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원은 잠시 멍해졌다.서영숙도 의혹을 느끼며 연희를 바라보았다.“아주머니, 저도 코디해 드리면 안 될까요?”서영숙은 백지영을 보았다.‘흥, 너만 옷을 코디해 주는 사람이 있나? 나도 있어!’그렇게 서영숙은 웃으며 연희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나도 네 안목을 믿어.”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지난번에 자신이 연희의 안목이 나쁘다고 욕한 것을 완전히 잊어버렸다.연희는 즉시 옷을 고르러 갔다. 그리고 뒤에 있는 두 판매원에게 이 옷을 가리키기도 하고 저 옷을 가리키기도 했는데, 기세는 오히려 매우 보기 좋았다.정은은 완전히 달랐다.그녀는 옷을 선택할 때 먼저 색깔과 스타일을 본 후에 옷감을 만졌고, 마지막에 결정해서야 판매원에게 가져오라고 부탁하며 한 세트 한 세트씩 놓으라고 했다.“아주머니, 한 바퀴 돌았는데 이 두 세트가 괜찮은 것 같네요. 한 번 갈아입어 보시겠어요?”백지영은 즉시 옷을 받고 기대와 흥분을 했다.그녀는 정은의 패션 감각을 너무 믿었다. 전에 해준 코디도 정말 마음에 들었다.솔직히 말하자면, 백지영은 친딸 수민보다 정은과 함께 쇼핑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이게 바로 소울메이트겠지?’그때 연희가 다가왔다. “저도 다 골랐어요.”서영숙은 피팅룸에 갔다.그리고 서영숙이 먼저 갈아입고 나왔다. 연희는 그녀에게 빨간 탱크톱 긴 치마를 매치했는데, 위에 샤넬 외투를 걸치니 많이 젊어 보였다.서영숙은 전신거울을 보며 나름 만족스러운 편이었다.“정말 괜찮네.”연희는 겸손하게 웃었다.“아주머니가 관리를 잘하셔서 그래요. 저보다 몸매가 훨씬 더 날씬하잖아요.” 서영숙은 기분이 좋아졌다.그러나 백지영이 옆의 피팅룸에서 나왔을 때, 그녀의 웃음은 굳어졌다.정은은 백지영에게 옅은 청색의 치파오를 선택했는데, 대나무 무늬는 이 간단한 비단 옷감에 질감을 더해주었다.개량된 스타일은 몸매를 더욱 잘 드러내, 백지영의 큰 키와 단아하며 우아한 기질을 선보였다.그녀의 옆에 서있으면 서영숙은 마치 ‘정교한 아주머니’처럼 보였
정은은 웃으며 말했다.“치파오는 약간 엄숙한 숙녀 스타일인 것 같아서 다르게 바꾸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에요.”서영숙은 안색이 무척 어두워졌지만,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작할 수도 없어 화를 억누를 수밖에 없었다.연희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이렇게 비참하게 질 줄은 전혀 몰랐다.백지영은 두 사람의 표정을 눈여겨보며 입가를 구부렸다.“어떤 사람은 돌을 진주로 여기다니. 정말 웃겨 죽겠네! 이 두 벌 다 포장해줘요, 바로 계산할게요.”백지영은 손을 들어 판매원에게 말했다.“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판매원은 싱글벙글 웃으며 카드를 긁으러 갔다.“정은아, 가자, 다른 가게에 가서 한 번 보자.”“네.”백지영과 정은이 떠난 후, 서영숙은 자신이 입은 옷을 보면서 즉시 벗어서 땅에 밟고 싶었다.방금 백지영과 함께 서 있을 때, 자신이 두꺼비처럼 된 것을 생각하면 서영숙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녀는 연희를 가리키며 말했다.“정말 재수 없어! 너 나한테 창피함을 가져다주는 거 말고 뭘 더 할 수 있지? 옷을 매치해 주는 간단한 일도 제대로 하지 못하다니, 넌 왜 이렇게 멍청한 거야?!”연희도 자신이 남보다 못하다는 것을 알고, 배를 안고 억울하게 입을 열었다.“아이를 가진 후부터 정력이 없어서요. 어젯밤 도겸 씨는 또 한밤중에 돌아왔고요. 도겸 씨를 돌보기 위해 저도 밤새 잠을 자지 못했어요. 그래서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을 건데... 정말 죄송해요. 아주머니를 실망시켜드려서...”서영숙은 연희의 배를 보며 심호흡을 했다. 자신의 친손자를 생각해서 그녀는 겨우 분노를 억눌렀다.하지만 연희가 보면 볼수록 눈에 거슬렸다.“됐어, 내 손자를 봐서 용서해 주지. 하지만 넌 품위와 안목이 어쩜 그렇게도 없는 거니! 노력하지 않고 어떻게 명문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겠어? 나중에 널 데리고 나가면, 창피한 사람은 나라고!”연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눈을 반짝였다. ‘명문가에 발을 들여놓다니? 강씨 가문이 날 인정한
“수고는 무슨. 아주머니와 같이 쇼핑하면 엄청 즐거워요.”정은 자신도 적지 않은 수확을 거두었다.“아, 참, 부탁할 게 하나 있는데.” 백지영은 제발 도와주길 바라는 표정을 지었는데, 너무 귀여웠다.“무슨 일이세요?”“그게 말이야, 내가 티파티를 준비했어. 모두들 함께 모여 차를 마시고 이야기를 나누며 다례를 토론하는 그런 파티 말이야... 원래 정한 선생님은 심화원의 오랜 다례사로서, 계약까지 체결했지만 어젯밤 갑자기 병이 도져 밤중에 병원에 호송되었지 뭐야. 아직도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 내일이 바로 티파티인데, 그 선생님은 틀림없이 참가할 수 없을 거야. 나도 지금 적합한 사람을 찾을 수 없고. 수민이가 그러던데, 너도 차에 대해 잘 안다며? 심지어 차를 잘 끓였고. 그래서 말인데...”백지영은 잠시 멈추며 계속 말했다.“난 네가 다례 선생님을 대신해서 대리수업을 해줬으면 좋겠어. 우리에게 차문화에 대해 강의하는 동시에 차를 끓이는 기술까지 보여주는 거야.”이번 모임은 그녀가 조직한 것으로, 만약 무슨 실수라도 한다면 모든 사람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다.백지영은 정은의 다례를 본 적이 없었고, 유일한 정보도 수민에게서 전해들은 것이었다. 어차피 차 문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차를 만들 줄 알면 된다.백지영도 정은이 높은 수준을 갖추기를 기대하지 않았다.“그렇군요...”정은은 잠시 망설였다. 백지영이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며 그녀는 마음이 약해졌다.“그래요, 그럼 주소 보내주세요.”“그래! 고마워 정은아! 네가 날 사렸구나!”그날 저녁, 정은은 재석에게 휴가를 신청했다.재석은 원인을 물었고, 그녀도 숨기지 않고 직접 티파티에 대해 말했다.그는 또 정은에게 주소까지 물어봤다.정은은 바로 톡으로 보냈다.실험실과 약 5킬로메터 정도 떨어진 불가리 호텔인 것을 보고, 재석은 또 언제 끝나는지 물었다. 오후 5시였다.[저녁에 택시를 잡기가 쉽지 않을 거야. 내일 그 근처에 학술 세미나가 있는데, 너와
백지영은 그런 강서원의 태도에 익숙해져 오히려 모욕을 당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방긋 웃기만 했다.“온종일 집에서 놀아도 심심하니,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죠. 최근 티파티가 한창 인기를 끌어서 이 주제로 정한 거예요. 형님은 평소에 이런 모임에 거의 참가하지 않으셨는데, 오늘 이렇게 찾아오시다니, 정말 영광이에요. 얼른 안으로 들어가시죠...”백지영은 말을 듣기 좋게 했고, 태도도 간절했기에, 평소에 그녀가 싫은 강서원도 트집을 잡지 못했다.이윽고 서영숙도 연희를 데리고 도착했다.낯선 얼굴이 이런 자리에 나타나자, 수많은 여사님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다.“도겸 엄마, 이 아이는 누구야?”“어디서 온 아가씨야? 정말 젊게 생겼구나!”서영숙은 오기 전에 이미 준비를 했기에 즉시 활짝 웃으며 모두들에게 소개했다.“내 친구의 딸인데, 연희라고 해. 지금 이과 대학교를 다니고 있어.”연희는 바로 미소를 지으며 현장에 있던 여사님들에게 인사를 했다.“어머! 아직 학생이구나. 어쩐지 이렇게 젊고 영리하더라니.”“그래, 이과라며? 지금 이과 대학에 다니는 여자아이는 그지 많지 않잖아.”그렇다, 이과 대학은 이과 전공을 위주로 했기에, 남자에게 더 적합했고, 물론 경쟁도 많이 치열했다.이과 전공에 응시하는 여자는 상대적으로 적었으니 자연히 더 쉽게 붙을 것이다.이게 무슨 칭찬일까?다만 모두들 알아들었지만, 유독 서영숙과 연희만 알아듣지 못했다.다른 귀부인들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비록 미소를 지으며 듣기 좋은 말을 했지만 사실 서로에게 눈짓을 하며 두 사람을 비웃었다.‘지금 입고 있는 그 치마 말이야, 3년 전의 셀린느 아니야? 시대에 뒤떨어진 옷을 어디에서 끄집어냈을까? 너무 못생겼어.’‘그래, 오늘이 무슨 자리인데, 정말 촌스럽게도 입었어.’‘그 시어머니에 그 며느리 아니겠어?’귀부인들은 멍청하지 않았다. 강씨 가문의 아들이 여대생을 임신시켰다는 소문이 이미 쫙 퍼졌다.그러나 지금 서영숙은 그 여자를 당당하게 데리고 나오다니,
서영숙은 웃음이 굳어졌다.‘상대방의 반응은 내가 생각했던 것과 좀 다른 것 같은데?’“흥, 당신이 뭐라고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려는 거죠?” 강서원은 콧방귀를 뀌며 차갑게 서영숙을 훑어보았다.“우리 사이가 잘 맞지 않아도, 그것은 우리 조씨 가문의 일이지, 남이 간섭할 차례가 못 돼요!”말을 마치서면 바로 일어서더니 다른 자리로 옮겨 앉았다.서영숙은 창피함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백지영은 이 장면을 눈여겨보았고, 서영숙을 향한 혐오를 감출 수가 없었다.강서원은 확실히 백지영과 사이가 좋지 않았지만, 그것은 단지 성격과 처사 방식의 차이일 뿐이었다. 비록 가끔 다른 관점으로 말다툼을 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여전히 한집안 식구들이었다.남과 함께 자기 가족을 욕하는 사람이 또 어디 있겠는가?‘서영숙은 정신이 나간 거야 뭐야?’강서원은 비록 다른 자리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냐하면 고개를 들면 바로 연희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쭈뼛쭈뼛 맞은편에 앉아 손발을 어떻게 놓아야 할지 모르는 데다가, 자신과 눈을 마주하면 바로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강서원은 이런 여자를 가장 싫어했다.백지영도 약간 이런 타입이었지만, 그래도 강서원은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연희와 같은 사람은 한 번만 더 봐도 자신의 눈을 더럽힐 것만 같았다.그래서 강서원은 시선을 돌리며 연희를 보지 않기로 했다.‘더러운 것을 보지 말자. 괜히 기분만 나빠지겠어.’이때 백지영이 강서원의 곁으로 걸어갔다.“형님, 이쪽은 등불이 어두우니 저쪽에 가서 앉으시는 건 어때요?”그렇게 강서원은 백지영이 마련해준 곳으로 갔다.‘응, 여기가 좋네. 드디어 서영숙과 서연희 그 두 여자를 볼 필요가 없어.’그녀는 백지영에게 ‘잘했다’는 눈빛을 주었다.백지영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어쩔 수 없지. 형님은 성격이 원래 그랬으니까. 큰 도련님도 형님을 아끼시고, 온 가족들도 양보를 했으니 나도 당연히 그런 형님을 많이 봐드려야지.’얼마
모두들 넋을 잃고 정은의 강의를 들었다.“백 여사, 이번에 청한 선생님은 꽤 괜찮은데? 어디서 찾은 거야? 왜 전에 그 늙은이가 온 거지?”티파티는 이미 여러 차례 열렸는데, 매번 다른 귀부인들이 책임졌다.이번에 마침 백지영의 차례가 되였고, 그 선생님은 또 마침 병 때문에 입원했기에 그제야 정은을 찾아온 것이었다.전에는 이런 ‘실수’가 없었다.다른 한 귀부인은 그 말을 듣고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이렇게 아름다운 선생님이 있었다면 왜 진작에 청하지 않고, 줄곧 그런 늙은이만 찾아온 거야? 이 선생님이 얼마나 좋은데?”“예쁘기도 하고 목소리도 듣기도 좋네요.”“이 선생님은 정말 괜찮네요.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마음이 편해지는 거 있죠?’연희와 서영숙은 정은이 나타난 순간 어안이 벙벙해졌다.그리고 그녀는 태연자약하게 무대에 앉아 차 문화에 대해 여유롭게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연희는 모두의 평가를 듣고 있었다. 모두들 정은이 얼마나 좋고, 얼마나 예쁘며 기질이 얼마나 뛰어난 지에 대한 칭찬이었다!‘왜? 왜 모든 사람들이 소정은을 좋아하는 거지? 하지만 소정은은 차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잖아. 그런데 어떻게 그 위에 앉아서 아주 그럴 싸하게 이 귀부인들에게 수업을 해 줄 수 있는 거냐고? 대체 소정은이 뭔데?’연희는 마음이 불쾌해졌다. 그러나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것은 질투일 뿐이었다!“잠깐만요.” 연희는 일어서더니 정은의 말을 끊었다. 그 순간, 사람들의 시선은 전부 그녀에게 떨어졌다.서영숙은 연희를 막을 겨를이 없었다.백지영도 눈살을 찌푸렸다.정은은 조용히 입을 열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요?”연희는 웃으며 말했다.“선생님, 오늘 우리에게 차 문화에 대해 강의를 하러 오셨잖아요? 그럼 선생님은 다례사인가요? 그렇기엔 너무 젊지 않나요? 그리고 왜 당신이 한 말이 조금도 프로 같지가 않은 거죠? 심지어 다큐멘터리의 대사까지 말하시다니?”이 말이 나오자, 모두들 의논하기 시작했다.“그래, 왜 갑자기 선생님이 바뀐 거야?
‘엥?’연희는 멍해졌다.그녀는 단지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을 뿐이니, 정은의 문제를 지적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비록 어젯밤에 공부를 했지만, 임시로 벼락치기를 한 것일 뿐, 그 지식들을 똑똑히 기억하지 않았다.연희는 눈알을 굴리더니 다시 정신을 차렸다.“지금 제가 선생님에게 묻고 있잖아요. 다례사 자격이 있는지 없는지. 화제 돌리지 마세요.”“난 지금 선생님으로서 학생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며 의혹을 풀어주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거예요? 화제를 돌리다뇨? 내가 프로가 아니라고 할 수 있지만, 반드시 그 이유를 말해야죠. 나는 이런 터무니도 없는 비난을 받아들이지 않을 거예요!”이렇게 강한 정은을 연희는 당해낼 수 없었다.모두들의 눈빛이 자신에게 떨어지자, 연희는 입술을 깨물며 등을 곧게 폈다.“방금 말한 것은 확실히 큰 잘못이 없어요. 그러나 다례에 관한 상식이라면 이 자리에 있는 분들 누가 모르시겠어요? 모르시더라도 인터넷에서 조금만 찾아보면 그럴듯하게 말할 수 있죠. 다례사의 등급이 다르면 강의의 깊이도 분명히 다를 거예요. 설마 오늘 우리가 그런 기초 지식을 듣기 위해서 찾아온 거라고 생각하세요?”일부 귀부인들은 이미 마음이 흔들렸는데, 이 말을 듣고 찬성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이 아가씨 말도 맞네. 만약 자격증이 없다면 선생님이 무슨 사람인지 누가 알겠어? 만약 사칭을 했다면, 이 참에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그래, 지금 사기꾼이 그렇게 많은데. 그냥 자격증을 모두에게 보여 주는 것뿐이잖아. 그래야 모두들 안심하지. 정말 자격증이 있다면 그리 어렵지 않을 텐데?”백지영의 표정은 이미 무척 어두워졌다.정은은 그녀가 청한 사람이니, 지금 정은을 의심하는 것은 자신을 의심하는 것과 같았다.긴장과 분노를 느끼는 백지영에 비해, 강서원은 무척 여유로웠다. 그녀는 차를 천천히 마시면 이 장면을 구경했다.‘오늘 정말 잘 왔어. 구경거리가 생겼으니 정말 재밌네.’강서원은 비록 정은을 본 적이
정은은 빨간 자격증 하나를 꺼냈다.표지 위에 영문과 한글로 된 글자가 몇 개 있었는데, 고급 다례사라고 똑똑히 적혀 있었다.“이제 됐어요? 좀 가까이 가져가서 똑똑히 보게 해줘요?” 정은은 고개를 들어 연희를 담담하게 바라보았다.연희는 믿을 수 없단 듯이 눈을 부릅떴다.‘소, 소정은이 정말 이 자격증을 땄다니?!’비록 사실이 이미 눈 앞에 놓였지만, 연희는 여전히 인정하려 하지 않고 발뺌을 했다.“조작된 자격증일 수도 있죠.”정은은 웃으며 말했다.“국가에서 발급한 자격증은 모두 유일무이한 번호가 있어요. 지금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체크해 봐요.”어떤 사람은 재빨리 휴대폰으로 정은의 자격증 번호를 입력했다. 그리고 고의로 큰소리로 말했다.“어머! 정말 나왔어! 정보도 일치하고, 등급도 일치한데, 확실히 조작하지 않았어.”연희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자존심을 지키려 했다.“자격증이 있으면 또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렇다고 다례가 정말 훌륭하다는 것을 증명할 순 없잖아요. 지금 자경증으로 남을 속이는 사람 엄청 많아요. 돈으로 고급 다례사라는 증명을 받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죠.”정은은 연희가 이렇게 말할 줄 예상한 듯 고개를 들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그럼 지금 눈 크게 뜨고 똑똑히 봐요. 내가 어떻게 이 자격증을 땄는지.”말이 끝나자, 정은은 손을 움직였다.그녀는 전원을 켜고 주전자에 물을 넣으며 말했다.“차를 우려내는 과정은 총 7단계가 있어요. 우선 물을 끓이는 것이죠. 물은 차를 우려내는 것이 관건인데, 맑은 샘물이 가장 좋으며, 그 물을 끓여야 해요.”“다음은 주전자를 따뜻하게 하는 거예요. 끓는 물로 주전자를 씻으면, 주전자의 온도를 높일 수 있고, 찻잎의 향기가 퍼지는 데 도움이 되죠. 동시에 다기를 씻는 목적도 달성해서 청결을 보장할 수 있어요.”“그리고 세 번째 단계는 차를 넣는 거예요. 적당한 찻잎을 넣어야지, 너무 많이 넣으면 차가 씁쓸해질 것이고, 너무 적으면 맛이 싱거울 거예요. 따라서 찻잎을 넣을 때 양을
정은은 평온하게 시선을 거두며 음식에 전념했다.임씨 가문이 손님을 접대하는데 만든 음식은 자연히 아주 맛있었다. 오늘 특별히 미슐랭 등급의 셰프를 청했는데, 정교하고 향기로우며 맛은 더욱 말할 것도 없었다.중간에 간단한 디저트 하나조차도 유명한 휘낭시에도 있었다.이번 식사는 민지에게 있어서 그야말로 무지막지한 행복이었다.“정은 언니, 이거 맛있어요... 그리고 이것도... 이것도... 빨리 먹어요.”그녀는 먹으면서 정은을 챙겼다.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응, 먹고 있어.”두 사람이 음식을 즐기고 있을 때, 서준은 갑자기 일어섰다.“정은 누나, 민지야, 잠깐 나 좀 따라와.”두 사람은 영문을 몰랐다.민지가 물었다.“뭐 하려고?”그녀는 지금 밥을 계속 먹지 못해서 짜증이 났다.서준은 어쩔 수 없이 말했다.“메인 테이블에 가서 어른들에게 인사하자고.”“인사 안 하면 안 돼?”그들은 정은과 민지를 몰랐으니, 인사하면 또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차라리 밥이나 먹는 게 더 낫지!’그러나 자세히 생각해 보니, 서준이 직접 초대한 데다가 또 만나러 갈 사람은 어른들이었으니 민지도 거절하기 어려웠다.만약 단지 친분이 별로 없는 일반 친구라면, 서준은 주동적으로 자기 가족을 만나러 가자고 하지 않을 것이다.그래서 두 사람은 컵을 들고 그와 함께 메인 테이블로 갔다.병풍을 돌자, 비록 정은이 이미 예상을 했지만, 재석을 본 순간 여전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서준의 할아버지는 중간에 앉았고, 좌우 양쪽에는 할머니와 임정식이 앉아 있었다.그리고 재석은 임정식 옆에 앉았다.그녀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바로 현빈도 있었단 것이었는데, 지금 재석 옆에 앉았다.“서준아.” 노부인은 자신의 손자가 오는 것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로 웃었다. “어머, 이 두 아이는 네 친구지?”정은과 민지는 동시에 인사했다.“할머니 안녕하세요!”“그래, 안녕하고 말고. 정말 착하구나.”임정식은 얼른 일어서더니 웃으면서 서준의 곁으로 걸어갔다.
정은은 예의상 가볍게 조해민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곧 손을 뗐다.조해민은 생각하다가 다시 민지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민지는 방금 에그타르트를 먹었기에 손에 부스러기가 남아 있었다. 이 상황을 보고 그녀는 난처하게 거절했다.“저는 그냥 사양할게요. 미안해요.”“괜찮아요.” 조해민은 손을 흔들며 이해를 표시했다.그때 조해민 옆에 앉아 아무 말도 하지 않던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소정은 씨는 좀 낯이 익은데?”정은은 고개를 들었다.서준이 이 사람들을 소개할 때 그녀는 먼저 상대방을 알아보았다.어쩔 수 없었다, 가끔 기억력이 너무 좋은 것도 고민이었다.남자는 서준, 조해민의 동갑내기가 아닌 것처럼 보였고, 훨씬 성숙했으며 사람을 보는 눈빛도 많이 침착했다.그런데 하필이면 정은과 같은 테이블에 앉았다니.‘어른들과 같이 앉을 자격이 없지만, 또 이번 연회에 참가하고 싶어서 이도 저도 아닌 이 테이블에 앉은 게 분명해. 방금 서준도 자신의 친구를 소개할 때, 이 남자를 소개하지 않았어.’조해민은 고개를 돌렸다.“형, 정은 씨를 알아?”조해봉은 입술을 구부렸다.“보면 볼수록 낯이 익네. 만약 잘못 기억하지 않았다면, 강도겸의...”“해봉 형.” 서준이 갑자기 입을 열어 그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말투는 약간 강경했다.“오늘은 제 생일이잖아요. 제 동창들도 손님이고요.”그 뜻인 즉, 이런 장소에서 주인이 초대한 손님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은 실례란 것이었다.조해봉은 안색이 약간 변했지만, 곧 감정을 가다듬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자세히 보니 그래도 차이가 있군. 내 입이 문제야. 무슨 말이든 밖으로 내뱉으니까. 미안해, 정은 씨.”서준은 그제야 안색이 누그러졌다.민지는 조용히 그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서준은 담담하게 웃었다.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정은은 무척 침착했다.조해봉은 도겸과 친분이 있었는데, 예전에 술자리에서 정은은 상대방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매번 조해봉의 시선은 그녀에게 떨어졌고, 사람을 불편하게
임씨 가문의 저택은 최신 유행하는 서양식 저택이 아니라, 전통 한옥으로 지어진 고택이었다.앞마당과 뒷마당이 서로 연결된 구조였고, 담장은 푸르스름한 빛을 띠고 있었으며, 일부 벽면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미 벗겨져 있었다. 앞마당에는 청석이 깔려 있었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다. 그러나 안으로 들어설수록 아늑한 기운이 감돌았고, 짙은 암홍색의 기둥들은 고풍스러운 멋을 자아냈다. 하늘을 향해 뻗은 처마는 마치 세상을 굽어보는 듯한 위엄을 지니고 있었다. 청석길 양옆에는 작은 텃밭이 있었고, 그곳에는 채소가 자라고 있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J시 도심, 그것도 옛 궁궐 바로 옆에서 텃밭을 가꾸고 있다니. 이 집의 주인은 분명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그때, 서준이 두 사람이 도착하는 것을 보고 직접 마당으로 나와 맞이했다.“빨리 들어와요, 안이 따뜻하니까. 소개할게요, 이 두 분은 제 부모님인데...”서준 아버지 임정식은 회색 양복을 입고 있어 기질이 온화하고 우아하며, 미간 사이로 세월이 묻어난 진중함과 대범함을 드러냈다.서준 어머니 장려화는 베이지색 니트로 된 롱스커트를 입고 있었고, 옅은 카키색 숄을 매치했다. 희고 윤기가 흐르고 있는 얼굴은 구체적인 나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젊었다. 긴 머리는 비녀 하나로 말아올리니, 그야말로 친화력이 넘쳐났다.정은의 머릿속에는 대범하고 정숙하며 우아하다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만약 이 두 사람이 가져다준 충격이 그리 크지 않다면, 서준 할아버지를 본 순간, 정은과 민지는 철저히 충격에 휩싸였다.민지는 멍하니 서준의 말대로 어른들에게 인사를 한 후, 자리에 앉았다.앉자마자 그녀는 참지 못하고 정은의 소매를 잡아당겼는데, 이미 어불성설이었다.“정은 언니, 저... 아, 아니... 방금 봤어요? 할아버지의 그 얼굴 말이에요. 저는 제가 뉴스 방송 현장에 잘못 찾아왔다고 생각할 뻔했잖아요!”정은은 민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그녀를 위로했다.“침착해. 오기 전에 이미 마
“너...”오미선은 또박또박 말했다.[제 제자들이니 제가 지켜야 합니다. 그런 허울뿐인 명예는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을 힘들게 한 사람들이 그 덕을 보는 일은 절대 없을 것입니다.][더 이상 할 말 없네요. 이번에도 제 이름을 올리지 않았고, 앞으로도 올릴 생각 없습니다. 학교 측에서도 미리 알고 계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처럼 놀라지 않으셔도 됩니다.]송영한은 이미 앞으로 정은 그들이 아무리 많은 성과를 거두어도 학교와 무관하다는 것을 깨달았다.한중기는 순식간에 새파래진 송영한의 얼굴을 보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때요? 되돌릴 여지가 있나요?”“있긴 개뿔! 백두강의 처분을 12개월로 연장해!”말을 마치고 송영한은 사무실로 들어가더니 펑 하고 문을 닫았다.한중기는 간담이 서늘해졌다.‘총장님이 이렇게 큰 화를 내신 것을 본 적이 없는데...’...탁!실험실 레저 구역에서, 서준은 다시 한번 과녁 중심을 명중했다.그는 아예 남은 다트를 모두 던졌는데, 빠르면서도 정확해서 모두 중심을 맞추었다.“와...” 민지는 어안이 벙벙했다.“쮼, 너 연습했니? 이 정확도 정말 대단해!”“몇 달 정도 연습한 적이 있어.”“몇 달 정도? 지금 장난해?”민지는 화제를 돌렸다.“지금 학교도 이미 소식을 받았겠지?”서준은 생수 한 병을 열었다.“아마도.”“그럼 왜 이렇게 조용해?”정은은 핸드폰을 보더니 고개를 들었다.“교수님 덕분이야. 이미 총장님과 교섭을 마치셨거든.”“총장님은 뭐라고 하셨는데요?” 민지는 눈을 크게 떴다.“당연히 할 말이 없으시지.”“하긴요. 그때 저희가 괴롭힘을 당했을 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는데, 지금은 오히려 저희의 덕을 보려고 하다니. 세상에 이렇게 좋은 일이 어디 있겠어? 오늘은 좋은 날이니까 결정했어요. 제대로 한 끼 먹어야겠어요.”서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다이어트 안 한다며?”“그건 그렇지만, 지난주에 건강검진을 받으러 갔는데, 나한테 지방간이 있다는 거야. 그래서 체중 좀 통제하려고!
“뭐야? 어떻게 그럴 수가?!”정은과 친구들이 서비대학교 학생인 것은 차치하고라도, 그들의 교수님이자 교신저자인 오미선은 여전히 학교의 교수님이었다.“우리 학교 명의로 되지 않으면? 누구의 명의로 된 건데?”“무한 실험실이요.”한중기는 무엇을 떠올렸는지 얼른 마우스를 들고 논문을 훑어보았다. 그러나 몇 번이나 찾았지만 오미선의 이름을 보지 못했다.그는 중얼거렸다.“교신저자가 없다고? 아니, 그럴 리가 없어...”“규정에 따라 교신저자가 없으면 제1저자를 교신저자로 묵인하기 때문에 소정은 학생이 이렇게 하는 것도 문제가 없습니다.”문제는 없지만 오미선은 왜 이를 동의했을까?‘자신의 이름이 올라가면 이 영광을 누릴 수 있는데, 왜...’이때 송영한이 빠른 걸음으로 총장 사무실에서 나왔다.한중기는 그의 표정이 이렇게 무거운 것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총장님, 왜 그러세요?”“잘 됐네, 나랑 같이 K시에 한 번 다녀오자!”“네? 갑자기 왜 K시에 가시려는 거죠?”“오미선을 찾으러!”커팅식 끝난 후, 오미선은 박애영을 데리고 K시로 돌아가 계속 요양했다.한중기는 갑자기 멈춰 섰다.“총장님도 소식을 들으신 거예요?”송영한은 안색이 보기 흉했다.“전화로 소통할까요? 직접 다녀가실 필요는 없잖아요?”“너는 아직 심각성을 의식하지 못한 것 같군. 오미선은 일부러 이렇게 한 거야.”송영한의 감정이 점차 흥분될 때, 그의 핸드폰이 울렸다.오미선이었다.그는 즉시 받더니 목소리가 차가웠다.“오 교수, 지금 설명을 잘 해야 하는 거 아니야?!”[설명이요?]오미선이 웃었다.[무슨 설명이요?]“오 교수가 임의로 저자명을 포기하고, 학생들까지 자기 실험실 이름으로 성과를 발표하도록 유도한 건, 명백히 학교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잖아!”[허...]오미선은 더욱 환하게 웃었다.그녀는 학교 측이 자신을 찾아 책임을 따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송영한이 이렇게 흥분될 줄은 몰랐다.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그저 그런 일반 학술지가 아니다.
한중기는 그제야 긴장을 풀었다.“그럼 오미선 쪽도 좀 달래야 하지 않을까요?”“아니. 난 그 사람을 잘 알고 있어. 오미선은 권력과 내부 싸움에 마음이 없어 오히려 마음을 가라앉히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사람이야.”“그럼 그 세 학생, 그리고 신문에 대대적으로 보도된 실험실은요...”송영한은 책상을 두드렸는데, 그 위에 ‘J시 일보’가 놓여 있었다. 마침 정은 그들이 스스로 실험실을 건설했다고 보도한 기사였다.이번에 그는 좀 오래 침묵했다.한중기도 말을 하지 않았다.한참 뒤, 송영한이 입을 열었다.“그냥 내버려둬. 이 세 학생은 돈도 있고, 땅도 있고, 심사비준을 통과할 수 있는 배경까지 있으니 확실히 능력이 있지. “그러나 실험실을 지었다고 해서 꼭 성과를 낼 수 있는 건 아니야.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라.”“마지막에 성과를 냈다고 해도 학교 명의로 된 것이니, 이렇게 보면 우리에게 영향이 전혀 없어.”한중기는 웃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1학년 학생들이 무슨 학술 성과를 낼 수 있겠어요? 소정은은 오히려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지만, 그것도 논평일 뿐, 연구 논문이 아니잖아요. 아직 멀었어요.”하지만 곧 한중기는 자신이 한 말을 후회하기 시작했다.실험실이 완공된 지 이주 만에 정은, 민지와 서준 세 사람이 공동으로 완성한 논문 란 논문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발표됐다.소식이 알려지자 전교가 들썩였다.『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NBT)는 세계 3대 최상위 학술지인 『네이처』의 자매지로, 생명공학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게재하는 권위 있는 저널이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도 최고 수준의 저널 중 하나로 인정받고 있다.임팩트 팩터가 무려 33.1에 달한다.한마디로, 엄청난 저널이다. 지예가 이전에 발표한 논문이 실린 저널과는 비교도 안 되
송지혜는 처분을 받자마자 자신의 명의로 된 두 실험실이 시정서를 받고 정돈되는 것을 지켜봤다.하늘이 무너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이, 교수님, 이제 어떡하죠?” 지예는 당황한 표정으로 송지혜를 붙잡았다.진호도 초조해서 원숭이처럼 머리를 긁적였다.곧 기말이 다가왔기에, 이때 실험실에 일이 생기면 과제는 잠시 멈출 수밖에 없었다.일부 성과를 내지 못한다면, 기말에 그는 또 무슨 성적을 받겠는가?이것은 성적, 심지어 졸업에 영향을 줄 수 있었다.강서정 역시 충격에 빠졌다.생각할 필요도 없이 그녀는 이것이 정은 그들이 한 짓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애초에 그들도 이렇게 상대방을 괴롭히지 않았는가?정은도 단지 이에는 이, 눈에는 눈으로 되갚았을 뿐이었다...일단 신고를 하기 시작하면, 이것은 누구나 다 할 수 있었다.몇 사람들 중, 가장 침착한 사람은 경혜였다.그녀는 연구를 좋아하지 않았고, 학술적으로도 천부적인 재능과 욕심이 없었다. 당초에 대학원 시험에 응시한 것도 자신의 이력서를 화려하게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었고, 앞으로 일자리를 찾고 좋은 집안에 시집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그러므로 실험실을 사용할 수 있든 없든, 과제가 영향을 받든 말든 그녀는 상관이 없었다.‘더군다나 지금 내 곁에 도겸 씨가 있잖아... 이 남자의 마음만 잡으면, 평생 걱정 안 해도 돼.’진호가 말했다.“정돈이라고 하지만, 그 기간이 얼마인지 말하지 않았어요. 그럼 저희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죠?”“소정은 그 사람들 생각해 봐요.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가는데 아직 통과되지 않았잖아요. 저희도 스스로 실험실을 짓는 건 말이 안 되지 않나요?”‘스스로 실험실을 만들자고...’송지혜는 이 말을 듣고 눈빛이 밝아지더니 고개를 돌려 서정을 보았다.서정은 두피가 저렸고 소름이 돋았다.그녀는 헛웃음을 지었다.“실험실을 짓는 게 말처럼 쉬운 줄 알아? 돈은 그렇다 쳐도, 땅과 심사비준이 가장 어려운데, 너희들 중 누가 땅을 구할 수 있니?
“그렇게 생각하면 더 좋고!”바로 이때 지예의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저쪽에서 무슨 말을 했는지 지예의 얼굴은 순식간에 창백해졌다.“갑자기 검사라나?! 그럴 리가 없잖아! 검사한지 얼마 안 되지 않았어?! 응, 알았어! 바로 갈게!”통화가 끝나자, 지예는 송지혜를 보며 온몸을 떨었다.“이모, 큰일 났어요...”송지혜와 지예가 실험실에 도착했을 때, 소방대원들이 질서 있게 자리를 떠났다.진호는 당황한 표정으로 달려왔다.“교수님, 저희 두 실험실에 모두 딱지가 붙었는데, 일정 기간 내에 시정을 마칠 것을 요구했어요...”이 익숙한 장면은 두 달 전에 금장 정은 그들에게 일어났는데, 오늘 또 재연되었다.하지만 이번에 시정서를 받은 사람은 송지혜 그들이 되었다.송지혜는 전혀 믿지 않았지만, 진호의 손에 있는 시정서를 똑똑히 보고서야 이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아니, 이제 검사한지 얼마나 됐다고 왜 또 검사하러 왔어? 그리고 왜 우리 실험실만 검사하는 거지?!”송지혜는 앞장선 소방관들을 불렀다.“첫째, 저희 소방대는 실험실을 돌격 검사할 권리가 있습니다. 언제 검사하고 싶든 모두 된단 말입니다. 그 목적은 실험실이 일상적으로 소방규범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독촉하는 데 있습니다.”“둘째, 이 실험실만 조사하는 것은 저희 시 소방대에서 오늘 오전 9시에 이 실험실이 소방규범을 준수하지 못했다는 신고를 받았기 때문에, 특별히 돌격 검사를 조직한 것입니다.”“사실이 보여주듯이, 이 실험실에 확실히 문제가 있습니다. 저도 궁금하지만, 왜 지난번 검사할 때, 소방시설이 구전되었는데, 겨우 두달밖에 지나지 않은 지금, 이것저것 부족한 거죠?”상대방의 말에 송지혜는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그녀도 중요한 정보를 얻었다.“신고? 누가 신고한 거죠?!”“죄송하지만 저희도 말할 수 없습니다. 가자.”한 무리의 사람들이 우르르 떠났다.송지혜는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어쩔 수 없었다.갑자기 무슨 생각이 났는지, 그녀는 핸드폰을 꺼내 오미선
백두강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뭐라고 했겠어? 넌 이 일을 잘 수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혼자 봐!”말이 끝나자 백두강은 책상 위의 서류 하나를 들더니 바로 송지혜의 얼굴에 던졌다.송지혜는 그것을 보면 볼수록 얼굴이 창백해졌다.처분을 받아야 할 뿐만 아니라, 과제 경비도 물건너갔고, 내년 국가급 연구사업에 참가할 자격까지 취소를 당했다...처벌을 하나씩 읽을 때마다, 무거운 산이 짓누르고 있는 것 같았다.그렇게 송지혜는 거의 허리를 구부린 채로 사무실을 나섰다.백두강의 처지도 그렇게 좋지 않았다. 비록 어제 총장실에서 모든 잘못을 송지혜에게로 돌렸지만. 학교측은 여전히 부당 관리에 직무를 태만했단 이유로 그에게 6개월 간의 경고 처분을 주었다.대학원 쪽에서 이 소식을 듣자, 학장은 백두강을 불러 이야기를 나누었다.비록 말은 완곡하게 했지만, 태도는 매우 강경했다. 듣기 좋게 말하면 휴가였고, 듣기 싫게 말하면 그의 권리를 빼앗아 내쫓아내는 것이었다.6개월 뒤, ‘휴식’을 마치고 다시 돌아온다면, 더 이상 부학장의 자리를 앉을 수 없게 될 것이다.백두강은 주먹으로 책상을 두드렸다.‘송지혜가 이렇게 멍청하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면, 난 절대로 그 사람과 엮이지 않았을 텐데. 이제 됐어, 다 끝났어!’...“이모! 부학장님이 뭐라고 하셨어요? 소정은 일에 우리가 말려드는 건 아니겠죠?”지예는 이미 송지혜의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녀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얼른 맞이했다.찰싹-송지혜는 지예의 따귀를 한 대 때렸다.“이, 이모?” 지예는 멍해졌다.“어제 그 많은 기자들을 부른 사람이 너야?!”지예는 마음이 찔려 침을 삼키더니 시선을 회피했다.“이모, 제가 잘못했어요. 저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부학장님이 일을 크게 만들수록 좋다고 하셔서 저도 한 번 해보자는 마음으로 두 방송국에 초청을 보냈 것일 뿐이에요. 하지만...”“두 집에 보냈다고?” 송지혜는 표정이 굳어졌다.“확실해?”“그럼요! 저 맹세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