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 대신 고향기가 나서서 호정우와 맞서려고 하던 그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여자 세 명이 숙박안으로 들어왔는데, 눈앞이 환해지는 것만 같았다.그중 두 여자는 30살 정도 되어 보였고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다.가장 젊은 여자는 자태가 우아한 것이 마치 한 폭의 그림 속 인물과 같았다.청아하고 도도한 이미지에 ‘얼음 공주’라는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았고 두 눈은 유난히 밝으면서 덤덤했다.모든 남성이 그 눈동자에서 헤엄치고 싶을 정도로.세 사람을 보자마자, 특히 가장 젊고 예쁜 여자를 보자마자 조금 전까지 건방지게 날뛰던 호정우는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아름 씨,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포악하게 행동했던 호정우는 아첨을 떨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채로 다가갔다.그런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고향기와 윤도훈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하란파 소주 백아름이라고합니다. 하란파 마을의 질서를 제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있고요. 서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청황 대회에서 겨루시는 건 어떻습니까? 시합 전에 부디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소란을 피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뱉은 말들은 더없이 공손하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능가할 수 없는 기세가 온몸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순간 숙박 1층은 한겨울이 되는 것 같았고 모두가 파르르 떨었다.윤도훈은 내내 덤덤한 얼굴이었고 백아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으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긴 했다.‘결단 중기?’‘제법이네.’‘나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데, 벌써 결단 중기에 이른 거야?’‘역시 하란파가 은둔 고대 무술 세력이라고 하더니, 만만치 않네.”하란파 소주인 백아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경외, 애모, 놀라움...“하란파 소주라고? 실력이 만만치 않아.”“이게 바로 결단 강자의 기운인건가...”“너무 예쁘잖아.”호정우는 여전히 입에 쥐가 나도록 웃
백아름 역시 윤도훈을 바라보며 달갑지 않아 하는 얼굴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고씨 가문에서 왔다고 그러셨죠? 이런 대회 처음이에요? 실력으로 싸우는 곳에서 그 정도의 실력이 없으면 얌전하게 있는 게 원칙이에요. 어린 나이에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건 알겠는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요.”백아름이 더없이 도도한 자태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윤도훈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도훈의 행동은 우습고 유치하기 그지없었으니 말이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느낌이라고 할까?“저한테 그럴만한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고는 계시는가요?”윤도훈 역시 덤덤하게 되물었다.예상치 못한 질문에 백아름은 잠시 멍해졌고 의외라는 느낌까지 들었다.그가 감히 자기 말에 반문을 하리라 생각지 못하며.“좋아요. 그럼, 청황 대회에서 그 실력 한 번 마음껏 뽐내보세요.”덤덤하게 말하고 나서 백아름은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윤도훈과 더 이상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다.옆에 있던 두 여자는 윤도훈을 흘겨보며 개의치 않아 했다.“흥! 감히 우리 아름 씨를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딱 기다려!”호정우는 윤도훈을 가리키며 삼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그러고는 바로 백아름 뒤를 졸졸 쫓아갔다.한바탕 헤프닝을 뒤로 한 채 윤도훈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백아름은 지나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도도하고 경멸하는 듯한 말과 뉘앙스에 더없이 불쾌하게 느껴진 것이다.‘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봐!’얼마 지나지 않아 윤도훈과 고향기도 숙박에서 나왔다.주위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할 겸.물론 고향기는 윤도훈과 함께 걷고 싶지 않았다.지금 윤도훈에 대한 화가 아주 극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윤도훈은 그런 분위기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고향기를 뒤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고마웠어요.”이에 고향기는 고개를 돌려 피식 웃고 말았다.“그럴 필요가 없다고요?”“저기요, 윤도훈 씨, 제발 좀 그만하세요. 잘난 척하
내일이 바로 청황 대회가 정식으로 열리는 날이다.하란파는 대회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고대 무림 세가와 문패 그리고 산수에게 일일이 요구를 알렸다.고대 무림 연합회는 6대 은둔 세력으로 구성되었었다.다만 은둔 고씨 가문이 없어짐에 따라 지금은 5대 은둔 세력으로 된 것이다.청황 대회가 열릴 때마다 5대 은둔 세력은 돌아가면서 책임을 졌고 매번 규칙도 서로 달랐다.총적으로 말하면 청황 대회는 두 개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가장 먼저 고대 무림 연합회 자격 테스트를 하고 개인 시련을 주로 본다.고대 무림 연합회 자격 테스트는 또 5가지의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참가 선수의 공격, 방어, 속도, 반응, 인내력을 보는 것이다.테스트를 넘은 고무 세력 참가 자제들은 가문이나 문패를 대표하여 고대 무림 연합회의 자격을 보존하는 것이고 마땅한 수련 자원도 얻어갈 수 있다.산수와 같은 사람은 수련 자원을 보너스로 얻는 것 외에 표현이 특출하면 어느 가문이나 문패에 뽑힐 수도 있다.개인 시련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고 순전히 경쟁이라고 보면 된다.하란파에서는 이번에 구체적인 규칙을 밝히고 않았고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한편, 도운시.이씨 가문 저택 안에서.남미숙은 하늘이 무너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지금 집안에는 남미숙 외에 다른 가족들도 모였다.이천강, 이은정, 셋째 아들, 넷째 아들, 그리고 이진희 고모네 직계 가족들, 이무를 비롯한 실력이 특출한 고수들까지.“대충 이러한 상황이다. 지금 이씨 가문이 NC 조직에 미움을 샀고 그들은 언제든지 복수하러 찾아올 것이다.”“다들 이씨 가문의 하나로서 이 일에 간여 되어 있으므로 우린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한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느냐?”남미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천강과 이은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짙은 책망과 노여움이 깃들어 있었다.“어머니, 둘째 형이 지난번에 어머니 그렇게 만드신 거 잊으신 거예요? 왜 또 저런 인간이랑 엮이게 된 겁니까?”셋째 아들인 이천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달
“외눈박이가 가기 전에 그랬거든요. 이로써 이씨 가문과 원한이 맺힌 거라고. 그러니 우리 모두 빠져나갈 수 없어요.”이은정이 옆에서 나지막이 말했다.이천희는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그들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이윽고 이씨 가문 가족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넷째 아들인 이천일이 입을 열었는데.“참, 엄마, NC 조직에서 4명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 사체는 어디에 있어요?”남미숙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고택 얼음 창고 안에 있어. 그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어.”“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NC 조직에 돌려주면 돼요. 상대한테 사과하고 오해라고 하면서 풀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대가 먼저 손을 쓴 것이고 우린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맞았으니 당연히 반격에 나선 거고요. 방어하는 사이에 네 사람을 부주의로 죽여버린 거고요. 일정한 대가를 치르면 NC 조직에서 합의해 주지 않겠어요? 설마 정말로 우리와 적이 되려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우리도 뭐 만만치 않은 가문이잖아요.”이천희가 옆에서 제안을 했다.남미숙은 그 말을 곱씹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게 하자. 강진시에도 NC 조직의 쉼터가 있을 거야. 그곳 담당자랑 연락해서 시체 돌려줘. 우리 쪽의 뜻도 제대로 알려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무 네가 사람들 데리고 한 번 가 봐. 고수들 더 데리고.”“합의하자는 뜻을 보임과 동시에 우리 이씨 가문의 실력도 내비쳐야 할 거야. 그래야만 그들이 손이 아닌 입으로 소통하려고 할 거야.”...같은 날 오전.NC 조직 강진시 부회장인 레드 용은 이씨 가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레드 용은 그 소식을 접하게 되자마자 험상궂은 얼굴로 살기를 드러냈다.레드 용은 다크 별과 같은 실력으로 모두 종사 강자이다.다만 레드 용의 수법이 다크 별보다 훨씬 더 잔인할 뿐이다.원수는 꼭 갚는 그는 피 맛을 유난히 즐기는 미친놈이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회장 자리에 다크 별이 앉게 된
같은 날 저녁.인적이 없는 황량한 지대, 운무산 중심지.레드 용이 외눈박이를 비롯한 NC 조직의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함께 기다리고 있다.약속 시간에 따라 저녁 11시경, 이무와 10여 명의 이씨 가문 고수들이 관을 네 개 들고 왔다.이무는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는데, 창백한 달빛아래에서 레드 용 일행의 얼굴은더욱 음산하고 흉악해 보였다.“NC 조직 부회장 레드 용 되십니까?”이무는 바로 서서 레드 용에게 공수하며 물었다.“나도 내가 부회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굳이 ‘부회장’이라고 강조하는 그 속셈은 뭘까?”“죽고 싶어?”원수가 만나게 되면 이처럼 공기마저 무거워진다.외눈박이가 이무를 똑바로 쳐다보며 삿대질까지 난무하며 흉악한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에 이무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오늘 이곳에서 온 목적을 속으로 되새겼다.외눈박이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레드 용에게 말했다.“우리 쪽의 충동으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영문도 알수 없이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는 NC 조직을 반격하느라 쌍방에 사상이 생기게 된 것이고요. NC 조직의 동료 사체를 모시고 왔으니 부디 우리 이씨 가문과 원한을 푸시기 바랍니다.”말이 떨어지자 레드 용은 갑자기 콧방귀를 뀌며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그 뜻은 우리 탓이란 말이야?”이무는 순간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솟아올랐다.‘그럼, 우리 탓이겠냐?’그러나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로 왔으므로 웃으며 넘기려고 했다.“그 뜻이 아니라 우리 이씨 가문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동료를 돌려드렸고 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시죠. 레드 용 부회장님께서도 이렇게 평생 원수로 지내는 걸 원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레드 용은 갑자기 큰 웃음소리를 터뜨렸는데,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웃긴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외눈박이도 현장에 있던 NC 조직의 고수들도 모두 냉소를 연발했다.가까스로
풀썩-남미숙은 뒤로 연속 몇 걸음 물러선 다음 털썩 주저앉자 파르르 떨었다.다른 사람들도 공포와 비분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어떻게... 어떻게 다 죽은 거야...”“NC 조직에서 우리 측 고수들 모두 죽여 버렸어.”“미친놈들! 합의하려고 갔더니 감히 사람을 죽여?”“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무 그들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다 죽은 거야.”이씨 가문 사람들은 비분을 뒤로 한 채 짙은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이번에 간 고수는 이씨 가문의 중견 무력으로 이무 등 암력 강자가 모두 들어있었다.그 외에 10여 명의 명력 고수들도 있었는데, 싹쓸이되듯이 모두 죽어 버렸다.지난번 이씨 가문의 고수들이 윤도훈에게 맞아 부상을 입은것과 달리 레드 용 등은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즉, 이씨 가문의 최고 고수가 거의 다 죽었다는 말이다.NC 조직은 처음부터 합의를 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어쩌면 이씨 가문 전체를 없애버리려고 하는 속셈일 수도 있고.일시에 남미숙과 다른 가족들은 흘러가는 일분일초가 지옥과 같았다.“어떻게 된 거야? 이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남미숙은 바닥에 앉아 겨우 숨이 붙어있는 이무에게 목청껏 소리쳤다.이무는 부축을 받아 관에서 나와 힘겹게 두 눈을 뜨고 피까지 토해내고서야 겨우 경과를 뱉어냈다.자초지종을 듣고 난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버렸다.“이제 다 끝났어! NC 조직에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이씨 가문... 이제 다 끝났어...”“이천강, 이은정, 이게 다 너희 때문이야!”“어떡하지? 어떡해?”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어떤 사람들은 관속의 수많은 머리통을 보고 점점 정신을 놓았다.마치 곧 큰 재앙이 닥칠 것 같다는 마음으로.남미숙은 온몸을 떨며 사색이 되어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떠올랐다.만약 NC 조직이 정말 이씨 가문을 봐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일단 둘째 치고 이씨 가문의 권력자인 자신은 절대 피해
남미숙의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의아하면서 놀라워했다.NC 조직이 가져온 두려움을 몸소 느낀 그들인데, 남미숙은 갑자기 그 두려움 속으로이원을 끌어당기려고 한다.이원과 무슨 상관이 있는 일이라고.남미숙은 차갑게 흥얼거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래. 이원!”말하면서 그녀의 두 눈에는 모진 냉기가 반짝였다.“이무가 한 말 못 들었어? NC 조직에서 최근에 도운시로 발전할 의향이 있다고 했잖아. 그럼, 한 번 생각해 봐. NC 조직에게 있어서 걸림돌이 누구인지. 당연히 도운시 본 지방 지하 세력이 아니겠어? 그 중심에는 원이랑 송영태 아들이 있고.”그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두 눈을 마주쳤는데, 순간 모든 걸 깨달은 듯했다.“할머니... 이원을 상대로 NC 조직과 손을 잡아 본지방 세력을 없애려는 겁니까? 그로써 NC 조직의 용서를 구하려는 생각이세요?”이은정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리고 이천강 역시 눈빛을 반짝이며 이 일의 타당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남미숙은 음산하고 매서운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뜻이야. NC 조직을 도와 큰 돌을 치워주면 아마 그 일도 무마해 줄 거라 믿어.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잖아.”“하지만 이원은 할머니 손자잖아요...”이은정은 침을 삼키고 남미숙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온몸이 떨렸다.끔찍한 남미숙의 제안에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이은정의 말을 듣고 난 남미숙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겹겹이 콧방귀를 뀌었다.“손자? 걔가 무슨 손자라고 그러는 거야! 이미 우리 집안에서 쫓겨나갔으니 남남이랑 다름없어. 게다가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랑 맞설 때도 우리가 아닌 그놈 편을 들었잖아. 우리 집안이 아니었다면 걔가 지금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난 그런 손자 없어! 흥!”남미숙은 태도가 무정하고 더없이 냉담했다.그녀는 이원에 대해 응어리가 있으며 이천강이 이원을 상대로 공격을 더 하는 것도 응원하는 편이다.아무런 이유가
“레드 용 부회장님 되십니까? 저 이씨 가문의 남미숙이라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시면 얘기 좀 해도 될까요?”레드 용을 상대로 남미숙은 한껏 공손한 자태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상대가 극악무도한 놈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감히 평소처럼 행동할 수가 없었다.이씨 가문 내에서는 모두가 자기 후배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이씨 가문의 대부분주식 또한 손에 쥐고 있기에, 다들 어쩌지 못하리라 확신이 있었다.윤도훈을 상대하더라도, 상대방의 실력이 비할 데 없이 강하더라도, 혼자만의 힘으로 이씨 가문 전체 고수를 쓸어버릴 수 있다고 하더라도 남미숙은 두렵지 않았다.윤도훈이 감히 자기를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이 있었다.이천수와 이진희를 봐서라도 자기 체면을 살리기 위해서라도 법을 어기지 않기 위래서라도.하지만 이번에는 사이즈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NC 조직은 악한 세력으로 망명자들이기 때문이다.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바로 자기를 죽일 수 있다는 자신이 있었다.그러므로 이런 악인을 마주함에 있어서 남미숙은 더 이상 척을 할 필요도 용기도 없게 된 것이다.“남미숙?”레드 용은 멍하니 있다가 냉소하며 물었다.“아, 이씨 가문 어르신? 야, 내가 보낸 선물은 잘 받았어?”그 말을 듣고서 남미숙은 마음속으로 한바탕 분노했지만 두려움이 더 많았다.“부회장님, 꼭 일을 그렇게까지 해야만 했습니까? 고작 네 명밖에 안 되는 목숨값, 우리 이씨 가문에서 얼마든지 배상해 드릴 수 있습니다.”순간 레드 용은 노여움을 금치 못했다.“뭐라고? 고작 네 명의 목숨값? NC 조직 아우들의 목숨이 너한테는 참 부질없지? 근데 나한테는 아니야! 너희 집안 전체를 뒤엎어도 그 화가 풀리지 않을 정도야. 이씨 가문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든 산업을 NC 조직으로 넘겨. 그럼, 한 번은 봐줄 수 있어. 아니면 앞으로 너희 집안에 피바람이 불어올 거야.”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버린 남미숙, 권리와 재부에 극도로 탐닉한 그녀에게 모든 산업을 넘기라고 하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