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표 어르신이라고 불리는 남자가 사람들을 이끌고 들어온 후 마당 안 분위기는 삽시간에 바뀌었다. 모두들 저도 모르게 윤도훈에게 시선을 돌렸다.그때 조용히 현장을 떠나려 했던 유현과 주선미가 발걸음을 멈추었다. 집주인 또한 마찬가지였다.그 이유는 수광의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수광에게 도움을 줄 사람이 온 것인가?수광이 그 사람을 부르는 호칭으로 보아 분명 그보다 훨씬 더 강한 사람일 것이다.“은표 어르신, 마침 잘 오셨어요. 저놈이 이렇게 많은 우리 형제들을 잔인하게 때려눕혔어요. 제발 저를 대신해 우리 형제들의 복수를 해주세요!”말을 마친 수광이 윤도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잔뜩 겁에 질렸던 표정에 어느새 의기양양함이 가득 담겨있었다.“이 자식아, 싸움 좀 한다고 거들먹거리지 마. 넌 우리 은표 어르신 앞에선 새 발의 피도 못 되는 놈이거든! 은표 어르신이야말로 진정한 유단자이셔! 은표 어르신의 힘이라면 손가락만 한 번 까딱해도 너 같은 건 손쉽게 깔아뭉갤 수 있어! 나도 은표 어르신 앞에선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니까! 넌 끝났어! 하하하...”수광의 말에 유현, 주선미, 그리고 집주인은 도망칠 생각을 완전히 접었다.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멍청한 사람이라도 천하의 수광의 뒤를 봐주고 있는 사람이 바로 은표라는 걸 보아낼 수 있었을 테니 말이다.때문에 은표의 힘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가늠할 수 있다.은표가 있는 한 윤도훈은 절대 조금 전처럼 날뛰지 못할 것이다.은표의 세력과 권력 앞에서 싸움 실력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수광의 말에 의하면 은표는 심지어 유단자이기까지 하다.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무시무시한 포스를 내뿜고 있는 은표가 윤도훈에게 내릴 벌을 기대하고 있을 때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지고 말았다!은표가 잠시 윤도훈을 살펴보고는 다급히 그에게 다가가 공손히 허리를 굽히는 것이다.“윤도훈 씨,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은표는 송가네 할아버지의 사람이었다. 조금 전 그가 윤도훈에게 시선을 주었던
가난뱅이 놈이 수광의 뒷배에게 저렇게나 존경을 받다니!수광의 최후를 본 주선미와 유현은 자신의 다리와 허리가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윤도훈 씨, 저 사람들은...”은표가 남자 한 명과 여자 한 명을 보며 물었다.이 두 사람이 누구인지 확신할 수 없었기에 함부로 움직일 수 없었던 것이다.“꺼지라고 해요!”윤도훈이 차갑게 말했다.그의 목소리엔 이제 일말의 감정도 남아 있지 않았다. 전엔 주선미라는 여자에게 한 줄기의 희망이라도 잡고 있었다면 지금 이 순간엔 그것마저도 산산이 부서져 버렸다.다만 주선미는 필경 율이의 생모이기에 그녀를 다치게 할 수는 없었다.“그래. 우린 갈게! 우린 갈게!”유현이 여전히 윤도훈을 노려보고 있는 주선미를 끌고 걸음아 나 살려라 현장을 떠났다.“윤도훈 씨, 저번 저희 어르신을 살려주셨는데 급히 병원에 모셔다드리다 보니 겨를이 없어 감사 인사도 제대로 하지 못했어요! 저희 어르신과 도련님께서 윤도훈 씨를 모셔 정중히 인사하려고 해요. 혹시 오늘 시간 괜찮으세요? 바쁘시면 다음으로 정해도 되고요. 윤도훈 씨의 뜻에 따를게요.”도운시 지하세계 우두머리이자 송가네 도련님의 오른팔인 그가 지극히 공손하게 윤도훈에게 청하고 있다.윤도훈은 처음엔 거절하려고 했으나 급히 생각을 바꿨다.“혹시 용수초라는 약재를 갖고 있나요?”은표가 잠시 생각하고는 말했다.“그건 저도 잘 몰라요. 하지만 저희 어르신께서 몸이 편찮으셔서 병 치료를 하느라 많은 진귀한 약재들을 모아 창고에 보관해 두었거든요. 아마... 있을지도 모르겠네요.”“좋아요! 그럼 잠시 물건만 정리하고 함께 갈게요.”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윤도훈이 밖에 내던져진 물건을 안에 넣으려 몸을 돌렸을 때였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지저분하게 널려있던 물건들이 깔끔히 사라져버렸다.“윤... 윤도훈! 네 물건은 내가 이미 안에 들여놨어. 그리고 편히 지내. 얼마든지 있어도 돼. 다 괜찮아...”집주인이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윤도훈에게 말했다.어느새 집주인이 밖에 내던졌
윤도훈은 일단 은표를 병원으로 보내 율이의 퇴원 절차를 마친 뒤 아이를 데려와 함께 송가네 집으로 가기로 했다.오늘 험악한 일이 벌어진지라 아이를 혼자 병원에 두는 건 아무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았던 것이다.아빠와 함께 다른 집에 초대됐다는 것을 알게 된 율이는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사실 5살이 된 율이는 이미 일찌감치 유치원에 다녀야 했었다. 하지만 병을 앓고 있던 탓에 줄곧 유치원에 가지 못했던 것이다. 하여 율이는 항상 외로웠고 사람을 그리워했다.송가네 가문 저택에 도착하자 마당에 마주 앉아있는 두 노인의 모습이 보였다. 송가네 할아버지의 오른쪽엔 송윤이 바비인형을 안고 증조할아버지가 장기를 두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다른 한 명의 노인은 청색의 가면을 쓰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실로 괴이했다. 그 뒤엔 스무 살 남짓한 묘령의 여자가 서 있었는데 준수한 외모에 S라인 매혹적인 몸매를 뽐내고 있었다.윤도훈은 마당에 들어선 후 일단 가면을 쓴 노인을 살펴보고는 묘령의 여자에게 시선을 돌렸다.“뭘 봐요?”묘령의 여자가 윤도훈의 시선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차갑게 쏘아붙였다.이 여자, 성격이 별로 안 좋은 듯하다.“윤도훈, 자네 드디어 왔군!”송가네 할아버지가 윤도훈을 보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그를 맞이했다.은표가 윤도훈의 거처까지 찾아냈다는 건 송가네 집안에선 이미 그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것을 의미한다.그 모습에 가면 노인과 묘령의 여자의 눈에서 놀라움이 비쳤다.천하의 송가네 할아버지가 젊은이 한 명에게 저토록 예를 갖추다니?“지연아, 조용히 있거라. 저 젊은이는 네 할아버지의 손님인 것 같구나.”가면 노인이 말했다.지연은 그제야 입을 삐쭉거리며 윤도훈에 대한 적대적인 눈빛을 거두었다.하지만 마음속에선 이미 윤도훈을 변태적인 부류의 사람으로 각인시켰다. 그가 쳐다보던 곳이 그녀를 분노케 했기 때문이었다.“어르신, 안녕하세요.”윤도훈이 자연스레 말했다.“이 아이는...”송가네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율이를
송가네 할아버지가 확신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윤도훈이 입을 열기도 전에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할아버지, 조심하셔야 해요.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 줄 알고 이것저것 다 챙겨주시겠다는 거예요?”지연이 삐딱한 눈으로 윤도훈을 보며 말했다. 그녀의 눈빛은 마치 변태나 사기꾼을 보는 듯했다.“내 정신 좀 봐라. 너희들한테 소개를 해주는 걸 잊었구나. 진철, 지연아, 이분은 윤도훈 신의 시다. 그날 이분이 없었다면 난 이미 이 저승에 가 있었을 거야! 손 닥터까지도 이분을 신의라 칭송하더구나. 참, 진철아, 네 병도 윤도훈 씨에게 보여보는 게 어때?”“난 상처지 병이 아니야. 치료하지 못해. 설사 치료가 된다고 해도 안 할 거야. 이건 내 훈장과도 같은 상처니까!”진철이 못 믿겠다는 손을 휘저으며 말했다.“또한 난 지금까지 이렇게 젊은 신의는 본 적이 없어.”그 말엔 윤도훈에 대한 불신이 가득 담겨있었다.“훈장이라고요?”윤도훈이 진철을 살피며 눈썹을 치켜들었다.“맞네! 예전 외적을 물리치러 전장에 나갔을 때 상처를 입은 거야. 이런 상처는 우리 늙은이들에겐 훈장이나 다름없어! 하지만 애석하게도 진철이가 다친 곳은... 아이고...”거기까지 말한 송가네 할아버지는 한숨을 푹 쉬고는 입을 닫았다.진철이 상처를 입은 곳은 다름 아닌 얼굴이었다.당시 적의 총탄이 그의 얼굴을 꿰뚫고 지나가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때문에 진철은 오랫동안 어두운 가면 속에서 살아왔다.집안을 강성하게 일으켜 세우고 높은 지위를 얻었지만 정작 자신은 사람들에게 진짜 얼굴조차 보여줄 수 없다.그 탓에 성격은 날로 괴팍해져 갔고 사람들과의 교류도 피했다. 이젠 심지어 가족들과의 왕래도 끊어버렸다.지금은 강진시를 떠나 주로 천운시에 거주하고 있고 곁엔 지연, 이 손녀 한 명만 남겨두었다.얼굴 부상이 그에게 가져다준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진철을 향해 존경심을 표했다. 전장에서 용감히 싸웠던 선배님들은 모두 존경을 받아야 마땅하다.“어르
율이와 현이가 한창 재밌게 뛰어놀고 있었다. 은표가 남아서 두 아이를 챙겼고 다른 이들은 모두 안으로 들어갔다.윤도훈의 요구대로 송가네 할아버지가 은침을 보내왔다. 진철은 자리에 누운 뒤 스스로 가면을 벗었다.윤도훈을 ‘까발리기’ 전까지는 그래도 고분고분 말을 잘 들었다. 그가 가면을 벗자 오랜만에 본 옛 친구의 모습에 송가네 할아버지는 감동 어린 표정을 지었다.늘 곁에 있던 지연마저도 가슴이 저렸다. 왜냐하면 진철은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무서운지 알기에 손녀에게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진철의 이목구비가 전부 비뚤어진 상태였다. 콧대가 왼쪽으로 휘어졌고 턱은 오른쪽으로 비뚤었으며 심지어 잇몸뼈까지 다 드러나 있었다. 그리고 양 볼에는 보기만 해도 몸서리칠 정도의 둥근 흉터가 있었다. 옛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가 없었고 차마 눈 뜨고 보기 어려울 정도였다.지연의 눈시울이 점점 붉어졌고 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싫어 입을 틀어막았다. 할아버지의 모습을 보니 정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다.만약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상대가 잠자리를 원한다고 해도 그녀는 기꺼이 들어줄 수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윤도현 이 사기꾼이 할아버지를 치료할 수 있다는 걸 절대 믿지 않았다.진철도 그를 믿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자리에 누운 채 아니꼬운 말투로 말했다.“어때? 아직도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해?”지연도 한마디 거들었다.“지금 네가 사기꾼이라고 인정해도 늦지 않았어. 그런데 만약 할아버지한테 손을 댔는데도 아무 효과가 없다면 그 결과는 절대 네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닐 거야. 그러니까 잘 생각해!”그동안 그녀는 윤도훈 같은 사람을 수도 없이 봤었다. 돈과 명예 또는 그들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또는 다른 목적 때문에 접근한 사람이 너무도 많았다. 하지만 결국 할아버지를 고친 사람은 하나도 없었고 심지어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당연히 고칠 수 있지! 영웅님이 지금 이 모습이 되신 건 얼굴 경락이 끊어지고 막혀서 그래. 그래서 이목구비가 삐
진철은 이 흉측한 얼굴이 자부심의 훈장이라면서 치료할 생각이 없다고 했었다. 하지만 이 말들이 절망에 빠진 그가 자신에게 건네는 위안뿐이라는 걸 사실 그는 알고 있었다.왜 가면을 벗고 싶지 않고 햇빛을 다시 보고 싶지 않겠는가?지금까지 수도 없는 치료가 물거품으로 돌아가면서 그는 완전히 희망을 버리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윤도훈이 그에게 일말의 희망을 주었다.평소 성격이 괴팍한 진철도 이 순간만큼은 말 잘 듣는 어린아이처럼 그의 말을 따랐다. 윤도훈이 움직이지 말라고 하자 입을 꾹 다물고 꼼짝달싹도 하지 않았다.곧이어 윤도훈이 침을 하나 꽂을 때마다 놀라운 광경이 나타났다!진철 얼굴의 흉터가 옅어졌고 삐뚤어진 이목구비도 눈에 띄게 천천히 제자리를 잡아갔다.용의 기운이 윤도훈의 체내에 있을 때는 온화하지만 은침을 통해 진철의 몸속으로 들어간 후에는 조금 난폭하게 변해버렸다.“이... 이거 꿈 아니지?”지연이 두 눈을 깜빡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와중에 방해될까 큰 소리로 말하지 못했다.“이건 의술이 아니라 선술이잖아!”송가네 할아버지가 입술을 파르르 떨었다.시간이 1분 1초 지나갔다...윤도훈은 진철의 얼굴에 은침 20개를 놓은 후에야 드디어 멈췄다. 침을 맞는 사이 진철은 얼굴이 저리고 가려우며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세월을 견뎌낸 사람은 역시 달랐다. 아무리 괴로워도 꼼짝달싹하지 않고 끝까지 버텼다.한 시간 뒤,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보던 진철은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수많은 어려움을 겪은 그지만 이 순간만큼은 저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하하... 하하... 이거 나야? 거울 속 사람이 정말 나란 말이야?”진철은 이미지와 위엄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큰소리로 호탕하게 웃었다.아직 이목구비가 완전히 제자리를 잡아가진 못했지만 그래도 전보다는 훨씬 많이 나아졌다. 그뿐만 아니라 피부도 반들반들해졌고 주름도 많이 적어졌다. 양 볼의 커다란 흉터도 거의 안 보일 정도로 옅어졌다.지금 이 순간
“지연아, 내기에서 졌으면 승복할 줄 알아야 해! 나랑 송가네 할아버지 물러갈 테니까 너희 둘이 알아서 해.”진철은 손녀를 그윽하게 바라보고는 다시 가면을 쓰고 나가버렸다.자신의 이익을 위해 손녀를 파는 게 아니라 지연과 윤도훈이 내기를 한 건 사실이었다. 일언이 중천금인데 사람이라면 반드시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는 그였다.“윤도훈 씨도 의외로 감정적인 사람이네? 하하...”송가네 할아버지가 한마디 하고는 진철을 따라 나갔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송씨 가문에 나이도 적합하고 얼굴도 예쁜 여자가 있는지 생각해 보았다. 있으면 윤도훈에게 소개해 주고 싶었다.‘윤도훈 씨가 여색을 좋아한다고? 그럼 좋지!’한 사람을 만날 때 상대가 아무런 욕구도 없다면 그거야말로 가장 골치 아픈 일이다.할아버지와 송가네 할아버지가 나가자 지연은 제자리에 선 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그러더니 윤도훈을 잡아먹을 듯한 기세로 그를 노려보았다.“애도 있는 사람이 파렴치하기 짝이 없군!”그녀가 이를 꽉 깨물고 욕설을 내뱉었다.“남자는 죽을 때까지 마음은 소년이라는 말 몰라?”윤도훈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너...”지연은 시뻘게진 얼굴로 숨을 들이쉬고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고는 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것처럼 두 눈을 꼭 감았다.“그래! 내기에서 졌으니 승복해야지. 개가 본다고 생각하지, 뭐!”그녀는 약속대로 옷을 벗으려 했다. 그런데 그때 뜨거운 손이 그녀의 손목을 덥석 잡았다.“무슨 뜻이야? 대체 어디까지 나한테 모욕을 줄 건데?”지연이 잠깐 멈칫하더니 분노에 찬 목소리로 물었다. 그러자 윤도훈이 피식 웃었다.“됐어, 사실 내가 이긴 것도 아닌데. 할아버지를 완전히 고쳐드릴 수 있다고 내기를 걸었었는데 아직 완전히 고치진 못했잖아. 그러니 비긴 거나 마찬가지야.”“응?’지연은 의외라는 눈빛으로 윤도훈을 빤히 보았다. 그런데 윤도훈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뀔 무렵 그의 이어진 말에 그녀는 하마터면 폭발할 뻔했다.“그리고 너의 무성한 체모를 볼 생각
그의 기억 속에 용혼소울링, 용황경 그리고 용안관철술 말고 다른 복잡한 것들이 더 있었는데 그중에는 여자에게 적합한 공법도 적지 않았다.“정말이야?”지연의 두 눈이 반짝였고 윤도훈이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한 번만 널 믿을게! 날 속였다간 죽여버릴 줄 알아! 전화번호 뭐야?”지연이 입술을 꽉 깨물고 사나운 척했다....윤도훈이 송씨 저택을 나설 땐 이미 밤 8시가 다 되었다.송가네 할아버지가 기어코 밥을 먹고 가라고 하는 바람에 식사를 마친 뒤에야 은표가 윤도훈과 율이를 집까지 데려다줬다.그런데 아쉬운 건 윤도훈이 송 씨 저택의 약 창고를 다 찾아봤지만 용수초는 보이지 않았다.다행히 현재 율이의 상태가 괜찮아 그리 급한 건 아니었다.또 이틀이 지났다!요 이틀 동안에는 율이의 입학 문제로 분주히 돌아쳤다. 송씨 가문에서 사람을 찾아 도와준 덕에 현이와 같은 유치원에 다닐 수 있게 되었다.그날, 두 아이는 아주 재밌게 놀면서 하루를 보냈다. 유치원에 가면 다른 어린이들과도 함께 놀 수 있다는 생각에 율이는 요 이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았다.입학 첫날 아침, 윤도훈은 율이를 유치원에 데려다준 후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어 오늘부터 ‘부임’할 수 있다고 알렸다.이진희는 윤도훈에게 바로 회사로 나오면 된다고 했다. 윤도훈이 택시를 타고 회사 앞으로 왔는데 경비원이 그의 앞을 막아섰다.“거기 서! 당신 누구야?”한 경비원이 윤도훈을 아래위로 훑으며 물었다.“이진희 대표님의 새 비서입니다.”윤도훈이 대답했다.“난 그런 얘기 들은 적 없는데? 대표님 옆에 이런 비서가 있었나? 신분증 있어? 없으면 당장 꺼져!”경비원의 태도는 무척이나 무례했다. 경비원의 말에 윤도훈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날 이진희는 윤도훈이 앞으로 자신의 운전기사 겸 비서라고 분명히 얘기했었다. 하지만 그에게 증명 같은 건 주진 않았다.그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어 경비원에게 얘기 잘해달라고 부탁하려던 그때 한 예쁜 여인이 나타났다. 그녀는 바로 이진희의 비서 양유나였다
한연란의 반문을 들은 윤도훈은 순간 멍해졌다. ‘이곳에 무언가 안 좋은 것이 있을 텐데, 한연란은 대체 무슨 뜻으로 그런 말을 한 것일까?’“설마, 이곳에 갇혀 있는 게 무슨 이득이라도 있단 말입니까?”윤도훈이 무의식적으로 물었다.그러자 한연란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제 막 들어오셔서 잘 모르는 모양이군요. 그렇다면 아직 말해드릴 수는 없습니다. 저희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 회장님을 만나 뵌 후에 얘기하도록 하겠습니다.”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굳이 더 캐묻지는 않았다. 대신 한연란의 다른 동료들에게 시선을 돌렸지만, 그들 역시 말을 아끼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그들의 눈빛에는 여전히 경계와 신중함이 서려 있었다. 마치 방금 자신들을 도운 윤도훈조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수 있다는 듯이 말이다.그들은 지하 통로를 따라 약 1리 정도를 이동한 후, 마침내 한조 자유 수련자 협회가 이곳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만든 집결지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치 수도원 같은 건물처럼 보였으나, 분명히 과거 흡혈귀 일족이 거주했던 지역인 만큼 일반적인 수도원은 아니었다.건물의 벽에는 각종 사악한 문양이 새겨져 있었고, 곳곳에 흡혈귀의 섬뜩한 벽화가 그려져 있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음울하고 기괴했다.한연란은 윤도훈을 데리고 건물 안의 한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어르신 한 명과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어르신은 일흔을 넘긴 듯 백발의 머리를 가지고 있었으며, 중년 남자는 차분한 기운을 풍기며 앉아 있었다. 하지만 그의 생김새는 왠지 모르게 윤도훈에게 익숙한 느낌을 주었다.윤도훈은 그들을 몇 번 훑어보며 생각했다.‘이상하군. 분명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묘하게 익숙한 기분이 드는 건 왜지?’이윽고 윤도훈은 두 사람 모두 금단 후기 수준의 강자라는 것을 알아차렸다.그러나 두 사람의 진기와 단전 안에는 흡혈귀 일족 고수들의 기운과 비슷한 기운, 즉 기혈의 힘이 섞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이들은 분명 금단
윤도훈은 이찬혁과 노차빈 등 봉화경비 소속 사람들의 안위가 걱정되어, 용안관천술의 기운 추적법을 사용하여 그들의 흔적을 찾으려 했다.그러나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서는 기운 추적법조차 무용지물이었다.“이런, 어쩔 수 없군. 일단 하나하나 살펴보자. 이찬혁과 노차빈이 무사하기를 바랄 수밖에.”윤도훈은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을 했다.그때, 멀지 않은 거리에서 싸움 소리가 들려왔다. 윤도훈은 눈빛을 번뜩이며 빠르게 그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향했다. 그가 도착한 곳에서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고대 시체의 공격을 막아내며 싸우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앞장선 파란색 옷을 입은 젊은 여자가 길고 날카로운 검을 휘두르며 빈틈없이 방어하고 있었다.다른 사람들도 고대 시체와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었지만, 상황은 결코 낙관적이지 않았다.윤도훈을 놀라게 한 점은, 그들이 모두 동양인 얼굴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용병처럼 보이지 않았으며, 사용하는 무기도 냉병기였다. 또한, 움직임은 염하의 수련자들이 사용하는 기술과 흡사했다.‘이런, 염하에서 온 모험가들이나 자유 수련자들인가?’윤도훈은 속으로 생각했다.사실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모험가나 무파나 가문의 지원 없이 활동하는 자유 수련자들이었다. 이들은 세계를 떠돌며 기회를 찾아 나서곤 했고, 어떤 흥미로운 소문이 돌면 먼 곳까지 찾아가기도 했다.그들의 움직임을 보니, 모두 진기를 운용하며 싸우고 있었지만, 그 진기에는 희미하게 붉은 빛이 섞여 있었다. 그 붉은 빛은 흡혈귀 일족의 기운과 비슷해 보였고, 윤도훈은 속으로 의문이 들었다.그러나 국외에 나와 이런 익숙한 동양인 얼굴들을 보자, 윤도훈은 그들을 도와주기로 결심했다.윤도훈은 빠르게 달려가며 그들을 공격하는 고대 시체들에게 일격을 가하기 시작했다.그 순간, 그 무리에 있던 파란 옷의 여인과 다른 사람들이 경계의 눈빛을 드러내며 윤도훈을 바라봤다. 갑작스러운 윤도훈의 등장에 놀란 듯, 몇몇 사람들은 고대 시체와 싸우는 것을 멈추고
한 발을 내딛는 순간, 몸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이 윤도훈을 휘감았다. 그러나 망설임 없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섰다.눈앞의 풍경은 한순간에 붉은 기운으로 뒤덮였다. 사방이 핏빛 안개로 가득 차 있었고, 주변의 분위기는 마치 중세 MZ의 도시와도 같았다. 고풍스러운 성채와 중세풍의 건축물이 우뚝 솟아 있었으며, 멀리에는 커다란 시계탑이 보였다. 시계탑의 커다란 시계추는 이미 오래전에 멈춰 있었고, 그 위에는 어두운 붉은색의 흔적이 남아 있어 마치 피로 물든 듯한 인상을 주었다.바람이 휙 지나가며 희미한 피비린내가 코끝을 스쳤다.‘이곳이 바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인가?’윤도훈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주변을 살피고, 환경 변화로 인한 자신의 상태를 점검하기 시작했다.잠시 후, 확인을 마친 윤도훈의 이마에 주름이 잡혔고, 얼굴에는 조심스러운 기색이 떠올랐다.평소라면 윤도훈은 백 미터 내외의 모든 상황과 미세한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었지만, 이곳에 들어온 순간 그의 감각은 마치 억눌린 듯 작동 범위가 크게 줄어들었다. 주변 10여 미터 정도의 상황만 감지할 수 있을 뿐이었다.동시에 윤도훈은 자신의 피가 이상하게 들끓는 느낌을 받았다. 그로 인해 그의 감정에도 미묘한 변화가 생기며, 내면에는 폭력적이고 살육적인 충동이 점점 커져갔다.윤도훈은 자신의 정신력을 사용해 이 감정을 억누르려 애썼다. 그는 용조의 검혼을 정련하며 정신력을 크게 단련했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보다 감정 제어에 유리했다.그러나 이곳에서 느껴지는 감정의 동요는 윤도훈이 쉽게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이 모든 것은 윤도훈을 불편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또 다른 점도 발견할 수 있었다. 그의 몸속에는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힘이 자리 잡고 있었다.그 힘은 윤도훈을 더 강하게 만들었지만, 동시에 살인 충동도 불러일으켰다. 이 힘은 그의 몸속에 있던 죽음의 힘과 유사했지만, 그보다 한층 더 높은 차원의 에너지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힘은 너무 강력해서 윤도훈조차 강제로 몰아낼
이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대해 윤도훈은 속으로 탐구해 보고 싶은 마음이 없지는 않았다.현재 윤도훈이 마주하고 있는 거대한 적인 상고 윤씨 가문과, 언젠가 다시 마주하게 될 단맥종과 같은 위협을 생각하면, 힘을 키울 수 있는 어떤 기회든 놓치고 싶지 않았다.따라서 피의 조상의 심장을 얻으면 흡혈귀의 시조인 카인 마왕의 일부 힘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은, 윤도훈의 마음을 크게 흔들었다.흡혈귀 황제 마리의 말 앞부분에는 아직 망설임이 있었지만, 그녀가 봉화경비라는 이름을 언급했을 때 윤도훈의 표정이 확연히 변했다.“봉화경비? 봉화경비가 왜?”윤도훈은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이전에 윤도훈은 이미 이찬혁과 노차빈이 고액의 임무를 수락하고 해외로 떠난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마리가 봉화경비를 언급하다니, 혹시 이게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역시나, 잠시 후 히드 공작이 말을 이었다.“봉화경비의 몇몇 인원이 저희 히드 조직이 의뢰한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 탐험 임무를 수락했습니다.”“다른 용병들과 함께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에 들어갔죠. 하지만 지금까지 그곳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그 말이 끝나자, 윤도훈의 얼굴이 순식간에 차갑게 변했다. 그는 냉혹한 눈빛으로 히드 공작을 바라보았고, 온몸에서 강렬한 살기가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이 순간, 히드 공작은 등골이 오싹해졌고, 마치 얼음동굴에 갇힌 것처럼 차가운 공포를 느꼈다. 그는 서둘러 해명했다.“인정합니다. 히드 조직은 과거 선생님께 복수하기 위해 윤도훈 씨 주변 사람들의 정보를 조사했습니다.”“그래서 봉화경비의 배후가 바로 윤도훈 씨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맹세컨대, 이번 임무는 저희가 봉화경비를 유인한 것이 아닙니다.”“흥!”윤도훈은 크게 코웃음을 치며 공기를 흔들 정도의 낮은 음성을 냈다. 그 소리에 히드 공작은 귀가 아플 정도의 통증을 느꼈다.“내 사람들이 무사하길 바라는 게 좋을 거야. 그렇지 않으면, 히드 조직은 완전히 몰락하게 될 것이고, 흡혈귀
“내가 하늘을 걸고 맹세하건대, 절대로 윤돈훈 씨를 속이지 않았습니다. 우리 흡혈귀 일족이 현재 가진 자원 중에는 정말로 당신의 눈에 들만한 것이 없습니다.” “믿지 못하겠다면, 다시 한번 흡혈귀 일족 영토로 가보세요. 제가 당신께 모든 것을 열어드릴 테니, 마음껏 찾고 원하는 것을 가져가세요.”“제가 이렇게 진심을 다하는 것은, 윤도훈 씨를 경외하며 우리의 원한을 완전히 끝내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가 알고 있는 피의 조상의 심장에 대해 말씀드린 거고요.” “만약 관심이 없다면, 평범한 다른 자원을 드리겠습니다. 예를 들어 제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우리 흡혈귀 일족에서 가장 좋은 무기 중 하나입니다. 원하십니까?”마리는 약간의 체념과 억울함이 묻어난 표정으로 윤도훈을 향해 간절히 말했다.여자들은 본래 배우라는 말이 있듯, 흡혈귀 황제 같은 흡혈귀도 이 방면에서 타고난 재능을 가지고 있는 듯 보였다. 특히 이렇게 불쌍한 척 연기를 하는 순간만큼은 더욱 빛을 발했다. 지금의 마리는 전혀 죄가 없는 순진한 모습을 하고 있었고, 진심이 담긴 태도를 보여주고 있었다.이 말을 들은 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마리의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마리도 숨을 깊이 들이쉬며 윤도훈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마치 조금의 거리낌도 없는 듯 보였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그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네가 더 이상 좋은 것을 내놓을 수 없다는 것을 일단 믿어보지. 네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먼저 내놔. 그리고 피의 조상의 심장이 어디 있는지 말해.”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의 말을 듣고 깜짝 놀른 듯, 그 자리에서 표정이 굳었다.‘뭐지? 이 녀석, 정말로 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을 원한단 말인가? 단순히 허세로 한 말인데, 이 자가 진심으로 그것을 원하다니?’이 피를 빨아들이는 마법 채찍은 단순한 무기가 아니었다.백 명의 대공 흡혈귀의 척추뼈와 피의 인내를 담은 강철이라는 특수 금속을 섞어 제작한, 매우 희귀한 성스러
이틀 후.서지현이 하이오스 그룹의 냉동 기지로 안전하게 돌아온 후, 윤도훈과 이진희는 이번엔 또 다른 불상사를 막기 위해 24시간 동안 그곳을 지켰다. 서지현이 해동된 후에는 더 이상 어떤 사고도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히 하기 위해서였다.그날, 윤도훈과 이진희는 앨리스의 소개로 그녀와 성시아의 스승을 만났다. 그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간 유전학의 권위자, 스타인 박사였다.두 사람은 윤시율을 데리고 이 학계의 거물을 만났다. 아이의 몸에 걸린 저주를 해결하기 위해, 만에 하나라도 희망이 있다면 놓치지 않으려는 의지에서였다.윤도훈은 생각했다. 상고 윤씨 가문의 이 저주는 몇 세대 간 무작위로 나타나며 마치 유전적 성질을 가진 듯 보였다. ‘그렇다면 이 저주를 가문의 손을 빌리지 않고, 과학적 방법으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스타인 같은 세계 최정상급 인간 유전학자를 만날 기회를 얻게 된 만큼, 윤도훈은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운 좋게도 앨리스는 스타인 박사의 가장 총애 받는 제자였고, 그녀의 소개 덕분에 박사는 앨리스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게다가 스타인 박사는 윤시율의 상태를 듣고 나서, 그 저주에 대해 큰 흥미를 보였다.이윽고 하이오스 그룹에 있는 앨리스의 사무실에서, 두 사람은 윤시율과 함께 스타인 박사를 만났다. 스타인은 허름한 옷을 입고 두꺼운 안경을 낀 노인이었으며, 외모로만 봐도 학문 연구에만 몰두하고 일상적인 생활은 거의 무시하는 전형적인 과학자였다.잠시 후, 스타인 박사는 다양한 장비를 이용해 윤시율을 전반적으로 검사했다.윤시율의 혈액과 골수를 채취해 분석과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결과를 내겠다고 약속했다. 동시에 스타인 박사는 이 유전병을 치료할 방법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 다. 물론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윤도훈과 이진희도 이 상황을 죽은 말을 살리는 심정으로 받아들이며, 스타인이 최선을 다해주는 것만으로도 만족스러워했다.스타인 박사가 윤시율을 검사실로 데리고 가 여러 검사
흡혈귀 황제 마리는 흡혈귀 일족의 여왕으로서 윤도훈에게 충분한 경고와 함께 수백 구의 흡혈귀 일족 강자들의 시체를 남겨주었다. 그 후 윤도훈은 그렇게 흡혈귀 일족의 영역을 떠났다.흡혈귀 일족의 영토 전체는 비통과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공기 속에는 짙은 피비린내와 죽음의 기운이 맴돌았다. 원래 흡혈귀 일족들에게 이런 냄새는 매우 황홀한 향기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흡혈귀 일족들에게 두려움과 혐오감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사냥감의 피비린내와 자신의 동족이 죽은 뒤 퍼지는 피비린내는 하늘과 땅 차이였다.한편, 흡혈귀 황제 마리의 마음속에는 공포와 경악을 넘어 깊은 슬픔과 증오가 자리 잡았다. 한 명의 대공이 목숨을 잃었고, 다른 공작과 백작 등의 흡혈귀 일족 중추 세력도 절반 이상이 희생되었다. 이로 인해 흡혈귀 일족은 큰 손실을 입었고, 이 모든 것은 염하에서 온 윤도훈을 건드린 결과였다.조금 전, 윤도훈 앞에서 타협을 선택했던 마리는 자신의 증오심을 잘 숨겼다. 하지만 이러한 피의 원한을 그녀가 어찌 갚지 않을 수 있겠는가?윤도훈이 떠난 지 한 시간이 지난 후.흡혈귀 일족의 영토 안에 위치한 한 밀실.흡혈귀 황제 마리는 새 옷으로 갈아입고 몸에 묻은 피와 무력함의 흔적을 깨끗이 씻어냈다. 그녀는 다시 한 번 요염하고 위엄 있는 여왕의 모습으로 돌아갔다. 또한, 마리 앞에는 한 잘생긴 뱀파이어 공작이 무릎을 꿇고 그녀의 부츠에 입맞추고 있었다.“히드 공작, 흡혈귀 일족 고대 지역의 상황은 어떻지?”마리는 자신의 발을 거두며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마리 여왕님, 제가 은밀망을 통해 여러 방식으로 배포한 임무를 이미 많은 전 세계 용병과 모험가들이 수락했습니다. 지금 고대 지역으로 몰려든 인간들의 수가 이미 천 명에 달했습니다.”“그중에는 세계정화 교단과 늑대인간 무리 같은 멍청이들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모두들 그 신비로운 보물을 목표로 하고 있지요.”“제 생각에 두 달도 채 안 돼, 피의 조상 고대 시체에게 바칠 제물의 수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이 아직도 멈출 생각이 없다는 사실에 크게 놀랐다.“윤도훈 씨, 도대체 어디까지 하려는 거예요? 당신 장모님은 무사하시잖아요. 설마 지금 와서 말을 바꾸려는 거예요? 원한에는 원인이 있고, 빚에는 주인이 있죠. 오거스라는 사건의 주범은 이미 죽었어요.”흡혈귀 황제는 이를 악물며 말했다. 그녀의 2미터가 넘는 키마저 분노로 인해 약간 떨리고 있었다.“네 흡혈귀 일족들이 외부에서 제멋대로 날뛰며 암흑 조직을 지원하고, 내 장모를 납치하고, 내 아내를 끌어들이려 했지. 방금도 나를 죽이려 했으면서, 주범 하나 죽이는 것으로 끝내겠다도?”“내가 윤도훈이라 너무 호락호락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이 모든 원한을 깔끔히 정리하려면, 너희 흡혈귀 일족이 나에게 배상을 해야겠지. 그렇지 않나?”윤도훈은 얼굴에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띠며 강하게 마리를 압박했다. 이것은 국제 관례였다. ‘패배자가 승자에게 보상을 주는 것이 당연하지 않은가?’“도대체 어떤 배상을 원한단 말인가요?”흡혈귀 황제 마리는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분노 섞인 어조로 물었다.“너희 흡혈귀 일족에 어떤 보물이 있는지 보자고. 내가 눈여겨볼 만한 걸 내놓아라.”윤도훈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장난스럽게 말했다.그 말이 끝나자, 흡혈귀 황제 마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우리 흡혈귀 일족의 가장 큰 보물이라면, 바로 저입니다. 그런데 이거 어쩌죠? 제가 윤도훈 씨와 하룻밤을 같이 보내는 것으로 충분하겠어요?”자신과 대등하게 맞설 수 있는 강자를 상대하면서, 마리는 윤도훈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 것도 개의치 않았다. 한편, 그 말을 들은 윤도훈은 흠 하며 잠시 멈칫하더니, 흡혈귀 황제 마리의 몸을 훑어보았다. 솔직히 말해, 그녀는 천 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매혹적인 인물이었다.2미터가 넘는 키에도 전혀 투박하거나 둔탁하지 않았고, 오히려 독특한 매력을 뿜어냈다. 1미터 이상의 다리, 매혹적인 허리와 골반의 곡선, 그리고 빠져들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진희는 사실 흡혈귀 일족의 영토로 보내지지 않았다. 이전에 오거스는 단지 윤도훈을 이곳으로 유인해 흡혈귀 일족의 더 강력한 강자들이 그를 상대하게 하려는 계략을 꾸몄을 뿐이었다.그러나 뜻밖에도 윤도훈의 강함은 흡혈귀 일족 전체가 어찌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러 있었다.“하이오스 그룹으로 돌려보내라니?”윤도훈은 날카로운 눈빛에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도훈 씨, 하이오스 그룹으로 보내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어쨌든 장모님께서는 여전히 냉동 상태에 있으시니까요. 안심하세요. 하이오스 그룹과 히드 조직은 직접적인 관계가 없으며, 단지 로이가 히드 조직의 일원일 뿐입니다.”오거스는 바닥에 엎드린 채 쓴웃음을 지으며 설명했다.윤도훈은 코웃음을 치며 약 30분가량 그곳에서 기다렸다. 그동안 흡혈귀 일족 대전당 전체는 무거운 긴장감 속에 조용했다. 다른 사람들은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는 듯한 분위기였다.온몸이 피로 뒤덮이고 살기를 내뿜는 윤도훈이 그저 조용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모두에게 강렬한 압박감을 주었다.잠시 후, 오거스가 부하들에게서 회신을 받은 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전화를 걸었다. 윤도훈은 이진희에게 하이오스 그룹의 인체 냉동 기지에 가서 서지현이 무사히 돌아왔는지 확인해달라고 부탁했다. 이윽고 확실한 답변을 들은 그는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도훈 씨, 장모님은 이미 무사히 복귀하셨고, 도훈 씨도 아무련 부상을 입지 않으셨으니, 이제 그만 떠나주실 수 있겠습니까?”그 순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윤도훈을 바라보며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윤도훈은 마리의 능력조차 능가하는 실력을 가진 염하인이다. 따라서 그가 이곳에 있는 것만으로도 흡혈귀 황제 마리는 엄청난 압박감을 느끼고 있었다. 자신은 윤도훈을 죽일 능력은 없는데, 상대는 흡혈귀 일족을 멸망시킬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따라서 마리는 윤도훈이 어서 떠나주길 바랐다. 이 재앙과도 같은 존재를 빨리 보내고 싶어 했다.“떠나라고? 내 장모를 함부로 납치하고, 내 아내를 잡으려 들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