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경과를 고향기 역시 목격한 것이다.다만 오씨 가문과 감히 싸울 용기도 없었던 윤도훈이 호정우와 싸우겠다고 할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저놈이 그만 살고 싶어서 저러나...’‘호정우가 초급 경지 후기 절정 실력이라고 뻔히 말했는데, 귀가 먹은 거야?’윤도훈은 고향기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이러한 상황에서 자기를 위해 나서 주는 고향기가 하도 낯설어서.“쯧쯧, 대회에 참석하는 사람이 딱 두 분 아니세요? 서로 죽겠다고 이러는 거예요? 하나라도 죽으면 고씨 가문은 그대로 자격 박탈당하는 거예요.”안내 테스크 하란파 여제자가 비아냥거리며 말했다.그 말을 듣고서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이 야유 소리를 내며 윤도훈과 고향기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그래? 딱 둘이라고? 그럼, 내가 오늘 어떻게든 한 명은 치워야겠네! 하하.”호정우는 건방진 모습으로 웃으며 말했다.독을 품은 듯한 두 눈으로 윤도훈과 고향기를 바라보며 문밖을 가리켰다.“둘 중 누구든 좋으니 한번 붙자! 아니면 이 대 일로 할래? 저놈이 나랑 붙겠다고 결투 신청까지 했고 하란파 측의 허가도 받았어. 그러니 아무런 걱정 없이 한 번 시원하게 붙자!”“내가 누군지 한 번 똑똑하게 보여주지. 어디 쨉도 안 되는 놈이 감히 건방지게 나한테 까부는지 내가 아주 본때를 보여주고 말 거야.”윤도훈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의 시선은 차가웠다.어이가 없다는 모습과 경멸이 가득했다.“감히 건드릴 사람을 건드려야지.”“결투 신청? 저분은 무려 호씨 가문의 천재로서 젊은 나이에 초급 경지 후기 절정에 오른 사람인데?”“아파도 그냥 좀 순순히 참을 것이지.”“이제 어떻게 하나 한번 보자. 고씨 가문에서 온 사람이라곤 2명밖에 없는데, 저 중의 한 명이라도 죽으면 그대로 고대 무림 연합회에서 방출될 거야.”“어린놈의 자식이 저렇게 참을성이 없어서야.”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고향기 역시 속으로 윤도훈을 욕하고 있었다.하지만 일이 이 지경에 이른 이상 그가 호정우의 손에 죽게 할 수는 없
윤도훈 대신 고향기가 나서서 호정우와 맞서려고 하던 그때 청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이윽고 여자 세 명이 숙박안으로 들어왔는데, 눈앞이 환해지는 것만 같았다.그중 두 여자는 30살 정도 되어 보였고 여인의 향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아우라가 장난 아니었다.가장 젊은 여자는 자태가 우아한 것이 마치 한 폭의 그림 속 인물과 같았다.청아하고 도도한 이미지에 ‘얼음 공주’라는 타이틀이 가장 어울리는 것 같았고 두 눈은 유난히 밝으면서 덤덤했다.모든 남성이 그 눈동자에서 헤엄치고 싶을 정도로.세 사람을 보자마자, 특히 가장 젊고 예쁜 여자를 보자마자 조금 전까지 건방지게 날뛰던 호정우는 꼬리를 내리고 말았다.“아름 씨,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포악하게 행동했던 호정우는 아첨을 떨며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핀 채로 다가갔다.그런 그를 한 번 흘겨보고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그 여자는 고향기와 윤도훈을 바라보며 덤덤하게 말했다.“안녕하세요. 저는 하란파 소주 백아름이라고합니다. 하란파 마을의 질서를 제가 책임지고 유지하고 있고요. 서로가 그렇게 싫으시다면 청황 대회에서 겨루시는 건 어떻습니까? 시합 전에 부디 그 어떠한 형식으로도 소란을 피우시지 않으셨으면 합니다.”뱉은 말들은 더없이 공손하나 목소리는 점점 더 차가워지는 것만 같았다.그와 동시에 능가할 수 없는 기세가 온몸을 뚫고 나오는 듯했다.순간 숙박 1층은 한겨울이 되는 것 같았고 모두가 파르르 떨었다.윤도훈은 내내 덤덤한 얼굴이었고 백아름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았으나 놀라움을 금치 못하긴 했다.‘결단 중기?’‘제법이네.’‘나보다 몇 살 어려 보이는데, 벌써 결단 중기에 이른 거야?’‘역시 하란파가 은둔 고대 무술 세력이라고 하더니, 만만치 않네.”하란파 소주인 백아름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또다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경외, 애모, 놀라움...“하란파 소주라고? 실력이 만만치 않아.”“이게 바로 결단 강자의 기운인건가...”“너무 예쁘잖아.”호정우는 여전히 입에 쥐가 나도록 웃
백아름 역시 윤도훈을 바라보며 달갑지 않아 하는 얼굴로 덤덤하게 입을 열었다.“고씨 가문에서 왔다고 그러셨죠? 이런 대회 처음이에요? 실력으로 싸우는 곳에서 그 정도의 실력이 없으면 얌전하게 있는 게 원칙이에요. 어린 나이에 체면을 중요시 여기는 건 알겠는데, 여긴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라고요.”백아름이 더없이 도도한 자태로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윤도훈에게 가르침을 주었다.그녀에게 있어서 윤도훈의 행동은 우습고 유치하기 그지없었으니 말이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느낌이라고 할까?“저한테 그럴만한 실력이 있는지 없는지 알고는 계시는가요?”윤도훈 역시 덤덤하게 되물었다.예상치 못한 질문에 백아름은 잠시 멍해졌고 의외라는 느낌까지 들었다.그가 감히 자기 말에 반문을 하리라 생각지 못하며.“좋아요. 그럼, 청황 대회에서 그 실력 한 번 마음껏 뽐내보세요.”덤덤하게 말하고 나서 백아름은 몸을 돌려 문밖으로 나갔다.세상 무서운 줄 모르는 윤도훈과 더 이상 얘기를 섞고 싶지 않았다.옆에 있던 두 여자는 윤도훈을 흘겨보며 개의치 않아 했다.“흥! 감히 우리 아름 씨를 불경스럽게 대하다니! 딱 기다려!”호정우는 윤도훈을 가리키며 삼엄한 목소리로 경고했다.그러고는 바로 백아름 뒤를 졸졸 쫓아갔다.한바탕 헤프닝을 뒤로 한 채 윤도훈은 속으로 콧방귀를 뀌었다.백아름은 지나친 말을 한 건 아니지만 도도하고 경멸하는 듯한 말과 뉘앙스에 더없이 불쾌하게 느껴진 것이다.‘그래! 어디 한 번 두고 봐!’얼마 지나지 않아 윤도훈과 고향기도 숙박에서 나왔다.주위를 돌아다니며 아름다운 경치도 감상할 겸.물론 고향기는 윤도훈과 함께 걷고 싶지 않았다.지금 윤도훈에 대한 화가 아주 극으로 달려가고 있기 때문이다.하지만 윤도훈은 그런 분위기를 인지하지 못했는지 고향기를 뒤를 따르며 입을 열었다.“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고마웠어요.”이에 고향기는 고개를 돌려 피식 웃고 말았다.“그럴 필요가 없다고요?”“저기요, 윤도훈 씨, 제발 좀 그만하세요. 잘난 척하
내일이 바로 청황 대회가 정식으로 열리는 날이다.하란파는 대회 전 모든 준비를 마치고 고대 무림 세가와 문패 그리고 산수에게 일일이 요구를 알렸다.고대 무림 연합회는 6대 은둔 세력으로 구성되었었다.다만 은둔 고씨 가문이 없어짐에 따라 지금은 5대 은둔 세력으로 된 것이다.청황 대회가 열릴 때마다 5대 은둔 세력은 돌아가면서 책임을 졌고 매번 규칙도 서로 달랐다.총적으로 말하면 청황 대회는 두 개 부분으로 이루어진다.가장 먼저 고대 무림 연합회 자격 테스트를 하고 개인 시련을 주로 본다.고대 무림 연합회 자격 테스트는 또 5가지의 항목으로 구성되는데, 참가 선수의 공격, 방어, 속도, 반응, 인내력을 보는 것이다.테스트를 넘은 고무 세력 참가 자제들은 가문이나 문패를 대표하여 고대 무림 연합회의 자격을 보존하는 것이고 마땅한 수련 자원도 얻어갈 수 있다.산수와 같은 사람은 수련 자원을 보너스로 얻는 것 외에 표현이 특출하면 어느 가문이나 문패에 뽑힐 수도 있다.개인 시련은 이처럼 간단하지 않고 순전히 경쟁이라고 보면 된다.하란파에서는 이번에 구체적인 규칙을 밝히고 않았고 아직 베일에 싸여 있다.한편, 도운시.이씨 가문 저택 안에서.남미숙은 하늘이 무너진 듯한 모습으로 앉아 있다.지금 집안에는 남미숙 외에 다른 가족들도 모였다.이천강, 이은정, 셋째 아들, 넷째 아들, 그리고 이진희 고모네 직계 가족들, 이무를 비롯한 실력이 특출한 고수들까지.“대충 이러한 상황이다. 지금 이씨 가문이 NC 조직에 미움을 샀고 그들은 언제든지 복수하러 찾아올 것이다.”“다들 이씨 가문의 하나로서 이 일에 간여 되어 있으므로 우린 반드시 힘을 합쳐야 한다. 좋은 방법이라도 있느냐?”남미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천강과 이은정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짙은 책망과 노여움이 깃들어 있었다.“어머니, 둘째 형이 지난번에 어머니 그렇게 만드신 거 잊으신 거예요? 왜 또 저런 인간이랑 엮이게 된 겁니까?”셋째 아들인 이천희가 눈살을 찌푸리며 달
“외눈박이가 가기 전에 그랬거든요. 이로써 이씨 가문과 원한이 맺힌 거라고. 그러니 우리 모두 빠져나갈 수 없어요.”이은정이 옆에서 나지막이 말했다.이천희는 콧방귀를 뀌며 더 이상 그들과 싸우려 하지 않았다.이윽고 이씨 가문 가족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넷째 아들인 이천일이 입을 열었는데.“참, 엄마, NC 조직에서 4명 죽었다고 하지 않았어요? 그 사람들 사체는 어디에 있어요?”남미숙은 순간 표정이 일그러졌다.“고택 얼음 창고 안에 있어. 그걸 어떻게 처리하면 좋을지 안 그래도 생각하고 있었어.”“생각할 필요도 없어요. 그냥 NC 조직에 돌려주면 돼요. 상대한테 사과하고 오해라고 하면서 풀어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상대가 먼저 손을 쓴 것이고 우린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맞았으니 당연히 반격에 나선 거고요. 방어하는 사이에 네 사람을 부주의로 죽여버린 거고요. 일정한 대가를 치르면 NC 조직에서 합의해 주지 않겠어요? 설마 정말로 우리와 적이 되려는 건 아닐 것 같은데. 우리도 뭐 만만치 않은 가문이잖아요.”이천희가 옆에서 제안을 했다.남미숙은 그 말을 곱씹으며 한참을 생각하더니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렇게 하자. 강진시에도 NC 조직의 쉼터가 있을 거야. 그곳 담당자랑 연락해서 시체 돌려줘. 우리 쪽의 뜻도 제대로 알려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무 네가 사람들 데리고 한 번 가 봐. 고수들 더 데리고.”“합의하자는 뜻을 보임과 동시에 우리 이씨 가문의 실력도 내비쳐야 할 거야. 그래야만 그들이 손이 아닌 입으로 소통하려고 할 거야.”...같은 날 오전.NC 조직 강진시 부회장인 레드 용은 이씨 가문의 소식을 전해 들었다.레드 용은 그 소식을 접하게 되자마자 험상궂은 얼굴로 살기를 드러냈다.레드 용은 다크 별과 같은 실력으로 모두 종사 강자이다.다만 레드 용의 수법이 다크 별보다 훨씬 더 잔인할 뿐이다.원수는 꼭 갚는 그는 피 맛을 유난히 즐기는 미친놈이다.바로 이러한 이유로 회장 자리에 다크 별이 앉게 된
같은 날 저녁.인적이 없는 황량한 지대, 운무산 중심지.레드 용이 외눈박이를 비롯한 NC 조직의 고수 몇 명을 데리고 함께 기다리고 있다.약속 시간에 따라 저녁 11시경, 이무와 10여 명의 이씨 가문 고수들이 관을 네 개 들고 왔다.이무는 눈을 똑바로 뜨고 바라보았는데, 창백한 달빛아래에서 레드 용 일행의 얼굴은더욱 음산하고 흉악해 보였다.“NC 조직 부회장 레드 용 되십니까?”이무는 바로 서서 레드 용에게 공수하며 물었다.“나도 내가 부회장이라는 걸 잘 알고 있어. 굳이 ‘부회장’이라고 강조하는 그 속셈은 뭘까?”“죽고 싶어?”원수가 만나게 되면 이처럼 공기마저 무거워진다.외눈박이가 이무를 똑바로 쳐다보며 삿대질까지 난무하며 흉악한 소리로 욕설을 퍼부었다.이에 이무는 깊은숨을 들이마시면서 오늘 이곳에서 온 목적을 속으로 되새겼다.외눈박이의 말을 아랑곳하지 않고 바로 레드 용에게 말했다.“우리 쪽의 충동으로 불미스러운 상황이 생기게 된 것입니다. 영문도 알수 없이 다짜고짜 공격부터 하는 NC 조직을 반격하느라 쌍방에 사상이 생기게 된 것이고요. NC 조직의 동료 사체를 모시고 왔으니 부디 우리 이씨 가문과 원한을 푸시기 바랍니다.”말이 떨어지자 레드 용은 갑자기 콧방귀를 뀌며 음산한 말투로 말했다.“그 뜻은 우리 탓이란 말이야?”이무는 순간 마음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분노가 솟아올랐다.‘그럼, 우리 탓이겠냐?’그러나 일을 해결하려고 하는 태도로 왔으므로 웃으며 넘기려고 했다.“그 뜻이 아니라 우리 이씨 가문의 뜻을 전하고자 하는 마음입니다. 동료를 돌려드렸고 그 외에 다른 조건이 있으시면 얼마든지 말씀하시죠. 레드 용 부회장님께서도 이렇게 평생 원수로 지내는 걸 원하지 않으리라 믿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레드 용은 갑자기 큰 웃음소리를 터뜨렸는데, 마치 이 세상에서 가장 웃긴 소리를 들은 것만 같았다.외눈박이도 현장에 있던 NC 조직의 고수들도 모두 냉소를 연발했다.가까스로
풀썩-남미숙은 뒤로 연속 몇 걸음 물러선 다음 털썩 주저앉자 파르르 떨었다.다른 사람들도 공포와 비분이 극에 달한 모습을 보였다.“무슨 일이야? 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어떻게... 어떻게 다 죽은 거야...”“NC 조직에서 우리 측 고수들 모두 죽여 버렸어.”“미친놈들! 합의하려고 갔더니 감히 사람을 죽여?”“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이무 그들 역시 실력이 만만치 않은데, 어떻게 다 죽은 거야.”이씨 가문 사람들은 비분을 뒤로 한 채 짙은 두려움에 벌벌 떨기 시작했다.이번에 간 고수는 이씨 가문의 중견 무력으로 이무 등 암력 강자가 모두 들어있었다.그 외에 10여 명의 명력 고수들도 있었는데, 싹쓸이되듯이 모두 죽어 버렸다.지난번 이씨 가문의 고수들이 윤도훈에게 맞아 부상을 입은것과 달리 레드 용 등은 절대 사정을 봐주지 않았다.즉, 이씨 가문의 최고 고수가 거의 다 죽었다는 말이다.NC 조직은 처음부터 합의를 볼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았다.어쩌면 이씨 가문 전체를 없애버리려고 하는 속셈일 수도 있고.일시에 남미숙과 다른 가족들은 흘러가는 일분일초가 지옥과 같았다.“어떻게 된 거야? 이무,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거야?”남미숙은 바닥에 앉아 겨우 숨이 붙어있는 이무에게 목청껏 소리쳤다.이무는 부축을 받아 관에서 나와 힘겹게 두 눈을 뜨고 피까지 토해내고서야 겨우 경과를 뱉어냈다.자초지종을 듣고 난 사람들은 사색이 되어버렸다.“이제 다 끝났어! NC 조직에서 우리를 죽이려고 하고 있어.”“이씨 가문... 이제 다 끝났어...”“이천강, 이은정, 이게 다 너희 때문이야!”“어떡하지? 어떡해?”사람들은 공포에 떨었고 어떤 사람들은 관속의 수많은 머리통을 보고 점점 정신을 놓았다.마치 곧 큰 재앙이 닥칠 것 같다는 마음으로.남미숙은 온몸을 떨며 사색이 되어 공포와 당황스러움이 얼굴에 고스란히 떠올랐다.만약 NC 조직이 정말 이씨 가문을 봐주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은 일단 둘째 치고 이씨 가문의 권력자인 자신은 절대 피해
남미숙의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의아하면서 놀라워했다.NC 조직이 가져온 두려움을 몸소 느낀 그들인데, 남미숙은 갑자기 그 두려움 속으로이원을 끌어당기려고 한다.이원과 무슨 상관이 있는 일이라고.남미숙은 차갑게 흥얼거리며 표정이 어두워졌다.“그래. 이원!”말하면서 그녀의 두 눈에는 모진 냉기가 반짝였다.“이무가 한 말 못 들었어? NC 조직에서 최근에 도운시로 발전할 의향이 있다고 했잖아. 그럼, 한 번 생각해 봐. NC 조직에게 있어서 걸림돌이 누구인지. 당연히 도운시 본 지방 지하 세력이 아니겠어? 그 중심에는 원이랑 송영태 아들이 있고.”그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두 눈을 마주쳤는데, 순간 모든 걸 깨달은 듯했다.“할머니... 이원을 상대로 NC 조직과 손을 잡아 본지방 세력을 없애려는 겁니까? 그로써 NC 조직의 용서를 구하려는 생각이세요?”이은정은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그리고 이천강 역시 눈빛을 반짝이며 이 일의 타당성을 고려하고 있는 것 같았다.남미숙은 음산하고 매서운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바로 그 뜻이야. NC 조직을 도와 큰 돌을 치워주면 아마 그 일도 무마해 줄 거라 믿어. 그 외에 다른 방법이 없잖아.”“하지만 이원은 할머니 손자잖아요...”이은정은 침을 삼키고 남미숙의 눈빛을 마주하는 순간 온몸이 떨렸다.끔찍한 남미숙의 제안에 으스스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만 같았다.이은정의 말을 듣고 난 남미숙은 안색이 더욱 어두워지면서 겹겹이 콧방귀를 뀌었다.“손자? 걔가 무슨 손자라고 그러는 거야! 이미 우리 집안에서 쫓겨나갔으니 남남이랑 다름없어. 게다가 윤도훈 그 기생오라비랑 맞설 때도 우리가 아닌 그놈 편을 들었잖아. 우리 집안이 아니었다면 걔가 지금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었을 것 같아? 난 그런 손자 없어! 흥!”남미숙은 태도가 무정하고 더없이 냉담했다.그녀는 이원에 대해 응어리가 있으며 이천강이 이원을 상대로 공격을 더 하는 것도 응원하는 편이다.아무런 이유가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