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조사해 보았는데, 시합에 참가하는 고씨 가문의 두 제자가 한방을 쓰고 있어요. 이 망정수의 맛을 보여주고 싶은데... 하하하...”“망정수? 그게 뭐야?”오산이 눈썹을 치켜세우며 물었다.그리고 오훈은 동생이 이 물건을 꺼내는 것을 보고 얼굴에도 나쁜 웃음이 떠올랐다.“적아, 넌 역시 대단해!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두 형제는 흥분한 표정으로 오산 노인에게 이 ‘망정수’의 역할을 설명했다.이 물건은 따지고 보면 일종의 미정약이지만, 일반적인 미약보다 훨씬 포악하다.역할을 발휘하면 먼저 사람을 혼수상태에 빠뜨린 다음 철저히 효력이 발생한 후 상대방은 다시 깨어난다.그러나 깨어나면 약효 기간에 이성을 완전히 잃고 본능적으로 조종되며 그 후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오훈과 오적 두 형제는 한 수련자 경매에서 얻은 이 ‘망정수’로 이미 여러 여자를 아프게 했다.“그래? 역시 젊어서 그런지... 하하하...”오산은 이 말을 들은 후, 음흉한 기색을 드러냈다.“효과 좋은 거 맞지? 수련자한테도 먹혀?”“걱정하지 마세요. 효과가 아주 기가 막혀요! 한 방울이면 충분해요!”“일단 호텔 직원부터 매수하고...”오적은 자신의 계획을 말했다.오산과 오훈은 그 말을 들은 후 얼굴에 간사한 웃음을 지었다.‘대박이야! 방안에 모든 광경을 그대로 담자!”오훈은 책상을 두드리며 흥분해 마지못했다.“좋아요! 그때가 되면 두 사람은 무조건 서로 부둥켜안고 있을 거예요. 아무것도 모른 채.”“그때가 되면 모든 고무 세가와 은둔 세력 앞에서 동영상을 보이는 거죠. 하하. 생각만으로 짜릿하네요.”오산도 고개를 끄덕였다.“은둔 오씨 가문은 고대 무술 연합회 설립자의 일원으로 그동안 늘 고씨 가문을 내쫓아내자고 힘을 썼었어. 이참에 이를 빌미로 완전히 쫓아내면 좋을 것 같아. 어찌하여 고씨 가문은 요 몇 년 동안 줄곧 규칙을 따르고 매우 겸손하여 약점을 잡히지 않았는데, 이런 추악한 일이 생기면 하하...”한편, 윤도훈 세 사람은
“그래요? 고맙습니다.”별다른 생각 없이 윤도훈은 호텔 종업원을 방 안으로 들였다.종업원은 들어오자마자 모기향을 벽 쪽에 있는 콘센트에 꽂았다.“고객님, 주무시기 전에 잠시 켜두기만 하면 되십니다.”“네, 고맙습니다.”윤도훈은 종업원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종업원이 떠나고 나서 고향기는 바로 벽 쪽으로 다가가 모기향을 피웠고 윤도훈에게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저 하루 종일 차 몰아서 엄청 피곤하거든요. 그래서 지금 당장 갈 건데, 졸리지 않으면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거예요. 행여나 저 자는 데 방해라도 한다면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예요.”말하면서 보란 듯이 주먹을 휘두르며 협박을 더 했다.윤도훈 보다 실력이 한층 위라고 생각하고 있는 고향기는 이처럼 무력으로 협박을 더하고 있는 중이다.윤도훈은 어이가 없다는 듯이 입을 삐죽거리며 받아 주었다. 항복한다는 듯이 양손을 머리 위로 들면서.“알았어요. 쥐 죽은 듯이 있을게요. 그러니 마음 놓고 주무시죠.”고향기는 두 눈에 힘을 빡 주고 경고하는 듯한 어투로 덧붙였다.“미리 경고하는데, 저 자고 있을 때 혹시나 제 몸에 손댈 생각하지도 마세요. 이유불문하고 그 자리에서 죽여버릴 수도 있어요.”윤도훈은 마냥 어처구니가 없었다.“세상 모든 사람이 고향기 씨를 중심에 두고 있는 것 같죠? 거듭하는 말이지만 저 결혼했고요, 제 아내가 그쪽보다 훨씬 예쁘거든요. 즉, 그 쪽한테 그 어떠한 관심도 없단 말이에요.”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이를 악물었다.“부디 말한 대로 하시길 바랄게요.”이윽고 그만 참지 못하고 하품을 연달아 하면서 졸음이 밀려와 그대로 침대에 쓰러졌다.“너무 피곤해...”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렸다.고향기에게 소파에서 자라고 말은 했지만, 말만 했을 뿐이다.소파로 가려는 그때 윤도훈도 그녀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졸음이 밀려왔다.눈꺼풀이 점점 감기는 것이 업어가도 모를 정도로 자고 싶었다.순간 윤도훈은 정신을 번쩍 차리며 이상함을 감지했다.이윽고 몸속에서 어떤 독소가
윤도훈이 자리를 떠났을 때 고연은 사건의 경과를 고향기에게 알려주었다.고향기는 모든 걸 듣고 나서 내심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미혼약에 중독된 걸 알고서도 나쁜 짓을 하지 않고 바로 고연 방으로 데려와 준 윤도훈에게 고마워해야 하나 왠지 모르게 화부터 벌컥 났다.고향기에게 있어서 윤도훈은 세상에서 가장 나쁘고 악한 남자이니.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 번도 자기를 여자로 보지 않았으니.그러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을 택한 것이 아니라 바로 기절시켜 버렸으니.‘제길!’“아니면 계속 남사스러운 짓을 하고 있는데 보고만 있을까요?”살기가 가득한 고향기의 두 눈을 마주하며 윤도훈은 질문을 질문으로 돌려보냈다.“당신...”순간 부끄러워서인지 아니면 화가 나서인지 고향기는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마침내 참지 못하고 침대에서 뛰어내려 이를 갈았다.“죽여버릴 거야!”말하면서 윤도훈을 향해 주먹을 휘드르려고 자세를 취했다.윤도훈은 바로 눈치를 채고 눈살을 찌푸리며 방어 태세를 가동했다.그가 손을 대기 전에 고연이 나서서 고향기를 막았다.고향기의 팔을 꼭 잡고서 다급한 목소리로 타일렀다.“아가씨, 안 됩니다. 방법은 틀렸으나 아가씨를 구하고자 한 것이잖아요.”“진주 댁까지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정말로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그냥 화라도 좀 풀려고 그러는 거예요.”고향기는 억울해하며 소리를 질렀다.미치고 팔짝 뛸 정도로 화가 나는 건 사실이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라는 걸 잘 알고 있기에 윤도훈을 죽일 리는 없다.그저 화가 날 뿐이다.윤도훈을 마주하면 왜 화부터 벌컥나는지 고향기 그 자신마저도 그 이유를 말해낼 수 없다.화가 풀릴 때까지 어떻게든 때리고 욕하고 싶은 마음뿐이다.“허허,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좋을 거예요. 지금 여기서 제대로 싸우면 그쪽이든 저든 둘 중 하나라도 다치게 된다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잖아요. 설마 고씨 가문의 자격을 놓치고 싶은 건 아니죠?”윤도훈은 몸집을 거두며 입을 삐죽거렸다.그 말을 듣고서 고향기는
내일이 바로 청황 대회가 열리는 날이라 세 사람은 잠시라도 지체할 수 없었다.도시를 벗어나 목적지를 향해 달리다 보니 시선이 닿는 곳마다 경치가 달랐고 사막까지 지나갔다.하란산맥에 거의 이르렀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띄엄띄엄 있는 오아시스였고 좀 더 깊숙이 들어가 보니 연이은 초원과 산림이 눈에 들어왔다.한눈에 봐도 입이 떡 벌어질 정도였다.해발이 2000여 미터나 되는 웅장한 산맥을 지나 백 리 정도 더 들어가니 마을이 보였다.“저 앞에 있는 마을이 바로 하란파에서 외부에 설치한 접대 장소입니다.”고연이 소개해 주었다.차는 마을 안으로 들어가 가장 북쪽에 있는 숙박처럼 보이는 건물까지 멈춰 섰다.윤도훈은 ‘마을’이라고 하는 이곳을 바라보며 마치 시공간을 초월하여 과거로 온 것만 같았다.주위에 전봇대가 이건 현대 사회라고 말해주고 있었다.마을 북쪽 공터에는 적지 않은 차들이 이미 세워져 있었다.“어마어마하게 왔네요?”윤도훈은 대충 새어 보았는데, 차는 무려 5, 60대 가까이 되었다.모두 청황 대회에 참석하러 온 사람들일까?“청황 대회에 참석한 고대 무술 세력 가문은 총 18개라고 합니다. 차량이 이토록 많은 것은 가문에서 혹은 문패에서 함께 온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죠. 오씨 가문처럼 대회에 참석하는 제자만 해도 10명 가까이 되고요. 그 외에 실력이 만만치 않은 산수들까지 개인을 대표하여 참석하러 온 이들도 많아요.”고연은 한창 설명하고 있었다. 다소 씁쓸한 말투로.다른 고대 무술 가문 젊은 세대에서는 인재가 넘쳐날 정도로 많은데 고씨 가문은 은둔 고씨 가문이 은둔 오씨 가문의 손에 없어지고 난 뒤로 점점 내리막길을 걷고 있으니 말이다.지금에 이르러서 고향기 외에는 내놓을 만한 인재가 없다.윤도훈은 그녀의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다가 되물었다.“설마 이 마을에서 대회가 진행되는 건 아니죠?”“당연히 아니죠! 이곳은 하란파에서 설치한 접대 장소일 뿐이고 청황 대회는 하란파 문패 영역에서 진행될 거예요.”어이가 없
당당한 고대 무림 세가가 받는 대우가 겨우 산수와 같다니.다만 방이 넉넉한 관계로 세 사람 모두 각자 한 칸씩 분배받게 되었다.돈을 내고 방키를 가진 뒤 윤도훈은 자기 방으로 들어가 대충 치우고 나서 주위를 돌려보려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산 중간에 위치해 있는 마을이라 주위에 풍경도 나쁘지 않아 이번 기회를 빌려 산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았다.게다가 흔흔히 일반인으로 구성된 곳보다 천지영기가 뛰어나다는 느낌을 받게 되었다.숙박 입구에 이르렀을 때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포악하기 그지없는 걸음으로, 안하무인으로 보이는 일행이었다.윤도훈은 눈살을 찌푸리며 옆으로 비키려고 했다.똥차는 무서워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더러워서 피하는 것이라며.“꺼져!”이제 막 옆으로 몸을 피하려고 하던 그때 누군가가 소리쳤다.앞장선 청년이 두말하지 않고 윤도훈을 향해 발길질까지 했다.순간 윤도훈은 안색이 어두워졌다.상대가 아무 말도 없이 바로 손을 댈 것으로 생각지도 못해 그만 공격을 피해 가지 못하고 복부에 타격을 입고 말았다.둔탁한 신음소리와 함께 윤도훈은 연신 뒤로 물러섰는데, 체내에서 기혈이 한바탕 용솟음치고 있는 것만 같았다.“왜 이러시는 거죠?”윤도훈은 끓어 넘치는 기혈을 억누르며 노기등등한 얼굴로 청년을 바라보았다.체격이 우람진 청년은 군대 머리를 하고 있으며 포악하기 그지없는 표정으로 윤도훈을 죽일 듯이 노려보고 있다.자기한테 맞고 나서도 별다른 문제가 없는 것을 보고 청년은 다소 의외라는 모습도 내비쳤다.제대로 공격이 들어간 건 아니지만 청년은 무려 초급 경지 후기 절정 고수이다.‘뭐야? 다치지 않은 거야?’“눈 똑바로 뜨고 다녀! 어디 감히 우리 앞길을 막고 지랄이야! 호씨 가문에서 왔으면 쥐 죽은 듯이 숨죽이고 옆으로 꺼질 것이지! 네 주제를 파악하란 말이야! 우리 정우 도련님 가시는 길 막지 말고.”이때 청년 옆에 있는 장발 남자가 앞으로 한 걸음 다가와 윤도훈한테 삿대질하며 다짜고짜 욕설을 퍼부었다.“호씨 가문
고대 무림 연합회 성원들 가운데 유난히 강력한 세력이 있다.Z시의 호씨 가문, 운성 특별구의 하씨 가문, 청주의 금도문 그리고 북경극지의 태원문.호정우는 감히 자기한테 예를 갖추지 않는 윤도훈을 보고 혹시 기타 세 가문이나 문패에서 온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정우 도련님, 이자는 고도훈이라고 고씨 가문에서 보낸 대회 참석 제자입니다.”바로 이때 숙박 안내 테스크에 앉아 있던 하란파 여제자가 경멸하는 목소리로 말했다.윤도훈 일행을 접대한 그녀는 자연히 그의 출신에 대해 기억하고 있었다.그 말을 듣고서 숙박 1층은 순간 떠들썩해졌다.윤도훈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에는 의문만이 가득했다.호정우와 그 옆에 있던 사람들은 피식 웃음까지 터뜨렸다.“X발 난 또 뭐라고! 겨우 고씨 가문 출신 주제에 이렇게 날뛰는 거야?”호정우는 차갑게 웃으며 윤도훈을 향해 선전포고했다.“개의치 않으면 나랑 일대일로 한 번 붙어볼래?”생각지 못한 말에 윤도훈의 두 눈에 차가운 빛이 스쳐 지나가더니 그는 고개를 돌려 하란파 여제자에게 물었다.“규칙에 어긋나지 않겠죠?”여제자는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청황 대회가 시작되기 전에 그 어떠한 싸움도 허락되지 않습니다. 만약 꼭 갚아야할 원한이라면 결투를 신청하여 싸우셔도 좋습니다. 설마 정우 도련님과 싸우려는 건 아니죠? 정우 도련님은 무려 초급 경지 후기 절정 고수예요. 결단 경지와 멀지 않았다고요. 죽고 싶으면 우리 측에서 결투 신청을 받아들이고 자리까지 마련해주죠.”순간 현장은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모두가 호정우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역시 최강 세력다워! 젊은 나이에 초급 경지 후기 절정이라니.”“저기요, 그냥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그만하시죠.”“고씨 가문 출신이라면서 그 결과는 뻔한 것 아니에요?”“호씨 가문 사람한테 맞은 것도 어찌 보면 그리 창피한 일은 아니에요.”다들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고소해하는 이도 있었고 좋은 마음으로 타일러주는 사람도 있었다.그러나 바로 그때 윤도훈이
모든 경과를 고향기 역시 목격한 것이다.다만 오씨 가문과 감히 싸울 용기도 없었던 윤도훈이 호정우와 싸우겠다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저놈이 그만 살고 싶어서 저러나...’‘호정우가 초급 경지 후기 절정 실력이라고 뻔히 말했는데, 귀가 먹은 거야?’윤도훈은 고향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자기를 위해 나서 주는 고향기가 하도 낯설어서.“쯧쯧, 대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딱 두 분 아니세요? 서로 죽겠다고 이러는 거예요? 하나라도 죽으면 고씨 가문은 그대로 자격 박탈당하는 거예요.”안내 테스크 하란파 여제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야유 소리를 내며 윤도훈과 고향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그래? 딱 둘이라고? 그럼, 내가 오늘 어떻게든 한 명은 치워야겠네! 하하.”호정우는 건방진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독을 품은 듯한 두 눈으로 윤도훈과 고향기를 바라보며 문밖을 가리켰다.“둘 중 누구든 좋으니 한번 붙자! 아니면 이 대 일로 할래? 저놈이 나랑 붙겠다고 결투 신청까지 했고 하란파 측의 허가도 받았어. 그러니 아무런 걱정 없이 한 번 시원하게 붙자!”“내가 누군지 한 번 똑똑하게 보여주지. 어디 쨉도 안 되는 놈이 감히 건방지게 나한테 까부는지 내가 아주 본때를 보여주고 말 거야.”윤도훈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은 차가웠다.어이가 없다는 모습과 경멸이 가득했다.“감히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결투 신청? 저분은 무려 호씨 가문의 천재로서 젊은 나이에 초급 경지 후기 절정에 오른 사람인데?”“아파도 그냥 좀 순순히 참을 것이지.”“이제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고씨 가문에서 온 사람이라곤 2명밖에 없는데, 저 중의 한 명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고대 무림 연합회에서 방출될 거야.”“어린놈의 자식이 저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향기 역시 속으로 윤도훈을 욕하고 있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그가 호정우의 손에 죽게 할 수는 없
윤도훈 대신 고향기가 나서서 호정우와 맞서려고 하던 그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여자 세 명이 숙박안으로 들어왔는데, 눈앞이 환해지는 것만 같았다.그중 두 여자는 30살 정도 되어 보였고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다.가장 젊은 여자는 자태가 우아한 것이 마치 한 폭의 그림 속 인물과 같았다.청아하고 도도한 이미지에 ‘얼음 공주’라는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았고 두 눈은 유난히 밝으면서 덤덤했다.모든 남성이 그 눈동자에서 헤엄치고 싶을 정도로.세 사람을 보자마자, 특히 가장 젊고 예쁜 여자를 보자마자 조금 전까지 건방지게 날뛰던 호정우는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아름 씨,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포악하게 행동했던 호정우는 아첨을 떨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채로 다가갔다.그런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고향기와 윤도훈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하란파 소주 백아름이라고합니다. 하란파 마을의 질서를 제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있고요. 서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청황 대회에서 겨루시는 건 어떻습니까? 시합 전에 부디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소란을 피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뱉은 말들은 더없이 공손하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능가할 수 없는 기세가 온몸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순간 숙박 1층은 한겨울이 되는 것 같았고 모두가 파르르 떨었다.윤도훈은 내내 덤덤한 얼굴이었고 백아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으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긴 했다.‘결단 중기?’‘제법이네.’‘나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데, 벌써 결단 중기에 이른 거야?’‘역시 하란파가 은둔 고대 무술 세력이라고 하더니, 만만치 않네.”하란파 소주인 백아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경외, 애모, 놀라움...“하란파 소주라고? 실력이 만만치 않아.”“이게 바로 결단 강자의 기운인건가...”“너무 예쁘잖아.”호정우는 여전히 입에 쥐가 나도록 웃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