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도훈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남자는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가장 비싼 거로 한다고요? 가장 뒷줄에 있고 가장 힘든 건데 설마 모르세요?”“당연히 알죠!”윤도훈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이 말을 듣고, 노점상은 허허 웃으며 마지막 줄의 물건을 가리켰다.“비싼 건 여기에 있어요. 얼마든지 던져도 좋고 그중 하나라도 따내면 본전은 되찾을 거예요. 어디 한 번 힘내 봐요.”그는 당연히 윤도훈이 ‘주제’ 넘기를 바라면서 마지막 줄을 던지기를 원했다.그렇다면 이 녀석은 틀림없이 걸려들 수 없을 것이고 같은 편이 이기게 될 것이다.이때 뚱뚱한 녀석이 또 율이를 향해 소리쳤다.“네 아빠 실력도 없으면서 허풍까지 치고 있어.”율이는 콧방귀를 뀌었다.“기다려 봐, 우리 아빠가 최고야!”율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아버지에 대한 맹목적인 신뢰와 숭배를 가지고 있다.이때 윤도훈은 마지막 줄을 보고 자신만만한 웃음을 지었다.마지막 줄의 물건은 값어치가 꽤 있고 큰 인형과 옥석 장식품이 있다.비록 무슨 극품 옥석은 아니지만 크기가 있기에 몇십 만원은 할 것이다.그 외에도 구리 조롱박, 전기 항공모함, 원격 조종 비행기 등이 뒤에 있다.“허허, 잘 봐!”윤도훈이 손에 동그라미를 쥐고 조준도 하지 않은 듯 내팽개쳤다.그의 수법을 보고서 노점상과 남자, 그리고 주위에서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어이가 없고 하찮은 기색을 드러냈다.‘조준도 안 하고 던져? 허세 덩어리잖아!’‘걸려드는 게 이상해!’하지만 율이와 이진희는 기대한 표정으로 공중에서 회전하는 동그라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찰칵-모든 사람들이 아연실색한 가운데 동그라미는 공교롭게도 큰 곰 인형의 귀에 걸렸다.노점상은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한동안 얼굴이 부자연스러웠다.남자 역시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멍해졌다.“아싸! 아빠 짱!’“아빠, 저 저 큰 인형 갖고 싶어요. 저녁에 안고 잘 거예요.”이때 율이는 환호성을 지르며 손바닥을 치며 좋아서 방방 뛰었다.“사장님, 우리 딸이 말
“이게...”놀라움에 노점상은 어안이 벙벙해졌다.바람을 잡던 남자 역시 귀신이라도 본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주위 사람들은 놀라운 광경에 자기도 모르게 함성을 자아내기도 했다.“대박! 또 걸렸어!”“형님, 저도 하나만 해주면 안 돼요?”“고수였어!”본전도 찾지 못한 노점상은 마지못해 곰 인형을 윤도훈에게 건네주었다.윤도훈은 그대로 받고서 바로 이진희에게 주었다.“자.”마다하지 않고 이진희는 활짝 웃으며 건네받았다.마지막 동그라미를 쥐고서 윤도훈은 눈을 가늘게 뜨고 남자를 한 번 보았다.“저기요, 이 게임에서 지고 나면 지금 당신 아들이 쥐고 있는 트랜스포머도 줘야 한다는 거 잊지 마세요.” 남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자기가 질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는지 표정이 한껏 일그러졌다.그의 아들은 그 말을 듣고서 덩달아 표정이 어두워지면서 트랜스포머를 더욱 꼭 안았다.“아빠, 꼭 이기셔야 해요! 이건 제 것이란 말이에요.”어이가 없다는 듯 윤도훈은 허허 웃더니 바로 들고 잇던 동그라미를 내던졌다.달그락-순간 절망으로 달리고 있던 노점상은 마침내 절망해 버리고 말았다.동그라미는 아주 안정적으로 값비깐 골동품에 정확히 걸리고 만다.“와! 대박!”“저게 어떻게 가능하지?”“이건 꿈일 거야!”주위 사람들은 또다시 감탄을 금치 못하며 경배하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마음대로 던진 것이 아니라 본래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다면서.“거봐요! 우리 아빠 대단하다고 했잖아요!”신이 난 율이는 방방 뛰며 말했다.“이제 그쪽 차례예요.”윤도훈은 남자를 향해 말했다.이마에 땀이 흥건해진 남자는 더없이 진지한 얼굴로 동그라미를 내던졌으나 과도한 압력으로 단 한 개도 맞추지 못했다.시작도 하기 전에 이미 승부가 갈라진 경기에서 남자는 생각한 대로 비참하게 졌다.“흥! 봤지? 우리 아빠가 훨씬 더 대단하거든!”이때 율이가 기세 당당한 모습으로 뚱뚱한 남자아이에게 말했다.얼굴이 화끈 달아오른 남자아이는 실망이 가득한 눈빛으로 자기 아빠를
주위 사람들의 수군거리는 소리에 남자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윤도훈을 바라보는 두 눈에도 원망과 달갑지 않음이 가득했다.“율이야, 저 트랜스포머는 율이꺼야.”이때 이진희가 콧방귀를 뀌며 율이에게 말했다.속이 좁은 사람은 아니지만 이진희는 오늘 있었던 이 일에 대해 제대로 열이 타올랐다.상대가 먼저 율이에게 도발을 했고 어린아이가 심지어 윤도훈에게 침까지 뱉었으니 말이다.무엇보다도 이 모든 걸 직접 보고서도 자식 교육을 하지 않았을뿐더러 불난 집에 부채질한 남자의 태도 때문이다.심지어 내기에서 지고 나서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아이를 내세우며 약속한 트랜스포머를 주지 않으려 했다.사회가 어찌 지금 이 모습으로 변했는지, 아이를 내세우며 자신의 욕심을 채우려는 어른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어른이라 아이랑 어찌하지 못하리라는 것을 맹목적으로 믿으면서.하여 이진희가 생각해 낸 방법은 아이인 율이를 내세워 남자의 아들과 맞서게 하는 것이었다.하물며 율이는 상대 남자아이보다 어리기까지 하다.이진희의 말을 듣고서 율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곰 인형을 이진희에게 건네주었다.“진희 엄마, 이거 좀 부탁할게요.”그러고는 바로 기세등등한 모습으로 남자아이를 향해 달려갔다.“게임에서 졌으면 약속했던 물건 줘야 하는 거야!”“트랜스포머 이리 내! 좋은 말로 할 때 주는 게 좋을 거야! 나 보통 여자애들이랑 달라!”율이는 다가가자마자 씩씩거리며 주먹을 꼭 움켜쥐었다. 제법 그럴듯한 모습으로.“싫어! 꺼져! 너야말로 때리기 전에 꺼져!”남자아이는 자기보다 키가 작은 율이를 보고서 기고만장하게 욕을 퍼부었다.그 모습에 율이는 콧방귀를 뀌더니 바로 손을 내밀어 살짝 툭 밀쳤다.들인 힘에 비해 너무 비참하게 넘어진 남자아이.율이는 바로 다가가 트랜스포머를 빼앗아 왔다.“보잘것없는 플라스틱이잖아! 그냥 준다고 해도 싫어!”입을 삐죽거리며 율이는 바로 또래로 보이는 남자아이에게 주었다.“자, 선물이야.”선물을 받은 남자아이와 그의 부모님은 순간 기뻐
노점상은 안색이 변하더니 바로 단호하게 말했다.“죄송합니다만 그 쪽한테 더 이상 팔고 싶지 않습니다.”순간 야유하는 소리가 주위를 가득 채웠다.율이와 이진희는 곧장 뭐라고 하고 싶었지만, 윤도훈이 막아 버렸다.노점상을 지그시 바라보더니 윤도훈은 옆에 있는 청년을 보았다.아직 동그라미를 손에 쥐고 있는 청년을 보고서 입을 여는데.“제가 대신해줄까요? 걸려드는 대로 선물로 드릴게요.”조금 전 그들의 내기를 구경하느라 미처 게임을 하지 못한 청년.갑작스러운 윤도훈의 제안은 청년은 이게 웬 떡인가 하며 바로 들고 있던 동그라미를윤도훈에게 건네주었다.“물론이죠! 마음대로 던지세요. 걸려들지 않아도 괜찮아요.”이야기 흐름이 달라지기가 노점상은 순간 또다시 안색이 달라졌다.“안 돼요! 안 됩니다!”“왜 안 된다는 거죠? 내가 내 돈으로 게임을 하겠다는데 뭐가 문제죠?”“그러게 말이에요! 이렇게 장사해도 되는 겁니까?”청년이 노기 등등하게 말하자, 그의 옆에 있던 여자도 덧붙였다.앞서 윤도훈이 보여줬던 기막힌 실력을 직접 보고 느낀 두 사람이다.윤도훈이 직접 나서서 선물을 따주겠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주위 사람들은 또다시 비난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그러게 말이에요! 왜 안 된다는 거죠?”“친구들끼리 나눠서 할 수도 있잖아요.”“돈만 받고 상품은 단 하나도 주기 싫다 그런 마인드인가요?”“어머, 그러다가 부자 되겠어요.”“저기 있는 상품 다 따버릴까요?”모든 이들의 화를 자아낸 것을 느낀 노점상은 순간 땀이 흥건해져 더 이상 뭐라고 할 수 없었다.윤도훈이 나서서 던지기 시작했는데, 이번에 옥으로 된 장식품까지 따내고 말았다.“하하하! 저거 엄청 비싸!”청년은 좋아서 어찌할 바를 몰라 했고 여자 친구로 보이는 여자 역시 기뻐해 마지 못했다.“이리 주시죠!”한껏 상기된 얼굴로 노점상은 또다시 창고로 들어가 주먹만 하고 돌로 된 장식품을 청년에게 건네주었다.탁-젊어서 그런지 몸에 화가 많아 보이는 청년은 바로 땅으로 던져
주위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밀어 넣은 동그라미를 윤도훈은 일일이 내던지기 시작했다.거의 백발백중이라고 보면 된다.사람들은 그가 던진 것이 자기의 동그라미가 맞든 아니든 물건을 빼앗느라 정신이 없었다.“내 것이야!”“하하하. 이것도 내 것이야!”“여기도 걸려 있는데, 그냥 가져가자!”아수라장이 되어버린 광경에 노점상은 목청이 터지라 소리를 질렀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었다.심지어 무서운 인파가 밀려온 바람에 넘어지기까지 했다.“그만 가자.”윤도훈은 이진희와 율이가 사들인 물건을 도로 쥐고서 두 사람을 데리고 그 속에서 빠져나왔다.“아빠 최고!”율이는 곰 인형을 안고 반달눈이 되어 버렸다.실은 처음부터 노점상과 바람잡이 남자 사이의 약속을 꿰뚫고 있었다.본때만 살짝 보여주려고 했을 뿐 그리 심각하게 할 생각도 없었다.바람잡이를 찾아 이처럼 포악무도한 행위로 소비를 자극하는 건 사람이기를 포기한 것과 같다고 생각했었다.윤도훈은 자기 돈으로 사들인 동그라미 세 개만 던지고 그만두려고 했었다. 비싼 상품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고. 하지만 예상한 바와 달리 노점상이 그토록 후안무치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그만한 사이즈의 상품을 따냈으면 그걸 그대로 줘야 하는데 말도 안 되는 비유가지 하면서 어떻게든 상품을 바꿔치기하려고 했으니.고객을 바보로 여기면서 말이다.물건을 차로 옮기고서 윤도훈은 율이와 이진희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계속 돌기로 했다.무척이나 쉬고 싶었으나 두 사람은 여전히 흥이 넘쳤으니, 별수가 없었다.그렇게 30분 동안 걷다 보니 야간 시장의 동쪽 끝에 이르게 되었다.이때 윤도훈은 수공품을 팔고 있는 한 여인에게 시선이 쏠리게 되었다.람루하기 그지없는 옷차람에 배가 볼록 튀어나온 것이 임신한 몸으로 보였다.여인의 옆에는 어린 여자아이 두 명도 함께 있었는데 한 명은 율이와 또래로 보였고 다른 한 명은 기껏해야 2, 3살로 보였다.그녀들을 보자마자 윤도훈은 바로 눈살이 찌푸려졌고 그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빠, 저거 사
윤도훈 옆에 있던 이진희도 그 말을 듣고서 의아하기 그지없었다.‘남정은이 실종되었다고?’이진희는 남정은을 알고 있다.원래 윤도훈이 운영하고 있던 공장 문 앞에서 그를 본 적이 있는데 그 사람이 윤도훈의 ‘친구’였다는 것을 알았다.윤도훈과 결혼식을 올리던 그날 눈에 가시처럼 보였던 사진들을 ‘선물’한 사람도 바로 남정은이다.잊으려고 해도 절대 잊힐 리가 없는 그런 사람이다. 이진희에게 있어서.“정은이가 실종되었다고요? 어떻게 된 거예요?”무거운 소리로 윤도훈이 물었다.여수정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그날 저녁 돈 받으러 간다고 하고 나갔어요. 누구 대신 일을 하고 있었는데 잔금 받고 온다면서 그랬어요. 하지만 그렇게 나간 뒤로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를 않았어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아니면 처자식 다 버리고 다른 여자랑 살림을 차렸는지... 저 혼자서 두 딸 데리고 임신한 몸으로 겨우 입에 풀칠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흑흑흑.”기댈 곳 하나 없어진 여수정은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삶에 대해 더 이상의 기대도 없는 모습으로 보였다.흔적 하나 없이 사라진 남정은, 힘든 몸으로 아이들까지 챙기고 있으니 그 고단함이 감히 상상이 되었다.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는지 윤도훈은 한참을 서 있다가 숨을 깊이 들이마셨다.“형수님, 그만 우세요. 괜찮으시면 계좌 번호 알려주세요. 제가 돈을 좀 보내드릴게요. 아이들 데리고 지금보다 조금이라도 편하게 지내셨으면 좋겠네요. 이건 제 전화번호에요. 앞으로 힘든 일 있으시면 언제든지 전화하시고요.”“네?”“그... 그럴 필요 없어요. 고마워요.”여수정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윤도훈의 말을 듣고서 의아함도 얼굴에 가득했다.그가 자기를 도와주리라 꿈에도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한바탕 인사치레를 하고 나서 여수정은 끝끝내 자기 계좌 번호를 윤도훈에게 알려주었다.힘든 상황인 만큼 아이를 위해서라도 뻔뻔하게 그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여수정에게 2천만 원을 보내고 나서 윤도훈은 이진희와 율이를
“나랑 연관되어 있다고?”윤도훈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다.조수석으로 온 이진희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고개를 돌려 윤도훈을 바라보며 또박또박 말했다.“그거 알아요? 우리 결혼식 올리던 그날에 남정은 씨가 찾아와서 나한테 사진을 선물해 주었어요. 한 장도 아니고 여러 장이나.”그 말을 듣고서 윤도훈은 멈칫거렸다.“뭐? 무슨 사진인데?”이진희는 내심 한바탕 갈등하더니 끝내는 사실대로 말하기로 했다.워낙 도도한 성격이라 윤도훈이 묻지 않는 한 절대 먼저 나서서 그 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려고 했다.하지만 내심 그 의문에 대한 답을 무척이나 얻고 싶긴 했다.마침, 얘기가 나오고 남정은이 ‘실종’되었다는 사실까지 알게 된 이상 더 이상 질질 끌고 있을 수 없었다.윤도훈을 흘겨보더니 차가운 미소와 더불어 천천히 운을 떼기 시작하는데.“무슨 사진이냐고요? 도훈 씨가 쓰레기라는 걸 증명하는 사진이라고 하죠. 여러 여자분이랑 찍힌 아주 다정한 사진들이었어요.”“뭐?”윤도훈은 멍하기만 했으나 이진희의 두 눈을 보고서 그제야 모든 의문이 풀렸다.‘그런 거였구나!’‘어쩐지 그날 이상하다 했어. 갑자기 사람이 차가워지고 말이야.’‘남정은이 한 짓이었어?’“어쩌면 남정은 씨도 지시를 받고 그런 거 같아요. 우리 사이 갈라놓으려고. 그래서 이쯤에서 하는 말인데 어쩌면 실종된 것이 아니라...”이진희의 말을 들으면서 윤도훈은 고개를 끄덕였다.“내 생각에 맞다면 아마 허승재 밑에 있는 윤병우가 그랬을 거야.”가타부타하게 웃으며 이진희는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윤도훈만 물끄러미 바라보았다.지금 그녀의 관심사는 누가 지시했는지가 아니다.대놓고 말한 이상 윤도훈이 어떠한 반응을 보일지가 가장 궁금했다.“뭐라고 좀 해명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쓰레기가 아니라고.”이진희는 이를 악물고 물었다.그 말에 윤도훈은 심장이 살짝 덜컹거렸으나 스스로 비웃으며 대답했다.“좋은 남자라고 한 적도 없어.”그 말에 이진희는 두 눈에 초점을 잃어버렸다. 아주 순
기대에 찬 눈빛으로 묻고 있는 허승재를 바라보며 이희철은 허허 웃으며 입을 열었다.“애야, 조급해하지 말거라. 오늘 저녁에 수련 기초를 닦아주려고 한다. 다만 우리 천결대법을 수련하려면 대가를 치러야 하는데, 너한테 그 대가가 새 발의 피라고 생각한다!”“그 대가가 무엇인데요?”이희철에 말에 허승재는 의문이 가득 들었다.이희철은 헤헤 웃으며 허승재의 두 다리 사이로 시선을 옮겼다.그 모습에 허승재는 자기도 모르게 두 다리를 오므렸고 그의 시선에 순간 화가 치밀었다.‘이상한 취미 같은 거 있는 건 아니겠지?’‘설마 날 제자로 들인 것도 자기 욕망을 채우려고 그러려는 건 아니겠지?’“그 대가는 바로 남자이기를 포기하는 것이다!”이희철은 제법 엄숙하고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펑-이윽고 그는 날카로운 작은 칼을 옆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포기하거라!”허승재는 화들짝 놀라며 어안이 벙벙해졌다.“그 말씀은...”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말에 그는 또다시 자기도 모르게 두 다리 사이를 꼭 움켜쥐었다.“의심할 것 없다! 네가 생각하고 있는 그것이 맞아! 신공을 다스리려면 일단 남자이기를 포기해야 한다. 그리고 이미 눈치를 챘는데 넌 진정한 남자가 아니었어. 어릴 적부터 그쪽의 기능을 상실했지? 이미 제 역할을 잃은 이상 눈 딱 감고 없애기만 하면 그만이야. 너한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봐.”이희철을 한 박자 쉬고 다시 진지한 모습으로 덧붙였다.“부족한 그 모습에 내가 널 제자로 받아들이려고 한 거야. 요즘 같은 세월에 너 같은 ‘인재’는 거의 없거든. 넌 천결대법을 수련하려고 태어난 최상의 인물이야. 설마 절세고수가 되기 싫은 건 아니지?”이희철의 말을 듣고서도 허승재는 한동안 표정이 변화무쌍했다. 내적 갈등과 망설임으로.남자 구실은 못 한다고 거의 판정을 받긴 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일말의 희망을 안고 지금껏 살아왔다.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남자이기를 포기해야 한다니...허승재는 순간 눈물이 앞을 막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