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윤도훈 ‘일가족’은 제황원으로 돌아왔다.그 일 뒤로 이진희와 율이 사이가 급격히 가까웠고 그사이에 윤도훈이 수도권을 다녀온 바람에 이진희는 한동안 이곳에서 지내왔다.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이진희는 별다른 얘기 없이 바로 자기 방으로 들어갔다.윤도훈에 대한 화가 아직 풀리지 않은 것이다.바로 이때 율이가 겁에 잔뜩 질린 모습으로 이진희를 불렀다.“진희 엄마...”그 소리에 걸음을 멈추더니 이진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서 몸을 돌렸다.“율이야, 왜 불렀어? 엄마 오늘 좀 피곤해서 그러는 데 우리 일찍 자면 안 될까?”뾰로통해진 모습으로 율이는 고개를 끄덕이다가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아빠, 혹시 언젠가 진희 엄마와도 이혼하는 거예요?”율이의 커다란 두 눈에는 불안함이 가득 그려져 있었다.그 모습을 보고서 윤도훈은 심장이 덜컹 내려앉았고 이진희 역시 안색이 달라졌다.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더니 아무도 말을 하지 않았다.“괜찮아요. 어차피 저 이미 습관 됐어요.”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두 어른을 맞서며 안쓰럽게도 자신을 다독이고 있었다.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는 율이를 보고서 순간 가슴이 미어져 왔는데.“그럴 리 없어.”“그럴 리 없어.”이진희와 윤도훈은 거의 동시에 아주 확신에 찬 말투로 말했다.이진희는 아랫입술을 살포시 물고서 복잡한 눈빛으로 윤도훈을 바라보았다.잠시 생각하더니 그녀는 진지한 모습으로 율이에게 말했다.“율이야, 진희 엄마는 절대 율이 아빠랑 이혼하지 않아. 약속할게! 하지만 율이 아빠가 다른 분이랑 결혼하게 되면 그때는 진희 엄마도 할 수 없어.”율이의 모습에 이진희는 가슴이 갈기갈기 찢기는 것만 같았다.그날 밤, 위험에 닥쳤을 때 자기 앞으로 막으면서 진살부를 찢어버리던 율이의 모습이 떠올랐다.만약 윤도훈이 아니었다면 어쩌면 아무리 반항해도 아무런 소용도 보지 못한 채 허승재에게 시집을 갔어야 했을지도 모른다면서.윤도훈이 아무리 쓰레기 같은 남자라도 적어도 허승재의 손에서 벗어나게 해주었으니 이 정도는
생각만으로도 몸서리를 쳤던 율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동생을 원한다고 했으니 놀라만도 하다.이진희를 마음속으로 받아들여서 이러한 말을 내뱉을 수 있는 율이라는 걸 윤도훈은 알고 있다.속으로 쓴웃음이 일렁였는데 순간 좋은 일인지 나쁜 일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한바탕 헤프닝을 뒤로하고 윤도훈은 율이를 재우고 나서 이진희의 방문을 두드렸다.“누구세요?”이진희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이 집안에 우리 말고 또 누가 있어?”윤도훈은 쓴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무슨 일이에요? 잠들려고 그랬는데...”방 안에서 이진희는 여전히 차가운 목소리로 그를 마다하려고 하는 것만 같았다.윤도훈은 문 앞에서 한참을 망설이더니 진지한 모습으로 말했다.“고마워. 율이 위해서 이렇게 억지로 나랑 살아줘서.”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벌컥 열렸고 이진희와 두 눈이 마주쳤다.그를 지그시 바라보면서 이진희는 이를 악물었다.“맞아요. 난 율이를 위해서 지금 도훈 씨랑 이러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굳이 이렇게 찾아와서 고맙다고 할 필요 없어요.”윤도훈의 입가에 쓴웃음이 새어 나왔다.“3년, 많아 봤자 3년이야. 그때까지만 힘들어도 버텨줘.”그 말을 듣고서 이진희는 눈빛이 매섭게 변하면서 의문 그리고 노여움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그게 무슨 뜻이죠?”“3년이라니 뭐가 그렇게 딱 정해져 있는 거죠? 똑바로 얘기해 봐요.”윤도훈은 웃으며 일부러 건방진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별거 아니야. 3년 뒤면 율이는 7살이고 학교 다닐 때도 되었잖아. 그때가 되면 어느 정도 철도 들었을 것이고 우리가 이혼을 한다고 해도 받아들일 수 있을 거야. 안 그래?”탁-이진희는 바로 윤도훈의 얼굴을 세게 때렸다.“미친놈!”이를 악물고서 윤도훈을 죽일 듯이 째려보고 있는데 두 눈에는 짙은 원망과 분노가 베어 있었다.윤도훈은 얼얼해진 얼굴을 만지면서 속으로는 시원한 느낌이 들었다.같은 날 저녁, 욕실 안에서.지금 욕조에는 하얀 액체가 가득 채워져 있고 은은한 영기가 풍겨져
똑같은 결단 경지를 돌파한다고 하더라도 윤도훈처럼 완벽한 초급과 보통 초급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보통 수련자는 바깥에서 중심으로 결단되기에 겉 부분만 고체가 되어도 결단 경지에 이르렀음을 의미한다.그 뒤로 계속 수련을 해야만 중심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고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하지만 윤도훈은 완벽한 돌파이므로 일단 결단 경지에 들어서는 순간 단전 전체가 단단하게 굳어있는 것이다.단전의 형태로 봐서는 윤도훈을 능가할 사람이 없고 결단 경지 후기 최고 실력이라고 보면 된다.진정한 전투 실력은 고급 결단 강자와 맞먹을 수 있다.일단 돌파에 성공하면 앞으로 초급 중기 상고 윤씨 가문 가주를 만나게 되더라도 아주 손쉽게 이길 수 있다는 것이다.다음날, 도운시 어느 한 동네의 한식 가옥에서.이곳은 혈나회 임시 본거지이다.윤도훈은 이찬혁을 데리고 이곳으로 왔고 노차빈, 수찬, 바이러스를 비롯한 혈나회 정예 멤버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였다.“형님!”노차빈은 윤도훈을 보자마자 수찬과 함께 윤도훈에게 인사했다.그 모습을 보고서 혈나회의 다른 멤버들도 잇따라 윤도훈에게 공손하게 인사했다.혈나의 멤버 수는 20명 남짓한데, 그중의 절반은 전에 노차빈과 함께 해외에서 고용병으로 일했던 친구들이고 나머지 멤버들은 새로 들인 ‘아마추어’들이다.한바탕 인사를 나누고서 윤도훈은 노차빈을 비롯한 몇몇을 따로 방으로 불렀다.“이분은 이찬혁이라고 한다. 앞으로 이 사람 말에 따라 움직이면 된다.”“내 사람인 만큼 이찬혁의 뜻이 곧 나의 뜻인 셈이다. 알겠나?”윤도훈은 이찬혁을 가리키며 그들에게 소개해 주었다.물론 마찬가지로 이찬혁에게도 그들을 소개해 주었다.“이 사람을 따르라고요? 능력은 있어요?”노차빈은 입을 삐죽거리며 달갑지 않아 했다.이때 윤도훈은 눈빛이 차갑게 변했는데.“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다. 이로써 설명이 되겠지?”노차빈과 수찬 등 몇몇은 두 눈이 크게 흔들리더니 바로 순순히 입을 다물었다.윤도훈과 전에 두어 번 겨루어 본 적이 있고 그중
심지어 역천 종사에게 쫓겨나기까지 했다.그러던 이찬혁이 윤도훈의 도움을 받고서 불과 한 달 만에 종사 급 실력에 이르게 된 것이다.이찬혁은 지금껏 살아오면서 가장 잘한 현명한 선택이 바로 윤도훈과 함께 하기로 결심한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고 한다.쓰읍-이찬혁의 말을 듣고서 노차빈 등은 자기도 모르게 숨을 들이마시면서 몰래 혀를 내둘렀다.윤도훈을 바라보는 눈빛에는 경외 그리고 의문도 있었다.‘형님 부하가 종사 강자라면, 형님은 과연 어떤 레벨일까?’“형님, 앞으로 찬혁 형님 말씀에 따르겠습니다!”노차빈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더니 바로 상황 파악을 하고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수천과 바이러스를 비롯한 에이스 멤버들도 이찬혁을 받아들였다.“그리고 혈나회도 인제 방향을 바꾸는 게 좋을 것 같아. 킬러니 뭐니 그런 거 하지 마. 여기서는 그런 게 안 먹혀.”그들을 부하로 받아들인 이상 윤도훈은 자기 사람이 암살과 같은 일을 하게 가만히 둘 수 없다.어찌 됐든 자기한테는 명예로운 총장이라는 신분까지 있기 때문이다.어느 날 갑자기 노차빈 그들이 실수라도 하게 된다면 그 불꽃이 자기한테도 튈 것으로 생각이 들었다.“하지만 그것 외에는 할 줄 아는 게 없습니다.”수찬은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다른 이들도 눈살이 찌푸려지는 순간이었다.킬러를 그만두라고 하는 건 굶어 죽으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들에게는.“내 말은 보안종합시스템회사를 차리자는 거야. 그러면 여기서도 합법적으로 너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수 있어.”윤도훈은 자기 생각을 일일이 말하기 시작했다.이윽고 보안회사에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까지 의논하고서 윤도훈은 ‘통맥단’과 같은 수련 보조 단약을 남겨놓고서 떠났다.보안 회사를 설립하는 것도 윤도훈은 자기 명의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찬혁을 법인으로 내세우려고 했다.물론 인재람용으로 닥치는대로 모조리 하는 것이 아니라 적어도 억대는 되는 일만 맡아서 할 것이다....한편, 도운시 외곽.새로 세운 공장 문 앞에 ‘션샤인 제약회
“당연하지! 돈줄이나 다름없는 제조 방법인데 어떻게든 손에 넣어야지!”“두고 봐. 우리 회사 앞으로 돈 셀 일만 남았을 거야. 그린 제약회사를 이진희가 다시 빼앗아 가서 뭐 해 우리도 똑같이 돈 벌 건데!”이천강이 흥분한 얼굴로 말했다.탕탕탕-바로 이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누구세요?”나지막한 목소리로 이천강이 물었다.“대표님, SJ 의약 상인 협회에서 손님이 오셨는데, 대표님을 좀 뵙쓰면 합니다.”문밖에서 아양을 떠는소리가 울렸는데 이천강이 새로 들인 작은 비서이다.“뭐? SJ 의약 상인 협회에서 왔다고? 어서 안으로 모셔!”SJ 의약 상인 협회라는 말을 듣게 되는 순간 이천강은 바로 고개를 숙였다.5분 후, 여진묵이 거들먹거리며 이천강의 사무실로 들어갔다.이천강은 비서가 아니라 이은정에게 직접 차를 내오라고 시키기까지 했다.“팀장님께서 이 누추한 곳에는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이렇게 찾아와 주신다니 가문의 영광입니다.”이천강은 굽신거리며 말했다.SJ 의약 상인 협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천강이다.그린 제약회사의 신청서도 바로 이천강이 위로 제출한 것이다.여진묵이 직접 방문한 것을 보고 이천강은 격동한 한편 의문이 들기도 했다.‘우리 회사는 아직 생산에 들어서지도 않았는데, 무슨 일로 온 거지?’“이 대표님, 단도직입적으로 말할게요. 듣자 하니 이진희 그리고 윤도훈과 원수 사이라면서요? 그렇죠?”여진묵은 과연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그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눈빛이 마주쳤는데, 두 사람 모두 당황한 눈치였다.“누구한테서 들으셨는지 물어봐도 될까요? 진희는 제 조카딸인데, 원수라니 말도 안되는 소리예요.”있을 수 없다는 일이란 듯 이천강이 웃으며 되물었다.여진묵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세를 높이는데.“지금 저랑 연기하시는 겁니까? 이미 다 알고 온 거니 그럴 필요 없어요. 그린 제약회사를 전에는 대표님이 관리하셨잖아요. 그걸 이진희와 윤도훈이 빼앗아 갔고 다른 모순으로 이진희는 심지어 이씨
“당연히 그래야죠!”“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으신지?”이천강이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차가운 콧방귀를 뀌며 여진묵이 큰 소리로 되묻는데.“좋은 방법 없습니까?”그 말을 듣고서 이천강과 이은정은 살짝 당황하면서 괴상한 표정으로 상대방을 바라보았다.‘우리한테 좋은 방법이 없냐고 묻는 건 뭐지? 아무런 대책도 없이 찾아온 거야?’‘설마 우리한테 도움 받으려고 왔는데 저 따위 태도로 말하고 있는 거야?’‘젠장! 좋은 방법이 있으면 이미 했겠지, 네가 올 때까지 기다렸을 것 같아?’그러나 상대방이 SJ 의약 상인 협회 사람이라는 점을 감안하여 감히 직설적으로 반박하지는 못했다.가만히 생각해 보더니 이천강은 문득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그래! 저놈은 SJ 의약 상인 협회 사람이고 난 이제 회사를 설립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잖아. 저들의 힘을 빌려 우리 회사 알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이천강은 목소리를 가다듬고 아주 그럴듯하게 운을 떼기 시작했다.“좋은 방법이 있긴 합니다. 우리도 조만간 행동으로 옮길 생각이었고요. 다만 우리의 힘만으로는 효과가 그리 좋을 것 같지 않아 망설이고 있었던 겁니다. 만약 회장님과 SJ 의약 상인 협회에서 우리를 도와주신다면 그 효과가 대단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그래요? 그럼, 어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여진묵이 말했다.이천강은 간사하게 웃으며 말하는데.“실은 그린 제약회사 가장 잘나가는 네 가지 약의 제조 방법을 알고 있습니다. 우리회사에서 모조 제품을 생산하여 판매할 생각이고요. 그럼, 시장 수요에서 그린 제약회사에 만만치 않은 충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아직 설립 초기 단계가 힘이 없습니다. 만약 SJ 의약 상인 협회에 가입하여 그 힘을 좀 빌려 본다면...”이천강은 자기도 모르게 손을 비비며 기대하는 표정으로 여진묵을 바라보았다.이은정 역시 그 말을 듣고서 탄복하는 눈빛으로 이천강을 보았다.‘역시 우리 아빠 대단해!’과연 여진묵은 그 말을 듣고서 두 눈이 반
여진묵은 다소 지체할 수 없어 재빨리 이진희와 윤도훈에게 복수하려고 했다.인맥으로도 통하지 않자, 어두운 세력을 동원하기로 한 것이다.그러나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이천강과 이은정은 신중하면서 난감한 모습을 드러냈다.“그쪽 사람들을 찾아온다고 해도 안 될 거예요.”이천강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왜죠? 본 지방 사람들이고 게다가 돈도 많고 힘도 좀 있을 거 아니에요. 조폭 같은거 찾을 수 없단 말이에요?”여진묵이 눈살을 찌푸리며 한심하다는 듯이 물었다.이천강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데.“외지에서 온 분이시라 잘 모를 수도 있는데, 도운시에서는 그 누구도 감히 윤도훈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어요.”이은정도 고개를 끄덕이며 덧붙였다.“맞아요. 도운시에 양대 산맥과 같은 지하 세력이 있었어요. 그중 하나의 보스가 바로 윤도훈의 처남인 이원이고요. 이진희의 동생이기도 하고요. 다른 세력은 송씨 가문의 도련님인데, 윤도훈과 친분이 있는 사이에요. 그들마저 어찌할 수 없는데 다른 아무개들은 더더욱 엄두도 내지 못하고요.”“제길!”여진묵은 이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거친 말을 하면서 달갑지 않은 얼굴로 말했다.“도운시에서 그렇게 대단한 인물이었어요? 윤도훈과 이진희가?”“네! 특히 윤도훈은 눈에 뵈는 게 없는 놈이에요!”이은정이 말했다.여진묵의 안색은 한동안 흐리멍덩했다. 머릿속으로는 자기한테 꺼지라고 당당하게 말했던 윤도훈의 모습이 떠오르면서.‘그런 거였어! 그래서 그렇게 날뛰던 거야?’‘상업수단으로 협회 힘으로 천천히 그린 제약회사를 무너뜨릴 수밖에 없다는 거야?’‘지금 당장 화가 터질 것만 같은데도 참아야 한다고?’펑-그러나 바로 이때 한 줄기 그림자가 창문으로 뛰어들었다.세 사람은 화들짝 놀라며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창문은 열려 있지만 여긴 무려 5층이다!정신을 차리고 그림자의 정체를 확인하려고 하는데 우람진 몸매에 흉악한 얼굴이 보였다.한쪽 눈에 안대를 쓴 것이 외눈박이로 보였지만, 왠지 모르게 더더욱 흉악해 보이는
그 물건 위에는 각종 선로가 있고 시간을 표시하는 소형 스크린이 있었다.“이... 이건?”여진묵은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젠장, 시한폭탄도 몰라?”어이가 없다는 듯이 산호가 언성을 높였다.그 말을 듣고 세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눈꺼풀이 미친 듯이 뛰면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시한폭탄이요? 아... 아저씨,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말문이 막힌 채 이은정은 놀라서 새파랗게 질리고 말았다.“무슨 말씀이라니 모르겠어? 모레 이 폭탄을 그린 제약회사 준공식이 열리는 그곳으로 가지고 가라고. 선물로 말이야.”산호는 폭발하는 손짓을 하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미쳐 날뛰는 기색으로.이윽고 험상궂은 얼굴로 덧붙이는데.“폭발하면 그 공장에서 생산에 투입할 수 있겠어? 이진희, 윤도훈까지 폭발시켜 버리면 더 좋고.”산호의 말에 세 사람은 눈이 마주치더니 놀라움에서 서서히 흥분한 기색으로 바뀌기시작했다.그들은 조금 전까지 그 누구도 윤도훈을 상대할 수 없다는 절망적인 분위기 속에 잠겨 있었었다.그런 순간 한 줄기의 빛처럼 그가 강림한 것이다.이것은 단순히 소란을 피우러 간 것이 아니라, 직접 그린 제약회사 공장을 폭파하라는 것이다.‘너무 짜릿해! 하하...’그렇게 되면 공장은 생산에 투입될 수도 없고 어쩌면 그린 제약회사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다.“대박! 산호 형님! 대단하십니다! 역시 NC 조직은 일 처리가 아주 화끈하네요! 부탁드릴게요!”이천강이 흥분해 마지 못하며 말했다.이은정과 여진묵 역시 산호에게 아첨을 떠느라 정신이 없었다.그러나 산호는 콧방귀를 뀌며 욕설을 퍼부었다.“X신들! 나 말고 너희들이 직접 가지고 가라고!”우리 NC 조직은 최근 도운시 쪽으로 세력을 확장할 의향이 있기 때문에 조심해서 움직여야 하거든. 내가 직접 할 수 없단 소리야. 그러다가 내 정체가 탄로 나기라도 한다면 어떻게 할 거야?”“그리고 절대 테러가 아니라 안전사고로 일어난 것으로 잘 계획해야 한다고 알았어?”말이 떨어지자, 여진묵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