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설마?! 공부도 안 하고, 일도 안 하면 뭘로 먹고 살려고?”“돈 많은 남자 꼬시는 거지! 누워서 다리만 벌리면 돈이 오는 게 아니겠어? 이게 얼마나 쉬워? 그러니 무슨 일자리를 찾겠어?”“쉿! 왕 씨, 이런 말은 함부로 하지 마! 그 아가씨의 명성이 더러워지잖아!”“흥, 소 선생의 딸이 만약 정당한 일자리를 찾았다면 왜 몇 년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았겠어? 창피해서 돌아오지 못하는 거지. 이 작은 곳에서 무슨 소문이 생기면 바로 쫙 퍼지니까, 소 선생도 막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어떻게 남의 자식들을 가르칠 수 있겠어?”“세상에...”소진헌은 그런 말을 하나도 듣지 못했다. 아마 듣더라도 그는 침묵을 선택할 것이다.왜냐하면 소진헌에게 있어, 딸이 한 그런 일들은 재벌의 꼭두각시 인형으로 되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정은은 열차에서 내리자마자 패딩을 꽁꽁 여몄다. L시는 J시의 남쪽에 위치해 있었지만, 겨울의 추위는 여전했다.택시에 앉아 창밖으로 끊임없이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니, 기억 속의 고향이 서서히 떠올랐다. L시는 인구가 많지 않았고, 중공업이 도시 외곽으로 이전되면서 최근 몇 년간 정부는 관광업을 대대적으로 발전시키기 시작했다. 도로 양쪽에는 많은 나무와 풀을 심어 도시의 모습을 바꾸었다.작고 낡은 건물들은 새롭게 개축되었고, 공원도 새로 조성되었다. 구시가지만이 아직 원형을 유지하고 있어 대략적으로 신구 두 구역을 나누는 경계가 되었다.여름에는 사람들이 강에서 배를 띄웠고, 겨울이 되면 흐르는 물 위로 살얼음이 살짝 얹혀져, 가볍게 만지기만 해도 바로 흩어져 물결 위에서 출렁였다. 그 모습은 마치 투명한 다이아몬드처럼 밝은 빛을 발하는 듯했다.강 위에는 오래된 아치형 다리가 하나 있었고, 정은의 집은 바로 그 다리의 한쪽 끝에 위치해 있었다. 골목을 지나면 멀리서 ‘인성 고등학교 교직원 공동주택'이라는 몇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소진헌은 그 시절 연성대 물리학부를 졸업한 인재로, 특별히
“누구세요?”소진헌은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즉시 앞치마에 손을 닦았다. 그리고 방금 만든 농어찜을 보더니, 그것을 조심스럽게 식탁 위에 올려놓은 다음, 그제야 문을 열었다.방 안에서 꽃에게 물을 주고 있던 이미숙도 이를 듣고 정원 밖을 내다보았다. “누구지? 건우 아니야?”“건우는 오늘 아침에 문자를 보냈는데, 내일 도착한다고 했어. 이 시간이면 아마도 옆집 양 씨 아주머니일 거야. 당신 요 며칠 몸이 불편하다고 해서, 내가 아주머니에게 토종닭을 좀 사서 보내달라고 부탁했거든.”문 앞에서, 정은은 문을 열어준 아버지를 바라보았다.6년 동안 보지 못한 소진헌은 귀밑에 백발이 좀 더 많아진 것 같았고, 네모난 얼굴에도 주름이 더 많아졌다.어렸을 때, 정은은 아버지의 어깨에 올라타는 것을 가장 좋아했지만, 지금은 아버지가 늙은 데다가 등도 약간 구부러졌다. 그러나 그 두 눈만이 여전히 6년 전처럼 맑고 예리했다.“아빠...”정은은 가볍게 입을 열었다.소진헌은 처음에 멈칫하더니 안색이 점차 어두워졌다.“네가 왜 돌아온 거야?”바깥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자, 이미숙은 잠시 기다렸다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정원으로 걸어갔다. “여보, 왜 대답을 안 하는 거예요? 누군데 그래요?”그러나 문 밖에 서 있는 사람을 보았을 때, 이미숙은 손에 힘이 풀리더니 주전자가 탁 하고 땅에 떨어졌다.정은은 두 눈에 눈물을 머금고 있었다. 어머니는 여전히 전과 마찬가지로 예쁘고 우아했다. 세월은 그녀의 몸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은 것 같았다.시선이 마주치자, 정은은 참지 못하고 불렀다.“엄마...”딸의 목소리에 이미숙은 손이 살짝 떨렸다. 몇 번이나 입술을 벌렸지만, 말 한마디조차 하지 못했다.한참 후에야 그녀는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여보, 일단 들어와서 얘기해요.”거실에서, 방안의 분위기는 마치 비 오는 날처럼 답답하고 무거웠다.소진헌은 소파에 앉아 무표정하게 말했다.“돌아와서 뭘 하려는 거야? 애초에 했던 말을 다 잊은 건가?”6
“이번에 돌아온 것도 엄마와 아빠가 너무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두 분께서 저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시며, 제가 예전의 잘못을 메울 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어요.”그동안 정은은 부모님의 실망스러운 눈빛을 볼까 봐 감히 돌아오지 못했다. 그리고 그들에게 자신의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어서 꾹 참았던 것이다.그러나 현실은 그녀를 제대로 실망시켰다. 정은은 틀렸을 뿐만 아니라 터무니없이 큰 잘못을 저질렀다.소진헌은 놀라서 입술이 떨렸다.‘내가 방금 무엇을 들었지? 정은이 마침내 잘못을 인정했다니?’이미숙은 오히려 가슴이 찡했다. 만약 억울함을 당하고 손해를 보지 않았다면, 그녀의 고집이 센 딸이 어떻게 잘못했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너, 정말 똑똑히 생각한 거야?” 소진헌은 말투가 많이 부드러워졌다.정은은 입술을 오므렸다.“네, 이미 똑똑히 생각했어요. 하지만 두 분께서 화를 내실까 봐 줄곧 돌아올 용기가 없었던 거예요...”그녀는 코를 훌쩍거리며 집에 돌아가기 전의 망설임과 두려움을 생각했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엄마 아빠, 저 여기에 남을 수 있을까요? 저도 두 분과 함께 설을 쇠고 싶거든요.”소진헌은 얼굴을 돌리며 아내와 딸이 자신의 눈물을 보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목청을 가다듬으며 말했다.“돌아온 이상, 며칠 있다가 다시 돌아가.”이미숙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계속 이렇게 서 있을 거야? 빨리 트렁크를 방에 안 갖다 놔? 음식 다 식었겠다...”정은은 꾹 참았지만, 이 말 때문에 더 이상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우는 동시에 또 웃었다.“엄마 아빠, 정말 보고 싶었어요. 이번에 마침내 집에 돌아오는 길을 찾았어요.”이미숙은 눈시울을 붉히며, ‘잃어버렸던’ 딸을 다시 품에 안았다.6년 만에 그들 일가족은 마침내 단란하게 모일 수 있었다....6년의 시간을 거쳐 오늘 가까스로 한자리에 모인 세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울다가 이제 겨우 회복되었다.소진헌은 자신이 울었다는 것을
저녁 무렵, 주방에서 향기가 풍기더니, 소진헌은 국을 들고 나왔다.“생선찌개인데, 내가 새로 배운 거야. 얼른 와서 맛봐.”정은은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로 차린 음식을 바라보았다. 구운 삼겹살, 야채볶음, 농어찜에 생선찌개와 갈비찜. 모두 그녀가 좋아하는 것이었다.이미숙은 가장 연한 생선 살을 골라 정은의 그릇에 놓았다.“네 아빠가 만든 생선은 예전보다 맛이 없는 것 같아. 그런데 내가 방금 맛봤는데, 네가 좋아하는 맛이야. 자, 많이 먹어.”소진헌은 바로 삐졌다.“예전보다 맛이 없다고? 그건 당신의 입맛이 달라져서 그래!”“풉-”“네, 네.” 이미숙은 시큰둥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당신은 요리 솜씨가 뛰어나네요. 선생님으로 되지 않았다면 아주 훌륭한 셰프로 됐을 텐데. 됐죠?”“알면 됐어. 엊그저께 내가 옆집의 장 씨를 만났는데, 나한테 이 농어찜을 하는 방법까지 물어봤단 말이야! 내가 매일 당신에게 밥을 해 주고 있으니, 당신은 아주 행복한 줄 알아.”“알았어요, 난 아주 행복해요. 당신도 빨리 먹어요, 밥을 먹어도 말이 그렇게 많다니!”“어쩜 성의가 이렇게 없는 거야? 정은에게 물어봐, 내 요리 솜씨가 정말 훌륭하지 않니?”말하면서 소진헌은 또 정은에게 생선고기를 집어주었다.“자, 정은아, 아빠가 만든 생선이 어떤지 먹어봐.”정은은 부모님이 말다툼하는 소리를 듣고 미소를 지었다. 고개를 숙여 고기를 한 입 먹었는데, 신선한 생선이 싱그럽고 달콤한 맛을 자아냈다.소진헌은 정은이 강한 양념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고, 아주 간단하게 생강과 쪽파만 넣어 비린내를 잡은 뒤, 젓갈을 살짝 뿌려 요리했다. 덕분에 맛은 담백하면서도 생선의 신선함이 고스란히 살아 있었다.이미숙은 주방에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집안의 주방장은 소진헌이었다.정은은 매일 수업이 끝나면 사무실에서 소진헌이 퇴근하기를 기다렸다. 시간이 되면 그는 자전거를 타고 정은을 태우고 집으로 돌아갔다.가는 길에 시장을 지나칠 때마다, 채소를 파는 아저씨와 아주머니들은 모
정은은 한 입 먹으면서 눈웃음을 지었다.“맛있어요.”이미숙은 정은이 웃고 있는 모습을 보고, 또 오늘 돌아왔을 때의 그녀의 모습을 떠올리며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뜨거운 손으로 정은의 손을 잡으며 정은의 머리를 뒤로 넘겨주면서 또 자세히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살이 빠졌네.”정은은 입안에 딸기가 가득해서 볼이 불룩 튀어나왔는데,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저었다.“아니요, 방금 체중을 달았는데, 지난주보다 1kg 더 쪘어요. 단지 날씬해 보일 뿐이지, 제 손 좀 만져보세요. 살이 엄청 많아요.”정은은 일부러 고민하는 척했다.“지금 살을 뺄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소진헌은 눈살을 찌푸렸다.“여자애가 무슨 살을 뺀다는 거야? 이렇게 말랐는데, 또 빼면 뼈만 남는 거 아니야?”요즘 아이들은 인터넷을 접촉해서, 다이어트 블로거를 보면 저마다 살을 빼려고 난리를 피웠다. 일부러 굶으면 그만이지만, 또 무슨 다이어트 약을 먹어야 한다고 하니 소진헌은 보기만 해도 머리가 아팠다.정은은 눈빛에서 반짝반짝 빛이 났고, 이미숙의 손을 안으며 나른하게 엄마의 품에 기대었다.“그냥 해본 말이에요.”이미숙은 그녀의 머리를 두드렸다.“그것도 안 돼. 다음에 돌아올 때, 살 쪄서 돌아와. 알았지?”정은은 웃음을 머금고 있었다.“알았어요.”이미숙은 몸에 기댄 딸의 긴 머리를 손가락으로 가볍게 빗으며 마침내 가장 묻고 싶은 말을 물었다.“그동안 밖에서 잘 지냈어?”정은은 멈칫하더니 슬프고 힘든 과거를 모두 잊으려 했다.“그럼요.”“그 누구는? 왜 너와 함께 돌아오지 않았어?”마침내 올 것이 왔다.정은은 눈을 떨구며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저희 이미 헤어졌어요.”소진헌이 퇴원한 후, 이미숙은 정은을 찾아갔었지만, 그때의 그녀는 고집이 세서 이미숙도 화가 난 나머지 바로 떠났다.그날부터 소진헌은 정은과 관계를 끊었고, 6년 동안 더욱 연락을 하지 않았다.애초의 일을 말하자, 정은은 소진헌이 자신을 원망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뭐라고요? 내가 쓴 글이 말이 아예 통하지 않다뇨? 지금 작가인 날 모욕하는 거예요?!”“그래요, 당신은 편집장이라서, 나도 당신의 안목과 판단을 믿어야 하지만, 난 전혀 그런 스타일의 소설을 쓸 수가 없단 말이에요. 바꾸고 싶어도 이건 변화가 너무 크잖아요!”“우리 모두 진정해야 할 것 같네요. 난 아직 일이 있어서 먼저 끊을게요.”끊고 돌아서자, 정은의 의혹의 눈길을 마주한 이미숙은 웃으며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출판사 편집장이 날 찾아서.”“정말 괜찮으세요?”“그럼 가짜일 수 있겠어?” 이미숙은 웃으며 정은을 끌어안았다.“요 몇 년 전통적인 출판업이 불경기라서, 많은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인터넷 소설을 쓰기 시작했거든. 많은 돈을 벌었다나. 물론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탈락된 사람도 있어. 편집장도 내가 인터넷 소설을 창작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난 아직 잘 생각하지 못했기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 거야.”“인터넷 소설이요?” 정은은 많이 놀랐다.“어떤 내용인데요”이미숙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로맨스 소설.” 이미숙은 추리 소설가로, 예전에 추리 소설이 한창 인기를 끌던 때에 『살기』라는 책을 써서 연간 50만 부 이상 판매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해 하반기에는 스릴러 소설 『황량한 마을 학교』를 출판하며 다시 판매 기록을 갱신했다.그해는 심지어 ‘이미숙의 해’라고 불릴 정도였고, 도합 5권의 책으로 연간 도서 판매 순위 5위에 올랐다. 지금의 편집장도 바로 그때 찾아온 사람이었다.한동안 접촉하면서 이미숙은 편집장이 생각이 깊고 선견지명이 있으며, 여러 번 찾아와 준 성의에 감동해 단숨에 10년 계약을 맺었다. 이후 이미숙의 작품은 모두 이 편집장이 수정하고 출판 및 발매를 맡았다.하지만 한걸음 더 나아가고자 했던 그녀의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이미숙은 창작의 정체기에 빠진 듯했다. 독자들의 기대와 부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구상이 줄곧 부결되거나, 겨우 구상이 통과되어 대강을 준비하려 할 때마다 편집장은 전화로
그동안 이미숙은 하마터면 우울증에 시달릴 뻔했다.다행히 남편과 딸이 곁에 있었기에, 그녀는 천천히 악플에서 벗어날 수 있었지만, 그 후부터 이미숙은 더 이상 인터넷에 접속하지 않았고 휴대폰조차도 전화만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었다.이 10년, 청춘 로맨스 소설 한 권 외에 이미숙에게 더 이상 신작이 없었다.“아이고, 이런 말은 그만하자. 국수 맛있니?”“네, 여전히 그 맛이에요.”정은은 이미숙을 보며 무슨 말을 하려다가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국물이 좀 뜨겁네요.”“그래? 그럼 좀 더 식혀.”...새해가 다가오면서 작은 도시의 평온한 분위기도 조금씩 떠들썩해졌다. 큰길 양쪽과 길가의 가로수에는 장식들이 늘어났고, 집 근처 슈퍼마켓은 사람들로 붐볐다. 상품들도 거의 다 팔려나가서 이미숙은 아예 차를 몰고 도심의 큰 마트로 향했다.차를 주차하고 모녀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문에 들어서기도 전에 문 앞에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글이 쓰여 있었다. 안을 들여다보니 설맞이 용품을 사러 온 사람들로 정말 떠들썩한 분위기였다.집에는 비록 아이가 없었지만, 설을 맞아 친척집을 방문해야 했고, 졸업한 학생들이나 근처 이웃들이 가끔 놀러 올 수도 있었기에 사탕과 과일을 준비해야 했다.간식 코너에 들어서자 이미숙은 비싼 과자들을 골랐다. 그리고 집에 기름, 소금, 간장, 식초도 거의 다 떨어졌다는 생각이 들어 많은 물건을 추가로 샀다.해산물 코너에서 팔딱거리는 새우를 보니 이미숙은 정은에게 새우를 살지 물어보고 싶었다. 하지만 줄곧 뒤따라오던 정은이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이미숙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카트를 밀고 뒤로 돌아갔다. 그러자 정은이 초콜릿 아이스크림을 들고 카트에 넣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초콜릿은 좀 쓰지만, 집에 난방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정말 시원하고 편안했다.정은은 몰래 두 개만 사려고 했지만 이렇게 빨리 들킬 줄은 몰랐고, 눈을 깜박이며 불쌍한 표정으로 이미숙을 바라보았다.“두 개
이미숙이 먼저 입을 열었다.“방금 까나리액젓 사는 것을 깜박했네. 정은아, 저기 가서 한 통 들고 와.”“네.” 정은은 이미숙이 화제를 돌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정은이 가는 것을 본 이미숙은 그제야 입을 열었다.“아침에 말했잖아요. 아직 생각 중이라고.”“이 일은 내가 3개월 전에 이미 말한 것 같은데요? 그때도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잖아요. 그래서 나도 이 작가에게 생각할 시간을 더 준 거예요. 하지만 지금까지 나에게 정확한 대답을 하지 않았잖아요.”이미숙은 눈살을 찌푸렸다.“그동안 함께 일했으니, 내가 제일 자신 있는 장르가 바로 미스터리 스릴러류의 중단편 소설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을 거예요. 대략 20~30만 자 정도이죠. 그러나 지금 갑자기 인터넷 소설을 쓰라고 하다니, 이건 아예 상관이 없는 두 장르잖아요!”“모두 소설이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상관이 없을 수가 있겠어요? 문학은 모두 공통된 것이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요!”유보영은 좀 엄격해지더니 웃음을 거두었다.이미숙은 애써 설명하려 했다.“우선 인터넷 소설은 기본적으로 장편이라서, 툭하면 백만 자 이상이에요. 둘째, 인기 있는 인터넷 소설은 대부분 로맨스, 대표님과 연애하는 거죠. 이것 모두 내가 잘 모르는 장르이니 지금 어떻게 글을 쓰라는 거예요? 『풋풋한 나의 학교 시절』에서 받은 교훈이 아직도 부족한 거예요? 애초에도 장르를 바꾸었지만, 그 결과는요?”『풋풋한 나의 학교 시절』이 바로 이미숙이 비참하게 욕을 먹었던 청춘 로맨스 소설이었다.유보영은 시선을 피하더니 말투가 조금 누그러졌다.“그 소설이 이 작가의 평판을 폭락시켰다는 거, 나도 잘 알아요. 지금까지도 그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심지어 인터넷을...”“그래요, 이제 내가 인터넷을 접촉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이상, 왜 나에게 인터넷 독자들을 영합하는 도시 로맨스를 쓰라고 하는 거죠?”“이 작가, 일단 흥분하지 말고 내 말 잘 들어봐요.”유보영은 좋은 태도로 설득하려 했다.“그
“다 심 대표님의 그 두 공사팀 덕분이야...”원래 그들은 기초 토목 건설을 책임졌지만, 인훈은 곧 자신이 상대방의 실력을 얕잡아 봤다는 것을 발견했다.기초 토목 건설을 제외하고, 이 사람들은 인테리어, 자재 감식까지 훌륭했다.그래서 토지 건설이 완료된 후, 인훈은 당분간 공사팀을 돌려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이어서 공사팀으로 하여금 내부 인테리어와 스마트 배치 제어까지 완성하게 했다.“심 대표님, 무슨 문제 없죠?”정은은 이 말을 듣고 인훈과 함께 현빈을 바라보았다.현빈은 정은의 눈빛을 마주하며 살짝 웃었다.“당연히 없죠.”정은이 입을 열기만 하면, 현빈은 더 많은 사람을 불러올 수 있었다.“고마워요, 심 대표님!”“현빈 오빠라 불러.”‘또 시작이네.’인훈이 말했다.“헤헤... 현빈 형 고마워요.”현빈은 깜짝 놀랐다.다 먹자, 인훈은 계산하려고 했다.현빈은 이미 먼저 일어나 계산대로 걸어갔다.“사장님, 계산이요.”“심 대표님, 식사 끝나셨어요? 오늘 꽃등심 맛은 어때요?”현빈은 고개를 돌려 정은을 보았다.“맛 어때?”사장님은 빙그레 웃으며 정은을 바라보았다.정은은 사실대로 말했다.“맛있어요.”“그럼 됐어요! 최근 이 요리가 얼마나 잘 팔리는지, 저희 예전의 간판 메뉴보다 더 잘 팔리고 있어요. 장사도 많이 좋아졌고요. 말하자면 심 대표님의 소중한 제안 덕분이기도 하죠.”현빈은 돈을 지불하고 핸드폰을 거뒀다.“정은이 덕분이죠.”사장님은 더욱 환하게 웃으며, 애매한 눈빛으로 정은과 현빈을 바라보았다.“그럼요! 다 고맙죠!”문을 나서자, 찬바람은 옷 안으로 파고들어갔다.정은은 재빨리 패딩 지퍼를 당겼지만 여전히 참지 못하고 부들부들 떨었다.다음 순간, 현빈은 자신의 목도리를 벗어 그녀의 목에 둘렀다.정은은 멈칫하더니 얼른 벗으려 했다.“아니에요, 지퍼를 높게 당기면 바람을 막을 수 있어요...”그러나 현빈은 듣지 않았다.“그냥 두르고 있어.”...이웃 대학교 문 앞에서, 민지와 서준은 실험실에서 떠
정은은 오미선을 위로한 다음 또 직접 그녀의 몸을 닦아주었다. 마지막에는 링거를 다 맞아야 퇴원할 수 있다고 신신당부했다.떠나기 전에 정은은 또 박애영을 한쪽으로 불렀다.“전 이미 교수님과 얘기를 마쳤으니, 내일 요양원에서 차를 보낼 거예요. 밖에 있는 동안 잘 부탁드립니다.”박애영은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그래도 정은이 너밖에 없구나! 나도 말렸지만 효과가 없었어. 네가 나서니 바로 해결됐잖아. 안심해, 교수님을 잘 돌볼 테니까!”“그럼 수고 많으세요.”“수고는 무슨...”정은이 간 후, 박애영은 문을 밀고 병실로 들어갔다.오미선은 그녀의 뒤를 쳐다보았다.“정은이 갔어?”“네, 갔어요. 가기 전에 특별히 저에게 교수님 잘 챙겨드리라고 했어요. 정은이도 정말 정성을 다했어요.”오미선은 고개를 끄덕였다.“정은이는 참 좋은 아이지. 다 내가 쓸모없어서 그래. 늙어서 아이들을 위해 자원을 쟁취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송지혜의 괴롭힘을 받게 하다니.”“절대로 그렇게 말씀하시지 마세요. 정은은 교수님을 탓한 적이 없어요. 하물며 정은이도 그런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아이가 아니잖아요. 해결할 방법이 있다고 한 이상, 틀림없이 계획이 있을 거예요.”“정은이는 해결할 방법이 있지만, 나도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순 없지...”박애영은 흠칫 놀랐다.“핸드폰 줘. 전화 한 통 좀 할게.”...시간은 쏜살같이 지나며 어느덧 또 일주일에 한 번씩 만날 시간이 되었다.세 사람은 여전히 학교 밖의 그 식당에서 만나기로 했다. 현빈은 제일 먼저 도착했는데, 미리 음식을 시켰다.인훈과 정은은 하나는 공사장에서 왔고, 다른 하나는 실험실에서 왔으며 거의 동시에 도착했다.“오빠!”“어, 정은아, 넌 왜 목도리도 안 하고 나왔어? 안 추워?”“목도리를 실험실에 두고 왔어. 괜찮아. 지퍼를 당기면 얼굴을 다 가릴 수 있거든.”식당에 들어간 두 사람은 단번에 현빈을 보았다.양복 차림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다른 사람들보다 꼿꼿했고, 어깨가 넓어서
“그래서 어제 아침에 도대체 누구의 전화를 받으셨어요? 화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셨다니.”“흥!”정은도 서두르지 않았다.“제가 한 번 맞춰볼게요... 학장님은 아닐 텐데. 줄곧 이런 사소한 일들을 상관하지 않으셨잖아요. 그럼 백 부총장님? 그런데 최근 스폰서의 고소로 방금 처벌을 받았다고 들었어요. 오랫동안 꼬리를 숨기셔야 할 텐데...”여기까지 말하자 정은은 잠시 멈추더니 눈알을 굴렸다.“이 두 사람을 모두 배제한다면, 생명과학대학에서 교수님을 이렇게 도발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송지혜 교수님일 뿐이겠죠?”이 이름을 듣자마자 오미선은 눈을 부릅떴다.“그 사람 언급하지 마!”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런 심심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그 교수님밖에 없는 것 같네요.”“심심해? 만약 송지혜가 말하지 않았다면, 나는 아직도 속고 있겠지! 나한테 어떻게 실험실이 소방대 시정 요구를 받았다는 이렇게 큰 일을 속일 수가 있니?!”“속이지 않으면요? 교수님께서 먼 M국에서 날아와 학원 측, 심지어 학교 측을 찾아가서 따지는 것을 지켜보라고요? 그러다 결국 저희의 실험실이 확실히 소방 규정에 맞지 않아 시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발견하실 거예요. 이 시정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빠르면 2, 3개월, 느리면 1년 정도 걸릴 거고요.”“이쪽도 똑같이 처벌하고, 저쪽은 교수님이 이유 없이 세미나를 결석하고, 자의로 팀을 떠난 일로 학교 측의 문책을 받으시라는 거예요?”“이번 일로 누가 가장 이득을 보겠어요? 당연히 송지혜 교수님 아니겠어요?”오미선은 화가 나서 되려 웃음이 나왔다.“그럼 나란 교수님은 조금도 쓸모가 없겠구나?”정은은 경탄하며 천천히 말했다.“그거 알고 계세요? 이번 소방검사는 시에서 조직한 것이었어요. 만약 일반적인 교내 검사일 뿐이라면, 저도 두말없이 교수님에게 전화를 걸어 직접 사람을 찾아 평정하게 하라고 했을 거예요. 그러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요. 시 소방대가 주도하고 학교 측은 협조만 하면 됐거든요.”오
“왜? 왜 날 이렇게 보는 건데?”“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선배님이 참 좋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어서요.”‘진짜 엄청 좋은 사람이야.’“가자, 이렇게 서 있으면 안 추워?” 재석이 웃었다.정은은 손을 비비며 대답했다.“좀 춥네요.”...또 토요일이 찾아왔다.정은은 일찍 일어나 샌드위치를 만든 다음, 또 두유를 마셨다.재석이 외출할 시간에 맞춰, 정은은 샌드위치와 두유를 봉지에 담아서 그에게 건네주었다.“아침밥이야?”“네!”“마침 안 먹었는데. 고마워.”재석은 실험실에 가려고 했고, 정은도 가려고 했지만 먼저 집을 깨끗이 청소하고 싶었다.바닥을 다 닦기도 전에 핸드폰이 울렸다.“여보세요?”[정은아! 나 애영 아주머니야! 얼른 병원에 와서 오 교수님 좀 보러 와...]병실에서.정은은 황급히 문을 밀고 들어왔다.“교수님?!”오미선은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었고, 박애영은 옆에서 초조하게 머리채를 붙잡고 있었다.정은을 보고서야 그녀는 긴 한숨을 내쉬었다.“정은아, 왜 이제야 왔어!”“아주머니, 이게 무슨 일이에요? 교수님이랑 같이 요양하러 갔잖아요?”매년 서비대학교는 외지에 나가 요양하는 정원이 있었는데, 교직원 복지라고 할 수 있었다.대선배인 오미선은 이미 명단에 있었지만, 예년처럼 그녀는 스스로 포기했다.올해도 정은이 말렸던 것이다. 학교에 아무 일도 없고, 자신이 민지와 서준을 데리고 있으니 문제가 생기지 않을 거라고. 게다가 시일내에 아무런 중요한 세미나도 없었기에 오미선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이고 동의했다.“그래, 어제 출발했어야 했는데, 아침에 교수님이 전화를 받으신 거야. 누가 전화했는지, 무슨 말을 했는지 나도 잘 모르겠어. 어차피 전화를 받고 나서 교수님이 쓰러지셨는데, 난 재빨리 병원으로 데려다준 거야.”“의사 선생님은 뭐래요?”“너무 흥분해서 그런 거래. 이틀 동안 입원해서 관찰을 받아야 하는데, 오늘 아침, 교수님이 퇴원하시겠다고 난리를 부리신 거야. 난 교수님에게 남은 두 링거를 다 맞고
기사는 차를 몰고 온 다음, 길가에 천천히 멈추었다.“사모님.”강서원은 차에 올라탄 다음, 실망을 느끼며 한숨을 내쉬었다.“집으로 가요.”차가 떠나는 순간, 재석과 정은은 쇼핑백을 들고 길을 건너고 있었다.그들은 마침 어깨를 스쳤다.재석이 말했다.“그냥 다 줘.”말하면서 그는 정은에게서 쇼핑백을 받았다.정은도 거절하지 않았다.왜냐하면,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확실히 좀 무거웠다.두 사람이 골목 어귀로 걸어가자, 재석이 갑자기 물었다.“요즘 이웃 대학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거야?”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실험실은 설비가 완비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아주 넓어요. 마 교수님도 엄청 친절하시고, 그 선배님들도 아주 다정해요. 소모품을 수령할 때, 꼭 우리를 도와 기록해 줬거든요.”그러나 이 소모품들도 다 정은이 견적서에 따라 돈을 지불했던 것이다.원래 실험실을 무료로 빌려 쓰는 것 자체가 쑥스러웠으니, 또 어떻게 공짜로 남의 소모품을 쓰겠는가?재석은 멈칫하더니 계속 물었다.“무슨 문제 없어?”정은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최근 실험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한동안 밀렸던 진도도 점점 따라잡고 있었다. 전공 과목에서도 정은은 크게 어려움 없이 따라가고 있었다. 물론 그녀는 지난번 수행평가에서 ‘A+’를 받지 못하고 ‘A’에 그친 것이 아쉬웠지만, 그것은 시험 문제에 오류가 있어 반 전체가 만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었다.머릿속에서 최근의 큰일을 모두 한 번 생각한 다음, 정은은 고개를 저으며 없다고 말하려 했다. 그러나 이때, 그녀는 갑자기 무엇을 떠올렸다.“지금 망설이고 있잖아. 학교 식당에서 일어난 일 때문에?”정은은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그걸 어떻게 알았어요?!”“오늘 오전에 참석한 회의에서 마 교수님을 만났거든.”정은은 마음이 다급해지더니 이어서 미안함을 드러냈다.“미안해요, 뜻밖에도 마 교수님께서 그 소란을 듣게 되실 줄이야. 선배님에게 다 말한 거예요?”말을 마치자, 정은은 고개를 푹 숙였다.부끄럽기도
재석은 아주 빠르게 주방을 정리했다. 거실로 나왔을 때, 그는 정은이 이미 과일을 깎아 놓은 것을 발견했다.“설거지하지 말라고 했더니 과일을 깎는 거야?” 재석은 어쩔 수 없단 듯이 고개를 저었다.정은은 이쑤시개로 사과 한 조각을 들어서 그에게 건네주었다.“그래도 해야 할 건 해야죠. 난 빈둥빈둥 노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아요.”재석은 과일을 받았다.“참, 나 돌아가서 쓰레기 좀 치워야 하는데, 이따가 같이 내려갈래요?”“좋아.”쓰레기를 버리고자, 정은은 집의 냉장고가 비어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최근 구매할 시간이 없어 그녀는 마트에 가자고 제의했다.재석은 자연히 동의했다.두 사람이 떠나자, 강서원이 골목 어귀에 도착했다.“여기서 차 세워요, 안에 못 들어가니까.”기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네, 사모님.”강서원은 차 문을 열다 갑자기 멈칫하더니, 미리 준비한 플랫슈즈를 꺼내 갈아 신었다.‘하마터면 이걸 잊을 뻔했네.’그녀는 단숨에 7층까지 올라갔는데, 이번에 플랫슈즈를 갈아 신었으니 지난번처럼 그렇게 낭패스럽지 않았다.강서원은 열쇠를 꺼냈는데, 생각하다가 다시 가방에 넣으며 문을 두드렸다.똑똑.“재석아, 집에 있니?”몇 번 물어도 대답이 없는 후에야 강서원은 열쇠로 문을 열었다.“어? 사람은?”마침 그때 핸드폰이 울렸고, 강서원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소기봉이었다.[당신 정말 재석이네에 찾아간 거야?!]“그래요.”[자금이 몇 시인데! 시간도 확인하지 않는 거야! 밤중에 달려가서 재석이 쉬는 것만 방해하잖아. 당신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야?]강서원은 사방을 둘러보다 또 침실 두 칸과 주방, 베란다를 다시 한번 찾아봤다.“이상하네... 재석이가 어디에 간 거지?”[왜? 재석이 집에 없어?]“한 바퀴 찾았는데 아무도 없네요.”[아이고! 신나서 달려갔더니 허탕을 쳤구나. 이게 무슨 헛수고야?]“당신은 몰라서 그래요. 재석이 오늘 저녁에 갑자기 전화를 걸어 다시다가 어디에 있는지 물었는데, 직접 요리하려
정은은 옷걸이 옆에 따로 걸어놓은 양복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짙은 검은색이라 너무 고리타분했다.비록 재석은 평소에도 양복을 입었지만, 이것보다 훨씬 세련됐다.그렇다, 이 정장은 고리타분했다.정은은 안으로 들어간 다음 식탁 앞에 멈추었다.식탁 위에 요리 세 개와 국 하나가 놓여 있었다.“갈비찜과 소고기 볶음은 너한테서 배웠어. 야채볶음은 내가 영상을 따라 배운 거고, 무국은 원래 할 줄 알았던 음식이야.”재석은 각 요리의 내력을 분명하게 설명했다.정은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내가 가르쳐준 적이 있나요? 왜 기억이 안 나죠?”“난 몰래 배운 거라.”말하는 사이에 재석은 이미 밥 두 그릇을 담았다.“앉아.”또 정은에게 젓가락을 건네주었다.“고마워요.”정은은 먼저 갈비를 집었고, 남자의 기대에 찼지만 또 일부러 침착한 척하는 눈빛을 맞이하며 입에 넣었다.“이 맛은... 어때?”정은은 남자가 똑바로 앉더니 표정도 점점 무거워지는 것을 발견했다.“아주 맛있어요, 내가 만든 것보다 더 맛있어요!”재석은 그제야 한숨을 돌렸고, 다시 미소를 지었다.“어디 너와 비교할 수 있겠니?”“선배님, 너무 겸손하지 마요!”정은은 정말 억지로 칭찬하는 것이 아니었고, 맛은 확실히 괜찮았다.“옆에서 일을 거두면서 보고 배운 거예요?“절차도 묵묵히 기억했지.”똑똑한 사람은 무엇이든 빨리 배우고, 무엇이든 잘 할 수 있었다.소고기 볶음과 야채볶음은 모두 맛있었다.“정말?” 당당한 재석도 자신이 없을 때가 있었다.정은은 웃음을 금치 못했다 “거짓말이에요.”“응?”“그럴 리가요.”...다 먹고 정은은 그릇을 치우려 했지만 남자가 엄숙하게 거절했다.“너는 소파에 가서 앉아 있어. 핸드폰 놀든, 텔레비전 보든 다 괜찮으니까. 주방은 내가 치울게.”정은은 눈을 깜박였다.“전에 내 집에 있을 때, 우리 같이 치우지 않았어요?”“너도 너희 집이라고 했잖아. 지금 내 집에 있으니까 내 말 들어.”‘이건 또 무슨 도리지?’“그럼 다음에 내
“재석아, 그 아이는 네가 추천한 사람이니 넌 어떻게 생각하니?”마정일은 말을 마친 다음, 재석에게 질문을 던졌다.재석은 한순간 침묵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우선, 저는 이것이 정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정원에 핀 꽃은 그 누구도 건드리지 않았지만, 벌과 나비가 스스로 찾아왔죠. 그럼 이것이 꽃의 잘못이라고 할 수 있나요? 둘째, 이 학교 학생들의 자질을 강화해야 할 것 같아요.”“둘째, 사람들이 가득한 식당에서 고작 이런 일 때문에 크게 싸우다니. 소문이 나지 않으면 그만이지만, 일단 밖으로 알려지면 학교에 망신을 주는 동시에 학교의 명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예요. 그래서 학교 교사와 학생의 자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시급한 일인 것 같네요.”중점이 바로 교사와 학생의 자질이었다.“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바로 제가 정은이를 믿는다는 거예요. 그 아이는 종래로 이런 일에 신경을 쓰지 않았으니,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왜 아무도 정은이의 처지와 심정을 고려하지 않는 거죠? 정은이도 피해자잖아요.”재석을 오랫동안 알고 지내면서, 마정일은 그가 단숨에 이렇게 많은 말을 하는 것을 처음 보았다.“그래, 그 학생은 나무랄 데가 하나도 없어. 예쁘고 매력이 넘친 것은 그 아이의 잘못이 아니니, 어떻게 무턱대고 탓할 수 있겠어?”재석은 안색이 누그러졌다.“그렇게 말씀하시면 다행이고요.”마정일은 은근히 놀라서 재석을 힐끗 보았다.‘대놓고 그 아이의 편을 들어주다니?’“아이고, 우리 학교의 그 녀석들은 조금도 차분하지 못하다니깐. 정은이가 예쁘다고 하나같이 달려들어 고백하는 것 좀 봐. 지금은 사회도 참 달라졌어. 우리 그때는 이럴 엄두조차 없었잖아. 나는 오히려 이런 게 좋다고 생각해. 좋아하면 대담하게 고백을 해야지!”“그나저나, 만약 정은이에게 남자친구가 없다면, 우리 학교의 아이들을 고려해 보는 건 어때? 서비대학교와 우리 학교도 엄청 가깝고, 평소에 수업이 끝나면 함께 데이트도 할 수 있잖아. 나도 내 실험실도 장기
“그럼 연락처 줬어?”정은이 대답했다.“아니요.”“둘 다?”“네.”교수님은 그제야 알아차렸다.‘이 여자애는 그 두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데, 두 사람이 착각을 하고 싸우기 시작했던 거구나.’지도원도 도리를 따지는 사람이었기에, 이 일은 정은과 무관하며 본교 학생이 잘못한 거라 매듭을 지었다.“이제 별일 없으니까 그만 가봐.”그 후로 정은은 점심에 식당에 가서 먹지 않았고, 배달을 시키거나 민지에게 포장을 해달라고 부탁했다.이제야 겨우 조용해졌다.그러나 이 일은 이웃 대학에서 학생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스캔들이 되었다.하지만 모두 정은과 상관이 없는 일이었다.그녀는 문을 닫고 실험에 몰두하며 데이터를 정리하면서 논문을 썼다.그 외에 외부의 어떤 소리도, 좋든 나쁘든, 선악을 막론하고 정은은 일절 듣지 않고 묻지 않았다....1년에 한 번씩 열리는 과학자 표창 대회가 J시 시청에서 거행되었다.재석은 두 개의 최고급 상장을 수여 받으며 장내의 주목을 끌었다.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모두 각자의 전공에서 중요한 성과를 거둔 거물이었지만, 거물과 거물 사이에도 차이가 있었다.재석은 의심할 여지 없이 피라미드 꼭대기에 서 있는 최고의 거물이었다.“축하한다, 재석아, 벌써 3년 연속 상을 받았지?”“마 교수님에 비하면 저는 아무것도 아니죠. 그 당시 교수님은 5년 연속 상을 받으셨고, 그 기록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잖아요. 제 작은 성과는 언급할 가치도 없죠.”“하하... 재석아, 넌 여전히 이렇게 겸손하구나!” 마정일이 그때 받은 상은 재석에 비하면 훨씬 못했다.그러나 재석은 말을 예쁘게 했을 뿐만 아니라, 듣기에도 편안했다.“시대도 부단히 앞서가고 있으니, 앞으로 학술계는 너희 젊은이들의 천하가 될 거야. 우리 같은 늙은이들은 그저 너희들에게 길을 비켜줄 수밖에 없는 것 같군. 그래야 우리도 큰 공을 세운 셈이지.”“저희들의 천하가 된다 하더라도, 구관이 명관 아니겠어요?”“하하하... 난 말주변이 없어서 널 이길 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