단 누워 있어. 내가 의사한테 가서 물어볼게.”신하린은 일어나 급히 밖으로 나갔다.심미연은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6화

    남자는 역광 때문에 얼굴 표정을 분간할 수 없었지만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냉기는 느낄 수 있었다.심미연은 강지한이 갑자기 나타난 게 예상 밖이라 놀라서 멍해졌다.신하린은 본능적으로 그녀의 손을 꼭 쥐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미연아, 너 먼저 가. 내가 저 사람이랑 이야기해볼게!”심미연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옅게 미소 지었다.“하린아, 너 먼저 가. 걱정하지 말고.”강지한이 신하린의 작업실을 봐주는 조건으로 그녀는 자신의 몸을 희생했다. 이렇게 큰 대가를 치렀는데, 신하린의 작업실에 무슨 일이 생기는 꼴은 볼 수 없었다.신하린은 심미연의 손을 꼭 잡고 고개를 저었다.자신이 가고나면 심미연이 괴롭힘당할까 봐 걱정됐던 것이다.그녀는 여기 남아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심미연은 갑자기 신하린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주차장에 가서 유진 오빠한테 먼저 가라고 전해줘. 내가 시간이 되면 연락드린다고 해.”강지한이 갑자기 나타난 이상 짧게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걸 심미연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 박유진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었다.신하린은 필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눈이 빨개져서 금방이라도 울 것 같았다.“안 가! 너랑 같이 있을 거야!”심미연은 힘껏 그녀를 밀었다.“빨리 가!”신하린이 걱정하고 있다는 걸 그녀도 알고 있었다.하지만 지금 두 사람이 같이 엮일 필요는 없었다.한 사람이라도 갈 수 있으면 가야 했다.“생이별하는 것처럼 구네. 내가 너희 죽이러 온 줄 알겠어.”남자는 차가운 입술을 살짝 열며 비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심미연은 신하린을 돌아보며 말했다.“빨리 가!”신하린은 어쩔 수 없이 눈물을 글썽이며 병실을 나갔다.그녀는 늘 심미연에게 짐만 되는 것 같았다.정말 너무 쓸모없었다.병실을 나서며 신하린은 뒤를 돌아보고 이를 악물었다. 그러고는 휴대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당신의 애인이 돼줄게요. 하지만 조건이 있어요...”그녀는 말하며 휴대폰을 꽉 쥐었다.“좋아,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7화

    “미연아, 왜 또 토해? 임신했어?”강지한의 날카로운 눈빛이 심미연의 얼굴에 꽂혔다.심미연은 애써 불안한 마음을 억누르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당신한테 온지유의 냄새가 나서 그래. 속이 메스꺼워.”직접 보진 못했어도 강지한이 온지유와 함께 있었다는 건 뻔했다.그러니 하룻밤 사이에 그녀 냄새가 배는 것도 당연지사 아니겠는가.강지한은 비웃듯 말했다.“네가 뭔 자격으로 날 나무라!”어젯밤에 박유진이랑 같이 있었으면서 뻔뻔하게 그를 말하다니.“지한 씨, 도대체 무슨 일이야? 용건만 간단히 말해. 나 출근해야 돼. 오전에 재판 있어.”심미연은 일부러 말을 돌렸다. 계속 이야기하면 임신 사실이 들킬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다.강지한은 입술을 깨물었다.“왜 입원했어?”어젯밤에는 분명 배가 아프지 않다고 했었다.심미연은 애써 태연한 척하며 말했다. “당신이 너무 심하게 해서 많이 찢어졌어. 나중에 너무 아파서 병원에 왔는데, 의사가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보자고 해서 하룻밤 입원했어. 오후에 퇴원 수속하려고 했는데 그냥 며칠 더 있을까?”다행히 미리 강지한에게 할 말을 생각해 둔 덕분에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었다.강지한은 어젯밤의 거친 행동을 떠올리며 귀가 붉어졌다.“그럼 이틀 더 입원하고 퇴원해.”목소리가 눈에 띄게 부드러워졌다.“그럼 지금 나 좀 로펌에 데려다줄래? 시간이 많이 지체돼서 늦을 거 같아”심미연은 그의 말에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그가 믿기만 하면 됐다.“약은? 가져와. 내가 발라 줄게.”강지한은 자신이 저지른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했고 약을 발라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겼다.“이미 발랐어! 다시 바를 필요 없어!”심미연은 황급히 거절했다.“어디 보여줘 봐.”심미연의 얼굴은 삶은 새우처럼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안 돼. 보여 줄 수 없어!”강지한은 차가운 얼굴로 그녀를 가로로 안아 침대로 향했다. 그녀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침대에 눕히고 치마를 걷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8화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발끝을 세우고 그의 넥타이를 풀어 다시 매 주었다.강지한과 결혼했던 초에는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는 데 한참 걸렸었다.그러고 나서 한동안은 매일 아침 그의 넥타이를 매 주곤 했다.하지만 강지한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는 더 이상 넥타이를 매 주지 않았다.지금 이 순간, 다시 그의 앞에서 넥타이를 매주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아무런 동요도 없었다.이제는 정말 사랑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그를 마주하고 있어도 아무렇지 않았다.강지한은 그녀를 내려다보았다.작고 예쁜 얼굴, 오뚝한 콧날, 순진한 눈망울은 영락없는 현모양처였다.하지만 침대에선 이 청순한 얼굴 뒤에 숨겨진 요염함으로 그를 미치게 만들었다.요물!그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두 사람의 몸이 밀착되었다. “지금 나를 유혹하는 거야? 어?”강지한의 목소리는 낮고 탁했다.심미연은 재빨리 넥타이를 매고 옷매무새를 정돈한 후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넥타이 다 맸어. 이제 가자.”그녀는 일부러 그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그를 살짝 밀어냈다. 자세히 보면 그녀의 귓불이 살짝 붉어진 것을 알 수 있었다.이 남자는 정말 시도 때도 없이 발정하는 것 같았다.분명 어젯밤 온지유와 잤을 텐데.설마 온지유가 그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걸까?생각해 보니, 그녀는 지금 임신 중이고 임신 주수도 자신과 비슷하니 관계를 가질 때 배를 신경 써야 할 것이었다.강지한처럼 욕구가 강한 남자는 마음껏 몇 번 하지 않고서는 만족하기가 어려웠다.강지한은 심미연을 깊은 눈으로 바라보았다.그녀가 자신의 앞에 서 있지만, 더 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기뻐해야 할 텐데 왠지 모르게 불안감이 그의 마음속에 솟아올랐다.심미연은 그의 시선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의 손을 잡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가자.”그녀는 강지한을 사랑하지 않게 된 후로 그에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39화

    “그와 결혼하지 않은 거 후회해? 아직도 아쉬워?”남자의 손아귀 힘이 너무 세서 심미연은 얼굴이 부서지는 것 같았다.결국 그녀는 아픔을 참지 못하고 눈물을 쏟아냈다.“지한 씨, 놔! 아파!”말하는 것조차 어눌했다.‘이 남자가 갑자기 미쳤나? 왜 이렇게 힘을 주는 거야!’강지한은 그녀의 눈물을 보자 가슴 속 분노가 더욱 거세졌다.“누굴 위해 우는 거야? 어?”결혼 3년 동안, 심미연은 그의 앞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거의 없었다.한동안 그는 그녀가 눈물이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그런데...그녀는 단지 자신을 위해서 울지 않는 것뿐이었다.“강지한, 아프다고!”심미연은 다급하게 말했다.그녀의 눈물은 순전히 아픔 때문에 흐르는 생리적인 눈물이었을 뿐 누군가를 위해서 흘리는 눈물이 아니었다.“나랑 사는 게 그렇게 괴로워? 그래서 그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어 안달 난 거야?”강지한의 눈빛은 음산했고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다.최근 심미연의 변화는 그로 하여금 온갖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그는 자기 여자는 절대로 다른 남자에게 넘겨주지 않겠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비록 두 사람이 안타깝게 엇갈렸더라도 그는 심미연을 평생 곁에 묶어들 것이었다.“나와 유진 오빠 사이에는 아무것도 없어! 그냥 우연히 마주친 것뿐이야!”심미연은 다급하게 해명했다.강지한의 성격은 불같아서 더 이상 해명하지 않으면 여기서 죽일지도 몰랐다.“우연히 봤는데 그렇게 깊은 눈빛을 주고받은 거야?”박유진의 눈에 가득한 애정을 그가 못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박유진은 심미연을 사랑하고 있었다.그 사실에 그는 심란해졌다.심미연의 아름다운 얼굴에는 순식간에 서리가 내려앉았다.“지한 씨, 당신이 온지유랑 눈빛 교환하고 알콩달콩 잘 지내도 내가 뭐라고 했어? 난 그냥 유진 오빠를 우연히 만난 것뿐인데 왜 이렇게 트집을 잡고 난리야! 뭐가 그렇게 불만인데?”이 남자는 정말 전형적인 내로남불이었다.강지한은 차갑게 웃었다.“나와 지유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네가

  • 다시, 너를 붙잡다   제140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오늘 그녀는 하고 싶지 않아도 해야 했다.심미연은 순간 수치심과 함께 증오심이 끓어올랐다.강지한의 횡포와 파렴치함이 너무나 증오스러웠다.그녀는 사람이지 사람을 즐겁게 하기 위한 장난감이 아니었다.그런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단 말인가.“미연아, 시작해! 날 화나게 하지 말고!”강지한은 일부러 말을 천천히 했다. 조금 전, 그는 분명 박유진의 눈에서 분노를 보았다.비록 박유진과 친구는 아니지만 박인우가 항상 곁에 있으면서 그에 대한 자랑을 늘어놓았다.그래서 박유진이 성격도 좋고 공부도 잘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박인우의 눈에는 박유진의 모든 것이 좋았다. 그렇게 자주 듣다 보니, 그도 자연스럽게 기억하게 되었던 것이다.예전에는 심미연과 박유진 사이에 그런 유년 시절의 추억이 있었는지 몰랐기에 박유진에 대해 아무런 감정도 없었다.하지만 지금은 그들 두 사람 사이의 과거를 알게 된 데다가 심미연이 박유진의 편을 드는 모습까지 보니, 박유진에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적의를 느꼈다.그는 박유진이 심미연 앞에 나타나는 걸 원치 않았다.“내가 하면 당신은 차를 몰고 떠날 거야?”심미연은 그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조심스럽게 물었다.강지한은 그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미연아, 내가 저 녀석을 어떻게 할까 봐 그렇게 무서워?”이 여자는 박유진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모든 말은 박유진을 위한 것이었다.그녀는 박유진을 너무 걱정했고 그를 위해서라면 자신을 희생할 각오까지 되어 있는 듯했다.마음속에 이런 인식이 자리 잡자 분노만 느껴졌다.그와 박유진에 관한 이야기를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던 심미연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아무 말도 안 하면 동의한 거로 알고 있을게.”말을 마친 후, 고개를 숙여 입술을 가져다 대고 서투른 동작으로 남자의 입술에 키스했다.강지한의 몸은 순간적으로 강렬하게 반응했다.그는 반사적으로 여자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고 거의 허리를 부러뜨릴 듯했다.이 장면을 본 박유진의 눈에 고

최신 챕터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5화

    [한 잠 자고 일어났을 때 위치 정보가 사라진 걸 알게 되었어요. 여러 번 시도했지만 도저히 위치를 찾을 수 없었고 결국 동생분의 핸드폰에 접근해 통화 기록을 확인했죠.][마지막으로 전화를 걸었던 사람은 강씨 사모님이었어요.] 심미연은 눈을 반쯤 감고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심서연은 무슨 일로 문소영을 찾았을까?’ ‘두 사람 사이가 그렇게 친한 관계였나?’[보스, 지금 심서연 씨가 소식이 끊긴 상태인데 계속 추적할까요?] [네. 추적하세요.] 심미연은 뭔가 이상하다는 직감을 느꼈다. ‘심서연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 [알겠습니다. 바로 사람을 찾아서 추적하겠습니다. 그럼 신하린 씨 교통사고는 어떻게 할까요?] [제가 일이 끝나면 그 사람 정보를 다시 확인하고 진짜 신원을 정확히 파악해볼게요.] [네. 알겠습니다.]심미연은 전화를 끊고 벽에 기대 섰다. 머릿속은 온갖 생각들로 복잡하게 얽혀 있었다. 그때 병실 안에서 심태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빨리 와요!” 심미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급히 생각을 정리한 뒤 병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엄마, 빨리 와서 이모 다리 어디 갔는지 찾아봐요.” 심태하가 그녀를 보고 급하게 달려왔다.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고개를 들어 심미연을 애타게 바라봤다. 심미연은 허리를 굽혀 그를 부드럽게 안아 올리며 심태하의 귀에 입술을 가까이 대고 조용히 말했다. “이모는 사고로 다리를 잃었어. 이제 의족으로 대신해야 해. 그러니까 이모 앞에서 다리가 없다고 말하면 안 돼.”심태하는 눈가가 갑자기 붉어지며 목소리가 떨렸다. “이모는 다리를 잃었어. 이모는 얼마나 아팠을까...” ‘그래서 이모가 요즘 그렇게 기운도 없고 얼굴이 안 좋았던 거구나.’ ‘다리를 잃은 거였어.’어린 아이는 마음이 먹먹하고 아픈 감정이 밀려왔다. “태하가 불어주면 이모가 안 아플 거야.” 신하린은 웃으며 말했다. 마음속에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 감정을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4화

    간병인은 이미 출근해 신하린의 손을 조심스럽게 닦고 있었다. 심태하는 병실 문을 열자마자 밝은 목소리로 외쳤다. “이모, 나 왔어요!” 짧은 다리로 종종걸음치며 병상으로 달려가자 신하린의 얼굴에 자연스레 미소가 번졌다. 그녀는 간병인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침 준비해 주세요.” 간병인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을 나섰다.심태하는 침대 곁으로 뛰어가 두 눈을 반짝이며 침대에 누워 있는 신하린을 바라봤다. “이모, 저 보고 싶었어요?” 부드럽고 귀여운 목소리에 신하린은 기분 좋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엄청엄청 보고 싶었지.” 심태하는 까치발을 들고 침대에 올라가려고 애썼지만 키가 닿지 않자 포기하고 조그만 얼굴을 숙여 신하린의 손등에 살포시 입을 맞췄다. “저도 엄청 보고 싶었어요.”심미연은 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을 바라보며 가슴 한구석이 시리게 아려왔다. 손에 든 죽을 옆의 서랍장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고는 혹여 자신의 감정이 신하린에게 전해질까 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마침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감정을 들키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말했다. “전화 좀 받고 올게.” 짧은 말만 남긴 채 병실을 나서는 그녀의 뒷모습을 신하린은 조용히 바라보았다. 그녀의 어깨에 담긴 쓸쓸함이 선명하게 느껴져 마음 한쪽이 시큰해졌다.지금 심미연이 자신을 보고 얼마나 마음 아파할지 신하린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심미연이 조금이라도 덜 걱정하도록 신하린은 아픈 내색 하나 없이 묵묵히 치료에 임했다. 하루라도 빨리 회복해서 병원을 나가고 싶었다. 그래야 심미연이 더는 자신 때문에 속상해하지 않을 테니까.심미연은 병실을 나온 뒤에야 전화를 받았다. [보스, 신하린 씨 사고 배후에 누가 있는지 알아냈습니다.] 심미연의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누구예요?] [한유나 씨 아버지입니다.]심미연은 그 말을 듣고 그날 밤 경비원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리고 자신이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3화

    심미연은 잠시 멈칫했다. 그녀는 박유진과 언젠가는 결혼할 것이라는 생각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이런 말을 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박유진은 심미연이 멍하니 있는 걸 보며 잠시 마음이 조금 씁쓸했지만 여전히 미소를 띠고 말을 이어갔다. “농담이야. 결혼 강요하려던 건 아니었어. 이렇게 하자. 오후에 시간이 되면 같이 보러 가자. 마음에 들면 내일 바로 이사도 가능해. 어때?”그는 심미연의 마음속에 강지한이 여전히 자리잡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확실히 알고 있었던 건 심미연이 그와 함께 평생을 살아갈 만큼 감정이 깊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물론 마음이 아팠다. 하지만 심미연이 원하지 않는다면 그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그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오빠...” 심미연은 박유진이 억지로 웃고 있다는 걸 느꼈고 그 모습에 마음속 깊은 죄책감이 밀려왔다. 하지만 그녀는 박유진에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미안해. 지금은 오빠한테 결혼을 약속할 수 없어.” 그녀는 아직 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고 자신의 이기적인 마음으로 박유진을 평생 고통 속에 두고 싶지 않았다. “알아. 미안하다고 하지 않아도 돼.” 박유진은 그녀의 손을 잡고 목소리를 부드럽게 낮추며 말했다. “내가 너무 서둘렀어.”심미연은 계속해서 자신에게 마음의 병이 있다고 말하며 그와 그런 관계를 맺을 수 없다고 했다. 하지만 박유진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고 싶어 안달이 났다. 진성에 있을 때였다면 이렇게 급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경성에 돌아온 후 강지한이 언제든지 심미연과 심태하를 빼앗아 갈 것만 같아 점점 더 초조해졌다.“나 의사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치료 받을 거야.” 심미연은 그에게 어떤 약속도 할 수 없었지만 계속해서 자신이 노력하고 있다는 걸 확신시키려 애썼다. 매번 의사 말을 순순히 따르며 치료를 받으려고 했지만 그녀의 상태는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심미연은 이제 더 이상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2화

    어린 아이를 조심스럽게 품에서 내려놓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심미연은 세수를 하고 간단히 준비한 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박유진은 이미 아침을 준비해 놓고 거실을 정리하고 있었다.“일찍 일어났네? 조금 더 자.” 박유진은 청소기를 끄고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 “오늘 할 일이 많아서 더 이상 못 자. 정신없이 바쁠 거야.” 심미연은 그에게 다가가 허리를 감싸며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먼저 아침 먹어. 나는 위층 가서 태하 깨울게.” 박유진은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추며 목소리를 낮추어 말했다. “알겠어. 오빠가 태하 깨워줘.” 심미연은 그의 품에 얼굴을 묻으며 살짝 비벼댔다.박유진과 함께하는 시간은 평온하고 따뜻했다. 그저 이런 일상이 이어져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아침 먹어. 난 위층 가서 좀 보고 올게.” 박유진은 그녀의 얼굴을 가볍게 꼬집으며 애틋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심미연은 그의 귀 끝이 살짝 붉어진 걸 보았지만 신경 쓰지 않고 바로 식탁으로 향했다. 박유진은 그녀의 뒷모습을 한참 바라보다가 깊은 숨을 내쉬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심미연의 방에 들어서자 침대 위에 엎드려 자고 있는 심태하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 모습을 본 순간 박유진의 마음은 저절로 따뜻해졌다. 심미연과 심태하를 돌보는 건 그에게 큰 행복이자 기쁨이었다.심미연은 식탁에 앉아 보온병을 열었다. 따뜻한 우유와 갓 구운 빵의 고소한 향기가 퍼졌다. 빵은 부드럽고 입 안에서 살살 녹으며 그 맛이 정말 좋았다. 박유진은 예전엔 찐빵이나 만두 같은 것만 만들 줄 알았고 빵과 케이크는 나중에 배우게 된 것이다. 그는 언제나 그녀와 심태하에게 모든 걸 쏟아부었다. 그를 생각할 때마다 심미연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몰라 마음이 무거웠다. 아침을 먹으면서도 심미연은 복잡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아침을 마치고 거실로 나가자 박유진이 심태하를 안고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1화

    신하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그를 바라봤다. 눈동자에 스친 냉소는 차갑고 깊었다. ‘내가 멀쩡할 때는 단 한 번도 결혼 얘기 안 하더니. 이제 다리 하나 못 쓰게 되니까 그제야 날 데려가겠다고?’ ‘날 데려가서 네 부모한테 실컷 조롱당하게 하려고?’“왜 그렇게 봐?” 이진영은 신하린의 시선에 마음이 덜컥 내려앉았다. 한숨을 삼키듯 숨을 들이마신 뒤에야 겨우 물었다. 신하린은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 넘겼다. “이진영 씨, 난 예전에도 당신과 만나겠다고 한 적 없어요. 앞으로도 절대 그럴 일 없을 거고요.” “당신과 결혼하는 일은 더더욱 없을 거예요.” 한 단어, 한 단어 또박또박 내뱉는 말들이 조금의 여지도 없이 이진영을 꿰뚫었다.이진영은 허리를 숙여 수건을 적셨다. 꾹 짜낸 뒤 조용히 걸음을 옮겨 신하린 앞에 섰다. 수건을 조심스럽게 들어 그녀의 얼굴에 가져다 대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널 데려가겠다고 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데려갈 거야.” “예전엔... 어쩔 수 없는 사정 때문에 너한테 약속할 수 없었어. 하지만 이제 모든 일 정리되는 대로 너랑 결혼할 거야.” “한 말은 반드시 지킬 거야.”지난 4년 동안 이진영은 많은 일을 해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을 뿐이었다. 하지만 그만큼 만들어낸 적도 많았다. 그의 곁에 신하린이 있으면 그만큼 위험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보고싶어도, 미칠 듯 그리워도 끝내 연락하지 않았다. “전 안 해요. 절대 당신이랑 결혼 안 해요.”“이진영 씨, 당장 나가세요.” 그날 갑자기 나타난 그 여자...억지로 눌러왔던 감정이 터져 나오듯이 입에 담기 힘든 말들이 쏟아졌다. 그녀가 견뎌온 모든 고통은 전부 이진영 때문이었다. 이진영은 아무 말 없이 그녀의 얼굴을 조심스럽게 닦아낸 뒤 손까지 정성스레 닦아주었다. “네가 기분 안 좋다는 거 알아. 그럼 나 한 대 쳐서라도 기분 풀래?” 신하린은 그 손을 냉정하게 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40화

    강지한은 입술을 굳게 다물고 얼굴의 선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심미연은 분명 병실에 와서 강상미를 만났지만 의술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정말 독한 여자야.’“시간도 늦었고 나도 집에 가서 쉬어야겠어. 먼저 간다.” 이진영은 담배를 끄고 일어나 곧장 밖으로 나갔다. 강지한은 술을 따라 마시며 심미연에 관한 생각에 잠겼다. ‘심미연은 언제 의술을 배운 거지?’ ‘이 3년 동안 이 여자는 도대체 뭘 했던 걸까?’이진영이 차에 올라타자 기사가 물었다. “도련님, 집으로 가시겠습니까?” 이진영은 미간을 문지르며 신하린의 분노 어린 눈빛을 떠올렸다. 순간 마음 속이 답답해졌다. “병원으로 가자.” 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즉시 엔진을 돌렸다.신하린의 병실 앞에 도착한 이진영은 누군가에게 가로막혔다. 이진영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들어가서 잠깐 보고 올게요.” “신 대표님이 명령하셨습니다. 심미연 대표님 외에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습니다.” 결론은 한 마디였다. 그들은 명령을 따랐기에 규칙을 어길 수 없었다.이진영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여기는 내 병원인데 병실도 맘대로 들어가지 못하다니. 이게 말이 되나?’ “돌아가 주세요.” 경호원이 좋은 말로 타일렀다. 하지만 그때 병실 안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이진영은 그 소리에 깜짝 놀라 급하게 말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겼어요. 들어가게 해줘요.” 경호원은 그를 막으려 했지만 그때 또 한 번 병실 안에서 큰 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경호원도 놀라서 급하게 병실 문을 열었다.이진영은 병실로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쓰러져 있는 신하린을 보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그녀의 얼굴은 피로 뒤덮여 있었다. 조명 아래서 그 모습은 다소 섬뜩하게 보였다. 그의 심장은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그는 급히 다가가 신하린을 침대에 눕히고 몸에 상처가 없는지 확인했다. 그러면서 옆에 멍하니 서 있던 경호원에게는 급히 소치쳤다. “의사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39화

    “너희 아버지가 최근에 한석훈과 많이 가까워졌다고 들었어. 내가 알기로 한석훈과의 관계가 간단하지 않다더라.” 강지한은 박시훈에게 들은 말을 그대로 이진영에게 전했다. 이진영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대답했다. “알고 있어.” 사실 지난 4년 동안 그는 한석훈의 배후 세력을 조사해왔고 조사할수록 그 배후는 점점 더 복잡하고 충격적인 사실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럼 너와 한유나 씨 사이의 일은 어떻게 해결할 생각이야?” 이진영은 조용히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며 말했다. “혼약을 해제할 생각이야.” 그는 이미 한유나에게 그런 말을 했다. 하지만 한유나는 최근 들어 그를 피하는 듯했다. 그는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구아정은 어떻게 할 거야?” 강지한이 다시 물었다. “네 첫사랑이라고 했지?”“어릴 때 아무것도 모르고 좋아했던 사람이야. 그런데 갑자기 사라졌고 그 뒤로 그냥 끝났어.” 이진영은 무의식적으로 신하린의 얼굴을 떠올렸다.그는 그제야 깨달았다. 사실 지금 그가 가장 사랑하는 사람은 신하린이었다.이제 그녀 없이 살 수 없다는 것을 이제야 확실히 느꼈다. 그녀의 다리가 이렇게 된 지금 그녀는 그를 만나주지 않았고 그로 인해 그녀를 돌볼 기회조차 가지지 못한 채 지내고 있었다.“구아정, 그 여자에 대해 조사해본 적 있어?” 강지한이 상기시키듯 말했다.“조사 중이야.” 이진영은 숨기지 않고 답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연락이 없다가 갑자기 나타났으니 진짜인지 가짜인지도 모르겠어.”구아정은 분명 그를 찾으러 온 거였다.‘왜일까?’“신하린 씨의 일은 잘 해결됐나?” 강지한은 그녀에게서 도움을 받기를 바라는 마음에 물었다.“하린이 오른쪽 다리가 절단됐어.” 이진영은 말하면서도 짜증이 치밀었다. 담배를 꺼내 불을 붙이고 깊게 한 모금 흡입했다. 연기가 흩어질 때 그는 다시 한 번 신하린의 분노 어린 눈빛을 떠올렸다. 그녀는 분명 자신을 증오하고 있을 것이다.“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강지한은 잠시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38화

    문소영은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당신이 만약 나를 살려주지 않으면 우리가 두 명의 아들을 뒀다는 사실을 세상에 공개할 거야. 그럼 당신도 명예를 잃고 끝장날 거라고.” 그녀는 지금 이 남자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했다. “우리가 두 아들을 뒀다고? 증거 없이는 아무도 믿지 않을 거야.” 남자는 차가운 표정으로 말하며 눈빛은 강렬하게 빛났다. “당시 내 임신 검진서도 여전히 남아 있고 병원에 가면 내 출산 기록도 확인할 수 있어. 그 아이들의 혈액형은 당신이랑 똑같아.” 문소영은 그동안 이 모든 것을 철저히 보관해 왔다.“문소영, 나를 망치려고 하는 거야?” 남자는 분노에 찬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 나는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가기를 바래.” 문소영은 감정을 정리한 채 차분하게 대답했다. “당신이 더 높이 올라갈수록 나에게 유리해.” “내가 원칙을 깨고 너를 돕기를 바란다면 그런 생각은 하지도 마.” 남자는 술잔을 비운 후 탁자 위에 쿵 하고 내려놓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문소영은 그가 떠나는 모습을 그저 조용히 지켜보며 부르지 않았다. 오늘은 그에게 경고만 준 것뿐이다. 그의 반응은 충분히 예상한 대로였다.잠시 후 문소영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를 받자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사모님, 지시하신 대로 사람을 공해에 던졌습니다.] [좋아. 그럼 이제 해외로 잠시 숨어 있어. 여기 상황이 정리 될 때까지 기다려. 그때 다시 돌아오면 된다.] 문소영의 얼굴엔 차가운 표정이 가득했다. 그들이 돌아올 때쯤 심서연의 죽음은 이미 잠잠해지고 그 어떤 흔적도 남지 않을 것이다. 그때에는 누구도 이 사건에 대해 알지 못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사모님.” 문소영은 전화를 끊고 술을 따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이진영은 술을 많이 마셨고 잠간 밖으로 나왔다. 그때 한 남자의 뒷모습이 아버지를 닮은 듯해 순간적으로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잠시 멈칫하며 발걸음

  • 다시, 너를 붙잡다   제537화

    문소영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말없이 있었다. 수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도 그녀는 여전히 TV 뉴스에서 그의 모습을 보며 그리움에 사로잡혔다. 그럴 때마다 그에게 달려가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느라 미칠 듯했다. 문소영은 자신이 더 이상 그를 다시 만날 일은 없을 거라 믿어왔다. 남자는 그녀의 침묵을 감지하고 미간을 찌푸리며 다시 물었다. “무슨 일이냐고?” 문소영은 깊은 생각을 떨쳐내고 몸을 곧게 펴며 입을 열었다. “당신이 필요해서 왔어. 우리 아들에 관한 일이야.” 남자는 충격을 받은 듯 눈을 크게 떴다. “우리가 아들이 있다고? 그럴 리가...” “쌍둥이였어. 작은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납치됐고 큰 아이는 강지성. 몇 년 전에 사고로 죽었어.” 문소영은 눈물을 훔치며 말을 급히 이어갔다.이건 그녀가 삼십 년 넘게 숨겨온 비밀이었다. 그녀는 이 생에서 절대 말할 기회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순간 이렇게 쉽게 입 밖으로 내뱉게 되었다. 문소영의 말은 마치 폭탄처럼 남자의 가슴 속에 떨어졌고 남자는 동공이 급격히 축소되며 충격을 받았다. 그는 절대 상상할 수 없었다. 문소영과 자신이 쌍둥이 아들을 두고 있었다는 사실을.“사실 처음 내가 임신 사실을 알았을 때 바로 당신에게 말할 생각이었어. 그런데 집에서 강제로 나를 강우석과 결혼시키려 했고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어. 그러자 부모님은 나를 감금하고 내 핸드폰도 압수했어. 외부와 연락할 방법이 전혀 없었어.” 문소영은 말하면서 목소리가 떨렸다. 그때 그녀는 부모님의 강요로 강씨 가문에 보내졌었다. 강우석과 결혼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우석은 그녀가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강우석은 바람을 피우기 시작했고 그 상대가 바로 강지한의 어머니였다. 7개월 후 그녀는 쌍둥이를 낳았다. 하지만 아이를 낳은 후 그 중 한 명이 사라졌다. 그녀는 30년 동안 그 아이를 훔쳐간 사람을 찾으려 했지만 끝내 그 사람이 누구

좋은 소설을 무료로 찾아 읽어보세요
GoodNovel 앱에서 수많은 인기 소설을 무료로 즐기세요! 마음에 드는 책을 다운로드하고,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앱에서 책을 무료로 읽어보세요
앱에서 읽으려면 QR 코드를 스캔하세요.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