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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6화

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일찍 집을 나섰다. 그녀의 모습을 본 부소경은 잠시 넋을 놓았다.

그녀의 얼굴에는 생기가 흘러넘치고 있었다. 고개를 든 그녀가 말했다.

"노트북 마음에 무척 들어요. 속도도 빠르고 소프트웨어도 디자인에 특화된 거라 정말 좋네요. 고마워요. 당신이 사준 그 옷들보다 훨씬 좋은 것 같아요. 아니, 내 말은 그러니까... 당신과 내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난 당신과 결혼했을 거고, 아주머니를 어머님이라 불렀을 거고, 끝까지 곁에 있어 드렸을 거예요. 오늘부터 당신은 계약서대로 이행하지 않아도 돼요. 고마워요. 저는 이만 출근하러 가볼게요. 참, 바쁘면 아침에는 어머님을 뵈러 오지 않아도 돼요. 제가 잘 보살펴 드릴 수 있으니까. 갈게요."

말을 쏟아낸 그녀가 몸을 돌려 도망갔다.

"......"

차갑고 어쩐지 조금은 외로워 보이기도 했고, 조숙하고 생각도 많은 사람이라 여겼었는데... 이렇게 조금만 잘해줘도 반짝반짝 빛날 수 있는 사람인 줄은 미처 몰랐다.

그러나 신세희가 말하지 않아도 부소경은 오늘 어머니를 뵈러 갈 수 없었다. 그는 해결해야 할 일들이 있었다. 어젯밤, 처리했던 그 몇몇이 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건지 알아내지 못했었다. 하여 부소경은 부하들에게 아침이 밝아오기 전까지 반드시 알아내고 후환도 없애라는 명령을 내렸다.

지금은 하룻밤이 지났고 후환도 없애버렸지만, 그와 맞서려던 사람들의 배후에 있는 회사와 재무를 넘겨받아야 했다. 하여 그는 아침부터 회사에 출근해 재무팀, 행정팀과 함께 미팅에 참여해야 했다.

재무팀과 행정팀이 모두 도착하자 임원이 부소경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대표님, 이들 중 한 회사의 인사팀 책임자가 말하길, 그들 대표가 임 씨 기업의 임 사장과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어느 임 사장?"

부소경은 임 사장이 누구인지 잠시 떠오르지 않았다.

"그분이요..."

잠시 머뭇거리던 임원이 말을 이었다.

"겉으로는 둘째 어르신 편에 선 것처럼 보였으나, 대표님께서 마지막에 판을 뒤집으셨을 때, 사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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