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씨 가문이 도착했습니다.” 운기 일행이 문을 들어서자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그들에게 쏠렸다. “두 분, 아침에 가져온 가짜 약으로 장 어르신께 헛된 희망만 주고선 또 이렇게 찾아오다니, 정말 부끄럽지도 않습니까?” 의자에 앉아 안경을 쓴 중년 남자가 냉소적으로 말했다. 깔끔한 슈트 차림의 그는 태연하게 차를 마시며 그들을 비웃고 있었다.운기는 그를 바라보며 순간 눈이 휘둥그레졌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잠시 생각하던 끝에, 그는 TV에서 종종 보았던 민서준이라는 인물임을 기억해냈다. 민서준 역시 평범하지 않은 배경을 가진 인물로, 그의 태도를 보니 진씨 가문과의 관계는 적대적인 듯했다.진성훈과 진수현, 그리고 수정의 얼굴은 민서준의 냉소에 약간 굳어졌다. “민서준, 우리 진씨 가문은 장 어르신을 돕기 위해 온 거니 비아냥대지 말게. 내가 어른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 진성훈은 얼굴을 찌푸리며 단호하게 말했다.“진 어르신, 십 년 전 진씨 가문이 한창이었을 땐 우리 민씨 가문도 어르신을 두려워했겠죠.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때와 다르잖아요.” 민서준은 차를 마시며 느긋한 표정으로 말했다.“이 자식이...” 진성훈과 진수현, 수정의 얼굴이 더욱 어두워졌다.“됐어요, 진 어르신. 일단 앉으시죠.” 정면에 앉아 있던 병색이 짙은 장호동이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성훈은 장호동의 말을 듣고 깊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 앉았다.자리 잡은 후, 운기가 수정에게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수정 씨, 저 민서준이라는 사람 진씨 가문과 원수지간인가요?”“네, 우리 아빠와 경쟁 관계에 있는 사람이고, 실력도 아빠보다 한수위인걸로 인정받고 있어요. 아빠가 저와 S국 왕자의 결혼을 원하시는 것도 민서준을 이기기 위한 거예요.” 수정이 대답했다.“그렇군요.” 운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서준을 다시 바라보았다. 민서준의 뒤에는 도포를 입고 흰 수염을 가진 노인이 서 있었다. 그때 수정이 작은 목소리로
“사악한 기운이라니?”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져 말을 잇지 못했다. 그저 기분 탓이겠거니 하고 넘겼던 이곳의 서늘한 기운이 주 대사의 입을 통해 ‘사악한 기운’이라는 말로 명명되자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었다. 아무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모두 당장이라도 이곳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듯했다.“주 대사님, 이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면 꼭 후하게 보답하겠습니다.” 장호동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주 대사는 나침반을 들고 방 안을 천천히 돌며 주문을 읊조리기 시작했다. 방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은 그의 움직임을 따라가며 숨을 죽였다. 정면에 앉아 있던 장호동 역시 희미한 기대감을 품은 표정이었다. 진성훈과 진수현도 아침에 가짜 약을 가져온 민망함을 이번 기회에 주 대사의 활약으로 만회하리라 기대하고 있었다.주 대사는 몇 바퀴를 돈 후 부적을 꺼내들고 다시 주문을 외웠다. 그 순간 부적이 갑자기 불길에 휩싸이더니, 이내 마법처럼 불길이 꺼졌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주 대사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갑작스럽게 피를 토해냈다. 그의 출혈에 방 안은 아수라장이 되었다.민서준이 여유롭게 차를 한 모금 마시며 비웃듯 말했다. “진 어르신, 진수현, 이게 바로 그 유명한 대사입니까? 한심하군요.”진성훈과 진수현의 얼굴은 더욱 어두워졌다. “민서준, 너...” 진수현은 반박하고 싶었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급히 주 대사를 부축하며 다급하게 물었다. “주 대사님, 무슨 일입니까?”“이곳의 사악한 기운이 너무 강해 제 힘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듯합니다.” 주 대사는 창백한 얼굴로 힘겹게 말했다.“그럼...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겁니까?” 진수현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그는 주 대사가 이 문제를 해결해줄 것이라 믿고 있었기에 당혹스러웠다.“장 어르신께서는 당장 다른 곳으로 이사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이후 다른 대사들과 법기들을 준비해 다시 와 힘을 합쳐야 할 듯합니다.” 주
진수현의 얼굴은 그 말을 듣자마자 굳어졌다. X국은 작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X국 사람들은 풍수를 신앙처럼 여기며 삶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특히 X국의 부유한 자들 사이에서는 풍수 대사들에게 막대한 존경과 금전을 아끼지 않았고, 이름난 풍수 대사들은 그들 사이에서 명망 높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 덕에 X국의 풍수업계는 융성했으며, 그곳 대사들은 H국 대사들보다도 더 높은 실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었다.“민서준, 대사님을 모셔왔으면 미리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진수현은 화를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진씨 가문을 망신 주기 위해서 불렀지, 당연히.” 민서준은 비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너...” 진수현은 화가 치밀어 올라 얼굴이 떨리기 시작했다. 진성훈 또한 안색이 어두워졌고, 곁에 있던 수정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민서준을 매섭게 쏘아보았다.그러나 민서준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며 이 대사에게 공손히 고개를 숙였다. “이 대사님, 이제 부탁드립니다.” “알겠습니다.” 이 대사는 자신감에 찬 얼굴로 답했다. 그는 느긋하게 방의 중앙으로 나아갔다.“주 대사님, 당신을 비난하려는 것은 아닙니다만, H국 대사들의 수준으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사악한 기운을 감지한 것은 좋은 일이지만, 이제 자리를 비켜 주시길 바랍니다. 오늘 제가 X국의 풍수술이 얼마나 뛰어난지 보여드리겠습니다.” 이 대사는 당당하게 말했다.“알겠습니다. 부탁드리죠.” 주 대사는 이를 악물며 한발 물러섰다. 그는 마음속으로 이 대사의 실력을 확인해 보리라 다짐했다. 만약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오히려 그의 평판이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이 대사는 손을 등 뒤로 모은 채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이 사악한 기운의 근원은 간단합니다. 장 어르신의 사주를 보니, 음기가 강한 시각에 태어나셨더군요. 평소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지만, 올해는 극음의 해이기에 사주와 맞물려 음기가
“이 사람 누구야? 누군데 여기서 함부로 떠들고 있어?” “방금 진씨 가문과 함께 들어온 사람이던데...” 양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운기를 힐끔거리며 수군거렸다.“도대체 어느 집안 자식이 관리를 제대로 안 받아서 이런 어이없는 소리를 하는 거야? 네가 이런 자리에서 입을 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냐?” 민서준은 운기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비아냥거렸다. 운기는 차분히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는 담담하게 응수했다. “자격이라면, 이 자리에서 나만큼 발언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방금 이 대사님이 하신 말씀은 실로 터무니없는 억측에 불과합니다.” 운기의 대담한 말에 방 안이 일순간 소란스러워졌다. 젊은이가 감히 X국 대사의 의견을 헛소리라며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다.이 대사는 운기를 흘긋 바라보며, 어린애가 장난을 치는 듯한 반응을 우습게 여긴 듯 코웃음을 쳤다. “젊은이, 내 말이 헛소리라고? 좋다, 그렇다면 친구의 의견을 한번 들어보지. 풍수술이란 나이와 상관없이 실력이 우선인 법이니, 나도 오십 년을 걸어왔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하네.” 이 대사는 수염을 쓰다듬으며 겸손한 태도를 보였다. 그의 말에 방 안 사람들은 감탄을 금치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 대사님답군. 겸손한 태도에서 진짜 실력이 느껴지네.” “그러게, 이 정도는 되어야 진짜 대사라 할 수 있지.” 민서준도 비아냥스러운 눈빛으로 진수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진수현, 이 젊은이는 네가 데려온 모양인데, 이런 자를 여기 데리고 와서 진씨 가문 체면을 구기게 하고 싶은 거냐?”수정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벌떡 일어나 목소리를 높였다. “다들 모르고 계신 것 같은데, 이분은 YJ 그룹의 대표, 임운기 씨예요!”“YJ 그룹 대표라고? 들으니 오늘 아침에 ‘만능 신약’을 가져왔다던데, 그쪽 약도 결국 아무 효과 없더군. 당신의 만능 신약이란 것도 결국엔 속임수가 아니겠나?” 민서준은 냉소를 머금고 비꼬았다.운기가 진씨 가문
이 대사는 X국에서 손꼽히는 풍수 대사로서, X국의 사람들은 그를 모실 때 항상 최상의 예의를 갖춰 왔다. 그토록 존경받는 인물을 감히 어린 젊은이가 비웃다니, 이 대사의 분노가 치밀어 오르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그래요, 저는 풍수에 대해 잘 모릅니다.” 운기는 여전히 차분한 얼굴로 말했다.“하하! 풍수도 모르는 주제에 감히 내 말이 틀렸다고 큰소리치고 있다니, 이게 무슨 꼴이야? 네가 무슨 자격으로 그런 말을 해?” 이 대사는 비웃음을 터뜨렸다. 방 안의 다른 사람들 역시 조롱하는 미소를 지었다. 풍수를 알지도 못하는 자가 감히 X국의 대사를 반박하다니, 그야말로 웃음거리에 불과했다.“진수현, 어쩌다 이런 하찮은 녀석을 여기 데리고 왔냐? 네가 부끄럽지 않아도 내가 대신 창피하군.” 민서준이 비아냥거리며 말을 던졌다.진수현의 얼굴은 점점 어두워졌다. 운기의 행동이 그의 체면을 무색하게 만드는 것만 같았다.“임운기, 이제 그만 입을 다물어라! 쓸데없는 말로 여기서 사람들의 조롱거리가 될 필요는 없잖아. 그래도 나는 네가 조금은 상황을 파악할 줄 아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내가 착각했군.” 진수현은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운기가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아버님, 제가 도와드리길 원하시지 않나요?”“네가? 방금 네 입으로 풍수에 대해 모른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무엇으로 해결하겠다는 거냐?” 진수현은 냉소를 머금고 응수했다.“아버지, 너무 그러지 마세요. 운기 씨는 실력 있는 사람이잖아요. 혹시라도 정말 해결 방법을 알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수정은 운기를 감싸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옆에 있던 주 대사는 냉소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손도 못 대는 일을 저 젊은이가 해결하겠다고? 웃기지 마라.”주 대사 역시 피를 토하며 원인을 찾으려 했지만 실패한 상태였다. 자신도 하지 못한 일을 젊은이 하나가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터무니없게 느껴졌다.“주 대사님 말이 옳군. 만약 저 녀석이 정말
“정말 대단한 기술이군요!” 진수현이 모셔온 주 대사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그 정도라도 깨달았다니 다행이지. 그래서 내가 X국에서 대사로 불리는 거예요.” 이 대사는 주 대사를 향해 조롱 어린 미소를 지었다.“대사님, 방금 큰 실수를 했습니다.” 주 대사는 고개를 숙이며 이 대사에게 경의를 표했다. 풍수술의 세계에서 한 수 위의 존재라면 순응하는 것이 당연한 법이었다.그 순간, 방 안의 온도가 다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이게... 어찌 된 일이죠? 방금 분명히 따뜻해졌는데, 왜 다시 추워진 거죠?” 기뻐하던 장호동이 당황한 표정으로 물었다.“장 어르신, 방금은 간단히 시연을 보여드린 것에 불과합니다. 앞으로 저에게 삼일만 주신다면 진정한 진법을 세워서 이곳의 사악한 기운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습니다.” 이 대사는 자신만만하게 말하며 이마에 맺힌 땀을 슬쩍 닦았다. 방금의 의식에 상당한 체력을 소모한 듯 보였다.“아, 그렇군요! 그럼 대사님과 민서준 씨께 진심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장호동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민서준은 장호동의 약속에 입이 귀에 걸렸다. 한편, 진성훈과 진수현의 얼굴은 창백하게 변해 있었다. 특히 진수현은 절망에 빠진 듯 보였다. 장호동의 신뢰를 잃는다면 민서준과의 경쟁에서 완전히 밀려날 것이 뻔했기 때문이었다.이때, 이 대사는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다. “이제 좀 믿겠나, 젊은이?” 그는 자부심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운기는 고개를 저으며 미소를 지었다. “대단하긴 하지만, 방금 보여주신 것은 그저 장난에 불과합니다. 이런 걸로 사람들을 현혹해도 문제의 본질은 바뀌지 않아요.”“뭐라고? 아직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거냐?” 이 대사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문제의 근본을 파악하지 않은 채, 방금과 같은 방식으로는 임시방편에 불과합니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어요.” 운기는 차분한 자세를 유지하며 응수했다.“하하, 말은 참 잘하는군. 그럼 어디 실력을 보여주든가
차가운 방 안의 온도가 갑작스레 상승했다. 불과 4-5도밖에 되지 않던 싸늘한 공기가 순간적으로 30도에 육박할 만큼 뜨거워지며, 방은 한여름의 무더위 속으로 변해버렸다. 몇 초 전만 해도 두꺼운 외투를 껴입고 추위에 떨던 사람들이 갑자기 땀을 흘리기 시작했고, 마치 사우나에 들어온 것처럼 숨이 막히고 답답해졌다.“이, 이게 도대체...” 방 안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충격에 빠진 표정이었다. 그들의 눈은 현실을 믿을 수 없다는 듯 휘둥그레졌고, 그들의 시선은 방 한가운데를 바라보고 있었다.방 중앙에 서 있던 이 대사는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에 멍하니 서 있다가 마치 전류가 흐른 듯 온몸이 굳어버렸다. 그는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어리둥절해진 모습이었다.진수현 또한 경악하며 운기를 바라보았다. 그는 운기의 능력을 가늠조차 할 수 없다는 듯 표정이 굳어 있었다. 장호동, 민서준, 주 대사, 그리고 방 안의 다른 사람들 또한 경악을 감추지 못했다. 단 한 번의 손짓으로 차가운 방을 한여름으로 바꿔놓다니, 그야말로 신기에 가까운 능력이 아닌가!수정조차 놀란 표정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녀는 운기의 능력이 대단한 걸 알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을 직접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존경과 두려움이 동시에 스쳤다.잠시 방 안에 정적이 감돌았다가, 이 대사는 결국 ‘쿵’하고 무릎을 꿇었다. “대사님...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대사십니다.” 그의 말은 정적 속에서 울려 퍼졌고, 그제야 사람들은 꿈에서 깨어난 듯한 표정으로 운기를 바라보았다.“정말 저 분이 진짜 대사였군...” “이렇게 젊으신 분이 이토록 대단한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니!” 양옆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경외심에 찬 탄성을 터뜨렸다.운기는 무릎을 꿇은 이 대사를 잠시 흘깃 본 후, 천천히 민서준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민서준 씨, 이 정도면 제가 이 자리에 남아도 될 자격이 있는 건가요?” “그, 그게...” 민서준은 표정이 어두워지더니 말문이 막
문 밖. 운기가 몇 걸음 나가자마자 수정이 뒤따라 달려왔다.“운기 씨, 대체 어떻게 방 온도를 그렇게 순식간에 올릴 수 있었던 거예요?” 수정은 여전히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그저 사소한 재주일 뿐이죠.” 운기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그의 대답이 끝나기 무섭게, 뒤에서 진수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운기야, 잠깐 기다려 주게!”진수현은 허겁지겁 다가와 운기의 앞을 막아섰다. “아버님, 무슨 일이신가요?” 운기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물었다.“운기야, 네가 장 어르신을 구할 방법을 가지고 있다면... 제발 도와주게.” 진수현은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아버님, 방금 저를 그저 하찮은 사람으로 보지 않으셨습니까? 제가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운기는 가볍게 웃으며 응수했다.진수현의 얼굴에는 당혹감이 서려 있었다. 운기의 말에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운기가 다시 발걸음을 옮기려 하자, 진수현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운기를 다시 따라갔다. 장호동을 치료할 방법이 절실했던 진수현에게는 지금 운기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진수현은 민서준과의 경쟁에서 장호동의 지지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반대로, 민서준이 장호동을 구한다면 자신에게 남은 승산은 없었다. 결국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운기에게 도움을 청하기로 마음먹었다.“운기야, 내가 큰 실수를 했어. 미안하다. 내가 너의 능력을 과소평가한 것 같아. 진심으로 사과할 테니, 이번 한 번만 도와주게.” 진수현은 진심을 담아 말했다.운기는 멈춰 서서 그를 바라보며 차분하게 대답했다. “진심 어린 사과로 모든 것이 해결된다면, 세상에 법이 필요하겠습니까? 상처받은 마음이 단순한 사과로 치유될 수는 없죠.”“이, 이럴 수가...” 진수현은 당황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아빠, 이건 아빠가 자초한 일이잖아요. 처음부터 운기 씨를 무시하지 않으셨다면 이렇게까지 되지는 않았겠죠!” 수정은 입을 삐죽이며 아버지에게 말
운기가 정말로 S국 왕자를 죽인다면, 운기는 앞으로 평생 도망치게 될 거다. 결국엔 죽음이 닥친다 해도 운기에게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하지만 운기에게는 남겨진 가족, 친구, 그리고 연인이 있었다. 만약 자신이 평생 도망쳐야 할 신세가 된다면, 그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자신이 죽으면 그들은 또 어떤 상황에 놓일 것인가?이러한 생각에 운기는 손을 풀고, 즉시 계약서를 수정하여 금액을 10조로 고친 후 서명했다.계약서에 서명이 완료되자, S국 왕자는 곧바로 운기의 계좌로 10조를 송금했다. 곧이어 입금 문자가 도착했다.“가자.” 운기는 울프에게 말하며 밖으로 걸어 나갔다.S국 왕자는 운기가 떠나는 모습을 보며 옆에 있던 경호원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는 운기를 이대로 보내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경호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권총을 꺼내어 운기의 등을 겨누었다.탕! 총성이 울려 퍼졌다.그러나 다시 운기를 바라보았을 때, 그는 총에 맞지 않은 듯 멀쩡한 모습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S국 왕자와 경호원들은 놀란 나머지 눈을 비볐다. 방금 발사한 총알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왜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거지?“총알 찾고 있나? 여기 내 손에 있어.” 운기는 차갑게 웃으며 손가락 사이에 낀 총알을 들어 보였다.“뭐, 뭐라고?” 그들은 운기의 손에 들린 총알을 보고 마치 머릿속이 폭발하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곧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눈 앞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에 온몸이 얼어붙는 기분이었다.“죽어!”운기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쳐다보며, 손가락 사이의 총알을 가볍게 던졌다.푹! 총알은 그대로 총을 쏜 경호원의 이마에 박혔고, 그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졌다.“너, 너!” S국 왕자는 얼굴이 창백해지며 경악했다. 경호원의 시체가 그의 발밑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그의 몸이 떨렸다.“임운기, 네가 감히 내 사람을 죽이다니! 넌 이제 끝장났어!” S국 왕자는 이를 악물며 소리쳤다.운기는 차가운
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하하, 임운기, 전혀 예상 못 했지? 결국 최후의 승자는 나야. 아침에 네게 팔라고 했을 때 기회를 주었건만, 결국 벌 받는 길을 택했네.”“S국 왕자, 고작 이 카지노 몇 개 얻었다고 진짜 승리했다고 생각한 거야? 우리 사이의 싸움은 이제 시작일 뿐이야.”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갑게 말했다.“뭐라고? 너 따위가 나와 맞서 싸우겠다고? 도대체 무슨 자격으로?” S국 왕자는 비웃으며 한 글자 한 글자 강조해 말했다.“바로 이걸로!” 운기는 가볍게 주먹을 들어 보였다. 그의 힘, 그것이야말로 운기의 진짜 무기였다.“주먹? 하하하! 네가 아직도 조선시대인 줄 아나 보네. 주먹 하나 믿고 싸우겠다니, 정말 웃겨서 말이 안 나오네!” S국 왕자는 큰소리로 웃음을 터트렸다.“말은 됐고, 계약서에 서명이나 해.” 운기는 냉소를 지었다.S국 왕자는 계약서를 들고 웃으며 말했다. “임운기, 여기에 아직도 200조가 적혀 있네.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거 아냐?”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물었다. “그럼 얼마 낼 생각인데?”S국 왕자는 손가락 하나를 들어 보이며 미소를 지었다.“10조?” 운기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아니, 100원. 그거면 충분하지.”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었다.“뭐? 100원? S국 왕자,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옆에 있던 울프가 화를 터뜨렸다.운기 역시 얼굴에 분노의 기색이 어렸다. 운기는 이 카지노들을 사기 위해 가진 돈을 모두 쏟아부었고, 빚까지 지고 있었다. 그런데 단돈 100원을 주겠다고?“지나치다니, 주도권은 내게 있잖아? 내가 100원이라도 주겠다고 하는 게 어디야?” S국 왕자는 거만하게 웃으며 말했다.“그렇다면, 얘기할 필요도 없겠군.” 운기는 차갑게 말했다.“임운기, 나와 거래하지 않으면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려울 거야. 내 손에 네 생사가 달려 있거든!” S국 왕자는 비웃으며 경고했다.“그래?” 운기는 앞에 놓인 강철로
운기는 이번 사건을 또렷이 마음에 새겼다.“이번 일은 나와 진 어르신이 전력을 다해 자네 목숨을 지켜낸 셈이야. 하지만 A국의 카지노들은 어쩔 수 없이 넘겨야 할 거야. 이 문제는 S국과의 석유 자원 협력에 관한 일이라 양보할 수가 없네.” 장호동이 말했다.“알고 있습니다.” 운기는 고개를 끄덕였다.“장 어르신, 정말 감사드립니다.” 운기가 고마움을 전했다.“내가 자네에게 은혜를 입었으니 당연히 도와야지. 그리고 민서준에 대해서는 걱정 말게. 나와 진 어르신이 힘을 합쳐 천천히 처리할 테니 오래 버티진 못할 걸세.” 장호동이 말했다.“알겠습니다.” 운기는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민서준은 운기가 혼자 상대하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그러니 그를 장호동과 진성훈에게 맡기는 편이 더 나았다....장호동의 집을 떠난 운기는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가는 길에 그는 울프에게 전화를 걸어 모든 사항을 지시했다.운기가 A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해가 지고 있었다. 울프가 그를 공항에서 맞이했다.두 사람이 만난 후.“울프, 계약서는 준비됐어?” 운기가 물었다.출발하기 전에 이미 울프에게 준비를 지시해 둔 상태였다.“걱정 마세요, 운이 형. 계약서는 전부 준비해 두었습니다.” 울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잠시 후, 울프는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그냥 카지노를 S국 왕자에게 넘기는 게 맞나요?”“나도 아쉽긴 하지만 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어.” 운기는 고개를 저었다.잠시 침묵을 지킨 뒤, 운기는 눈을 가늘게 뜨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이번은 단지 작은 승리일 뿐이야. 최후의 승자가 진정한 승자라는 걸 잊지 마. S국 왕자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울프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요. 전쟁에서의 승패는 늘 왔다 갔다 하는 법이니까요. 이번 작은 승리는 크게 문제될 게 없죠.”“참, 울프야, 내가 S국 왕자 집안 상황을 조사해보라고 했지?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
전화를 끊은 후, 운기는 이번 일에 대해 깊이 생각에 잠겼다.운기는 지금 H국과 M국이 심각하게 대립 중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따라서 S국과 H국 간의 협력은 매우 중요했다. H국은 S국의 석유 자원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이는 두 나라의 깊은 협력 관계에 기반하고 있다. S국이 지닌 석유 매장량은 세계에서도 상위권에 속하며, 원래는 M국과 긴밀하게 협력했으나 최근 몇 년 사이 H국과 손을 잡게 된 것이다.단순히 S국 하나가 문제가 되는 건 아니었다. 이 문제는 H국과 M국의 갈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H국이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잃게 된다면 석유 자원 측면에서 약점을 잡히게 되는 상황이었다.반면 운기는, 수사라는 신분을 제외하면 아무런 배경이 없는 상인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에서 선택이 명확했다.비록 운기가 수사라 해도 지금은 실단에 불과했다. 현대의 무기들은 여전히 그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아무리 운기가 빨리 달릴 수 있다 해도 미사일은 피할 수 없다. 초음속 전투기조차도 피할 수 없는 이 미사일을 피하기는 불가능한 일이다.게다가 운기에게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다. 그들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운기 혼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 해도, 그들을 어떻게 지키겠는가?이런 생각에 잠기자 운기는 한없이 무력감을 느꼈다.“아직... 너무 부족해.” 운기는 자신의 두 손을 보며 중얼거렸다.만약 자신이 신단 이상의 강자였다면, 혹은 그 이상의 실력에 도달한 존재였다면, 이러한 상황을 쉽게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절대적인 힘 앞에서는 이런 문제들은 문제조차 되지 않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운기에게 있어선 너무나 먼 이야기였다.이 일은 오히려 운기의 마음속에 강해지고 싶은 열망을 더욱 불태우게 했다.“좋아, 나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S국의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A국의 카지노들은 포기하지.” 운기는 속삭이듯 말했다.운기는 H국이 이 석유 자원을 확보하기를 진심으로 바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당장 나랑 가자!” 진수현이 얼굴을 굳히며 호통쳤다.“아버지!” 수정은 발을 구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쪽은 운기, 한쪽은 진수현이었기 그녀는 그 사이에서 난감한 상황이었다.운기는 힘겹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수정 씨, 아버님 말씀 들으세요. 전 괜찮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그,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수정은 운기의 말에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수정은 진수현을 따라 집을 나섰다.그들이 떠난 후.“운기 오빠, 무슨 큰일이 생긴 거예요? 얼굴이 너무 안 좋아 보여요.” 태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운기의 손을 잡았다.“별일 아니에요.” 운기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렸다.발신자를 확인하니, 이름이 저장되어 있지 않았지만 아침에 전화가 왔던 S국 왕자의 번호임을 기억해냈다. 그가 운기에게 A국의 카지노를 팔라고 부탁했던 그 번호였다.운기는 잠시 고민한 끝에 전화를 받았다.[임운기, 내가 아침에 말했지? 순순히 팔면 큰돈을 벌 기회라고. 하지만 네가 내 경고를 무시하고 내 실력을 무시했으니 기회를 놓치게 된 거야. 이제 알겠지 내 힘이 어떤지?] S국 왕자는 전화를 받자마자 거만하게 말했다.“어차피 내 손에 있는 카지노를 원하는 거잖아? 네가 원한 대로 카지노를 넘길테니, 내가 보낸 사람들과 직접 서류 교환하면 되겠지.” 운기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아니, 난 네가 직접 A국에 와서 나와 거래를 했으면 좋겠는데? 난 네 울상인 표정을 직접 보고 싶거든.] S국 왕자는 웃으며 말했다.“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게 어때?”운기의 눈에 분노의 불길이 일어났다.[왜? 화났어? 하하, 네가 화를 내면 나는 오히려 더 기쁘거든!] S국 왕자는 조롱하듯 웃음을 터트렸다.S국 왕자의 웃음소리에 운기는 두 손을 꽉 쥐며 분노로 손이 떨렸다. S국 왕자는 웃음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말했다. [너는 지금 나한테 따질 자격조차 없어. 순순히 A국으로 와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운기는 젓가락을 내려놓고 약간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진수현은 얼굴을 굳히며 말했다. “S국이 H국에 위협을 주기 시작했어. 목표는 바로 너야!”“뭐라고요?” 운기는 깜짝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최근 H국과 S국은 좋은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니 H국이 S국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너는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어.” 진수현이 설명했다.운기는 상황의 심각성을 알 수 있었다. 그는 진수현의 말을 들으며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진수현은 계속해서 말했다. “운기야, 우리 아버님과 장호동 어르신께서 너를 지키기 위해 힘을 다하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네 안전을 보장할 수밖에 없어. 물론, 네가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넘긴다는 조건이 붙어야 하고, 그게 아니라면... 정말로 위험할 거다.”“빌어먹을!” 운기는 주먹으로 식탁을 내리쳤다. 밥그릇이 덩달아 흔들리며 떨어졌다.S국 왕자가 이런 수를 쓸 줄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운기는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옆에서 수정이 운기의 팔을 살짝 잡으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이번 일은 운기 씨가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에요. 절대 무리하지 마세요. 이건 운기 씨가 이길 수 있는 싸움이 아니에요. 우선은 목숨을 지키는 게 가장 중요해요.”운기는 잠시 침묵하다가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세요, 수정 씨. 절대 무리하지 않을게요.”진수현도 다시 입을 열었다. “운기야, 네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도 S국 왕자와 비교하면 신분이나 배경 차이가 어마어마해. 이건 네가 아무리 애써도 메울 수 없는 격차야. 이 점을 명확히 알아차려야 해.”운기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진수현의 말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자신의 신분과 S국 왕자의 신분을 비교하면 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였다. S국 왕자의 아버지 한마디면, 먼 곳에서도 운기를 완전히 억누를 수 있었다.“운기야, 이제 어떻게 해야 할지 알겠지?” 진수현이 물었다.
운기는 A국의 카지노 사업을 S국 왕자에게 파는 것은 그를 돕는 거나 마찬가지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S국 왕자가 자신에게 신세를 진 거라며 아첨을 해도, 운기는 그 말을 믿을 리가 없었다.운기는 자리에서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가 식사를 하러 갔다.다른 한편, A국.S국 왕자가 머무는 호텔 스위트름.쾅! S국 왕자는 테이블 위에 있던 찻잔을 바닥에 내리치고, 테이블을 발로 걷어차며 방 안에 있던 꽃병과 장식품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빌어먹을! 이 망할 놈!” S국 왕자는 욕설을 퍼부으며 마음속의 울분을 터뜨렸다.그가 이미 낮은 자세로 운기에게 부탁까지 했지만, 운기는 여전히 거래에 동의하지 않았기에 그는 더욱 화가 났다. 그리고 200조 달러라는 말도 안 되는 금액은 애초에 감당할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이런 엉터리 같은 조언을 해준 게 문제야! 네가 내 체면만 구겨놓은 거라고!” S국 왕자는 검은 슈트를 입은 경호원을 향해 소리쳤다.“죄송합니다, 왕자님. 보통 사업가는 이익이 우선일 텐데, 설마 그 녀석이 200조를 제안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습니다.” 경호원 이마에 맺힌 땀을 닦으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당장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 안 그러면 네 놈을 가만 두지 않을 거야!” S국 왕자는 경호원을 향해 소리치며 위협했다.경호원은 그 말을 듣자 더더욱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왕자님, 그 녀석은 끝까지 팔지 않을 태세이니 협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제 마지막 방법으로 왕자님께서 어르신께 연락을 드려 H국을 상대로 위협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임운기는 결국 평범한 사람이고 특별한 배경도 없으니, H국은 S국과의 협력 관계를 위해 저희를 도와줄 가능성이 높습니다.”“어쩔 수 없지, 결국 아버지께 부탁을 드리는 수밖에 없겠군.” S국 왕자는 미간을 찌푸리며 대답했다.사실 이번 일로 아버지께 도움을 청하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분명 아버지는 S국 왕자를 무능하다며 호되게 꾸짖을 것이기 때문이
“왕자님, 물론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 왕자님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습니다. 우선 임운기에게서 A국의 카지노를 사들인 후에야 임운기와 등을 돌리고 천천히 처리하시면 됩니다.” 경호원이 조언했다.S국 왕자는 이를 악물고 말했다. “좋아, 내 미래를 위해서 잠시 참아주지.”...한편, 수원.점심 무렵, 운기가 다시 눈을 떴을 때 태나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운기는 침대 옆에 남겨진 쪽지를 발견했다. 쪽지를 집어 들어 읽어보니, 거기에는 귀여운 메시지와 함께 작은 하트가 그려져 있었다. 태나가 남긴 것이 분명했다.[자기야, 나 점심 준비하러 내려가 볼게요. 일어나면 꼭 내려와서 밥 먹어요!]운기는 쪽지를 보며 중얼거렸다. “아영 씨는 정말 착한 분이야. 절대 실망시키지 말아야지.”하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또 다른 문제는 설아, 정문, 서연, 그리고 조영에게 이 일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였다. 그녀들이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 줄 거라 믿고 있었지만, 그래도 스스로도 조금 부끄러웠다.그때, 운기의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니 A국에서 걸려온 낯선 번호였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운기가 전화를 받자 S국 왕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임운기씨죠? 전 S국 왕자입니다. 직접 만나서 할 이야기가 있어서 연락드렸습니다.]“할 이야기라니? A국 카지노를 사고 싶어서 연락한 거죠?” 운기가 웃으며 물었다. 사실 운기는 그다지 놀라지 않았다. A국 카지노를 통합하는 문제는 S국 왕자의 명성과 미래가 걸린 중요한 일이었다. 비록 그가 울프를 통해 답을 전했더라도, 이렇게 다시 연락해 올 가능성은 충분히 있었다.[맞습니다, 전 운기 씨가 가지고 계신 카지노 전부를 사고 싶습니다. 가격은 원하시는 대로 부르시면 됩니다. 저희 사이에 안 좋은 일이 있었다 해도,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영원한 적이란 없는 법이잖아요, 어쨌든 이익이 우선인 법 아니겠어요?]S국 왕자가 말했다.“일리가 있네요. 음... 그럼 이 정도로 하죠. 200조
게다가 태나가 정말로 목적이 있어서 자신에게 접근한 것인지 아닌지는, 함께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다. 그런 목적이 있었다 해도, 운기는 손해를 본 게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의 첫 경험을 빼앗아 간 셈이니 말이다.“정말이에요?” 태나는 눈물을 닦은 채 밝게 웃으며 맑고 반짝이는 눈으로 운기를 쳐다봤다. 그녀의 얼굴에는 행복한 미소가 가득했다.“물론이죠. 다만... 저를 싫어하거나 원망하진 않으시죠?” 운기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왜 운기 오빠를 싫어하겠어요. 오히려 제가 더 걱정이었어요. 오빠는 대단한 분인데, 저는 그저 평범한 여자일 뿐이라서...” 태나는 스스로가 초라하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그런 생각은 하지 마요. 앞으로 아영 씨는 제 여자이고 제가 끝까지 책임질 거예요.” 운기는 그렇게 말하고 태나를 부드럽게 품에 안았다.“네... 정말 고마워요.” 태나는 운기의 품속에 얼굴을 파묻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입가에는 희미한 미소가 피어올랐다.태나는 자신이 써먹은 이 ‘밀당’이 위험한 한 수였지만, 결국 성공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이제 운기의 여자가 되어 그의 신뢰를 얻기만 하면, 언젠가 YJ신약의 제조법도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태나는 그 제조법을 가지고 D국으로 돌아가 자신의 회사를 차리고, YJ신약을 D국 전역에 판매해 큰돈을 벌 생각이었다. 태나는 그 돈으로 천씨 가문을 인수해, 자신을 무시했던 천태성에게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싶었다. 그녀는 천태성과 천씨 가문 모두에게 자신이 실력을 가진 사람이라는 걸 알리고 싶었다. “참, 아영 씨에게 솔직히 말할 게 있어요. 사실 저에겐 이미 네 명의 여자친구가 있어요.” 운기는 고백하듯 말했다.“운기 오빠, 저는 오빠의 여자로서 오빠 곁에만 있으면 돼요. 오빠 마음에 제가 조금이라도 자리 잡고 있다면 그걸로 만족해요. 저는 그냥 오빠와의 집을 돌보는 데 최선을 다할게요.” 태나는 상냥하게 말했다.목적을 가지고 있는 태나로선 운기에게 거부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