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의찬은 튼실한 팔로 신세희를 단숨에 안아 올리더니 그대로 그녀를 바닥에 내려놓았다. 사악한 미소는 여전히 그의 얼굴에 걸려있었다. “내가 크루즈에서 당신이 서시언을 꼬시고 싶어 한다고 한 말 때문에 그래요? 게다가 크루즈에서 구해주지도 않고? 그래서 나 미워하는 거예요?”“아니에요.” 신세희가 대답했다.그녀는 정말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그녀가 조의찬이랑 무슨 상관이라고?내가 무슨 자격으로 조의찬을 미워하지? 신세희는 어떤 일이든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촌년! 알려줄게요. 그날 당신이 돈에 눈이 멀어서 다른 사람들이 당신을 장난감 취급하게 한 짓 말이에요. 그날 당신 구해줄 수 있는 사람 아무도 없었어요. 내가 당신을 살렸다면 지금쯤 남성에 내놓아라 하는 집안 자식들이랑 적이 되었을 거예요. 우리 사촌 형, 부소경 말고는 아무도 당신 못 구해요. 그리고 그건 그냥 게임이었잖아요. 당신이 한다고 민정연이랑 약속도 했고, 당신한테 돈도 주기로 했잖아요. 그러니까 당신이 억울할 거 하나도 없단 말이에요.” 조의찬이 매정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다시 한번 담담한 말투로 말했다. “조의찬씨, 나 진짜 당신 미워한 적 없어요.”“그러면 왜 이렇게 많은 물건을 비틀거리며 옮기면서도, 버스 하나도 제대로 못 올라가면서 나한테 데려다 달라고 전화도 안 하는 건데요?” 조의찬이 그녀에게 물었다.“…”“내가 말 했었잖아요. 앞으로 무슨 일 있으면 연락 달라고.” 조의찬의 말투에는 기세가 넘쳤다.신세희는 고개를 숙였다.그녀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녀의 말재간으로는 조의찬을 이기기 힘들었다. 그녀는 조의찬의 말을 조목조목 따지고 싶지도 않았다.신세희는 그가 자신을 도와줬다는 사실 하나만 기억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차에 타요!” 조의찬이 그녀에게 명령했다.“네.” 신세희는 고분고분하게 그의 차에 올라탔다.차는 목적지로 출발했다. 가는 길 내내 조의찬은 목이 찢어져라 노래를 불러대기만 할 뿐 신세희랑 말 한마디 섞지 않았다. 단지
신세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고개 숙여 묵묵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고구마에는 여전히 껍질이 붙어있었다. 그녀는 조금씩 껍질을 뜯으며 고구마를 계속해서 먹었다.“고구마가 그렇게 좋아요?” 조의찬이 그녀에게 물었다.“네. 달아서요.” 신세희가 대답했다.“초콜릿도 아닌 게 달면 뭐 얼마나 달다고! 좀 줘요. 나도 한번 먹어보게! 거짓말이기만 해봐요! 가만 안 둘 거에요!”조의찬은 신세희 손에 들려 있던 도시락과 젓가락을 뺏어갔다. 그는 먼지도 신경 쓰지 않은 채 젓가락으로 고구마 하나를 집어 입 안으로 넣어버렸다.“…”신세희는 멍하니 조의찬을 쳐다보았다.조의찬은 고구마 또 하나를 입안으로 집어넣었다. 다 먹은 그는 한참이나 멍해 있었다. “와, 난 공사장 밥이 이렇게 맛있는 줄은 몰랐네. 엄청 맛있네요. 고구마도 엄청 달고.”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과장스러웠고 또 조금은 천박하기도 했다.하지만 신세희는 그런 그의 모습에 웃어버렸다.그녀는 무척 달콤하게 웃었다. 마음속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그런 웃음이었다.그런 그녀의 모습이 조의찬을 멍하게 만들었다. 그의 눈썹이 살짝 찌푸려졌다.그는 신세희가 웃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담담한 그녀의 얼굴을 가장 많이 봐왔었다. 웃는다 해도 그냥 예의를 차리는 가벼운 미소일 뿐이었다.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그녀는 활짝 웃어 보였다. 그녀의 웃음은 마치…조의찬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갑자기 그의 머릿속에 시냇물이 흘러가는 장면이 떠올랐다.신세희의 달콤한 웃음은 산속의 맑은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와도 같았다.청순하면서도 어린애의 순수함이 묻어 있었다.그녀가 이제 갓 스무 살이 되었다는 사실이 갑자기 조의찬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녀는 조의찬보다 네 살이나 어렸다.그날 오후, 신세희는 회사에 돌아가지 않았다. 조의찬은 신세희의 도시락을 먹었다는 이유로 그녀를 레스토랑으로 데리고 가 테이블 가득 음식을 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젓가락질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녀는 조의찬이 하는 말을 조용히 듣고
부소경은 아무 말 없이 몸을 일으키더니 밖으로 나가버렸다.하숙민이 웃으며 말했다. “쟤가 원래 말이 없어. 세희야, 너네 결혼 엄청 급하게 했잖아. 그래서 서로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할 거야. 하지만 서서히 쟤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게 될 거야.”“알겠어요, 어머님. 그럼 저 소경씨랑 쇼핑하러 갈게요.” 신세희가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래.”신세희는 바로 그를 따라 나왔다. 신세희는 바로 부소경을 따라 나왔다. 막 문을 나서려는 그때 등 뒤에서 하숙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경아, 밖에 있는 거 다 알아. 잠깐 들어올래? 엄마가 너한테 할 말이 있어." 부소경은 진짜로 문밖에 서 있었다. 하숙민이 자신을 부르자 그가 엄선우에게 말했다. "먼저 쟤 데리고 차에 가 있어. 금방 갈게." "알겠습니다. 도련님." 부소경은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갔다. "어머니…" "이런 바보 같으니라고!" 하숙민은 부소경을 나무라며 손으로 그를 내려쳤다. "엄마 다 알고 있었어. 그동안 너 계속 세희한테 차갑게 굴었던 거. 너네 사이에 아무 감정 없다는 것도 알아. 그래서 엄마가 그동안 아무 말도 안 하고 있었던 거야." "세희가 착한 며느리라 다행이야. 네가 차갑게 군다고 나한테 고자질 한 번 안했어. 몸에 걸친 싸구려 옷들 보면서 내가 얼마나 답답했다고. 안다고 티 낼 수도 없는 노릇이고 말이야. 근데 오늘 드디어 정신을 차렸구나. 세희한테 이쁜 옷 많이 사줘야 해. 세희 부씨 집안 사모님이잖아!" "알겠어요." 부소경이 대답했다. "빨리 가, 세희 기다리겠다." "네." 부소경은 하숙민의 병실을 빠져나왔다. 한편, 엄선우와 신세희는 차 안에서 부소경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멀리서 걸어오는 부소경의 모습을 보자 신세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엄비서님…" "지금… 저 부르신 거예요?" 신세희는 엄선우에게 말을 걸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녀가 이렇게 부르자 엄선우는 조금 기쁘기도 한편으로는 조금 불안하기도 했
”…”신세희는 의식적으로 부소경을 쳐다보았다. 그의 표정은 무척이나 담담했다.한편, 임지강은 여전히 뭐라고 말하고 있었다. “지금 당장 여기로 와! 안 오면 후회하게 만들어 줄 테니까!”“네.” 신세희는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전화를 끊었다.엄선우와 부소경이 그녀를 쳐다보고 있었다.“저기…” 신세희는 손톱을 만지작 거리며 말했다. “오늘 오후에 공사장에 샘플만 가져다주고 바로 아줌마한테 갔거든요. 그래서 지금… 디렉터님이 회사에 오라고… 겨우 찾은 일자리라…”“옷은 내일 사자.” 부소경이 말했다.“감사합니다. 그럼 먼저 가볼게요.” 신세희는 그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엄선우가 데려다줄 거야.”“아… 아니요, 됐어요.” 신세희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여기 우리 회사랑 가까워요.”말을 끝낸 후 그녀는 빠르게 자리를 떠났다.병원을 벗어나 버스에 탄 그녀는 다시 임지강에 전화를 걸었다. “난 당신한테 빚진 거 없어요!”“네가 내 딸 남편을 뺏어갔잖아!” 임지강이 악독하게 말했다.신세희는 말투는 무척이나 평온했다. “그 일은 저랑 상관없는 일 같은데요. 아저씨 사람 잘못 찾아오셨어요. 당신 딸 보고 부소경한테 찾아가라고 해야죠. 아 맞다, 당신 딸 임서아 부소경 자주 찾아오지 않던가요? 난 두 사람 사이 방해한 적 한 번도 없는데.”“너…”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는지 임지강이 이를 빠득빠득 갈기 시작했다. “지금 당장 수정 커피로 와! 안 오면 후회하게 될 거야!”“그렇게 하죠.” 신세희는 그의 말에 대답하고는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반 시간 뒤, 그녀는 수정 커피 문 앞에 도착했다. 창문 너머로 자리에 앉아있는 임지강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임지강은 악독한 눈빛으로 신세희를 노려보고 있었다. 신세희는 그에게 다가가 담담한 말투로 물었다. “무슨 일로 부르셨어요? 용건만 말하세요.” 그녀는 자리에 앉지 않았다.“3일 줄게. 남성에서 사라져!” 임지강은 아무 맥락도 없는 말을 퍼붓기 시작했다.“내가 왜요!” 신세희가 대답했다.“왜냐고?
"......"부소경은 혼자 있는 걸 좋아했다. 신세희도 하루 세끼를 밖에서 해결하기에 전 씨 아주머니는 자주 오지 않았다.하여 그녀는 전 씨 아주머니가 주방에서 자신이 식사하기를 기다리고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부드럽게 미소 지은 전 씨 아주머니는 뚝배기를 주방에 가져가며 말했다."이건 제가 시골에서 구해온 토종닭인데 온 오후 푹 고았어요. 데우고 나면 한번 드셔보세요. 엄청 맛있을 거예요."신세희도 미소로 화답했다."네, 감사합니다, 아주머니."그녀는 오랫동안 집밥을 먹지 못했다. 푹 고아낸 토종닭이라니, 배 속 아이에게 좋을 듯싶었다. 그녀도 배가 고프긴 마찬가지였다. 임지강과 싸울 땐 배고픈 줄도 몰랐었는데 말이다.저녁을 푸짐하고 맛있게 먹으니 속상했던 마음도 가셔지는 것만 같았다. 오늘 식사 때문인지, 아니면 낮에 부소경이 자기를 대하는 태도가 유해져서인지, 내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던 신세희는 오랜만에 깊이 잠들 수 있었다.다음 날 아침, 신세희는 여전히 방 밖으로 나갈 용기가 없었다. 부소경과 마주치기 두려웠던 것이다. 서로 차갑게 대할 때는 그래도 나름 괜찮았었다. 그가 늘 그녀를 무시했으니 그녀도 매일 사근사근 웃으며 그를 대할 필요가 없었다.그러나 부소경이 태도를 바꾼 지금, 그녀는 부소경에게 무슨 말을 하면 좋을지 망설여졌다.그러나 아무리 어색하더라도 일어나야 했다. 씻고 병원에 들렀다가 회사도 가야 했으니까.나와 보니 거실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주위를 힐끔 살펴보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그 사람은 이미 나간 듯싶었다.F그룹 최고 권력자였지만 절대 한가하진 않았다.이날 아침, 신세희는 하던 대로 병원에 가서 하숙민을 살핀 뒤 회사로 갔다. 디자인 디렉터도 자리에 없었고, 어제 그녀가 모든 팀원 앞에서 신세희에게 했던 말들 때문에 디자인 팀에서의 생활은 괴롭기만 했다. 잡일을 도맡아 하는 것 외에도 공사장에 다녀와야 하는 업무가 추가되었다.동료들은 오늘도 신세희를 공사장으로 보냈지만, 그녀는 조의찬에게 전화를
그러나 부소경은 달랐다. 신세희는 매우 차분한 상태였다. 그러나 부소경은 그녀보다 더 차분했다.부소경은 마치 신세희가 공기라도 되는 것처럼 전혀 그녀에게 시선을 주지 않았다.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옷자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런데 하필 이때 부소경이 갑자기 몸을 돌리며 말을 걸었다."담배 피워도 돼?"깜짝 놀라 옷자락을 놓친 신세희는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요."창문을 연 그가 담배에 불을 붙였다. 매끄러운 동작으로 담배를 입에 문 그는 천천히 담배를 빨아들였다. 신세희는 그가 담배 연기를 내뱉지 않는다는 걸 알아차렸다. 놀란 신세희가 다시 곁눈질해보니 그는 연기를 내뿜지 않는 게 아니었다. 연기가 서서히 호흡처럼 창밖으로 빠져나가고 있었다.그는 차분하고 느긋했다.신세희는 이렇듯 고고하게 담배 연기를 내뱉는 사람은 본 적 없었다. 왠지 성숙한 남성미가 느껴졌다.신세희는 조금 멍하니 쳐다보다가 얼굴을 붉혔다.담배 냄새가 그녀의 콧속으로 스며들자 신세희는 저도 모르게 가벼운 기침을 했다. 부소경은 즉시 태반이나 남은 담배를 끄고 창문을 전부 열었다.엄선우가 자꾸 백미러를 흘끔거렸다. 부소경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왜 그래?""도련님, 누군가 미행하는 것 같습니다."특수 기관 출신인 엄선우는 일당백의 역할을 할 만큼 뛰어난 자였다. 그는 겉으로는 부소경의 비서이자 기사의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은 부소경의 경호원이었다."인적이 드문 간선도로 가."부소경이 차분하게 결정했다."알겠습니다!"엄선우가 재빨리 핸들을 돌렸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차체는 시내를 벗어나 외진 도로로 향했다.부소경은 옆에 있는 신세희를 쳐다보았다. 놀랍게도 그녀의 눈빛은 호수처럼 잔잔했다."무서워?"그가 물었다."아니요."그녀가 고개를 저었다. 잠시 후, 그녀가 작은 목소리로 해명했다."난 수감생활을 했던 사람이에요. 감옥도 잔인한 곳이라... 본 게 많아요."부소경은 즉시 운전석의 엄선우에게 말했다."누가 보냈는지 알아봐. 필요하면 바로
부소경의 품에 답삭 안긴 신세희는 반쯤 내지르려던 비명을 뚝 멈췄다. 부소경은 한쪽 팔로 그녀를 꽉 안으며 그녀의 시야를 자신의 품으로 가렸다. 신세희는 아무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오히려 전에 없던 안정감이 느껴졌다.이윽고 그녀의 청각조차도 부소경의 큰 손에 의해 차단되었다. 신세희는 먹먹하지만 꼭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를 서너 번쯤 들은 것만 같았다. 그녀의 몸이 무의식적으로 부소경의 품으로 더 파고들었다.얼마 후 부소경은 그녀의 귀를 막았던 손을 떼며 엄선우에게 말했다."출발해."요란한 엔진 소리와 함께 차가 출발했다.신세희는 서서히 그의 품에서 벗어나 바로 앉았다.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른 그녀는 부소경을 차마 쳐다볼 수 없었다. 백미러를 흘끔 쳐다보니 방금 차가 멈췄던 곳에 한 사람이 쓰러져 있는 걸 발견했다.그녀는 방금 들었던 먹먹하고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는 사실 총성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저도 모르게부소경에게 향했다. 평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얼굴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만 같았다.차 안에서 그녀는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머릿속에 방금 그 사람을 처리했던 때가 떠올랐다. 한쪽 팔로 그녀를 감싸고 눈과 귀를 막아주던 부소경, 그는 그녀가 두려워할까 봐 이런 잔인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갑자기 가슴이 따뜻해졌다.부소경과 마주앉아 밥을 먹었지만 그녀는 통 입맛이 없었다. 겉으로는 평온했지만 놀라지 않은 것 아니었다. 그도 더는 묻지 않은 채 먹는 둥 마는 둥 듯하더니 곧 그녀를 데리고 쇼핑했다.대학 다니던 시절에 이런 백화점에 와본 경험은 있었지만, 물건을 산 적은 없었다. 이런 옷들을 살 여유가 없었으니까. 그저 둘러보다 보면 눈이 즐거웠을 뿐이었다.부소경이 그녀를 데려간 곳은 부드럽고 우아한 분위기의 의류 매장이었다. 안목이 뛰어났기에 고르는 스타일은 모두 신세희에게 잘 어울렸다.매장 직원도 당연히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은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부소경에게 다가가 아부하기
옆에 있던 허영도 잔뜩 일그러진 험악한 표정으로 남편의 어깨를 때렸다."당신, 어제저녁에 저년이랑 얘기를 나눴다면서?"임지강은 음울한 표정으로 원수를 바라보듯 신세희를 노려봤다. 당장 그녀의 목을 조르고 싶어 하는 표정이었다."그랬었지. 그런데 저 썩을 년이 또박또박 말대답하는 거야. 부소경이 저를 감싸주니까 점점 더 기고만장해지는 게지!""그 여자를 손에 넣기만 한다면, 저년은 우리 앞에 무릎 꿇고 빌어야 할 거야!"이를 악물며 악을 쓰던 허영은 임지강에게 다시 한번 소식을 물었다."그렇게 많은 돈을 팔면서 탐정을 고용하더니, 찾는다던 그 여자는 대체 어떻게 됐어?"임지강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하지 않았다.그러나 허영과 임서아는 그 한숨 소리를 들으며 별로 가망이 없다는 걸 직감했다.두 모녀가 잔뜩 화를 내며 원망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임지강도 죄책감과 분노를 느꼈다."그 여자를 찾는 건 반드시 해야 할 일이야. 얼마를 들여서든 꼭 찾아낼 거라고. 그렇지만 그 여자를 찾기 전에도 우린 다른 수를 써서 목숨을 부지해야 해. 게다가 우리 서아는 꼭 부소경과 결혼해서 운성 최고 권력자의 아내가 되어야 한다고. 반드시!"임서아가 눈물을 닦으며 울먹였다."아빠...""우리 딸, 아빠가 다른 방도를 마련해볼게!"임지강은 독기 서린 눈으로 신세희를 노려봤다.멀리 떨어진 여성 의류 코너에서 피팅하던 신세희는 불현듯 오한이 일었다."왜 그래?"부소경이 물었다."옷이 너무 얇아서요. 곧 겨울이라 이렇게 입으면 추울 것 같아요. 아무래도 이 옷은 안 어울릴 것 같아요."신세희가 부드럽게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매장 입구에 놓인 한 아름의 쇼핑백들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이미 스무 벌은 된 것 같아요. 더는 안 살래요. 더 사면 낭비예요."어렸을 때부터 신세희는 이렇게 사치를 부린 적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꺼번에 많은 명품 옷들을 사게 되니 너무 낭비한 것 같다는 수치심이 몰려왔다."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안 사도 돼."부소경이
눈 깜빡할 사이에 신유리는 어느덧 18살이 되었다.벌써 대학교에 다닐 나이었다.그녀의 남편 부소경은 곧 쉰 살을 앞둔 사람이라 구레나룻이 하얗게 변해버렸다.그녀와 부소경 두 사람이 함께 파란만장을 겪은 시간도 어느덧 20년이 다 되어갔다.너무 빨랐다."영감."신세희가 그를 불렀다.부소경은 고개를 돌려 신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방금 날 뭐라고 불렀어?"신세희는 웃으며 대답했다."이제 영감 아니에요? 당신은 곧 50대이고 나는 이제 겨우 40대인데, 난 할멈이 아니지만 당신은 그냥 토종 영감이잖아요! 봐봐요, 당신 지금 구레나룻도 하얗게 변해버렸잖아요. 결혼식 날에 염색 좀 하는 게 어떨까 싶어요!""싫어! 난 남들이 나를 와이프밖에 모르는 남자라고 얘기하길 바란단 말이야! 그러니까 앞으로 나를 가꿔줄 생각은 절대 하지 마!"부소경은 자신보다 10살은 어려 보이는 와이프에게 말했다.하늘도 무심하지!신세희는 젊어서부터 지금까지 조금도 늙지 않았다!40대에 들어선 사람이 어찌 늙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하지만 부소경은 자신의 젊은 와이프를 보며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는 와이프와 결혼식을 올릴 날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그리고 마침내 그날은 경치가 예쁘고 날씨가 맑게 갰으며 딱 좋은 기온에 바람도 없었다.그날 두 신인은 남성 최고급 호텔에서 더블 결혼식을 올렸다.결혼식에 참석한 사람은 모두 남성 및 글로벌 인사들이었다.신세희와 부소경, 엄선희와 서준명은 모두 친척이 적었지만 네 명의 친척 친구들을 모두 불러 모은 덕이 남성 호텔 마당은 사람으로 가득 찼다.두 신인 커플이 사람들의 시야에 나타났다. 비록 젊은이는 아니었지만 새로웠다.엄선희의 부모는 기쁜 마음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그들의 엄선희가 또다시 돌아왔다.2년 동안 여러 번 수정을 마친 덕에 엄선희는 원래 모습과 거의 비슷할 정도로 돌아왔다.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이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했다.이번 결혼식의 모든 주최와 비용은 신세희와 부소경이 부담했다.엄
엄선희는 자신의 아이를 껴안은 채 고개를 들어 친 엄마를 바라보았다.그 순간 마음이 벅차올랐다.감격과 억울함 때문에 그녀는 소리 없이 눈물만 흘렸다.그녀는 엄마에게 달려가 품에 안겼다. 이윽고 엄씨 어르신도 두 모녀를 꼭 끌어안았다. 한 가족이 성공적으로 상봉했다.아니, 이제는 다섯 명이고, 서준명까지 더하면 총 여섯 명이었다.여섯 가족은 함께 부둥켜안고 있었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이들은 참지 못하고 그만 눈물을 마구 흘렸다.간호사도 눈가가 빨갛게 달아올랐다.한참 지나서야 엄씨 어르신과 엄씨 부인은 엄선희를 놓아주었다."됐어, 얘야, 이제 집으로 들어가자. 우리 집으로!"나금희는 고개를 들어 엄선희를 바라보았다. 비록 원래 얼굴은 아니었지만 확실히 그녀의 아이가 맞았다. 사오 년 전에 실종됐던 아이를 드디어 다시 만나게 되었다..그동안 엄선희는 희귀병을 앓게 되었지만 우연히 받은 치료 때문에 성공적으로 완치되었고 이로 인해 피와 혈액형이 바뀌게 되었다.엄선희는 죽을 운명이었지만 가짜 엄선희 덕분에 죽음을 면할 수 있었다.아무튼 그녀의 딸 엄선희는 세상에서 가장 운이 좋은 행운아였다.4,5년 동안 겪은 고난, 그게 무슨 대수겠는가?이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중에 파란만장을 겪어본 적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겠는가?그 고난이 아이의 재산으로 될 이고 앞으로 아이는 이를 소중히 여길 줄 알고 아낄 줄 알며 모든 걸 알게 될 것이다.아주 좋았다.엄선희의 복귀에 엄씨 가문은 성대한 파티를 열었다.온 남성 사람들이 서준명의 아내가 돌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이윽고 전해진 소식은 바로 얼마 지나지 않아 서준명과 엄선희가 성대한 결혼식을 올린다는 것이었다."이 일은 이미 남성 전체에 퍼졌어요. 결혼식은 대체 언제 할 것 같아요?"여유시간에 신세희가 장난식으로 엄선희에게 물었다.엄선희는 옆에 앉아있는 반명선을 보며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명선 씨가 내 얼굴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주겠대요. 하지만 천천히 되돌리려면 2년은 걸린대요. 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 서준명은 갑자기 대성통곡하기 시작했다."왜 그래, 아들?"서씨 부인은 이미 세 아들을 잃었고 남은 아들이라곤 서준명 한 명밖에 없었다. 그녀는 아들이 서럽게 우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어머니, 그냥 운명이 장난치는 것 같아서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군요, 모든 게 다 하늘의 뜻이었어요!"서준명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말했다.서씨 부인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왜 그러니, 얘야?"서준명은 울다가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어머니, 이제야 알겠어요. 하늘이 왜 엄선희 씨한테 사오 년 동안 이런 수고를 겪게 만들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늘은 비록 그녀에게 잔인한 고문을 내렸지만 마지막엔 결국 해피엔딩을 선물했잖아요. 그러지 않았다면 진짜 죽은 사람은 우리 엄선희 씨 아니겠어요? 나의 엄선희를 살렸잖아요."아들의 말에 서씨 부인은 감격 어린 말투로 말했다."그래, 결국 마지막에 행운을 맞이한 사람은 바로 우리 엄선희지!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하느님도 아껴주시는 엄선희. 준명아, 빨리 선희를 데려와, 그동안 그 애가 얼마나 수고가 많았겠니."서준명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네!"몸을 돌리자마자 그는 두 아이를 발견했다."아빠, 우리 엄마를 데려오려는 거예요?"단이가 서준명에게 물었다.서준명이 고개를 끄덕이기도 전에 미미가 입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엄마 안 데려오면 내가... 진짜 아빠 때릴 거예요!"미미는 점점 박력 넘치는 모습으로 컸다.게다가 오빠도 그녀의 편을 들어줬기 때문에 서씨 가문 마당에서 고양이랑 다투든 강아지랑 다투든 그녀는 줄곧 이기는 쪽이었기 때문에 미미는 자신이 천하무적이라고 생각했다.서준명은 웃으며 미미를 품에 껴안았다."아빠는 맞는 거 무서워해. 그러니까 미미가 아빠 때리면 아빠는 아파서 울 거야. 그래서 아빠가 미미 말에 따를거야. 오늘 당장 엄마 데려올게, 어때?"두 아이는 엄마를 데려온다는 말에 힘껏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엄마를 데려오기 전에 먼저 할머니와 할아버
죽기 직전까지도 가짜 엄선희는 의식을 가지고 있었다.그녀는 두 눈을 똑똑히 뜬 상태로 자신이 바닥에 쓰러지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녀는 자신의 계획이 이대로 틀어질 줄 미처 몰랐다. 결혼식만 마치면 진짜 엄선희를 대신해 남성에서 상류사회를 누리는 서씨 가문 사모님으로 될 수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총살당하고 말았다.과연 누구일까?그녀는 이유를 알기도 전에, 울 틈도 없이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그녀의 아쉬움은 결국 그녀의 몸에 영원히 파묻히고 말았다.얼마나 억울했으면 심장이 멈췄음에도 불구하고 두 눈을 감지 못한 걸까?서준명도 깜짝 놀랐다.그는 원래 미란다 무리를 한꺼번에 쓸어버릴 계획이었기에 오늘 경찰들도 이들을 죄다 잡아갈 생각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서준명은 이 타이밍에 미란다가 암살당할 줄은 미처 생각지도 못했다.범인은 대체 누구일까?서준명은 당황한 표정으로 창밖을 내다보았다. 경찰들은 오늘 이곳에서 범인들을 완벽히 체포하려던 계획이었기에 츄리닝으로 무장한 경찰도 있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숨어든 경찰도 많았다. 모두 미란다를 잡기 위해 출동한 경찰들이었다. 하지만 미란다 대신 미란다에게 총을 쏜 범인을 잡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차 안에 있던 구릿빛 피부 뚱보는 엄선희를 사살하려던 자신의 치밀했던 계획을 뚫고 이토록 많은 경찰들이 나타날 줄은 미처 몰랐다.그는 작전도구를 숨기기도 전에 경찰에게 그만 체포당하고 말았다.정말 말 그대로 난장판이었다.미란다가 엄선희 얼굴로 성형하여 그녀의 신분을 도용한 사건은 우연히 발생한 총격 사건으로 인해 초라하게 마무리되었다.경찰은 구릿빛 피부 뚱보를 잡고 취조하고 나서야 이유를 알게 되었다. 그는 해외에 있는 서준명의 세 형님이 엄선희를 죽이라고 보낸 사격수였다.이 남자는 남성에서 오랜 시간 동안 서씨 가문을 노리고 있었다.하지만 내내 엄선희를 발견하지 못했다.그러다가 어렵게 엄선희가 나타나 기회를 잡고 죽이게 되었으나 손쉽게 경찰에게 체포당하고 말았다.이게 대체 무슨 경우란 말인가!서준
두 여직원은 봉쇄형 유리차를 끌고 나왔다. 유리차 안에는 반짝반짝 빛나는 다이아몬드 반지가 들어있었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를 뚫고 오색찬란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가짜 엄선희는 홀린 듯이 반지를 바라보았다.주얼리샵 맞은편에 주차하여 망원경으로 지켜보던 구릿빛 피부 뚱보도 덩달아 홀린 듯이 바라보았다.구릿빛 피부 뚱보는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세상에! 저 여자를 얼마나 사랑하길래 저토록 비싼 반지를 선물하는 거야! 저 여자는 죽어 마땅해! 죽어 마땅하다고!"한편 주얼리 샵안, 서준명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바라보았다."내가 선물한 반지는 어때, 마음에 들어?"가짜 엄선희는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좋아, 여보 너무 좋아! 너무 마음에 들어!""이 반지는 원래 4년 전에 선물하려던 건데, 아쉽게 됐네, 그때는...""괜찮아, 여보. 지금도 마찬가지잖아? 비록 4년정도 늦게 선물 받았지만 결국 내 손에 끼워줬잖아. 이게 정말 최고 아니겠어?"가짜 엄선희는 기쁜 마음을 숨기지 못하고 말했다."빨리 껴봐, 보여줘!"서준명이 제촉하며 말했다."하하. 알겠어!"말을 마친 서준명은 반지를 꺼내 정중하게 가짜 엄선희의 손가락에 끼워주었다.그순간 가짜 엄선희의 마음은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을 만큼 두근거렸다.마치 꿈을 꾸는 것처럼 나른한 기분이었다.서준명!남성 두 번째 재벌이자 남성 귀공자인 서준명이 드디어 그녀에게 값비싼 반지를 선물한다고?와! 그녀는 너무 행복했다!…그 순간 가짜 엄선희는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그녀는 행복에 젖어 서준명이 그녀를 부르는 소리도 듣지 못했다.듣지 못한 게 아니었다.그녀 자신을 엄선희라 생각하고 다닌 탓에 서준명이 그녀의 본명을 외칠 때에도 눈치채지 못했다.서준명이 또다시 물었다."미란다 씨, 행복해?""응? 당신..은..?"가짜 엄선희는 그제서야 서준명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그러자 순간 그녀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그녀는 겁에 질린 나머지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홀 안 세 테이블에 빽빽이 앉아있던 사람들은 이 상황을 보고 깜짝 놀랐다.그들은 아직 이게 무슨 상황인지 모르는 눈치였다.왜 엄선희가 가자마자 경찰들이 몰려든 걸까?사람을 체포하러 온 게 아닐까?"아니에요, 형사님, 저희는... 남성 서씨 가문 도련님 서준명 씨의 친구들입니다. 서준명 씨 아내를 구해준 보답으로 집 두 채를 선물한다고 했는데, 혹시 잘못 찾아오신 건 아닌가요?"바로 그때 진미리가 용감하게 나서서 경찰들에게 물었다.아무도 진미리의 질문에 대답해 주지 않았다.몇몇 경찰들이 나서서 그들의 휴대폰을 몽땅 수거했다.한 명도 빠짐없이.진미리는 참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저희는 서준명 씨의 친구예요.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잖아요.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서준명 씨가 알면..."한 경찰이 차갑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저희가 잡으러 온 것은 바로 서준명 씨 친구들인 당신들입니다!""네? 왜요?"진미리는 의아했다.사실 그녀는 법을 잘 알지 못했기에 자신의 여동생을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밖에는 없었다!자신의 동생은 서준명의 아내와 똑같은 얼굴로 성형했고 서준명도 동생을 아내로 받아들였는데 이를 사기라 할 수는 없지 않은가?돈도 한 푼 뺏지 않았는데?게다가 살인 방화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신분만 도용했을 뿐인데, 아니, 서준명이 가짜 엄선희를 아내로 인정했으니 신분 도용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신분 도용도 아니었다.때문에 지금 진미리와 그녀의 공범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는 사실을 자각하지 못했다.경찰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진미리를 바라보았다."자신이 무슨 죄를 저질렀는지 어찌 당신도 모르나요?"진미리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우리는 서준명 씨의 친구들이에요. 게다가 서준명 씨는 남성에서 유명한 사람이고요. 서준명 씨도 당신들이 우리를 잡으러 왔다는 사실을 아나요?""알죠, 서준명 씨가 신고했으니까!"진미리와 그녀의 동료들은 순간 할 말을 잃었다."..."그들은 하나같이 동상처럼 굳
"2천억이라니! 서씨 가문 형제들과 완전히 등 돌리려는 셈 아닌가! 서준명이 엄선희를 저토록 사랑하다니! 저 여자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당장이라도 죽여버리고 싶어! 반드시 죽일 거란 말이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공손한 태도로 서준명의 큰형에게 물었다."사장님, 명령만 내리세요! 저 여자를 어떻게 죽일까요! 지금 당장 없애버릴까요!""안돼!"서준명의 큰형이 다급히 말렸다."지금은 죽일 타이밍이 아니야. 보는 눈이 많아서 자리를 피하기 어려울 거야. 나한테 충성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는데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밖에서 처리하고 발 빼기 쉬운 곳으로 골라. 지금은 아니야!"구릿빛 피부 뚱보가 곧바로 말했다."알겠습니다, 사장님. 사장님 말씀에 따를게요. 그럼 시끌벅적한 장소를 골라 저 여자를 죽여버릴게요! 그럼 이만 끊겠습니다!"통화를 마친 뒤 구릿빛 피부 뚱보는 은밀히 홀 안의 상황을 관찰했다.한편 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함께 사람들에게 술을 권하고 있었다.한 명 한 명 빠뜨리지 않고 모두에게 물었다.모두 전에 가짜 엄선희에게 도움을 줬던 사람들이었다.서준명은 전에 이 사람들에 대해 전부 조사를 마쳤었다. 사기조작단과 마찬가지였다!총 서른 명 정도였는데, 그중 절반이 넘는 사람들은 가짜 엄선희의 가족들이었다.오빠와 언니, 형수와 형부, 그리고 고모 일곱 명과 이모 여덟 명.남은 건 그녀와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 온 부하들이었다.서준명은 마음속으로 감탄을 금치 못했다.정말 비겁하기도 하지!자신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가족들과 친구들까지 동원하다니. 하지만 그들이 억울한 게 뭐가 있을까? 그들은 모두 가짜 엄선희가 계획한 사기단에 가담한 공범들이다.그들이 엄선희에게 입힌 피해는 이루 말로 형용할 수 없었다.그들은 그의 두 아이까지 해치려고 했다!서준명이 어찌 그들을 또 용서할 수 있단 말인가!술을 한 바퀴 권하자마자 서준명의 휴대폰이 갑자기 울렸다.그는 곧바로 휴대폰을 떠내 연락을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시죠
서준명의 말에 진미리는 쑥스러운 말투로 말했다."휴, 어떻게 매번마다 서준명 씨한테 신세를 지겠어요, 아무... 아무것도 아니에요.""어머, 언니, 어려운 일 생기면 언제든지 얘기 하세요. 제 남편은 남성에서 두 번째로 능력 있는 남편이에요. 못 하는 게 없다니까요."가짜 엄선희는 고개를 들어 애교 섞인 말투로 서준명에게 말했다."내 말이 맞지, 여보?"서준명은 사랑스러운 눈빛으로 가짜 엄선희를 보며 말했다."자기 생각은 어때? 당신이 선택한 남편인데 틀릴 리가 있을까?""당연히 없지!"가짜 엄선희는 행복한 표정으로 서준명의 어깨에 고개를 기댔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를 품에 안자 순간 역겨운 기분이 들었다.이 가짜 엄선희는 확실히 진짜 엄선희와 아주 닮았다. 만약 이 엄선희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상태로 있었다면 서준명은 당연히 그녀를 그가 오매불망 기다리던 진짜 엄선희라고 생각했을 것이다.하지만 진짜 엄선희라면 그에게 이런 요구를 건네진 않았을 것이다.엄선희는 태어날 때부터 공주님처럼 자라 고생한 적이 없지만 탐욕스러운 사람은 아니었다.엄선희는 돈에 아무런 개념도 없는 여자였다.게다가 사치품도 사지 않는 사람이었다.심지어 그녀는 아주 훌륭한 가정교육을 받고 자랐기에 단 한 번도 자신의 능력범위를 벗어나는 가격의 사치품에 손대지 않았다.서씨 가문에 시집와서도 그에게 이것저것 요구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자신의 남편을 난처한 상황에 놓이게 하는 짓도 절대 하지 않았다. 남편의 자금을 외부에 흘러 나가게 하는 것도 모자라 난감한 일까지 시키다니!엄선희는 절대 그럴 사람이 아니었다!하지만 이 가짜 엄선희는 탐욕스럽기 그지 없었다!그럴수록 너무 괘씸했다!하지만 이럴수록 서준명은 더더욱 표정을 가다듬고 가짜 엄선희를 보듬어 주었다."여보, 이 사람들을 사심 없이 도와주는 걸로 봐서 전에 당신한테 많은 도움을 주신 분들이 맞지? 그럼 나도 고마움을 전해야지. 이분들이 없었다면 평생 내 아내를 보지 못하고 살 뻔했으니까
가짜 엄선희는 자연스럽게 동의했다.3일 후, 그들은 남성에서 가장 크고 호화로운 호텔에서 엄선희의 은인들을 초대해 연회를 베풀었다. 그들 중 일부는 외지에서 온 사람도 있었고, 남성 현지인도 있었다. 서준명이 사람들을 대충 살펴보자, 익숙한 중년 여성이 있음을 발견했다.그 중년 여성은 미루나와 같은 집에 살며 미루니에게 DNA 검사를 제안한 여자였다.서준명은 가짜 엄선희와 손을 잡고 그 중년 여성에게 다가갔다. "저를 아직 기억하십니까?”가짜 엄선희는 즉시 그 중년 여성을 소개했다."여보, 여긴 나한테 많은 도움을 준 언니 중 한 명이야. 이름은 진미리. 이 언니는 내가 유산했을 때를 포함해 항상 날 보살펴 줬어. 내 생각에는 이 언니에게 집 두 채는 드려야 할 것 같아!” 그러자 진미리라는 중년 여성이 즉시 손을 흔들었다. "아니요, 정말 괜찮습니다. 선희 씨를 돌봐주었던 것도 제 공덕의 하나라고 할 수 있죠. 절대 돈을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에요.” 진미리는 말을 하며 서준명을 바라보았다. “서준명 씨, 사실 저는 오랫동안 미루나에게 관심을 가졌어요. 나는 그 여자가 가짜라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때 엄선희 씨는 일이 있어 남성에 오지 않았기에 준명 씨와 미루나가 마주치는 걸 정말 걱정했습니다. 그래서 제가 DNA 검사를 하라고 권한 거고요. 요즘은 DNA가 가장 정확하잖아요? 그러니 DNA 검사를 하고 나니 미루나가 가짜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잖습니까. 요즘에도 이런 사람이 있다니, 겉모습도 전혀 다르고,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도 없는데 억지로 남의 아내인 척하는 건 무슨 심보란 말입니까? 정말 말이 안 됩니다, 준명 씨와 선희 씨의 부모님 모두 현명하셔서 다행이지요. 그렇지 않았다면 그 미루나에게 정말로 당할 뻔했습니다. 그럼 선희 씨도 힘들어서 울다 지쳐 쓰려졌겠지요…” 진미리의 말을 들은 서준명은 침착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그럼 집을 두 채 드리면 될까요?” 서준명은 이미 사람을 보내 확인을 마친 상태였