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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3화

Author: 십일
연희는 귤 한 조각을 입에 넣더니, 서영숙의 말을 듣자마자 바로 거절했다.

“아주머니, 저 몸이 불편하단 말이에요. 아시잖아요, 제가 요즘 병원에 자주 입원한 거. 그러니 태교 수업에 갈 수가 없어요...”

지난번에 티파티에서 받은 억울함과 비난은 아직도 눈에 선했다. 연희는 수업을 모임으로 삼아 꽃을 꽂고 차나 맛보라는 말을 듣자마자 바로 거부감을 느꼈다.

서영숙은 화가 나서 혈압이 올라갔다.

‘이 계집애 지금 드디어 본모습을 드러낸 거야? 그딴 걸 변명이라고!’

[상의할 여지는 없어. 넌 반드시 가야 해!]

서영숙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저쪽에서 뚜 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연희가 전화를 끊었던 것이다!

서영숙은 믿을 수 없단 듯이 핸드폰을 보았다.

‘이 천한 것이! 이젠 감히 내 전화를 끊어? 오냐오냐 해줬더니 정말 겁도 없구나. 아이를 낳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날뛰게 굴다. 정말 아들이라도 낳았다면 더 깐족댈 거 아니야?!’

여기까지 생각하자 서영숙은 다시 집사를 불렀다.

“그 수업표를 들고 도겸이 별장에 한 번 다녀와요. 그리고 그 아이에게 전해줘요. 가고 싶지 않아도 괜찮지만, 당장 내 아들의 별장에서 꺼져야 한다고. 우리 가문은 절대로 그 뱃속의 아이를 인정하지 않을 테니까!”

저녁 9시, 집사가 돌아왔다.

“그 아이 뭐라고 했어요?”

“서연희 아가씨께서는 제시간에 수업하러 갈 거라고 하셨습니다.”

“흥! 그래도 눈치 빠른 셈이군!”

...

이튿날, 날이 밝자마자 연희는 핸드폰 벨 소리에 잠에서 깼다.

그녀는 졸린 두 눈을 뜨며 전화를 받았고, 초조하게 말했다.

“누구세요?”

[서연희 씨 맞으시죠? 안녕하세요, 저는 진별 태교의 선생님이에요. 어젯밤 조교가 수업 시간표를 이미 서연희 씨에게 보냈을 텐데. 첫 수업은 디저트 만들기고, 8시에 시작할 예정이에요. 지금 이미 7시 25분이니, 35분 안으로 달려오실 수 있나요?]

상대방은 직접 자아소개를 했다. 아마 연희가 아직 자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는지 또 한 마디 덧붙였다.

[강 사모님께서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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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들이 이렇게 컸는데도 부부의 감정은 여전히 달콤했다.임정식은 너무 아파서 가볍게 기침을 하며 표정을 굳혔다.“내 말은, 아들도 컸으니 사랑을 처음 깨닫는 것도 정상이잖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은 소녀와 소년이 어딨겠어?”장인화는 정은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이 아이 정말 반듯하고 곱게 생겼네. 문제는 기질이 아주 좋다는 거야! 듣자니 이번에 스스로 실험실을 짓자고 아이디어를 낸 아이가 바로 이 아이라면서? 정말 리더십이 강한 아이군!”보면 볼수록 흐뭇한 장인화는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서비대학교의 불공정한 대우를 받으면서, 이 아이는 오히려 혼란에 빠지지 않고 이런 방법을 생각해냈잖아. 결국 뜻밖에도 해냈다니! 우리 서준이가 이렇게 훌륭하고 선견지명이 있는 여자아이를 좋아한다면 나는 절대로 반대하지 않을 거야.”임정식은 생각에 잠긴 듯했다.사실 지금의 임씨 가문에 있어, 그들은 이미 극치의 성공을 거뒀기에 정치적인 혼인으로 지위를 공고히 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며느리가 정은이라면 나름 괜찮은 것 같았다. 임정식은 즉시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나도 반대하지 않을 거야. 우리 집사람 말 들어야지.”재석과 현빈은 바로 이 두 부부 옆에 서 있었다.‘우리가 보이지도 않나 봐?’재석은 눈빛이 약간 차가워졌고, 현빈은 무뚝뚝한 표정을 지었다.이때 누군가 어깨를 부딪히자 재석은 바로 고개를 돌렸다.임정식은 손을 비비며 물었다.“재석아, 정은이 네 학생 맞지?”“에.”“방금 지켜보니까 두 사람 사이가 괜찮은 것 같은데?”“정식 형,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헤헤... 그냥 물어보고 싶어서 그래. 정은이의 부모님은 J시 사람인가? 넌 알고 있어? 우리와 만나게 해줄 순 없을까? 그냥 친구 사귀는 셈으로 말이야.”“몰라요.”“그렇구나...”임정식은 실망하지 않고 계속 말했다.“그럼 넌 정은이 이 아이가 어떻다고 생각하니? 서준이와 꽤 어울리는 것 같은데? 내 아들은 잘생겼지, 정은은 똑똑하고 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9화

    “그건 아니죠. 만약 내가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심씨 가문과 임씨 가문의 조상은 친척 관계였으니, 촌수를 따지자면 서준이는 심 대표님을 삼촌이라고 부르는 게 마땅한 것 같은데?”이것이 바로 현빈이 상인으로서 임씨 가문의 초대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양가는 친척이었다.재석은 담담하게 웃었다.“서준이의 동창들도 자연히 따라서 삼촌이라 불러야지.”이 말이 나오자, 현빈의 안색은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심씨와 임씨 가문은 확실히 친척이지만, 그것은 이미 어느 세대의 일인지도 몰랐다. 한 마디로 지금은 아무런 사이가 아니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나 재석은 기어코 촌수를 따지며 호칭까지 바꾸었다.정은은 눈동자를 굴리며 바로 얌전하게 외쳤다.“삼촌, 안녕하세요!” 말을 마치자, 정은도 하마터면 웃음을 참지 못할 뻔했다.‘정말 열받네! 누가 정은이의 삼촌이 되고 싶다는 거지?! 젠장, 심 대표님도 삼촌보다 듣기 좋잖아! 조재석, 우리 두고 보자!’...밥을 먹은 다음, 음식이 다 내려갔다.이윽고 네모난 케이크가 올라왔다.임정식은 아들의 어깨를 두드리며 흐뭇하게 웃었다.“서준아, 생일축하한다. 네가 이 케이크처럼 시종 모서리가 뚜렷하고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교활해지지 않고, 세월이 지나도 계속 정직함을 유지하기를 바란다.”“감사합니다, 아버지.”장인화는 임정식 옆에 서 있었는데, 그가 말을 마치고서야 입을 열었다.“아들아, 빨리 소원을 빌어야지!”예년에 서준은 집에서 생일을 이렇게 화려하게 치르지 않았는데, 이번이 처음이었다.할아버지와 할머니, 부모님과 친지들이 곁에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같이 자란 친구들과 마음이 잘 맞는 두 친구까지 있으니, 서준은 마음이 따뜻해졌다.어색하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 소원 빌기도 이제는 적응이 잘 됐다.서준은 눈을 감고 잠시 사색에 잠겼고, 과장하게 두 손을 모으지 않았다. 그러나 눈을 뜨는 순간, 눈빛은 매우 확고했다.그는 웃으며 촛불을 불어 껐다.민지가 앞장서서 박수를 쳤다.다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8화

    ‘왜 이렇게 춥지?’재석이 오늘 여기에 나타난 것은 완전히 의외였다.조씨 가문의 어르신과 서준의 할아버지는 젊었을 때 사이가 엄청 좋은 친구였다. 하지만 후에 두 사람은 다른 길을 선택했다.하나는 장사를 했고, 하나는 정치를 배웠다.그리고 모두 각자의 영역 내에서 성공을 이루었다.그동안 조씨와 임씨 두 집안은 줄곧 왕래가 있었지만, 임씨 집안은 떠들썩한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자주 모이지 않았다.이번에 임씨네 초대장을 받은 소기봉은 이를 매우 중시해서 직접 오려고 했는데, 그저께 알레르기성 천식이 재발하여 입원했다.어쩔 수 없이 큰아들인 소지언을 파견할 수밖에 없었다.그러나 지언은 상인으로서 최근 몇년간 임씨 가문과 친분이 그리 많지 않은 데다가, 그들은 또 상인과 교제하려 하지 않았기에 지언이 가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그렇게 이 일은 조지훈에게 떨어졌다.그는 변호사였고, 장사를 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가장 적합했다.그러나 임정식은 검사 쪽의 지도자로서, 변호사인 지훈은 상인인 지언보다 신분이 더욱 예민했다.결국 재석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마침 그는 임정식과 또 친분이 있어 재석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었다.지언은 이 일을 제기할 때 재석이 거절할까 봐 걱정했다.그의 동생은 각종 학술 세미나를 제외하고 이런 접대에 거의 참가하지 않았으며, 가장 큰 취미는 실험실에 틀어박혀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이었다.재석에게 이런 연회를 참석하라고 하는 것은 상상할 수조차 없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의외로 순조로웠다.“동, 동의한 거야?”재석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형, 입 좀 닫아요. 침이 다 흘러나오겠다.”“앗!” 지언은 즉시 입을 닫았지만, 여전히 귀신을 본 것처럼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그리고 곧바로 거실로 나와 강서원과 얘기를 했다.“어머니, 재석이 많이 이상해요.”강서원은 영문을 몰랐다.“무당을 좀 찾아서 재석이 봐달라고 할까요?”“뭘 봐?”“귀신에 홀린 것 같아서 그래요. 정말이에요.”“어?”강서원이 은근슬쩍 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7화

    정은은 평온하게 시선을 거두며 음식에 전념했다.임씨 가문이 손님을 접대하는데 만든 음식은 자연히 아주 맛있었다. 오늘 특별히 미슐랭 등급의 셰프를 청했는데, 정교하고 향기로우며 맛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중간에 간단한 디저트 하나조차도 유명한 휘낭시에도 있었다.이번 식사는 민지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행복이었다.“정은 언니, 이거 맛있어요... 그리고 이것도... 이것도... 빨리 먹어요.”그녀는 먹으면서 정은을 챙겼다.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응, 먹고 있어.”두 사람이 음식을 즐기고 있을 때, 서준은 갑자기 일어섰다.“정은 누나, 민지야, 잠깐 나 좀 따라와.”두 사람은 영문을 몰랐다.민지가 물었다.“뭐 하려고?”그녀는 지금 밥을 계속 먹지 못해서 짜증이 났다.서준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메인 테이블에 가서 어른들에게 인사하자고.”“인사 안 하면 안 돼?”그들은 정은과 민지를 몰랐으니, 인사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차라리 밥이나 먹는 게 더 낫지!’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서준이 직접 초대한 데다가 또 만나러 갈 사람은 어른들이었으니 민지도 거절하기 어려웠다.만약 단지 친분이 별로 없는 일반 친구라면, 서준은 주동적으로 자기 가족을 만나러 가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두 사람은 컵을 들고 그와 함께 메인 테이블로 갔다.병풍을 돌자, 비록 정은이 이미 예상을 했지만, 재석을 본 순간 여전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서준의 할아버지는 중간에 앉았고, 좌우 양쪽에는 할머니와 임정식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재석은 임정식 옆에 앉았다.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현빈도 있었단 것이었는데, 지금 재석 옆에 앉았다.“서준아.” 노부인은 자신의 손자가 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 “어머, 이 두 아이는 네 친구지?”정은과 민지는 동시에 인사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그래, 안녕하고 말고. 정말 착하구나.”임정식은 얼른 일어서더니 웃으면서 서준의 곁으로 걸어갔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6화

    정은은 예의상 가볍게 조해민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곧 손을 뗐다.조해민은 생각하다가 다시 민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민지는 방금 에그타르트를 먹었기에 손에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 이 상황을 보고 그녀는 난처하게 거절했다.“저는 그냥 사양할게요. 미안해요.”“괜찮아요.” 조해민은 손을 흔들며 이해를 표시했다.그때 조해민 옆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정은 씨는 좀 낯이 익은데?”정은은 고개를 들었다.서준이 이 사람들을 소개할 때 그녀는 먼저 상대방을 알아보았다.어쩔 수 없었다, 가끔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도 고민이었다.남자는 서준, 조해민의 동갑내기가 아닌 것처럼 보였고, 훨씬 성숙했으며 사람을 보는 눈빛도 많이 침착했다.그런데 하필이면 정은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니.‘어른들과 같이 앉을 자격이 없지만, 또 이번 연회에 참가하고 싶어서 이도 저도 아닌 이 테이블에 앉은 게 분명해. 방금 서준도 자신의 친구를 소개할 때, 이 남자를 소개하지 않았어.’조해민은 고개를 돌렸다.“형, 정은 씨를 알아?”조해봉은 입술을 구부렸다.“보면 볼수록 낯이 익네. 만약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강도겸의...”“해봉 형.” 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말투는 약간 강경했다.“오늘은 제 생일이잖아요. 제 동창들도 손님이고요.”그 뜻인 즉, 이런 장소에서 주인이 초대한 손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실례란 것이었다.조해봉은 안색이 약간 변했지만, 곧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자세히 보니 그래도 차이가 있군. 내 입이 문제야. 무슨 말이든 밖으로 내뱉으니까. 미안해, 정은 씨.”서준은 그제야 안색이 누그러졌다.민지는 조용히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정은은 무척 침착했다.조해봉은 도겸과 친분이 있었는데, 예전에 술자리에서 정은은 상대방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매번 조해봉의 시선은 그녀에게 떨어졌고, 사람을 불편하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5화

    임씨 가문의 저택은 최신 유행하는 서양식 저택이 아니라,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이었다.앞마당과 뒷마당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고, 담장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일부 벽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벗겨져 있었다. 앞마당에는 청석이 깔려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설수록 아늑한 기운이 감돌았고, 짙은 암홍색의 기둥들은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처마는 마치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청석길 양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고, 그곳에는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J시 도심, 그것도 옛 궁궐 바로 옆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니. 이 집의 주인은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서준이 두 사람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직접 마당으로 나와 맞이했다.“빨리 들어와요, 안이 따뜻하니까. 소개할게요, 이 두 분은 제 부모님인데...”서준 아버지 임정식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어 기질이 온화하고 우아하며, 미간 사이로 세월이 묻어난 진중함과 대범함을 드러냈다.서준 어머니 장려화는 베이지색 니트로 된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옅은 카키색 숄을 매치했다. 희고 윤기가 흐르고 있는 얼굴은 구체적인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젊었다. 긴 머리는 비녀 하나로 말아올리니, 그야말로 친화력이 넘쳐났다.정은의 머릿속에는 대범하고 정숙하며 우아하다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만약 이 두 사람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면, 서준 할아버지를 본 순간, 정은과 민지는 철저히 충격에 휩싸였다.민지는 멍하니 서준의 말대로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앉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정은의 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이미 어불성설이었다.“정은 언니, 저... 아, 아니... 방금 봤어요? 할아버지의 그 얼굴 말이에요. 저는 제가 뉴스 방송 현장에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할 뻔했잖아요!”정은은 민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침착해. 오기 전에 이미 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4화

    “너...”오미선은 또박또박 말했다.[제 제자들이니 제가 지켜야 합니다. 그런 허울뿐인 명예는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이 그 덕을 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더 이상 할 말 없네요. 이번에도 제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올릴 생각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미리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처럼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송영한은 이미 앞으로 정은 그들이 아무리 많은 성과를 거두어도 학교와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한중기는 순식간에 새파래진 송영한의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때요? 되돌릴 여지가 있나요?”“있긴 개뿔! 백두강의 처분을 12개월로 연장해!”말을 마치고 송영한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펑 하고 문을 닫았다.한중기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총장님이 이렇게 큰 화를 내신 것을 본 적이 없는데...’...탁!실험실 레저 구역에서, 서준은 다시 한번 과녁 중심을 명중했다.그는 아예 남은 다트를 모두 던졌는데, 빠르면서도 정확해서 모두 중심을 맞추었다.“와...” 민지는 어안이 벙벙했다.“쮼, 너 연습했니? 이 정확도 정말 대단해!”“몇 달 정도 연습한 적이 있어.”“몇 달 정도? 지금 장난해?”민지는 화제를 돌렸다.“지금 학교도 이미 소식을 받았겠지?”서준은 생수 한 병을 열었다.“아마도.”“그럼 왜 이렇게 조용해?”정은은 핸드폰을 보더니 고개를 들었다.“교수님 덕분이야. 이미 총장님과 교섭을 마치셨거든.”“총장님은 뭐라고 하셨는데요?” 민지는 눈을 크게 떴다.“당연히 할 말이 없으시지.”“하긴요. 그때 저희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희의 덕을 보려고 하다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결정했어요. 제대로 한 끼 먹어야겠어요.”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다이어트 안 한다며?”“그건 그렇지만,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나한테 지방간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체중 좀 통제하려고!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633화

    “뭐야? 어떻게 그럴 수가?!”정은과 친구들이 서비대학교 학생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교수님이자 교신저자인 오미선은 여전히 학교의 교수님이었다.“우리 학교 명의로 되지 않으면? 누구의 명의로 된 건데?”“무한 실험실이요.”한중기는 무엇을 떠올렸는지 얼른 마우스를 들고 논문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몇 번이나 찾았지만 오미선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그는 중얼거렸다.“교신저자가 없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어...”“규정에 따라 교신저자가 없으면 제1저자를 교신저자로 묵인하기 때문에 소정은 학생이 이렇게 하는 것도 문제가 없습니다.”문제는 없지만 오미선은 왜 이를 동의했을까?‘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면 이 영광을 누릴 수 있는데, 왜...’이때 송영한이 빠른 걸음으로 총장 사무실에서 나왔다.한중기는 그의 표정이 이렇게 무거운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총장님, 왜 그러세요?”“잘 됐네, 나랑 같이 K시에 한 번 다녀오자!”“네? 갑자기 왜 K시에 가시려는 거죠?”“오미선을 찾으러!”커팅식 끝난 후, 오미선은 박애영을 데리고 K시로 돌아가 계속 요양했다.한중기는 갑자기 멈춰 섰다.“총장님도 소식을 들으신 거예요?”송영한은 안색이 보기 흉했다.“전화로 소통할까요? 직접 다녀가실 필요는 없잖아요?”“너는 아직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것 같군. 오미선은 일부러 이렇게 한 거야.”송영한의 감정이 점차 흥분될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오미선이었다.그는 즉시 받더니 목소리가 차가웠다.“오 교수, 지금 설명을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야?!”[설명이요?]오미선이 웃었다.[무슨 설명이요?]“오 교수가 임의로 저자명을 포기하고, 학생들까지 자기 실험실 이름으로 성과를 발표하도록 유도한 건, 명백히 학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잖아!”[허...]오미선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녀는 학교 측이 자신을 찾아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송영한이 이렇게 흥분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저 그런 일반 학술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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