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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Author: 십일
“왜?! 대체 왜 그랬어! 미숙이는 당신 동생이잖아!”

“동생? 그래요, 이미숙은 이씨 가문의 친딸이잖아요, 늘 나보다 사랑을 많이 받았고요! 당신도 그 여자를 좋아하잖아요. 도대체 왜요?”

“그래서 그런 이유로 미숙이를 죽이려 했단 말이야?!”

“맞아요! 부러워서 그랬어요! 질투도 나고요!”

“이미윤, 당신 미쳤어! 정말 미쳤다고!”

“하하하... 그래요, 나 미쳤어요. 20년 전부터 난 이미 미쳤겠죠! 특히 당신이 이미숙과 다정하게 붙어 있을 때마다, 난 달려가서 이미숙의 목을 조르고 싶었으니까요!”

“오늘까지도 마찬가지였어요! 당신이 애틋한 눈빛으로 이미숙을 바라볼 때마다, 평생을 함께해도 부족할 것처럼 바라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미쳐가고 있었는지 알아요?!”

“심정훈, 당신은 이제 내 남편이에요. 우리가 한 가족이라고요! 20년이 넘었는데도 왜 아직도 이미숙을 못 잊는 거죠? 그 여자는 이미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어요. 그런데도 당신은 여전히 이미숙을 그리워하고 있잖아요!”

“소진헌을 볼 때마다 질투가 나겠죠? 아마도 소 서방이 사라지길 바랐을 거예요, 안 그래요? 소진헌이 당신에게 있어 그런 존재라면, 나에게 있어 이미숙도 마찬가지예요.”

“우리는 같은 사람이에요. 가질 수 없어서, 사랑에 미쳐서, 어떻게든 손에 넣으려고 발버둥 치는 불쌍한 인간들이라고요!”

심정훈은 차갑게 말했다.

“당신 그 말 틀렸어. 내가 소진헌을 아무리 질투해도 절대로 그 사람을 해치진 않을 거야. 왜냐하면... 그 사람이 없다고 해도, 미숙이가 내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하하하! 잘 말했어요! 그럼 우리 확실히 다르네요. 나는 이미숙을 없애버리면, 당신은 내 것이 될 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하하!”

“그러니까 결국 난 틀리지 않았어요. 이미숙이 사라지자, 당신은 나와 결혼했고, 우린 아이까지 낳았잖아요. 20년 넘게 함께 살았고요. 이거면 충분하지 않나요?”

심정훈은 온몸이 굳었다.

이미윤은 다시 한번 비수 같은 말을 내뱉었다.

“만약 내가 냉혹한 킬러라면,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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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빈은 도겸을 똑바로 쳐다봤다.도겸은 그의 시선에 그만 멍해졌다.“허.” 현빈은 갑자기 웃었다. “그래서 날 비웃으려고 남은 거야?”도겸은 고개를 끄덕이며 당당하게 말했다. “맞아.”“방금 그 자리에 있었으니, 왜 끝까지 보지 않은 거야?”도겸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우리 어머니와 사이가 틀어졌거든.”“그래서?” 도겸이 물었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현빈은 가볍게 한숨을 쉬며 말했다. “우리 어머니가 이씨 가문의 양딸인 거 몰라?”도겸은 순간 몸이 굳어졌다.“나는 정은이는 혈연관계가 없다고.” 현빈은 담배를 한 모금 빨며 담담하게 말했다.“흥.” 도겸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혈연관계가 있든 없든, 어르신이 정은의 신분을 공개한 순간부터 넌 정은이의 오빠가 될 수밖에 없어! 남들은 사실에 신경 쓰지 않고, 오직 너와 정은이 모두 한가족이라는 것밖에 모르거든.”“비록 나와 정은이는 이미 헤어졌지만, 그동안 함께 사귀면서 난 그래도 정은이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오빠라는 신분만으로, 정은이는 절대로 널 선택하지 않을 거야.”“심현빈, 너 아웃이라고, 아직도 모르겠어?”도겸은 웃으며 도발을 띤 말투로 말했다.현빈은 차가운 눈빛으로 도겸을 한참 동안 쳐다보다가 한참이 지나서야 웃기 시작했다.“정은이를 잘 알고 있는 이상, 정은이가 가족에 대해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더 잘 알겠지. 나와 정은이는 함께 할 수 없더라도, 가족이라는 신분으로 당당하게 정은이의 곁을 지킬 수 있고, 정은이를 배려하고 보호할 수 있지. 하지만 넌...”“가까이 가는 것조차 헛된 망상일 뿐이야. 처음부터 끝까지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사람은 내가 아니라 너 강도겸이라고.”현빈의 말은 도겸의 정곡을 찔렀다.그는 온몸이 떨리더니 두 눈이 붉어졌다. “그럼 우리 두고 보자고!”모진 말을 내뱉으며 도겸은 몸을 돌려 떠났다.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지만 도겸은 기어코 먼저 남을 건드리려 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4화

    봉수진은 자신의 선심이 뱃속의 아이로 이어진 것이라고 믿었다.지영은 그녀의 복덩이였다!부부는 상의 끝에 세 살 난 지영을 입양하기로 결정했고, 그녀의 이름을 ‘이미윤'으로 바꿔 주었다.아름다울 미, 윤택할 윤.그녀가 아름답고 순조로운 삶을 살길 바랐다.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이렇게 낯선 양녀를 보며, 봉수진은 슬픔을 감출 수 없었다.이춘재는 일어나 아내를 부축하며 차갑게 말했다.“넌 우리가 심씨 집안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여길 거라 생각하는 거야? 오늘 현빈이를 봐서 그런 거지, 그렇지 않았다면 난 더 심한 말을 했을 거라고.”“네가 조건을 걸겠다면, 그에 맞는 걸 내놔. 심씨 집안이든, 심 서방이든 모두 우리에겐 아무런 위협이 없으니까.”이미윤은 분노하며 일어섰다.“아니!”현빈이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어머니, 그만하세요!”“너는 내 아들이야! 날 도와주지 않을 거니?!”현빈은 어두운 눈빛으로 말 한 마디 내뱉었다.“그때 이모가 실종된 일, 정말 어머니와 관련이 있는 거예요?”“현빈아!”“제 질문에 대답하세요!”“심현빈!”“그럼 관련이 있었던 거네요.”이미윤은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의 아들마저 자신의 편을 들어주지 않다니.현빈은 무력하게 뒤로 물러나며 눈을 감았다.‘그렇구나... 그래서 할머니가 어머니를 싫어하셨던 거구나. 그래서 부모님이 자주 싸우셨던 거구나. 그래서 어머니의 원한이 이렇게 깊었던 거구나.’현빈은 그제야 모든 것을 깨달았다....밤이 깊어지며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이미윤을 억지로 돌려보낸 후, 현빈은 이춘재와 함께 연회장에 남았다.이춘재는 몇 마디 당부했다.“넌 참 좋은 아이야. 그동안 나와 네 할머니는 네 덕분에 잘 지냈어. J시에서 유일하게 걱정되는 사람도 너뿐이고.”“오늘 연회에서 한 말 미리 너에게 알리지 않은 건 미안해. 우리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고, 네 반응도 보고 싶었어.”“현빈아, 넌 우리를 실망시키지 않았어. 그러니 여전히 우리의 손자가 되어줄래?”그들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3화

    “강 여사? 강 여사!”“네? 뭐라고요?” 서영숙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식사해야죠, 자리에 안 앉을 거예요?”“아, 그래요. 앉아야죠.”서영숙은 서둘러 세정을 데리고 자리에 앉았다.물어보던 사람은 머리를 긁적이며 속으로 궁금해했다.‘오늘은 왜 이 두 집안의 사모님과 아가씨들이 모두 이렇게 이상한 거지?'...연회가 끝나자, 사람들 하나둘씩 떠났다.위층 휴게실에서, 현빈이 어쩔 수 없단 듯이 말했다.“어머니, 이제 돌아가세요.”“난 안 가! 내가 왜 가야 해?! 나와 부모 자식 간의 연을 끊겠다는 거야? 네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어떻게 나에게 이럴 수가 있어?”“그래요. 저도 그게 궁금했어요.” 현빈은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이미윤의 눈빛이 흔들렸다.“아버지는 아직도 전화를 안 받으세요?”“그래.”마침내 이춘재와 봉수진이 방에 들어왔다.이미숙과 그녀의 가족은 이미 떠났다.봉수진은 문을 열고 들어서며 무표정으로 이미윤을 바라보았다.“현빈이가 그랬어, 네가 우리를 만나고 싶다고.”“엄마...”“그렇게 부르지 마. 듣기 싫으니까.”봉수진은 더 이상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다는 듯이, 혐오하는 표정을 드러냈다.이미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알겠어요.”이제 그녀는 완전히 냉정을 되찾았다.“앉으세요. 저와 이야기 좀 해요.”봉수진은 궁금했다. 이제 와서 무슨 할 말이 더 있는 건지, 어떻게 이렇게 뻔뻔하게 자신들을 만나려고 하는 건지.어르신은 자리에 앉았다.이미윤이 말했다.“다 아신 거죠?”봉수진은 냉소를 지으며 되물었다.“뭘 알아? 네가 직접 말해 봐.”이미윤은 주위를 둘러보고는 봉수진에게 시선을 돌렸다.“이 방에 CCTV가 있고, 아니면 녹음기로 저한테서 증거를 얻으시려는 건지 모르겠네요.”“어떤 일들은 말로 하지 않아도 다들 알고 계시잖아요. 굳이 소문을 퍼뜨릴 필요는 없죠.”두 어르신은 이미윤의 당당한 태도에 화가 나서 웃음을 터뜨렸다.현빈도 눈살을 찌푸렸다.이미윤은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2화

    “천만에요, 천만에요...”남의 집안 이야기를 이렇게 들으니, 손님들은 오히려 재밌는 구경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정말로 대박이야.’해프닝이 끝나자 모두들 기쁜 마음으로 자리로 돌아갔지만, 강서원만이 제자리에 서서 멍하니 있었다.방금 이미윤이 바로 옆에 서 있었기 때문에, 그녀는 이미윤의 반응을 가장 먼저 눈에 담을 수 있었다.공포, 당황, 무력감, 원망...너무나도 많은 감정이 이미윤의 얼굴에 드러났다.‘그럼 그때 정말로 자신의 동생을...’하지만 기억 속의 이미윤은 너무나도 당당하고 현명하며 마음이 너그러운 사람이었다.강서원은 처음으로 자신이 사람 보는 눈이 없다고 느꼈다.“강 여사? 왜 서 계세요? 자리로 가시죠?”“그래요, 곧 갈게요!”...이와 동시, 서영숙과 세정 모녀도 멍하니 있었다.세정은 설날 내내 집에서 보내며 방에 틀어박혀 있었다.음식도 가정부가 직접 들고 올라갔으니, 장애인과 다를 바 없었다.서영숙은 간신히 세정을 설득해 이춘재의 생일 잔치에 참석시켰다.그런데 이렇게 큰 충격을 받을 줄이야...“엄마... 이거 꿈이죠? 다 가짜죠, 그렇죠?”세정은 어쩔 줄 몰라 서영숙의 손을 잡았다.서영숙은 이미 멍해졌다.무대 위에는 이미 아무도 없었지만, 그녀는 여전히 그곳을 응시하고 있었다.마치 그곳의 무언가를 다시 확인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맞아, 꿈일 거야...”그녀는 세정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서정은이 어떻게 이씨 가문의 사람이란 말인가?’이씨 가문은 오래된 명문 집안이었다.부자는 3대를 못 이어간다는 말이 있지만, 이씨 가문은 조상부터 직위가 놓았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실업으로 나라를 구한 집안이었다.돈도 많았지만, 인성도 바르고 명망도 높았다.최근 20, 30년 사이에 조용해졌을 뿐이었다.정은이 이런 대가족, 이런 배경과 실력을 가진 집안의 귀한 손녀라니.서영숙은 어느 해 설날, 정은이가 선물을 들고 찾아왔을 때를 떠올렸다.그때 그녀는 정은이를 문턱에도 들이지 않았다.“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1화

    주위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를 들으며 이미윤은 표정이 일그러지고 이마의 핏줄이 불거졌다.‘어떻게 이런 일이? 두 분 다 아신 거야? 아니... 그럴 리 없어... 절대로...’하지만 주변 사람들의 눈빛은 마치 날카로운 칼날처럼 이미윤을 향해 덮쳐왔다.심씨 가문에 시집간 지 20년이 넘은 이미윤은 항상 ‘사모님'으로서 호사스러운 삶을 살아왔다. 훌륭한 남편과 아들 덕분에 어디를 가나 환영을 받았으니, 이렇게 남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며 욕을 먹는 적이 한 번도 없었다.이미윤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진정을 되찾았다. 그리고 웃음을 지으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이춘재를 맞이했다.“아빠, 생신 축하드려요! 오늘은 아빠의 팔순 잔치이자, 미숙이까지 되찾았잖아요. 우리 집안에 경사가 겹쳤네요!”이춘재는 고개를 들어 차갑게 이미윤을 바라보았다.그리고 그녀가 내민 손을 피하며 말했다.“내가 방금 한 말, 못 알아들은 거야?”이미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이춘재는 조금의 여지도 주지 않았다.“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씨 가문의 딸은 미숙이 하나뿐이야. 그러니 나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아빠...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제가 무슨 잘못을 했나요? 고칠게요... 그러지 마세요...”이미윤은 이춘재가 관계를 끊겠다는 말을 부녀 간의 다툼으로 넘어가려 했다.이런 상황에서도 그녀는 여전히 상황을 무마하려고 애쓰고 있었다.그 순간, 주변의 손님들 역시 이 일을 부녀 간의 갈등으로 오해하며 말했다.“큰일인 줄 알았는데, 그냥 가족 싸움이었네.”“다들 흩어져요.”그런데 봉수진이 갑자기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낯가죽이 두꺼운 사람은 봤어도, 너처럼 두꺼운 사람은 처음이야.”“그동안 현빈이 때문에 널 봐줬던 거야. 조용히 있으면 겉으로는 네 체면을 봐줄 수 있었을 텐데, 넌 끝도 없이 우리 집안에 빌붙으려 하고 있으니, 더 이상은 봐줄 수 없겠군.”“엄마, 그만하세요...”이미윤은 봉수진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봉수진은 마치 그동안 쌓인 원한을 한꺼번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40화

    이 말이 나오자 현장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공기마저 흐르는 것을 멈춘 듯했다.‘소중한 외동딸?’‘무슨 뜻이지?’‘이씨 가문에는 딸이 둘 있지 않았어?’다들 알고 있듯이, 큰딸 이미윤은 J시에서 손꼽히는 재벌 집안 심씨 가문에 시집갔다.그런데 어째서 갑자기 인정받지 못하게 된 걸까?현빈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두 노인을 바라보았다.하지만 그는 분수를 알고 있었기에, 그 자리에서 바로 따지지는 않았다.이미숙과 소진헌은 서로 눈을 마주쳤다.‘올게 왔구나!’봉수진의 ‘폭탄'이 여기에 숨어 있었던 것이다.그렇게 결국 폭풍이 몰아치기 시작했다.하지만...이런 자리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이미윤이 이씨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선언하는 건 너무 과하지 않은가?봉수진은 제멋대로 굴며 이런 결정을 내렸다.이미윤이 자신의 딸을 해쳤으니, 이제부터 봉수진도 이미윤을 딸로 삼고 싶지 않았다.원래 피도 섞이지 않은 인연일 뿐이었다.이제껏 이미윤을 키워서 재벌 가문에 시집보냈으니, 두 사람의 인연도 다한 셈이었다.이제부터 그들은 ‘모녀’가 아니라, 남으로 될 것이다.무대 아래에서 이미윤은 두 어르신이 자신에게 미리 아무 말도 없이 일을 진행한 것에 서운함을 느끼고 있었다.오늘은 그녀 혼자 초대장을 들고 왔고, 심정훈은 아예 나타나지 않았다.정확히 말하면, 지난번 두 사람이 모든 걸 터놓고 이야기한 이후로, 심정훈은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이미윤은 그가 두 어르신에게 말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한동안 지켜본 결과, 심정훈이 그러게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되었다.왜냐하면, 이춘재와 봉수진이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만약 두 어르신이 이미숙의 실종이 이미윤의 소행이라는 걸 알았다면, 반드시 찾아와 따졌을 것이다. ‘두 분은 절대로 가만히 있지 않으실 거야.’불안한 마음으로 하루, 이틀... 일주일을 보냈고, 이주가 지나도 두 어르신에게서는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이미윤은 완전히 안심했다.아마 이미숙도 이 사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9화

    이미윤은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라 표정이 점점 일그러졌다.그러나 그녀 곁에 서 있던 강서원은 그런 이미윤의 감정을 돌볼 여유가 없었다. 상대방이 지금 얼마나 짜증나고 있는지 알 리 없었고, 오히려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그렇지, 이렇게 고생을 많이 했으니 잘 대해줘야지...”말을 하면서도 강서원의 관심은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막내아들에게 쏠려 있었다.그렇다. 재석도 오늘 이 자리에 참석했다.하지만 그는 개인 초청장을 받았고, 수민과 같은 핑크색 초청장이었다.그래서 두 사람 모두 가족과 따로 이 자리에 참석한 것이다.자신이 낳은 자식이니, 강서원은 자신의 아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재석이 꼼짝도 하지 않고 무대를 응시하는 걸 보니, 딱 봐도 정은을 보고 있는 게 분명했다.그리고 그가 바라보는 시선을 보면, 이미 넋을 잃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강서원은 심지어 자신이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이 무대 위를 바라보며 정은에게 넋을 잃고, 정신을 놓고 헤어나오지 못하는 모습을 상상할 수 있었다.그녀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쥐었다.‘못났어! 정말 못났어!’그리고 강서원은 또 조카딸 수민을 바라보았다.‘아니야, 차라리 보지 말자. 수민이는 재석보다 더 흥분해서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 정말 수준 떨어져.’‘소정은이 도대체 두 사람에게 무슨 약을 먹인 거야? 두 사람 왜 하나 같이 그 아이한테 푹 빠져 있는 걸까? 어째서 모두들 이렇게 마음을 빼앗긴 거냐고?’수민은 무척 흥분해했다.만약 이곳이 연회장이 아니었다면, 그녀는 벌써 탁자 위에 올라가 소리쳤을지도 모른다.“정은아, 네가 최고야! 정은아, 사랑해! 정은아, 난 너밖에 없어!”동건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그렇게 소리를 지를 정도야? 누가 보면 네가 이씨 가문의 손녀인 줄 알겠어.”“무슨 소리야? 난 정은이를 위해서 기뻐하는 건데.”이제 이씨 집안으로 돌아갔으니, 앞으로 그 누구도 정은을 괴롭히지 못할 것이다.“강도겸도, 너도, 나도 정은이를 괴롭힐 순 없어!”동건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838화

    “정은 누나가 이씨 가문의 손녀라니?” 선우는 다시 한번 경탄했다.‘정말 생각할수록 신기하네! 그런데 잠깐만...’“그럼 현빈이 형이랑 남매 사이인 거 아니에요?”이 발견에 선우는 깜짝 놀랐다.‘드라마야 뭐야, 애인이 결국 남매가 되다니?’선우의 첫 반응은 현빈이 미쳤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다 고개를 돌려 도겸을 바라보았다.그는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처음엔 멍해졌고, 후에는 의혹을 느꼈는지 당황해서 어쩔 줄 몰랐으며 마지막엔 광희와 격동이 뒤섞인 얼굴로 변했다.선우는 지금까지 한 사람의 얼굴에서 그렇게 많은 감정을 본 적이 없었다.감정은 마치 파도처럼 밀려왔다.“도겸이 형? 형?!”도겸은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뭐라고?”“정은 누나랑 현빈이 형은 남매였어요...”“응, 남매였어. 그래서 가족사진에 정은이 있었던 거야...”‘어쩐지 심현빈과 함께 이씨 가문에 찾아갔더라니. 난 또 정은이 어르신들에게 인사하러 간 줄 알았지.’도겸은 더 이상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형, 표정 관리 좀 해요.”“그렇게 할 순 없어.”‘어! 이건 또 뭐야!’“지금 고소하다고 느끼는 거예요?”도겸은 차갑게 입을 열었다. “심현빈의 고의적인 행동에 비해 난 매우 착한 거 아니야?”‘분명히 엉뚱한 생각을 했으면서.’...다른 한 구석에서 이미윤은 무표정하게 무대 위를 바라보고 있었다.이춘재가 무대에 올라 정식으로 이미숙과 소진헌 부부를 소개했고, 이어서 봉수진까지 무대에 올라 대중 앞에서 정은의 신분을 공개했다.그뿐만 아니라 정은이 이씨 가문의 ‘공주’라는 말까지 덧붙이며, 마지막엔 자신의 친아들까지 정은과 함께 무대에 세웠다.마치 ‘우리가 정은을 전적으로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온 세상에 알리려는 듯한 분위기였다.그 광경을 보던 이미윤은 처음엔 냉소를 지었고, 점점 질투가 일어나더니 끝내 마음 한켠이 영 달갑지 않았다.‘생일잔치에 딸 되찾은 것을 발표하다니!’“미윤아? 미윤아!”“응? 방금 뭐라고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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