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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4화

Author: 동과
last update Last Updated: 2025-01-07 19:00:00
이른 아침에 깨어났을 때 밖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멀리 산의 경계선에는 아침 햇살이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고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았다.

문득 석지훈을 보니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고 마치 무언가 근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었다.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

“평소 같았으면 벌써 깨어났을 텐데.”

나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고 작은 오두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쪼그려 앉아 엄지손가락으로 꽃잎을 살며시 문지르며 혼잣말로 말했다.’

“참 예쁘네.”

귓가에 갑자기 새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몸을 일으켜 그 소리를 따라갔다. 몇 마리 참새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

잠시 후, 한 마리 크고 튼튼한 까마귀가 날아왔다.

“정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구나.”

기지개를 켜며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멀리 풀밭에 오래된 비석 하나가 보였다.

호기심에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비석에는 정자체로 빼곡히 글이 새겨져 있었고 맨 아래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석민기, 안혜인’

석민기는 내 친부의 이름이었고 안혜인은 내 친모의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운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했을 것이다.

내 아버지는 돌아가시던 날 밤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첩을 거느린 남자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논할 수 있을까?

단지 자기 연민일 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으니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

나는 풀밭에 쪼그려 앉아 비석에 새겨진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

‘우리의 인연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가정을 이루었고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이다. 내 사랑의 고통이 끝날 날이 오길 바라며 그때쯤 당신이 이미 이 세상에 없기를 소망한다.’

비석에 적힌 글은 간단하지만 나의 어머니가 그의 가족 상황을 알고서 얼마나 단호했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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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았던 기분은 석지훈 어머니의 메시지를 본 뒤 한순간에 바닥으로 떨어졌다.나는 석지훈이 눈치채는 것이 두려워 화면이 꺼질 때까지 휴대폰을 내려놓지 않고 기다렸다.그는 나를 말없이 한참 안고 있다가 조용히 일어나 나를 내려놓고 서재를 나섰다.나는 순순히 그의 뒤를 따랐고 그가 갑자기 멈춰서서 깊은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도 멈춰 서며 물었다.“왜 그래요?”그가 부드럽게 말했다.“고양이처럼 따라다니지 말고.”나는 무심코 대꾸했다.“고양이는 도도해요. 오빠가 말하는 건 아마 강아지겠죠.”말을 하고 나서 순간적으로 입을 막았다. 석지훈은 싱긋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억울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오빠 못됐어요.”그는 대답하지 않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나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서 있었다.그가 계단 끝에 다다르자 뒤돌아서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똥강아지, 빨리 따라오지 않고 뭐해?”맙소사. 이 말은 정말 심쿵이었다.내 마음을 정확히 저격한 이 말에 나는 활짝 웃으며 달려가 그의 허리를 안았다.“오빠.”그는 단단한 팔로 내 허리를 감싸안으며 낮게 대답했다.나는 참지 못하고 말했다.“나 오빠 좋아해요.”석지훈은 얇은 입술을 살짝 다물고 웃음 띤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나는 그의 턱 밑에 얼굴을 기대며 물었다.“그럼 오빠는 나 좋아해요?”그가 차분하게 말했다.“응.”나는 물러서지 않고 물었다.“응이라니, 좋아한다는 뜻이에요? 아니에요?”내가 계속 물으니, 그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그만 좀 해.”그는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어서 좋아한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는 일이 쉽지 않았다.하지만 드물게 보이는 그의 어색한 표정이 너무 귀여워 나는 장난스럽게 계속 물었다.“그럼 정말 좋아하는 거예요, 아니에요?”결국 석지훈은 말없이 나를 안은 채 계단을 내려갔다.나는 그에게 원하는 대답을 듣지 못해 살짝 서운했지만 그의 성격을 알기에 더 이상 집요하게 묻지는 않았다.계단을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7화

    고정재는 누군가를 쉽게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기에 내 마음 깊은 곳에서는 그가 담현아와 잘 되길 바랐다.잠시 후, 고정재에게서 답장이 왔다.[고마워, 꼬마 아가씨.]나는 휴대폰을 넣고 눈을 감고 쉬었다. 차 안은 내내 조용했다.석지훈은 대화에 능숙하지 않은 사람이어서 내가 말을 걸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이어 나가기 어려웠다.동성시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정오가 되어 있었다.아침을 먹지 않아 배가 너무 고팠기에 석지훈은 곧바로 차를 몰아 석씨 가문 저택으로 향했다.멀리서 저택 문 앞에 한 사람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과거에 자신을 석씨 가문의 미래 안주인이라 칭했던 여자였다.석지훈도 그 여자를 발견한 듯했고 그는 차를 저택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세운 후 안전벨트를 풀며 나에게 말했다.“저 여자가 날 찾은 건 어머니와 관련된 일일 거야. 차에서 기다리고 있어.”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 안에서 얌전히 기다렸다.석지훈은 차에서 내려 안정된 발걸음으로 석나은에게 다가갔다.두 사람의 표정은 모두 담담했지만 석나은의 눈에는 생기가 돌았고 반면 석지훈의 깊고 차가운 눈동자에서는 냉랭함만이 느껴졌다.석나은은 석지훈에게 몇 마디 말을 건네자 석지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두어 마디로 응답했다.내가 무슨 말을 주고받았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결국 석나은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옆에 세워둔 차를 타고 떠났다.나는 안전벨트를 풀고 차에서 내려 석지훈에게 다가갔다.그의 표정은 여전히 냉랭하고 어두웠고 나는 그의 손바닥을 살며시 잡으며 물었다.“기분이 좋아 보이지 않는데 무슨 일이 있었어요?”“어머니가 나보고 다시 운성시로 오라고 하셨어.”‘우리는 방금 돌아왔는데.’나는 그에게 물었다.“그럼 갈 거예요?”그는 내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당분간은 가지 않을 거야.”석지훈은 나를 데리고 저택으로 돌아갔다.저택에 도착하자마자 그는 서재로 들어갔고 나는 아래층에서 차를 한 잔 우려 그의 서재로 가져갔다.문 앞에 도착했을 때 그의 차가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6화

    윤다은은 과거에 고정재를 깊이 사랑했다. 몇 년간 그를 쫓아다니는 것만으로 행복해했지만 얼마 전 어렵게 고정재를 포기하고 자신을 돌봐줄 수 있는 남자를 찾았다.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결혼을 결심하다니, 너무 성급한 건 아닐까?내가 메시지에 답하지 않자 윤다은이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나 임신한 지 거의 두 달 됐어요.”그녀가 결혼하려는 이유였다.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그 남자를 사랑해?]며칠 전 그녀가 의사와 통화하던 모습을 보며 그녀가 그 남자에게 마음이 있다는 건 확실했다.하지만 그 마음이 정말 사랑일까?[네. 사랑해요.]윤다은의 대답이었다.나는 그녀가 사랑으로 결혼하길 바랐고 진정한 사랑을 찾기를 진심으로 바랐다.[축하해, 다은 씨.]윤다은은 곧 다시 메시지를 보냈다.[수아 언니, 내 들러리 좀 해줄래요? 희연 선배도 부르려고요. 아, 맞다. 담현아도 초대하려고 해요.]윤다은이 담현아까지 초대할 생각이라니.그 둘이 그렇게 친했었나?[좋아, 어디에서 결혼할 거야?][금운시요. 우리 둘 다 거기에 가족이 있거든요.][알았어. 희연이랑 같이 갈게.][고마워요, 수아 언니.]나는 더 이상 답장을 보내지 않고 곧바로 최희연에게 윤다은의 결혼 소식을 알고 있는지 물었다.최희연이 바로 답장했다.[나도 방금 알았어. 한 달도 안 남았더라. 그런데 우리 둘이 누군가의 들러리를 서는 건 처음 아닌가? 너는 축의금을 얼마나 할 생각이야?][윤다은은 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서 적당한 금액이 얼마인지 모르겠어. 그때 가서 정해야지. 고씨 가문의 형제들도 참석할 거야.]나는 지금 고현성과 마주치는 게 가장 싫었다.최희연이 물었다.[석지훈 씨도 너와 함께 가는 거야?]나는 옆에서 운전 중인 석지훈을 흘깃 바라보고 다시 시선을 돌리며 답장했다.[잘 모르겠어.]그때 가서 결정하면 되겠지.산 아래로 거의 다 내려왔을 때 담현아가 메시지를 보냈다.[고정재 씨의 여동생이 나를 들러리로 초대했어요. 그런데 나랑 그렇게 친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5화

    “친어머니를 원망하냐고요?”전에 나 자신에게도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었다.하지만 내가 석씨 가문을 맡은 이후로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다.그 당시 나는 석지훈의 어머니에게 한동안 괴롭힘을 당했었고 그녀가 아들만을 위한다고 느껴질 때마다 마음이 괴로웠다.그러나 내가 그 여자의 친딸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뒤로는 오히려 안도했으며 그 이후로는 더 이상 그녀에 대해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존재를 마음에서 내려놓은 것처럼.나는 고개를 저었다.“사람마다 자신이 선택한 길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분이 저를 포기한 것도 그분의 선택이었던 것처럼요. 게다가 저는 그분을 본 적도 없기 때문에 원망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더군다나 저에게 신장을 주셨으니 제가 살아가는 매 순간은 그분 덕분이잖아요.”그렇다면 내가 무슨 자격으로 그분을 원망할 수 있을까?이 나이가 되고 나서야 많은 것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내가 아이를 낳아보니 그 여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하지만 이해하는 것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아무리 모든 것을 이해하려 해도, 나는 그 여자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도 나를 찾으려 하지 않았으니까.그녀의 마음속에서 나는 결코 그녀의 딸이 아니었다.‘그 여자가 신장을 기증해 나를 구한 것도 아마 죄책감 때문이겠지. 어찌 됐든 지금은 상관없어.’석지훈이 담담하게 말했다.“잘 알고 있구나.”나는 말없이 웃었다. 해는 이미 완전히 떠올랐고 나는 그의 팔짱을 끼고 흔들의자에 앉아 운성시에서 보기 드문 아침 햇살을 감상했다.나는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여기 좋아해요?”이곳은 곳곳이 정성스럽게 꾸며져 있었고 석지훈이 많은 신경을 쓴 것이 분명했다.“응, 조용한 곳이니까.”그것뿐일까? 왠지 그게 전부는 아닐 것 같았다.나는 그의 어깨에 기대며 어젯밤 꾼 꿈을 떠올렸다.“나 어젯밤 꿈을 꿨어요. 꿈속에서 두 아이와 승아랑 함께 석씨 가문 저택에서 살고 있었어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4화

    이른 아침에 깨어났을 때 밖은 희미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멀리 산의 경계선에는 아침 햇살이 어렴풋이 비치고 있었고 곧 해가 떠오를 것 같았다.문득 석지훈을 보니 그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져 있었고 마치 무언가 근심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나는 손을 뻗어 그의 미간을 부드럽게 펴주었다. 내가 그의 곁에 있다는 것을 느꼈는지 그의 표정이 조금씩 편안해졌다.“평소 같았으면 벌써 깨어났을 텐데.”나는 조용히 일어나 옷을 입고 작은 오두막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문 앞에는 꽃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나는 쪼그려 앉아 엄지손가락으로 꽃잎을 살며시 문지르며 혼잣말로 말했다.’“참 예쁘네.”귓가에 갑자기 새소리가 들려왔고 나는 몸을 일으켜 그 소리를 따라갔다. 몇 마리 참새가 나무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었다.잠시 후, 한 마리 크고 튼튼한 까마귀가 날아왔다.“정말 일찍 일어난 새가 벌레를 잡는구나.”기지개를 켜며 다시 오두막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멀리 풀밭에 오래된 비석 하나가 보였다.호기심에 그곳으로 달려가 보니 비석에는 정자체로 빼곡히 글이 새겨져 있었고 맨 아래에는 두 사람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석민기, 안혜인’석민기는 내 친부의 이름이었고 안혜인은 내 친모의 이름일 것이다.그리고 운산에서 두 사람이 사랑을 약속했을 것이다.내 아버지는 돌아가시던 날 밤까지도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고백했었다. 하지만 수많은 첩을 거느린 남자가 어떻게 진정한 사랑을 논할 수 있을까?단지 자기 연민일 뿐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두 사람 사이에 대해 내가 알 수 있는 건 없으니 섣불리 판단할 수는 없었다.나는 풀밭에 쪼그려 앉아 비석에 새겨진 글을 찬찬히 읽어보았다.‘우리의 인연은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다. 당신은 이미 가정을 이루었고 나는 당신을 사랑할 수 없는 처지이다. 내 사랑의 고통이 끝날 날이 오길 바라며 그때쯤 당신이 이미 이 세상에 없기를 소망한다.’비석에 적힌 글은 간단하지만 나의 어머니가 그의 가족 상황을 알고서 얼마나 단호했는지를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3화

    “그는 어릴 때부터 백혈병을 앓았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도 발달한 의학 덕분이야. 그래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사람이기에 행동이 극단적일 수밖에 없어. 내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네가 그의 허상에 속지 않기를 바라서야.”석지훈의 말투는 마치 내가 앞으로도 최욱현을 만날 것을 확신하는 듯했다.‘그토록 매력적이고 유혹적인 남자가 어떻게 불치병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다시는 그 사람이랑 만나지 않을 거예요.”석지훈이 손바닥을 내밀며 말했다.“다 쉬었으면 이제 일어나자.”나는 그의 손을 잡고 일어서며 걸음을 옮겼지만 내내 마음이 불안했다.불치병을 앓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는 사람이 단순히 두 상자의 금을 위해 우리를 납치했을 리는 없었다.최현욱...아니, 이제는 그의 본명인 최욱현이라고 불러야겠지.그는 우리를 납치한 후 빠르게 도망쳤다가 이내 뻔뻔하게 별장으로 들어갔다. 마치 그 별장이 그의 소유인 것처럼.갑자기 내 머릿속에 대담한 생각이 떠올랐다.‘혹시 별장에 있는 사람들도 그의 사람들일까?’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그들이 석지훈과 원한이 있었다면 나를 납치한 후 옷을 갈아입으라고 고집하지는 않았을 것이다.그런 독특한 장난을 할 사람은 최욱현밖에 없었다.나는 몰래 휴대폰을 꺼내 한민수에게 메시지를 보냈다.[최욱현은 어느 나라 사람인가요?]산 정상에 거의 다다랐을 때 한민수의 답장이 도착했다.[F국 교포에요.]교포라...순간 윤 비서가 말했던 그 귀족 드레스가 떠올랐다. 그것은 F국왕실의 것이었다!나는 곧바로 별장에 있던 사람들 역시 최욱현의 사람들임을 깨달았다.처음부터 모든 게 그의 자작극이었고 그 함정에 빠지고도 나는 그에게 감격하며 고마워하고 있었다.마음속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덕분에 그의 신분이 매우 고귀하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왕실 드레스를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귀족이거나 권력을 가진 사람임이 틀림없었다.나는 휴대폰을 집어넣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음을 가라앉혔다.몇 분이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산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2화

    “네 생각이 맞아.”그의 가벼운 대답은 내 마음속 추측을 확인시켜 주었다. 나는 별장을 바라보던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석 집사, 이미 석씨 가문에서 은퇴한 거 아니었어요?”“그 사람은 자식도 없고 친척도 없어. 일생을 석씨 가문에 바쳤기 때문에 어디 갈 곳도 없었지. 그래서 결국 여기 남기로 한 거야.”석만호는 석지훈을 망가뜨린 장본인이었다. 하지만 지금 석지훈이 나를 데리고 석만호가 있는 곳에 온 이유는 그 역시 이 모든 일이 석만호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석만호는 단지 명령을 수행했을 뿐이다. 결국 명령을 내린 사람은 석지훈이 존경하고 경외했던 그의 아버지였다.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오빠는 석씨 가문을 원망하지 않아요?”차는 천천히 산 정상으로 향하고 있었다. 석지훈은 내가 무슨 뜻으로 물었는지 알고 한참을 생각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원망할 필요는 없어. 왜냐하면 나를 받아준 것도 석씨 가문이었으니까. 내가 친부모한테 버려졌을 때 나에게 안식처를 준 곳이 바로 석씨 가문이야. 이번에 그 사람들이 내게 한 일은 그동안 받은 수십 년의 은혜를 갚은 거라고 생각해. 그리고 내 어머니는... 영원히 나의 어머니야.”석지훈은 아기 시절, 석씨 가문의 안주인이 그를 데려와 키운 것이었다. 안주인은 그에게 새 생명을 주었고 석씨 가문은 그에게 부와 권력을 쥐여주었다.이렇게 보면, 나의 친아버지는 확실히 그에게 은혜를 베푼 셈이었다.하지만 가장 존경하던 사람에게 배신당한 건 그에게 가장 큰 상처였다.권력을 잃은 것보다 자신이 믿었던 사람이 한 발 한 발 집요하게 몰아붙였다는 사실이 가장 고통스러웠을 것이다.그 시절의 석지훈이 얼마나 약하고 고통스러웠을지 상상하니 내 마음이 쿡쿡 쑤셨다.나는 안쓰러운 마음을 누르며 그에게 말했다.“오빠 덕분에 내가 지금의 모든 것을 누리고 있어요. 하지만 오빠, 석씨 가문은 내 것이고 나는 오빠 사람이잖아. 우리 사이에는 네 것, 내 것이 없어야 해요!”석지

  • 너만을 향한 애틋한 사랑   제411화

    “윤아야, 네 아버지가 무슨 말씀을 하시든 그건 어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당부야. 더군다나 네가 어떤 모습이든 네 아버지 눈에는 언제나 소중한 딸이고 나한테도 네 과거가 어떻든 간에 너는 내 인생에서 단 하나, 존중하고 소중히 여길 가치가 있는 여자야.”석지훈이 이렇게 따뜻한 말을 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내가 멍하니 웃고 있을 동안 그의 진중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사랑한다는 게 무엇인지 분명히 알아야 해. 과거는 중요하지 않아. 가문이나 외모는 더더욱. 사랑은 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거야.”‘네가 나를 사랑하고,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석지훈이 나를 사랑한다고 말했다.나는 마음이 벅차올라 그의 새끼손가락을 살짝 잡으며 다급히 물었다.“오빠는 사랑을 잘 모르잖아요? 그런데 나를 사랑한다니! 언제부터 사랑하게 된 거예요? 혹시 우리 아버지랑 무슨 약속이라도 한 거예요? 오빠는 결혼 얘기는 했으면서 왜 아직도 나한테 청혼하지 않는 거죠?”석지훈이 다정하게 나를 불렀다.“윤아야.”나는 싱긋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그러자 그는 내 코끝을 살짝 만지며 물었다.“결혼하고 싶어?”나는 결혼하고 싶었지만, 초조한 마음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제 뭐가 중요해!’‘내가 부인해도 내 마음을 꿰뚫어 볼 텐데!’나는 솔직하게 말했다.“네. 오빠랑 결혼해서 아내가 되고 싶어요.”그는 가볍게 웃으며 약속했다.“우리 동성시로 돌아가면 약혼하자.”그 약속은 현실감 있는 것이었다. 나는 기쁨에 고개를 끄덕이며 품에 있던 장미꽃을 그의 품에 안겨주며 달콤하게 말했다.“자, 이 장미는 오빠한테 줄게!”석지훈은 미소 지으며 말했다.“고마워.”그는 장미를 손에 쥐고 내 손을 꼭 잡고 별장으로 돌아갔다.나는 그의 곁을 따라가며 물었다.“오늘 내게 편한 옷을 입으라고 한 건 여기 데려오려고 했던 거야?”“이따 운산에 같이 가려고.”‘운산이라...’나는 이 지명이 낯익었고 적어도 처음 듣는 건 아니어서 망설이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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